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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은 존재하지 않는 詩의 마을의 촌장
2016년 10월 01일 18시 36분  조회:3920  추천:0  작성자: 죽림

'상상력'을 알면 문학이 보인다



어느 여기자가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온 북한의 아주머니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가슴과 배가 보이는 헐어빠진 셔츠를 보면서 본격적인 질문을 하다말고 얄궂은 생각으로 질문을 던졌다. 

- 혹시 배꼽티라는 말을 들어 보셨어요? 
"남쪽에서는 배꼽티를 입습네까?"
- 그러면 배꼽티를 아시는군요. 
"아니라요."
- 그러면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으뜸가리개, 버금가리개, 또 배꼽가리개, 그런 거 아닙네까?"
-예에? 배꼽가리개라니요? 
"아 글쎄, 남쪽 아이들이 별 이상한 것들을 다 만들어내지 않습네까? 그래서 배꼽을 가리는 것을 만들어 입나 보지요. 뭐?" 

그 여기자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겨우 웃음을 참은 기자는 그 아주머니에게 배꼽티에 대해서 남쪽의 젊은 여자들이 배꼽이 보이게 짧게 만들어 입으며, 요즘 한참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는 잘 산다고 하는 남쪽아이들이 왜 그렇게 짧게 입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이다. 북한을 예로 들어 비하하듯이 꾸며낸 것이 못내 씁쓸하지만, 이러한 상상은 그 사람의 능력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상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독서를 능가할 것이 없다. 영상매체에서는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을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기 때문에 애써 두뇌활동을 할 필요가 없지만, 문학 작품을 읽고 있으면 모습과 소리를 머리 속에 그려나가는 두뇌활동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문학 작품에서의 상상력은 언어적 상상력에 기초한 것이다. 또 문학 작품 그 자체가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다. 다만 그 상상력의 근원이 얼마나 치열한가에 따라서 작가 정신이 '안이하다'거나 '치열하다', 혹은 '느슨하다'거나 '치밀하다'는 말들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상력은 그 종류가 무수히 많다. 

·현실적 상상력 -  비현실적 상상력 
·일상적 상상력 -  비일상적 상상력 
·시각적 상상력 -  청각적 상상력
·여성적 상상력 -  남성적 상상력
·노년적 상상력 -  유아적 상상력
·과거로의 상상력 -  미래로의 상상력
·가까운 곳에 대한 상상력 -  먼 곳에 대한 상상력

이러한 상상력은 우리들이 생각만 하면 헤아릴 수 없이 열거할 수 있다. 쉬운 예로 한 쌍이 남녀가 팔짱을 끼고 낙엽 지는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을 '통속소설적 상상력'의 눈으로 쳐다보면 어떤 모습으로 보이겠는가. 이와 반대로 '순정적 상상력'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떤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겠는가. 상상력의 차이가 바로 아름다움의 차이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창작 과정과 관련시켜 생각할 때 필자는 문학을 '여로(旅路), 만남, 의미'로 생각한다. 여로란 시간적 여행과 공간적 여행을 뜻하는 것이며, 만남은 서로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란 만남으로 형성된 관계의 가치를 뜻한다. 그러나 의미는 문학 작품에서는 생략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독자 개개인들이 판단하고 평가하면서 작품 속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여로란 단순히 여행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상상력이다. 따라서 시간적 여행은 현재만이 아닌 과거로의 여행이거나 미래로의 여행까지 생각해 볼 수 있으며, 공간적 여행은 현재의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을 상상하는 여행까지 생각할 수 있다. 우리들은 책상 앞에 앉아서 조선시대나 일제 강점기의 한 순박한 농촌 사람의 마음 속을 여행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방안에 앉아서 공간적으로 머리 떨어져 있는 물소리 시원한 바닷가나 산골짜기에 발을 담그고 첨벙대는 상상으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여행의 의미는 만남이다. 무엇과 만나느냐,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달라진다. 우리들은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설레면서 왠지 모를 즐거움에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어진다. 이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 때문일 것이다. 일상에 찌든 사람이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하고, 술자리 친구의 과거 경험 속에 빠져 들기도 하고, 나의 공간에서 전혀 경험해 볼 수 없던 새로움과 만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팔이나 다리 한 쪽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은 '불쌍하다'거나, '어떻게 도와드릴까'를 생각하겠지만 [수난이대]의 작가 하근찬은 박만도와 박진수라는 아버지와 아들로 만나게 만듦으로써 우리 민족의 비극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 상상력의 한 예라 할 것이다. 

소꿉놀이를 할 때 실재 사물이 아닌 약속된 사물로 대신하는 것은 상호 약속이며, 약속한 사람들만이 상상력에 의해서 놀이를 진행한다. 이러한 소꿉놀이는 연상 작용을 통해서 하나의 작은 세상을 이루게 된다. 이렇듯 상상력은 무한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며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라 할 것이다. 

작가 정신은 이러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상력이 아니라 '신선한 상상력'이라고나 할까, '유별난 상상력'이다. 그러므로 '치열하다'거나 '치밀하다'는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그 무엇'과 만나는 것으로 끝나지만 시인이나 작가는 '그 무엇'과 만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난 것'을 바탕으로 또다른 만남(상상력)을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보여 주고자 한다. 보통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들을 시인이나 작가는 상상력의 고리를 통해 서로 관계 지우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상상력이 바로 작가의 능력이자 작가 정신이다. 이러한 상상력이 건강한 정신에서 나오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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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마을

                     김성규

처녀의 시체가 호두나무에서 내려진다
눈 위에 눕혀진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빛난다

이듬해부터 가지가 찢어지도록 호두가 열린다
나일론 줄에 목을 감고 있던 그녀의 뱃속
아이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간 것을 사내들은 알고 있다

노인들은 손바닥에 검은 물이 들 때까지
마당에 앉아 호두껍질을 벗긴다
어두워지면 검은 손이 나타난단다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손바닥을 바라본다

빈 하늘을 쓸어내리는 바람 소리
호두알처럼 영근 아이들은
밤마다 계집애들 이야기를 한다
다 익은 처녀들을 찾아다니는 수염 검은 아이들
폭설로 하늘이 하얗게 반짝이는 날
치맛자락처럼 펼쳐진 호두나무가 쓰러진다
참새 발자국만 한 눈송이
지상에 웅크린 지붕을 밟고 가는 날
아무도 나무 위의 세상을 묻지 않는다

        -『현대문학』(2004. 4)


< 단평>

  김성규의 「존재하지 않는 마을」은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구조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의 존재성에 천착하고 있는 시이다. 이야기의 구조만 보면 아이를 밴 처녀가 호두나무에서 목매달아서 죽은 후 그 호두나무에는 호두가 주렁주렁 열리고, 노인들은 손바닥에 검은 물이 들 때가지 호두를 까면서, 어두워지면 검은 손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라서 밤마다 계집애들 이야기를 하면서 처녀애들을 찾아다닌다. 언뜻 보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이 시는 ‘애 밴 죽은 처녀’로 상징되는 호두나무와 아이들로 상징되는 호두나무 열매, 호두껍질을 벗기면서 검어지는 노인의 손과 쓰러진 호두나무를 덮고 가는 흰 눈이 상호 유기적인 상상체계를 이루면서, 인간의 욕망을 순환적인 구조로 형상화시켜서 보여준다. 
  이 시에서 노인이 손바닥에 검은 물이 들 때까지 호두껍질을 벗기는 행위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점점 더 검어지는 욕망의 손과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시는 세속에 물들어가면서 검버섯이 피어나는 노인의 손과 인간의 내면에 숙명적으로 깃들어있는 욕망의 그림자를 ‘검다’는 시각적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두워지면 검은 손이 나타난단다”는 노인의 말은 ‘마음의 어둠’과 ‘시간적 어둠(저녁)’의 이중적인 의미를 암시해주는 동시에, 사랑이나 욕망 때문에 죽은 처녀가 호두나무가 되어 호두알 같은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은 또 다시 자신의 욕망을 따라 계집애들을 따라다니게 된다는, 인간 생명의 본질적이며 순환적인 생리에 천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결말을 보면, 결국 죽은 처녀의 표상인 호두나무는 쓰러지고 그 위로 눈이 덮이게 됨으로써 나무의 존재성은 소멸되기에 이른다. 
  그런데 시인은 왜 이 시의 제목을 「존재하지 않는 마을」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시인이 호두나무로 상징되던 마을에서 호두나무가 사라짐으로써 마을이 사라진 것과 같다는 제유적 인식을 했을지도 모르고, 한편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욕망의 순환구조 속에서 지워지고 없어지는 무화된 존재성에 천착해서 이런 제목을 생각해냈을지도 모른다. 이 시는 근본적으로 모호성을 지니고 있어서 어떤 결론으로 우리를 선뜻 인도하지는 않지만, 겨울에서 그 다음 겨울로 이어지는 차가운 현실 속에 눕혀져 있는 호두나무의 존재성을 통해서 우리가 간과해버리기 쉬운 인간적 삶의 비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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