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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란 꽃씨앗을 도둑질하는것이다...
2016년 10월 14일 20시 01분  조회:3178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10월 14일 08시 13분 ]

 

 

서장시 라싸시 교외에 자리잡고있는 드레방사에서ㅡ.



 

그리려는 시쓰기 

강사/윤석산 


지난 시간에는 <말하려는 시 쓰기> 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번 시간에는 <그리려는 시 쓰기>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할까요? 미국의 신비평가 랜섬(J. C. Ransom)의 분류에 의하면, 말하려는 시는 관념시(platonic poetry), 그리려는 시는 <즉물시(physical poetry)>에 해당합니다. 

그리려는 시 쓰기에 앞장 선 사람들로는 흄(T. E. Hulme), 파운드(E. Pound), 로우엘(A, Lowel), 두우리틀(H. Doolittle), 알딩턴(R. Aldington) 등이 주축이 된 이미지스트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등 교육이 보편화되고, 독자들의 의식 수준이 시인들과 비슷해짐에 따라 더 이상 시인의 하소연이나 설교를 들으려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문학사를 살펴보면 그리려는 시는 이들이 처음 쓴 게 아닙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이런 시를 써왔습니다. 중국의 한문은 상형성(象形性)이 강하고 우리말과 일본어는 감각어가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파운드가 중국의 당시(唐詩)와 일본의 와까(和歌) 하이꾸(俳句) 등을 번역하여 이미지즘 운동의 전범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것은 향가나 우리의 한시를 살펴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름을) 열치매 
나타난 달이 
흰구름 쫓아 떠가는 것 아니냐 
새파란 냇가에 
기랑의 모습이 있어라 
이로부터 냇가 조약돌에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고 싶어라 
아으, 잣가지 높아 
서리를 모를 화반(화랑장)이여 
-충담사,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전문 

ⓑ비 그친 강나루 긴 언덕에 풀빛만 날로 푸르러가는데(雨歇長堤草色多) 
남포로 님 보내는 슬픈 노래만 허공 가득 떠도네(送君南浦動悲歌)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보태 푸른 물결 넘실대는데(別淚年年添綠派) 
대동강 물 언제 말라 임 만나거 갈꼬(大洞江水何時盡) 
- 정지상(鄭知常), [송인(送人)] 

이미지를 강화시킨 작품만 골랐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말과 인구어를 비교해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에 <붉다>다는 낱말은 "red"과 "reddish" 두 개밖에 없지만, 우리말에는 "붉다"·"불그스름하다"·"볼그스름하다"·"발그스름하다"·"불긋불긋하다"·"빨긋빨긋하다"·"뿔긋뿔긋하다"·"빨갛다"·"시뻘겋다"·"새빨갛다"·"검붉다"·"불그죽죽하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는 시>는 무엇을 그리려 하느냐에 따라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인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려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시인의 내부에서 일렁이는 정서, 무의식, 상상의 결과 등을 그리려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그리려 하느냐에 따라 시를 쓰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그러면 먼저 시인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는 방법부터 살펴보기로 할까요? 

외부의 대상을 그리려면 먼저 언어의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려 할 때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인은 자기가 거론하는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며 쓰고 있지만, 독자들은 시인이 말한 것의 의미만 받아들이고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하기가 일쑤라는 점입니다. 언어는 사물에 부여한 자의적 명칭으로서, 아래처럼 <시인-언어>, <시인-사물>은 직접적인 관계이지만, <언어-사물>은 간접적인 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Language)독서의 출발 → (Object) 

그러므로, 시인이 말한 대로 독자가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강화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언어에 따라 사물의 모습을 환기(喚起))시키는 정도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가령 어떤 시인이 시를 쓸 때, "꽃이 피었다"라고 썼다고 합시다. 그 시인은 그 꽃이 "개나리"인지 "장미"인지 알고 씁니다.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피었는지도 알고 씁니다. 그러나, 그 꽃을 목격하지 않은 독자들은 무슨 꽃인지, 어디에 어떻게 피었는디 모릅니다. 그러므로, 먼저 "장미"라든지 "개나리"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의미의 레벨(meaning level)"을 높혀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종(種)을 이야기하는 정도에서 그 꽃의 모습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같은 장미라고 해도 조세핀도 있고, 에스메랄드도 있고, 빨간 장미도 있고, 노란 장미도 있고, 빨간 색도 새빨간 색도 있고, 불그스름한 색도 있고, 볼그스름한 색도 있고…. 그리고, 언제 어디에 어떻게 피었느냐에 따라서 달리보입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문장을 이루는 각 성분의 의미 등급을 높혀서 표현해야 합니다. 한번 제가 단계별로 높이며 표현해 볼까요? 

①꽃이 피었다. ②장미가 피었다. ③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④붉은 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⑤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⑥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⑦뜨락 한구석,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⑧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⑨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⑩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아찔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어떼요? <꽃→장미→에스메랄다→붉은 에스메랄다→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 그리고, 서술부를 <피었다→반쯤 봉오리를 열었다→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아찔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처럼 구체화하니까 직접 보고 있는 느낌이 들지요? 

이런 능력은 글을 쓰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에 속합니다. 그리고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빨리 말하지 말고, 차츰차츰 의미를 좁혀가며 말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리고 문장의 각 성분을 구체화하여 전체 길이가 길어지면 적당한 길이로 잘라 다른 문장으로 만들면 됩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화를 할 때는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대상을 정적(靜的)으로 그리기보다 동적(動的)으로 그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각적인 것만 그리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같은 것들까지 포함하여 공감각적(共感覺的)으로 그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것은 앞의 예 가운데 정지태(靜止態)로 그린 ⑧ 이전의 것들과 동태(動態)로 그린 ⑨, 그리고 시각에 후각을 첨가시킨 ⑩을 비교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 활동은 단일한 자극보다 총체적인 자극을 받았을 때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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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씨와 도둑 ―피천득(1910∼2007)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은 수필가로 유명하다. 그의 수필집 제목은 ‘인연’인데, 이 책은 수필계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왜 그렇게 많이들 읽었을까. 피천득의 수필집에는 가난하지만 유복할 수 있는 비밀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란 것이 대단히 거창하지도 않다. 요약하자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자세가, 피천득이 강조하는 삶의 비밀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 참 쉽지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천득의 수필집은 계속 읽힐 것이다.
 

 

수필가일 뿐이랴. 수필집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데, 피천득은 선구적으로 딸 바보 아빠였으며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여기 ‘꽃씨와 도둑’은 시인 피천득의 재능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오늘의 소득은 수필가 피천득이 시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이 아니다. 수필에서 만난 비밀을 시에서도, 이렇게 다른 듯 같게 읽게 된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자.
 

 

자, 시에는 우선 ‘마당’이 있는 집이 있다. 마당에는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마당’과 ‘꽃’은 고즈넉한 분위기, 마루에 앉아 보내는 한가로운 시간을 암시해준다. 이제 눈을 돌려 방 안을 보자. 방 안에는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들만’ 있다. 책이 있는 방과 ‘책들만’ 있는 방은 몹시 다르다. ‘책들만’ 있다는 말은, 이 집의 주인이 책만 읽으며 살아왔다는 점을 암시한다. 집의 주인은 시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집과 주인은 책과 동행하는 행복한 고독을 알고 있다. 그는 다시 꽃을 바라본다. 곧 씨앗을 받을 계절이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와서 꽃씨를 받겠다고 다짐한다. 아주 단순한 구조이지만, 이 시는 마당과 책이 있는 삶을 배경에 깔고 있다. 더없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여기 돈 냄새 따위는 전혀 없다. 그리고 이런 책과 꽃의 세계는 우리와 매우 멀다. 먼 것을 시가 왜 모를까. 아주 멀기에 ‘가깝고 싶다’고 시가 말한다. 더불어, 시를 읽으며 우리의 마음도 ‘가깝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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