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6월 2024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詩란 꽃씨앗을 도둑질하는것이다...
2016년 10월 14일 20시 01분  조회:3186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6년 10월 14일 08시 13분 ]

 

 

서장시 라싸시 교외에 자리잡고있는 드레방사에서ㅡ.



 

그리려는 시쓰기 

강사/윤석산 


지난 시간에는 <말하려는 시 쓰기> 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번 시간에는 <그리려는 시 쓰기>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할까요? 미국의 신비평가 랜섬(J. C. Ransom)의 분류에 의하면, 말하려는 시는 관념시(platonic poetry), 그리려는 시는 <즉물시(physical poetry)>에 해당합니다. 

그리려는 시 쓰기에 앞장 선 사람들로는 흄(T. E. Hulme), 파운드(E. Pound), 로우엘(A, Lowel), 두우리틀(H. Doolittle), 알딩턴(R. Aldington) 등이 주축이 된 이미지스트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고등 교육이 보편화되고, 독자들의 의식 수준이 시인들과 비슷해짐에 따라 더 이상 시인의 하소연이나 설교를 들으려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문학사를 살펴보면 그리려는 시는 이들이 처음 쓴 게 아닙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일찍부터 이런 시를 써왔습니다. 중국의 한문은 상형성(象形性)이 강하고 우리말과 일본어는 감각어가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파운드가 중국의 당시(唐詩)와 일본의 와까(和歌) 하이꾸(俳句) 등을 번역하여 이미지즘 운동의 전범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것은 향가나 우리의 한시를 살펴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름을) 열치매 
나타난 달이 
흰구름 쫓아 떠가는 것 아니냐 
새파란 냇가에 
기랑의 모습이 있어라 
이로부터 냇가 조약돌에 
낭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좇고 싶어라 
아으, 잣가지 높아 
서리를 모를 화반(화랑장)이여 
-충담사,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 전문 

ⓑ비 그친 강나루 긴 언덕에 풀빛만 날로 푸르러가는데(雨歇長堤草色多) 
남포로 님 보내는 슬픈 노래만 허공 가득 떠도네(送君南浦動悲歌)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보태 푸른 물결 넘실대는데(別淚年年添綠派) 
대동강 물 언제 말라 임 만나거 갈꼬(大洞江水何時盡) 
- 정지상(鄭知常), [송인(送人)] 

이미지를 강화시킨 작품만 골랐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말과 인구어를 비교해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에 <붉다>다는 낱말은 "red"과 "reddish" 두 개밖에 없지만, 우리말에는 "붉다"·"불그스름하다"·"볼그스름하다"·"발그스름하다"·"불긋불긋하다"·"빨긋빨긋하다"·"뿔긋뿔긋하다"·"빨갛다"·"시뻘겋다"·"새빨갛다"·"검붉다"·"불그죽죽하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그리는 시>는 무엇을 그리려 하느냐에 따라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시인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려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시인의 내부에서 일렁이는 정서, 무의식, 상상의 결과 등을 그리려는 유형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그리려 하느냐에 따라 시를 쓰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그러면 먼저 시인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는 방법부터 살펴보기로 할까요? 

외부의 대상을 그리려면 먼저 언어의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 

외부에 존재하는 대상을 그리려 할 때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인은 자기가 거론하는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며 쓰고 있지만, 독자들은 시인이 말한 것의 의미만 받아들이고 사물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하기가 일쑤라는 점입니다. 언어는 사물에 부여한 자의적 명칭으로서, 아래처럼 <시인-언어>, <시인-사물>은 직접적인 관계이지만, <언어-사물>은 간접적인 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Language)독서의 출발 → (Object) 

그러므로, 시인이 말한 대로 독자가 받아들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강화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언어에 따라 사물의 모습을 환기(喚起))시키는 정도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가령 어떤 시인이 시를 쓸 때, "꽃이 피었다"라고 썼다고 합시다. 그 시인은 그 꽃이 "개나리"인지 "장미"인지 알고 씁니다. 그리고 어디에 어떻게 피었는지도 알고 씁니다. 그러나, 그 꽃을 목격하지 않은 독자들은 무슨 꽃인지, 어디에 어떻게 피었는디 모릅니다. 그러므로, 먼저 "장미"라든지 "개나리"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의미의 레벨(meaning level)"을 높혀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종(種)을 이야기하는 정도에서 그 꽃의 모습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같은 장미라고 해도 조세핀도 있고, 에스메랄드도 있고, 빨간 장미도 있고, 노란 장미도 있고, 빨간 색도 새빨간 색도 있고, 불그스름한 색도 있고, 볼그스름한 색도 있고…. 그리고, 언제 어디에 어떻게 피었느냐에 따라서 달리보입니다. 그러므로, 되도록 문장을 이루는 각 성분의 의미 등급을 높혀서 표현해야 합니다. 한번 제가 단계별로 높이며 표현해 볼까요? 

①꽃이 피었다. ②장미가 피었다. ③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④붉은 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⑤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피었다. ⑥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⑦뜨락 한구석,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⑧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열었다. ⑨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⑩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뜨락 한구석 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가 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아찔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어떼요? <꽃→장미→에스메랄다→붉은 에스메랄다→발그스름한 에스메랄다>, 그리고, 서술부를 <피었다→반쯤 봉오리를 열었다→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반쯤 봉오리를 연 채 하늘하늘 흔들리면서 아찔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처럼 구체화하니까 직접 보고 있는 느낌이 들지요? 

이런 능력은 글을 쓰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에 속합니다. 그리고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빨리 말하지 말고, 차츰차츰 의미를 좁혀가며 말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리고 문장의 각 성분을 구체화하여 전체 길이가 길어지면 적당한 길이로 잘라 다른 문장으로 만들면 됩니다. 

이와 같이 이미지화를 할 때는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대상을 정적(靜的)으로 그리기보다 동적(動的)으로 그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각적인 것만 그리지 말고, 청각, 후각, 촉각, 미각 같은 것들까지 포함하여 공감각적(共感覺的)으로 그리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것은 앞의 예 가운데 정지태(靜止態)로 그린 ⑧ 이전의 것들과 동태(動態)로 그린 ⑨, 그리고 시각에 후각을 첨가시킨 ⑩을 비교해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 활동은 단일한 자극보다 총체적인 자극을 받았을 때 보다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

 

 

꽃씨와 도둑 ―피천득(1910∼2007)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피천득은 수필가로 유명하다. 그의 수필집 제목은 ‘인연’인데, 이 책은 수필계의 고전이자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왜 그렇게 많이들 읽었을까. 피천득의 수필집에는 가난하지만 유복할 수 있는 비밀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이란 것이 대단히 거창하지도 않다. 요약하자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자세가, 피천득이 강조하는 삶의 비밀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기 참 쉽지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천득의 수필집은 계속 읽힐 것이다.
 

 

수필가일 뿐이랴. 수필집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데, 피천득은 선구적으로 딸 바보 아빠였으며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여기 ‘꽃씨와 도둑’은 시인 피천득의 재능을 알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런데 오늘의 소득은 수필가 피천득이 시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이 아니다. 수필에서 만난 비밀을 시에서도, 이렇게 다른 듯 같게 읽게 된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자.
 

 

자, 시에는 우선 ‘마당’이 있는 집이 있다. 마당에는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마당’과 ‘꽃’은 고즈넉한 분위기, 마루에 앉아 보내는 한가로운 시간을 암시해준다. 이제 눈을 돌려 방 안을 보자. 방 안에는 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책들만’ 있다. 책이 있는 방과 ‘책들만’ 있는 방은 몹시 다르다. ‘책들만’ 있다는 말은, 이 집의 주인이 책만 읽으며 살아왔다는 점을 암시한다. 집의 주인은 시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집과 주인은 책과 동행하는 행복한 고독을 알고 있다. 그는 다시 꽃을 바라본다. 곧 씨앗을 받을 계절이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와서 꽃씨를 받겠다고 다짐한다. 아주 단순한 구조이지만, 이 시는 마당과 책이 있는 삶을 배경에 깔고 있다. 더없이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여기 돈 냄새 따위는 전혀 없다. 그리고 이런 책과 꽃의 세계는 우리와 매우 멀다. 먼 것을 시가 왜 모를까. 아주 멀기에 ‘가깝고 싶다’고 시가 말한다. 더불어, 시를 읽으며 우리의 마음도 ‘가깝고 싶다’고 말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02 詩는 늘 등뒤에서 울고지고... 2016-10-01 0 3857
1601 詩속에는 시작과 시간이 흐른다... 2016-10-01 0 3226
1600 詩는 피해자와 비피해자의 그림자 2016-10-01 0 3522
1599 詩는 "어떤 음계에서"의 암시투성이다... 2016-10-01 0 4066
1598 80년대이래 중국 詩歌 관련하여 2016-10-01 0 3414
1597 연변이 낳은 걸출한 서정시인 ㅡ 윤동주 2016-09-30 0 3869
1596 나는 사람이 아니고 개다... 2016-09-29 0 3664
1595 중국 조선족 시인 시묶음 2016-08-25 0 5427
1594 詩리론은 쉬운것, 아리송한것, 어려운것들의 따위... 2016-08-24 0 4090
1593 詩창작은 곧 "자기표현"이다... 2016-08-24 0 4213
1592 詩는 "어떤 음계에서"의 암시투성이다... 2016-08-22 0 3805
1591 詩적 장치속에 상징이라는 눔이 있다는것... 2016-08-22 0 3752
1590 詩는 <<그저 그런...>>것, 젠장칠,ㅡ ... 2016-08-22 0 3810
1589 정지용 시인과 향수 2016-08-18 0 3548
1588 詩作을 할때 위장술(아이러니)을 변덕스럽게 사용하라... 2016-08-18 0 3944
1587 詩作할때 <<...것들>>로 잘 장식하라... 2016-08-17 0 3845
1586 詩作을 할때 살아있는 은유를 포획하라... 2016-08-16 0 4309
1585 詩人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련금사... 2016-08-12 0 4449
1584 詩作을 할때 죽은 비유를 멀리하고 배척하라... 2016-08-11 0 3808
1583 詩作에서 어려운 리론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싹을 티우라... 2016-08-10 0 4191
1582 인습적인것들을 사용하면 좋은 詩가 될수 없다... 2016-08-09 0 4171
1581 좋은 詩들을 많이 읽고, 詩를 쓰고 싶은대로 쓰라... 2016-08-08 0 3779
1580 83세의 한국 아동문학가 - 신현득 童心에 살다... 2016-08-04 0 3715
1579 복습, 예습하는 詩공부하기... 2016-08-04 0 3629
1578 밤중에만 詩공부하는 눔이라구라... 2016-08-04 0 3694
1577 재다시 현대시 공부하기... 2016-08-04 0 3941
1576 다시 詩공부합니다... 2016-08-04 0 3429
1575 詩作하는데는 시험도 숙제도 없다... 2016-08-04 0 3492
1574 詩에서 작은 이미지 하나로 시전체분위기를 만들라... 2016-08-04 0 3771
1573 詩人은 이미지에게 일을 시킬줄 알아야... 2016-08-02 0 3439
1572 詩人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언어의 그림 곧 이미지이다... 2016-08-01 0 3945
1571 詩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말없는 詩... 2016-08-01 0 3619
1570 검정 망아지가 큰 검정 馬(말)인 韓春을 그리다... 2016-07-30 0 3566
1569 한국 현대시 100년을 빛낸 시집 5권 2016-07-29 1 4584
1568 한국문학 100년을 빛낸 기념비적 작품들 2016-07-29 0 3579
1567 한국 현대시 100년을 돌아보다... 2016-07-29 0 5617
1566 중국 현대시의 일단면/李陸史 2016-07-29 0 4228
1565 한국 시인 중국 기행 시모음/중국 현대시 개요 2016-07-29 0 4196
1564 詩의 생명이며 극치는 곧 이미지이다... 2016-07-29 0 3312
1563 詩作을 할때 한쪽 다리를 들고 써라... 2016-07-28 0 3600
‹처음  이전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