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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련수 / 한춘
2016년 11월 12일 03시 02분  조회:3708  추천:0  작성자: 죽림
심련수 시적 우주의식에 점철된 초월 의지


                                                      한춘(산천) 




심련수의 문학세계는 비록 짧은 창작기라 하지만 너무도 거대한 하나의 풍경을 이루었다. 이 풍경구에 들어서면 거창하고 복잡하고 다양하고 혼란하며 강약이 조화를 이룬 깊이를 모를 수림속에 들어간것이나 다를바 없다. 짧은 평론글 한편으로는 심련수가 우리에게 남겨준 문학유산 전액을 도무지 짚고 넘어갈수 없다. 심련수를 두고 다룰 화제가 너무 많기때문이다. 본문은 그 무한한 림야에서 랑만주의로 일관된 “우주의식”과 “초월의지”라는 거목 몇대를 살펴보는데 그쳤다. 
한방울의 물이 해를 다 담는다는 말이 있거니와 우주 만물 산천초목, 그 어디에 우주의식이 담겨있지 않았겠는가. 본문은 다만 넓디넓은 우주를 직접 시적 대상으로 다듬은 작품 몇편에 한해 심련수시인의 “우주의식”을 천착하게 된다. 
아래 “인류의 노래”(1941.1.10), “인간의 노래”(1942.1.21), “세기의 노래”(1942.6.2), “우주의 노래”(1942.7.5), “지구의 노래”(1943.2.2) 등 5편을 한줄에 꿰여놓는다. 이밖에 “대지의 봄”, “대지의 여름”, “대지의 가을”, “대지의 겨울”도 이 부류에 넣을수 있지만 기본 정서포착에 차이성을 보여 여기서 배제하기로 했다. 
먼저 11련 49행으로 된 “우주의 노래”를 보기로 하자. 
첫 시작에 “우주는 또다시 새로운 창조를/조물주의 지시대로 기도한다”라고 “천지 재 개벽”의 장을 연다. 화자가 여쭈는 천지재개벽의 내함은 무엇일가? 그것은 시의 마지막 행에서 읊은 “우주의 새 진리를 이야기한다”일것이다. 하다면 “우주의 새 이야기”는 또한 무엇일가? 그것은 인류의 부단한 인식활동을 통해 자연 존재로서의 우주의 무궁한 변화현상에 대한 사실을 재확인하는것과 모든것은 우주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우주의 진리”를 념두에 둔것이라 하겠다. 
“역경(易经)” 사유에 의하면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기전의 상태가 태극 공(空)의 상태로서 기(气)에 의하여 천지만물이 서로 맞서있는 양과 음이란 두 요소가 천지개벽과 더불어 4상(태양, 소양, 태음, 소음)으로 갈라졌다 한다. 그리고 4상이 다시 8괴를 생성했다는것이다. 이로부터 무한한 생성과 분화와 변화가 발생하여 오늘의 세상만물이 있게 되였다는것이다. 시인이 9련에서 “태양”과  “태음”을 떠올린 기본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역경”은 천, 지, 인 3재(3才)를 핵심으로 간주하고 이 3자중 인간(인류)을 기간으로 세워 천조, 지도, 인도 삼재지도(三才之道)의 시공간을 구축했다. 인간이 천도, 지도를 인식하는것이 새로운 문제로 나섰고 이것이 바로 천지재개벽이 되는것이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연구가 뒤받침되여야 할것이다. “커다란 랭각기의/조혁의 피대”, “복잡한 스펙트르의 분광색/좁다란 구멍에 모난 프리즘들만이”, “위성의 괴도를 침범한 혹성”등 현대과학용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인류가 자연법칙을 인식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한것이 아니다. “륜리를 자랑하던 철칙의 과실”, “몹시도 대담했던 가설의 학자/신을 모독했다는 혐의를 입고/ 죽음의 도살장에 버티고 서서”라는 인류자연발전사의 연혁 흐름을 넓게 펼친다. “죽음의 도살장에 버티고 서서”란 구절은 단순한 과학가에 바치는 찬가를 넘어서 우주법칙과 력사발전 법칙을 탐색하는 인류의 기본정신을 구가한것이다. 인류에게 이런 기본정신이 있기때문에 마침내 10련에서 “창조의 베품이 내리”는  “조그마한 별에도” “두팔을 걷고 일어서는 날/건투의 신지가 내릴게다”라고 큰 목소리로 지구(인류)의 밝은 래일을 전망한다. “밝은 래일”이 기약된 작중 화자는 드디여 “우주의 울타리를 홰치는 닭”이 되여 “뭇별에 비끼는 려명을 찾아” “우주의 새 진리를 이야기한다” 시인이 살고있는 공간과 시간은 우리 민족 시인으로 놓고 말할 때 가장 참혹한 암흑기였다. 이때 “우주의 울타리에 홰치는 닭”으로 되여 “뭇별에 비끼는 려명을 찾아” 나선다는것은 단순한 개개인의 생명충동에서 유발된것만은 아닐것이다. 인류정신을 고양하는 현실초월, 생명초월에서 출발한것이다. 이와같은 “초월의지”는 “려명”의 상징성이 징명하게 잘 드러난다. 시간적으로 말해서 려명은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난후에 오는 자연 현상이다. 화자는 려명을 찾아 떠난다. 그러니 지금은 아직 “암흑”속에 있다는것이다. 시대상이 잘 보여지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초월의지가 뚜렷하다. 화자가 “건너편에 떠오르는 화성의 벗에게” 여쭈고싶은 “우주의 새 진리”는 무엇일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현실과 생명의 초월정신 즉 보편적인 인류정신을 믿는 화자에게 있어서 “건투의 신지가 내리는” 미래가 열린다는 천지재개벽이 꼭 있을것이며 천지재개벽된 천지에서 사는 새 이야기가 꼭 있을것이다. “새 이야기”의 상징에서 받는 넓은 련상은 여기서 삼가한다. 읽는 이들은 읽는 이들의 감수에 따라 그 상징성을 넓게 련상해보면 되겠다. 
“운석의 광유물을 분해”하는 인류의 지혜, “죽음의 도살장에 버티고 서”는 생명초월의 인류정신은 “천지재개벽”의 두 지레대가 될것이며 이 지레대에 떠올린 “조그마한 별에” “창조의 베품”과 더불어 “우주의 울타리에 홰치는 닭”이 되여 “우주의 새 진리를 이야기”한다. 시적 발전의 론리가 정연하면서 두미가 호응되여 민족 암흑기에 부른 하나의 민족 재생의 랑만의 새 노래가 태여났다. 
미래지향적인 초월의지의 기본 취지는 “지구의 노래”에서 그처럼 처연한 력사상황에서도(5련) “지맥의 혈악(血岳)엔 새 피가 순환하고/낡은 상장(傷場)에는 새 살이 돋을것이다”라는 힘있는 긍정적이며 신심이 넘치는 앞날을 점지한다. “새 피” “새 살”이란 이미지는 그 자체가 원유 생명을 초월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며 이것은 작자의 초월의지에 의하여 펼쳐진 한차례의 생명충동이다. 이 구절은 이 작품의 백미로서 주제의 국한성을 뛰여넘어 사람들에게 너무도 큰 힘을 실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무너져 앉거나 앞날을 주문하지 못해 갈팡질팡할 때 심련수시인은 이미 “새 피”와 “새 살”이라는 랑만적인 새로운 시대의 전주곡을 불러준다. 시적 결속이 너무도 돋보인다. 
이제 시인이 펼친 무한대한 우주공간을 넘어 지구라는 “조그마한 별”에서 사는 “사람”들의 노래인 “인류의 노래”를 한번 음미하여 보는것도 의미있는 일일것이다. 이 작품은 “육중한 상징의 무게”라는 말을 걸어 올리게 하는 거치른듯 적재적소의 시적 언어 감각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시적 의미의 배렬조합의 구조형식은 앞에 두 작품과 다를바 없다. 즉 시의 전반 흐름은 인류 현실의 최악상황을 상징적으로 리얼하게 표현하였지만 결속련에 이르러 역시 독자들에게 밝은 잔망을 펼쳐준다. “지열이 식으면 달굴수 있다./궤도와 지축이 파괴되면 바꿀수 있으리니” “우리의 심열을 수열(輸熱)할수 있고/ 인류의 력사를 살릴수 있다”라고 설파한다. 우리의 뜨거운 마음을 새로 주입시킬수 있다는 그것 자체가 현실초월의지를 표달한것이며 “력사를 살릴수 있다”는것 역시 새로운 력사의 탄생을 전망하는것이요, 이는 죽은 력사를 새롭게 구축한다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있다. 이것은 인류적인 시점에서 력사의 현실초월의지를 표현한것이다. 
이제 시인은 우주 공간의 한 지점에서 시간을 재단한다. “세기의 노래”는 “말세같은 재 개벽이 시작된다”는 장엄한 선언을 통하여 구세기의 만가를 우렁차게 부르고있다. “우리는 피난 온 무리가 아님/목숨을 아끼는 연골충은 더 아니다”라고 갈파하는 화자의 생명에는 세기의 현실을 극복, 전승, 승화하는 초월의지가 약동한다. 이 초월의지는 첫 시작의 랑만적인 발단과 더불어 초사실주의적인 무한대한 변형과 과장과 상상의 힘을 빌어 무한량의 새 생명의 힘을 단조해내고있다. 
이제 시인은 더 참을수 없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인간의 노래”를 엮는다. 15련 60행의 장시인 이 작품은 역설적인 대조의 시적조합이라는 형식을 빌어 인간이 겪는 , 민족이 겪는, 자아가 겪는 그지없이 참담한 현실생활의 토막토막을 쪼아낸다. 그리고 인간이, 민족이, 자아가 감내하여야 할 현실을 리얼하게 고백한다. “구름밑에 어둡는/타향산천 물소리”라고 우주의식의 시에서 처음으로 직접 민족의 실존상태를 그리면서(비록 상징적이고 간접적이긴 하지만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수난의 민족이 겪는 현실을 너무도 진핍하게 감지하게 될것이다) “꺼진 대에 부쇠치는 불똥이 튀더라”라고 반항의 의지를 충분하게 비추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민족이 처한 현실을 초월하려는 거센 의지를 보여 주었다. 
이상 다섯수의 시를 간략하게나마 생존적 초월의지, 현실적 초월의지, 생명충동의 초월의지란 명제로 풀이했다. 시인은 상기 작품에서 맥맥히 흐르는 하나의 초월의지 궤도를 짰다. 그 궤도에 쓰인 좌표는 낡은 우주가 새 우주로, 낡은 생명이 새 생명으로, 낡은 세기가 새 세기로 전환, 발전, 변화하는 초월의지의 선이 랑만적으로 굵게 그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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