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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승무"를 삭히는데 3년이나 걸리다...
2016년 12월 11일 23시 41분  조회:2156  추천:0  작성자: 죽림
1. 시란 무엇인가?
 
시가 뭔지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빗대어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전체은유’를 뜻한다.
 
시란 어떤 소재를 찾아내서 그 소재를 제재로 이용하여 주제를 빚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그 주제란 전체은유를 통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국어시간에 시를 공부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그 시의 소재와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연못 속에 빠진
동그란 달을
 
통째로 덥석
집어먹은 개구리
 
공짜 좋아하다가
큰일이 났네
 
너무 커서
삼키지도 못하고
 
아까워서
도로 뱉지도 못하고
 
목구멍에 걸려
눈이 불룩 튀어나왔네
 
신천희 동시 -『달을 삼킨 개구리』전문
 
언뜻 보면 이 시는 단순히 개구리의 형상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개구리의 형상을 통하여 ‘뇌물 받아먹고 고민하는 공직자’를 빗대어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개구리의 형상은 제재이고 비리공직자를 비아냥거리는 것이 주제다. 뇌물을 받아먹고 들킬까봐 고민하는 비리공직자의 모습을 개구리의 형상으로 빗대어 말(전체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똥이다. 똥같이 정직한 것도 드물다. 배탈이 나서 마구 싸대는 똥은 묽어 똥 같지도 않다. 하지만 오래 묵혀두었다가 누면 정말 똥 같은 된똥이 나온다. 시도 이와 같아서 즉흥적으로 마구 써대면 좋은 시가 나오기 힘들다. 똥같이 오래 묵힐수록 좋은 시가 나오는 것이다.
 
시는 똥처럼 속에 뭔가가 가득 들어차서 쏟아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 쓰는 것이다. 슬픔이 가득차면 슬픔을 쏟아내고, 외로움이 들어차면 외로움을 쏟아내는 것이다.
 
어쩌다가 합평회에 나가면 천재시인들을 만난다. “어제 저녁에 두 편 썼지.”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작품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시를 컵라면 먹듯이 아무 때나 마구 빚을 수 있으니 천재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조지훈이 시 ‘승무’를 쓰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가슴이 닳도록 끓이고 끓인 끝에 그런 좋은 시가 탄생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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