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년 03월 01일 17시 27분  조회:2497  추천:0  작성자: 죽림
 

 

 

음력 2월 2일, "룡두절" 중국 전통 명절의 하나,ㅡ





이승훈의 알기 쉬운 현대시작법 



상징과 이미지의 변주 

1. 은유냐 상징이냐 

직유가 발전하면 은유가 되고 은유는 서로 다른 범주에 있는 두 사물을 
동일시하는 기법이라고 말한바 있다. 
직유가 상사성을 토대로 두 사물을 비교한다면 
은유는 비 상사성을 토대로 비유하고, 그런 점에서 
전자에 비해 신비한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시적 호소력이 크다. 
그러나 두 기법 모두 두 사물을 비교하고 비교되는 두 사물이 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예컨대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 
ㅡㅡ기형도,(빈집) 


같은 시행에서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는 직유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말하자면 ‘나는 장님처럼’은 직유이고 따라서 이런 형식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시행을 예컨대 ‘나 장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라고 쓴다면 
은유가 되고, 직유의 형식에서 비교조사‘ㅡ처럼’을 생략하면 은유가 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그러나‘ 나는 장님처럼’이라는 말과 
나는 장님’이라는 말은 두 사물을 비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다르다 전자가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후자는 그런 설명보다 ‘나’와‘장님’의 동일시가 강조되고 따라서 이때 
'나’는 ‘장님’이면서 ‘장님’이 아닌 이상한 특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기형도는 장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만일 이렇게 쓴다면 그는 장님이고 장님이 아니다. 그리고 은유의 형식으로 시를 쓴다면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 아닌 다른 내용이 나오는게 좋다 
한편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의 경우 ‘빈 집’의 이미지는 이 시행만 놓고 보면 무엇을 비유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취의 tenor 와 매재 vehicle 의 관계가 시행에 드러나지 않고 취의가 생략된 형식이 된다. 직유나 은유 에서는 취의와 매재의 관계가 드러나지만 
이런 이미지의 경우에는 취의가 생략되고 매재만 드러난다. 
이런 이미지를 상징 이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상징은 은유가 발전한 형식이고 그 의미는 하나가 아니고 분명치 않고 모호하다. 
간단히 도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직유] t : v = 1 : 1 (나는 장님처럼) 
[은유] t : v = 1 : 1 (나는 장님) 
[상징] t : v = ? : 1 (빈 집) 


‘빈집’ 은 무엇인가를 의미하지만 이 시행만 놓고 보면 
그 내용,취의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없다. 그렇치 않은가?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라는 시행만 놓고 보면 
이 ‘빈 집’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분명치 않고 다만 전체 시를 찬찬히 읽을때 
그 의미가 드러난다.이‘빈 집’이 무엇을 상징한다는 것은 
(상징象徵은 영어로 symbol이고 그리스어로 뜻하는 명사 symbolon 에서오고 
이 명사는 짜 맞춘다는 뜻의 동사 symballein 과 관계가 있다. 
좀더 자세한 것은 이승훈, 시작법, 탑 출판사,1988,201면 참고바람), 
그러니까 다른 무엇과 짜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이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지시한다는 것은 이 ‘빈 집’이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빈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가엾은 내 사랑’ 을 의인법으로 읽어 
‘가엾은 내 애인’이 갇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든 애인이든 
‘빈 집’에 갇혔다는 말은 이상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의 경우가 그렇다. 
사랑이 어떻게 빈 집에 갇힐수 있는가? 
요컨대 은유와 비교하면 상징은 비유되는 두 사물 가운데 
취의가 생략되는 형식이고 또한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로 치환하면 


[은유] 이미지 : 관념 = 1 : 1 (장님은 나) 
[상징] 이미지 : 관념 = 1 : 다 (빈 집은 무엇?) 


와 같다.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1 ; 다’ 라고할 때 다는 다라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모자란다는 뜻이고 말하자면 상징의 의미는 아무리 퍼내고 쏟아 붓고 
계속 의미를 부여해도 모자란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다多는 다이고 다가 아니다. 
그런가하면 또한 다는 다da이다. 이 다는 디자인 dasein,현존재라는 의미의 
디자인의 접두사이고 현재 존재하는 나, 지금 여기있는 나의 의미를 강조한다. 
현 존재는 존재 sein 와 현da이 결합된 존재이고 그러므로 여기da가 중요하다. 
여기는 어디인가? 프로이트는 18개월짜리 손자가 혼자 노는 것을 관찰하며 
그 아이가 오/아를 반복 하는것에 주의한 바 있다. 
엄마가 없는 빈 방에서 아이는 혼자 실패 놀이를 하고 실패가 멀리가면 ‘오’ , 
실패가 돌아오면‘아’ 라고 소리친다, ‘오’는fort(저기),‘아’는 da(여기) 
라고 해석한 것은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쾌락 원칙을 넘어서”). 
나는 나를 멀리 던지고 그 나는 다시 돌아온다. 나를 던질 때 나는 돌아온다. 
무슨 말인가?그러나 나는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고 돌아온다. 
요컨대 반복이 있을 뿐이고 이 반복,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칼은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으니 날을 노호하는 초조가 절벽에 끊어지려 한다’(이상,“침몰”). 
나는 지금 시작법 (그것도 알기 쉬운?)에 대해 글을 쓰는지 
1 ; 다’에 나오는 다에 대한 잡념에 시달리는지 잡념을 즐기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다ㅡ 콤플렉스가 아니면 다ㅡ 강박증 인가보다. 
요컨대 현재는 없기 때문에 현 존재의 다da는 그런 無, 
불교식으로는 空 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이 무,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두는 무엇이고 많다는 것은 무엇이고 다 da는 무엇인가? 
지난밤에는 밤새도록 비가오고 어두운 새벽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갑자기 무섭고 서럽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작은방, 지금 이글을 쓰는방, 
옛날에 딸애가 공부하던 방으로 와서 전등을 켜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돌아가 
다시 잠이 든 이런 행위는 무엇을 상징 하는가? 

2.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다시 요약하면 상징은 하나의 낱말, 어구, 이미지가 
복잡한 추상적 관념을 암시하지만 그 의미는 전체 시를 전제로 알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그 낱말이 나오는 시행에서는 생략된다는 것. 
따라서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상징은 은유보다 고급이고 
한편 은유보다 난해한 기법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기법이 나오고 
이런 기법, 말하자면 상징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에서 상징을 강조한 것은 19세기 말 상징주의 시인들이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보들레르 이다. 그는‘교감’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자연은 하나의 신전神殿, 거기 살아 있는 기둥은 
이따금 어렴풋한 말소리 내고 
인간이 거기 상징의 숲을 지나면 
숲은 정다운 눈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아득한 
어둡고 그윽한 통합 속에 
긴 메아리 멀리서 어울리듯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상통 한다. 
ㅡ 보들레르,[교감](정기수역) 


‘교감’ correspodence 은 ‘만물 조웅’ 으로도 번역된다. 
자연은 인간이 모르는 가운데 저희들끼리 무엇인가를 주고 받는다는뜻. 
이 시에서 보들레르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이 주고받는 것들이다. 낭만주의자들의 경우 
자연의 시인의 정서를 환기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치만 여기서는 ‘ 
신의 궁전’으로 노래된다. 신의 궁전 이기 때문에 
자연은 이 세상을 초월하는 이상의 세계, 
혹은 그런 세계로 갈 수 있는 수단이 되고 그런 점에서 자연은 신, 초월자, 절대자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상징의 숲’이 된다. 
시인은 이런 숲의 목소리를 듣는자 이고, 그 목소리는 만물 조웅, 곧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서로 주고받는, 상통하는 것을 들을때 알 수 있다. 
만물 조웅은 향기(후각), 빛깔(시각), 소리(청각), 가 서로 통합 하는 것 
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감각의 교감이고, 교감의 세계가 된다. 
물론, 현대시를 쓰는, 혹은 쓰고자하는 분들은 
반드시 이런 상징의 미학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그 
러나 최소한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역사적 문맥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요컨대 상징을 강조하는 시들은 이 시가 암시 하듯이 
관념을 전제로 사물을 보는 게 아니라 
감각에 의해 사물을 보고 그 감각이 환기하는 혹은 암시하는 여러 관념들을, 
자신도 모르는 그런 관념들을 이미지로 전달해야 한다. 
앞에서 인용한 기형도의 경우 ‘빈 집’은 상징적 이미지 이고 그는 살아가면서 ‘빈 집’ 을보고 혹은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그 체험의 내용을 시로 노래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는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ㅡ 기 형도,[빈 집] 


그가 쓰는 것은 ‘사랑을 잃은 마음’이고 
따라서 ‘빈 집’ 은 이런 마음을 상징 한다. 
상징적 이미지는 시에서 반복되는 수도 있고 이 시처럼 변주되는 수도 있다. 
이 시의 경우 ‘빈 집’ 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나’, 
그리고‘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로 변주된다. 한편 이런 마음, 
그러니까 ‘빈 집’이 상징하는 것들은 ‘짧았던 밤들’, 창밖을 떠돌던 안개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 ‘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로 변주된다. 
이런 변주는 상징적 이미지가 보여주는 난해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적 책략이고 
따라서 상징을 강조하는 시인들은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 이미지를 시에서 여러번 반복하거나 다양하게 변주 시켜야 된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한 시인이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혹은 상상력에 의해 
창조한 이미지를 개인적인 상징 이라고 부른다. 
상징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는바 
첫째는 개인적 상징, 둘째는 인습적 상징, 셋째는 원형적 상징이다 (좀더 자세하 것은 이승훈, 시론, 고려원, 1979, ‘상징의 유형’, 206ㅡ211면 참고바람). 
개인적 상징은 사물에 대한 시인의 개인적 감각을 중심으로 그 내면성 혹은 상상의 세계를 강조하고, 이때는 그 의미가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조에 의해 
혹은 시 전체의 문맥에 의해의미를 암시해야 한다. 인습적 상징과 
원형적 상징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다루기로 한다. 개인적 상징을 중심으로 
특히 그 상징적 이미지를 변주 하면서 
한편의 시를 완성하는 시들을 좀더 살피기로 하자. 


결국 그것은 제 몸 치근대는 바람 때문일 거야 큰 송아지만한 사 
냥개 절뚝절뚝 저녁 어스름 이끌고 날 찾아왔지 큰 채와 사랑채 
이음새 헛간에서 주먹밥을 나누어 먹던 한철을 잊을 수 없네 헛간 고 
요에 상처 아물고 주먹밥의 유순柔順에 길들여졌다 할지라도 어느 날 
훌쩍 사냥개 사라지고 텅 빈 고요만 비에 젖어 슬펐네 
ㅡ 강 현국,[가난한 시절4] 


이 시에서 ‘사냥개’는 ‘가난한 시절’을 상징한다. 
그러나 '사냥개‘ 라는 이미지에는 단순히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 이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공포, 사냥이 암시하는 야수성, 짐승이 짐승을 잡는 
아이러니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강현국이 노래하는 가난은 
단순히 배가 고프다는, 굶주린다는 의미가 아니고 또한 이 시에서 그는 
사냥개가 ’절뚝절뚝 어스름 이끌고 나를 찾아 온다‘고 노래함으로써 
그것이 병든 가난, 어스름이 표상하는 무력감을 동반하는 가난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는 현재 ’컹 컹 컹 밀려오는 저녁놀‘을 본다/듣는다. 
그 가난은 밀려오며 무너진다. 말하자면 아직도 그를 지배하는 것은 
옛날의 가난이다. 그는 지금도 저녁놀에서 사냥개 울음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석탄을 적재한 무개화차들이 굴러가는 철길 너머에 저탄장이 있다. 거대한 재의 
무덤, 바람에 석탄 가루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흩어진다. 그것은 바람에 불려간다. 
검은 바람, 펄럭이는 검은 작업복, 탄부들이 움직이고 있다 
ㅡ최 승호[재] 

이 시의 경우‘재’는 석탄 가루를 표상하고 그것이 재라는 점에서 
죽음을 상징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불타고 나면 재가 된다. 
그러나 이재, 죽음은 이 시에서 일어나고 흩어지고 불려간다. 
물론 바람을 매개로 하지만 재의 이미지는 이런 변주에 으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낳고 개인적 상징의 한 개를 초월한다. 
재라는 이미지가 이렇게 변주 됨 으로써 그 상징적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시에서 ‘재’는 죽음을 상징 하지만 그 죽음은 바람에 의해 일어나고 
흩어지고 불려간다. 결국 재는 바람과 동일시된다. 
바람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바람이 있다. 

쾌락으로 가는 
길목에 털이 있다. 궁창이 열리고 
땅이 혼돈을 멈추었을때,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인간을 
가장 나중에 완성 시킨건, 아무래도 털이다. 당신이 떠나고 
세상에서 가장 싼값으로 
인생을 구겨버리고 싶을 때, 낡은 침대나 
주전자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털. 
ㅡ 원 구식,[털] 

이 시의 지배적 이미지는 ‘털’ 이지만 그 이미는 분명치 않고, 
따라서 상징이 된다. 무엇을 상징 하는가? 이 ‘털’은 ‘쾌락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점에서 쾌락과 관계되고, 따라서 머리털이나 수염이 아니라 
음모를 의미하고, 시인은‘당신이 떠난’ 방에서 낡은 침대와 주전자 옆에 떨어진 음모를 본다. 이 털은 육체에서 떨어진 것이므로 털로서의 기능이 없고, 
따라서 죽음을 표상 하지만 이 시에서는 꼼지락거린다. 살아있다. 
그리고 이 털은 대지의 풀에 비유된다. 말하자면 풀은 ‘땅의털’ 이다. 
도대체 정사가 끝나고 ‘당신이 떠난 다음’ 낡은 침대에 떨어진 털을 보는 것도 
이상하고 이 털이 살아 꼼지락거린다고 노래하는것도 이상하고 풀을 땅의 털이라고 노래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러나 모든 진리는 이렇게 이상한데 있고 
이상한 것이 진리이다. 상식, 기준, 표준이 깨질때 진리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털은 육체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고, 머리털은 신체 정상에서 자란다는 점에서 
정신적 힘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음모는 생식, 성행위를 돕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 털은 그런 의미를 벗어난다. 
그러나 이 털은 죽은 것이 아니라 생명을 상징한다. 죽은털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는 모두 상징적 이미지의 변주를 통해 변주와 함께 변주를 먹고 태어난다. 

=========================================================================

 

 

묵매(墨梅) ―강영은(1956∼ )

휘종의 화가들은 시(詩)를 즐겨 그렸다

산 속에 숨은 절을 읊기 위하여 산 아래 물 긷는 중을 그려 절을 그리지 않았고 꽃밭을 달리는 말을 그릴 때에는 말발굽에 나비를 그리고 꽃을 그리지 않았다 몸속에 절을 세우고 나비 속에 꽃을 숨긴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붓을 묻었다

사람이 안 보인다고 공산(空山)이겠는가

매화나무 등걸이 꽃피는 밤, 당신을 그리려다 나를 그렸다 늙은 수간(樹幹)과 마들가리는 안개비로 비백(飛白)질하고 골 깊이 번지는 먹물 찍어 물 위에 떠가는 매화 꽃잎만 그렸다 처음 붓질했던 마음에 짙은 암벽을 더했다 

 

 


휘종이라면 중국 송나라의 그 유명한 제8대 황제를 말하는 건가. 민정(民政)은 몰라라 하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 살다 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지. 한 남성의 못된 행각이 줄줄이 드러나서 그를 지탄하는 말로 세상이 떠들썩해도 누군가 안타까이 중얼거릴 수 있으리. ‘나한테는 참 좋은 오빠였어요.’ 휘종은 황제로서는 무능하고 괘씸한 자였지만 궁정 서화가(書畵家)를 양성하는 등 문화예술 애호가이자 수호자였으며 오늘날에도 ‘당대에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로 빼어난 화가’라고 평가받는 예술가다. ‘예술밖엔 난 몰라’ 하는 황제가 예술가들에게는 참 좋은 오빠이려나…. 그리 생각하고 태평성대를 누린 예술가도 많을 테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 붓을 묻은’ 예술가도 적지 않을 테다. ‘사람이 안 보인다고 공산(空山)이겠는가’, 이 구절에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에둘러서 표현하곤 했던, 검열이 일상적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는 건 지나치려나.

‘당신을 그리려다 나를 그렸다’, 당신을 그리려고 이런저런 맥락을 찾다 보니 내가 그려졌단다. 두 사람의 인연을 짐작하겠다. 화자가 그린 그림은 어두운 ‘물 위에 떠가는 매화 꽃잎’ 몇 점이다. 굽은 나뭇가지며 거기서 뻗은 잔가지며 다 생략하고 그린 ‘매화나무 등걸이 꽃피는 밤’, 매화꽃 향기 묵향(墨香)인 듯 배어나는 어떤 사랑의 내력…. 시인의 은근하고 진중한 삶의 자태랄지 시론(詩論)이 엿보이는 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438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472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2752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3651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2780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524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2998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615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613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181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2672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334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566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2980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4111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2808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3014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695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2915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612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393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331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1951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537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209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681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460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2675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3879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236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333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443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3124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294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2687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497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323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653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333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451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