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년 03월 11일 19시 05분  조회:1952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는 짧으면서도 큰 이야기/枯花-이희정 


시가 만약 감동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의 경우에서처럼 
사건 속의 인물을 내세워 묘사와 서술에 의지하여 표현하는 것이라면 
도저히 찗아질 도리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시는 시인의 생생한 체험의 직접성에 기초하여 
시인의 정감을 고도로 집중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또 정서라는 것이 순간적인 충동과 격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문학 갈래와는 달리 짧으면서도 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도 결과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지 
실제 처음 시를 쓰는 분들에게는 그 자체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서정시의 이 같은 특징이 어떤 노력과 과정으로부터 나오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 프리들랜제르의 글은 이 같은 궁금증에 좋은해답을 줍니다. 


서정시는 극히 작은 것--순간적이고 개체적이고 유일무이한--과 
가장 넓고 보편적인 것과의 통일을 지향한다. 
개별적이고 일시적인 넋의 상태나 현실의 가장 작은 화면을 통하여 서정시는 
현실의 가장 작은 부분 속에서도 반영되어 있는 동시대 실재성의 보편적 양식과 
구조 주변 세계의 모든 특성과 리듬을 표현하고자 한다. 

-리얼리즘의 시학 



바로 이 점, 작은 화면 속에 보편적인 것을 통일시키려는 노력에서 
이 같은 효과가 나오는 것이지요. 

다음 시를 봅시다. 


1947년 봄 
沈夜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해주의 경계선 용당浦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 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水深을 모른다. 

-김종삼, 민간인 



"동족 상잔의 비극, 그것이 어떠했는가!" 하는 웅변을 듣고, 
'분단의 아픔이 어떻게 남아 있는가'라는 천 페이지가 넘는 논문을 읽는다 한들 
어찌 이 시가 주는 감동을 따르겠습니까? 
참말 진짜 비극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리고 반세기에 가까운 분단의 아픔이 아직도 그 수심을 모르고 
우리 현대사에 드리워져 있구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 시입니다. 
그래서 칠흑 같은 밤, 
피난민을 가득 태운 직은배는 해 용담포에도 떠 있고, 
이 시를 읽는 시점인 청산되지 않은 분단의 칠흑 같은 어둠 한가운데에도 떠 있습니다. 

언제 퍼부을지 모르는 기관총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고 있는 그들 앞에도 있고 
지금 제 앞에도 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것입니다. 
이제 엄마 젖이나 떼었을까 한 그 아이. 
어쩔 수 없어 입을 막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극이 지금도 변주된 모습으로 존재할 것 같습니다.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는 
여운 속에 아직도 그 비극이 시퍼렇게 살아 있음이 느껴집니다. 
그야말로 '극히 작은 것--순간적이고 개체적이고 유일무이한' 사건 속에 
가장 넓고 보편적인 동족 상잔의 비극과 
그것이 환기하는 분단 청산이라는 민족의 염원이 통일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시는 짧으면서도 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를 쓰는 분들은 현실의 작은 국면 하나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 가치없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오히려 현실이 우리에게 "너는 눈 뜬 장님이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때 그것이 환기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여 
커다란 감동으로 승화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의 으뜸 특징을 취할 길에 들어 서게 됩니다.

 

===========================================================

 

연 ―신미나(1978∼ )



아버지는 고드름 칼이었다
찌르기도 전에 너무 쉽게 부러졌다
나는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꿨다

머리를 감고 논길로 나가면
볏짚 탄내가 났다
흙 속에 검은 비닐 조각이 묻혀 있었다

어디 먼 데로 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동생은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고
젖은 발로 잠들었다
뒤꿈치가 홍시처럼 붉었다

 

 

자꾸만 잇몸에서 피가 났고
두 손을 모아 입 냄새를 맡곤 했다
왜 엄마는 화장을 하지 않고
도시로 간 언니들은 오지 않을까
가끔 뺨을 맞기도 했지만 울지 않았다

몸속 어딘가 실핏줄이 당겨지면
뒤꿈치가 조금 들릴 것도 같았다      
        
 

 

어린 시절은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어린이가 이따금 다른 삶을 꿈꾼다. 자상한 아버지, 늘 예쁘게 화장을 하고 있는 엄마, 형제자매가 헤어져 있지 않고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사는 집. 그런 축복받은 가정은 드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뿐일까. 우리는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대개는 선택되는 것이다. 
 

 

시인은 ‘몸속 어딘가 실핏줄이 당겨지면/뒤꿈치가 조금 들릴 것만’ 같은 나이, 사춘기가 막 시작되려는 시기의 기억을 불러낸다. 춥고 쓸쓸한 겨울의 기억. ‘아버지는 고드름 칼이었다.’ 늘 화가 나 있는 무서운 아버지. 제 고된 삶이나 세상에 대해 화가 난 거지만 만만한 게 가족이라 집안에서는 화를 참지 않고 벌컥 터뜨리곤 했을 테다. 큰 딸들은 대처에 나가 있으니 남은 딸 중 큰 애인 시인의 뺨을 때리기도 했나 보다. ‘자꾸만 잇몸에서 피가’ 났다니 잘 먹지 못해 혈색도 좋지 않았을 여자아이….

섬세한 시어에 애절한 서사를 담은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에서 옮겼다. 위 시의 아버지와 언니들이 담긴 시를 소개한다. ‘날계란을 쥐듯/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드문 일이다//두어 마디가 없는/흰 장갑 속의 손가락/쓰다 만 초 같은 손가락//생의 손마디가 이렇게/뭉툭하게 만져진다’(시 ‘신부입장’) ‘신새벽 논산 오일장에 우시장이 열렸다/고삐를 당기자/송아지는 자꾸 어미 소 곁에서 뒷발로 버텼다/머리에 홍화씨만 한 뿔이 돋아 있다//열일곱에 여공이 된 큰언니가/서울로 간 직행버스를 타던 날도 그랬다’(시 ‘입동’)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439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472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2752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3651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2781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525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2998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616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613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181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2672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335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567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2981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4111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2808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3014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696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2915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613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393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331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1952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537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209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681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460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2675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3879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237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333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443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3124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294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2687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497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324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653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334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452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