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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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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鳥)> 시 모음
2017년 03월 21일 19시 18분  조회:2705  추천:0  작성자: 죽림
<새 관한 시 모음>

+ 새  

새는 
공깃돌. 

나무가 
하늘 높이 
던졌다 받는 

예쁜 소리를 내는 
공깃돌. 
(정운모·아동문학가) 

+ 참새 가슴 

참새더러 
가슴이 작다고 
흉을 보지요 
그것은 몰라서 하는 소리 

참새 가슴이 커 봐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겠어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없는 건 
보나마나 
욕심으로 커진 
가슴 때문일 거예요. 
(이성자·아동문학가) 

+ 까치집 

높다란 
미루나무에 
까치집 세 채 

학교도 
우체국도 없는 
아주 조그만 마을 
(양재홍·아동문학가) 

+ 까치집 

바람이 찾아와 
까치집을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 맛있는 먹이 물고 이제 곧 엄마가 돌아올 게다. 

― 아가야 더 자거라, 아가야 그 때까지 조금만 더 자거라. 

엄마까치 올 때까지 
나뭇가지를 가만가만 흔들어 주고 있다. 
(이무열·아동문학가) 

+ 산까치에게 

염소똥만한 콩알 
쥐똥보다 작은 깨알 
흙 속에 꼭꼭 숨어 있어도 
잘도 찾아내는 산까치야, 

배고프면 우리 밭에 앉으렴 
대신 어떻게 하면 
너처럼 밝은 눈을 가질 수 있는지 
좀 가르쳐 주렴. 

혼내려는 게 아니야 
그냥 물어보는 거야 
눈 어두운 할머니께 
알려주려고. 
(곽재구·시인, 1954-) 

+ 그래서 산새들은 

내 나무 
네 나무 
따로따로 자기 나무를 가지지 않아서 
어느 나뭇가지에나 앉아서 
날개를 쉬고 

내 먹이 
네 먹이 
따로따로 자기 곳간을 가지지 않아서 
배고프면 
어디에서라도 
입을 다신다. 

백 마리가 함께 살아도 
산자락을 갈라서 담 쌓지 않고 
천 마리가 함께 살아도 
하늘을 조각내어 나누지 않는 
산새의 
산과 같은 온전함 
하늘 같은 넉넉함 

그래서 
산새들은 늘 몸이 가볍다. 
숲속에서도 
하늘에서도 
바람처럼 
늘 몸이 가볍다. 
(이무일·아동문학가) 

+ 소쩍새 

소쩍새들이 운다.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뒷산에서도 
앞산에서도 
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시는 그 사이에도 
소쩍소쩍 솥이 작다고 
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댄다. 

아, 아. 마을은 
소쩍새 투성이다. 
(장만영·시인, 1914-1975) 

+ 아침 식사 

아침 일찍 문을 연 
과일가게 주인이 
상처가 조금 난 
복숭아와 사과 몇 개를 
가게 앞 가로수 아래 내놨습니다. 

-이게 웬 밥이야? 

먹이 못 찾아 배곯던 참새도 
절룩거리는 비둘기도 
야윈 잿빛 직박구리도 
어디선가 날아와 앉았습니다. 

예쁘지 않아서 
사람들이 사가지 않는 
상한 과일 몇 알이 
오늘의 귀한 양식입니다. 

소중한 아침 식탁 앞에 
새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습니다.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새들의 도시락 

사나운 바람을 견디느라 
등 굽은 
팥배나무 빨간 열매 
콩배나무 까만 열매 
새들의 도시락이다 

춥고 배고픈 새들 먹으라고 
나무가 마련한 
맛깔스런 도시락 

새를 기다리는 
빨갛고 까만 도시락을 
짧은 햇살이 데우고 있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나무와 새 

나무가 무슨 말로 
새를 불렀길래 

새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을까? 

나무가 새에게 
어떻게 해 줬길래 

새가 저리 기분이 좋아 
날개를 파닥이다가 
짹재그르 짹재그르 노래 부를까? 
(이상문·아동문학가) 

+ 오월의 산길에서 

산길을 오르다가 
새알을 보면 

보드라운 풀과 나뭇잎으로 엮은 
내 품안에 
고이 넣어두고 싶다. 

녹색의 물결 굽이치는 
오월의 산길에서는 
누구나 날개를 활짝 펴는 법 

내가 그 고운 아기들의 
엄마가 되고 싶다. 
졸랑졸랑 뒤따라오는 
산새 소리를 듣고 싶다. 
(김문기, 극작가이며 시인, 1962-) 

+ 조선의 참새 

챠챠 
중국 참새는 
중국말로 울고 

쥬쥬 
일본 참새는 
일본말로 울고 

짹짹 
조선의 참새는 
조선의 새라서 
남에 가나 
북에 가나 
우리말로 운다. 

짹짹 
하얀 얼 보듬는 
조선의 참새. 
(한석윤·아동문학가, 1943-) 

+ 깜빡 졸다가 

버스를 탔어 
아차! 
깜빡 졸다가 
내릴 곳을 놓쳤어. 
누가 알까 부끄러워 
태연한 척 내렸지. 
얼마나 더 왔나 
내려서 두리번거리는데 
전깃줄 위 참새랑 
눈이 마주쳤어. 

참새야, 
넌 그런 적 없니? 

깜빡 졸다가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질 뻔한 적 

너도 나처럼 
안 그런 척, 파다닥 
난 적 없었니? 
(최윤정·아동문학가) 

+ 참새와 허수아비 

안녕! 
허수아비 아저씨 
짹짹짹 

어서 오렴 
농약 때문에 못 오는 줄 알고 
섭섭해했다. 

안심하고 
콕 콕 쪼아 많이 먹으렴 
무공해 알곡만 있다. 

이제 
배를 채웠으니 
기쁘게 해 드릴게요. 

아슬아슬 
외줄타기 하는 아가참새 
짹짹짹 짹짹 
풍년가를 완창하는 엄마참새 
딸랑 딸랑 
빈 깡통으로 추임새를 넣는 아빠참새 

한마당 신나는 굿판에 
허수아비 아저씨도 
허허허 웃으며 
들썩들썩 
어깨춤을 춥니다. 
(박영식·시인, 1952-) 

+ 참새의 어머니 

어린애가 
새끼 참새를 
붙잡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 
웃고 있었다. 

참새의 
어머니 
그걸 보고 있었다. 

지붕에서 
울음소리 참으며 
그걸 보고 있었다. 
(가네코 미스즈·27살에 요절한 일본의 여류 동요시인 ) 

+ 우포늪에서 1 - 날지 못하는 새 

큰기러기가 날아갑니다. 
쇠기러기가 날아갑니다. 
황새가 날아갑니다. 
청둥오리가 날아갑니다. 

노랑부리저어새가 날아갑니다. 

우포늪, 여기서는 
사람만 날지 못하고 
우두커니 땅에 서서 
날아가는 새를 쳐다봅니다. 

"바보들, 날지도 못하면서....." 

새가 사람에게 
똥을 찍찍 싸대며 날아갑니다. 
(오인태·시인, 1962-) 

+ 가난한 새의 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말과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수녀, 1945-) 

+ 독수리 

품안에 애지중지 
새끼를 품었다가도 

이윽고 때가 되면 
아득한 절벽 꼭대기에서 

저 드넓은 창공으로 
훨훨 새끼를 떠나보내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 속에 

근심스런 눈물 한 방울 
감추었을 너. 

새끼를 철석(鐵石)같이 믿는 
멋진 그대 

오! 
자유의 스승이여 
(정연복,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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