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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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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공부와 시쓰기가 인생 끝자락의 제일 큰 행복이라고...
2017년 03월 23일 00시 10분  조회:2826  추천:0  작성자: 죽림
   
▲ 시집 ‘‘가’자 뒷다리’
   
▲ ‘‘가’자 뒷다리’ 시인 황보출 할머니
   
▲ 황보출 할머니가 시집 출판을 기념해 지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황보출 어르신과 막내딸 김명순 씨가 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우리는 모두가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게 아닌가. 욕심 없이 사는거지.”
 골골이 패인 주름 사이로 생의 농익음이 물결친다.
 1930년대에 태어나 일제 식민통치와 한국전쟁까지 지난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 겪었다.
 가난으로 초등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고 글을 몰라 평생을 다른 이 앞에 나서지 못했다.
 8남매는 기쁨이었지만 때론 삶의 무게로 어깨를 짓눌렀고 70대 후반에서야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초등학교 인정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해 여든 넷이라는 고령에 첫 시집 ‘‘가’자 뒷다리’를 출간한 황보출<85> 할머니의 이야기다.
 한글을 깨치고 시를 쓰면서 비로소 자신을 찾았다는 황 할머니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70대 후반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있나.
 나는 평생을 시금치와 쌀 등을 팔며 8남매 뒷바라지를 했다. 내 나이 육십 중반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식들 교육으로 빚만 잔뜩이었다.
 그 때 남편을 잃은 상실감과 빚을 갚기 위해 무리해 일하면서 몸이 많이 축났다. 과로로 쓰러진 뒤 막내딸이 자신이 모시겠다며 서울로 올라가자고 하더라.
 그렇게 서울로 가게됐다.
 평생을 흙에서 노동을 하며 살던 내가 서울에 있으니 할 일이 없어 적적했다.
 그 때 딸에게 내색은 많이 못했지만 집 앞 골목 골목을 매일 울며 한없이 걸었었다.
 우울증이 와 도저히 안될 것 같을 때 딸아이가 어머니학교가 있다며 가볼 것을 권했다.
 다 늙어 무슨 배움이냐 했지만 설레는 마음은 숨길 수 없더라. 못 배운게 평생 한이었으니까.
 인천에서 서울 회기동의 어머니학교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며 한글공부를 했다.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거리에도 힘들지 않았다.
 2012년 2월에 초등학교 인정 졸업장을 취득했다.
 그 때 꼭 하늘을 나는 기분이더라.
 
 - 시를 쓰게 된 이유는.
 나는 삶의 구비구비마다 그저 참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글을 배우고 나니 그것을 털어놔야 내가 편안해지겠구나 싶었다.
 일기인지 시인지 모를 글을 계속 썼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돌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었다. 그제야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생이 달라졌다.
 무언가를 계속해서 쓰는 나를 보고 어머니학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시문학 공부를 해보지 않겠냐”고 묻더라.
 “좋다”고 답하고는 열심히 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이성수 시인을 만났다.
 이성수 시인은 내가 쓴 시를 읽고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아마 자신의 어머니가 떠올라서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내 시를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의 할머니가 나와 같았다고.
 나는 나의 지난 삶을, 또 지금 나의 삶을 쓸 뿐인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오히려 내가 너무 고맙더라.
 
 - 시집 ‘‘가’자 뒷다리’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시집 속 시들은 팔십이 넘는 세월 속 나의 행복이자 상처에 대한 기록이다.
 편안하게 나의 이야기를 쓴 것이다.
 그때 그때 떠오르는 기억과 마주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등에 대해 써봤다.
 시집은 어쩌면 나의 삶 자체라 할 수 있다.
 
 - 좋아하는 시와 시에 대해 설명해달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남편님 물신은’과 ‘말봉재 고개’, ‘고맙습니다’다.
 “남편님 물신은 목장갑 입니다//발에 무좀이 심해서/장갑으로 물신을 만들어 신고/떨어지면 버려서/논둑마다 장갑 물신이 가득합니다.//십 년이 지나도 우리 논둑에는/남편님 신던 목장갑이 있습니다.”(‘남편님 물신은’ 전문)
 시 ‘남편님 물신은’ 무좀이 있던 우리 남편이 목장갑으로 물신을 만들어 신었던 이야기를 시로 썼다.
 이 시 쓰고 나도 어찌나 울고, 우리 딸래미도 어찌나 많이 울었던지.
 고생만하다 떠난 남편이 생각날 때면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며 그리움을 달랜다.
 “봄나물 하러/밥 한 그릇/삼베 보자기에 싸고/엄마랑 둘이 산으로 갔네.//이 산 저 산 다니면/배가 고파서//냇가로 내려와/두 모녀가 밥을 먹었네.//엄마는 나에게/많이 먹으라 하네.//나는/엄마가 많이 힘드니 엄마가 많이 먹으라고 했네.//산에 있는 배고픈 꽃들이/다들 입 벌리고 있네.”(‘말봉재 고개’ 전문)
 시 ‘말봉재 고개’는 우리 어머니와의 기억을 그린 시다.
 요즘따라 꿈에 자꾸만 어머니가 선명히 보인다.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 우리 어머니는 아직 너무 고우시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나는 말봉재 고개에 대한 기억이 많다.
 그 중 가난 속에서도 나를 위해 배고프지 않다 말씀하시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한 곳이다.
 “얼굴이 못나고 잘나고는/중요하지 않습니다./내 마음이 밝아지면/얼굴이 밝아지고/삶이 밝아지기 때문입니다.//내 인생 아무리 머리 굴려도/정답은 없습니다./항상/내 마음을/맑은 얼굴을/사람들에게 보여주면/이 세상이 다/밝은 세월입니다.”(‘고맙습니다’ 중 일부)
 시 ‘고맙습니다’는 시를 쓰면서 달라진 나의 삶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시가 아닐까 한다.
 딸아이가 그렇게 말한다.
 시를 쓰면서 엄마 얼굴이 밝아졌다고.
 그러면서 자신도 또 다른 가족들도 밝아졌다고.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밝은 마음으로 얼굴이 밝아지고, 삶이 밝아지기를 바란다.
 
 - 최근 다시 딸과 함께 포항으로 내려왔는데. 요즘도 시를 쓰고 공부를 하고 있나.
 최근에도 계속 시를 쓰고 있다.
 시를 처음 쓸 때는 일기와 같이 내 이야기를 마구 뱉어냈다면 요즘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쓰고 있다.
 눈 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일상의 풍경과 삶의 이야기를 시의 소재로 쓰고 있다.
 공부는 한 달에 두 세번씩 서울을 오가고 있다.
 한 번 서울에 가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딸네에서 며칠 있으면서 어머니학교 등지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공부와 시 쓰기가 인생 끝자락 나의 행복이다.
 최근에는 그림도 그리고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더라.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이다.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않고 공부하고 시를 쓰고 싶다.

 
© 경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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