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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는 삶과 한 덩어리가 된, 육화적인 언어로 련금술해야...
2017년 03월 27일 18시 38분  조회:2169  추천:0  작성자: 죽림


4. 관념성과 불필요한 난해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간다 
무한한 공간 속으로 
닫혀 있는 창을 열고 
雨의 장막을 넘어 
나는 간다 

영원한 침묵 속으로 
저자 거리의 소음을 뒤로 하고 
검은 숲 오솔길을 걸어 
나는 간다 

절대의 고독 속으로 
닫혀 있는 창 너머로 
누구와도 아닌 홀로서 
순수 이전으로 돌아간다. 

- 「순수 이전으로」 

a--a'--a" 형식으로 씌어진 이 시는 '나는 간다, 어디 어디로.' 의 기본 골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시적 화자인 내가 가는 곳은 '무한한 공간' '영원한 침묵' '절대의 고독' 속이다. 
그곳을 작자는 순수 이전의 곳이라고 한다. 

순수 이전의 곳, 그러니까 지금 순수한 곳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때묻지 않은 그 어떤 곳으로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순수 이전의 곳이라는 무한한 공간, 영원한 침묵, 절대의 고독 등은 대단히 관념적이다. 
雨의 장막도 마찬가지다. 

'닫혀 있는 창을 열고' '저자 거리의 소음을 뒤로 하고' '누구와도 아닌 홀로서' 가는 길이라면 
죽음의 세계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죽음의 세계는 절대 순수의 세계일까. 
문제는 이 시의 시어들이 육화되지 않은 관념성에 빠져 있다는데 있다. 


미지에의 두려움에 망설이며 
되돌아갈 수 있는 줄 알았던 이 길이 
그러나 
길은 앞으로만 뚫려 있고 
등 뒤엔 이미 수렁 
나의 사색은 병약했으며 
암흑에 가두었고 
고통일 뿐이던 젊음 
삶과의 치열한 투쟁 
그러나 자신의 밀실을 벗어나지 못한 채 
묶여 있던 감각 굳어 있는 뼈마디 
나는 그것이 어둠인 줄도 몰랐었다. 

- 「봄」 중에서 

나약하던 자기의 밀실을 깨치고 나오는 어느 봄날의 기억에 대해 쓴 시이다. 
이런 자각과 깨달음을 통해 역사를 알게 되었고 쓰러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이 시의 뒷부분에 이어진다. 

그러나 어딘지 미더웁지 못한 데가 있다. 
바로 지금 이 시에서 보는 것과 같은 육화되지 않은 언어들 때문이다. 

'사색' '병약' '암흑' '투쟁' '밀실' '감각' 등의 관념적인 시어들은 삶으로 한 덩어리가 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삶과 언어가 따로따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

 

노래방에서 
―김용원(1962∼ )

일상이 지뢰밭처럼 느껴지는 날이면
아픈 상처로 절뚝거리며 노래방으로 간다
어느 노래인들 추억이 서려 있지 않을까
생의 모든 명제와 숙제들을 불러내어
네 박자에 모든 처분을 일임해 본다
남자라는 이유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사랑했어요
해후, 부산갈매기, 그 겨울의 찻집…
십팔번을 연이어 부르며 막춤을 출 때
나는 출세한 사람처럼 신명이 난다
누가 이처럼 심신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흐느끼고 아쉬워하며 목청 높여 결단한다
노래방, 닫힌 문이 열리고 맺힌 것이 풀어지는
이곳은 탕자들의 예배당이다 



 

 

제 나이를 열 살 깎아서(애거사 크리스티처럼), 열다섯 살 연하 남자와 사귀던 친구가 생각난다. 그녀는 나이를 속인 고충으로 함께 노래방에 가지 못하는 것을 들었다. 노래방 선곡으로 연배를 들킬 수 있다고. ‘십팔번’ 노래는 유흥이 중요한 일과인 청춘 시절에 유행한 가요나 팝송이기 쉽다. 

노래방에서 혼자 ‘남자라는 이유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사랑했어요’ ‘부산갈매기’, 노래마다 절절이 감정을 실어 ‘흐느끼고 아쉬워하며 목청 높여’ 부르고 막춤을 추는 사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화자는 ‘일상이 지뢰밭처럼 느껴지는 날이면’ 이렇게 혼자 노래방에 가서 ‘십팔번을 연이어 부르며’ 신명을 내고 푼단다. 노래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마치 성소(聖所)처럼. ‘누가 이처럼 심신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고마운 노래방. ‘닫힌 문이 열리고 맺힌 것이 풀어지는/이곳은 탕자들의 예배당’이란다. 아주 오래전, 몇 차례 교회에 간 적이 있다. ‘예루살렘! 예루살렘! 그 거룩한 성아!/호산나, 노래하자!/호산나, 부르자!’를 목청 높여 부르면 속이 후련했다. 예배보다 찬송가에 마음이 있었으니, 예배당은 나로 인해 탕자들의 노래방이었다.
 

 

시집 ‘당신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에서 옮겼다. 시인은 현재 교회 사무장이다. ‘밑바닥으로 떨어져 신음하는 사람들’을 아우르며 인간답게 살고자 안간힘 다하는 올곧은 신앙인의 염원과 절망과 환멸과 사랑이 순정하고 질박한 시편들에 담겼다. ‘당신의 기적만이 구원이 되는 이때/나는 당신께 기도할 수밖에 없으며/당신은 친히 이루실 수밖에 없나이다’(시 ‘겨울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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