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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6)
2017년 05월 06일 00시 26분  조회:2262  추천:0  작성자: 죽림

미래수필의 방향/ 한상렬

 


 

 

 “문학의 주체는 작가가 아니라 언어다. 1970년대 이래 언어행위 이론은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소쉬르를 위시한 구조주의 언어학자들은 시, 소설 또는 신화 등에서 일종의 규칙 체계를 찾아내려 한다. 이렇듯 언어는 육체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장치이며 글쓰기는 욕망의 대상에 해당한다.” (『수필학』제 16집, 박양근 <윤재천 수필문학 전집의 문학적 시원과 극점, 그 시그마에 대한 해석>, 2008. 문학관,66-67쪽)

 


  박양근은 이 글에서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으로 수필을 정립하려는 윤재천은 메타수필이라는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보았다. 즉 그의 담론은 필연적으로 들뢰즈의 탈영토론에 일치한다고 보았다. 포스트모던 문학비평가인 들뢰즈는 탈 모더니즘의 패러다임으로 탈영토화라는 문학적 담론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일반 독자는 혼돈에 대한 두려움으로 탈영토화를 원하지 않지만, 일탈이든 해방이든 자유든 간에 탈영토화는 잠재된 존재성을 활성화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꿈의 핵심에 다다르는 문학적 사유는 영토화→탈영토화→재영토화라는 원리에 따른다고 보았다.

  윤재천은 그의 《수필문학전집》권2 《명수필 바로알기》의 서문인 <생명의 미학을 위해>에서 “문화의 대홍수 사태에 침몰당하는 수필장르가 되지 않기 위해 퓨전수필, 접목수필, 해체수필, 마당수필, 수필적 다다이즘까지를 따라가는 수필문학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결단을 밝힌 바 있으며, 제3권의 발문인 <수필문학을 향한 네비게이션>에서는 시대적 당위성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1세기는 메타수필의 시대다.

  서구를 휩쓸던 해체주의도 기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흔들리며 새로움을 찾고 있다. 이것은 인간본성인 호기심에 의한 자연스러운 발상이며 현상이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우리 수필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정신이다. (5쪽에서)

 


  그렇다면 21세기의 수필문학은 어떤 방향을 가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행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테마수필

 


  수필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삶과 표현 방식에 부응하는 문학이다. 개인은 보편적 삶 외에 개별적인 시공과 심적 층위를 지니고 살아간다. 수필작가는 삶과 자연과 우주에 대하여 나름의 인식과 개성을 보유한다. 현대문학이 강조하는 개성은 작가 자신의 테마를 설정하여 새로운 안목을 제시하는 문학적 속성이다. 윤재천의 말과 같이(오차숙, 《수필문학의 르네상스》, 문학관, 2007. 59쪽) “작가는 자신에게 맞는 테마를 정해서 천착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는 말은 이를 뜻한다.

  『현대수필』을 중심으로 한 그룹은 이런 테마수필의 경향이 농후하다. 예를 들면 조재은의 영화에세이, 오차숙의 성에세이, 이옥자의 풍자에세이, 남홍숙의 형이상학에세이, 김소희의 동물에세이, 김희수의 일러스트에세이, 김미자의 동수필 등이 그것이다.

  박양근은 앞의 『수필학』16집(70쪽)에서 현대 독자는 구태의연한 소재에서 벗어나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영역을 다루는 작품을 선호한다, 고 하면서 “독자 수용에서 보아도 테마와 소재의 차별성을 지니지 못하는 수필은 예술적 긴장감과 가독성을 저하시키며 사이버 공간에 익숙해진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작가는 고유한 문학을 구축하는데 성실하여야 한다는 명제에서 볼 때 테마수필의 정립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2. 퓨전수필

 


  21세기는 학문과 예술의 경계가 차츰 무너진다. 문학과 영상, 문학과 미술이 만나는 테크놀로지의 통합이 확장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문학이라고 예외일 수만은 없다. 하이브리드 문화의 탄생을 예고하는 퓨전화는 순종주의보다 이종배합이 문학의 지평을 보다 넓혀준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시적수필, 서사수필, 극적수필이라는 하부장르 외에도 바다수필, 의학수필, 음악수필, 건축수필, 철학수필, 자연수필, 원예수필 등 문화양식이 뒤섞인 테마수필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퓨전Fusion이 미래의 비전Future Vision을 의미하듯 “이종결합은 21세기의 문학의 키워드”(한상렬, <수필의 일성성 벗어나기와 문학적 낯설게 하기>, 『수필학』, 제13집, 2005. 291쪽) 그러나 미술과 음악에 비해 문학의 이종결합이 더딘 이유는 봇구적 문단의 경직성 때문일 것이다. 윤재천도 이에 대하여 “21세기의 문화적 특성에 다른 문화적 대응 방안”(윤재천, <21세기가 요구하는 ‘퓨전수필’>, 『수필학』제8집, 한국수필학회, 2001. 133쪽)으로 이미 제시한 바 있다. 퓨전은 문학 장르의 혼성 이외에 문학과 미술, 문학과 음악 나아가 인문학과 공학의 접목까지 확장되는 광의적 이종결합으로 나아간다.

 


  3. 메타수필

 


  메타문학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양식으로서 사실주의 문학이 지닌 한계성을 극복하는 예술이론이면서 고답적인 형식에 대한 반동으로서 대두된 문학이다. 쉽게 풀이하면 어는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좋다면 그 근거를 밝히는 것이 메타비평이고 타인이나 자신의 작품에 대한 다시쓰기가 메타문학이다.(박양근, 앞의 『수필학』, 72쪽)

  이에 대하여 윤재천은 《윤재천수필문학전집》( 제1권, 2008, 252쪽)에서 메타의 의미를

“메타는 시나 소설, 수필이나 비평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거나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정신적 질서에 걸맞은 문학의 한 양식을 낧기 위한 자연스러운 노력, 반성과 기대가 총체화되어 나타난 당의적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수필은 체험의 문학임으로 메타문학을 “새로운 정신적 질서에 걸맞은 문학의 한 양식을 위한 반성과 기대”라는 윤재천의 언명을 보면 수필의 화자는 곧 작가임으로 삶 자체가 텍스트이고 이를 수필로 디시 쓰는 작업에 메타 글쓰기라는 해석이 나오게 된다. 그러므로 소설적 허구가 아닌 상상은 수필쓰기에 불가피하고 메타수필은 픽션과 리얼리티 사이의 틈을 메우는 글쓰기가 된다는 게 박양근의 해석이다. 소설이나 시에서 메타픽션과 메타시가 본격적으로 발표되는 현상도 허구가 아니라 다시 글쓰기를 근거로 하듯이 텍스트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을 도모하는 메타수필의 등장은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4. 웰빙수필

 


  수필작가의 양적팽창, 수필상의 남발, 수필평론의 야합 등 병리적 현상이 수필의 진정성을 해한다면 체험과 미적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웰빙수필은 사회에 대한 방부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문학의 사회적 기능은 세대와 계층 간의 간극을 조정하고 정치 불신에 따른 사회 분위기를 순화시켜 현실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그러므로 웰빙수필은 휴머니즘의 도래를 앞당기는 최적의 역할을 당당하게 할 것이다.l 이 점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개인의 사익으로 회귀하려는 사수필과의 차이가 될 것이다.

 


5. 마당수필

 


  마당놀이는 우리 전통의 열린 무대로 관객과 하나가 되는 화합의 장이다. 풍자와 해학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웃고 웃으며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에도 눈물나게 우스워 풍자를 통한 해학의 묘미를 제음미하곤 한다. (앞의 《윤재천 수필문학전집》 제1권, 324쪽)

 


  윤재천은 <마당수필 시대>에서 마당의 의미를 ‘열림과 나눔과 함께 함“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마당은 열린 공간으로 판소리와 탈춤이 열리는 공이다. 중요한 것은 배우와 관객이 혼연일체한다는 점이다. 수필의 대중성을 위한 공감대가 형상되는 공간으로서의 마당이다.

        

  6. 隨畵에세이

 


  상상과 환상에서만 존재하는 신화의 나라를 수화로 재현하려는 이른바 수필과 미술의만마남이 수화에세이이다. 2004년 9월 삼성갤러리에서 서초수필문학회와 분당수필문학회가 중심이 되어 개최한 회첩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윤재천의 취지가 담겨 있다.

 


  『현대수필사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기획수화전’을 준비했습니다. 혼자 꾸는 끔은 때론 허황될 수 있으나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또 다른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더불어 가는 길입니다. 육십 명이 넘는 수필작가의 작품과 열 분의 그림을 두 이미지로 포갰습니다. 이는 우리의 수필 사랑에서입니다. 인간과 연결된 모든 생태계의 작은 길이 에코브리지라면 수필과 맺어질 수 있는 다른 예술과의 에코브리지를 이번 수화전을 통해 설치한 것입니다. (윤재천, 《수필과 그림의 만남》, ECO-Bridge展-2004, 리임기획, 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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