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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제목이 때때로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게 한다...
2017년 06월 24일 23시 14분  조회:2040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의 감상기법] 


윤재순 


시 감상을 위한 몇가지 물음 

♠ 시의 올바른 감상을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하여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시의 구조는 다음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연관,그리고 이미지들의 주제와의 관계 
리듬의 구성과 그것이 주제와 지닌 관계 
연과 연의 짜임새와 그것이 주제와 지닌 관계 

대부분의 시는 사건, 행동, 상황, 시대, 인물 혹은 어떤 관념들과 관련되어 있다. 이것들이 시가 지닌 관련(Context)을 이룬다. 이 관련은 흔히 시의 제목이나 첫 줄에 나타나 그 시의 존재 이유, 창작 동기 등을 밝힌다. 시의 문맥 속에서 화자는 어디에 자리하고 있나? 그는 혼자인가? 그가 그러한 환경 속에 있음은 어떤 뜻이 있는가? 
화자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어떤 사물에게 말하고 있는가? 혹은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시는 왜 그리고 무엇이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였는가? 
시는 어떤 시대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가? 
시는 어떤 역사적 상황에 관련되어 있는가? 

화자는 누구인가? 성별은? 이름이 있는가? 나이와 처지는? 
화자는 사건, 사물, 사람에게 또는 사상(관념)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갖고 있는가? 
화자는 사람인가, 동물인가, 아니면 사물인가? 사람이라면 어떤 특징을 지녔고, 동물이나 사물이라면, 그것에 감정 이입(感情移入) 작용이 일어나 있는가? 
화자가 이러저러한 생각, 느낌을 갖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그의 그러한 생각과 느낌은 보통 사람과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 

시인은 어느 대상을 제시할 때,어떤 이미지를 쓰고 있는가? 여러 이미지 가운데 공통의 속성을 가진 것은 없는가? 여러 이미지들이 중심적인 주제나 감정에 집중되고 있는가? 서로 다른 여러 이미지들을 서로 연관 짓는 실마리는 없는가? 
여러 이미지들이 화자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에 어떤 인상,느낌을 부여하고 있는가? 이미지가 화자만이 특이하게 갖춘 행동,사고 방식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은가? 
한 대상을 그려내고 있는 이미지가 그 대상을 대하는 일반 사람들의 전형적인 눈과 어떻게 다른가? 이미지가 한 사물에 특수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시 속에 특수한 말,말투,말버릇 같은 것은 없는가? 화자가 특별히 시적인 표현을 하여 특수한 효과를 올리고 있는 어구(Poetic diction)나 표현은 무엇인가? 특수한 말,말투가 화자와 주제에 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 운율과 시의 형식은 주제에 영향을 미친다. 
시가 지닌 운(韻,Rhyme)은 어떤 형식을 갖고 있는가? 그러한 운(韻) 형식은 시의 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리듬은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 혹,리듬이 시가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의미와 어긋나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시는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시는 어떤 특수한 형식을 갖고 있는가? 각 연은 몇 개의 시행을 갖고 있는가? 각 연은 똑같은 수의 시행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연의 짜임새는 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연과 연의 관계는 주제를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가? 
각 시행은 독립적인 의미의 단위인가? 아니면,다른 시행과 엮어져 있는가? 시행의 짜임새는 주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시의 주제는 무엇인가? 독자가 포착한 시의 주제는 시의 중요 부분과 잘 어울리고 있는가? 
시에서 찾아낸 주제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시에서 제시할 수 있는가? 
시에서 찾아낸 주제가 다른 작품에서 흔하게 찾아 낼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인가? 
시의 언어,이미지,운(韻),리듬 들이 찾아낸 주제를 뒷받침 할 수 있는가? 

제목은 때때로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게된다.시에 따라서는 제목에 유념하면서 시를 읽을 만한 것이 있는데,가령 유치환의 '생명의 서',박두진의 '묘지송' 등은 직접 그 제목이 주제를 요약하거나 암시하는 구실도 하고 있음에 유의하자.이는 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글의 내용과 제목 사이에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시에서 제목이 어떤 구실을 하며,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예)유치환 '생명의 서' 

제목이 어느 지역과 특별히 관련되어 그것을 특징짓고 있는가? 
예)김동환 '국경의 밤' 

제목이 어떤 사람을 특징짓고 있는가? 
예)'소년을 위한 목가' 

제목이 어떤 사물과 특별히 관련지어 있는가? 
예)서정주 '귀촉도',신경림 '갈대',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제목이 어떤 사물과 사건을 특징짓고 있는가? 
예)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제목이 시를 쓴 목적을 밝히고 있는가? 
예)'소년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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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과 끝 
―김왕노 (1957∼ )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

나는 그러니 첫과 끝의 합작품이다.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
이 수족으로 나는 한 여자에게 첫 남자와 끝 남자이기를 꿈꿨다.
나의 첫과 끝으로 사랑을 찾아가 내 사랑의 첫과 끝을 어루만졌다.

너도 너의 첫과 끝으로 나의 첫과 끝이 되곤 했다.

 

 

그첫과끝이있기에우리는부둥켜안고전율하고눈물이났다.

너는 너의 첫을 내게 주므로 나의 끝이기를 바랐다.


너의 첫 키스, 첫날밤, 첫 요리, 첫 꽃을 주어 나의 끝이기를 바랐다.

 

다가갈수록 자초지종인 듯 내게 주는 너의 첫
그 첫이 너의 끝으로 나의 첫으로 이어가는 징검다리인줄 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뜬금없이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후배한테 들은 논술시험 채점 항목이 생각났다. 이해력, 분석력, 논리력, 창의력, 표현력.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라, 몸의 첫이 발가락이고 끝이 손가락일 수도 있지 않나? 첫 행에서 논리적 결함을 발견한 듯 갸웃거려지던 고개가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에서 이내 끄덕여진 때문인지 모른다. 시를 이런 식으로 분석해서 읽으면 안 되는데, 나쁜 버릇이다. 핑계를 대자면, 감정이입은커녕 독해가 안 되는 뉴에이지 시집이 드물지 않아 생긴 버릇이다. 시를 이해하는 코드가 내게 없는 게 아닌가, 겸허하게 한 수 배워보려고 시집 해설을 읽다가 ‘시도 이상한데 해설은 더 이상하네!’ 삐친 적도 여러 차례다. 그러다 보니 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게만 쓰여도 반가울 지경이다. 표현이 혼돈이든 수렁이든 그 세계의 창의를 즐길 독자도 있을 테다만.

세상만사에는 처음이 있다. 우정도 사랑도 처음엔 얼마나 온전한가. 그렇지만 처음이 있으면 끝도 있다. 그 때문에 어떤 관계도 아예 시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화자는 그 첫과 끝이 있기에 우리는 부둥켜안고 전율하고 눈물이 난단다. 이것이 마지막인 듯 사랑하라! 화자의 상대는 ‘다가갈수록 자초지종인 듯 너의 첫’을 준단다. ‘너의 첫 키스, 첫날밤, 첫 요리, 첫 꽃’, 그 ‘첫’의 신선함을 끝까지 잃지 않으려면 얼마만큼 긴장해야 하는 걸까. 씹을수록 감칠맛 나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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