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2017년 07월 24일 04시 17분  조회:2350  추천:0  작성자: 죽림

4

은유,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끌여들여, 현실의 거친 벽을 넘어선다. 언어는 오히려 솟아나는 새싹 같은 푸른 마력으로 드러나,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어주는 매듭이 된다.

진실은 더 선명해진다.

이처럼 시적 상상력의 본질을 이루는, 논리 이전의 언어인 은유는 세계를 새롭게 발견하는 열린 사유이다.

언어적 논리를 넘어서서 현실을 더욱 풍요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변환시켰다가 다시 창조된 현실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마이클 레드포드의 {일 포스티노} 또한 시적 상상력이 넘치는 한 편의 영상시로 평가된다.

시적인 리듬, 시적인 영상, 시적인 대사 등 시적 표현 양상을 모두 담고 있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건 은유지만 더 우리를 찡하게 하는 것은 은유를 통해 이루어진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과 소통이다.

시에 문외한이었던 마리오는 네루다를 만나면서 삶의 보이지 않는 곳을 응시하는 시적 은유의 세계를 발견한다. 은유가 세계의 또다른 모습, 또다른 환幻의 수많은 단면을 투사하는 무한한 언어의 세계임을 깨달은 것이다.

마치 파도의 포말 하나하나에 비치는 세계처럼 말이다. 
마리오의 이러한 시적 체험의 과정은 곧 시가 무엇인지,

시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극적인 질문을 보여준다. '……기타 등등'이 이 세상 다른 것의 은유라면 이 세계는 온통 은유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마리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섬, 작은 파도와 큰 파도, 절벽 위의 바람,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신부님이 울리는 교회의 종,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심장소리 등등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큰 은유의 세계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은유의 눈으로 세상의 진실을 읽으려 했던 마리오는 진정 아름다운 시인의 삶을 살아낸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임시직 우체부였던 마리오는 한편의 시도 쓰지 않았지만 진정한 시인이다.

그는 은유 속에 있는 삶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않았던가. 마리오가 죽고난 다음에야 네루다는 소식이 끊긴 자신에게 보내고자 마리오가 녹음했던 섬의 소리들을 듣는다.

마리오를 생각하며 쓴 한 편의 시는 시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게 겨울이었는지 강가였는지
언제, 어떻게인지 난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는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에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네루다는 마리오를 시인으로 인정했다. 아니, 그는 마리오로부터 새로운 은유의 세계를 읽어내었으리라. 
이처럼 은유는 언어적 이미지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해 긴밀한 마음의 움직임을 만든다. 결국 시적 사유란 현실에 대한 새로운 욕망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개혁의지가 될 것이다. 한 편의 시는 은유를 통해 무의식의 세계에서 빛으로 건져낸 서정의 이미지. 그래서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조그만 샛강이 하나 흘러왔다고 하면 될까
바람들이 슬하의 식구들을 데리고
내 속눈썹을 스친다고 하면 될까
봉숭아 씨를 얻어다 화분에 묻고
싹이 돋아 문득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 일이여
돋은 떡잎 위에 어른대는
해와 달에도 겸하여
조심히 물을 뿌리는 일이여
―장석남, [봉숭아를 심고] 부분

봉숭아 씨앗을 심고, 그 싹 위에 조심조심 물을 뿌리는 마음, 그건 생명을 향한, 아름다움을 향한 시인의 의지이다.

언어로 그려진 이 그림을 통해서 푸르고 따뜻한 진실의 한 풍경에 닿는다. 어떤 마음의 울림이 이미지를 통해 만드는 파문.

여기서 우리는 그 존재조건만으로 주어진 현실을 건너, 샛강이라는 은유에 들어갔다가,

새로운 현실을 경험한다. 하나의 언어가 지닌 사전적 의미는 은유를 통해 그 의미가 확장되어 시인 자신만의 구체적 진리를 형성해낸다.

그것이 서정의 위력을 만든다.

이렇듯 어떤 대상들의 뒷모습을 새롭고도 섬세하게 읽어가는 은유의 불빛이 시의 세계고, 사진의 세계이며 영화의 세계이다. 
쿠델카의 손목이 보여주고 있는 시간의 은유는 무엇일까. {안개 속 풍경}, 바다에서 건져올린 거대한 동상의 부러진 손목과 비교해 볼만하다.

그 뒤로 펼쳐진 도심의 풍경은 시간 속을 걷는 우리의 기억일 것이다. 기억은 과거와 그 과거를 향하는 현재의식의 결합으로 창조된다.

사진 이미지가 주는 은유는 흔적, 시간, 죽음 같은 것들로 현재 속 과거이다. 사진은 포착한 순간의 우연성과 필연성을 통해 꿈과 픽션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사진의 미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인 힘이 된다.

거기서 작가는 새로운 진실을 캐어내고, 대상에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다.
{스모크}라는 영화에서 담배가게 주인은 가게 앞 같은 한 장소를 매일 같은 시간에 십 년 이상을 계속 찍는다.

매일 같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그는 그 시간이 얼마나 유일한 순간인지를 알았던 것.

그 시간의 고유성이 우리에게 제기하는 것이 무엇일까. 찍는 사람과 찍힌 대상이 만나는 찰나적이며 유일한 순간, 그것은 과거의 시간이 아니다.

시간의 풍경 속을 걸어왔고, 걸어가는 중이기에 사진은 지난 일이 아니라, 그 기억이 지시하는 현실을 묻는다. 사진엔 이미 사라진 시간과 존재,

즉 끊임없는 죽음의 이미지가 담겨 있지만, 현재에 이르러 그것은 존재를 재발견하게 의식의 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10 첫사랑아, 첫사랑아, 나에게 돌려다오... 2017-07-24 0 2177
609 시의 첫머리는 독자와 만나는 첫번째 고비이다... 2017-07-24 0 1897
608 장마야, 우리들은 널 싫어해... 2017-07-24 0 2014
607 "시인이 되면 돈푼깨나 들어오우"... 2017-07-24 0 1848
606 백합아, 나와 놀쟈... 2017-07-24 0 2075
605 "해안선을 잡아넣고" 매운탕 끓려라... 2017-07-24 0 1953
604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것은"... 2017-07-24 0 1780
603 시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창조성의 요인은 바로 상상력이다... 2017-07-24 0 2326
602 동물들아, "시의 정원"에서 너희들 맘대로 뛰여 놀아라... 2017-07-24 0 2642
601 시인은 불확실한 세계의 창을 치렬한 사유로 닦아야... 2017-07-24 0 1965
600 초여름아, 너도 더우면 그늘 찾아라... 2017-07-24 0 2071
599 "내가 죽으면 한개 바위가 되리라"... 2017-07-24 0 2618
598 련꽃아, 물과 물고기와 진흙과 함께 놀아보쟈... 2017-07-24 0 2284
597 현대시야, 정말로 정말로 같이 놀아나보쟈... 2017-07-24 0 2089
596 선물아, 네나 "선물꾸러미"를 받아라... 2017-07-24 0 2401
595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2017-07-24 0 2062
594 채송화야, 나와 놀쟈... 2017-07-24 0 3592
593 시의 초보자들은 문학적인것과 비문학적것을 혼동하지 말기... 2017-07-24 0 2119
592 찔레꽃아, 나와 놀쟈... 2017-07-24 0 2411
591 상상력의 무늬들은 새로운 세계와 세상의 풍경을 만든다... 2017-07-24 0 2018
590 커피야, 너를 마시면 이 시지기-죽림은 밤잠 못잔단다... 2017-07-24 0 2536
589 시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2017-07-24 0 2350
588 담쟁이야, 네 맘대로 담장을 넘어라... 2017-07-24 0 2264
587 시인은 사막에서 려행하는 한마리 락타를 닮은 탐험가이다... 2017-07-24 0 2145
586 꽃들에게 꽃대궐 차려주쟈... 2017-07-24 0 2266
585 무의식적 이미지는 눈부신 은유의 창고이다... 2017-07-24 0 2358
584 유채꽃아, 나와 놀쟈... 2017-07-24 0 1974
583 음유시는 문자와 멜로디와의 두개 세계를 아우르는 시이다... 2017-07-24 0 2036
582 풀꽃들아, 너희들도 너희들 세상을 찾아라... 2017-07-24 0 2070
581 시인은 은유적, 환유적 수사법으로 시적 세계를 보아야... 2017-07-24 0 2277
580 풀들아, 너희들 세상이야... 2017-07-24 0 2349
579 시인은 날(生)이미지를 자유롭게 다룰 줄 알아야... 2017-07-24 0 1929
578 봄아, 봄아, "봄꽃바구니" 한트럭 보내 줄게... 2017-07-24 0 2332
577 시인은 그림자의 소리를 들을줄 알아야... 2017-07-24 0 2051
576 금낭화야, 나와 놀쟈... 2017-07-24 0 1748
575 시인은 절대 관념이나 정서의 노예가 아니다... 2017-07-24 0 2008
574 춘향아, 도련님 오셨다... 2017-07-24 0 2345
573 좋은 시는 그 구조가 역시 탄탄하다... 2017-07-24 0 1945
572 아카시아야, 나와 놀쟈... 2017-07-24 0 2248
571 시를 쓰는것은 하나의 고행적인 수행이다... 2017-07-24 0 2110
‹처음  이전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