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가짜 詩"와 "진짜 詩"...
2017년 11월 03일 01시 36분  조회:4749  추천:0  작성자: 죽림


인공지능이 쓴 시

 

봇포엣(botpoet.com)이란 웹사이트를 아시는지. 이 사이트는 방문자에게 ‘시인이 쓴 시’와 ‘인공지능 장착 봇(bot)이 쓴 시’를 차례로 보여주며 방문자가 일명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수행하게 한다.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하는지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대에 제안한 실험. 참여자는 커튼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상대방과 텔레그래프로 채팅, 커튼 뒤 존재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분한다. 이때 양자를 쉬 구분하지 못하면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하는 걸로, 혹은 인간 지능에 근접한 걸로 본다. 편리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엄밀한 방법은 아니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봇’ 작품으로 오판하다

봇포엣에 접속, 튜링 테스트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대부분 정답을 맞혔지만 늘 그런 건 아니었다. 어떤 시는 사람이 쓴 건데 봇이 쓴 걸로 착각했고, 봇이 쓴 시를 두고 사람 작품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파블로 네루다[1]가 쓴 시를 봇 작품이라고 잘못 말했을 땐 시인에게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시가 영문으로 작성된 탓에 단어 선택이나 문장 배치 등이 자아내는 어감을 면밀하게 포착하기 어려웠고, 그 결과 시인의 시적 파괴와 봇의 엉뚱함을 구별하지 못한 게 오판의 원인이었다.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그림이나 작곡에 도전하는 건 신기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인공지능이 시인∙소설가∙화가∙작곡가의 밥그릇을 (심각한 수준에서!) 위협하고, 더 나아가 의사∙변호사∙대학교수∙건축가∙프로그래머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

사실 컴퓨터가 시를 쓰는 건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하며, 신문 기사를 작성하고, 그림이나 작곡에 도전하는 건 신기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인공지능이 시인·소설가·화가·작곡가의 밥그릇을 (심각한 수준에서!) 위협하고, 더 나아가 의사·변호사·대학교수·건축가·프로그래머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

시를 쓰는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오늘날의 변화가 단순히 경제·경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인간의 삶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변화를 추동(推動)하고 있다, 는 주장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인간은 필요 없다’(원제 ‘Human Need Not Apply’)란 책을 쓴 제리 카플란(Jerry Kaplan) 미국 스탠퍼드대 법정보학센터 교수는 인공지능이 몰고 온 노동 시장의 파괴와 불평등 심화에 대해 고민하며 “그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때 고민과 주장의 시점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다.

같은 이유로 ‘시 쓰는 봇’ 역시 이제 그리 신기하지 않다. 나도 당신도 이미 알고 있다. 인공지능은 시를,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쓸 수 있단 사실을. 시인 한 사람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고 술을 마시고 실연을 당하고 불면의 날을 지새는 동안 인공지능은 모르긴 해도 100만 편쯤의 시를 뚝딱 완성해낼 것이다. 그중 10만 편 정도는 사람이 쓴 시와 구별되지 않을 테고 1000편은 뛰어난 시인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길 만한 수준일 게 분명하다. 10편 정돈 ‘걸작’으로 명명해도 될 정도 아닐까? 이세돌과 커제가 하루 한두 판의 대국을 소화하는 동안 알파고가 수십, 수백 판의 대국에도 끄떡없었던 것처럼 생산성 측면에서 인간은 이미 인공지능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설령 그게 시를 쓰는 일이라 해도.

 

시를 시일 수 있게 해주는 건 시인의 삶과 생각

그런데 말이다. 시를 쓴 주체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해서 컴퓨터가 쓴 글을 시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예를 들어 앞서 예로 든 ‘100만 편의 시를 쓴 인공지능’ 작품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하자(사실 이건 윤동주의 시이지만 봇이 그 비슷한 내용의 시를 썼다고 가정해보잔 얘기다)


 

그런데 시를 쓴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봇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봇이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한 걸 상상할까? 그럴 리 없다. 봇에겐 삶이나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봇은 내면의 서정을 토해내려 활자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학습된 알고리즘에 따라 단어를 이리저리 무심하게 배치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동주의 시를 닮은 위의 것은 교묘하게 배치된 단어의 조합일 뿐 시는 아니다.

단어의 조합

따지고 보면 봇포엣의 튜링 테스트 역시 알고리즘 속 시뮬레이션 기능을 점검하는 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봇의 시적 상상이나 서정적 능력을 측정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사람들이 윤동주와 네루다의 시를 읽고 감동하는 건 그저 그들이 선택한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만든 시적 문장과 그들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느끼며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봇이 쓴 시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다 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는 될 수 없는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온갖 봇’들의 홍수에서 정신 차리고 살아남기

정보를 단순히 취합해 기사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에서 비판적 저널리즘 정신을 기대할 수 없듯, 몇몇 단어 조합으로 ‘시 비슷한 글’을 만들어내는 봇에서 시인 정신을 바라는 건 난센스다. 그것들은 시뮬레이션일 뿐 실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칼럼 서두에서 번역했던 시의 원문을 읽어볼 차례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걸 쓴 건 사람일까, 인공지능일까?


 

이건 ‘특이점(singularity)’ 개념의 주창자로 유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만든 알고리즘 ‘사이버네틱 포엣(Cybernetic Poet)’의 작품이다. 난 처음 이 시를 읽고 ‘사람 작품’이라고 착각했다. 긴가민가했지만 마지막 구절(‘passed their dreams’)에서 깜빡 속고 말았다. 오래된 친구들이 전하는 꿈, 이라니. 세상에, 속을 만하지 않은가.

 

 


[1] Pablo Neruda(1904~1973). 칠레 시인으로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295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322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2574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3488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2627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370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2852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461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471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031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2517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201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421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2836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3954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2650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2865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555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2736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509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258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197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1818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396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067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536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312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2514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3719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095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200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281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2983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163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2542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284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161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510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176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311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