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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렵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한 신석기 시대 농업혁명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자연에서 먹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사람 곁에서 살아가게 된 동물이 잇따라 출현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참새는 그런 대표적 예이다. 그러나 참새가 언제 어떻게 인간과 함께 살게 됐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마크 라비네트 노르웨이대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유럽 집참새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그 수수께끼를 일부 풀었다.
집참새는 서유럽부터 유라시아 중부에 분포하고, 이후 인위적으로 퍼뜨려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 사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새다(우리나라의 참새와는 종이 다르다). 사람이 몰락한 거주지에서는 절멸할 정도로 사람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은 동물이다. 숲과 덤불을 피하고 인가 근처에서 살며 곡식과 곤충을 주로 먹는다.
연구자들은 집참새 가운데 예외적으로 사람 곁에서 살지 않는 아종인 박트리아참새와 다른 유럽 집참새의 유전체를 비교했다. 박트리아참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철새로 곡식이 아니라 풀씨 등을 주로 먹는다. 박트리아참새가 인간 환경에 적응하기 전 참새의 형질을 갖췄다면, 현재의 집참새와 비교해 언제 어떤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분석 결과 박트리아참새는 현재의 집참새와 약 1만1000년 전 갈라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대 초 처음 밀 농사가 시작됐을 때 중동의 일부 참새는 박트리아참새와 다른 진화경로를 밟기 시작했다. 인간 거주지를 삶터로 삼은 이 새로운 집참새는 약 6000년 전 농업 확산과 함께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유전자 분석에서 밝혀졌다.
집참새가 이렇게 확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두개골·안면 발달과 관련 있는 유전자(COL11A)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사람에 이런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두개골이 두꺼워지고 안면구조 기형이 나타난다. 이런 변화가 없는 박트리아참새는 집참새보다 머리와 부리가 작다. 농사를 하면서 야생 작물의 알곡 크기가 커짐에 따라 이를 잘 먹을 수 있도록 집참새가 적응한 결과라고 연구자들은 해석했다.
두 번째 변화는 녹말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 유전자(AMY2A)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녹말이 다량 포함된 먹이를 잘 소화하게 됐다. 사람과 개는 대표적으로 이런 적응을 한 동물이다.
연구자들은 “이번에 밝혀진 것 말고도 집참새가 인간 환경을 이용하기 위해 이룩한 유전적 변화는 더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한편, 중동에서 밀 농사와 함께 집참새의 진화가 시작된 것처럼 동아시아에서는 황하 일대의 쌀농사와 함께 참새가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련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는 세계 온대지역 가운데 집참새가 없는 유일한 곳이다. 애초 이 지역에 집참새가 진출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참새에 의해 대체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참새는 동아시아를 비롯해 유라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유럽에서는 도시와 인가를 집참새에 내준 채 주로 숲과 덤불에서 산다(참새의 영어 이름은 ‘나무참새’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생물학’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avinet M, Elgvin TO, Trier C, Aliabadian M, Gavrilov A, Sætre G-P. 2018 Signatures of human-commensalism in the house sparrow genome. Proc. R. Soc. B 285: 20181246. http://dx.doi.org/10.1098/rspb.2018.1246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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