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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부 101] - 30...
2020년 03월 28일 23시 22분  조회:3204  추천:0  작성자: 죽림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상징도 결국 비유법의 한 종류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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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가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면 상징도 비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요? 상징을 비유라고 하지 않고 굳이 상징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나요?

상징도 결국 비유법의 한 종류 아닌가요?

원관념, 꼭꼭 숨어라!

비유와 상징은 원관념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모두 나타나지만 상징은 원관념 없이 보조관념만 제시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면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전쟁 없는 세계를 꿈꾸며 하늘에 비둘기를 날립시다’라고 제안한다고 할 때 ‘비둘기’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이때 비둘기는 단순히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의미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라는 원관념을 쓰지 않더라도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원관념이 문장 표현 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상징입니다.

비유가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일대일대응을 이룬다면 상징은 보조관념과 원관념이 일대다대응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비유가 둘 사이의 유사성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지는 반면 상징은 둘 사이의 유사성이 거의 없어도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두 대상이 공통점 없이 동떨어진 개념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앞에서 예를 들었던 비둘기와 평화는 어떤 유사점이 있을까요?

과거에는 비둘기 편지가 주요한 통신 수단 중 하나였지요. 그 시절, 이 새는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요? 도심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온갖 구박을 듣고 있지요. 기생충이 가득한 배설물을 도시 곳곳에 뿌리고 건축물을 부식시킨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다시 말해 오늘날의 비둘기는 인간 세상의 평화와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두 대상 사이에 별 관계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대단히 다양한 의미를 함축할 수 있게 됩니다.

맥락을 알아야 상징이 보인다

상징은 비유에 비해 훨씬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해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비유적인 의미는 유사성을 근거로 바로 파악할 수 있지만 상징의 의미는 시의 전체적인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박남수, 「새」 중에서

위의 시에서 ‘새’는 단순한 ‘새’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새에게 뜻을 만들지 않는다거나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는 표현 따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새에는 새 자체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미는 상징적이어서 바로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지요. 다행히 다음 연에서 시적 화자는 새의 정체를 ‘순수’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새는 순수한 속성을 지닌 모든 것들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자연, 사랑, 우정 등등을 상징할 수 있지요. 작품 속의 또 다른 상징인 ‘포수’와 ‘한 덩이 납’은 순수한 것들을 해치는 존재이지요. 인위적인 것, 폭력적인 것, 수단화하려는 것, 위험한 것 등등 순수를 더럽히는 것들은 모두 포수와 한 덩이 납에 해당되지요. 이와 같이 상징적인 시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 전체의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관습적 상징, 개성적 상징

흔히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고 십자가는 기독교를 상징하며 대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징들은 오랜 세월 사람들이 되풀이하여 사용해 온 것들입니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 대부분이 별다른 노력 없이 단어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고 있기 마련이지요.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이러한 상징들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문화권에서 형성된 풍습이나 제도 속에서 보편성을 얻은 것들이지요. 시조에서 ‘해’가 임금을, 해를 가리는 ‘구름’이 간신을 상징하거나 ‘대나무’가 절개를 상징하는 것은 모두 관습적인 상징에 해당합니다.

한편, 한 작품에서만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시인의 독창적인 체험에 의해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상징을 개성적 상징이라고 합니다. 개성적 상징은 의미의 폭이 넓고 암시적이므로 숨겨진 의도와 참뜻을 알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고작용이 뒤따릅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는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중에서

원래 ‘님’은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님’은 단순히 사모하는 사람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용운 시인의 독창적인 체험에 비추어 볼 때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지요. 한용운이 시인이자 민족운동가이자 승려였고 한 사람의 사내인 것을 생각해 볼 때 그의 시에 나타난 ‘님’은 절대자, 사랑하는 사람, 조국 등등 다양하게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뜬금있는 질문

상징 중에 원형적 상징이 있던데 그것은 무엇인가요?

원형적 상징이란 역사, 문학, 종교 등에서 되풀이되어 나타나 인류에게 유사한 정서나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상징물을 뜻합니다. 인간의 잠재의식에 담긴 원초적인 이미지로 전 인류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개 원형적 상징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 : 생명력, 탄생, 죽음, 소생, 정화, 속죄
불 : 밝음, 생명, 정열, 파괴, 분노
해 : 광명, 생명력, 희망, 탄생, 창조
달 : 그리움과 소망의 대상
땅 : 생산, 생명의 근원, 다산, 풍요로움
바다 : 죽음과 재생, 신비, 무한성

[네이버 지식백과] 상징도 결국 비유법의 한 종류 아닌가요?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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