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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 어느 명상수행자의 일기
2007년 10월 11일 11시 07분  조회:1769  추천:76  작성자: 명상클럽

고독  -- 한 명상가의 고요한 하루

           -- 사야도 우 조티카


고독은 계발되어야 한다. 정신적인 고독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고독도 마찬가지이다. 육체적인 고독이란 홀로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나 자신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적인 고독이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깨어서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는 상태란 깊이 잠이 들었거나 멍청하게 있거나 졸음이 오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람들은 고독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재미있게 해 주거나 자극을 줄 그 어떤 이와 함께 있기를 원한다.

자극에 대한 탐욕,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지루해 한다. 육체적으로 혼자 있을 경우에도 독서 또는 텔레비전 시청, 라디오 듣기 등으로 보내거나 과거지사와 미래에 대한 일들을 생각한다. 혼자 있으면서 독서도 않고 텔레비전이나 카세트 등을 듣지 않고 아무런 생각 없이 있는 것은 결코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고 간주한다.


지혜는 고독의 산물이다.

고독은 재충전이다.

내 가슴의 깊은 고요함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인생,

그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다른 모든 것은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나는 지금 M에 있다. 이 곳에 온 지 일주일이 되었다. 아름답고 조용하며 단순한 곳이다. 이 곳에는 큰 부자들은 없고 그냥 소박한 농부들이 사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단순한 사람들이 사는 단순한 곳이다. 단지 내 마음만이 복잡하다.

 

이 곳에는 많은 새들이 있는데 나는 새소리 듣기를 좋아한다. 바람이 나무들 사이를 맴돌며 불어와서는 내 마음을 달래준다. 바쁘고 시끄러운 도시와는 너무도 다르다. 이 곳은 정말 명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나에게는 큰 야망이 없으며 그냥 단순하게 살고 명확하게 보는 것이 나의 생활이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가 있겠는가? 그 어떤 사람도 심지어 내 자신조차도 변화시킬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지켜볼 수가 있다. 내가 현명하다면 그 누구에게나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그냥 지켜볼 것이다. 내 어깨에 온 세상을 다 지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때때로 진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갖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찾아온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마다 나를 만나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아마도 마음 챙김 훈련을 하면서 자극을 받거나 용기를 얻고 그리고 고무될지도 모른다. 또는 적어도 일상의 단조로움으로부터 일시적인 구원을 얻을 수도 있다.

 

이 곳에는 내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나는 내 생각을 스스로 간직하고 평화스럽게 사는 법을 터득했다.

 

그렇다. 세상은 미친 듯하다. 그러나 내가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 휘둘려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

 

오늘은 비가 내린다. 그러나 바람은 불지 않는다. 날씨가 나를 고요하게 만든다. 나무들은 또 작년보다 키가 많이 자랐다. 수년 내에 보기 좋은 숲이 이 수도원에 또 생겨 날 것이다. 숲 관할 부에서 내게 8에이커의 땅을 주었다. 더운 여름을 제외하고는 좋은 샘물과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음식도 충분하다. 주로 야채를 많이 먹는다. 나는 내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 충분한 시간조차도.

 

여기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가끔 수도원 운동장을 청소하기 위해서 몇몇 사람들이 찾아올 뿐이다. 내게는 모기장이 딸린 방이 있고 침대가 있으며 또한 앉기 편한 의자와 책들, 약품들, 종이와 펜이 있다. 아! 이곳에 내게 불편한 것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예쁜 그릇에 한잔의 좋은 차를 마시고 한껏 기분이 깨어난다. 혼자서 차시간을 축복한다. 비가 점점 심하게 온다. 내가 아는 한 이 곳은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지금은 오후 1시 15분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 스님들은 자신들의 오두막에서 명상을 하고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장소는 없다. 이만하면 최상의 장소가 아니겠는가! 이 곳 사람들은 내게 친절하다. 나는 스님들이 아플 때 그들을 보살펴 드린다. 그들은 마치 나를 의사처럼 대한다. 그러나 약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 숲에는 세 개의 숲 속 사원이 있다. 내가 있는 곳이 가장 격리된 곳이다. 방문자는 거의 없으며 보름달이 떴을 때 몇몇 사람들이 일하러 올 뿐이다.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나는 좀 더 책을 읽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지적인 자극에 대한 나의 욕망을 놓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그 날이 그 날 같은 세월이다.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여겨지고 아니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 것도 변화되는 것이 없다. 우리는 밤에 산책을 나간다. 바깥세상은 혼란스러우나 이 곳은 조용하다. 아무런 할 일도 없고 중요한 일도 없다. 모든 문제는, 아니 거의 모든 문제는 상상의 것일 뿐이다.

 

이 곳은 정말 평화스럽다. 새들도 많이 살고 있다. 때때로 일어나는 사소한 것 말고는 아무런 갈등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 나의 건강은 양호하다. 나는 내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워 나가고 있다. 야채를 많이 먹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며 설탕도 조금만 먹는다. 평화스러움이 많은 도움을 준다.

 

이 곳에서의 인생은 대단히 평화스럽고 고요하다. 어떠한 싸움도 없다. 왜냐하면 여기는 아무런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조금씩 조금씩 많은 일들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다.

오늘은 구름이 많더니만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들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나무들은 벌거벗은 팔들을 쳐들어 비를 환영한다. 덥고 건조하기는 하나 아무 문제가 없다.

 

이제 추워지기 시작하는 걸로 봐서 겨울이 곧 닥칠 것이다. 하늘은 말끔히 개었고 수평선 근처에 약간의 구름 송이가 떠다닐 뿐이다.

 

보름달이 뜬 밤은 정말로 아름답고 평화롭다. 지난 밤 나는 홀로 산책을 나갔다. 그 어디에 걱정과 근심이 있는가? 어느 곳에도 그런 것은 없다. 내가 생각하기로 그것들은 단지 상상에 의한 것일 뿐이다.

 

지금은 오전 4시 45분이다. 수도원에서 살고 있는 수백 마리의 새들은 대단히 활기차 보인다. 요즘은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기 때문에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두 개의 작은 그릇에 물을 넣어 새들이 마시고 목욕하도록 밖에 내어놓았다. 새들은 정말로 목욕하기를 좋아하는 듯하다.

 

그들은 내게 와서 노래를 불러주고 걱정하지 말라고 내내 가르침을 준다.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죽음 역시 어떤 순간에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

이 글은 우 조티카 큰스님이 법우들에게 보낸 편지 모음집인 『여름에 내리는 눈』의 제1장 「마음, 마음 챙김, 그리고 명상」에서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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