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말과닭, 초례, 큰상 1. 말과닭
조선민족의 전통혼인풍속에 잔치날 신랑은 말을 탔으며 최초에는 말가운데서도 흰말을 숭상하였다. 그리고 초례(결혼식)를 치를 때 교배상에 암수 산 닭 한쌍을 놓으며 신랑과 신부가 받는 큰상에 모두 통닭을 하나씩 놓는다. 이런 풍속의 연유에 대해 아래와 같은 몇가지 견해가 있다. 1) 말에관하여
(1) ≪역경(易經)≫의 둔괘(屯卦)와 효사(爻辭)에 의하면 중국의 은조시기(기원전 14세기—기원전 11세기)에 결혼할 때 신랑이 말을 타고 간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풍속을 기자(箕子)가 조선(고조선)에 오면서 전파하였다.
(2) 신라국(新羅國)의 제1대 임금인 박혁거세(朴赫居世)는 흰색 천마가 하늘에서 안고 내려온 알에서 태여났다. 천마를 기념하기 위하여 후세사람들은 잔치날에 신랑이 말을 타게 되였다.
(3) 먼 옛날에 말은 륙상교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였으며 조선민족도 고대에는 말을 잘 타는 민족이였다.
(4) ≪주역≫에 의하면 말은 하늘, 양성(陽性), 남성(父) 등을 상징하는데 말은 건강하고 씩씩한 동물이기때문이다.
(5) 말가운데서도 백마를 선호하는 까닭은 조선민족은 고대로부터 흰색을 좋아하였기때문에 이는 광명을 주는 태양에 대한 숭배관념과 천마를 숭경하는 천마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것이다. 2) 닭에관하여
(1) 우에서 언급한 박혁거세전설에 의하면 박혁거세왕의 부인인 알영왕후(閼英王後)는 계룡(雞龍)의 겨드랑이에서 태여난것이다. 후세사람들은 계룡을 기념하기 위하여 초례청의 교배상과 신랑신부가 받는 큰상에 닭을 놓았다.
(2) 초례청 교배상우에 올려놓는 닭은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제물이다.
(3) 조선민족의 전통관념에 닭은 제액초복을 상징하는 길조이다. 수탉의 울음소리는 어둠과 잡귀를 물리치고 광명을 초래한다 하여 옛날에는 음력설에 출입문에 닭의 그림을 붙였다. 이런 신앙에 의해 신랑신부의 행복을 축원하는 큰상에 길상물로 닭을 놓았다.
(4) 닭은 다산의 상징이다.
우에 언급한 몇가지 설가운데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있는것은 백마계룡설, 즉 박혁거세와 알영부인에 관한 설화에서 기인된것이다. * 박혁거세설화
먼 옛날에 신라가 창건될 때 진한(辰韓) 6개 촌의 촌장들이 알천(閼川)강의 강뚝우에 모여 훌륭한 인물을 임금으로 모시고 나라를 건립할것을 의론하던 끝에 높은 곳에 올라가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楊山)밑 라정(羅井)우물곁에 이상한 기운이 번개처럼 땅에 드리우더니 웬 흰말 한마리가 무릎을 꿇고 절하는 시늉을 하고있었다.
조금있다가 거기를 살펴보니 보라빛알 한개가 있고 말은 사람을 보자 울음소리를 길게 뽑으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 알을 쪼개니 생김새가 단정하고 아름다운 사내아이가 있었다. 놀랍고도 이상하여 아이를 동천(東泉)이란 샘물터에 가서 목욕을 시켰더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이 모두 춤을 추며 천지가 진동하고 해와 달이 맑게 밝았다. 그래서 이름을 박혁거세라 하고 신라의 왕으로 추대하였다.
이날 사량리(沙梁裏) 알영우물(閼英井)에서 계룡이 나타나더니 왼쪽 옆구리로부터 녀자아이를 낳았는데 자색이 뛰여났다. 6개 촌의 촌장들은 그 애를 박혁거세왕의 왕비로 정하였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신라사람들은 박혁거세왕과 알영왕후를 기념하기 위하여 결혼잔치를 할 때 신랑은 백마를 타고 큰상을 차릴 때 통닭을 길상물(吉祥物)로 놓았다고 한다. 2. 초례
전통혼례방식은 잔치날에 신부집 마당에서 초례식(혼례식)을 거행하는데 문앞에 병풍을 세우고 그앞에 교배상(交拜床)을 남북향으로 놓고 초례를 거행한다. 교배상 중간에는 산 닭 한쌍(날개죽지와 두다리를 노끈으로 묶고 청색과 흑색비단으로 몸을 싼다.)과 밤과 대추를 한그릇씩 놓고 량쪽에 청송, 록죽을 꽂은 꽃병을 놓고 청실홍실로 련결한다.
그외에 교배상의 량쪽에 초불을 한대씩 켠다. 여기에서 밤과 대추는 일찍 아들을 낳음(早立子)을, 청송록죽은 청춘의 활기를, 청색과 홍색은 음과 양(신부와 신랑)을 상징하고 초불은 고대에 저녁에 초불을 켜고 결혼식을 치렀던 유습이며 닭은 제물 혹은 길상물로 되는것이다.
초(醮)는 고대에 초례를 거행할 때 신선에게 술을 올리는것을 의미하는것이며 교배상은 독제상(纛祭床)에서 변화된것으로서 하느님께 제사를 올리는 제사상인것이다. 그러므로 초례의 실질은 신랑신부가 하느님을 향해 백년해로를 맹세하는것이다.
초례에는 교배례와 합근례(合巹禮, 일명 巹杯禮)가 포괄되여있고 초례를 치르기전에 먼저 전안례(奠雁禮)를 치른다. 전안례란 잔치날에 신랑이 나무기러기를 안고 가서 상우에 놓고 절을 하는것을 말한다. 중국 조선족의 전안례는 신랑이 전안상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손으로 부채를 가로쥐고 세번 미는것을 말한다.
조선민족의 전통관념에 기러기는 애정에 충성한 새로 인식되여있고 전안례는 변함없는 사랑을 상징하는것이다.
초례를 거행할 때 신랑은 교배상 동쪽에, 신부는 서쪽에 선다. 교배례는 신랑신부가 서로 절하는것을 말하는데 서로에 대한 존중과 관심을 의미한다. 합근례에서 근은 조롱박을 절반 쪼개서 만든 술잔을 말하고 합근례는 신랑신부가 이런 술잔을 하나씩 쥐고 술을 권하는 의례로서 신랑신부의 일심동체를 상징하는것이다. 초례의 선명한 상징성은 조선민족의 전통혼례식의 특징으로서 서구의 서약형(誓約型)혼례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3. 큰상
잔치날에 신랑과 신부에게 차려주는 풍성한 음식상을 원래는 유밀과상(油蜜菓床)이라 하였는데 유밀과(지금의 과줄과 비슷함.)는 고려시기까지 조선민족의 대표적인 음식으로서 잔치상에는 꼭 유밀과를 놓았기때문이다. 유밀과상을 큰상(大桌)이라고도 하였는데 그것은 유밀과상이 다른 음식상에 비해 특별히 크기때문이다.
문헌기록에 의하면 유밀과상의 너비와 길이는 각기 10자 정도 된다고 하였다. 반친영혼례에서 초례를 마친 뒤 신랑은 신부집에서 큰상을 받고 신부는 3일만에 신랑집에 가서 큰상을 받는다. 큰상에 유밀과외에 통닭과 돼지갈비를 놓는데 닭은 길상물이고 닭의 부리에 물린 붉은고추(끝이 뾰족한것.)는 남성의 상징이며 돼지갈비는 다산(多產)을 상징한다.
연변일대에서 신랑과 신부에게 주는 밥그릇에 닭알을 3개 묻는데 그것도 다산을 상징하는것이다. 이런 풍속은 다산다복(多產多福) 관념에서 산생된것이다.
조선민족의 전통혼례에서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는 중국의 주자가례에서 온것이고 신랑신부가 큰상을 받는 풍속은 조선민족의 고유풍속이다. 조선왕조시기의 통치자들은 큰상을 받는 의례는 고례(주자가례)에 없는 페습이라면서 페지할것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서민계층에서는 버리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계승해왔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혼례식을 따르다보니 큰상을 받는 의례를 이미 버리였지만 중국 조선족과 조선에서는 지금까지 보존되고있다.
어떤 사람들은 환갑상과 돌생일상도 큰상이라 하는데 그것은 실제 정황과 맞지 않다. 몇십년 전까지만 하여도 결혼잔치를 제외하고 환갑, 진갑, 회혼례 등 인생의례에서는 주인공들이 모두 자그마한 독상을 받았으며 손님들도 제각기 독상을 받았다.
환갑잔치나 회혼잔치때에 부부가 함께 풍성한 음식상을 받는 현상은 최근 몇십년사이에 산생된것이다. 돌상을 큰상이라고 하는것은 더욱 잘못된 인식이다. 돌상은 단순한 음식상이 아니므로 큰상이라 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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