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의 밤
현용수 작
하늘이 술 내였다 하니
신선 령혼 술이런가?
땅도 술을 내였다 하니
도깨비 담 술이렸다.
누가 신선이 되여 보시겠소?
술을 마셔 보시라요
머리가 알딸딸 돌아 가면서
몸뚱이 허공에 둥둥 뜨지요.
누가 도깨비 되여 보시겠소?
술을 마셔 보시라요
범도 강아지로 우습게 보이고
천하에 무서운 일 없답니다.
그래서 나도 술을 좋아하니
술도 나를 졸졸 따르네요
이렇듯 다정한 우리 술님을
내가 어찌 마다하리오.
투명하여 물같이 생겼지만은
기실은 물도 아닌 요놈이
무뚝뚝한 나를 웃게도 하고
또 울게도 하는 재주 있더래요.
한잔 술 따라 허공에 쳐들어
별님들 불러내여 창가에 앉히고
내 그림자 곁들여 동무하면서
송구영신 이밤을 취해 봅니다.
첫번째 한잔 술 쭈욱 마이니
목줄기 적시며 꿀꺽 넘어가
가슴속 고요하던 호수에서는
수많은 동그라미 생겨 납니다.
두번째 한잔 술 쭈욱 마이니
심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며
가슴속 응어리로 엉키여 있던
근심걱정 스르르 사라집니다.
세번째 한잔 술 쭈욱 마이니
머리가 핑그르르 돌아가면서
서울에 있는 안해의 모습이
눈앞에서 삼삼 웃고 있네요.
붓고 마이고 마이고 또 부으며
묵은년 가고 복년이 오라 했더니
별들은 재밌다고 눈 까박거리고
그림자도 우스워 비츨거립니다.
내가 인젠 술 그만 하겠다 하니
술은 나를 기어코 붙잡고
술이 인젠 그만 마이라고 하니
내가 도리여 술을 붙잡습니다.
사람이 산들 백년 더 살겠소만
어쩌다가 한번 온 인생인데요
염왕님 부르실 땐 가시더라도
백년쯤 욕심이야 세워 봐야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겠지만은
제몸 챙기는게 첫째 아니겠소?
일단 제 몸뚱아리 망가지며는
한줌의 재밖에 남는것 없다오.
자식들 위해 살았다 말 마시요
결국은 모두 자기 인생이라오
꿈을 바라고 오늘도 뛰시였소?
뛸수 있는 그것이 행복이라오.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으며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재부는 넘쳐도 만족이 없다오.
장미가 고와서 꺾으려면
가시에 손 찔릴 각오 해야하고
친구가 좋아서 사귀려면
자기것을 줄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이 좋아서 태여 났으면
부모에게 효도할줄 알아야 하고
부자가 좋아서 되여 보시려면
사회에 봉사할줄 알아야 합니다.
잡을수 없는 무정세월
성큼성큼 가기만 하는데
늦출수 없는 우리네 인생
아직 할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매일매일 새 아침 밝혀 주시는
세월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행운을 가끔 주십시요
제가 열심히 잡아 보겠습니다!
2015년12월31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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