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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익
고희에 안해사랑을 책으로 엮은 리상각시인을 방문하고 로시인의 순애보같은 사랑에서 감동을 받았다.
수천권의 책을 소장한 서재에서 리상각시인은 반갑게 저희들을 맞아 주었다. 리시인옆에는 50년너머 환난을 같이 해오신 사모님이 맴돌고 계셨다. 훌륭한 안해로서 창작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오신 사모님이 몇해전에 갑자기 정신장애가 와서 기억망각증이 심하시다. 그래서 리시인님이 항상 옆에서 보살펴주어야한다.출국해도 출판모임이 있어도 남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리시인은 흔쾌히 부인과 동반한다.
리시인님은 우리들한테 이전엔 부인이 알뜰히 챙겨서 과일이랑 커피랑 내오던걸 손수 하신다. 리시인이 주방에 나가 만들어오신 커피를 마시며 우리 셋은 화기애애하게 연변시조시사사업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우리가 커피잔을 들고 마시니 사모님이 말씀은 안하시는데 커피를 마시고 싶은 행동을 하신다.
리시인은 우리 먼저 제꺽 눈치채시고 자신의 커피잔을 부인의 손에 살며시 쥐여 주신다. 부인은 동심이 담긴 밝은 웃음을 지으며 커피한모금 마시고 커피잔을 돌려주신다.
로부부가 커피한잔을 나누어 마시는 모습이 그토록 감동깊게 다가왔다.한잔의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은 로부부사랑을 담은 한폭의 수채화같았다.
리시인은 부인과의 사랑을 담은 책 출간회를 인츰 하게 된다면서 같이 간 우리들한테 책을 선물하시였다. 저한테는 자택방문이 처음이라며 근자에 출판한 <<뼈다귀>>란 시집에 친필싸인까지 해주셨다. 그러며 안해와의 사랑을 담은 에세이책은 싸인안한 리유를 설명하고 주는것이였다.
리상각에세이 <<그리는 달>>은 리시인이 갑자기 불어닥친 안해의 불행에 당황하다가 사랑의 에세이집을 써서 안해를 위로해주자고 고희의 나이에 추억을 더듬어 필을 든것이라한다. 안해와의 첫사랑으로부터 시작하여 50여년간의 부부사랑을 쓰고는 그 초고를 정신장애로 기억을 상실한 안해에게 보이면서 기적을 불러 오지 않을가 하면서 밤이 새도록 집필에 몰두했단다. 안해가 자신의 사랑수필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니 기뻐했다. 치매가 온 부인, 그 부인의 수발을 드시는 로시인은 시인이기에 앞서 훌륭한 남편이시고 좋은 동반자였다.
시인의 감정고백이 진솔하게 담긴 에세이집에는 책제목의 <<그대는 달>>이란 안해에게 바치는 서정시가 있어 감명깊게 읽었다.
그대는 달이외다
아득히우러러 바라만 볼수 있는
꿈에도 가까이 다가설수 없는
그대는 저 하늘의 달이외다
그리워도 기다려도 오지를 않는
불러도 소리쳐도 대답이 없는
먼먼 하늘끝에서만 굽어보는
그래서 그대는 예쁜 달입니까?
너무도 차가와요
너무도 야속해요
외로운 이 밤 바라보느니
아, 눈물만 하염없이 흐흡니다.
50여년전 안해의 아리송한 절연편지를 받고 가슴아팠던 시절을 몇십년이 지난 후날에 추억하며 지은 시란다. 실연의 감정과 그리움의 감정이 함뿍 담긴 시에서 리시인의 련인에 대한 다함없는 사랑을 읽을수 있었다.리시인의 사랑수필을 한국의 황송문시인이 <<문학사계>>2006년 17호부터 20호까지 연재한후 그 반향이 너무 좋아서 에세이집으로 묶어 출간하였다.
리상각시인은 칠순이 너머 순애보나 다름없는 에세이집을 만들어 부인에게 선물함으로써 황혼사랑의 찬가를 엮었다.리시인이 우리와 재미있게 이야기하니 부인님은 시인이 앉은 쏘파옆에서 자주 맴돌고 있었다.리시인님도 부인이 옆에서 맴도는게 오히려 덜 근심이 되는지 별아랑곳없이 우리와 반갑게 말씀하면서 부인을 알뜰히 챙기신다.로시인은 부인 김세영녀사께서 때론 엉뚱한 행동을 하여 속이 상하겠지만 일언반구의 짜증도 내지 않았다. 정말 조련치 않은 일이다. 한국의 황송문시인도 리시인의 부인사랑에 감동먹고 자신이 이런 일에 봉착하면 참기 힘들었을텐데 하고 마음으로 혀를 내두른적이 있다고 에세에 후기에 감수를 적기까지 했다.
우리의 대화가 좀 오래 흐르니 치매가 오신 부인이 짜증이 나나보다. 하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않고 다동증이 있는 애들처럼 끌신을 벗어 쏘파에 놓으며 바꿈재를 노는것이였다. 리시인은 손님이 앉은 쏘파에 끌신을 놓치 말라고 부드럽게 타이르며 하던 이야기를 끌고 간다.그러니 좀 있다가 또 다른 엉뚱한 모습을 보이자고하니 우리는 부랴부랴 책 출간식에 서 뵙겟다고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다며 리시인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했지만 이미 일어난 우리는 리시인부부가 정월대보름달처럼 만년을 밝고 둥글게 살아가시길 바라면서 시적사색이 묻어나는 서재에서 리시인님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로시인은 부인과 함께 현관문까지 우리를 바래다 주며 후에 또다시 놀러 오란다. 정월대보름달같은 둥근사랑이 향기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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