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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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1, 2
2015년 04월 26일 15시 09분  조회:2048  추천:6  작성자: 허창렬

나팔꽃 1

무거운 짐 머리에 이고
오늘도 당신은 먼 길 떠나갑니다
락엽이 우수수 발목 잠글 때
나는 어두커니 바자굽에 기대 섭니다
눈이 시리옵니다
등에 젖은 소금을 톡톡 뿌려봅니다
손발이 간지러워 저절로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칩니다
우리들에게 남은 행복이란
언제나 이렇게 너무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이는
단념의 련서 한장
그렇게 고뿔에 신열이 쌓여가듯이
자꾸만 커져가는 생명의 우수
람루한 내 삶의 초라한 한 구석을
비 오듯이 저주하며
당신은 오늘도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로 또 나를 울립니다

나에게 있어 당신은
끝없이 밀려오는 저 먹장구름입니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받들어야 할
하루 또 하루의 저 검푸른 하늘
이제는 찢어진 흰 셔츠를
깁기엔 바늘마저 없습니다
돌아 오세요 고향으로
철이의 울음소리
눈물로 꽁꽁 얼어 있습니다




 
나팔꽃 2
 
 

필요 이상 착하게
살지를 말어라
쓸데 없이 고상하게
살지를 말어라
뒤 돌아보면 덕지덕지
눈물이 얼룩졌잖아
태연한척ㅡㅡ,
아무렇치도 않은척
애써 그렇게 살지를 말어라
상처마다 얼룩덜룩
멍이 들어 있잖아
시퍼렇게 피 멍이 든 가슴에서는
오늘도 하루종일
고름이 줄줄 흐르고 있잖아?
아프고 쓰리고
저리다 못해
차라리 얼얼한 그 그리움은
마침내 한 떨기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여나
바자굽에 기대 서서
하아얗게 숨 쉬고 있다
웃으며 왔기에
웃으며 지면서도
<<한번만 더ㅡ
사랑해도 되나요?>>
나팔꽃은 하루종일
세상을 향해
망향가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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