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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너와 바보스러운 나
2016년 09월 19일 16시 14분  조회:1793  추천:1  작성자: 허창렬
촌스러운 너와 바보스러운 나

허창렬

   어떤 언어학자가 나에게 "바보"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말한적이 있다. 북적대는 이 지구촌에 살며  대부분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만큼  밉상스럽고 아니꼬운 사람도 너무 많지만 마음 비우고 차분히 지켜보노라면 저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우리들이 취객이 되여, 유람객이 되여 매일 새롭게 바라볼수 있는 풍경은 이 세상에 그야말로 참말로 많다. 산에 올라 산아래를 굽어보면 파릇파릇한 수양버들 잎을 만져 보고도 싶고 들에 가면 또 어데론가 정처없이 흘러가는 강물소리에 공연히 마음이 솔깃해져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새소리 찾아 헤매는게 또한 인간의 지극히 호의적인 호기심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언어학자는 여기서 한술 더 떠서 "그저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표현을 한다.얼마나 뼈가 있고 무게가 있는 말인가? 만사 다 제쳐놓고서라도 그의 높은 사상경지에 우선 머리 숙여 탄복하지 않을수가 없다. 둥글둥글한 세상 돌부리처럼 불쑥 솟아올라 나름대로 거침없이 살아가면서 나는 누군가의 그림이 되고 혹은 부담이나 되고 있지 않은지 이제는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나이가 아닐가 생각해봐야 할때가 아닐가?

  《로자(老子)》제15장에 《허회약곡(虛懷若谷)》란 고사성구가 있다. 깊은 골짜기처럼 크고 넓은 마음이라는 뜻으로, 매우 겸허한 마음이나 태도를 비유적으로 이른 말이다. 또한《서경(書經)》의 《대우모편(大禹謨篇)》에는 《만초손겸수익(滿招損謙受益)》이라는 너무 멋진 말도 있다. 풀이해보면 사물은 한껏 차면 자만심이 생기므로 손실을 초래하고,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는 뜻으로, 교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는 의미라 해랴 되겠다. 참으로 멋진 말들임이 틀림 없다. 어디서나 꼿꼿이 고개를 치켜든 개돌피가 아니라 한껏 무르익어 조심스레 고개를 숙인 이삭처럼 살아야 한다는 선조들의 교훈이라고 보여진다.

  일찍 "개 버릇" 이라는 수필집을 묶어 90년대 초엽 중국 조선족 문인치고 제일 먼저 한국 동아출판사에서 책까지 냈었던 나의 문학선배 한창선시인의 "바보"에 대한 관점은 또한 남들과는 달라도 너무나도 남다르다. 어느 날, 심양 서탑의 어느 좁은 골목의 조그마한 식당에서 나,  한창선 선배, 그리고 모 대학의 교수 셋이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게 되였는데 모두 술이 좀 거나해졌을 무렵 한선배가 손가락으로 그 교수님의 코끝을 딱 가르키면서 한다는 말이 " 너 밥 할줄 아니?"였다.하도 뜬금없이 묻는 바람에 조금 당황해난 교수가 "모른다"고 대답하자 "그럼 빨래 할줄은 아니?돈 꿀줄은 알고? 마누라 눈치 볼줄은 알고?" 련속되는 질문에 너무 어이가 없었던지 그 교수가 재차 "모른다"고 대답하자 너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선배가 하는 말이 (애가 얼마나 바보스러우면 미련하게 박사공부까지 했겠냐?)였다. 울지도 웃지도 못할 돌발상황, 지금 생각해봐도 웃음에 눈물 콧물이 절로 난다. 허나 뭔가 가슴을 쿡하고 쑤시는게 있어 마냥 석연한 그림만은 아닌것 같다. 조금 더 깊게 제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일침이 되여 생각할수록 숙연해지는 그런 느낌때문이 아닐가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성격, 성품, 성징, 성정을 갖고 있다. 조금 속된 말로는 성깔, 밸, 밸머리가 더럽다 로 표현이 된다. 사전을 살펴보면 성격(性格) 근본적으로 타고난 마음 짜임새이며 성품(性品)은 근본적으로 갖춰진 마음 매무새이고 성질(性質) 은 근본적으로 깔려진 마음의 모양새이며, 성정(性情)  근본적으로 배어진 마음 쓰임새이다.《회남자·주술훈(淮南子·主術訓)》에 "성인지우선야, 무소이불거, 기우과야,무미이불개"(聖人之于善也, 無小而不擧; 其于過也,無微而不改)라는 구절이 있다. 그 뜻인즉 성인은 선한 일에 대하여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행하지 아니함이 없고. 과오에 대하여 아무리 작은 일지라도 고치지 아니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또《회남자·설림훈(淮南子·說林訓)》에 "태산지고, 배이불교, 추호지말, 시지가찰(泰山之高, 背而弗見, 秋毫之末, 視之可察)"이라는 구절이 있다. 뜻인즉 태산의 높이도 등지면 보이지 않고, 깃털끝도 살피면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다.

   바보가 되여 행복해보기는 처음이다. 솔직히 내가 잘 알고 있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전문 분야에서 모두 세심한 분들이다. 그리고 옷차림은 멋스러운것이 아니라 생각밖으로 수수하다못해 촌스럽다.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필자와 각별한 사이인 지기다운 지기, 형다운 형들은 대개 모두 그러한것 같다. 자칫 겉만 보면 순박한 농민으로 오해하기도 좋을상ㅡ 그런 그들과 막걸리라도 한잔 걸치고 거리를 활보할때면 나는 어김없이 바보가 되여버린다. 그 학자의 말처럼 "그저 바라만 봐도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다 . 그리고 농경문화의 핏줄속에 다정다감한 시골인심이 무척 그리운 나역시 그들의 촌스러움에 차츰 익숙해져 간다.

2016.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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