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부터 시작하여 (시의 향기에 빠지다)로 국내 조선족 20여명 중견시인들의 시작품들을 매기 단평과 함께 꾸준히 실어오다가 며칠전 채복숙편집님이 대담하게 한국 5명 당대 시인님들의 시작품과 작자략력을 야무지게 소개한적이 있다. 덕분에 한수 배우는 자세로 착실히 읽을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여 필자로서는 너무 다행스러웠다고 말을 해야 할것 같다. 중국 조선족 중견시인님들과 한국 기성시인님들의 시 작품 비교, 어불성설,- 어쩌면 너무 재미나고 어마어마한 화제가 될지도 모를 이 비교 , 언젠가면 누구라도 꼭 파 헤쳐야 할 이 과제 , 그만큼 건드리기조차 너무 민감하고 실력 차이도 많이 나는 만큼 우리의 문학 지성인들이나 평론가들은 툭 까놓고 말하면 욕을 먹기가 싫어 언감생심 감히 평론조차 시도해본적이 없는 줄로 알고 있다. 손자병법에 ( 지피지기는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战百胜)이라는 구절이 있다. 분명 한 피줄이면서도 너무 오래도록 떨어져 지내다 보니 저희들은 저희들 식으로, 우리들은 우리들의 식으로 제각기 험난한 문학의 가시밭길을 걸어 온것만은 사실이다. 백문불여일견이(百闻不如一见)라고 그럼 여기서 우리 다 함께 우선 먼저 흑룡강신문 진달래부간에 실린 한국인특집부터 조심스레 살펴보며 가도록 하자
사랑은 오밀조밀한 다정함이 아니라
꽃장식과 톡톡 튀는 빛갈이 아니라
저 무변의 강물, 선으로 온다
산등성
그 아픈 허리를
오래도록
만지는
달
이지엽 시인의 ( 달 항아리) 전문
/직선의 힘으로/남자는 일어서고/곡선의 힘으로/녀자는 휘여진다/직선과 곡선이 만나/ 면이 되고 집이 된다/직선은 길을 바꾸고/지도를 바꾸지만/곡선은 그 길우에/물 뿌리고 꽃을 피운다/서로가 만나지 않으면 길은 길이 아니다/
사랑의 이미지ㅡ(직선과 곡선의 힘) 전문
이 두수의 시를 살펴보면 형이 상학적인 그 은근함과 섬세한 부드러움이 생기를 발산하고 있으며 크나 큰 힘의 원천이 되고 있는것을 발견할수가 있다. 물론 거창하지도 또한 거론적이지도 않다. 확실한것은 실용주의적인 그 오밀조밀한 구조, 더우기 측면적으로 살펴볼때 단재적인 그 립각 효과때문에 더욱 눈이 부시도록 황홀한것 같다.( 사랑의 이미지)에서 /직선의 힘으로/남자는 일어서고/곡선의 힘으로/녀자는 휘여진다/는 이제 하루를 더 살지라도 하늘아래 자존심 하나로 꿋꿋이 우뚝 서야 하는 남자들의 강인하고 근엄한 형상과 산에 막히면 넌짓이 에돌아 흘러가는 강물처럼 부드러운 녀자의 지혜로운 그 형상을 한눈에 들여다 보이듯이 생동한 한폭의 그림으로 그려놓은것 같다. 시란 이렇게 미사구려식이 아니라 간결함의 극치일수록 더욱 좋다. 서지월시인님은 조선족 문인이라면 누구나 그닥 낯선 분은 아닌줄로 알고 있다. 중한 수교전이던가 그 이후이던가 중국을 첫 방문하고 사실주의 시와 초현실주의 시들을 흑룡강신문에 발표하신적이 있는 줄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좌우간 산에 가면 산 노래, 들에 가면 들노래, 바람을 만나면 바람을 읊고, 구름을 만지면 구름으로 집을 짓고 또 어데론가 정처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세상을 읊고, 삶을 읊고, 령혼을 읊는것이 시인들의 공통한 운명인가 본다.이번에 한국시인특집에 실린 서지월시인의 근작시 3수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일상 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것과 감각적인것과 직감적인것에 별도로 추억을 가미시켜 희미한것이 아니라 직접 살갗이 만져지고 호흡이 서로 느껴지도록 오직 나만의것, 오직 내것으로 독특하게 매수의 시작품을 완성시킨것 같다
美人이 많다는
할빈에 와서
내 프리지아 꽃향기 같은
이국정서 느끼네
中央大街에는
青石으로 바닥을 깔아
구두발자국 소리뿐만아니라
날씬한 종아리 탄력의 소리까지
들리는것 같아
할빈에는 아마
송화강이 그 美人들을 날마다 비추며
심심하지 않을테니
오늘은松花江에 나가
100미터 간격으로
美人이 걸어가는것 볼수 있다는
그녀들 종아리 따라 나설가
흩날리는 머리결
따라 나설가
*처음 할빈에 왔을 때, 고 한춘시인께서 송화강변에 가면 100미터 간격으로美人이 걸어가는것 볼수 있다고 풍자적으로 말한적 있음.
(미인의 고장) 전문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억이 있다. 추억과 회억은 쌍둥이 근친, 분명 동의어(同义词)이면서도 시나브로 가슴에 와 맺히는 그 함의는 시와 때가 다르게 무척 감미롭기도 하다. 사실주의를 기초로 나들이 길위에 튼튼히 정석으로 깔고 또한 그 위에 초현실주의 현란한 옷을 입혀놓고 한점의 산들바람처럼 5월의 이 속살이 간지러운 봄속을 무심히 행객이 지나가듯이 불쑥 운치를 알고 읊는 풍류는 과히 일품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닐상 싶다. (흑룡강련가) 역시 첫련에서/천년을 님 그리며 살아온/복사꽃 한 그루/로 아늑하게 서정적인 운률로 담담하게 시작하여 / 누가 버리고 간 무수한 돌멩이들의 웅성거림/여의주/ 달/ 등등으로 살아 천년의 그 길고도 험난한 풍상을 말이 아닌 뜨거운 가슴으로, 시인의 아량으로 표현하려고 한것 같다. 모두다
알다싶이 6.25전쟁이후 한국은 미국의 영향과 참여, 호상 상호교류로 문학, 경제 및 다 방면에서 모더니즘시대를 가장 일찍 맞이하였고 그러한 격변시대의 모진 진통끝에 또한 유럽(구라파)의 심미주의자들의 심상주의 사상ㅡ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씨앗을 억척스레 자신들의 터밭에 뿌려놓고서 무궁화와 함께 울금향도 지극 정성으로 조심스레 오래동안 가꿔왔음을 누구나 쉽게 알수가 있다. 그것이 모미니즘이든, 포스트모더니즘이든 혹은 리얼리즘이든간에 이제는 자신들의 한개 쟝르로 말끔히 소화해내였으며 저 어두운 밤 하늘에서 뭇별이 반짝이듯이 제 각기 자신의 넓은 령역에서 푸른 빛을 발산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 반면 우리들은 어떠한가? 전례없는 십년 동란으로 마음에도 없는 정치적인, 구호적인ㅡ 시들을 겁없이 써내대가 개혁개방이후에야 비로소 현대적인 시 실험, 즉 몽롱시 고개를 가까스로 넘어 천신만고끝에서야 오늘에 이른 실정이기도 하다. 혹자는 간혹 환경의 차이와 그 렬악성을 말할수도 있을것이다. 곰곰히 살펴보면 환경이 렬악성은 그 당시 한국이나 중국이나 거의 똑 같은 상황, 비굴한 변명보다는 이제는 착실한 자기성찰과 뼈 저린 자기 반성이 더욱 시급하지 아닐가?
/그는 신간서적 하나를 건네주기 위해/낡은 쏘나타를 끌고 120킬로를 달려왔다/나는 기절할번했다 하기야 오늘뿐인가/사람들속에서도 나만 보고 걷는 아버지 곁에/나는 아이만 지켜보며 걷는다/떨어진 아이의 장갑을 주워주는/이 겸손한 남자의 사랑/그가 건네준 책은 다시 나의 램프다/당신이 사랑하던 책들은 내 책장에 꽂혀있다/당신의 언어는 나의 말속에 흐르고있다/혼곤한 아이가 잠들어 있는 침대맡에 기대여/성탄의 기적처럼 새 작품을 생각한다/별이 빛나고 있다/ 허혜정시인님의 (아버지의 선물) 심상시(心像诗)의 각도에서 살펴볼때 이 시는 엄격히 따지면 전형적인 고백시다. 시속의 화자인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마치 소설을 읽고 집필하듯이 주관적인 개인 정서가 아니라 항상 객관적인 립장에 서서 담담하게 나, 아버지, 그리고 내 아이와 삼자관계속에서 지펴 올린 생명의 촛불, 세상과 마주서서 두런두런 소근소근 이야기하듯이 력설이 아닌 진실한 생활속의 한개 단면을 절단하여 색채를 올리고 작은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침내 커져버린 잔잔한 감동을 산사의 새벽 종소리처럼 떵떵 크게 울려 독자들의 심금을 바로잡고 있는듯 싶다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옷 없는 짐승들처럼 골목 깊은 곳에 단둘이 살 때/우리는 가난했지만 슬픔을 몰랐다가을이 오면 양철 지붕우로 감나무 주홍 락엽이 쌓이고/겨울이 와서 비가 내리면 나 당신 위해 파뿌리를 삶았다/그때 당신은 내 세상에 하나뿐인 이슬 진주/하지만 행복은 석양처럼 짧았다/내가 흐느적거리는 도시 불빛에 익숙해지자/당신은 페에 독한 병이 들어 내 가슴속에 누웠다/지금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시간이 물살처럼 흐르는 사이/당신을 잃어버린 내게 남은건/상한 간과 후회뿐/그때 우린 얼마나 젊고 아름다웠나/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백열등 하나가 우리 캄캄한 밤을 지켜주던 나날/ 방민호시인님의 (행복)역시 신변잡기가 아닌 일상생활속에서 힌트를 잡고 소재가공을 익숙한것을 낯설게 하고 낯선것들을 차츰 익숙하게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해야 할것 같다. 그만큼 낯설은 익숙함과 그 친근함이 (행복)이라는 이 시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양지예시인님의 (항아리)를 더 살펴보자
내 너를 들여다본다
고여있는 물속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
흔들리는 미간과 턱
바람속을 해메이던
겹쳐진 얼굴 하나
어둠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오랜 세월 고여있던 생각
그深渊의 끝
멀리서 빛이 달려오는 소리 들리고
푸른 날개 풀어놓은
잡히지 않는 꿈들 서서히
떠올리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우리들이 흔히 자주 쓰고 있는 관념적인 시들은 거의 하나도 없다.어쩌면 사냥감을 마주섰을 때 주저없이 정확하게 예리한 비수를 들이대듯이 간결함이 극치를 이룬다. 군더더기들을 쏙 빼고 알맹이들만 밤상위에 차려놓은 진수성찬이라고나 할가? /내 너를 들여다 본다/어디선가 본듯한 모습/모두 다 알다싶이 무슨 일이나 첫 단추가 잘 끼워지면 순조롭기 마련이다./흔들이는 미간과 턱/어둠속에 웅크리고 앉은 얼굴/멀리서 달려오는 꿈/속에서 더 더욱 확고하게 완성이 된 인성화는 눈물이 어린 강인한 한 녀자의 형상을 견인해 내였으며 어쩌면 어쩌면 그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일수도 있다는 예감을 주기도 하며 그만큼 시제 (항아리)를 통하여 거울에 비춰 본 어렴풋하고도 싱싱한 그 모습은 살갗을 만지면 만질수록 새록새록 추억이 파랗게 봄풀처럼 돋아나듯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고 익숙하게 하는것 같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흑룡강신문 진달래부간에 실린 20여명 조선족 중견시인들의 시작품은 심숙씨가 매기마다 촌평을 달아 놓았기에 여기서 길게 설명하지 않으련다. 허나 대조해보면 확연히 그 차이점이 드러난다. 우리는 지금 명작이 계란장수보다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허나 무엇인가를 써야 겠기에 급급히 써낸것들과 알심들여 소재를 잡고 기획적인 시도끝에 령혼으로 혼불을 지펴올려 피와 살, 땀과 뼈를 깎는 각근한 노력으로 소중하게 이루어낸것과 어느 날 길가에서 문득 흥분으로 주어든 지폐와도 같은 차이점이라고나 할가? 솔직히 필자는 여직껏 그처럼 흔해 빠졌다는 조선족 시인들의 명작들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거의 모두가 틀에 박힌듯이 관념적인 형이 상학과 그 섣부른 미사구려로써의 글 장난, 더우기 독자들을 혹사시키는 명사 라렬,미처 채 읽기도전에 이마살부터 찌프려지게 하는 강조에 재 강조에 시린 한숨끝에 마시던 오차물마저 내려놓게 되는것을 어쩔수가 없다. 특히 이번 여기 한국시인특집에 실린 시인님들의 략력을 잠간 살펴보니 모두가 하나같이 대학교수님, 시인님, 평론가들, 많이 배워야겠고 열심히 더욱 노력해야 할것 같다.
언젠가 연변의 시우 리성철시인님이 우편으로 보내온 (당대 조선족 명시 작품집)을 읽고 허구프게 웃었던 기억이 또 난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북데기속에서 낟알을 줏듯이 읽어야 하는 그 번거로움, 아예 몰라버려도 그만인 시들이 대부분, 언제부터 우리 주변에 그렇게도 저명한 시인들이 많아졌는지 ?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에조차 아리숭할 정도ㅡ 장엄한 력사 앞에 언젠가면 너도 나도 스스로 부끄러워 저절로 깊숙히 고개 숙일 그런 날들이 그리 멀지도 않으리라 믿는다. 필자가 보건대 중국 조선족 시인들의 작품 중 명작은 아직 없다. 그래 김소월의 (진달래), (초혼),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 김춘수의 (꽃), 김수영의 (풀)과 같은 작품들이 우리들에게 정말 있단 말인가? 백년이 흘러도 피와 땀의 향기로 살갗이 아닌 령혼에 와닿는 작품이 정말 우리들에게 있단 말인가?
매번 강효삼선배과 전화통화 할때마다 (난 죽기전에 꼭 한수의 시, 제발 딱 한 구절만이라도 제대로 된 시를 쓰고싶다...)는 그의 말씀이 항상 너무나도 인상적이였던것 같다. 선배로서의 충언같은 그 허심함에 또한 고개가 숙여지질 않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여 여기에 실린 한국인특집중의 시가 명작이라는것은 절대 아니다. 허나 좋은 작품들인것은 틀림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지자 오야 知知者悟也) 남을 제대로 알아야 승산도 큰 법, 멀지 않는 앞날, 여생에 제대로 된 조선족 중견시인님의 명작을 읽을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다시 한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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