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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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88 (외4수)
2016년 05월 16일 14시 38분  조회:1127  추천:0  작성자: 허창렬
명상 88 (외4수)


어느 날
내가 죽은 후
나를 미워하던
모든 이들은
흥에 겨워
덩실덩실
어깨춤이라도 출것이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은
비 내리듯이 줄줄
눈물을 흘리리

그 다음 날
나의 시체가 싸늘히
서천(西方)을 우러러
몇자 깊이 흙속에
깊숙히 묻혔을때
나를 미워하던 모든 자들은
내 무덤을 손가락질 하며
잘코사니로
온갖 콧노래를
흥얼거릴것이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은
침묵으로
차츰 할말조차 잃어가리

그렇게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고 또 흘러
나의 시체는
마침내 썪고 문드러져
한무더기 구데기들속에서
악취가 풍길 때
나를 미워했던 모든 이들은
의연히 내 생각에
가끔 분노를 금치 못할것이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은 깊은 밤
쪼각달이라도 쳐다보며
소리없이 한숨 지으리ㅡ

일촌광음(一寸光阴)
광음류슈(光阴流水)
그렇게 다시금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나의 무덤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백골마저 흔적이 묘연할때
나를 미워했던
모든 이들은 나의 이름마저
잊어 버릴것이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마저
나를 따라 하나 둘씩
무덤속에 싸늘한 시체로
누워 있으리

삼천번화(三千繁华)
공망일생(空忙一生)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
우리 무엇을 바라고 그렇게
아글타글 살아 왔던가?
나의 모든 노력은
이 세상의 한 그루의 나무,
한포기 풀조차
가져 갈수가 없고
나의 모든 아집(执着)마저
명예와 영예, 사랑과 애모,
허영심마저 가져 갈수조차
없는 세상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다 하면서도
결국 이렇게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불쑥 깨닫고 나면
인생이라는것 고작 일장춘몽인것을
인생사는 고작
손가락 한번 튕길 사이ㅡ
길어봤자 백년도 채 못 사는
우리네 삶은 결국
먼지같은 환영(幻影)

어느 날 만약
내가 죽은 후
모든 사람이 즐거워
박수 치고 노래 부른다면
나는 다시 돌아와
한번 더 살아야 하리
그러나 그것마저
륜회(轮回)이고
운명의 수레바퀴임을
스스로 깨닫고
나면 비로소 나는 소풍같은
인생 즐겁게 잘 살다
가노라고 말을 하리

평생 흘린 눈물은 몇 동이?
평생 흘린 땀은 몇 동이?
만약 내가 죽어 부처가 아니라면
악마가 되리
악마마저 아니라면
성황당 돌담길에 곱게 핀
저 코스모스가 되여
일찍 나를 미워하던 모든 이들과
일찍 나를 사랑하던 모든이들에게
다시 만나 반갑노라
손 저어 인사 하리..


연변 사람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그럭저럭 살았을꺼라
억측도 마라
바람이 불면 이리 저리
바람에 흔들리며
비가 내리면 찬비속에
오또기처럼 우뚝ㅡ
부질없는 세월
장백산처럼 내두산처럼
아기자기
남편과 아내로
그렇게 평생을 살아 왔다
두번 다시
되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수조차 없는 세월을
후회해선 무엇하리
부지런히 걸어 앞만 보고 걸어
내 인생에 거치른
인사로 돌멩이를 던지지는 마ㅡ

요리 조리
잘도 빠지는 미꾸라지라
욕하지 마라
어슬렁ㅡ 어슬렁ㅡ
저 깊은 산속을
내려오는 승냥이 같다
꾸짖지도 마라
서러우면 서러운대로
꽃이 피면 하아얀 그 배꽃속에
짜그배가 아닌
사과배로 평생을
그렇게 남을 위해 살아 왔다
되 돌아가고 싶어도
두번 다시 돌아갈수조차
없는 우리네 인생
어이 없어 울고 분들
무슨 소용 있으리
후회없이 걸어 앞만 보고
걸어 내 인생에 늦은 인사로
돌멩이를 던지지는 마ㅡ



머리털이 텁수룩한
바다에 가면
수많은 올챙이들이
뭍으로 ㅡ뭍으로ㅡ
 기여 오른다

머리통이 제법 굵은
놈과 잔챙이들이
오구구 모여 들어
손으로 얼굴이며 수염을
쓰윽 딲고서는
난파선에라도 기여 오를듯이
첨벙거린다

생각이 너무 깊은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서면
익숙하리만치 생소한
저기 저 륙지마저
결국 크나 큰 섬인것을

시나브로 밀려 왔다가
썰물로 하얗게
사라지는 저기 인간들 사이
나 역시 볼품없이
쬐꼬만 하나의 작은 섬 ㅡ

섬에 사는
섬이면서도
섬인줄을
미처 몰랐구나...





고향친구


한 이백메터 쯤
너를 앞 두고
한 세상 파란만장 풀뿌리
인생 거칠게 살아오며
엉망으로 망가진
너의 모습에 나는
불쑥 눈물을 쏟는다
제 철에 흐드러지게
피여나 통통 물이 올랐던
손이며 팔이며
그 잘록한 허리며
웃을 때마다 살짝 ㅡ
볼우물이 곱게 패이던
그 삼삼하고 함함했던
옛모습은 아예 없구나
보기에도 민망하게
 축 처진 가슴과
김빠진 축구공처럼 훌쭉한 엉덩이ㅡ
난 너를 알아 보았는데
넌 나를 그예 몰라 보는구나ㅡ

한 십여메터쯤
너를 앞에 두고 내 기어이
네 이름 다시
불러본다 숙이야
쌍태 머리 소녀와 손에
손을 잡고 학교 가던
고향의 그 오솔길엔 지금쯤은
함박꽃이 활짝 피였게지?
청산은 아니 늙었는데
너만 폴싹 늙었구나
가슴에 흘러드는 짜릿한
그 전률 오늘도 메마른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고향의 뻐꾹새 한마리 구슬피 운다
다시 만나면
어데서ㅡ 어떻게ㅡ 살든
너무 반가운 고향 친구여ㅡㅡ


코스모스

아ㅡ디ㅡ다ㅡ스ㅡ
신발에
나이키 츄레닝에
두볼이 불그스레한
그리움 한입 물고
달려 갈듯이
달려 올듯이
한 자리에 점잖게
서 있구나
반나절씩 자글자글
들끓는 벌레들의 울음소리마저
늦은 밤 자장가 삼아
풀뿌리 사이 사이
거름으로 뿌려두고
비 내리면 다소곳이ㅡ
해가 뜨면 손나팔
나풀거리며 여기
저기서 방실방실ㅡ
나를 반겨 손 저어주는
고향의 코스모스여



상처

제발 만지지를 마라
피 고름 흐른다
제발 건드리지를 마라
입안에 골똑 고였던
분노가 쾅쾅 터진다
내가 살아온 동안의
그 모든 진실과
내가 살아온 동안의
그 모든 거짓과
내가 살아온 동안의
그 모든 사랑과
내가 살아온 동안의 그 모든 저주를
그 누군가와
마주서서 이야기 할수 있을때
우리들의 상처는 아물리
너는 한국인
나는 이붓아들이 아닌
중국 조선족
제발 좀 물고 빨고
어루 만지지를 마라
구멍이 난 량심에서
짜증이 불쑥
튀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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