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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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에 그려보는 우리들의 민속도
2016년 06월 09일 15시 34분  조회:1390  추천:5  작성자: 허창렬
저 작은것들의 수런 거림에서

강효삼

사람의 고향에 사람이 그리워
오늘도 내 막연한 기대랄가
낮익은 언덕길 내려가는데
맑은 이슬 입에 문 풀잎들이 나를 반기여
고운 손을 흔든다 오늘따라
마을 길섶 민들레꽃 얼굴이
더 곱고 화 ㅡ안하고 이제 막
연두빛 이파리들 뽐내는
호박잎의 거동이 례사롭지 않다
그 어떤 암시인가

그러나 마을은 아직 고요지경 꿈속같은데
그래도 조금 위안을 받을수있는것
지붕마저 덮을듯 키 높이 자란 곡식들
그저 묵혀 둔 터밭은 한 뙈기도 없다
손바닥만한 땅도 아까와 터전밭
울바자를 감고 오른 오이며 당콩 넉줄들
벼짚더미 딛고 오른 박넝굴은
어디가 목표여서 그냥 손을 내젓느냐

헌데 이런 반가운 정경쯤 아직은
어디가도 심심찮게 볼수있어
그닥 신비롭지 않는데 오늘 문득 나를
사로잡는 유혹이 있다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의 수런거림
무슨 소릴가 귀기울이니 아, 푸른 곡식포기 사이
요리조리 누비는 노란 병아리들의
모이 찾는 소리로구나
이따금 눈에 번뜩이는 노란 색갈이
나에겐 마치 금덩이가 뒹구는것 같았다.

닭우는 소리 들어본지 오래인 마을인데
아직 그 어느 열심하는 이가 남아서
“하찮은” 병아리까지 품들여 깨우는
만만한 여유를 보이고 있는가
생각하면 흘러간 어제 우리들의 마을이 이러했었지
여름이면 곡식들 무장무장 자라
마을을 덮고 발가벗고 뛰노는 아이들과
함께 성가실만큼 뜰에 널려 촐랑이는 병아리떼

어디서나 흔히 보는 농가의 민속도여
이제 그런날이 다시 올 징조인듯
저 작은 것들의 수럼거림 아름다운 시작이 될듯싶구나
송곳같은 부리로 시방 열심이 쫓는것은
흙만아닌 구석구석 웅크렸던 적막
부지런히 톱질하며 희망의 메이라인듯
내 마음 위안하나니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

저 수런거리는 소리에 이끌려
왁자하니 벅석이던 그 옛날 고향마을 풍요가
다시금 회복될수도 있을 터
저 작은 것들의 수런거림 아직 내 고향에
가난해도 열심했던 어제의
알뜰솜씨가 남아있다는거다 겨레와
더불어 흙을 만지며 잘살아보려는 꿈
그기대와 소망이 아직 빛바래지 않았다는거다

아,고향상실이 늘 가슴 아파
비애의 시를 쓰던 나에게 저 작은것들의
수런거림은 청량한 시내물소리인듯
마른 가슴 촉촉히 적셔줄 밝고 명랑한 시를 빚게 한다
이제 저것들 무럭무럭 자라
엄지닭되면 그 속엔 볏빨간 수탉도 있어
ㅡ” 꼬끼요ㅡ” 제법 아침마다
“꼬끼요 ㅡ”목놓아 려명을 부르면
시골은 어두움과 외로움의 옷을 벗고
해돋는 고향 색동의 아침을 활짝
창문열린 뜨락에 맞아들이려니

오늘따라 내 걸음이 무척 가볍다.




자연속에 그려보는 우리들의 민속도


(저 작은것들의 수런거림)에는 무엇이 있나 뚜껑을 열어보면ㅡ


문학비평 허인


    시에 있어서 (대상)이란 무엇일가? 수 많은 작자들은 아직까지도 상대(相对)적인 개념을 깊이 생각 해보지도 않고 흔히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허다한것 같다. 물론 뉴톤의 상대론(相对论)이나 아인슈탄의 물리학적인 변증법(辩证法)역시 모두 상대적으로 대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까지도 이데올리기식의 경험주의로 시를 쓰거나 파격적인 모험으로 험난한 몽롱시 시대를 거쳐 요즘 포스트모더니즘의 시험단계에서 와서는 잠시 어리둥절하여 갈길을 잃고 많은 이들이 갈팡질팡 우왕좌왕하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효삼시인님의 시적 대상은 도대체 무엇일가? 뚜껑을 열어보면 마침내 우리들의 고단했던 삶이 보이고 미래가 보이고 아련한 추억속의 동경(憧憬)이 마치 푸른 보리밭속의 새싹처럼 똑똑히 보이는것 같다. 그럼 여기서 우리 다 함께 강효삼시인님의 근작시 (저 작은것들의 수런거림에서)를 조심스레 살펴보며 가도록 하자

    제 1련 / 사람의 고향에 사람이 그리워 /오늘도 내 막연한 기대랄가 /...중략... /이제 막 연두빛 이파리들 뽐내는 /호박잎의 거동이 례사롭지 않다/그 어떤 암시인가?/에서는 리유가 아닌 리유, 또한 리유가 될만큼한 내가 살아가는 리유ㅡ즉 /사람의 고향에서 사람이 그리워/오늘도 내 막연한 기대랄가/로 설정적, 압도적, 어쩌면 투시적으로 멋지게 캐릭터를 시작으로 한 이 서경묘사는 그야말로 가히 압권이라 해야 할것 같다. 특히 /호박잎의 거동이 례사롭지 않다/ 그 어떤 암시인가?/에서 뽑아 든 파워플한 내레이션, 아무런 꾸밈도 없이 끊임없이 변화에로 몰아가려 하는 시인의 그 시적인 태도가 매우 돋보이기도 하며 그러한 시적인 배렬은ㅡ작자와 독자 사이를 교섭과 타협이 아닌 소통을 먼저 고려하였기때문에 더욱 효과적이였으며 결과는 제2련에서 시작부터 순탄하고 더욱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마을은 아직 고요지경 꿈속같은데 / 그래도 조금 위안을 받을수있는것 /지붕마저 덮을듯 키 높이 자란 곡식들/그저 묵혀 둔 터밭은 한 뙈기도 없다/손바닥만한 땅도 아까와/터전밭 울바자를 감고 오른 /오이며 당콩 넉줄들 /벼짚더미 딛고 오른 박넝굴은 / 어디가 목표여서 그냥 손을 내젓느냐/에서 /그저 묵혀 둔 터밭은 한뙈기도 없다/손바닥만한 땅도 아까와 / 터전밭 울바자를 감고 오른 / 오이며 당콩 넉줄.../은 필자로서는 오랜간만에 읽어보는 혼자 읽어 보기가 너무나도 아깝도록ㅡ 텅 비여 있는듯이 항상 꽉 차 있는 우리들의 농촌현상을 한 눈에 잘 보이도록 화공이 정성들여 한번 또 한번 속사로 그려놓은 한폭의 풍경화와도 같은 절묘한 묘사였다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 드리고 싶다.

     흔히 대상의 붕괴는 트릭(trickㅡ책략. 계략.혹은 속임수라는 뜻)과도 같은것으로써 필자로서는 절대로 제창할바는 못된다고 생각한다. 일찍 공자도 인이불인 여례하. 인이불인 여락하(人而不仁 如礼何 人而不仁 如乐何)라고 말한적이 있다. 뜻인즉 ㅡ 사람이 자애롭지 못하면 례절이 있어 무엇하며 사람이 인자하지 않으면 웃음이 가득한들 무엇하랴ㅡ이며 또한 행유여력 즉이학문(行有余力 即以学问*)이라고 말씀한적이 있다. 그 뜻인즉 인간적인 모든 행실을 중시하고 남음이 있을때 더욱 학문에 전력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모든것은 보시다싶이 말 그대로 인(仁)을 지팡이로 삼고 있다. 시인의 경우ㅡ어떤 년대, 어느 시기이든간에 대상(对象)을 상대(相对)로 비교의 메스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질제고와 상대적인 압축을 통하여 시적인 화자ㅡ 즉 오직 시인들만의 그 독특한 시어들을 나름대로 완성해 나갈수 있는 동기가 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시적인 화자는 흔히 시적인 대상를 상대로 비(悲)와 애(哀), 흥(兴)과 락(乐)을 즉 희노애락을 견인해 내기도 하며 또한 전률같은 공명감을 시줄기마다 차곡차곡 곡식처런 심어놓고서 수확의 계절에는 마침내 자타 모두 공인하는 감수로 오직 한가지에만 올인할수 있는 그 무언가를(주제ㅡ 중심사상) 모두 함께 고민하게끔 하고 있는듯 싶다.

    이처럼 시어 배렬에서나 익숙한것들을 낯설게 하기, 낯선것을 익숙하개 만들기ㅡ이 면에서 강효삼선배님은 항상 사실주의를 기초로 끊임없이 초현실주의적인 시적 실험을 거듭하고 계시는듯 하며 남보다 발 빠른 그 움직임이 돋보이기도 하다. 제 3련에서/ 헌데 이런 반가운 정경쯤/아직은 어디가도 심심찮게 볼수있어/그닥 신비롭지 않는데/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마무리에서 발견할수 있는것은 어쩌면 하찮치만 귀찮치 않은 유혹 ㅡ 즉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두 얼굴의 농촌풍경 ㅡ 즉 /푸른 곡식포기 사이 요리조리 누비는/노란 병아리들의 모이 찾는 소리/를 찾아 나서는 시인의 모습이며 그 노란 병아리들의 앙증맞게 생기발랄한 모습에서 시인은 다시금 황금 덩어리를 련상하여ㅡ 잃어버린것과 잃어가고 있는것에 대한 애착으로 가슴이 뭉클하게끔 다시금 /닭 우는 소리 들어본지 오래인데/ 아직 그 어느 열심하는 이가 남아서 /"하찮은” 병아리까지 품들여 깨우는 / 만만한 여유를 보이고 있는가? /로 케뮤네이션을 잘 표현하고 있는것 같다.

    그 다음 제4련에서부터 5련, 마지막련까지는 하늘과 바람, 구름과 산, 아련한 추억속에 떠올리는 우리 삶의 민속도(民俗图)로써ㅡ 바램이고ㅡ 동경이며ㅡ 아픔이며ㅡ갈증과 갈망 그 자체인것 같다. /여름이면 곡식들 무장무장 자라 마을을 덮고/흙만 아닌 구석구석 웅크렸던 적막/ 은 잃어버린것에 대한 날로 조급해져가는 본능적인 삶의 의식인것 같다. 이렇듯 강효삼선배님의 시속에는 언제나 겨레가 있고 삶이 있고 나가 있고 나 외에 또한 너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강효삼선배님은 항상 시적 대상을 가장 익숙한 곳에서 찾고 계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대상에 대한 지(知)는 보통 대상에 대한 인식의 결과에서 생긴것으로 보고 있지만 필자가 보건대 꼭 그렇치도 않다. 지(知)는 결코 대상에 대하여 그 어떤 작용도 하지 않으며 다만 그 대상과 너무 상사한것뿐, 이러한 견해를 유대상상설(有对象象说)이라고 하질 않던가?냇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고 강물이 모여 호수를 이루고 호수가 모이면 바다가 되듯이 결국 작은것의 수런거림에서 살펴본 모습은 우리들의 가장 익숙한 민속도이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읽어본 (저 작은것들의 수런거림에서)는 오랜간만에 읽어 본 좋은 시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올 한해 도 강효삼선배님이 더욱 많은 시작품들을 써내시길 진심으로 축원한다


2016년6월8일 심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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