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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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1 (외 5 수)
2016년 07월 13일 17시 01분  조회:839  추천:1  작성자: 허창렬
물 1


지옥의 계절에
한마리 사슴이 되여
풀밭과 숲사이를
스럭스럭 걸어 다닌다
제발 좀 눈물이 멎게 해달라고
들불에게 두손 모아
간절하게 간청 해본다
뾰족뾰족 싹이 트는 두개의
주제, 우리들의
욕망은 너무 인공적이였다!
오늘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너에게 보여줄수가 없을때
나는 이제부터라도 오로지
하나의 진실에만 몰두해야지!
폴 크로델의 동방의 의식에는
통ㅡ통 ㅡ물이 오른
한 녀인의 말랑말랑한 유방이
모성애로 가난을 키우고 있었다!
아무도 진실을 믿지 않는다!
나도 결코 나를
믿지 않는다...



물 2


이 나이에
우리ㅡㅡ
다시 사랑해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구겨지고
찢겨지고
거창한
과거따위는
이제라도
말끔히 잊어야지!

비굴하거나
초라하지도 않게
맨 처음 만난 그때처럼
두근닥근
설레이는 가슴으로
그 누군가를
다시 사랑해야 한다는건
얼마나 자랑스럽고
아름찬 일인가?

그러나 이름조차 없는
그 강가에
그리움이 아직도
봄풀처럼 살아 숨쉬는
그 펑퍼짐한 언덕ㅡ
투명한 눈망울이 아닌
이불을 멀리 던져라!

싱싱한 망령들의
환영(幻影)이 잘못된 판단으로
할미새가 되여
살색이 어둡고 우울한
그 강가에서
제 이름과
제 손발을 찾아
어지러이 헤맬때

우리는 얼마나
즐거웠던가?
무거운 잔디속에 다시
발을 불쑥 잠그면
그리움은
언제나 청초한 련꽃잎처럼
동ㅡ동ㅡ
떠오른다...




물 3

 
더 낮은 곳이
어디 없나
두 눈을 부릅뜨고 언제나
이곳 저곳 두루두루
열심히 살펴본다
 
사상은 항상
맑고 투명하고
허리는 유연하게
산기슭 불쑥
감싸안고
 
호매로운 세월
비장한 삶의 노래속에서
하고픈 말들을
꿀꺽 가슴에
조용히 집어 삼킨다
 
어느 집 바자굽에서 문전 박대에
온갖 오물을 다 뒤집어 써도
결코 싫다고 하질 않는다
날 짐승들이나 집 짐승들이 철퍼덕거리며
강을 건너면
 
세월의 로고, 어지러운 흙 먼지
두손으로  말끔히
깨끗이 딲아준다
 
뼈는 없다
자존심은 버린지조차 오래다
오직 한 마음 한뜻으로
더 낮은 곳으로 와ㅡ와ㅡ
사품치며 흘러가
 
머루알같이
새까아만 두눈
깝빡 깜빡이며
말이 많은 세상을 조용히 
지켜본다
 

물 4
 
강해지기 위해서는
부드러움이 더욱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발끝에 고개 숙이는
그런 용기가 더욱 필요하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팔힘보다 뚝힘이 더욱 필요하고
미련없이 져주기 위해서는
잔뼈마저 눈물로 녹여버릴수 있는
그런 용기가 더욱 필요하다
 
세상에 호올로 남겨져도
잠시의 망설임이나 주저도 없이
추호의 거짓도 없이
낮은 곳이라면 서슴없이
맨발로 달려 간다
 
이 세상의 야비하고
야박한 인심때문에
온갖 더럽고 어지러운 오명
온몸에 다 뒤집어 써도
결코 비겁하거나 비굴하게 피하질 않는다
 
한사발의 물에 우리들의 희노애락이 있다
길러 준 은정을 알고
세월의 깊은 상처 온몸으로 말끔히 씻어주며
륜회의 열두대문 활짝 열어젖히고
물은 하얀 손수건 살랑살랑 내흔들며
하늘로 돌아간다
미련없이 다시금 조용히 돌아간다




물 5


술병이
시름 겨운 하늘을
들녘에
불쑥 쏟아 놓으면
잔등이
구부정한 바람이
세월을 채찍질하여
아리랑 고개를
또 슬쩍 넘어간다.
눈썹이 까아만
포플러 나무ㅡㅡ
살색이 하아얀
아카시아 꽃향기ㅡㅡ
수줍어 동구밖에서
마냥 두 손을
만지작이는
봉선화, 들국화ㅡ
그리고 새벽 이슬에
바지가랑이
흠뻑 젖어
파르르 파르르
눈섭이 떨리는 
아직 젊은 별 하나...



물 5
 
다시 돌아가
제 자리에 눕는다
동그랗게 눕는다
하아얗게 눕는다
파아랗게 눕는다
말랑말랑한 가슴 쭉 펴고
울렁울렁 파도아래
옹송그리고 다시 눕는다
말똥말똥 맑은
하늘을 우러러 결코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
항상 가장 낮은 곳에서
이 세상 무자경(无字经)을
두런두런 읽다가
바람과 함께 구름과 함께
부처님 삼장십삼부(三藏十三部)를
령혼으로 중얼중얼 다시 외운다
사상은 파랗다! 
살색은 하얗다!
얼굴은 가끔 빨갛다!
배꼽은 없다
머리카락도 없다
골격이나 굵은 뼈는 더욱 없다
살짝 건드리면
몰랑몰랑한 젖가슴
촤르르 촤르르
오르가즘 쏟아내고
봄이나 여름이면 청아한
꾀꼬리 노래소리에
푸른 산을 슬쩍 바구니에 담아들고
황소 따라 첨벙첨벙
들녁을 지나간다
익숙하다 싶으면 왠지
낯 설고 생소하고
생소하다 싶으면 언제나
홀딱 벗고 알몸으로 내곁에
살풋이 드러눕는다
괜스레 짜증이 나고,
멀미 나고,
현기증이 일렁이면
먼 시골마을로 시집 간 누나 찾아
맨발로 달려간다
맨몸으로 꿈틀꿈틀 기여간다
돌아서면 기어이 헐레벌떡 따라 와서는
뭐라고 쉐라 쉘쉘ㅡ
자꾸 주문을 외운다
물은 결코 인간들처럼 간교하거나
선량하지도 착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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