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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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인들은 한 백년쯤 굶어 죽어도 좋다(외4수)
2016년 07월 14일 12시 03분  조회:1112  추천:0  작성자: 허창렬
이제 시인들은 한 백년쯤 굶어 죽어도 좋다!

(외4수)



지옥에 가보신적이 있으십니까?
스크린같은
단떼의 지옥ㅡㅡ
보들레르의 <<신천옹>>
타고르의
<<불타는 동방신국>> 그 앞에
꺽두러니 서서
이제 시인들은
한 백년쯤ㅡㅡ
굶어 죽어도 좋다

저어기ㅡ머얼리ㅡ
오랑캐 꽃들의
우아한 눈빛,
깃털같이 가벼운 홍채(虹彩)
홍모보다 부드러운
우리들의 랭혹한
사유ㅡ

너무 오만해지는 뉘앙스
더 더욱 순진하고
어리무던한 자연(自然)
그리하여 오늘도 
봉쇄된 육아실에서
우리들은 죽으러 온 세상
부지런히 죽는 련습을
계속하고 있다

보라 저기 저
활발한ㅡ
발자크의 교훈을
보라 저기저
말라르메의 간교한
숲의 움직임을

언녕 땅바닥에
떨어져 버린 시편
빈약한 설움의
제 2 음절ㅡ
오늘도 우리는 여기서
자신심을 잃어서도
안되겠지만

바슐라르
호프만
클라게스의
령혼(魂魄)으로 우리는
이제 무엇을 더욱
길게 말할수가
있는가?

형이 상학적인
그 간결한 부드러움이나
현상학적인 우리들의
그 지향성은
어느 행동주의 유연성 앞에
항상 물거품으로 산산히
부서지고 있거늘

이제 우리 이 시대의
어리석은 시인들은
커피나 엽초, 저급적안 랑만 대신
한 백년 보리밥속의
돌멩이 삼키다가
마침내 굶어죽어도 좋다...







아는척
하지 마라
잘난척
하지마라
보고도
못 본척
하지 마라


그래도
고상한척
그래도
우아한척
그래도
너무 사랑하는 척
그래도
의연히 ㅡ
미워 하는 척

매일
이밥에
거짓말을 말아
꿀꺽 삼키고
배 부른 척
아무렇치도
않은 척
아픈 척ㅡ
무척 두려운 척ㅡ

척하면
제 잘났다고
뽐내고
으시대다가
돌아서면
언제나
모르는 척

다 알고 나면
알고도
또 모르는 척
척하며
사는 세상
너무 두렵다
너무 싫다...




벌레



벌레들의
움직임
벌레들의
꿈틀
거림ㅡ
벌레들의
반항
벌레들의
활발한
사유ㅡ

저기 저ㅡ
벌레들의
울음소리
내 신경을
한 오리 두 오리씩
물어 뜯을때

난 벌레들의
울부짖음소리
자장가 삼아
종소리 푸르른
오월의 숲에 조용히 누워
하늘이 주는
힌트를 다시 읽는다

피와 눈물로
벌레처럼
살아 온 세상
나무도
꽃이 아닐바엔
풀뿌리 인생이면
또 어떠하랴?

서럽게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떠나가야 할
죽으러 온 세상ㅡ
내 기꺼이
벌레들과 춤을 추고
벌레들과 노래 부르며

목이 메여
별을 부르고
달을 부르고
바람을 부르고
구름 따라 터벅터벅
홀로 걷다가

하늘이
부르는 날
알아서
조용히
떠나 가리라...




명상 1


매일 부처를 만난다
매일 악마를 만난다

나는 죽어 부처가 아니면
악마가 되리!

부처도 악마도 아니라면
나는 성황당 돌담위에

한송이 코스모스꽃이 되여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와

내가 미워하는 모든이들과
손 저어 반갑게 인사라도 나누리

살아가는 하루 또 하루가
지옥이라면 나는 이제

죽어서라도 천당에 가
못 다한 우리들의 슬픈 인연

시로 소설로 전설로
이 세상에 남기리라




물과 풀


젖어 있는
불꽃은
눈굽이ㅡ
축축하다

불의
물 방울ㅡ
풀의
봉긋한
젖 가슴ㅡ

리그베다와
아그니의
몽상속에서
새벽이
숨을 쉬며
깨여난다...

피는
가슴으로
흐르고
힘은ㅡ
가슴으로부터
다시
빠져 나가고

경험이
메마른 콤플렉스
사실주의 광기는
호프만의 레몬즙에서
풀과 나무와
바람과 구름과

질식 직전인
자연을
계속 이야기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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