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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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돋보기부자
2009년 02월 11일 15시 28분  조회:618  추천:9  작성자: 허무궁

나는 돋보기 세개나 있다. 갖고다니는것이 하나 있고 집에 하나 있고 회사에 하나 있다. 이만하면 뭘 보는데는 절대 불편이 없으리라고 나 스스로 마음이 든든하다. 이러는 내가 무슨 지독한 로안인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건 아니고 그저 나에게 돋보기 있다는 얘기다. 틀림없이 세 개다. 원래는 네개이던것을 세개로 줄였다. 처형에게 하나 주었던것이다.
    3년전 나는 40여세되기까지의 기간 끈질기게,그리고 완고하게 견결하게 지켜왔던 1.5의 시력이 점점 부실해지는것을 느끼게 되였다. 올빼미눈이라고까지 불리웠던 나였는데,사실 올빼미가 그렇게 시력이 좋은지도 모른채 나는 그냥 올뻬미로 불리우는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던 내 눈이, 어쩌면 나에겐 유일한 자랑거리인듯한 나의 시력이 점점 못해지다니!
    너무나 겁이 나서 안경상점에 가서 사정을 구구히 얘기하고 안경을 사야 되느냐고 물었다. 그게 잘못된 걸음이였다.안과병원에 가야하는데 말이다.
    40대후반의 아줌마가 거짓말 보태서 한 한시간남짓 내 눈을 못살게 굴더니 나중에 하는 말이로안이니_ 돋보기를 챙겨야하겠습니다.이_  다.
    이런저런 유리를 번갈아 내 눈에 갖다 대보며 시끄럽게 이것저것 묻더니 사정없이,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당신은 늙었습니다라는 판결을 내린것이다.
  아니_, 그럴수가? 저 이제 42인데요.»
  빠른_ 사람 있어요. 손님은 조금은 빠른 축이네요.»
    나의 심정따위엔 아무런 흥미가 없는듯 그녀는 계속 나에게 안경을 살것을 권고했다.
   인차_ 안경을 걸지 않으면 더 나빠질수도 있어요. 로안에 근시까지 겹쳤습니다.»
   네_? 근시? 그런거 어디 있습니까? 로안은 가까운걸 보지 못하는데 근시라니요?»
   그러게_ 말입니다. 그러니 근시돋보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유도를 하다가 그녀가 내주는 안경이 유명한 브랜드로 6만엔짜리였기에 난 인차 그 상점을 나와버렸다. 결국엔 안경을 파는것이 목적이요 나의 눈을 근심하는건 아예 처음부터 거짓이였다고 생각되였다. 그렇다, 내 눈이 나빠야 안경장사 좋을수 있으니까.
    그땐 나의 자존심이 시퍼렇게 살아있어 로안은 도무지 인정할수가 없었다.
    그후 나는 곤명으로 출장갔다가 관광기념품매대에 진렬되여있는 수정돋보기에 마음이 끌려 200원 주고 하나 사고말았다. 내심으론 언녕 로안을 인정한 일이고 또 전번 일본에서 본 안경값 6만엔에 비하면 이는 수정인데도 퍽 싸니까 하나 갖추어놓자는 생각이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살며시 밀어놓았던것이다. 그날로 돋보기 걸고 품고 갔던 책 펼쳐드니 아, 잘 보이기로 정말 이 세상 다시 얻은것 같았다. 눈에 건 안경이 아까와 서라도 책 더 읽어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나의 로안에 대한 저항 혹은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던 마음의 도망이랄가 하는것은 슬며시 기척없이 사라지고 나의 생활에 돋보기가 뛰여들게 되였다.
    그후 이렇게 저렇게 해서 몇개 더 사게 되였는데 그런데 이 돋보기란것이 대체 나의 인생에 무슨 보탬이 되느냐 싶어서 오늘 새삼스럽게 손에 들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생(生)이란 식물을 내놓고서는 일반적으로 눈이 펀들펀들 떠있는가에 따라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긴 숨을 쉬는것은 보이지 않으니 우선은 눈을 볼수 밖에 없는것이다. 죽는다는 말을 눈을 감는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에겐 눈이 중요한데 눈이 중요하게 되는것은 그 눈으로 사물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산과 들과 강과 바다를 보는 행위, 식물과 동물을 보는 행위는 모두 이 눈으로 하게 된다. 도적놈도 이 눈으로 발견하고 비리, 부정부패도 이 눈으로 발견한다. 아름다운 녀성도 이 눈에 보여지고 신사다운 사내도 이 눈에 비친다. 호박꽃도 장미에 못지 않게 아름다와 보여지는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 눈으로 보고 제멋대로 생각하게 되는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거늘 그 창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엿볼수 있다고 하니 정말 거짓말 같기도 하지만 남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정말 그가 뭘 생각하고있는가를 알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눈에 돋보기를 건다하니 꼭 마치 유리창을 달아놓은듯 하다. 그러면  눈의 마음의_ 창(窓)노_  릇은 어찌될것인지? 닫혀진 마음으로 될것이나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많은 학자들의 안경을 떠올리고 보면 유리창속의 눈은 심오한 학술의 품위를 갖춰주는듯도 하다.
    나도 회사에서 돋보기를 걸고 서류들을 볼 때 사무원아가씨에게 참_, 멋지네요라는_ 호평을 딱 한번 들어본적이 있다.
    그러니 돋보기부자는 멋진セ부자다. 이렇게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며 자기위안을 한다.
    한손에 가시 쥐고 또 한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렀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몇백년전의 옛날 역동(易東)선생 우탁(遇倬)이 이런 시조를 지었다 한다.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지만…

                                          2006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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