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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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챙기기, 하마래의 미풍량속
2016년 03월 17일 08시 28분  조회:2249  추천:0  작성자: 장경률

룡정정시 삼합진 부유촌, 일명 하마래마을이라고도 불리운다. 두만강변의 심산벽곡 오지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그 이름부터 특이하다. 먼 옛날 청나라 개국황제 누르하치가 군사를 이끌고 두만강변을 따라 이 부락에 들어가는데 지세가 하도 험준하고 가파로워서 부득불 말에서 내려 걸었다는데서 인기된 지명, 그때부터 이 고장을 글자그대로 하마래(下马来)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마래,  일년 사계절이 분명하고 겨울에 깊게 얼었다가 녹는 비옥한 땅에서 돋아나는 이 고장 천불지산의 송이는 세계적으로도 질이 으뜸이라고 한다.

부유촌 당지부서기 리종국씨에 따르면 해마다 송이철이면 하마래마을에서만 이런 으뜸송이를 하루 평균 1톤이상 채집, 밭이 많은 집들에서는 하루 100킬로그람이상 채집한다고 한다. 지난해처럼 송이가 많이 돋는 해에는  30톤이상 채집할수 있는데 촌의 총수입은 500만원--600만원,  100여 가구가 사는 부유촌의 가구당 순수입이 5--6만원씩 간다는 얘기다.

지난해 송이철, 기자들이 이 촌에서 송이채집체험을 하는 행운이 마련되였다. 당시  리종국서기는 주의사항을 알려주면서 <<첫째, 송이를 많이 뽑아야 다른 사람들이 비웃지 않는다. 둘째, 송이밭지경에 난 송이는 절대 뽑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그래서 다시 유심히 보았더니 천불지산에는 혹은 산봉을 따라 혹은 골자기를 경계로 소나무에 붉은 칠을 한것도 있고 붉은 천을 매여 놓은것도 간혹가면서 보였는데 이것이 바로 경영호들이 나누어서 도급맡은 경계선이였다. 이런 경계선에서 곧바로 하마래의 인심을 읽을수 있었다. 참으로 감동적이였다. 살펴보면 송이밭지경에는 이미 피여난 송이도 있고 갓 움터나오는 송이도 있었지만 누구도 뽑지 않았다. 한 마을에 살면서 그곳에 돋은 송이때문에 서로 불쾌한 일이 생길가 호상 념려하는 마음으로 뽑지 않는다고 종국씨가 설명해주었다.

하마래의 사람들은 또 하나의 전통습관이 있는데 바로 서로 송이 뽑는 시간을 약정하고 오늘 웃집에서 송이 채집을 가면 아래집에서는 래일 가는 방식으로 산에서 만나는것을 피한다고 한다. 서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는 마음에서 란다.

이날 송이채집체험팀이 한창 송이채집을 하는데 리종국서기네 송이밭에서 들려오는 낯선 사람들의 인기척을 듣고 그와 이웃한 서쪽송이밭 주인의 도둑을 대하듯한 격앙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남의 송이밭에 와서 뭘하오? 어서 내려가오!》

하마래사람들은 이처럼 서로 제것처럼 이웃들의 송이를 지켜주는것이다. 체험자들이 급기야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종국씨와의 관계를 낱낱이 해석해서야 그 이웃은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바로 이것이 하마래마을의 전통이며 하마래마을이 생겨서부터 이날 이때까지 한집안처럼 화목하게 사는 비결이였다.

사실 가족은 없어도 이웃은 있어야 산다. 그것이 인간 사회라는것이 현실이다.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인생살이가 이웃이 있음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니까 이웃은 고마운 존재다. 내게만 고마운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모두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요즘은 옆집은 있어도 이웃이 없다고 한다. 그젯날 단층집에서 살 때는 옆집이자 훌륭한 이웃이였는데 지금은 한 단원에 두세집만 살다보니 자기집에 들어 간후 문만 꼭 잠그면 몇달이 지나도 옆집에서 무슨일이 생겼는지 모른다. 그래서 옆집은 있어도 이웃은 없다는 말도 생기는것이다.

이웃이 없는 오늘의 삶, 오늘의 문화는 외형으로는 풍족해 보여도 너무나 삭막하다. 훈훈한 사랑과 정이 없어 마치 사막지대에 사는 것 같다. 예전에는 옆집뿐 아니라  온 동네가 나의 이웃으로 살았다. 온라인처럼 밤이나 낮이나 항상 대화와 정이 통했고, 특히 관혼상제같은 집안에 큰일이 생겼을 때는 이웃이 서로가 내 일처럼 적극 도와나섰다.

지난날 우리 동네에는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조상때부터 전해내려 온 <<촌민규약>> 비슷한것이 있었다. 그것을 보면 이웃과 마을간에 화목할것을 권장하고, 일이 있으면 자기일처럼 돕고 좋은 음식이 있으면 절대 혼자 먹지 않고 사발에 담아서 이웃에 돌리였다. 서로 다투는것도 엄격하게 금하였다. 그 밖에도 주민들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약속사항이  있는데 이를 위반할 경우 벌조까지 정해놓았다. 그중에서 가장 중한 책벌의 하나가 바로 불통화수(不通火水)였다.

당시의 미풍량속인 불씨 나눔과 한우물을 길어먹는 유무상통을 단절시킴으로써 이른바 마을에서 왕따를 시킨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웃과의 단절은 곧 죄악이며 형벌을 뜻하는것임을 알수 있다.

집은 뜨르르하게 현대가장집물을 갖추어 놓았고 먹는것도 산해진미 없는것이 없지만 이웃정은 그지없이 메말라간것이다. 경제는 더없이 성장하고 생활수준은 훨씬 높아갔지만 정신문화는 아주 피폐해진것이다.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자기나 자기집밖에 모르는 개인주의, 리기주의가 팽배하여 《이웃》이나 《공동체》의식이 메말라가고있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초가집에서 살면서 흙을 밟고 자란 세대와 현대식아빠트에서 자란 세대간의 차이와 거리감을 절감하면서 우리 이웃이 정이 없다고 질타하기에 앞서 먼저 내가 이웃과 잘 지내려고 어느만큼 노력해보았는가고 자문해 볼 일이다.

이웃챙기기, 하마래마을의 이런 미풍량속은 더불어사는 오늘 세상,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면서 더욱 고양되고 널리 알려지고 널리 보급되여야 할것이다. 우리 주는 물론이고 신주땅에 사는 우리 민족의 집거지에서는 보편적으로 <<이웃절>>을 제정하고 즐겁게 쇤다고 하니 어느정도 안위가 되기도 하다.

이웃은 복! 그래서 더욱 챙기자! 

연변일보 2016-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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