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은 단군의 후예, 한국인은 고종의 후손?”
-<<한국인은 왜 ‘조선족’이란 호칭에 거부감을 갖는가?>>에 대한 반론
김정룡의 시론
지난 10월 9일 나의 글 <<세종대왕이 발명한 문자는 한글일까? 조선글일까?>>이 발표되자, 많은 조선족 관련 사이트에서 게재했고, 워낙 민감한 화두여서 네티즌들 간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네티즌들은 조선족과 한국인으로 뚜렷하게 두 개 파로 서로 첨예하게 맞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들의 논쟁은 논쟁이라 하기보다 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
논쟁의 요지를 살펴보면 조선족들은 조선, 조선사람, 조선어, 조선글이란 표현을 옹호하는 입장이고, 거꾸로 한국인들은 조선족들의 입장을 반대하고 기어코 한국, 한국인, 한인, 한국어, 한글 표현이 맞다고 주장하고 심지어 어떤 한국인은 ‘조선족’이란 호칭마저 부정하려고 들어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어 유감이다.
여기서 한국인들의 주장을 전개해서 말하자면,
첫째 조선이란 국호는 치욕이라는 것이다.
조선은 이성계가 명나라로부터 얻은 국호이기 때문에 치욕의 역사로서 부정해야 마땅하고 또 그래서 고종이 조선을 버리고 대한제국을 선포했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한제국이란 국호를 근거로 모든 우리 겨레는 무조건 韓의 표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100%에 달하는 한국인들은 韓의 표현의 당위성을 대한제국이란 존재와 그 후 일부 조직, 일부 단체, 일부 서류에서 간간히 나타난 韓을 들먹이면서 우리 겨레를 통 털어 韓으로 표현해야 옳다는 주장이다.
한 한국인네티즌이 조선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인용한 문장의 일부를 발췌한다.
······왜냐하면 일제 강점기 이전, '大韓帝國'이란 나라가 분명, 한국인과 재중동포 역사 속에 존재하였기 때문에, 순수 한족이나 일본인이 어떻게 호칭을 하든지, '大韓帝國' 後孫(現 朝鮮族, 現北韓人, 現南韓人)들 스스로가 자신과 자신의 동질의 집단을 호칭할 때, '조선족'이나 '조선인'이라 부른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정확히 호칭을 한다면 '韓國人'이며 약칭해서 '韓人'이라 불러야 옳다. 한반도에 근대국가가 성립되기 이전에 분명 대한제국이었므로 그때부터 호칭을 살펴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윗 문장에서 現 조선족들은 또 다른 주장과 반론을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순 명료하게 예를 들자면, '大韓帝國' 後孫(現 朝鮮族, 現北韓人, 現南韓人) 들 스스로가 자신을 '조선족'이나 '조선인(조센징)'이라 부른다는 것은 '한족'들이 '현 조선족'에게 '꼬리빵즈'라고 부르는 의미와 똑같을 뿐이다.
그것은 자기 조상을 욕보이는 짓일 뿐이다.
'大韓帝國' 後孫(現 朝鮮族, 現北韓人, 現南韓人) 들은 스스로 '대한인'. '한인', '한국인'이라 불러야 함이 옳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조선'이나 '조선족'이란 호칭에 거부감을 갖는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現 중국동포들이 이런 역사적 전후 사유를 살펴 보지도 않고 , 단군 조선과 중세 조선왕조까지 연관시켜 현 조선(북한)이란 국호만 집착하는 자가당착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착각과 이상한 유추까지 하고 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역사에 '조선'이란 왕조가 당당하게 자존심을 지키며 존재하였는데, '族'은 '國家' 보다 하위 개념이고 중국정부가 명명해준 '조선족'이란 명칭을 선뜻 받아 들일 수 있는 한국인은 아마 드물 것이다.
1949년 모택동이 쟝제스하고 벌인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후, '대한제국'의 후예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서 명명한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가령 예를 들어서 1945년 해방 이후, 北이 '대한민국'란 국호을 쓰고 南이 '조선'이란 국호를 썼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조선족' 은 '한국족'이란 호칭을 쓰고 있지 않겠는가.
이렇듯 중국에 남아있던 '韓人'들이 '朝鮮族'이란 호칭으로 명명된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더욱, '단군조선' 과 '중세조선' 이라는 민족 역사의 큰 물줄기를 저 머나먼 아프리카 초원의 부족같은 뉘앙스로 만들어버렸으니, 한국인 입장에서는 '조선족'이란 호칭이 썩 달가워 할리 없으며 몰상식하게 보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조선족'이란 호칭은 '조선(北)'의 호칭을 가져다가 명명한 정치적 명사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現 '중국동포' 에게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역사적 연유는 '중국동포'들이 인식하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大韓帝國’ 後孫(現朝鮮族, 現北韓人, 現南韓人) 들은 스스로 '韓人’, '韓國人’이라 호칭해야 옳다. (독자/이해불가 연변통보 2007-08-05)
윗 문장은 정치적 입장으로 보나 역사적인 관점으로 보나 학문적인 견지에서 보나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친 소리로 들려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 푼도 없다. 실로 한국인은 대한제국에 광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이런 꽉 막힌 한국인을 상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만 조선족이란 호칭의 유래를 한번 명확히 알려 주고 싶다.
현재 조선족은 19세기 중반부터 연변을 발판으로 동3성에 자리 잡게 되었다. 본래 연변은 만주족이 자신들의 발상지라고 여기고 17세기 중반부터 200동안 봉금령을 내렸다가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하여 땅을 개척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19세기중반부터 조선인의 이주와 관내 한족의 이주를 허락했다. 그때 만주 땅에 간 조선인은 현재 조선족의 1세이다. 당시는 대한제국이란 존재도 없었고 한국, 한국인, 한인이란 표현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조선반도로부터 만주 땅에 이주해간 우리 선조들은 스스로 조선인이라 칭하고 무리를 지어 마을을 이루고 공동체생활을 해왔다. 그 후 일제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건너갔는데 그들도 역시 자신들을 조선인이라 생각했을 뿐 한인이란 표현에 익숙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 소수 운동가를 제외한 대다수는 머리에 한이란 개념이 없었다. 모택동 시대에 들어 조선족이라 칭하게 된 것은 우리민족공동체가 조선시대(대한제국이전)부터 이주해왔고 또 중국인은 우리를 조선인이라 여긴데서 민족호칭을 조선족이라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유래된 조선족을 그 무슨 미친 소리 같이 대한제국의 후손이기에 마땅히 한인, 韓족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주장이다. 더욱이 조선족이 조선족이라 하는 것이 조상을 욕보이는 짓이라 매도하는데 그렇다면 한국인은 대한제국의 존재 하나를 물고 늘어지면서 朝鮮을 부정하고 韓을 주장하는 것은 조상을 욕보이는 행위가 아닌가?
그래서 일부 조선족네티즌들은 “조선족은 단군의 후예이고, 한국인은 고종의 후손?”이란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족이 왜 한국 땅에서 시기와 냉대를 받을까? 단순히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보다 한국인의 내면인식 속에 ‘조선족’이란 호칭을 거부하고 따라서 조선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인이 말로는 조선족이 동족이고 뭐고 하지만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의 조선족은 韓이 붙지 않은 자기네와 다른 이방인일 뿐이다.
현재 한국인들의 이런 사고방식(韓만을 고집하고 朝鮮을 부정하는 사상)을 갖고 남북통일을 말하기는 너무 요원해 보인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하려면 남과 북의 정치가들과 학자 및 사회 원로들이 모여 국호, 민족호칭 등을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인들의 꽉 막힌 사고방식을 갖고 논의에 임한다면 통일은 고사하고 서로 적대감만 늘어갈 것이다.
한국인은 분단을 말할 때 쩍하면 외세를 들먹인다. 다 아시다시피 외세의 영향은 줄어가고 있으나, 거꾸로 한국인의 범민족적인 트인 사고방식이 매우 경직되어가고 있다. 조선족이란 호칭 하나를 수용 못하면서 남북통일을 말한다? 참으로 더 할 말이 없다.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조선이란 표현이 역사가 유구하고 한이란 존재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민족도 조선과 한이란 표현에 서로 거부감내지 적대감을 갖지 말고 중국인이 華와 漢의 표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조선과 한의 표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통일이 된다면 국호와 민족호칭을 ‘고려’로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 김일성 주석이 ‘고려연방’을 제안했고, 또 어차피 영어권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에서 KOREA로 부르고 있는 마당에, 고려라는 호칭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