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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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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    잡지는 잡지다워야 잡지 댓글:  조회:5546  추천:0  2015-08-11
-《장백산》잡지 창간 35돐에 즈음하여 《장백산》잡지사 리여천 사장 겸 주필 우리 말 대형문학지《장백산》잡지는 1980년 5월 1일에 유서 깊은 황성옛터 통화시에서 창간하여 지금까지 장장 35년이란 긴 세월을 걸어왔습니다. 첫 창간호가 고고성을 울리면서 올해 2호까지면 총 200호가 됩니다. 초창기에는 사무실도 없고 전문편집도 없고 재정보장도 없는 상황이였기에 장백산은 《들가방편집부》로 첫 걸음마를 떼고 모든 간난고초를 겪으면서 오랜 세월을 걸어왔습니다. 지금도 걸어온 35년을 돌이키면 가슴이 벅차납니다. 장백산의 35년은 창업의 35년이였고 고난의 35년이였으며 또한 성과가 빛나는 휘황찬란한 35년이였습니다. 처음에는 통화시문련의 한어잡지인 《장백산》의 이름을 빌어서 내부 계도간행물로부터 1983년에는 정식공개간행물로, 지금은 길림성 10대 우수간행물, 북방지역우수간행물, 국가출판총서에서 인정한 쌍효간행물로 성장했으며  2005년에는 전국 3만개 간행물가운데서 평심한 백종중점간행물의 하나로 되였으며 우리 말 간행물뿐만아니라 소수민족문자로 출판하는 간행물중 제일 인기 있는 잡지로 평가받으면서 국가 핵심간행물로 되였습니다. 처음에는 통화시문련 소속의 내부간행물로부터 1990년 4월에 장춘으로 들어오면서 선후로 성작가협회, 성민족사무위원회에 소속이 되였다가 2004년에는 길림일보그룹에 소속이 되였습니다. 류하현의 선전부 간부과장으로 있던 남영전선생은 한어로 시를 창작하는분이였지만 조선족문인들의 고초를 헤아리고 조선족문학을 발전시키고저 선뜻 발벗고 나서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장백산》을 창간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면서 로심초사하셨습니다. 그이는 여러번 승진할 기회가 있었고 북경으로 전근할수 있는 기회가 차례졌지만 한번도 동요가 없이 김택원선생님과 같이 《장백산》을 창간하고 예순이 넘어서도 2년이나 더 현직에 있으면서 장장 30년 동안 《장백산》의 발전을 위하여 혼신을 다하셨습니다. 창시자중의 한분인 김택원선생은 남사장의 든든한 조수가 되여서 밤낮이 없이 일하시다가 아쉽게도 1995년 어느날 오전까지 출근을 하셨다가 피로로 하여 오후 다섯시즈음에 저세상 사람이 되였습니다. 그이는 잡지사에서 장장 20여년 동안 심혈을 몰부은분입니다. 초창기에 우리는 통화시 민족사무위원회에서 주는 보조금 2000원을 가지고 잡지를 만들어야 했기에 김택원선생은 자기의 장끼를 발휘하여 번역을 해서 탄 원고료를 잡지사에 들여놓고 행정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1984년 정식으로 편제를 가지면서 리여천선생과 김수영선생이 선후로 잡지사로 전근이 되였고 김수영선생은 퇴직한 후에도 칠순이 되도록 10년이나 더 출근을 하셨으며 역시 일생을 다 잡지사사업에 바친 분입니다. 리여천선생은 28 세 호시절에 잡지사에 들어와서 인생의 제일 좋은 황금시기를 잡지사사업에 이바지하였으며 지금까지 여전히 32년이란 긴 세월을 잡지를 위해 분투하고있습니다. 초창기에 잡지사는 사무실이 없었기에 항상 애로가 많았습니다. 남의 사무실을 빌려쓰든가 아니면 코구멍만한 세집을 잡고 넷이 들어앉아서 편집을 해야 했으며 2000년에야 116평방으로 된 주택을 하나 사서 사무실로 사용할수가 있었습니다. 창간호 발행이 2000여부로부터 번영시에는  3만부까지 달했으며 현재 조선족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3000여부를 오르내리면서 문학지로서는 상당한 발행부수를 보존하고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사무실이 없는 서러운 나날을 돌이키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남의 눈치를 보가면서 사는 그 고통은 당사자 아니고서는 리해할수가 없습니다. 특히 발행 때마다 그 애로가 더 컸습니다. 한때는 발행료의 40프로를 우전국에 줘야 하기에 우리는 자체발행을 시도하였는데 3만부 되는 잡지를 뜨락에 부려놓으면 산더미가 되였습니다. 그러면 그걸 뜨락에 늘여놓고 잡지사의 가족들마저 모두 동원하여 며칠씩 잡지를 봉투에 넣고 주소를 적으면서 발행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잡지사에게 《광장편집부》란 미칭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오는 날이면 잡지를 6층 사무실까지 메올려야 하는데 지쳐 쓰러지는 직원이 한둘이가 아니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불만없이 수걱수걱 일을 하군 하였습니다. 잡지사는 그냥 차량이 없었기에 발행시에는 자전거로 운반을 해야 하는데 남직원들은 열몇번씩 봉투에 담은 잡지를 실어날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또 우리 잡지사를 《자전거잡지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잡지사직원들은 더 좋은 작품을 모집하기 위하여 넓은 통화벌을 누비며 다녔고 발행부수를 늘이기 위하여 집집마다 찾아다니군 하였습니다. 재정상황이 어려웠기에 항상 출장보조도 받지 못하면서 되려 월급을 탈탈 털어서 발행에 보태쓰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월급이 마이나스가 될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잡지사의 간거한 력사를 아는 사람은 이를 두고 《장백산정신》이라고 합니다. 장백산은 문학지로서 초창기부터 그 종지가 명확했습니다. 문학의 쟝르라면 다 취급대상이 되였습니다. 소설문학을 위주로 하면서 시, 수필, 실화문학, 평론, 잡문, 등 란을 설치했고 대형문학지란 그 우세로 장편을 많이 취급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장편만 해도 거의 50여편이나 되며 취급한 원고가 거의 6천만자에 달합니다. 와중에 박선석의 대하소설 《쓴웃음》은 장장 7년 반 동안 우리 잡지에 련재하면서 국내외 독자들의 감탄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장백산은 항상 《최선》이 우리의 표준이였습니다. 그래서 이미 고인이 되신 항일투사 김학철선생의 만년의 많은 주옥같은 작품이 거의 우리 잡지에 실렸으며 김학철선생 본인도 우리 잡지에 글을 내는것을 원했습니다. 역시 이미 고인이 되신 연변대학 부학장 정판룡교수는 생전에 《고향 떠나 50년》이란 력작을 쓰셔서 우리 잡지에 련재를 했으며 이 작품은 지금 봐도 우리 조선족문학에 있어서 길이 남길 력작이 아닐수가 없으며 나아가서는 우리 민족의 재부가 아닐수가 없습니다. 《몽당치마》를 쓰셔서 1983년 전국우수단편소설상을 탄 원로작가 림원춘선생님은 《우산은 비에 운다》란 장편을 우리 잡지에 련재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장편소설 《산귀신》을 련재하고있습니다. 연변대학 교장으로 계시던 김병민교수는 연변대학 60돐을 맞으면서 《와룡산일지》를 우리 잡지에 련재했으며 이 글은 연변대학의 빛나는 력사가 담겨있을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창업사가 그려졌기에 많은 국내외 교육자, 학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변과기대 김진경총장님의 사적을 다룬 허련순선생의 장편다큐 《사랑주의》, 김혁의 장편인물전기 《윤동주평전》이 지금 련재되고있습니다. 그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우리 《장백산》의 이 진지에서 자기 문학의 꿈을 키워가고있습니다. 우리 조선족문학은 중국 문학의 일부분으로서 우리 《장백산》은 우수한 중국문학을 조선족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저명한 시인 하경지, 애청 등의 주옥같은 시를 소개했을뿐아니라 중국문단흐름을 알리고저 《형제》, 《청자기》 같은 당년 판매량이 앞자리를 차지하는 작품들을 련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시종 중국문학란을 설치하여 좋은 작품들을 실으면서 조선족문학이 중국문학과 더 빨리 더 가깝게 접근하기 위해여 정성을 다해왔습니다. 《장백산》은 초학자를 키우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십여년동안 줄곧 대학생코너를 설치하여 대학생들의 작품특집을 꾸리는것으로 조선족문학의 대를 잇는데도 홀시하지 않았습니다. 장백산은 줄곧 세계적인 범위에서 우리 민족문학의 만남의 장, 교류의 장을 만드는데 힘써왔습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의 좋은 정세를 세계에 알리고 장길도 건설에 의바지하고저 우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986년부터 우리는 한국, 조선, 일본, 미국, 카나다, 브라질, 독일 등 각 나라의 우리 글 작가들의 글을 실어왔습니다. 《장백산》은 중국생활체험기와 한국생활체험기란을 설치하여 한국에서의 중국인들의 어려움과 중국에서의 한국인들의 성장과정을 글로 담아 중한문화교류와 경제발전에 가교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본분들은 한국에서 살고있는 우리 조선족들의 어려움을 페부로 느끼면서 한국문화를 리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며 중국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인들에게는 반드시 장백산의 중국생활체험기를 읽으면 그만큼 도움이 컸기에 우리 나라 대외개방의 좋은 창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7년에는 조선의 《조선문학》잡지사와 《천리마》잡지사의 초청으로 성 해당 부문의 책임자들로 조성된 《장백산》잡지사 대표단이 조선을 방문하여 당시 장철부총리의 접견을 받는 그런 영예를 지니기도 했으며 한국의 많은 문학지와 자매지를 맺고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왔습니다. 장백산은 한국을 비롯한 국외 많은 나라로 잡지가 나가고있으며 2002년에는 한국 번역원에서 《장백산》잡지 200부를 구매하여 한국의 각 대학도서관에 발행하여 연구, 저장하도록 하였습니다. 지금도 한국의 제일 큰 책시장인 교보문고에 가면 장백산잡지가 판매되고있습니다. 한국의 서울출판사에서는 무료로 장백산의 초창기부터 2004년까지의 모든 작품을 종합본 68개로 출판하여 한국의 각 도서관으로 발행하고있습니다. 《장백산》은 많은 작가들을 키워왔습니다. 통화시 매하구시 농민작가 박선석은 대하소설 《쓴웃음》을 제외하고도 《재해》, 《압록강》등 많은 장, 중, 단편소설을 장백산에서 독점련재하는 식이였으며 지금은 당당한 작가로 성장하여 박선석팬이 이루어질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애대를 받고있습니다. 문학의 황무지였던 통화시 조선족문학은 장백산이 있음으로 하여 마송학, 리승호, 김남현 등 많은 작가들이 배출하였습니다. 남영전사장은 창작도 잡지사건설에 도움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잡지사를 운영하면서도 시창작에 게을리 하지를 않았습니다. 근간에 그이가 쓴 토템시는 새로운 쟝르로서 중국문단에서 당당하게 한자리를 매김하게 되였습니다. 그이의 토템시는 북경을 비롯한 많은 대학교 연구생들의 론문테마로 되였으며 북경, 무한, 장춘 등지의 일부 대학교에서는 남영전토템시세미나를 갖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갔으며 올해는 중국작가협회에서 조직한 당대 중국소수민족시인 10대 《걸출시인》의 한 사람으로 평선되여 커다란 영예를 안게 되였습니다. 사장의 이런 시재와 그의 인격매력은 잡지사를 꾸려나가는데 더없는 재부가 되였으며 《장백산》은 길림성에서뿐아니라 중국작가협회, 국가출판총서의 중시를 받고 많은 지지를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장백산》은 30년 동안 많은 작가들을 키웠고 많은 글들을 실었을뿐 아니라 많은 문학상을 설치하여 조선족문학을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1년에는 한국 한 지명인사의 후원으로 전국정치협상회의 회의실에서 《장백산》문학상 시상식을 가졌으며 당시 조남기부주석께서 친히 시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수상자로서는 덕고망중한 김학철선생님과 정판룡교수님이였으며 상금도 2만원의 거액으로서 국내외 커다란 반향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장백산모드모아문학상은 광주 모드모아그룹의 리성일리사장의 후원하에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장장 8년 동안 진행해왔습니다. 모드모아문학상은 다른 문학상과 달리 수상자에게 수장작가작품집을 출판해주기에 많은 작가들의 인기를 가져왔습니다. 지금까지 50여명이 수상을 했으며 단행본만 해도 52개를 출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잡지사를 작은 출판사라고도 합니다. 또한 모드모아문학상은 세계문학상을 설치하였기에 많은 국외작가들이 참여하여 명실한 문학상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중국조선족문학비평상》은 한국의 한림대학 정덕준교수가 발기하고 후원해온 상입니다. 《장백산》잡지에만 그친것이 아니라 조선족문학의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평선을 하기에 어느모로 보면 우리 조선족문단을 리드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상이기도 합니다. 올해까지 5회에 달하는 이 상은 상금이 많을뿐 아니라 비평계에서는 권위적이기에 론문지가 아닌 문학지 《장백산》에서 주최한다는것은 우리 문단에서의 커다란 기여가 아닐수가 없습니다. 《장백산》은 항상 진선미를 추구하면서 민족적이면서도 원고의 《최고》를 만들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장백산》에서 나간 작품들이 많은 국내외 문학상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우리 조선족문단에서 제일 큰 상이라고 할수 있는 김학철문학상이 첫 2회의 수상작품이 다 우리 잡지에 련재한 글입니다. 1회에서는 허련순의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가》가 대상을 수여받고 2회에서는 박선석의 《쓴웃음》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어느해 연변주에서 가진 《진달래문학상》에서 문학부분 7개 상가운데 4개가 우리 잡지의 작품입니다. 《장백산》은 잡지를 잘 꾸리는데서 그친것이 아니라 조선족문학을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습니다. 몇년전만 해도 중앙민족대학과 같이 《박선석작품연구 및 조선족문학의 현황과 전망》이란 세미나를 가졌으며 연변대학과 같이 《불멸의 영령-최채》출간기념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불멸의 영령-최채》는 민족의 력사가 담겨있을뿐 아니라 항일투쟁사와 민족정책의 우월성이 담겨있는 력작이기에 우리 잡지에 련재했을뿐 아니라 한어로 번역하여 출판하였으며 중국의 각 명문대학 도서관에 책을 증증하여 저장하도록 했으며 출간기념식을 성황리에 치르기도 했습니다. 출간기념식에 주정부의 지도간부들의 참여와 지지를 받았을뿐아니라 전국정치협상회의 조남기전임부주석께서 축사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명문대학과 손잡고 학술세미나를 가지는것은 문학지로서는 아름찬 일이지만 그 사회효과는 적극적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조선족문학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이런 노력을 계속 도모해나갈것입니다. 《장백산》은 중한문화교류를 위하여 노력해왔습니다. 2004년에는 한국 10대 시인의 시집을 한어로 번역하여 북경의 문예출판사에서 출판하였으며 이 계기로 중한문화교류의 장을 펼쳤습니다. 중국 작가협회에서는 중한문화교류에서 우리 잡지사의 가교역할을 바랐습니다. 우리 잡지사에서는 중, 한 시의 번역으로부터 출판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지고 고품위가 있는 《중한시집》, 《한중시집》을 두개 언어로 출판하였을뿐 아니라 두나라 작가, 시인들이 한자리에 만나 《중한문화연구세미나》를 가지게끔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작가협회 소수민족문학학회에서는 장백산의 공적을 기리고저 우리에게 《원정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부터 장백산은 작가들의 시야를 높이고 소수민족간의 문화교류를 위하여 해마다 20여명의 작가들을 조직하여 문학답사에 나섰으며 지금까지 거의 60여명의 작가들이 선후로 운남, 내몽골, 서장, 연안 등지를 다녀오기도 하였을 뿐 아니라 기행문을 잡지에 싣기도 했습니다. 《장백산》잡지사의 휘황찬란한 35년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감개무량합니다. 당의 좋은 민족정책이 없었다면 장백산의 오늘이 있을수 없으며 개혁개방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성과를 거둘수가 없었을것입니다. 우리가 애로에 빠질 때마다 당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를 고무해주고 밀어주군 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성정치협상회의 전임주석이였던 류희림동지는 장백산 초창기에 통화시 서기로 있으면서 줄곧 장백산을 관심해오신 분입니다. 성인민대표대회 리정문전임부주임은 항상 장백산의 행사에 꼭꼭 오셔서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 분입니다. 성민족사무위원회 전임 주임이였던 김영준동지는 지금까지도 고령이심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장백산에 와보시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인다고 찾아주시는 잡지사발전에 공로가 큰 분입니다. 현직에 있는 성민족사무위원회 강광자주임은 장백산을 밀어주는것은 소수민족정책의 락착이라고 떳떳이 말합니다. 항상 재정난으로 시련을 겪을 때마다 성재정청의 지도자들과 성신문출판국의 지도자들은 소수민족문화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당의 민족정책에 대한 옳바른 인식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다주군 하였습니다.그리고 많은 경제인, 지성인들한테도 고마움을 표하고싶습니다. 장백산은 물론 35년 동안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지만 아직도 걸어가야 할 길이 멉니다. 당의 요구에 아직 먼 거리가 있으며 많은 분들의 베풀어준것보다는 거둔 성과가 작으며 아직 해결해야 할 애로가 많습니다. 아직까지 작은 116평방의 주택을 사무실로 사용하고있습니다. 국가 핵심간행물로서는 너무 격에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의 옳바른 민족정책이 있고 든든한 길림일보그룹의 지도자들의 관심이 있고 많은 기업인, 지성인들의 지지가 있고 많은 작가 시인들의 참여가 있는 이상 장백산의 래일은 더욱 찬란할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당의 문예방침에 따라 《인민을 위하고 사회주의를 위하는》 방향과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방침아래 력사의 사명감을 안고 어떤 곤난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뚫고 나가는 《장백산정신》을 이어받아 당이 믿어주고 길림일보그룹에서 믿어줄수 있고 독자들이 즐기는 좋은 잡지로 꾸려나갈것입니다.
1389    음악분수 댓글:  조회:6087  추천:0  2015-08-11
분수속에 융합된 예술적 감화력, 경관설계 및 과학기술의 독특한 매력으로 연길 부르하통하 분수는 일전에 2015 10개 곳《가장 아름다운 음악분수》에 들었다. 부르하통하 음악분수군의 길이는 158메터, 분수 주심 높이는 108메터, 분수구가 2000여개, 채색조명등이 8000여개가 장치되였다고 한다. 소리, 빛, 전기기술을 종합적으로 리용하고 시각과 청각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경천옥기둥》,《천녀 꽃보라 날리기》,《향심비무》등 다양한 분수조형을 시사하고있으며 음악의 동감을 결부하여 물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있다.    2015 10개 곳《가장 아름다운 음악분수》에는 상해인민광장의 분수, 서안 기러기탑 음악분수, 청도 세계원예박람회 음악분수, 심수 해상세계 음악분수, 소주 김계호 음악분수, 광동성 갈양 용강 대형음악분수, 락양 호심 대형음악분수, 광동 하원 신풍강 음악분수, 절강 악청줌심공원 대형음악분수가 들었다.     광동성 갈양시정부 사무청사앞 용강(揭阳榕江)북하강심에 있는 용강 대형음악분수는 당면 에서 중국가장 높고 긴 강심음악분수이다. 분수 주심 높이는 188메터, 아시아에서도 가장 높은 분수로 꼽히고있다. 분수대 길이는 290메터, 너비는 45메로 목하 세계적으로 가장 큰 면적의 부체분수대(浮体平台)로 꼽히고있다.  길림신문
1388    詩는 農村을 對相하라... 댓글:  조회:4567  추천:0  2015-08-07
[ 2015년 08월 04일 08시 36분 ]     음력 6월 15일, 조선족의 전통 명절인 ‘류터우제(流頭節)’. 헤이룽장(黑龍江)성 닝안(寧安)시 보하이(渤海)진의 많은 조선족은 이날 장시(江西)촌에 모여 전통 풍습대로 제사, 머리 감기, ‘류터우옌(流頭宴)’ 연회 등 행사에 참가했으며, 가무 공연과 스포츠 시합을 열어 조선족의 명절을 축하했다. ‘류터우제’는 고대 농경사회에서 기원한 명절로서 ‘류터우’라는 단어는 ‘둥류수이터우무위(東流水頭沐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를 줄인 말이다. 매년 음력 6월 15일마다 조선족 부녀자들은 동쪽으로 흐르는 하류에서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며, 농경신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몸을 정갈하게 하여 잡귀를 쫓고, 풍년과 건강을 기원한다. =========================================================== 신경림의 시는 농촌을 배경으로 한 것이 대부분으로 1960년대 중반에 들어 신경림(申庚林)  예술가명 : 신경림(申庚林)    생몰년도 : 1935년~    전공 : 시 신경림의 시는 농촌을 배경으로 한 것이 대부분으로 1960년대 중반에 들어 , , , , 등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끌었다. 초기의 등에서 보인 인간존재를 다룬 관념적인 세계를 말끔히 씻고 주관적인 표현에서 객관적인 표현법을 사용함으로써 단편소설적인 이야기시의 성격을 진하게 풍긴다. 그의 시 는 그의 작품 경향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죽음의 현장인 도수장 앞에 와서야 겨우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고 고갯짓을 하며 어깨를 흔드는 농민들의 발버둥을 통해서 인간의 숙명적 정한의 새로운 질서와 조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시적 대상은 막연하고 평면적인 농촌현실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 한, 울분, 고뇌 등이 끈질기게 깔려 있는 장소로서의 농촌현실이며, 때문에 생명력이 넘치는 농촌의 제현상이 구체적으로 파헤쳐진다. 원시적인 리듬의 무리없는 구사에 있어서도 평범한 토속어를 기반으로 현재의 경험에 의해 재생시킨 밀도있는 시어로 표현함으로써 토속어의 새로운 감각을 창출시킨다. 이는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는 사실들을 재발견하여 현재의 특성을 점검하는 데 매우 긴요한 요소가 되며, 객관적 세계로 시를 끌어감으로써 한국의 시를 민중현실 및 민중감정과 격리시켜 온 과거의 여러 불투명한 형태들을 청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장시집인 은 농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우리 역사를 바라보고자 한 시도로서, 서사적인 스케일을 보여주는 방대한 작품이다. 그는 이것을 기초로 민중현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 참고: ,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 국어국문학편찬위원회 편, 한국사전연구사, 1995         생애     충북 중원에서 출생한 신경림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56년 에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건강상 낙향해 초등학교 교사, 요양생활 등을 하다가 상경, 한때 붓을 꺾기도 했다가 1965년에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첫 시집 를 간행하였고, 이어 여러 시집과 평론집 등을 펴냈다. 1974년 시집 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했고, 1981년 한국문학작가상, 1990년 이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 현재 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약력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1955년 동국대학교 영문과 입학 1956년 지에 이한식의 추천으로 ·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1965년 한국일보에 을 발표함으로써 작품활동 재개 1967년 동국대학교 영문과 졸업 1975년 고은, 백낙청, 이문구 등과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 1980년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수감 1984년 정희성 등과 민요연구회 결성 · 1989년까지 의장으로 활동 /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 1988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창립에 참여 1989년 김윤수, 황석영 등과 민족예술인총연합 창립 · 사무총장 취임 1992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 민족예술인총연합 공동대표 1993년 출국금지가 풀려 연변, 백두산 등 중국 동북지방 여행 1995년 파리에서 열린 한국문학의 해 행사에 박완서, 고은, 조세희 등과 참석 1997년 동국대학교 석좌교수에 위촉 1998년 콜롬비아 세계시인대회 참석 1999년 독일 함부르크 한국문학의 날 행사에 이문열, 김원일 등과 참석 200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피선      상훈   1974년 만해문학상(창작과비평사 제정) 1982년 한국문학작가상(한국문학사 제정) 1988년 동국문학상(동국문인회 제정) 1990년 이산문학상(문학과지성사 제정) 1994년 단재문학상(한길사 제정) 1998년 공초문학상(서울신문사 제정) / 대산문학상(대산문화재단 제정) 2001년 현대불교문학상 2002년 만해시문학상         저서       • 시집  (1973) (1979) (1985) (1987) (1987) (1988)  (1990) (1991) (1993) (1996) (1998)  (2002)  • 평론집  (1977) (1981) (1982) (1986)  • 수필집 (1985) (1985) (1986) (1989) (1998) (2000) (2002)   [새재 (창작과비평사,1979)]   [가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1988)]   [쓰러진 자의 꿈 (창작과비평사,1993)]         작품세계        작가의 말   (……) 우선 급한 것은 시를 통해서, 소설을 통해서 발언하고 운동을 하고 그 시와 소설이 운동성을 가지게 해야 합니다. 그 다음의 것이 그 시나 소설에 걸맞는 행동으로서의 운동입니다. 다시 말해, 문학이 살아 있기 위해서는 운동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운동성은 두 가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가령 시낭송회와 같은 데서 얻은 운동성, 즉 현장에서의 운동성이요, 또 하나는 현장성을 떠났을 때의 독립적으로 갖는 운동성입니다. 그렇다면 독립적으로 갖는 운동성은 어떻게 획득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문학작품이 예술적으로 뛰어날 때 가능해집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운동성이 획득되는 것이지요. 톨스토이의 소설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제 얘기는, 시인의 운동이란 ‘운동, 운동’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또 그것만 너무 강조하지 말고 무엇보다 뛰어난 시를 쓰는 것이 운동에 큰 보탬이 된다는 것입니다. (……) 첫째로, 우리 시가 좋은 시가 되려면 서정성이란 걸 다시 해석을 해서 그 참된 서정성을 우리 시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 시는 재미있고 올바른 서정시가 되어 갈 것입니다.  둘째로, 민중언어를 찾아내어 올바른 민중시가 되는 한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예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민족적 동질성과 순수성을 회복하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지향의 문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구체적인 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지요.  제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바로 이러한 몇 가지 측면에서 반성을 하고 극복해나갈 때 우리 시가 다시 참다운 재미를 회복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 역사의 나아가는 길에서 시가 시답게 한몫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 ‘우리 시의 올바른 길’, 신경림, , 문학세계사 1988      평론   [농무 (창작과비평사,1975)] 처녀시집 이후 신경림은 적지 않은 수효의 시편과 시집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일관되게 에서 보여준 시적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고향노래만을 부르고 있는 고향의 터주노래꾼이다. 고향을 노래하지 않는 시인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노래를 잃어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상소리와 독설과 재담의 시는 재미있고 실감나지만 벌써 노래는 아니다. 오늘의 도시적인 삶이 제기하는 여러 상황에 괴로워하고 속상해하고 그 아픔과 극복에 관해서 생각하는 시도 많고 그러한 시가 우리에게 호소하는 바도 크다. 그러나 그것은 노래라기보다 토막생각이나 사고의 비명인 경우가 많다. 외마디 아픔의 비명은 노래로 이어지지 않는 법이다. (……) 그의 고향노래는 구체적인 사회역사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늘 서사적 충동을 가지고 있다. (……) 신경림 시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우리는 진한 서정성을 들 수 있다. 서사적 충동도 이 진한 서정 속에 용해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초기작품에서 후기작품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서정성은 쓸쓸하다든가 슬프다든가 하는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개체적인 삶에 대한 충실에서 나온 것이지만, 울분과 노여움의 시에서마저 우리는 서정이 울분과 노여움을 감싸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그를 고향의 터주노래꾼이라 부르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날 우리 고향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지극한 가난이었다. 오늘에 있어서도 가난이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 긍정적인 방향에서건, 부정적인 방향에서건, 신경림의 시는 많은 비평가, 시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관심의 깊이와 넓이에 반하여, 그의 시세계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해석하는 작업은 유종호의 매우 뛰어난 한 편의 글에서밖에는 거의 행해지지 않았다. 그의 시는 대개 농민문학론의 수일한 예로 제시되거나, 아니면 시대착오적인 농촌 묘사의 한 예로 제시되어, 문학이론의 시녀노릇만을 해왔다. 그것은 시인 신경림에서는 득이 될 수도 있었고, 실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그것 때문에, 여하튼, 농민문학론의 기수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그것은 득이다. 그것 때문에 그의 시적 움직임의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그것은 실이다. (……) 초기 신경림에게 있어, 삶이란 내면화된 정적 울음이다. 그 인식론적 각성 때문에 신경림이 수동적, 체념적 세계관을 수락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삶이란 내면화된 정적 울음이지만, 그 울음들이 같이 울릴 때 그것을 통곡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 나의 울음이 개별적이고 단독적일 때 그것은 울음으로 끝나지만, 그것이 집단적이고 집합적일 때 그것은 통곡이 되어 큰 외침이 된다. 그러나 신경림의 특이한 점은-이것이 시인으로서의 그의 성공을 보장해준 것이라 나는 생각하는데-그것이 울음이든, 통곡이든, 신경림까지도 울고 통곡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울음, 통곡의 현장에 우는 사람, 통곡하는 사람과 같이 있지만, 같이 울지는 않는다. 그는 같이 울고 통곡하는 대신에, 울고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노래한다.         연계정보        관련도서   , 창작과비평사, 2004 , 신경림 외, 웅진닷컴, 2002 , 구중서·백낙청·염무웅 편, 창작과비평사, 1995 , 신경림 외, 웅진출판, 1992 , 신경림 외, 문학세계사 1988 , 강정구, 경희대 박사논문, 2003 , 성기각, 경남대 박사논문, 1999
1387    영국 명시인 - 테드 휴즈 댓글:  조회:2942  추천:0  2015-08-03
여우                                 테드 휴즈[영국]             테드 휴즈[(Ted Hughes(1930-1998)]       나는 상상한다, 이 한밤 순간의 숲을. 다른 무엇인가가 살아있다. 시계의 고독 곁에 그리고 내 손가락들이 움직이는 이 백지 곁에.   창문을 통해 나는 아무 별도 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비록 더 깊지만 더욱 가까운 무엇인가가 고독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어둠 속에 내리는 눈처럼 차가이, 살포시, 여우의 코가 건드린다 잔가지를, 잎사귀를. 두 눈이 도와준다, 이제 막 그리고 또 이제 막, 막, 막   나뭇사이 눈 속에 산뜻한 자국들을 남기는 하나의 움직임을, 그리고 개간지를 대담히 가로질러 온.................... 몸뚱이의 절름거리는 그림자가 그루터기를 지나 움푹 팬 곳에서   꾸물거리고, 눈 하나가 푸른 빛이 퍼지고 짙어지면서, 찬란히, 집중적으로, 제 임무를 다하여   마침내, 여우의 날카롭고 갑작스런 진한 악취를 풍기며 머리의 어두운 구멍으로 들어온다. 창문에는 여전히 별이 없고, 시계는 똑딱거리며, 백지에는 글자가 박힌다.   "The Thought-Fox" by Ted Hughes(1930-1998)       I imagine this midnight moment's forest: Something else is alive Beside the clock's loneliness And this blank page where my fingers move. Through the window I see no star: Something more near Though deeper within darkness Is entering the loneliness:   Cold, delicately as the dark snow, A fox's nose touches twig, leaf; Two eyes serve a movement, that now And again now, and now, and now   Sets neat prints into the snow Between trees, and warily a lame Shadow lags by stump and in hollow Of a body that is bold to come   Across clearings, an eye, A widening deepening greenness, Brilliantly, concentratedly, Coming about its own business   Till, with a sudden sharp hot stink of fox It enters the dark hole of the head. The window is starless still; the clock ticks, The page is printed.           테드 휴즈; 실비아 플라츠에게 자살의 고통을 주고  또 실비아가 죽은 후 그녀의 시집을 내주었던 영국의 유명시인 . 그의 시강의는 매력적이었고 동물처럼 살아있었다. 여우를 보면 그가  언어에 생명성을 불어넣는 방법의 사례시로  떠오른다.  죽은 생각들을 살려내는 언어의 소생술을 가진 시인. 그러나 그는 아내를 죽게 했다.   테트 휴즈가 자신의 부인이었던 실비아 플라스를 회상하며 쓴 88편의 시를 모은 것이 「생일 편지」(Birthday Letters)인데, 1998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테드 휴즈는 이 시집을 낼 당시 암에 걸려 있었는데 9개월 후에 타계했다.   실비아 플라스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테드 휴즈가 고른 산스크리스트어에서 번역된 문구가 써있다고 한다.                         Sylvia Plath Hughes                        1932 - 1963                  Even among fierce flames            The Golden lotus can be planted.             (격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이라 해도             황금빛 연꽃은 심겨질 수 있다)        
1386    詩作을 위한 10가지 방법 댓글:  조회:5045  추천:0  2015-08-03
 詩作을 위한 열가지 방법                테즈 휴즈    1. 동물의 이름을 머리와 가슴속에 넣고 다녀라. (조류,곤충류,어패류,동물들의 이름을 가령 종달새,굴뚝새, 파리,물거미,달이, 소라고동, 바다사자, 고양이 등) 2.바람과 쉼 없이 마주하라. (동서남북 바람, 강바람, 산바람,의인화한 바람까지도) 3.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라. (안개,폭풍,빗소리,구름, 4계절의풍경 등) 4.사람들의 이름을 항상 불러 보라. (옛 사람이든 오늘 살고 있는 사람이든, 모두) 5. 무엇이든지 뒤집어서 생각하라. (발상의 전환을 위해 가령 열정과 불의 상징인 태양을 달과 바꾸어서 생각한다든지 또 그것을 냉랭함과 얼음의 상징으로 뒤집어 보는 것이 그 방법 그리고 정지된 나무가 걸어다니다고 표현단다든지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상식을 비상식으로 구상을 추상으로 추상을 구상으로 유기물을 무기물로 무기물을 우기물로 뒤집어서 생각하라. 이것이 은유와 상징 넌센스와 알레고리의 미학이며 파라독스에 접근하는 길이다) 6. 타인의 경험도 내 경험으로 이끌어 들여라. (어머니와 친구들의 경험, 혹은 성인이나 신화속의 인물들의 경험이나 악마들이나 신들의 경험까지도) 7.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어떤 사물을 대할 때나, 어떤 생각을 할 때 그리고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적 현상을 접할 때 이것이 시정신이며 작가정신이다.) 8. 눈에 보이는 것은 물론 안 보이는 것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살아라 (이 우주 만물 그리고 지상위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들은 다 눈과 귀, 입과 코가 달려 있으며 뚫여있다고 생각하라. 나뭇잎도 이목구비가 있고 여러분이 앉아 있는 의자도 이목구비가 있고 여러분이 매일 무심코 사용하넌 연필과 손수건에도 눈과 귀 입과 코가 달려있는 사실을 생각하라. 우주안에선 모든 것이 생명체이다) 9. 문체와 문장에 겁을 먹지 말아라. (하얀 백지 위에선 혹은 여러분 컴퓨터 모니터에 들어가선 몇 십번을 되풀이 해 자유자재로 문장 훈련을 쌓아가라.) 10. 고독을 줄기차게 벗 삼아라. (고독은 시와 소설의 창작에 있어서 최고의 창작환경이다. 물론 자신의 창작을 늘 가까이 읽어주며 충고해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1385    詩人을 만드는 9가지 댓글:  조회:4880  추천:0  2015-08-03
    시인을 만드는 9가지   정 일 근 슬픔이 시인을 만든다  나를 시인으로 만든 것은 ‘슬픔’이었다. 그 슬픔에 힘입어 처음 “시인이 돼야겠다”는 꿈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그 전 해 4월, 벚꽃의 도시 진해에서 나는 ‘아비 없는 자식’이 되었다.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에 제일 먼저 슬픔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생몰 연대는 길 위에서 끝이 났다. 그 날 아버지는 당신의 오토바이에 어머니를 태워 마산에 있는 친척 댁에 다녀오시는 길이었는데, 길 위에서 택시가 아버지의 생을 덮치고 뺑소니쳐 버렸다.  의식불명이 되어 안방으로 돌아오신 아버지는 고통스럽게 숨을 쉬고 계셨지만, 군의관이었던 아버지 친구는 단호하게 사망진단을 내렸다. 사인은 뇌진탕. 마산에서 진해로 출발하며 아버지는 자신의 헬멧을 어머니에게 씌어주셨다. 그 헬멧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운명은 바뀌었다. 두 분 다 허공으로 솟구쳤다 도로 위로 내동댕이쳐졌지만 아버지의 헬멧이 어머니를 구했다. 그것이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베푼 마지막 사랑이었다.  아버지의 부재만이 나를 슬프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떠난 자리에 가난도 찾아왔다. '돈 갚으러 오는 사람 보다 빚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많아’ 아버지의 재산은 소위 ‘빚잔치’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TV도 사라지고 집도 사라지고 할아버지의 논과 밭도 사라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고모는 남루한 일곱 평 반 홉의 양철지붕 아래로 숨어들었고, 어머니는 연탄 부뚜막에 나와 여동생을 재우며 밤늦게까지 술을 팔았다. 친구들이 TV를 보는 시간 나는 술을 날랐다. 친구들이 고급 양장의 동화책을 읽던 시간 나는 안주를 날랐다. 우리 반 고 계집애가 피아노를 치던 시간 나는 손님들이 술자리에서 부르던 이미자, 배 호, 나훈아의 슬픈 유행가나 군인들의 군가를 배웠다.  아버지가 없다는 슬픔이 나를 눈물 많은 아이로 만들었고, 그 눈물이 나를 세상에 대해 조숙하게 처신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 내가 친구들보다 뛰어난 것은 도박과 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시조 외우기였다. 두 장의 화투 ‘끗발’로 승자로 가리는 도박으로 친구들의 돈을 따면 만화방에 하루종일 처박혀 있거나 중국집에서 자장면이나 군만두를 사먹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시나 시조를 잘 외운다는 이유 하나로 담임 선생님에 의해 문예반으로 보내졌다. 문예반 지도 선생님은 나에게 시조를 가르쳤다.  뜻밖에도 경남도 대회에 참가할 진해시 대표를 뽑는 백일장에서 나는 장원을 했다. ‘산’이란 제목이었다. 고백하자면,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개근상 외에 처음 “상”이라는 것을 받은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 월부로 안데르센 동화전집까지 사주시며 기뻐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 시인이 되어 서른 초반에 홀로 되어 남매를 키우는 슬픈 어머니의 삶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나는 오랫동안 아버지를 미워했다. 아버지의 부재로 우리 가족이 해체됐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내 시 속에 등장하는 것을 금기했다. 아버지는 그 때 내 손등에 났던 사마귀처럼 감추고 싶은 상처였다. 시인이 되어서도 그 상처가 시의 소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도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 내 시가 아버지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미워한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너무 일찍 길 위에서 끝나버린 아버지의 생이었다. 나는 시로써 아버지와 화해를 시도하며 “아버지의 달걀 속에서 내가 태어나고/내 달걀 속에서 아버지가 태어난다”고 썼다. 아버지란 큰 슬픔이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사랑도 시인을 만든다 그대, 4월의 진해를 기억하는가. 눈이 귀한 남쪽의 부동항 진해는 4월이면 눈이 내렸다. 그 작은 도시의 인구수와 비슷한 벚나무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4월이 오면 일시에 꽃을 피우고 바람이 불면 꽃잎을 눈처럼 뿌려주었다.  꽃이 피어서 질 때까지, 그 기간 동안 ‘군항제’란 잔치가 열렸다. 그랬다. 그것은 축제라는 현대성을 띤 이름보다 잔치였다.  내가 5학년 1학기까지 다녔던 도천초등학교 주변에 만들어 진 벚나무 숲. 어른들이 ‘사쿠라 마찌’라 부르던 그 곳이 벚꽃 잔치의 장이었다.  잔치의 하객은 후줄근한 양복에 중절모를 쓴 남자들과 한복과 고무신을 신은 여자들. 그들은 장구와 꽹과리로도 최신 유행가의 가락을 맞추고 잔치의 끝은 언제나 술과 노래였다. 그리고 잔치가 끝나면 그 파장 위로 자주 봄비가 내렸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새로운 봄이 찾아올 때마다 도시의 증가하는 인구처럼 늘어나는 벚나무들은 더욱 화사한 설국을 만들고 잔치는 축제로 변했다. 분수탑 로터리에서 해군 군악대 연주와 의장대의 시범이 열리고 그 모습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축제의 밤이 찾아와 도심의 벚나무에 걸린 축등에 불이 켜지고, 밤하늘에는 현란한 폭죽이 터졌다.  흑백TV도 귀했던 시절, 4월이면 밤하늘에 상영되는 총천연색의 불꽃놀이를 보면서 유년을 보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생의 축복. 그 4월에 나는 첫사랑을 했다.  중3이 되었다. 나는 ‘눈물이 많던 아이’에서 ‘시를 쓰는 소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버지를 잃은 나는 사람들이 꽃이 피는 축제의 기쁨만 알 뿐, 꽃이 지는 축제 뒤의 슬픔은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축제의 즐거움 보다 축제가 끝난 뒤의 비 내리는 파장을 좋아했다.  축제의 항구도시를 찾아 밀물처럼 몰려온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만들어 놓는 또 다른 바다에서 나는 작고 외로운 섬이 되어 홀로 있는 것을 좋아했다.  바람에, 혹은 비에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슬픔의 시를 쓰는 소년으로 변해버려, 문예반 선생님은 나이보다 조숙한 눈물의 시를 쓰는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시곤 했다.  내가 다니던 중학, 진해남중은 바다가 보이는 산중턱에 자리한 하얀 건물이었다. 나는 교실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남쪽으로 열린 창문을 통해 빛나던 푸른 바다와 작은 섬들. 무시로 찾아오던 건강한 소금 바람. 봄이면 운동장 아래 보리가 누렇게 익고, 가을이면 등교길이 되던 코스모스 꽃길. 그 시절 내가 한 첫사랑은 나에게 기쁨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S.영문 이니셜로 호명할 수밖에 없는 그녀. 그 때까지 내 감정의 전부였던 슬픔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기쁨을 채워주었던 소녀.  우리는 4월, 벚나무 아래에서 처음 만났다. 진해역 옆 청산학원 앞에 서있던 벚나무였다.(불행하게도 그 나무는 지금은 베어지고 없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우리는 단숨에 가까워졌다.  나는 시를 쓰듯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 그 동안 내가 썼던 어느 글보다 아름다운 글을 소녀의 주소로 보냈다. 그 편지들은 내 최초의 사랑시편들이었고 소녀는 최초며, 유일한 독자였다. 같은 도시에 살고 있었지만 멀리 떨어져 있었던 우리는 그 때 아름다운 약속 하나를 했다. 아침마다 라디오에서 알리는 7시 시보 소리에 맞춰 서로를 그리워하는 성냥불을 켜기로 했다. 성냥불을 밝히며 나는 그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모든 첫사랑이 그러하듯 나의 첫사랑도 이별로 끝나버렸다. 기쁨이 자리했던 가슴에 다시 슬픔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 슬픔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의 슬픔처럼 나를 눈물 많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다. 눈물대신 나는 시를 택했다. 사랑이, 첫사랑이 내 시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다. 펜혹이 시인을 만든다 펜혹이란 말이 있다. 컴퓨터 세대에게는 생소한 말일 것이다.  펜이나 연필로 글을 쓰는 사람의 손에는 반듯이 펜혹이 남아 있다. 오래 글을 쓰다보면 펜을 받치는 가운데 손가락에 혹 같은 굳은 살이 박힌다. 그것이 펜혹이다. 펜혹은 글쓰기의 상처다. 그러나 그 상처는 시인을 만들어 주는 통과의례와 같다. 나는 펜혹이 없는 시인의 손은 신뢰하지 않는다. 펜혹은 시인에게만 남는 상처가 아니다. 무릇 필업을 사는 사람들은 펜혹의 두께가 문학과 정신의 두께를 말해 준다.  대학시절 나는 내 손에 생기는 그 굳은 살의 이름을 몰랐다. 단지 보기 싫고, 불편했을 뿐이다. 어느 날 스승을 뵈러갔다 놀라운 모습과 조우하고 말았다. 스승은 칼로 펜혹을 깎아내고 계셨다. 사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스승의 방에는 작은 판 하나가 놓여져 있고 그 위에 2백자 원고지가 펼쳐져 있었다. 무더운 여름이었고, 스승은 그 때 ‘한국문학사’를 집필하고 계셨다.  푸른 칼날을 가진 연필깎이 칼로 가운데 손가락의 굳은 살을 베어내며 스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생 펜으로 글을 쓰다보니 장지에 펜혹이 생겼어. 자주 깎아내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어.”  스승의 글쓰기는 그 펜혹이 대변해주었으며 스승은 펜혹으로 글쓰기가 불편해지면 칼로 굳은살을 깎아내고 다시 글을 쓰셨다. 한 편의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스승은 얼마나 많은 당신의 살을 깎아내셨을까. 나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꼈다. 스승의 펜혹은 산과 같은 모습이었고, 내 펜혹은 흔적에 지나지 않았다. 스승의 펜혹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글쓰기는 자신의 살을 깎아내는 고통이며, 그 고통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그 이후 펜혹은 내 습작시대의 화두였다. 나도 펜혹이 생기도록 시를 썼고, 펜혹을 깎아내며 시를 썼다.  진해시 여좌동 3가 844번지. ‘옛집 진해’에서 습작시대를 보냈다. 나는 대학생이었으며, 아내와 두 아이를 둔 가장이었다. 시대는 질곡의 80년대 초였다. 역사는 표류하고 있었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불안했다. 취하지 않는 밤이면 연습장 위에, 노트 위에 시를 적었다. 모나미 볼펜을 꼭 잡은 손가락에 펜혹이 자라고 새벽이면 머리 위에 파지가 무더기로 쌓였다. 그 시절 모든 문학도의 꿈이 그러했듯이 나도 신문사로부터 노란색 신춘문예 당선전보를 받고 싶었다. 그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였고 그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글쓰기가 내 삶의 전부였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학년말 시험을 포기하고 원고지 위에 피 같은 시를 써 투고를 했다. 그리고 오래 동안 집에서 당선 전보를 배달해 줄 우체부의 오토바이 소리를 기다렸다. 우체부는 찾아오지 않았다. 새해 첫날이면 진해의 6개 중앙일간지 신문지국을 돌며 1월1일자 신문을 빠짐없이 구해 당선자 명단을 확인하며 절망했다. 그 당시 유행했던 대학생 현상문예에서 함께 활동했던 하재봉 안재찬(류시화) 안도현 등이 신춘문예를 통해 화려하게 시인으로 등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욱 절망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시를 쓰는 일이 나에게는 전부였다. 습작시대였던 대학시절, 나는 시만 썼다. 강의실에서도 고개 숙여 시를 썼으며 자면서도 시를 생각했다. 펜혹은 점점 커졌으며 그 상처를 자주 깎아냈다. 그리고 펜혹 덕분에 대학 4학년 겨울, 나는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았다.  문예창작과 첫 강의에서 나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책을 손으로 읽어라’고 가르친다. 펜으로 문학작품을 옮겨 적으며 손가락에 펜혹이 생기도록 문학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컴퓨터 시대라해도 누구도 펜혹이라는 상처가 없이 시인을 꿈꿀 수 없기에. 분노도 시인을 만든다 지난 91년 도서출판 빛남에서 묶은 내 두 번째 시집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에 수록된 시편들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 숨막히는 더위 고물 선풍기가 뿜어주는 더운 바람 앞에서 나는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적의로 괴로워했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미성숙의 벽에는 우울한 시대의 푸른 곰팡이가 피고 숨어서 김지하의 시들을 몰래 읽으며 늘 혁명 전야처럼 살고 싶었다  적의, 우울한 시대, 김지하, 혁명 전야,.그런 말들과 함께 나의 성년식이 시작됐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담임선생님이 권유하셨던 K은행 입행 대신 대학진학을 선택했다. 가장인 어머니의 가계는 여전히 가난했지만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셨는지 대학진학을 허락하셨다.  대학에 입학하고 내가 맨 처음 눈을 뜬 것은 시와 역사의 현주소였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교과서에 나오는 시들만이 시의 전부라고 알고 있었다. 문예부장까지 지냈던 상고시절 진해에서 마산까지 버스 통학길이 지루해 가끔 박인환의 시들을 외웠고, 내가 가지고 있던 시집은 김소월 시집과 백일장에서 부상으로 받은 윤동주 시집, 단 두 권뿐이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오던 시집들을 읽고 쇠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같은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이런 시도 있으며, 시는 이렇게도 쓰는구나. 나는 비로소 작은 우물 밖을 나온 개구리였다. 그 개구리에게 시의 세상은 참으로 넓고 험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내가 받은 문학교육이 편협됐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그런 현실에 절망하기 시작했다. 판금된 김지하 시집 필사본을 숨어서 읽으며 내가 살고 있던 시대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눈을 떠보니 교과서의 문학교육만 편협된 것이 아니었다. 역사는 왜곡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시월의 유신은 김유신과 같아서 삼국통일 되듯이 남북통일 되지요 라고 신나게 불렀던 유신의 실체는 남북통일을 막는 최대 장애였으며, 유신 시대는 그 때도 계속되고 있었다.  진해에 있던 대통령 별장 덕에 어린 시절 대통령 행차 길에 나가 고사리 같은 환영의 손을 흔들며 좋아했던, 중절모를 쓴 박정희는 일본 육사출신의 독재자였다. 절망은 분노를 낳는다.그 분노 앞에서 나는 시와 역사에 복무할 것을 선서했다.  대학 1학년 나는 야학 선생이 되었다. 고등학교 과정이었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대부분 현장 노동자였던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에게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대학 강의실보다 야학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 야학의 동료교사들 중에는 해군에 근무하는 학․석사장교들이 많았다. 그들에게서도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형도 야학에서 만났다. 그는 대학원을 마치고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군복무를 했는데 야학에 동참했다. 마산 양덕에 있던 그의 아파트 서재는 내 문학수업의 바다였다. 사면을 빼곡이 채운 그의 이론서들이 나를 가르쳤으며 그와 밤을 새워 마시던 술이 나를 성숙시켰다.  그 시절 나는 자주 분노했다. 그리고 분노는 혁명의 꿈으로 이어졌다. 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내가 택할 수 있는 혁명의 방법은 시일 수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뒤틀린 현실과 바르게 흘러가지 않는 역사에 대한 분노가 시를 쓰게 만들었다. 시로써 현실에, 역사에 대해 혁명하고 싶었다. 야학 7년을 보내고 나는 야학일기 란 연작시로 당시 무크지였던 을 통해 분노의 시인이 되었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분노도 없는 법.조국과 역사에 대한 사랑이 분노를 낳고 그 분노가 나를 시인으로 만들었다. 그대, 분노가 일면 터트려라. 분노도 시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이 시인을 만든다 습작시절 누구에게나 병이 생긴다. 이름하여 ‘신춘문예 병’. 그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손에 아름다운 상처 ‘펜혹’이 생기듯, 이 병도 아름다운 병이다.  신춘문예. 굳이 말뜻을 풀이하자면 ‘새봄의 문학예술’이다. 그러나 신춘문예는 풀이하는 말이 아니라 그 자체로 뜻을 갖는 말이다. 문학을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습작시절이라는 통과의례가 있고, 신춘문예는 그 통과의례 중 가장 치열한 과정의 다름 아니다. 그 치열함의 끝에 당도하는 사람만이 누리는 영광의 다름 아니다.  신춘문예 병은 신문사마다 1면에 신춘문예 현상공모 사고를 내는 11월초쯤 발병한다. 신춘문예라는 활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뛴다. 혈관 속에서 문학의 피가 끓는 소리가 들린다. 문제는 그런 흥분된 상태가 응모 마감일 까지 계속된다는 것이다.  계절은 언제나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서서히 찾아오는 때쯤이다. 심장과 피는 더워지지만 몸은 추워지고 등은 불안감으로 굽어진다. 말수도 줄어들고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가끔씩 왜 그렇게 긴 한숨이 터져 나오던지.  그 시절을 겪은 나의 대학성적표는 감추고 싶은 흉터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신춘문예 병이 준 후유증이었다. 고백하자면 아슬아슬하게 낙제를 면한 점수다. 졸업학점이 1백60학점이었던 시절, 신춘문예 병 때문에 펑크난 학점을 맞춘다고 4학년 2학기에도 21학점을 신청해야만 했었다.  신춘문예의 마감과 학년말 시험기간은 늘 일치했다. 나는 그 두 길 앞에서 늘 미련도 없이 신춘문예의 길을 택했다.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학년말 시험준비로 밤을 새울 때 나는 신춘문예 응모작품을 준비한다고 밤을 새웠다. 유신 시대, 군사독재 시대에서 학점을 얻기보다 신춘문예 당선시인 이란 이름을 얻고 싶었다. 언젠가 가지게 될 내 첫 시집의 약력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빛나는 한 줄을 남기고 싶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누구에게나 나오는 2급 정교사 자격증보다 먼저 시인이 되고 싶었다. 아직 그 시험답안지들이 남아있을까. 시험문제와는 무관한 글들만 써놓거나 백지로 제출했던 답안지들. 월영동 449번지, 나의 사랑 나의 대학. 사범대학으로 오르던 돌계단, 지칠 때마다 바라보던 푸른 합포만. 내 기억 속의 풍경들의 계절은 언제나 그 겨울이다. 사범대학 빈 강의실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시를 쓰던 동면 직전의 곰 같았던 내 모습. 오지 않는 편지를 기다리며 우편함을 찾아가면 복도 쪽으로 눕던 긴 그림자. 환청처럼 갈가마귀 울음소리 들리던 시절.  더워졌던 피가 얼음처럼 차갑게 식는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도 신춘문예 병 후유증이다. 마감도 끝나고 시험도 끝나면 할 수 있는 일이란 낮에는 당선통지를 기다리는 일과 밤이면 술을 마시는 일 뿐이었다. 우체국에서 작품을 보내고 돌아와서부터 당선연락이 올 때까지의 그 막연한 기다림. 폭음과 함께 했던 확신과 장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고 마침내 허탈해진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당선 연락이 오지 않으면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는 동병상련 하는 도반들의 충고에도 혹시, 혹시 하며 기다리다 절망하다 받아보는 1월 1일자 신문. 그 신문에 실린 그 해 당선자들의 얼굴사진과 빛나는 작품들. 당선 시들을 읽은 뒤에는 지금까지의 기다림 보다 더 큰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그렇다. 그 부끄러움이 나를 성숙시켰다. 현재의 내 시가 어떤 자리쯤에 서있는지를 확인시켜주었던 부끄러움이 내 시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시작되고 뛰어난 그해 당선 시들을 읽으며 언젠가는 찾아올 내 문학의 봄인 신춘 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대, 그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문학을 꿈꾼다면 그 꿈은 욕심에 불과한 것이니, 다시는 신춘을 기다리지 마라.  바람도 시인을 만든다 왜 그렇게 바람이 좋았는지 몰라.  열네 살 중학생이 걸어서 학교 가는 길이다. 보리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간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가는 오월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소년의 이마를 짚는다. 바람의 손은 언제나 서늘하다. 소년은 멈추어 선다.  그 때 소년은 보았다, 바람의 몸을. 무형인줄로만 알았던 바람이 보리밭 위로 달아나며 드러내는 몸의 흔적을. “저게 바람의 몸이구나”라는 깨달음. 그것은 세상의 비밀 하나에 눈 뜬 기쁨이었다. 그러한 세상의 비밀을 찾는 것이 시고,그 일은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고 생각했다. 열네 살 중학생이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시 오 리쯤 되는 길이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가는 오월이다. 다시 바람이 분다. 함께 돌아가는 친구들은 보지 못하는 바람의 몸을 나 혼자 지켜보며 소년은 바람이 되고 싶었다. 온 몸으로 부는 바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바람이 나에게 절망이었던 시간이 있었다.  열네 살 중학생은 열일곱 살 고등학생이 되어 백일장에 참석한다. 백일장의 시제가 ‘바람’이다. 열일곱 살은 자신에 차 있다. 일찍 바람의 몸을 보았기에. 이윽고 심사가 끝나고 입상자 명단이 방으로 붙는다. 열일곱 살은 실망한다. 자신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장원자가 호명되어 단상으로 나간다. 뜻밖에도 기라성 같은 상급생들을 모두 제치고 동급생 여학생이 장원이다. 단발머리 그 여학생은 당당하게 서서 자신의 바람을 노래한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그 첫줄에 나는 몸이 얼어붙는 충격을 받았다. 동급생 계집아이가 어떻게 저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충격은 부끄러움으로 이어졌다. 부끄러움은 또 절망을 낳았다.  내가 바람의 몸을 보았을 때 바람의 존재를 생각하는, 같은 나이의 여학생의 정신세계와 언어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미워졌다. 백일장이 끝나고 열일곱 살은 호수 곁에 앉아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동급생 계집아이와 같은 시를 쓸 수 있을까.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열일곱 살은 자신에게 결여돼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는 표정이다.  열네 살과 열일곱 살에 만난 바람은 분명 다른 바람이었다. 나는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 다시 분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바람은 매일 매일 새롭게 태어난다. 새로 태어나는 바람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 그것이 오늘의 시다. 그리고 나는 오늘 부는 바람이 내일도 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그것이 내일의 시다.  처음 만난 시의 화두가 바람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일찍부터 풍병이 들었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바람 같은, 바람병이 들었다. 나는 내 사주팔자를 보지 않았지만 내 사주와 팔자에는 세찬 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 평생을 떠돌게 하는 역마살이 끼어 있을 것이다. 그런 바람들이 나를 시인으로 키웠다.  머무는 것은 바람이 아니다. 바람은 부는 것이다. 분다는 것은 움직임, 시는 그런 움직임이다. 시인은 바람이기 위해 늘 깨어있어야 한다. 고여있는 것들은 시인을 만들지 못한다. 바람이 불기에 살아야 한다고 노래한 시인도 있다. 나는 바람의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오는 동안 많은 사랑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부는 바람의 길을 따라 바람처럼 불어갈 것이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인의 운명이다. 언제나 나는 바람이고 싶다. 그대에게로만 부는 뜨거운 바람이고 싶은 것이다, 그대 나의 시여. 길이 시인을 만든다  중학교 2학년 때 부산에서 진해까지 걸어온 적이 있다. 악동 친구들과 해운대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차비마저 다 유흥비(?)로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여름이었고, 우기였다. 우리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엄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엄궁에서 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명지로 가, 명지에서 다시 걸어 진해까지 갈 계획이었다.  친구 3명의 무사귀환을 책임져야 하는 내 주머니에는 1백20원이 숨어 있었다. 나는 그 돈으로 진해 인근인 웅천에서 버스를 탈 계획이었다. 다들 부모님에게 선생님과 함께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떠난 여행이었기에 우리는 어디에도 구원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걸어가자. 무슨 중대한 결정이라도 내리듯 친구들에게 그렇게 선언하자 눈물이 핑 돌았다. 염소란 별명을 가진 친구도 찔끔거렸다. 그 때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붉은 완행버스를 타고 떠나왔던 길. 그 먼길을 과연 걸어갈 수 있을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른 길은 없었다. 믿는 것은 우리가 가진 A자형 군용 텐트, 알코올 버너, 라면 몇 봉지, 쌀 등과 열 다섯 살의 두 다리 뿐 이었다. 그래, 한 이틀 걸어가면 진해까지 갈 수 있을 거야. 가다가 어두워지면 길 위에서 자고 가지. 내가 앞장섰다. 결국 우리는 1박2일을 걸어서 진해로 돌아왔다. 내가 걸어본 최초의 장도였다. 그날 이후 나는 세상의 길에 대해 자신을 가졌다. 그리고 그 길을 걷고 난 후 내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진해에서 자전거를 타고 진주까지 갔다왔다. 그 높은 마진고개를 넘고, 더 높은 진동고개를 넘어 진주로 갔다. 친구의 친척집 작은 골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내리는 비를 피해 다리 밑에서 밥을 먹었다. 역시 집으로 돌아오니 나는 성숙해져 있었다.  진해에서 마산까지 버스통학을 하던 고등학교 3년. 하교 길 자주 마진터널 검문소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왔다. 어둠의 산길,홀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면 내 몸으로 스며든 길의 향기가 좋았다.  그 시절 우연히 목월 선생이 쓴 젊은 날의 비망록에서, 청년 박목월이 군용 모포 한 장만 들고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걸어왔다는 글을 읽었다. 낮에는 해변에서 자고 밤에는 걸어서 동해의 길을 밟았다는 글을 읽고 전율했다. 나는 책을 읽다 일어서서 외쳤다. 떠나자.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 길을 따라 떠나자. 그대, 길은 사람에게 사유의 시간을 가져다준다. 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혼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럿이, 함께 가는 길이라도 해도 어느 누구도 자신의 길을 걸어주지 않는다. 결국 길은 혼자 가는 길뿐이다. 혼자 가는 길이 사람을 성숙시켜 주고, 시를 깊어지게 만들어 준다. 길은 무엇보다도 그리움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 가보지 않은 저쪽에 대한 그리움이 길을 만들었으니, 그리움이 없다면 길도 없었다. 길 위에서 혼자임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그리움의 따뜻함을 꿈꾼다. 그 따뜻함을 나는 서정이라 말하고 싶다. 홀로 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길 위에서 그리움을 꿈꾸지 않은 사람은 서정시인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길의 가장 큰 가르침은 고통이다. 그대, 길 위에서 혼자 맞는 저물 무렵과 일몰의 고통을 아는가. 타관을 지날 때 하나 둘씩 돋아나는 집들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떠나온 곳으로 등이 굽는 쓸쓸함.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저녁이 찾아올 때 비로소 그리운 사람과 이름들. 저무는 길 위에서 고통을 느껴보지 않고서 사랑의 시를 쓸 수 없다. 등 배기는 길 위에서 고통의 칼날에 싹둑싹둑 잘리는 마디잠을 자보지 않은 사람 또한 시인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니, 그대 오늘 그 길 위에 서라.  유행가도 시인을 만든다 내가 제일 처음 배운 유행가는 배호의 노래였다. 제목은 ‘누가 울어’. 그 때 나는 아버지가 없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어느 비오는 오후, 어머니가 흥얼거리는 그 슬픈 노래가 어린 나를 울렸다. 어머니 몰래 연습장에 노래가사를 적었다. 지금도 생생한 그 노래 1절은 다음과 같다.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그날 밤 나는 이불 속에서 어머니의 노래를 조용조용 불러보았다. 그리고 정말 ‘피가 맺히게’ 울었다. 어렸지만 노래에 담긴 홀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어린 시절 배호의 노래가 슬픔이 어떤 가락이며 어떤 색깔인지를 가르친 것이다.  어머니의 술집에는 유행가가 끊이지 않았다. 내 유행가 교실은 그 술자리였다. 막걸리 술 주전자를 나르며 나는 손님들의 유행가를 배웠다. 가게에서 일하던 형들의 유행가 책을 훔쳐 가사를 외웠고 장난감 아코디언으로 서툴게 멜로디를 쳐보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같은 영화를 보며 주제가를 배웠고, 쇼 공연에서 늘 제일 마지막에 출연하는 이미자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나는 세상의 슬픈 유행가가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유행가 가사 같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자의 “기러기 아빠”를 흉내낸 시를 적어 담임 선생님을 걱정시켜 드리기도 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남겨주신 것은 가난뿐이었지만 나는 뜻밖에도 아버지가 남기신 글을 읽었다.  아버지는 달필이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고급노트에 아버지는 당신이 좋아하셨던 유행가 가사를 볼펜 글씨로 빽빽이 적어 놓으셨다. 나는 유품과 같은 아버지의 유행가 가사를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지우지 않았다.  30대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도 노래를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좋아하신 노래는 가곡이나 명곡이 아니라 유행가였다. 아버지는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축음기를 통해 노래를 듣기도 했고, 진공관 전축을 사서 노래를 자주 들으셨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몇 십분 전에도 잠시 들른 아버지 친척 댁에서 전축을 틀어 놓고 누군가의 유행가를 열심히 들으셨다고 했다.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유행가는 ‘갈대의 순정’뿐이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아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은 아버지의 지독한 애창곡이었다고 한다. 그런 유행가 만들어주는 60년대식 슬픔이 나에게 서정시를 쓰게 만들었고, 유행가는 내 서정의 자양분이 되었다.  나는 어느 자리에서 배호의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시인과 부르지 못하는 시인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행가를 딴따라라 한다. 나는 그 딴따라가 좋다. 흔히 대중적, 통속적이라는 감상이 시인에게는 따뜻한 자양분이 된다.  한국 시단에는 3배호가 있다. 대구의 서지월 시인이 서배호, 부산의 최영철 시인이 최배호, 울산의 나는 정배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서배호는 배호와 똑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최배호는 배호와 똑같은 모습으로 노래를 한다. 나는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현재 우리 시단의 좋은 시인인 그들의 시가 유행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음치고 박치인 나는 폼만 배호다. 서배호, 최배호의 노래 뒤에는 앙코르가 있지만 내 노래는 앙코르가 없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유행가를 부르고 듣는다. 유행가에서 시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엔 시만이 시인을 만든다 신문사는 새로 입사하는 수습기자에게 기사 작성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종이밥을 먹던 신문기자 시절, 어느 누구도 나에게 기사 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이 들어 입사한 신문사라 후배를 선배로 모시고 경찰기자 생활이 시작됐다.1진은 서울 중부경찰서 기자실 소파에 앉아있고, 나는 남대문, 용산경찰서를 들개처럼 싸돌아다녔다.  내가 근무하는 신문사가 석간신문을 제작하고 있어 새벽같이 종합병원 영안실과 경찰서 형사계, 유치장을 돌고 1진에게 간밤의 사건과 사고를 전화로 보고한다. 그러면 1진은 뉴스가 될만한 것을 기사로 만들어 즉시 전화로 부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6하원칙을 적용하여 기사를 작성해 전화송고를 하면 욕설이 쏟아진다. 새벽부터 나이 어린 신문사 선배에게 듣는 욕은 사람을 참담하게 만들어준다. 남쪽에 두고 온 가족생각이 나고, 같이 욕설을 퍼붓고 때려치워 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1진의 지적은 정확했다. 내가 놓친 부분을 보지도 않고서 정확하게 찾아냈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다. 1진은 그렇게 욕설로 지적을 할 뿐 3개월의 그 지독한 수습기간에 신문기사를 어떻게 쓰라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강원도 백담사에 유배돼 있던 전두환 전대통령이 법회를 연다고 해서 취재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경쟁사의 기자들과 함께 취재를 하고 나는 끙끙대며 2백자 원고지 5장 정도 분량의 스케치 기사를 작성해 팩스로 보냈다.  그런데 경쟁사 모 선배기자는 기사를 작성하지도 않고 메모만 보고, 그것도 전화기를 들고 짧은 시간에 25장 분량의 기사를 송고하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과연 나는 신문기자의 자질이 있는 가하는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내 그런 좌절을 안 한 선배가 ‘신문기자의 교과서는 신문이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 때서야 나는 신문을 통해 신문기사 쓰는 법을 새롭게 배우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신문을 펴놓고 좋은 기사는 옮겨 적어보고, 사건과 사고의 유형별로 좋은 기사들을 스크랩해 참고서를 만들었다. 신문 속에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이 숨어있었다.  시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시 창작의 최고의 교과서는 시고, 시집이다. 그것도 좋은 시고 시집이어야 한다.  앞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시집을 권하고 무조건 필사할 것을 숙제로 내준다. 눈으로 읽는 리듬과 손으로 쓰며 배우는 리듬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나도 신춘문예 당선 전까지 참으로 많은 선배시인들의 시를 옮겨 쓰며 시 쓰는 법을 배웠다. 시인이 되려는 제일 마지막 관문은 선배들의 좋은 시와 시집이 나에게 시가 무엇이며, 시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내 친구 최영철 시인은 내 시집 발문에 나를 ‘타고난 시인’이라고 쓴 적이 있다. 너무 일찍 배운 슬픔으로 감성은 타고 났을지 몰라도 나 역시 ‘만들어진 시인’임을 고백한다. 손에 펜혹이 생기도록 좋은 시를 옮겨 적는 연습을 통해 시를 배웠다.  시인이 되는 교과서는 시인들의 시에 있고, 시집에 모여 있다. 시인은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받는 것이 아니다. 선배 시인들의 인정을 통해 시인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멀리서 혹은 엉뚱한 곳에서 시인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다.  나는 앞에서 많은 것들이 시인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런 것들 중 제일 마지막에 나를 시인으로 만들어 준 것은 시다. 시인이 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후배라 할지라도 좋은 시를 발표하면 한 번 옮겨 적어보며 그 시의 비밀을 찾으려고 한다.  시인을 꿈꾸거나, 시인인 그대여. 시를 읽자. 시집을 읽자. 그것이 시인을 만들고, 시인의 깊이를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1384    池龍과 芝溶 댓글:  조회:3940  추천:0  2015-08-03
                  시인 정지용(鄭芝溶) 1902. 5. 15 충북 옥천~?/ 아명은 지용(池龍).     생애와 활동 한의사인 아버지 태국(泰國)과 어머니 정미하(鄭美河) 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12세 때 송재숙(宋在淑)과 결혼했으며, 1914년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톨릭에 입문했다. 옥천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해서 박종화·홍사용·정백 등과 사귀었고, 박팔양 등과 동인지 〈요람〉을 펴내기도 했으며, 신석우 등과 문우회(文友會) 활동에 참가하여 이병기·이일·이윤주 등의 지도를 받았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이선근과 함께 '학교를 잘 만드는 운동'으로 반일(半日)수업제를 요구하는 학생대회를 열었고, 이로 인해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가 박종화·홍사용 등의 구명운동으로 풀려났다. 1923년 4월 도쿄에 있는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영문과에 입학했으며, 유학시절인 1926년 6월 유학생 잡지인 〈학조 學潮〉에 시 〈카페 프란스〉 등을 발표했다.   1929년 졸업과 함께 귀국하여 이후 8·15해방 때까지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했고, 독립운동가 김도태, 평론가 이헌구, 시조시인 이병기 등과 사귀었다.    1930년 김영랑과 박용철이 창간한 〈시문학〉의 동인으로 참가했으며, 1933년 〈가톨릭 청년〉 편집고문으로 있으면서 이상(李箱)의 시를 세상에 알렸다. 같은 해 모더니즘 운동의 산실이었던 구인회(九人會)에 가담하여 문학 공개강좌 개최와 기관지 〈시와 소설〉 간행에 참여했다. 1939년에는 〈문장〉의 시 추천위원으로 있으면서 박목월·조지훈·박두진 등의 청록파 시인을 등단시켰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이화여자대학으로 옮겨 교수 및 문과과장이 되었고, 1946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의 중앙집행위원 및 가톨릭계 신문인 〈경향신문〉 주간이 되어 고정란인 '여적'(餘適)과 사설을 맡아보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했던 이유로 보도연맹에 가입하여 전향강연에 종사했다. 1950년 6·25전쟁 이후의 행적에는 여러 설이 있으나 월북했다가 1953년경 북한에서 사망한 것이 통설로 알려져 있다.   문학세계 그의 문학세계는 대략 3가지로 구분될 수 있으며, 섬세한 이미지 구사와 언어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보여준 것이 특징이다.   첫째는 1926~33년으로, 이미지를 중시하면서도 향토적 정서를 보인 모더니즘 계열의 시이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23년경이었다고 하나, 발표되기는 1926년
1383    향수 原本 詩 댓글:  조회:2294  추천:0  2015-07-31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1382    마음 열기 댓글:  조회:4310  추천:0  2015-07-30
올 여름도 그냥 가지는 않는구나  - 조정권(1949~ ) 눈 어두운 사람 귀밖에 없어 비야 부탁한다 라디오 좀 틀어보렴 전국에서 목숨의 대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부탁한다 저 저수지같이 어두운 텔레비전도 켜보렴 필요하다면 네 이빨을 써서라도 여름이 깊어간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도, 해운대에도 피서 인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탓에 도심은 한적해진다. 공중엔 해, 땅엔 붉고 둥근 토마토! 토마토는 대지의 작은 태양들이다. 토마토를 깨물어 먹는 것, 파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것,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것들은 여름의 보람 중 하나다. 땡볕 더위, 성가신 물것들, 잠 못 드는 열대야는 여름의 불청객들이다. 여름이 무사태평하게 조용히 지나가는 법은 없다. 태풍이 가로수를 뿌리째 뽑고, 강물을 범람시키며, 산사태를 일으키고, 풍랑으로 작은 배들을 뒤집어놓는다. 올해만은 제발 착한 사람들이 ‘목숨의 대행진’을 벌이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 2015년 07월 30일 08시 04분]    영국 '도시기획설계전문가 JT 싱(JT Singh)과 모션비디오 예술가 롭 윗워스(Rob Whitworth)는 두사람이 제작한  '평양에 들아가다(Enter Pyongyang)란 제목의 영상 임.
1381    백자 항아리 댓글:  조회:5032  추천:0  2015-07-28
백자 항아리    - 허윤정(1939~ ) 너는 조선의 눈빛 거문고 소리로만 눈을 뜬다 어찌 보면 얼굴이 곱고 어찌 보면 무릎이 곱고 오백년 마음을 비워도 다 못 비운 달 항아리 백자 항아리는 비례와 대칭이 완벽하지 않다. 이 부정형의 백자 항아리는 크고 풍성한 보름달을 닮아 달항아리라고 부른다. 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함으로 이끈다.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84)는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으로 이루어진 달항아리를 한국 미의 원형으로 꼽고 그 소박미를 찬미했다. 김환기(1913~74) 화백도 “내 예술의 모든 것은 달항아리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일그러진 백자 항아리를 사랑하고 즐겨 그렸다. “조선의 눈빛”이고 “거문고 소리”에만 반응하며 눈을 뜨는 이것! 이 달항아리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마음 비우기’다.
1380    <달력> 시모음 댓글:  조회:5036  추천:0  2015-07-26
[ 2015년 07월 27일 08시 54분 ]     타이위안(太原) 무용단의 대형 무용극 "천수관음(千手觀音)" 달력 관한 시 모음 + 달력  헌 년  떼어내고  새 년  걸어 둔다  미안함도  죄책감도 없이  습관적으로. (이문조·시인) + 달력  달력 속에는  숫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하루하루 지나 한 달이 되어  한 장을 넘기다 보면  계절에 맞춰  예쁜 그림도 바뀌지요.  새 달력이 나오면  먼저 기념일에다  동그라미를 넣고  공휴일도 세어요.  해마다  반복되는  숫자들의 배열  우리네 인생이에요. (이제민·시인, 충북 보은 출생) + 달력을 다시 걸며  임오년을 떼어내고 계미년을 건다  과거를 떼어내고 미래를 단다  후회를 거두어내고 소망을 건다  이별을 버리고 만남을 기대한다  올해도 달려갈  내 삶의 정거장에 동그라미를 친다  늘 같은 곳을 맴돌고 살면서도  늘 같지 않은 시간을 밀고 가는 수레바퀴  빈 공간마다 금빛 희망을 건다  (목필균·시인) + 새해 달력을 받고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숫자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살아온 날들은 빈 껍질처럼  희로애락만 남겨놓고  저만치 흘러갔다  선물 받은 축복의 시간들  기쁘고 신나고 즐거워야 하는데  막상 계란 열두 판을 받고보니  흐뭇함보다는  겨울이라 그런지 마음이 시리다  욕심이 늘어서인지  계란 열두 판의 숫자가 자꾸 적어 보인다 (한상숙·시인) + 요리사의 달력  달력에는 갖가지  삶의 요리가 있지  요리사의 손맛 닿으면  어느 날은 짜거웁고  어느 날은 싱거웁고  어느 날은 달콤해서  버릴 수 없는 유산으로 남는다  그러다 어느 날은  지독히 매워 눈물샘이  고장난 듯  주룩주룩 눈물이 난다  우리는 누구나  주어지는 날에 나름대로  맛 나는 요리를 먹으려고  한 세상을 엮어간다 (남시호·시인, 경북 안동 출생) + 달력     끊을 수 없는 시간을  토막내어 염장해 놓고  긴 것  짧은 것을 꺼내 먹는다.  산들바람의  색깔과 모양을 보았는가.  보이지 않는 것을 만지기 위해  촉수를 더듬으며  찢어진 장수를 셀 뿐이다. (小石 정재영·시인) + 달력  미묘한 기억들을 지우고 싶다  말없이 지나치는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모두가 그 나름대로의 책임이 있기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자꾸 멀어져 가는 날들이  어느덧 뒷전으로 물러나더니  어저께 시작한 것 같은 일이 벌써 종점에 다다르니  또 한 장의 수만큼  그렇게 사각지대를 벗어나야 하는 오늘  거둔 만큼만 가지고  문을 닫는다  365일의 사연들이 숨죽이고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전병철·교사 시인, 1958-) + 달력    방에 걸려 있는 크로키 누드화 달력 오뉴월분 그림은 거꾸로 누운 여자 '여자도 흥분하면 발기한다'는 「바탕골」박의순 여사의 작품 "떼어버릴 수 없느냐"는 아내와 "예술이야!"로 맞서는 남편 외설과 예술의 차이는? 상스러움과 아름다움? 까만 선과 까만 점 몇 개 그 당당함으로 외설은 시간을 흘리고 예술은 세월을 잡는가. (홍해리·시인, 1942-) + 달력의 선택  모든 아름다움 찾아 헤매다  너를 택한 것은  거짓 없는 내일을 보이기 위해  너는 옷을 벗었기 때문이다  모든 아름다움 찾아 헤매다  너를 택한 것은  돌아온 길 되돌아 갈 수 없는  너만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름다움 찾아 헤매다  너를 택한 것은  계절 따라가며  미리 능선 위에 꽃피우는  너만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름다움 찾아 헤매다  너를 택한 것은  기다림의 설렘 속에  내일의 약속으로  잊어버린 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름다움 찾아 헤매다  너를 택한 것은  우리 곁을 비켜간 거리에서  힘겨운 사람 위해  자선의 달을 기록해 두었기 때문이다. (노태웅·시인) + 그녀의 달력        내 작은 방안의 달력은  그녀의 하얀 스커트 같아요  달력은 찢길 때마다  한 달치의 비명을 지르곤 하지요  스커트가 찢겨진 여자애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요  그렇지만 그 소리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  또 묘한지는 저도 알고  사실 그녀도 잘 알고 있죠  매달 말일이면 누구에게 뺏길세라  내가 먼저 달력을 벗겨 놓지요  그리고 새 달력에서 일요일과 연휴를 확인하고  그녀와 만날 날을 미리 짜 보기도 하고,  또 어쩌다 먼저 다음 달을 들춰 볼 때면  치마 속을 훔쳐보는 것처럼  호기심으로 가슴이 마구 뛰기도 하고요,  늘어난 빨간 날을 헤며  그녀 몰래 즐거운 공상에 빠지기도 하지요.  청소를 하느라 창을 열어 두면  바람에 맞춰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래서인지 그녀는 스키장이나 사냥터에서도  해변에서처럼 언제나 시원한 비키니죠  다른 여자들에게 미안할 만큼 늘씬한 글래머죠  난 그런 그녀의 달력을 달마다 찢어요  하지만 단 한번 비명을 지를 뿐,  - 저를 그렇게 갖고 싶었나요?, 하며  아무 일 없는 듯 더 예쁜 옷을 입고  뒷장에 웃으며 앉아 있을 뿐이지  그녀처럼 울지는 않아요  나의 달력도 그녀처럼 매달 달갈이를 하지요  그때마다 잊혀질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요  난 또, 묘한 사랑에 빠지고요.  (김창진·시인, 1967-) + 해묵은 달력  지난 여름방학 때 나는  강원도 산골 할머니한테 다녀왔지요.  부채가 들었을 테니 찾아보라는 말씀에  할머니 쓰시는 장롱 속 뒤적이다가  오래 전 내가 보내 드린  묵은 달력을 보았지요.  "할머니, 이건 이제 못쓰는 거잖아요?"  "그냥 두어라."  "무엇에 쓰시려구요?"  "몰라도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속에서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요.  "못 쓰는 달력 아끼며 사시는  할머니 마음 너는 알 수 없겠지.  너는 달력에서 그 날 그 날  날짜만 보고 말지만  할머니께서는 다르시단다.  해묵은 달력 꺼내 보시면서  그것을 챙겨 보내 준  너의 이쁜 마음과 정성을  읽으시는 거란다."  (아, 그러셨구나. 그래서 그렇게  이제는 소용없는 묵은 달력을  어여쁜 비단 끈으로 곱게곱게 묶어서  장롱 속 소중하게 넣어 두셨구나!)  벽에 한 번  걸려 보지도 못한  장롱 속 할머니 묵은 달력. (김구연·아동문학가, 서울 출생) + 달력  열두 장의 선물을 다 썼다.  무한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웠을까  주님 앞에 고개 숙여도  아무 할 말이 없다.  그의 가슴에 못이 박혀도  아픔은 늘 내 몫이 아닌 것 같이 부인하며  내 눈에 기쁨을 위해 꺾은  한 가지의 꽃도  행복은 다 내 몫인 줄 알았던 일들  죄 없는 사람이 있을까  무심코 걸어온 이 길이  무척이나 죄스럽다.  부스러기로 날리던 가로수 낙엽  흔적마저 어디론가 다 가버리고  알몸으로 서 있는 나목들  이 겨울을 견뎌 봄을 맞으리라.  나는 또 기도를 한다.  내 앞에 작은 일에도 감사하자  어제처럼 다짐을 한다.  열두 장의 선물을 안아 본다.  (박상희·시인, 1952-) + 마지막 달력  섣달 달력 한 장이  벽에 붙어 떨고 있다.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달력이 한 장씩 떨어지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철이 바뀌고  추억과 상처가 낙엽처럼 쌓인다.  마지막 달력이 떨어지면  나무는 나이테를 만들지만  인간의 이마엔 주름이 늘고  인간은 한해를 역사 속에 꽁꽁 묶어놓는다.  새 달력이 붙고  성장과 쇠퇴가 계속되고  그리하여 역사는 엮어진다.  크리스마스, 송년모임, 신년회  모임에 쫓겨 술에 취하다 보면  후회할 시간도 없이 훌쩍 세월은 넘어간다.  마지막 달력이 남으면  아이들은 들뜨고  어른들은 한숨짓는다.  그러면서 또 한해가 역사 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녹암 진장춘·시인) + 달력을 걷는다           달력을 걷는다 해마다 단조로움의 죄로 물든 달력을 벽에서 쓸쓸히 내리었듯이 이 해를 다 채우려면 아직 두어 달은 더 기다려야  벽에서 내릴 무위(無爲)의 죄로 물든 달력을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주지 못한 야윈 손이 서럽게 부끄러운 단풍 짙게 물든 시월의 달력 한 장 걷으며 꿈을 꾼다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지난 주일(主日) 거저 얻은  단감밖에  없는 내 손은 이 밤, 성자(聖者)의 비인 손을 다시 읽어야겠네 (홍수희·시인) + 달력의 마지막 장을 버리기 전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지금은 하얀 눈을 내려주시는 하나님께 눈 같은 마음으로 더 깊이 경배드릴 때입니다.    바쁜 가운데 한 해 동안 잊었던 사람들의 싸락눈 은혜도 다 생각해내어 엽서만한 감사라도 보낼 때입니다.    오래 전 바자회에 2000원 짜리 오버코트를 내놓아 해마다 내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 분에게도 그 코트처럼 따뜻한 마음을 다시 보내드립니다.     아내와 내게 머플러며 맛있는 떡을 자주 선물하는 이 집사님 내외에게도 특별히 검정콩 한 말로 감사를 보냈답니다.    우리 동네 집배원이 누군지 모르지만 남달리 많은 내 우편물을 나르느라 한 해 동안 수고한 그 발걸음에 양말 한 켤레의 따뜻함이라도 드리고,    날마다 아파트 계단을 쓸고 닦는 청소부 아주머니의 수고에 장갑 한 켤레만한 고마운 마음이라도 드리도록 아내에게 일렀습니다.     이사를 자주 다녀서 우리 집 주소를 몰라 연락이 끊어진 어려운 형제들에게 사랑 한 상자라도 보내야겠습니다.    들판에 떨어진 이삭 같은 푼돈을 모아 보내는 우리 집 전통의 유니세프 저금통에는 밀가루포대가 두어 리어카쯤 들어있는지 꺼내봐야겠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모두가 산타가 되어 사랑하는 우리의 손녀손자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쁨 한 자루씩 메고 찾아가야 할 때입니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버리기 전에 지금은 모두들 마지막 생애를 보내듯이 찾아볼 곳들을 서둘러 찾아봐야 할 때입니다. (최진연·시인, 경북 예천 출생)
1379    우리도 자연재해 대비에... 댓글:  조회:6446  추천:0  2015-07-26
 [ 2015년 07월 27일 08시 54분 ]     타이위안(太原) 무용단 대형 무용극 "천수관음(千手觀音)" 태풍 대비요령        ● 가정의 하수구나 집 주변 배수구를 점검하고 막힌 곳을 뚫어 주세요.  ● 하천 근처 주차된 자동차는 안전한 곳으로 옮깁니다.  ● 응급 약품, 손전등, 식수, 비상식량 등의 생필품을 미리 준비합니다.  ● 지붕, 간판, 창문 또는 마당이나 외부에 있는 기구, 자전거 등을 단단히 고정합니다.  ● 전신주, 가로등, 신호등은 손으로 만지거나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 고층 아파트 주민은 유리창에 젖은 신문지, 테이프 등을 창문에 붙입니다.  ● 대피할 때에는 수도와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기차단기를 내립니다.  ● 천둥·번개가 칠 경우 건물 안이나 낮은 곳으로 대피합니다.  ● 태풍주의보가 발령되면 경작지 용·배수로를 점검하지 않습니다.  ● 산간 계곡 야영객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합니다.  ● 비닐하우스 등의 농업 시설물을 점검해 응급 대처합니다.  ● 해안지역 저지대·상습 침수지역 거주민은 대피를 준비합니다.  ● 어업 활동은 하지 말고 선박을 단단히 묶어둡니다.  ● 어로 시설을 철거하거나 고정하는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 해수욕장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 태풍 경보가 발령되면, 모래주머니 등을 이용해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막아 주세요.  ● 바람에 날아갈 물건이 집 주변에 있으면 미리 제거합니다.  ● 도로에 있는 차량은 속도를 줄여서 운전합니다.  ● 아파트 등 고층건물 옥상, 지하실과 하수도 맨홀에 접근하지 않습니다. ● 정전 때 사용 가능한 손전등을 준비하고 가족 간 비상연락방법과 대피방법을 미리 의논합니다.  ● 농촌지역에서는 모래주머니 등으로 농경지 침수를 예방합니다.  ● 농기계나 가축 등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세요.  ● 비닐하우스, 인삼재배시설 등을 단단히 묶어둡니다.  ●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비상 식수가 떨어졌더라도 아무 물이나 마시지 말고 물은 꼭 끓여 마십니다.  ● 사유시설 등에 대한 보수·복구 시에는 반드시 사진을 찍어 둡니다.      폭우(산사태) 대비요령       ● 침수 등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주민은 대피를 준비합니다.  ● 물이 집 안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모래주머니나 튜브 등을 준비합니다.  ● 어린이나 노약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 홍수 때 피난 가능한 장소와 길을 사전에 숙지합니다.  ● 비탈면이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 잘 알지 못하는 지역이나 무릎 위로 물이 흐르는 지역으로 다니거나 운전하지 않습니다.  ● 바위나 자갈 등이 흘러내리기 쉬운 비탈면 지역의 도로 통행은 하지 않습니다.  ● 연못, 구덩이 등에 관한 안전표지판을 잘 살펴봅니다.  ● 우물은 오염될 수 있으니 마실 물을 미리 준비합니다. ● 해안가 위험한 비탈면에 접근하지 않습니다. ● 집 근처에 위험한 물건이 있다면 미리 치웁니다. ● 교량은 안전한지 확인 후에 이용합니다.  ● 물이 밀려들 때는 높은 곳으로 빨리 대피하세요.  ●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마당에 있는 물건들을 집 안으로 옮기고 집 주변을 정비합니다.  ● 전기차단기를 내리고 가스 밸브를 잠가 주세요.  ● 상수도의 오염에 대비해 욕조에 물을 받아둡니다.  ● 홍수로 밀려온 물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흐르는 물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 침수된 지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습니다.  ● 지정된 대피소에 도착하면 반드시 도착사실을 알리고, 통제에 따라 행동합니다.  ● 물이 빠진 후에는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물에서 멀리 떨어집니다.  ● 홍수가 지나간 지역은 도로가 약해 무너질 수 있으니 재난발생지역에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 홍수로 밀려온 물에 몸이 젖었을 때 비누를 이용해 깨끗이 씻습니다. ● 집에 도착하면 들어가지 말고 붕괴 가능성을 반드시 점검합니다.  ==============================================================    자연 재해의 조사 방법  (1) 기상청, 중앙 119 구조대, 중앙 재해 대책 본부, 국립 방재 연구소 등의 홈 페이지를  통해 자연 재해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본다.    답변(1) 기상청, 중앙 119 구조대, 중앙 재해 대책 본부, 국립 방재 연구소 등의 홈 페이지1 통해 자연 재해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본다.  (2) 신문, 텔레비전 등을 통해 세계 곳곳에 일어 나는 자연 재해를 조사한다.  2 여러 가지 자연 재해와 피해  (1) 가뭄 :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이 말라 주고 식수가 부족해지는 현상이다.  (2) 홍수 :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넘치거나 제방이 붕괴되어 논과 밭, 집 등이 물에 잠긴다.  (3) 태풍 : 많은 비와 바람으로 인명과 재산, 농작물의 피해를 가져온다.  (4) 지진 : 화산 활동이나 지각 밑의 맨틀의 대류, 진동에 의한 땅의 떨림 현상으로 심한 경우에는  집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된다.  (5) 해일 : 지진이나 태풍 등에 의해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육지로 넘쳐 들어오는 현상이다.  (6) 폭설 : 많은 양의 눈이 한꺼번에 내리는 것으로 교통이 끊기는 등의 피해를 준다.  (7) 산사태 : 빗물이나 지진 등에 의해 산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다.  3 조상들의 자연 재해 극복을 위한 노력  (1) 설피 : 눈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칡, 노, 새끼를 얽어서 만든 것으로, 신발 바닥에 대었다.  (2) 투막집 : 눈과 바람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집을 지었다.  (3) 저수지 :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여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는 시설인 저수지를 만들었다.  4 오늘날의 자연 재해 극복을 위한 노력  (1) 제방 쌓기 :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흙과 돌을 이용해 둑을 쌓는다.  (2) 방파제 설치 : 큰 파도로부터 배를 보호하고 해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파제를 만든다.  (3) 댐 건설 :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 댐을 만든다.  5. 자연 재해의 요인  재해는 발생 원인에 따라 자연재해(천재)와 인위재해(인재)로 나눌 수 있다.  자연재해는 자연현상에 기인한 것을 말하는데 그 원인과 결과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으며 자연재해를 크게 분류하면 기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기상재해와 지반의 운동으로 발생하는 지진 및 화산 활동으로 인한 지질 재해로 나눌 수 있다. 지질재해는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하면서, 간접적으로 기상이변을 초래하면서 기상재해도 발생시킨다. 자연재해는 인위적으로 완전히 근절시킬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초래하는 어느 정도의 크기의 외력을 고려한 시설물의 설계 및 시공, 방어 시설물의 구축, 재해발생의 사전예측에 따른 예방조치, 재해발생시의 신속한 복구대책 수립 등으로 재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인위재해는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성 재해와 고의적으로 자행되는 범죄성 재해 그리고 산업의 발달에 따라 부수되는 공해 피해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재난을 총칭한다. 인간의 부주의, 기술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는 인간의 고의나 과실이 개입되어 야기되는 것으로 교통사고, 위험물 폭발,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 등이 있다. 또한 산업발달에 수반되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재해들은 기술과 산업의 발달을 추구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감내해야 하는 불가피한 것으로 핵발전소, 화학공장의 가동, 농약의 개발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오염과 자연파괴, 생태계 파괴 등을 말한다.  6 자연 재해의 대비와 복구  (1) 옛날 : 첨성대, 측우기, 수표 등을 이용하여 기후의 변화를 예측하려고 노력하였다.  (2) 오늘날  - 기상청의 일기 예보를 통해 자연 재해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 재해 대책 본부에서는 자연 재해에 대비하여 비상 근무를 실시한다.  - 119 구조대, 군인 아저씨, 적십자 회원들은 재해의 피해 복구에 힘쓴다.    자연=...   답변추천해요3추천자 목록 가뭄의 해결방안 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1. 댐 건설하기.. 2.물 절약   등이 있답니다. 댐을 건설하면 물을 가두고 내보낼 수 있어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댐 주위 자연환경이 파괴되게 됩니다. 주위에 안개가 자주 끼게 되죠... 가뭄의 해결방안에는 저수지 등의 관개 시설을 설치하고, 물을 아껴쓰며, 다목적 댐을 거설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선 다목적 댐을 지어야 합니다. 다목점 댐은 어마어마한 물을 저장 해놨다가  가뭄이 일어났을때 물을 공급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생활용수나, 공장에서 사용하는 공업용수를 공급함으로써, 가뭄이 일어났을때에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목적댐은 홍수가 왔을때도 사용되어 유용하지만, 건설하려면 여러 조건과 여건들이 많이 있기에 곤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피해 심각한 피해는 농업에 미치는 재해라고 할 수 있다. 벼농사기간 중(6·7·8월)에 내리는 평균 강수량은 연평균 강수량의 약 55% 정도, 즉 600∼700㎜ 정도이나 그 양이 1/2 이하가 되면 벼농사는 한발에(가뭄) 의한 한해를 받는다. 최근 댐이나 저수지 등 관개시설이 많이 정비되어 피해면적은 감수되고 있으나, 기상재해중에서는 풍수해 다음으로 피해액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발은 벼뿐만 아니라 전 작물과 과수 등에도 피해를 입히며, 또한 여름철뿐만 아니라 동해안 남부 지방에서는 겨울철에도 한발이(가뭄) 발생한다. 한발은(가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약 20일 이상 계속되면 발생되기 시작하나 10∼20일 마다 20∼30㎜정도의 비가 내리면, 가령 그 총량이 월평균 강수량의 1/2 이하일지라도 한발이 되지 않는다. 벼농사의 경우 한발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5∼6월의 강수량에 의해서 대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즉 5∼6월의 강수량이 충분하면 7∼8월의 강수량이 다소적어도 한발의 염려는 없으나 적으면 한발의 위험성이 있다. 가뭄의 피해는 일반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작물의 피해를 가리키지만, 상수도나 공업용수의 부족, 발전능력의 저하 등에 의한 생활상·상수도나 공업용수의 부족, 발전능력의 저하 등에 의한 생활상·상업상의 불이익도 넓은 뜻의 한해에 포함된다. drouth라고도 씀.  장기간에 걸친 강우(降雨)의 부족상태. 이는 물의 분포에 심한 불균형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물의 부족, 농작물 피해, 하천수의 감소가 일어나며, 나아가 지하수 및 토양 내의 습기마저 고갈시킨다. 가뭄은 증발이나 증산작용(蒸散作用:토양 내의 물이 식물을 통해 공기 중으로 나가는 작용)의 결과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이 강수량보다 많을 때 일어난다. 이러한 가뭄현상은 전세계에서 농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이다. 가뭄을 조절하기 위해 구름 속에 드라이아이스 같은 응결핵을 뿌려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노력도 행해지고 있지만, 이러한 실험이 성공을 거둔 예는 매우 드물다. 가뭄에는 4가지 기본형태가 있다. ① 건조기후에 나타나는 영구적인 가뭄:이 경우에는 건조한 기후에 적응한 몇몇 종류의 식물만 자라며, 인위적으로 계속해서 토지에 물을 공급하지 않는 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②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기후에서 나타나는 계절적인 가뭄:이러한 지역에서 농사를 제대로 짓기 위해서는 심는 시기를 조절하여 농작물이 우기에 발육하도록 해야 한다. ③ 비정상적으로 강우가 부족하여 생기는 예측불허의 가뭄:이러한 종류의 가뭄은 어떠한 기후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나, 특히 습윤(濕潤)·아습윤(亞濕潤) 기후에서 가장 흔하다. 대개 이러한 가뭄은 짧은 기간 불규칙하게 나타나며,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좁다. ④ 비가시적(非可視的)인 가뭄:이러한 가뭄은 여름에 기온이 높을 때 증발과 증산작용이 활발히 일어남으로써 생긴다. 이 가뭄에서는 소나기가 자주 내려도 증발과 증산작용으로 뺏긴 물의 양을 회복하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 활용할 물의 여유가 없는 현상을 일으켜 농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든다.
1378    인생 황금률 댓글:  조회:6639  추천:0  2015-07-25
      네가 열었으면 네가 닫아라. 네가 켰으면 네가 꺼라. 네가 자물쇠를 열었으면 네가 잠가라. 네가 깼으면 그 사실을 인정하라. 네가 그걸 도로 붙일 수 없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라. 네가 빌렸으면 네가 돌려 주라. 네가 그 가치를 알면 조심히 다루라. 네가 어질러 놓았으면 네가 치우고 네가 옮겼으면 네가 제자리에 갖다 놓아라. 네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하고 싶으면 허락을 받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 그냥 놔 두라. 네 일이 아니면 나서지 말라. 깨지지 않았으면 도로 붙여 놓으려고 하지 말라.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좋게 해주는 말이라면 하라. 하지만 누군가의 명성에 해가 되는 말이라면 하지 말라.                           이외수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 [출처] [양정훈의 ] - 인생의 황금률|작성자 양정훈 코치  
1377    녀류시인 - 김남조 시모음 댓글:  조회:4347  추천:0  2015-07-23
김남조 시인 내 문학의 저수지는 예수님이다 신고 김남조 시인 내 문학의 저수지는 예수님이다블로그 원본 시 낭송 모음 신고 김남조 시인 "나와 심장이 함께 살아온 것을 아프고 나서 깨달았죠" 신고 [김남조 시인 시모음] 신고 김남조 시인 내 문학의 저수지는 예수님이다 신고 김남조 시 모음 67편 ☆★☆★☆★☆★☆★☆☆★☆★☆★☆★☆★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것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내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아닙니다. 먼저 사랑을 건넨 일도 잘못이 아닙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진정으로 사랑하여 가장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 보통 사람 김남조 성당 문 들어설 때 마음의 매무새 가다듬는 사람, 동트는 하늘 보며 잠잠히 인사하는 사람, 축구장 매표소 앞에서 온화하게 여러 시간 줄서는 사람, 단순한 호의에 감격하고 스쳐가는 희망에 가슴 설레며 행운은 의례히 자기 몫이 아닌 줄 여기는 사람, 울적한 신문기사엔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며 안경의 어룽을 닦는 사람, 한밤에 잠 깨면 심해 같은 어둠을 지켜보며 불우한 이웃들을 골똘히 근심하는 사람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김남조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눈이 한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 겨울 꽃  김남조 1 눈길에 안고 온 꽃 눈을 털고 내밀어 주는 꽃 반은 얼음이면서 이거 뜨거워라 생명이여 언 살 갈피갈피 불씨 감추고 아프고 아리게 꽃빛 눈부시느니 2 겨우 안심이다 네 앞에 울게 됨으로 나 다시 사람이 되었어 줄기 잘리고 잎은 얼어 서걱 이면서 얼굴 가득 웃고 있는 겨울 꽃 앞에 오랫동안 잊었던 눈물 샘솟아 이제 나 또다시 사람되었어 ☆★☆★☆★☆★☆★☆☆★☆★☆★☆★☆★ 겨울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었던 새들이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마저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혼령을 갖게 하오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갔었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그대 있음에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 물망초  김남조 기억해 주어요 부디 날 기억해 주어요 나야 이대로 못잊는 연보라의 물망초지만 혹시는 날 잊으려 바라시면은  유순히 편안스레 잊어라도 주어요 나야 언제나 못잊는 꽃 이름의 물망초지만  깜깜한 밤에 속 잎파리 피어나는  나무들의 기쁨  당신 그늘에 등불 없이 서 있어도 달밤 같은 위로 사람과 꽃이  영혼의 길을 트고 살았을 적엔 미소와 도취만이  큰배 같던 걸 당신이 간 후 바람결에 내버린 꽃 빛 연보라는  못잊어 넋을 우는  물망초지만 기억해 주어요 지금은 눈도 먼  물망초지만. ☆★☆★☆★☆★☆★☆☆★☆★☆★☆★☆★ 사랑  김남조 오래 잊히음과도 같은 병이었습니다 저녁 갈매기 바닷물 휘어적신 날개처럼 피로한 날들이 비늘처럼 돋아나는  북녘 창가에 내 알지 못할  이름의 아픔이던 것을 하루 아침 하늘 떠받고 날아가는 한 쌍의 떼 기러기를 보았을 때 어쩌면 그렇게도 한없는 눈물이 흐르고 화살을 맞은 듯 갑자기 나는 나의 병 이름의 그 무엇인가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 사랑의 말  김남조 1 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에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 버리고 그 벌이시키는 대로 세상 양끝이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 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번 쏟아 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 사랑한 이야기  김남조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해 저문 들녘에서 겨웁도록 마음 바친  소녀의 원이라고 구김없는 물 위에 차갑도록 흰 이맛전 먼저 살며시 떠오르는 무구한 소녀라 무슨 원이 행여 죄되리까만 사랑한 이야기야 허구헌날 사무쳐도 못내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글썽이며 목이 메도 못내 말하고 죽을 때나 가만가만 뇌어볼 이름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꽃이 지는 봄밤에랴 희어서 설운 꽃잎 잎새마다 보챈다고 가이없는 누벌에 한 송이 핏빛 동백 불본 모양 몸이 덥듯 귀여운 소녀라 무슨 원이 굳이 여껴우리만 사랑한 이야기야 내 마음 저며낼까 못내 말하고 사랑한 이야기야 내 영혼 피 흐를까 못내 말하고 죽을 때나 눈매 곱게 그려 볼 모습임을 소녀는 아직 어려 세상도 몰라 기막힌 이 이야기를 하랍니다 사랑한 이야기를 하랍니다. ☆★☆★☆★☆★☆★☆☆★☆★☆★☆★☆★ 상사(想思)  김남조 언젠가 물어보리 기쁘거나 슬프거나 성한 날 병든 날에 꿈에도 생시에도 영혼의 철사 줄 윙윙 울리는 그대 생각, 천번만번 이상하여라 다른 이는 모르는 이 메아리 사시사철  내 한평생 骨髓에 電話오는  그대 음성, 언젠가 물어보리 죽기 전에 단 한번 물어보리 그대 혹시  나와 같았는지를 ☆★☆★☆★☆★☆★☆☆★☆★☆★☆★☆★ 아가(雅歌) 2  김남조 나 네게로 가리 한사코 가리라 이슬에 씻은 빈손이어도 가리라 눈 멀어도 가리라 세월이 겹칠수록 푸르청청 물빛 이 한(恨)으로 가리라 네게로 가리 저승의 지아비를 내 살의 반을 찾으러 검은머리 올올이 혼령이 있어 그 혼의 하나하나 부르며 가리 나 네게로 가리 ☆★☆★☆★☆★☆★☆☆★☆★☆★☆★☆★ 연하장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망각의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 주세요  연하장,  먹으로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 허망(虛妄)에 관하여  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준다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한다  이런 이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이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많이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 됩시다. ☆★☆★☆★☆★☆★☆☆★☆★☆★☆★☆★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검은 벽의 검은 꽂그림자 같은 어두운 香料(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 겨울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에 특별하기로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 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론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란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 울면서 눈감고 입술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 가을 햇볕에  김남조 보고싶은  너  가을 햇볕에 이 마음 익어서  음악이 되네  말은 없이  그리움 영글어서  가지도 휘이는  열매,  참다 못해  가슴 찟고 나오는  비둘기 떼들,  들꽃이되고  바람속에 몸을푸는  갈숲도 되네  가을 햇볕에  눈물도 말려야지  가을 햇볕에  더욱 나는 사랑하고 있건만  말은 없이 기다림만 쌓여서  낙엽이 되네.  아아  저녁 해를 안고 누운  긴 강물이나 되고지고  보고 싶은  너  이 마음이 저물어  밤하늘 되네  ☆★☆★☆★☆★☆★☆☆★☆★☆★☆★☆★ 겨울나무  김남조 말하려나  말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이 말부터 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산울림도 울리려나  나의  겨울나무  새하얀 바람 하나  지나갔는데  눈 여자의 치마폭일 거라고  산신령보다 더 오래 사는  그녀 백발의 머리단일 거라고  이런 말도 하려나  ☆★☆★☆★☆★☆★☆☆★☆★☆★☆★☆★ 나의 시에게  김남조 이래도 괜찮은가 나의 시여 거뭇한 벽의 船窓(선창) 같은 벽거울의 이름 암청의 쓸쓸함, 괜찮은가 사물과 사람들 차례로 모습 비추고 거울 밑바닥에 혼령 데리고 가라앉으니 천만 근의 무게 아픈 거울 근육 견뎌내겠는가 남루한 여자 하나 그 명징의 살결 감히 어루만지며 부끄러워라 통회와 그리움 아리고 떫은 갖가지를 피와 呪言(주언)으로 제상 바쳐도 나의 시여 날마다 내 앞에 계시고 어느 훗날 최후의 그 한 사람 되어 주겠는가  ☆★☆★☆★☆★☆★☆☆★☆★☆★☆★☆★ 너에게  김남조  아슴한 어느 옛날  겁劫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년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이야기는  너와 나의 옛 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칠범벅이 속에서  아침 햇살마냥 피어나던  우리들 사랑이나 아니었을까  불러 불러도 아쉬움은 남느니  나날이 새로 샘솟는 그리움이랴, 이는  그 날의 마음 그대로인지 모른다  빈방 차가운 창가에  지금이사 너 없이 살아가는  나이건만  아슴한 어느 훗날에  가물거리는 보랏빛 기류같이  곱고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다시금 남김 없는  내 사람일지도 모른다 ☆★☆★☆★☆★☆★☆☆★☆★☆★☆★☆★ 다시 봄에게  김남조  올해의 봄이여 너의 무대에서 배역이 없는 나는 내려가련다 더하여 올해의 봄이여 너에게 다른 연인이 생긴 일도 나는 알아 버렸어 애달픔 지고 순정 그 하나로 눈흘길 줄도 모르는 짝사랑의 습관이 옛 노예의 채찍자국처럼 남아 올해의 봄이여 너의 새순에 소금가루 뿌리러 오는 꽃샘눈 꽃샘추위를 중도에서 나는 만나 등에 업고 떠나고 지노니  ☆★☆★☆★☆★☆★☆☆★☆★☆★☆★☆★ 雪日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지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산에 와서 김남조 우중 설악이  이마엔 구름의 띠를  가슴 아래론 안개를 둘렀네  할말을 마친 이들이  아렴풋 꿈속처럼  살결 맞대었구나  일찍이  이름을 버린  무명용사나  무명성인들 같은  나무들,  바위들,  청산에 살아  이름도 잊은 이들이  빗속에 벗은 몸 그대로  편안하여라  따뜻하여라  사람이 죽으면  산에 와 안기는 까닭을  오늘에 알겠네 ☆★☆★☆★☆★☆★☆☆★☆★☆★☆★☆★ 산에 이르러 김남조 누가 여기 함께 왔는가  누가 나를 목메이게 하는가  솔바람에 목욕하는  숲과 들판  앞가슴 못다 여민 연봉들을  운무雲霧 옷자락에 설풋 안으신  한 어른을  대죄待罪하듯 황공히 뵈옵느니  지하地下의 돌들과 뿌리들이  이 분으로 하여 강녕康寧하고  땅 속에 잠든 이들  이 분으로 하여 안식하느니라고  아아 누가 나에게  오늘 새삼  이런 광명한 말씀 들려주는가  산의 안 보이는 그 밑의 산을  두 팔에 안고 계신  절대의 한 어른을  누가 처음으로  묵상하게 해주시는가 ☆★☆★☆★☆★☆★☆☆★☆★☆★☆★☆★ 산에게 나무에게 김남조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왔네  그들은 주인자리에 나는 바람 같은 몸 산과 나무들과 내가  이별한 이야기 ☆★☆★☆★☆★☆★☆☆★☆★☆★☆★☆★ 상심수첩 김남조 1  먼 바다로  떠나는 마음 알겠다  깊은 산 깊은 고을  홀로 찾아드는 이의 마음 알겠다  사람세상 소식 들으려  그 먼길 되짚어  다시 오는 그 마음도 알겠다  2  울며 난타하며  종을 치는 사람아  종소리 맑디맑게  아홉 하늘 울리려면  몇천 몇만 번을  사람이 울고  종도 소리 질러야 하는가  3  층계를 올라간다  한없이 올라가 끝에 이르면  구름 같은 어둠.  층계를 내겨간다  한없이 내려와 끝에 이르면  구름 같은 어둠.  이로써 깨닫노니  층계의 위 아래는  같은 것이구나  4  병이 손님인양 왔다  오랜만이라며 들어와 머리맡에 앉았다  커다란 책을 펴들고 그 안에 쓰인 글시,  세상의 물정들을 보여준다  한 모금씩 마시는 얼음냉수처럼  천천히 추위를 되뇌이며 구경한다  눈물 흐르는 일이 묘하게 감미롭다  5  굶주린 자 밥의 참뜻을 알듯이  잃은 자 잃은 것의 존귀함을 안다  신산에서 뽑아내는  꿀의 음미를.  이별이여  남은 진실 그 모두를  바다 깊이 가라앉히는 일이여  6  기도란  사람의 진실 하늘에 바침이요  저희의 진실 오늘은 어둠이니  이 어둠 바치나이다  은총은  하늘의 것을 사람에게 주심이니  하늘나라 넘치는 것  오늘 혹시 어둠이시면  어둠 더욱 내려주소서  7  전신이 감전대인 여자  바람에서도 공기에서도  전류 흘러 못견디는 여자  겨울벌판에서도 허공에서도  와아와아 몸서리치며 다가오는  포옹의 팔들. 팔들  8  그를 잃게 된다  누구도 못바꿀 순서란다  다른 일은 붙박이로 서 있고  이 일만 바람갈기 날리며 온다  저만치에,  바로 눈 앞에.  지금,  아아 하늘이 쏟아져 내린다  9  제 기도를 진흙에 버리신 일  용서해 드립니다  그간에 주신 모든 용서를 감사드리며  황송하오나 오늘은 제가  신이신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아아 잘못하실 수가 없는 분의 잘못  죄의 반란 같은 것이여  전심전령이 기도 헛되어  하늘은 닫히고  사람은 이런 때 울지 않는다  10  아슴한 옛날부터  줄곧 걸어와  마침내 오늘 여기 닿았습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더는 아무 일도 생기잖을  마지막 땅에  즉 온전한 목마름에 ☆★☆★☆★☆★☆★☆☆★☆★☆★☆★☆★ 새 달력 첫 날 김남조 깨끗하구나  얼려서 소독하는  겨울산천  너무 크고 추웠던  어릴 적 예배당 같은 세상에  새 달력 첫날  오직 숙연하다  천지간  눈물나는 추위의  겨울음악 울리느니  얼음물에 몸 담그어 일하는  겨울 나룻배와  수정 화살을 거슬러 오르는  겨울 등반대의  그 노래이리라  추운 날씨  모든 날에  추운 날씨 한 평생에도  꿈꾸며 길가는 사람  나는 되고 니노니  불빛 있는 인가와  그곳에서 만날 친구들을  꿈꾸며 걷는 이  나는 되고 지노니  새 달력 첫 날  이것 아니고는 살아 못낼  사랑과 인내  먼 소망과  인동의 서원을  시린 두 손으로  이날에 바친다 ☆★☆★☆★☆★☆★☆☆★☆★☆★☆★☆★ 새 김남조 새는 가련함 아니여도  새는 찬란한 깃털 어니여도  새는 노래 아니여도  무수히 시로 읊어짐 아니여도  심지어  신의 신비한 촛불  따스한 맥박 아니여도  탱크만치 육중하거나  흉물이거나  무개성하거나  적개심을 유발하거나 하여간에  절대의 한 순간  숨겨 지니던 날개를 퍼득여  창공으로 솟아 오른다면  이로써 완벽한 새요  여타는 전혀 상관이 없다 ☆★☆★☆★☆★☆★☆☆★☆★☆★☆★☆★ 새로운 공부 김남조 마술을 배울까나  거미줄 사이로  하얗게 늙은 호롱불,  욕탕만한 가마솥에  먹물 한 솥을 설설 끓이며  뭔가 아직도 모자라서  이상한 약초 몇 가지 더 넣으며  혼 내줄 사람과  도와줄 이를  따로이 가슴서랍에 챙겨 잠그고  빗소리보다 습습하게  주문을 외는  동화속의 마술할머니  마술을 배울까나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먹물 가마솥에  좋은 풀도 많이 넣는  마술 할머니  내가 그녀의 제자 되어  새로운 공부에 열중해 볼까나  유년의 날  써커스의 말 탄 소녀를 본후  온세상 노을뿐이던  흥분과 부러움을  적막한 이 세월에  되돌려 올까나  마술을 배울까나  ☆★☆★☆★☆★☆★☆☆★☆★☆★☆★☆★ 새벽 외출 김남조 영원에서 영원까지  누리의 나그네신 분  간밤 추운 잠을  십자가 형틀에서 채우시고  희부연 여명엔  못과 가시관을 풀어  새날의 나그네길 떠나가시네  이천 년 하루같이  새벽 외출  외톨이 과객으로 다니시며  세상의 황량함  품어 뎁히시고  울음과 사랑으로  가슴 거듭 찢기시며  깊은 밤  십자가 위에 돌아오시어  엷은 잠 청하시느니  아아 송구한 내 사랑은  어이 풀까나  이 새벽에도  빙설의 지평 위를  청솔바람 소리로 넘어가시는  주의 발소리  뇌수에 울려 들리네  ☆★☆★☆★☆★☆★☆☆★☆★☆★☆★☆★ 새벽에 김남조 나의 고통은  성숙하기도 전에  풍화부터 하는가  간밤엔  눈물 없이 잠들어  평온한 새벽을 이에 맞노니  연민할지어다  나의 몰골이여  다른 사람들은  고난으로  새 삶의 효모와 바꾸고  용서하소서  용서하소서  맨몸 으깨어  피와 땀으로 참회하고  준열히 진실에 순절하되  목숨 질겨서  그 몇 번 살아 남는 것을  나의 고통은  절상 순간에  이미 얼얼하게 졸면서  죄와 가책에도  아프면서 졸면서  결국엔  지난밤도 백치처럼 잠들어  청명한 이 새벽에  죽고 싶도록  남루할 뿐이노니 ☆★☆★☆★☆★☆★☆☆★☆★☆★☆★☆★ 새벽전등 김남조 간밤에 잠자지 못한 이와  아주 조금 잠을 잔 이들이  새소리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며  새벽전등을 켠다  이 거대한 도시 곳곳에  불면의 도랑은 비릿하게  더 깊은 골로 패이고  이제 집집마다  눈물겨운 광명이 비추일 것이나  미소짓는 자, 많지 못하리라  여명黎明에 피어나는 태극기들,  독립 반세기라 한 달 간  태극기를 내걸지자는 약속에  백오십 만 실직 가정도  이리했으려니와  희망과의 악수인 건 아니다  참으로 누구의 생명이  이 많은 이를 살게 할 것이며  누구의 영혼이  이들을 의연毅然하게 할 것이며  그 누가 십자가에 못박히겠는가  심각한 시절이여  잠을 설친 이들이 새벽전등을 켠다 ☆★☆★☆★☆★☆★☆☆★☆★☆★☆★☆★ 생명  김남조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먼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이 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은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 소녀를 위하여 김남조 그가 네 영혼을 부른다면  음성 그 아니,  손짓 그 아니어도  들을 수 있으리  그가 네 이름의 글씨 쓴다면  생시 그 아니,  꿈속 그 아니어도  온 마음으로 읽으리  그가 너를 찾을 땐  태어나기 전  다른 별에서  항시 함께 있던 습관  예까지 묻어온 메아리려니  그가 너를 부른다  지금 그 자리에서  대답하여라 ☆★☆★☆★☆★☆★☆☆★☆★☆★☆★☆★ 송(頌) 김남조 그가 돌아왔다  돌아와  그의 옛집 사립문으로 들었느니  단지 이 사실이  밤마다 나의 枕上에  촛불을 밝힌다  말하지 말자  말하지 말자  제 몸 사루는 불빛도  침묵뿐인걸  그저  온마음 더워오고  내 영혼 눈물지우느니  이슬에 씻기우는  온누리  밤의 아름다움  천지간 편안하고  차마 과분한  별빛 소나기  그가 돌아왔다 ☆★☆★☆★☆★☆★☆☆★☆★☆★☆★☆★ 슬픔에게 김남조 정적에도  자물쇠가 있는가  문 닫고 장막 드리우니  잘은 모르는  관 속의 고요로구나  밤에서 밤으로  어둠에 어둠 겹치는  유별난 시공을  너에게 요람으로 주노니  느릿느릿 흔들리면서  모쪼록  소리내진 말아라  오히려 백옥의 살결  따스해서 눈물나는  아기나 하나 낳으려무나  소리 없이 반짝이는  눈물 빛 사리라도 맺으려무나  나의 슬픔이여 ☆★☆★☆★☆★☆★☆☆★☆★☆★☆★☆★ 시인(詩人) 김남조 1  수정水晶의 각角을 쪼개면서  차아로 이 일에  겁 먹으면서  2  벗어라  땡볕이나 빙판에서도 벗어라  조명照明을 두고 벗어라  칼날을 딛고도 벗어  청결한 속살을 보여라  아가케를 거쳐  에로스를 실하게  아울러 明燈명등에 육박해라  그 아니면  죽어라  3  진정한 玉옥과 같은  진정한 詩人시인  우리시대  이 목마름  4  깊이와  높이와  넓이를 더하여  그 공막空寞 그 靜菽정숙에  첫 풀잎 돋아남을  문득  보게 되거라  그대여 ☆★☆★☆★☆★☆★☆☆★☆★☆★☆★☆★ 시인에게 김남조 그대의 시집 옆에  나의 시집을 나란히 둔다  사람은 저마다  바다 가운데 섬과 같다는데  우리의 책은  어떤 외로움일는지  바람은 지나간 자리에  다시 와 보는가  우리는 그 바람을 알아보는가  시인이여  모든 존재엔  오지와 심연,  피안까지 있으므로  그 불가사의에 지쳐  평생의 시업이  겁먹는 일로 고작이다  나의 시를 읽어 다오  미혹과 고백의 골은 깊고  애환 낱낱이 선명하다  물론 첫새벽 기도처럼  그대의 시를 읽으리라  다함 없이 축원을 비쳐 주리라  시인이여  우리는 저마다  운명적인 시우를 만나야 한다  서로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혼의 목마름도 진맥하여  피와 이슬을 마시게 할  그 경건한 의사가  시인들말고  다른 누구이겠는가  좋고 나쁜 것이  함께 뭉쳐 폭발하는  이 물량의 시대에  유일한 결핍 하나뿐인 겸손은  마음에 눈 내리는 추위  그리고  이로 인해 절망하는  이들 앞에  시인은 진실로 진실로 죄인이다  시인이여  막막하고 쓸쓸하여  오늘 나의 작은 배가  그대의 섬에 기항한다 ☆★☆★☆★☆★☆★☆☆★☆★☆★☆★☆★ 심장이 아프다  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 아버지 김남조 아버지가 아들을 부른다  아버지가 지어준 아들의 이름  그 좋은 이름으로  아버지가 불러주면  아들은 얼마나 감미로운지  아버지는 얼마나 눈물겨운지  아버지가 아들을 부른다  아아 아버지가 불러주는  아들의 이름은  세상의 으뜸같이 귀중하여라  달무리 둘러둘러 아름다워라  아버지가 아들을 부른다  아들을 부르는  아버지의 음성은  세상 끝에서 끝까지 잘 들리고  하늘에서 땅까지도 잘 들린다  아버지가 불러주는  아들의 이름은  생모시 찢어내며 가슴 아파라 ☆★☆★☆★☆★☆★☆☆★☆★☆★☆★☆★ 아침 기도 김남조 목마른 긴 밤과  미명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  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한 사람의 발을  말없이 오래오래  닦아주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엔  이 한 가지 소원으로  기도 드립니다.  ☆★☆★☆★☆★☆★☆☆★☆★☆★☆★☆★ 아침 은총 김남조 아침 샘터에 간다  잠의 두 팔에 혼곤히 안겨 있는  단 샘에  공중의 이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이날의  첫 두레박으로  순수의 우물, 한 꺼풀의 물빛 보옥들을  길어올린다  샘터를 떠나  그분께 간다  그분 머리맡께에 정갈한 물을 둔다  단지,  아침 광경에 눈뜨실 쯤엔  나는 언제나 없다  은총이여  生金보다 귀한  아침 햇살에  그분의 온몸이 성하고 빛나심을  날이 날마다  고맙게 지켜본다 ☆★☆★☆★☆★☆★☆☆★☆★☆★☆★☆★ 안식 김남조 이제 그는 쉰다  처음으로 안식하는 이를 위해  그의 집에  고요와 평안 넉넉하고  겨우 깨달아  그의 아내도  바쁜 세상으로부터 돌아와  손을 씻으니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바쁜 일이라곤 없어라  그가 보던 것  간절히 바라보고  그가 만지던 것  오래오래 어루만지는 사이  막힘 없이 흐르는 시간  가슴 안의 구명으로  솔솔 빠져나가고  머릿속에 붐비는 피도  옥양목 흰빛으로  솰솰 새어나가누나  울지 말아라  울지 말아라  남루한 그녀 영혼도  빨아 헹구어  희디하얗게 표백한다면  절대의 절대적 절망  이 숯덩이도  벼루에 먹 갈리듯  풀어질 날 있으리니  슬퍼 말아라  슬픔은 소리내고 싶은 것  조용하여라  달빛 자욱한 듯이  온 집안 가득히  그가 쉬고 있다 ☆★☆★☆★☆★☆★☆☆★☆★☆★☆★☆★ 안식을 위하여 김남조 겨울나무 옆에  나도 나무로 서 있다  겨울나무 추위 옆에  나도 추위로 서 있다  추운 이들  함께 있구나 여길 때  추위의 위안 물결 인다 하리라  겨울나무 옆에 서서  적멸한 그 평안  숙연히 본받고 지노니  휴식 모자라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여기는  내 자식들이  쉬라고 쉬라고 엄마를 조르는  그 당부 측은히  헤아린다 하리라  안식의 정령이어  산 이와 죽은 이를  한 품에 안아 주십사 비노니  겨울바람의 풍금  느릿느릿 울려 주십사고도 비노니  큰 촛불, 작은 촛불처럼  겨울나무와 내가  나란히 기도한다 하리라 ☆★☆★☆★☆★☆★☆☆★☆★☆★☆★☆★ 어떤 소년 김남조 꽃 배달처럼  나의 병실을 찾아온  소년에게  내 처지 지금 감방 같다 했더니  그 아이 말이  저는 어디 있으나  황무지며 사막이예요. 란다  넌 좀 낙관주위가 돼야겠어  놀라는 내 대꾸에  그건 비관주의보단 더 나쁜 거예요  헤프고 바보그럽고  맥빠져 있으니까요, 란다  아이야  천길 벼랑에서  밑바닥 굽어본 일  벌써 있었더냐  온몸의  뇌관이 저려들면서  허공에 두 손드는  시퍼런 투항도 해보았더냐  더하기로는  심장 한가운데를 쑤시던  사람 하나가  날개 달아  네 몸 두고 날아갔느냐  .... 아이야 ☆★☆★☆★☆★☆★☆☆★☆★☆★☆★☆★ 어머님의 성서(聖書) 김남조 고통은  말하지 않습니다  고통 중에 성숙해지며  크낙한 사랑처럼  오직 침묵합니다  복음에도 없는  마리아의 말씀, 묵언의 문자들은  고통 중에 영혼들이 읽는  어머님의 성서입니다  긴 날의 불볕을 식히는  여름나무들이,  제 기름에 불 켜는  초밤의 밀촉이,  하늘 아래 수직으로 전신배례를 올릴 때  사람들의 고통이 흘러가서  바다를 이룰 때  고통의 짝을 찾아  서로 포옹할 때  어머님의 성서는  천지간의 유일한 유품처럼  귀하고 낭랑하게  잘 울립니다 ☆★☆★☆★☆★☆★☆☆★☆★☆★☆★☆★ 연 김남조 연 하나  날리세요  순지 한 장으로 당신이 내거는  낮달이 보고파요  가멸가멸 올라가는  연실은 어떨까요  말하는 마음보다 더욱 먼 마음일까요  하늘 너머 하늘가는  그 마음일까요  겨울하늘에  연 하나 날리세요  옛날 저승의 우리집 문패  당신의 이름 석자가  하늘 안의 서러운  진짜 하늘이네요  연하나  날리세요  세월은 그렁저렁 너그러운 유수  울리셔도 더는 울지 않고  창공의 새하얀 연을  나는 볼래요 ☆★☆★☆★☆★☆★☆☆★☆★☆★☆★☆★ 영원 그 안에선 김남조 이별의 돌을 닦으며  고요하게 있자  높은 가지에서 떨어지려는 잎들이  잠시  최후의 기도를 올리듯이  아무것도 허전해하지 말자  가을나무의 쏟아지는 잎들을 뜯어 넣고  바람이 또 무엇인가를  빚는다고 알면  그만인걸  눈물 다해  한 둘레 눈물 기둥  불망인들 닦고 닦아  혼령 있는 심연 있는  거울이 되도록만 하자  이별의 문턱에 와서  마지막 가장 어여쁘게 내가 있고  영원 그 안에선  그대 날마다  새로이 남아 계심을  정녕 믿으마  말로는 나타 못낼  위안의 저 청람빛,  하늘 아래 생겨난 모든 일은  하늘 아래 어디엔가 거두어 주시리라 ☆★☆★☆★☆★☆★☆☆★☆★☆★☆★☆★ 오늘 김남조 1  눈 오늘 강물을 바라본다  어렴풋한 꿈속이듯 오랫동안  내 이렇게 있었다  오늘은 당신에게 줄 말이 없다  다만 당신의 침묵과 한 가지 뜻의 묵언(默言)이  내게 머물도록 빌 뿐이다  2  오늘 내 영혼을 당신에게 연다  마지막인 허락은  이래야만 함인 줄 알았기에 ☆★☆★☆★☆★☆★☆☆★☆★☆★☆★☆★ 올해의 성탄 김남조 정직해야지  지치고 어둑한 내 영혼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날 줄도 알아야 한다  내밀한 광기  또 오욕  모든 나쁜 순환을 토혈인 양 뱉고  차라리 청신한 바람으로  한 가슴을 채워야 한다  크리스마스는  지등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는,  유서에 서명을 하는,  다시 그 나머지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끄적이는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약에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며는  배덕의 정사쯤 쉽사리 저지를  그리도 외롭고 맹목인 열에  까맣게 내 두뇌를 태워 가고 있다  슬픔조차 신선하지가 못해  한결 슬픔을 돋우고  어째도 크리스마스는 마음놓고 크게 우는 날이다  석양의 하늘에 커다랗게 성호를 긋고  구원에서 가장 먼 사람이  주여, 부르며 뿌리째 말라 버린 겨울 갈대밭을  달려가는 날이다 ☆★☆★☆★☆★☆★☆☆★☆★☆★☆★☆★ 은혜 김남조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주시던 날  그날 하루의  은혜를  나무로 심어 숲을 이루었니라  물로 키워 샘을 이루었니라  처음으로  나에게  너를 그리움이게 하신  그 뜻을 소중히  외롬마저 두 손으로 받았니라  가는 날 오는 날에  눈길 비추는  달과 달무리처럼 있는 이여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를 남겨 주실 어느 훗날  숨 거두는 자리  감사함으로  두 영혼을 건지면  다시 은혜이리 ☆★☆★☆★☆★☆★☆☆★☆★☆★☆★☆★ 음악 김남조 음악 그 위험한 바다에 빠졌었네  고단한 도취에 울어버렸네  살아 보아도  내 하늘에 무궁한 구름은  哀傷,  많은 詩를 썼으나 어느 한 귀절도  나를 건져 주지 못했다  사람 하나  그 복잡한 迷惑에 반생을 살고  나머지 쉽사리 입는  상처의 버릇  눈 오는 숲  나무들의 화목처럼  어진 일몰 후  편안한 밤처럼 ……  있고 싶어라  참말은 무섭고  거짓말은 부끄럽워 ☆★☆★☆★☆★☆★☆☆★☆★☆★☆★☆★ 의자 김남조 세상에 수많은 사람 살고  사람 하나에 한 운명 있듯이  바람도 여러 바람  그 하나마다  생애의 파란만장  운명의 진술서가 다를 테지  하여 태초에서 오늘까지 불어 와  문득 내 앞에서  나래 접는 바람도 있으리라  그를 벗하여  나도 더 가지 않으련다  삶이란 길가는 일 아니던가  모든 날에 길을 걷고  한 평생 걸어 예 왔으되  이제 나에게  삶이란  도착하여 의자에 앉고 싶은 것  겨우겨우 할 일 끝내고  내명 얻으려 좌선에 든  바람도사 옆에서  예순 해 걸어온 나는  예순 해 앉아 있고 싶노니 ☆★☆★☆★☆★☆★☆☆★☆★☆★☆★☆★ 이런 사람과 사랑하세요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 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 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 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 인인(隣人) 김남조 보이지 않는 고운 영혼이  네게 있고 내게도 있었느니라  보이지 않게 곱고 괴로운 영혼  곱고 괴롭고 그리워하는 영혼이  네게 있고  내게도 있었느니라  그것은  인기척없는 외딴 산마루에  풀잎을 비비적거리며 드러누운  나무의 그림자 모양  쓸쓸한 영혼  쓸쓸하고 서로 닮은  영혼이었느니라  집 가족 고향이 다르고  가는 길 오는 길 있는 곳이 어긋난도  한바다 첩첩이 포개진 물 밑에  청옥빛 파르름한 조약돌이  가지런히 둥그랗게  눈뜨고 살아옴과 같았느니라  영혼이 살고 잇는 영혼들이 마을에선  살경이 부딪는 알뜰한 인인  우리는 눈물겹게 함께 있어 왔느니라  짐짓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곱고 괴롭고 그리워하는 손짓으로  철따라 부르는 소리였느니라  철 따라 대답하는  마음이었느니라 ☆★☆★☆★☆★☆★☆☆★☆★☆★☆★☆★ 잠 김남조 그의 잠은 깊어  오늘도 깨지 않는다  잠의 집  돌벽 실하여  장중한 궁궐이라 하리니  두짝 문 맞물려 닫고  나는 그  충직한 문지기라  숙면의 눈시울이어  평안은 끝없고  만상의 주인이신 분이  잠의 恩賜를  그에게 옷 입히시니  자장가 없이도  잠은 더욱 깊어라  그의 잠은 깊고  잠의 평안  한바다 같아라  잠의 은사를 배례하리니  세월이 흘러  내가 잠들 때까지  잠을 섬기는  나는 그 불침번이리 ☆★☆★☆★☆★☆★☆☆★☆★☆★☆★☆★ 장엄한 숲  김남조 삼천 년 된 거목들의 숲은  겨우내 끝이 안 보이는 설원雪原  나무들은  그 눈 벌에 서 있습니다  어느 겨울  그 중의 한 나무가  눈사태에 떠밀려 쓰러질 때  하느님이  품 속에 안으셨습니다  나직이 이르시되  아기야 쉬어라 쉬어라 ……  하느님께선  이 나무가 작은 씨앗이던 때를  기억하시며  거대한 뿌리에서 퍼져나간  젊은 분신들도 알으십니다.  쉬어라 쉬어라고  하느님의 사랑은 이날  자애로운 안도安堵이셨습니다  가령에  삼천 년을 노래해온 새가 있다면  쉬어라 쉬어라고 하실 겝니다  이 나무 기나긴 삼천 년을  장하게 맥박쳐 왔으니까요  레드우드 품종의  그 이름 와워나로 불리우는  이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복된 수면이요 안식이며  이후 삼천 년 동안  그는 잠자는 성자일 겝니다  장엄한 숲에서  이 겨울도  끝이 안 보이는 아득한 설원에서  ☆★☆★☆★☆★☆★☆☆★☆★☆★☆★☆★ 저무는 날에 김남조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몸을 태워야만이 환한  촛불같은 것  꿈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남기는  촛불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무느니  주야사철 보고지던 그 마음도  세월따라 늠실늠실 흘러가고  사람의 사랑  끝날엔 혼자인 것  영혼도 혼자인 것  혼자서  크신 분이 품안에  눈감는 것  ☆★☆★☆★☆★☆★☆☆★☆★☆★☆★☆★ 정념情念의 기旗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는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 참회  김남조 사랑한 일만 빼고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다오 그 사랑 나를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 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다오 눈물 먹고 잿빛 이끼 청청히 자라거든 내 피도 젊어져 새봄에 다시 참회하리라 ☆★☆★☆★☆★☆★☆☆★☆★☆★☆★☆★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귀절 쓰면 한귀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 평안스런 그대 김남조 평안 있으라  평안 있으라  포레의 레퀴엠을 들으면  햇빛에도 눈물 난다  있는 자식 다 데리고  얼음벌판에 앉아있는  겨울햇빛  오오 연민하올 어머니여  평안 있으라  그 더욱 평안 있으라  죽은 이를 위한  진혼 미사곡에  산 이의 추위도 불쬐어 뎁히노니  진실로 진실로  살고 있는 이와  살다간 이  앞으로 살게 될 이들까지  모두가 영혼의 자매이러라  평안 있으라  ☆★☆★☆★☆★☆★☆☆★☆★☆★☆★☆★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테어 났기에 어쩔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 질까 두려워 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 그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져 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 본적도 없지만은 둘이 되어 본적도 없습니다. ☆★☆★☆★☆★☆★☆☆★☆★☆★☆★☆★ 하느님의 동화 김남조 절망이 이리도 아름다운가  홍해에까지 쫓긴 모세는  황홀한 어질머리로 바다를 본다  하느님이 먼저 와 계셨다  이르시되  너의 지팡이로 바다를 치면  너희가 건널 큰 길이 열릴 것이니라.  하느님께선  동화를 쓰고 계셨다  지팡이 끝이 가위질처럼  바다를 두 피륙으로 갈라  둥글게 말아 올리며  길을 내는 대목,  동화는  이쯤 쓰여지고 있었다  모세의 지팡이  물을 쳤으되  실바람 한 주름이 일 뿐이더니  일행 중의 한 사람이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 믿음으로 길이 열려  그들이 모두 바다를 건넜다  홍해 기슭 태고의 고요에  홀로 남으신 하느님,  오늘의 동화는  괜찮게 쓰인 편이라고  저으기 즐거워 하신다 ☆★☆★☆★☆★☆★☆☆★☆★☆★☆★☆★ 허망(虛妄)에 관하여  김남조 내 마음을 열  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준다  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  원하거든 열거라  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  가진 후 빈 그릇에  허공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  그렇게 하여라  이 세상에선  누군가 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  받아선 내버리거나  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한다  이런 이 허망이라 한다  허망은 삶의 예삿일이며  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  나는 너를  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  너를 사랑한다  ☆★☆★☆★☆★☆★☆☆★☆★☆★☆★☆★ 후 조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선다 갓 추수를 해간 허허한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 온 이 한철 인생의 백가지 가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었음을 눈 멀 듯 보고 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한 개의 그리움 별이여 이 타는 듯한 가책 당신을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 같이 늙어진 정복한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 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뜯는 한 마음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 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    
1376    가나다라 순으로 된 시인 클릭해 보기 댓글:  조회:3961  추천:0  2015-07-21
  [시인모음 목록 가나다 순으로 보기]         ㄱ 강유정 강인한 강은교 고원 고은 고정희 곽재구 구상 기형도 김광균 김규동 김기림 김남조 김남주 김동환 김명수 김명인 김상옥 김상용 김소월 김수영 김승희 김억 김영랑 김용택 김정란 김정환 김준태 김종해 김지하 김진경 김창완 김초혜 김춘수 김현승 김혜순     ㄴ 나태주 노천명 노향림     ㄷ 도종환     ㅁ 마광수 마종기 모윤숙 문덕수 문병란 문정희 문태준 시모음 민영 민용태     ㅂ 박남수 박남철 박노해 박덕규 박두진 박목월 박몽구 박봉우 박세영 박영희 박용래 박용철 박인환 박인환(박재삼) 박정대 시모음 박판식 시모음 백석 변영로     ㅅ 서정주 설정식 송기원 송수권 신경림 신달자 신동엽 신석정 신석초 심훈     ㅇ 양성우 양주동 오규원 오상순 오세영 오장환 오탁번 유안진 유진오 윤동주 이가림 이근배 이기철 이동순 이병기 이상 이상화 이성복 이성부 이승훈 이시영 이용악 이육사 이윤택 이은상 이제하 이하석 이형기 이호우 임화     ㅈ 장정일 전봉건 정양 정인보 정지용 정진규 정현종 정호승 정희성 조병화 조정권 조지훈 조창환 조태일 조향 주요한     ㅊ 천상병 천양희 최남선 최동호 최두석 최승자 최승호 최하림     ㅍ 피천득     ㅎ 하재봉 하종오 한용운 한하운 허영자 허형만 홍윤숙 황금찬 황동규 황명 황순원 황지우            
1375    서정주와 보들레르 댓글:  조회:4922  추천:0  2015-07-21
오픈지식 미당 서정주의 초기시는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아 서정주(徐廷柱)   예술가명 : 서정주(徐廷柱)   다른이름 : 호 – 미당(未堂)   생몰년도 : 1915년~2000년   전공 : 시 미당 서정주의 초기시는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아 악마적이며 원색적인 시풍을 보여주고 있다. 첫 시집 에서 잘 드러나듯이 토속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원죄의식과 원초적인 생명력을 읊는 것이다. 하지만, 해방이 되면서 인간의 운명적 업고(業苦)에 대한 인식은 동양적인 사상의 세례를 받아 영겁의 생명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 시기의 시집 는 표제시에 있어서부터 동양적인 귀의를 시사해주는 것으로, 분열이 아니라 화해를 시적 주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갈등과 화해라는 심리적 리듬 이외에도 , 등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토착적인 정서와 고전적인 격조에의 지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56년에 간행된 에서는 , 등의 작품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한과 자연과의 화해를 읊었고, , 등의 작품에서 원숙한 자기 통찰과 달관을 보여주고 있다. 서정주의 시는 에 이르면서 새로운 정신적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그의 초월적인 비전의 신화적인 거점이 되고 있는 신라는 역사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이 완전히 하나가 된 상상력의 고향과도 같다. 서정주는 에서 불교사상에 기초를 둔 신라의 설화를 제재로 하여 영원회귀의 이념과 선(禪)의 정서를 부활시켰고, 유치환과 더불어 생명파 시인으로 불려졌다. 그의 사상적 기조는 영원주의, 영생주의이며, 문화사조상의 배경은 주정적 낭만주의, 예술관은 심미주의적 입장이다. 이후에 더욱 진경을 보인 작품 50여 편을 모아 1968년에 펴낸 시집 에서는 불교의 상징세계에 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이처럼 서정주의 시세계는 전통적인 서정세계에 대한 관심에 바탕을 두고 토착적인 언어의 시적 세련을 달성하였다는 점, 시 형태의 균형과 질서가 내재된 율조로부터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점 등이 커다란 성과로 평가된다. - 참고: , 권영민 편, 누리미디어, 2002 , 가람기획편집부 편, 가람기획, 2000         생애     전북 고창에서 출생한 서정주는 마을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줄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중앙고보·고창고보에서 수학하였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 당선되고, 김동리·함형수 등과 함께 시전문동인지 을 창간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결혼 후 일제하의 암담한 현실에 떠밀려 서울을 중심으로 이곳저곳을 방랑하면서 기거했고, 한동안 만주에 가서 양곡주식회사 경리사원으로 일한 적도 있으며, 일제 말기에 귀국해 향리와 서울을 떠돌다가 광복을 맞이했다. 해방 후에는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결성에 앞장서 시분과위원장을 맡았고, 정부수립과 함께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에 취임하기도 하였다. 1949년 한국문학가협회 창립과 함께 시분과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1954년에는 예술원 종신회원으로 추대되었다. 전주의 전시연합대 강사, 서라벌예대 교수, 동국대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약력             1915년 전북 고창 출생 1935년 중앙불교 전문학교 입학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으로 당선 /  편집인 겸 발행인 1939년 만주 양곡주식회사 경리사원으로 입사 1941년 동대문여학교 교사 부임 1946년 동아대학교 전임강사 1948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입사 후 문화부장으로 전임 /  문교부 초대 예술과장 1951년 전주 전시연합대학 강사 겸 전주고등학교 교사 195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분과 위원장 역임 1954년~1960년 서라벌예술대학 교수  1960년 동국대학교 교수 1977년 한국문인협회장 취임 1983년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1984년 범세계한국예술인회의 이사장 취임     상훈     1955년 아세아자유문학상 1961년 5·16문학상 - 1966년 대한민국예술원상 1980년 문화대상본상 개인상(중앙일보사)         저서       • 시집 (1941) (1946) (1955) (1960) (1968) (1975) (1976) (1980) (1982) (1983) (1984) (1988) (1991) (1993) (1997) (1994)                 • 평론집 (1949) (1959) (1969) • 수필집  (1980) (1985) (1992) (1993) (1994) (1995)  • 기타  (1991)                    작가의 말     (……) 그래 내, 아니 만 18세쯤 됐을 무렵에는 나는 어느새 서구적인 의미의 한 유치한 휴매니스트가 되어 있었고, 특히 프리디리히 니이체의 라는 책의 일역본은 내게는 참 매력적인 것이 되었었다. (……) 이와 아울러서 나는 보오들레에르 이후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영향도 받었으니, 이 공부에서 내게 큰 보탬이 된 책은 일본의 이때의 대표적인 프랑스 시 번역자였던 호리구찌 다이가꾸의 방대한 역시집 이었다.  초현실주의 시와의 교류에 대해서도 여기 한 말씀 해두는 게 적합하겠다. 이것은 이 무렵에 일본에서 발간한 이라는 두두룩한 시잡지를 이어 읽으면서 읽힌 것이니, 그 흔적을 알고져 하는 이는 내 처녀시집 속의 같은 작품을 다시 한번 읽어 주시기 바랜다. 여기에서도 상상의 신개지를 마련하려는 의도는 확실히 보이고 있지 않은가? (……) 는 해방 뒤 3년만의 1948년에야 내게 되었으니 여기에는 자연히 일정 말기에 쓴 것들과 해방 뒤에 쓴 것들을 함께 수록할 수밖에 없었다. (……) 내 인생관과 시정신에도 암암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으니, 그 요점을 간단히 말하면 ‘거북이처럼 끈질기고 유유하게 이 난세의 물결을 헤치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 나의 이런 동양사상에의 회귀는 1945년의 해방 뒤에도 한동안 내 인생관과 시정신의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었으니, 가령 내가 1947년 가을에야 새로 쓴 같은 작품에서도 독자들은 그것을 알아차리기에 어려울 건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내 어느 시집에도 넣지 않고 내던져버린 소위 ‘친일적’이라는 시 몇 편이 있지만, 그것은 내가 징용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징용령에서 면제되는 잡지사였던 인문사에 편집기자로 있을 때 조선총독부의 또 하나의 새로 생긴 이름인 국민총동원연맹의 강제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쓴 것들이니, 이 점은 또 이만큼 이해해 주셨으면 고맙겠다. (……) 끝으로 말하려는 건 내 시의 표현의 문제인데, 나는 시를 제대로 하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내 인생 경험을 통해 실제로 감동한 내용 아니면 절대로 시로서 다루지 않은 그 전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갈 것이다. 비록 그것이 독서의 내용에서 오는 것이라 할지라도 경우는 마찬가지였다. 시의 착상에서는 물론 그 표현에서도 남의 에피고넨이 된다는 것은 정말의 시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첫째 이점에서부터 시인의 출발은 제대로 시작되어야겠다.  그래서 시인다운 시인이 그 표현에서 애써야 할 일은 세계의 시에 한 새로운 패턴을 마련해 보여주는 일이다. - ‘나의 문학인생 7장’, 서정주, , 1996년 가을호               평론   (……) 초기의 에는 청년기 고유의 반항과 일탈 지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후 미당은 세계와 우리의 어제 오늘에 대해서 너그러운 긍정의 관점을 견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에 보이는 ‘시골의 천치 같은 언동’조차 포옹하며 거기서 숨은 뜻을 읽어내는 데 드러난 긍정의 정신이 미당 시의 구심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긍정의 정신은 미당의 현실주의에서 온다. 를 이야기하면서 김우창 씨는 ‘구부러짐의 형이상학’과 그것이 기초해 있는 현실주의를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굽음의 이존책(以存策)은 절대권력의 세계에서 눌린 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하여 가져야 했던 현실주의’라고 부연하고 있다. 현실주의는 이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면서 이상의 실현을 기다리는 태도이기도 하다. 미당의 현실주의와 긍정의 정신은 역사와 역사 속의 인물을 다룬 속의 가령 에 잘 나타나 있다. (……) 미당은 청년기에 이란 동인지의 동인이었다고 한다. 반세기 후 그는 인용부호가 빠진 이 나라 시인부락의 족장이 되었다. 족장의 사상을 깊이 검토하는 일은 이 자리에서는 불가능하다. 이 족장에 대해서는 시인부락 쪽에서 이런저런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작품을 읽고 그 의미를 헤아리는 것은 그런 일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민중을 혐오하는 엘리트주의자라고 셰익스피어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급진파 비평가가 늘 셰익스피어를 읽고 논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어디서나 뛰어난 재능은 희귀하다. 20세기 한국과 같이 척박하고 풍파 많은 사회에 한길에 정진하여 전례 없는 성취를 보여준 재능은 존경받아야 하며, 그 성취는 널리 수용되고 음미되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살아 있는 고전이 영세한 우리 터전에서 전범이 될 만한 작품은 현대의 고전으로 숭상되어 마땅하다. 에디슨이 없었더라도 라디오와 축음기는 결국 누군가의 손으로 발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가 없었다면 모차르트 음악 그 자체는 우리의 것이 못 되었을 것이다. 부족 방언의 요술사이자 시인부락 족장인 미당 시가 좀더 널리 향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이 글을 어디까지나 미당론의 일부임을 밝혀둔다. - ‘소리 지향과 산문 지향: 미당 시의 일면’, 유종호, , 민음사, 1994     서로간에 날카로운 갈등을 일으키는 경험의 여러 모순, 상반된 요소를 인정하지 않는, 직시초월의 전통이 한국 시인으로 하여금 오랫동안 자기 민족의 주관적인 세계에 가라앉아 있게 한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면, 박두진은 그의 기독교에 의하여 이 전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적인 사고에 힘입기는 했으나 기독교도는 아닌 서정주는 인간 상황의 분열된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또 한 사람의 시인이다. 그의 초기시, 특히 을 특징짓는 것은 강렬한 관능이었다. 관능은 현대 한국시에서 반드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서구의 퇴폐 시인들의 영향을 받은 몇몇 시인들이 그 이전에 이미 관능의 나른한 기쁨을 시험한 바 있다. 그러나 그들의 시는 어디까지나 모방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서정주는, 앞에 간 시인들에게 배우면서 동시에 그들이 얻지 못한 진정성을 얻는다. 그는 경험의 몰입으로, 또 이해를 위한 탐구로 그를 끌어갈 수 있는 정열을 가졌다. 이러한 정열의 도움으로, 그는 관능의 표현을 스쳐가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도덕의 상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하여 그의 도덕적인 의식은 그를 다른 퇴폐 시인과 구분하여 주고 그의 시를 모방이 아닌 진짜가 되게 한다.  그러나 그의 도덕주의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의 인식의 방법 안에 함축되어 있을 뿐이다. 그는 감각적 경험 속에 벌써 모순의 요소가 들어 있음을 본다. 그는 아름다움 안에 추한 것, 추한 것 안에 아름다운 것, 또는 선 안에 악을, 악에서 선을 본다. (……) 서정주에게서 육체와 정신의 갈등도 이런 대립의 원리에 포괄될 수 있다. 사회와 개인,                                   관련도서   , 서정주, 민음사, 1994 , 이남호, 열림원, 2003 , 손진은, 새매, 2003 , 박호영, 건국대 출판부, 2003 , 엄경희, 보고사, 2003 , 오봉옥, 박이정, 2003 , 김윤식, 서울대 출판부, 2002 , 김정신, 국학자료원, 2002 , 김종호, 보고사, 2002 , 송하선, 국학자료원, 2000 , 윤재웅, 태학사, 1998 , 육근웅, 국학자료원, 1997 , 서정주, 민음사, 1994 , 이경수, 고려대 박사논문, 2003 , 김점용, 서울시립대 박사논문, 2003 , 최현식, 연세대 박사논문, 2003 , 최정숙, 경희대 박사논문, 2003 , 강영미, 고려대 박사논문, 2002 , 장창영, 전북대 박사논문, 2002 , 이명희, 건국대 박사논문, 2002 , 김종호, 상지대 박사논문, 2001  
1374    어머니의 꽃무늬 팬티 댓글:  조회:4847  추천:0  2015-07-20
김경주시인의 시 읽기와 해설  20대 후반의 젊은 시인 중에  요즈음 황병승과 김경주가 있다  오늘은 김경주의 詩를 보고 그 詩세계를 조명해보며  앞으로의 시적특질과 그의 서정 가늠을  기억하려한다  신예 중에서 선두 주자는 김경주 시인이다.  그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언어 조합의 진취력은  가히 상상을 넘는다.  행간을 달려가는 조련의 말 몰이는 뛰어 나다.  시를 읽어가노라면  어른의 심저에서 탁조된 호흡을 만난다.  시를 음미하고 속으로 기어 갈라 보면  이내 만난 것이  아이가 아닌 단단한 알맹이처럼 차 오른 시경이다.  그럴 수 있느냐의 반문과 문답을 주고 받는데  이럴 수 있는가  긍정과 부정의 이야기가 손사래를 젓는데  아 그렇구나의 동화가 이내 온다.  서정(분위기)과 실사(현재의 모습과 이야기)의  좋은 만남의 모습이다.  이가 곧 김경주의 모습이다.  몇 편의 시를 감상해 보자--이민영시인(2006.12.01)  .........................  드라이 아이스--김경주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 없는 법이다 *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 할 것  골목 끝 수퍼마겟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해버리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은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도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대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속에서 순교할 것이다  달사이로 진흙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귀신처럼.  ..............................  꽃 피는 공중전화 --김경주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 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던,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꺼내들고 어머니  볼에 따뜻한 순면을 문지르고 있다  안감이 촉촉하게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한 무늬였음을  오늘은 죄 많게 그 꽃무늬가 내 볼에 어린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 순간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던 것처럼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으리라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 송이 몇 점 다가와 곱게 물든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맑은 꽃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 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는다  .................  나무에게 --김경주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  오래 전 나는 휘파람이었다-1바다로 가는 길 --김경주  휘파람은 바람 위에 띄우는 가늘고 긴 섬이다  외로운 이들은 휘파람을 잘 분다  나무가 있는 그림들을 보면 휘파람을 불어 흔들어 주고  도화지 끝에서 푸른 물소 떼를 불러오고 싶다  대륙을 건너오는 바람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휘파람이었으리라  어느 유년에 내가 불었던 휘파람이 내 곁을 지금 스치는 것이리라  죽어 가는 사람 입 속에 휘파람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죽은 사람의 입에 휘파람을 불어넣어 주면 나는 잠시 그에게 옮겨가는 것이다  내 휘파람에선 아카시아 냄새가 난다  유년을 향해 휘파람을 불면 꼭 그 냄새가 난다  자전거위에서 부는 휘파람이 내 학업이었다  헌책방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골방에 엎드려  그 책 속에 불어넣었던 휘파람이 숨쉬고 있다 이스트에 부풀린 빵처럼  비 오는 날이면 휘파람은 방안 가득 부풀어올라 천장을 꽉 채웠다  휘파람이 데리고 가는 길로 끝까지 가지 마라  절벽은 휘파람의 성지이다 벼랑끝에서 다친 말을 버리면  말은 조용히 눈을 감고 마지막 휘파람을 불면서 내려간다  갈매기들이 휘파람을 불면서 날아간다  등대가 부는 휘파람은 절해고도의 음역이라 흉내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고래나 물고기들은 그 휘파람소리를 듣고 그물을 피하고  스스로 바다로 걸어 들어간 사람들은  내내 이 등대의 휘파람을 들으며 잔다  바다로 가는 길에서 나는 가끔 아버지의 옛날 휘파람소리를 듣곤 했다  ....................  폭설, 민박, 편지 2 --김경주  낡은 목선들이 제 무게를  바람에 놓아주며 흔들리고 있다  벽지까지 파도냄새가 벤 민박집  마을의 불빛들은 바람에도 쉽게 부서져  저마다 얼어서 반짝인다  창문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나는 연필심이 뜨거워지도록  편지지에 바다소리를 받아 적는다  어쩌다 편지지 귀퉁이에 조금씩 풀어 넣은 그림들은  모두 내가 꿈꾼 푸른 죄는 아니었는지  새 ·나무· 별· 그리고 눈  사람이 누구하고도 할 수 없는 약속 같은  그러한 것들을 한 몸에 품고 잠드는  머언 섬 속의 어둠은  밤늦도록 눈 안에 떠있는데  어느 별들이 물이 되어 내 눈에 고이는 것인가  바람이 불면 바다는 가까운 곳의 숲 소리를 끌어안고  가라앉았다 떠올랐다 그러나  나무의 속을 열고 나온 그늘은 얼지 않고  바다의 높이까지 출렁인다  비로소 스스로의 깊이까지 들어가  어두운 속을 헤쳐 제 속을 뒤집는 바다,  누구에게나 폭설 같은 눈동자는 있어  나의 죽음은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눈동자를 잃는 것일 테지  가장 먼 곳에 있는 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프고  눈 안을 떠다니던 눈동자들,  오래 그대의 눈 속을 헤매일 때 사랑이다  뜨거운 밥물처럼 수평선이 끓는가  칼날이 연필 속에서 벗겨내는 목재의 물결 물결  숲을 털고 온 차디찬 종소리들이  눈 안에서 떨고 있다  죽기 전 단 한번이라도 내 심장을 볼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심장을 상상만 하다가  죽는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언젠간 세상을 향한 내 푸른 적의에도  그처럼 낯선 비유가 찾아오리라는 것  폭설을 끊고 숲으로 들어가  하늘의 일부분이었던 눈들을 주워 먹다보면  황홀하게 얻어맞는 기분이란 걸 아느냐  해변에 세워둔 의자하나 눈발에 푹푹 묻혀가는 지금  바라보면 하늘을 적시는 갈매기  그 푸른 눈동자가 바다에 비쳐 온통 타고 있다는 것을  .................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김경주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  나는 네게 내 빵을 들켰다  기껏해야 생은 자기피를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한 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  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 생에서 희박해져가요  내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어요  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  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  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  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  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다 나르는데  삼십년 동안 침을 흘렸단다 그 사이  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나갔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  매일 발자국 소리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려요  자기 이빨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엄마..  시원(詩를 원하는)한 시인의 작품들           연두의 시제             마지막으로 그 방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건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과 동일한 거 저녁에 잠들 곳을 찾는 다는 건 머리칼과 구름은 같은 성분이라는 거 처음 눈물이라는 것을 가졌을 때는 시제를 이해한다는 느낌, 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오한에 걸려 누워 있을 때마다 머리맡에 놓인 숲,한 사람이 죽으면 태어날 것 같던 구름     사람을 만나면 입술만을 기억하고 구름 색깔의 벌레를 모으던 소녀가 몰래 보여준 납작한 가슴과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던 일기장 속의 화원 같은 것을 생각한다 그곳에는 처음도 끝도 없는 위로를 위해 처음 본 사람의 눈이 필요했고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들만 살아남았다     오늘 중얼거리던 이 방은 내가 배운 적 없는 시제에서 피는 또 하나의 시제, 오늘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은 내일 자신의 이름을 알게 된다     구름은 어느 쪽이건 죽은 자의 머리칼 냄새가 나고 중국수정 속으로 들어간 무심한 눈 같은 어느 날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 시차가 구름의 수명을 위로한다             수치심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절대 집에서 오줌을 누지 않던 누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자신의 성기를 보여 주지 않았다   독서실에서 각성제를 제조하며 누이는 자신의 눈을 비 웃는 데에만 학창 시절을 다 쓰고 수십 군데 약국을 돌아 다니며 조금씩 수면제를 구하는 누이는 한쪽 팔이 등 뒤 로 오그라들 때까지 식물을 고집한다   지금 여기로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하나의 주술보다 하나의 친절이 필요하다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으러 다니다가 골목에서 돈을 뜯기 고 돌아오던 날, 만삭으로 언덕길을 오르던 여자의 배를 이 유 없이 차고 싶었던 때   주먹을 피할 수 있을 때까지 땀 흘리던 복싱 도장에서 어느 날 피하기 위해선 끝까지 눈을 감지 않는 것보다, 상 대 눈에서 내 눈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았을 때   누이의 산통을 지켜보며 뒤란에서 가죽 공은 어두워진 다 나는 집으로 상류하는 무덤을 믿지 않는다 곤충을 쫓 다가 미궁에 갇혀서 결국은 곤충의 먹이가 되는 종(種)이 있다 그런 설치류는 수치심 때문에 죽는다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어느 날 죽은 새의 눈으로 따라가 본 이 항해를 예감으 로 인정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만난 가운데 가장 기묘한 장 례를 치르는 중이다   구슬 놀이란 해가 지기 전 이 구멍에서 저 구멍으로 다 건너가야 끝이 난다 그건 저녁이 스스로의 예감과 나누던 스산한 밀월, 이를테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주웠던 이 어폰 속 누군가의 귀 냄새 같은   어느 날 죽은 새의 눈으로 깨어나 본 이 생애를 밀월로 만 인정한다면 나는 지금까지 만난 가운데 가장 선명한 신 체를 치르는 중이다   노을을 이 세상의 모든 소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 내가 인연을 소름이라고 불렀을 때는 태어나 내 눈을 닮은 것들을 처음으로 악의라고 불렀을 때 내가 인연을 처음으 로 악의 없이 나누던 때는 태어나기 며칠 전 눈을 떴다 감 았다 하면서 자신의 눈과 나누던 밀월 같은 거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밀월이란 밤과 물 사이의 화법 같은 것이거나 길에서 주운 이어폰 속 누군가 의 귀 냄새를 발표하는 한 여름의 청탁 시 같은 것이거나 온종일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면서 검을 자르는 바람 같은 것을 상상하는 일이다   어느 날 예감을 내가 지금까지 만난 가장 권태로운 생명 체라 불렀을 때, 그만 두 발을 지도 위에서 멈추고 스스로 만든 밤도 있었다   그 밤을 무수한 눈들과 나누던 밀월이라 부른다                 개명改名 ​ ​ ​   오래전 문득 개명을 하고 작명집을 나오는 사람의 표정이 궁금한 오후가 있었다   그때 저녁은 분필을 눕혀 어두운 칠판에 북북 흩어 놓던 새 떼 같은 거 그때 기별은 점집 무녀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이름들을 하나 하나 불러 보는 거   오래전 문득 가계(家系)에 없는 언어로 개명을 한 후 묵은 이름을 잊기 위해 그 이름을 옮기고 있을 때   어느 문장 속에 떠오르던 내 무덤도 있다 그러나 그 무덤의 이름은 끝내 생각나지 않는다 그 곡해를 내 피로 흩어진 한 짐승의 동요童謠라고 불렀을 때 그 문장은 자신의 이름을 떠난 한 짐승의 숲이 되었다   저녁에 흰 뼈가 드러나는 바람과 함께 나는 묻힐 것이다 수십 개의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단 하나의 곡마단을 생각해 이 이름을 사용 하고 잠든 날엔 저녁 무렵에만 깨어나기로 하고, 이 이름을 잊은 날엔 저녁으로만 만들어진 물병을 뒤집어 놓고, 발등 에 그린 새의 피를 빼내다가 잠들기로 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 본 저녁의 개명은 분필로 칠판에 북북 흩어 놓던 그 새 떼의 분진粉塵이 궁금해지는 거   아무도 모르는 조금씩 바닥에 가루로 흘러내린 그 시차의 이름을 이제 나는 쓸 것이다   나의 가계家系엔 내 피가 안 통하는 구름이 있다             바늘의 무렵          바늘을 삼킨 자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 다니는 바늘을 느끼면서 죽는 다고 하는데      한밤에 가지고 놀다가 이불솜으로 들어가 버린 얇은 바늘의 근황 같은 것 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끝내 이불 속으로 흘러간 바늘을 찾지 못한 채 가족은 그 이불을 덮고 잠 들었다      그 이불을 하나씩 떠나면서 다른 이불 안에 흘러 있는 무렵이 되었다    이불 안으로 꼬옥 들어간 바늘처럼 누워 있다고, 가족에게 근황 같은 것 도 이야기하고 싶은 때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그 바늘을 아무도 찾지 못했다 생각하면 입이 안 떨어지는 가 혹이 있다      발설해서는 안 되는 비밀을 알게 되면, 사인死因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궁녀들은 바늘을 삼키고 죽어야 했다는 옛 서적을 뒤적거리며      한 개의 문(門)에서 바늘로 흘러와 이불만 옮기고 살고 있는 생을, 한 개 의 문(文)에서 나온 사인과 혼동하지 않기로 한다      이불 속에서 누군가 손을 꼭 쥐어 줄 때는  그게 누구의 손이라도 눈물이 난다  하나의 이불로만 일생을 살고 있는 삶으로 기꺼이 범람하는 바늘들 의 곡선을 예우한다          모래의 순장           모래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움직이고 있다 멈추어 있는 모래를 본 적이 없다 직경 0.8밀리미터의 이 사각의 유동이란 무섭도록 완강하고 부드러운 것이어서 몇만 년 동안 가만있는 것처럼 보여도 가장 밀도 높은 이동을 하고 있다 모래는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자신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는 유력으로 모든 체형을 흡수하고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거미가 남겨 놓은 파리의 다리 하나까지도 노린다 모래가 지나간 곳에서는 무덤 냄새가 난다 모래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어간 손을 보면 부드러움이 얼마나 공포일 수 있는지 이처럼 달콤한 애무 앞에서 저항이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었던 가장 아름다운 예의일지 모른다 모래는 순장을 원하는 것은 아닐까 모래는 스스로의 무덤을 갖지 못해 다른 것들의 몸을 빌려 자신을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만 년 전부터 떠돌고 있는 자신의 무덤을 찾기 위해 자신의 유랑 속으로 끝도 없이 다른 것들을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한 번도 자신의 무덤을 가져 보지 못한 모래들이 무수한 무덤을 만들어 내는 노래는 무섭고 서글픈 동요에 가깝다   이 별은 그 모래들의 무덤들을 기록하는 시간들과 그 모래에 잠겨 허우적거리던 눈이 큰 곤충들로 구분된다 때로 기이한 문장에도 이런 알 수 없는 모래가 흐른다 문장 속으로 모래들이 차오르고 이윽고 두 눈이 모래 속으로 잠겨 들어간다 모래가 빠져나갈 때가 되면 모래의 신체로 변해가는 언어 속에서 몇만 년 전 자신의 눈이 되었어야 했을 생몰을 발굴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모래 속에 잠긴 손을 꺼내 이렇게 다시 쓴다   인간을 닮은 문장은 수의를 여러 번 바꾸었지만 모래를 닮은 문장은 모든 것들에게 스르르 수의를 입힌다   운이 좋으면 삶은, 수의를 입은 채 흘러가는 여러 개의 유역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문장은 차곡차곡 자신에게 흘러온 모든 언어들과 함께 순장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기이한 균형으로 나른하게… 사라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김경주 시인의 시집 중에서             재가 된 절     그는 법당의 천장을 기어다니며 웃는다 가진 책을 모두 태운 후 불상의 등을 안고 자기 시작했다   섬 위에 세워진 절 섬은 절 안에도 있다   밤마다 불상의 뜨거운 이마를 닦아주다가 가위로 자신의 입술을 조금씩 잘라내었다   -섬이 바다의 넓이를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섬의 깊이를 가두고 있었다   승려들의 눈이 산수유 열매보다 붉어져간다   얘야 네 아이란다 어머니가 늙은 노인을 데려왔다 두고 가세요 전 이제 잘 먹지 않지만요   아이를 안고 있는 보살*이 까맣게 타 옆으로 누워 있다 바람의 화인火印이 새겨진 숲 참붕어가 돌 속을 헤엄치는 소리   동승이 염불을 외는 불상의 입안으로 횃불을 집어넣었다   절이 느글느글 무너지기 시작한다   *태안지장보살. 양수에서 성장하는 태아의 영을 태아령이라고 부르며 태아령의 천도를 위한 보살님을 태안지장이라고 부른다.                       우주로 날아가는 방 1     ​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땅속에 있던 지하 방들은 하나둘 풍선처럼 날아가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많은 움막을 싣고 지구는 우주 속에 둥둥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분호을 밀랍하는 일이다 불씨가 제 정신을 떠돌며 떨고 있듯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입술을 떠나는 휘파람, 가슴에 몇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 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생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 하나가 흘러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 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 열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먼생 -시간은 존재가 神과 갖는 관계인가*       골목 끝 노란색 헌옷 수거함에 오래 입던 옷이며 이불들을 구겨 넣고 돌아온다 곱게 접거나 개어 넣고 오지 못한 것이 걸린지라 돌아보니 언젠가 간장을 쏟았던 팔 한쪽이 녹슨 창문처럼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어둠이 이 골목의 내외(內外)에도 쌓이면 어떤 그림자는 저 속을 뒤지며 타인의 온기를 이해하려 들 텐데 내가 타인의 눈에서 잠시 빌렸던 내부나 주머니처럼 자꾸 뒤집어보곤 하였던 시간 따위도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감추고 돌아와야 할 옷 몇 벌, 이불 몇 벌, 이 생을 지나는 동안 잠시 내 몸의 열을 입히는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종일 벽으로 돌아누워 있을 때에도 창문이 나를 한 장의 열로 깊게 덮고 살이 닿았던 자리마다 실밥들이 뜨고 부풀었다 내가 내려놓고 간 미색의 옷가지들, 내가 모르는 공간이 나에게 빌려주었던 시간으로 돌아와 다른 생을 윤리하고 있다   저녁의 타자들이 먼 생으로 붐비기 시작한다   *레미나스의 『시간과 타자』 중에서           폭설, 민박, 편지 1  -「죽음의 섬 Die Toteninsel」, 목판에 유채, 80×150㎝,1886 ​   주전자 속엔 파도소리들이 끓고 있었다 바다에 오래 소식 띄우지 못한 귀먹은 배들이 먼 곳의 물소리를 만지고 있었다 심해 속을 건너 오는 물고기 떼의 눈들이 꽁꽁 얼고 있구나 생각했다 등대의 먼 불빛들이 방 안에 엎질러지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푸른 멀미를 종이 위에 내려놓았다 목단 이불을 다리에 말고 편지片紙의 잠을 깨워나가기 시작했다 위독한 사생활들이 편지지의 옆구리에서 폭설이 되었다 쓰다 만 편지들이 불행해져갔다 빈 술병들처럼 차례로 그리운 것들이 쓰러지면 혼자서 폐선을 끽끽 흔들다가 돌아왔다 외로웠으므로 편지 몇 통 더 태웠다 바다는 화덕처럼 눈발에 다시 끓기 시작하고 방 안에 앉아 더운 수돗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몸은 핏속에서 눈물을 조용히 번식시켰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떼죽음 당하는 내면들, 불면은 몸속에 떠 있는 눈들이 꿈으로 내려가고 있는 건가 눈발은 마을의 불빛마저 하나씩 덮어가는데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 안 보인다는 혹성 곁에 아무도 모르는 무한無限을 그어주곤 하였다       목련木蓮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 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내 우주에 오면 위험하다 나는 네게 내 빵을 들켰다   기껏해야 생은 자기 피를 어슬렁거리다가 가는 것이다   한겨울 얼어붙은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며 눈동자에 살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늑대 엄마 왜 우리는 자꾸 이생에서 희박해져가요 내가 태어날 때 나는 너를 핥아주었단다 사랑하는 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싶은걸요 네 음모로 네가 죽을 수도 있는 게 삶이란다 눈이 쏟아지면 앞발을 들어 인간의 방문을 수없이 두드리다가 아버지와 나는 같은 곳에 똥을 누게 되었단다 너와 누이들을 이곳에 물어다 나르는데 우리는 30년 동안 침을 흘렸다 그 사이 아버지는 인간 곁에 가기 위해 발이 두 개나 잘려나갔단다 엄마 내 우주는 끙끙 앓아요매일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그녀의 창문을 서성거리는걸요 길 위에 피를 흘리고 다니지 마라 사람들은 네 피를 보고 발소리를 더 죽일 거다 알아요 이제 저는 불빛을 보고 달려들지 않는걸요자기 이빨 부딪치는 소리에 잠이 깨는 짐승은 너뿐이 아니란다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내 워크맨 속 갠지스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오는 골목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 못한 꿈 냄새가 도시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 게스트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 내 몸의 이역異域들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어쩌면 박혀 있는 저 못은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벽 뒤의 어둠 한가운데서 보면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빨간 거미 한 마리가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나올 때까지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테레민을 위한 하나의 시놉시스(실체와 속성의 관점으로)         1.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사물   - 악기 테레민    2. 인물  안인희 : (남) 30.  직업 : 피아노 조율사.  그는 음악이면서 동시에 사람인 존재다. 전생에 음악이었지만 현세에 사람으로 다시 환생한다. 과거에 러시아 작곡가 아낙사고라스가 작곡했던 음악(테레민)이다.  따라서 이 극에서 음악으로 환생한 인희는 자아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성스런 : (여) 26.  직업 : 피아노 연주자.  테레민을 만든 러시아 작곡가 아낙사고라스가 사랑했던 여자. 전생에도, 현세에도 피아노 연주자로 살아간다. 전생은 소냐였다. (동일인물.)     아낙사고라스 : (남) 48.  직업 : 전직 케이지비 출신 작곡가.  부인의 죽음을 계기로 케이지비 활동을 그만두고 작곡에 몰두한다. 자신의 제자이면서 피아노 연주자인 소냐를 사랑한 인물이자 인희의 전생이었던 음악을 작곡한 인물. 인희라는 자신의 음악을 깨우기 위해 자신은 현재에 인희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으로 환생한다. 진지하고 올곧으며 차분한 성격이다.   성애런 : (여) 29.  청각 장애인. 스런의 언니.  음악의 소리를 듣지는 못하지만 음악의 영혼을 들을 수 있는 인물. 이 극에서 그녀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그녀의 눈은 음이 가지고 있는 음역을 바라보는 것처럼 하얗다. 어느 날 인희의 영혼이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아보게 된다.   3. 작의(作意)와 극의 주요 모티프   - 인연에 대한 새로운 실체와 속성    전생과 환생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일테면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거나 사람이 어떤 생물로 태어난다는 자연발생적 환생론이 아니라 사람이 음악으로 태어날 수 있고 음악이 사람으로 다시 환생할 수 있다는. 일종의 중세의 후생설이다. 스피노자식으로 말하면 모든 것을 신에 대한 목적론적으로.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의인화된 편견을 버린다면 '실체'가 보인다. 칸트는 인간의 정신은 형이상학적인 소질을 타고났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성은 초월에 대한 경험 근거를 가지려고 한다고 보았다. 그 욕구를 그는 다만 오성과 확연히 분리하고 싶어할 뿐 자신의 생에선 다루고 싶어 하지 않았다. 형이상학은 그의 거주지였지만 그가 이성으로 세운 건축술은 테레민을 놓쳤다. 이 극에서 나는 그것을 쓴다.     이 극에서 작곡가 아낙사고라스는 사랑하는 한 여인을 위해 자신이 만들었던 음악을 사람으로 환생하게 하여 이루지 못한 사랑을 후생에 이루려 한다. 자신의 자아를 음악에 부여하며 살아간다.(이것은 칸트의 후생 체계를 환유한다.)*  즉 자신의 음악을 영원 속에 봉인하고 주술을 걸어 후일 자신의 음악으로 하여금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사랑하게 한다.   4. 내러티브   - 프롤로그   - 자궁을 다녀온 손  전운이 감도는 황량한 모스크바 목조 가옥,  구름 속에 스며 있던 바람이 흘러나온다  바람 속에 창이 생긴다  방 안에서 아낙사고라스가 테레민을 연주하고 있다.  그의 눈이 구름의 속처럼 어둡다  테레민의 질서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는 어두운 손이 늙기 시작한다.  공간 속을 다녀올 때마다 손은 점점 말라간다  뼈를 쥐고 있던 살들이 주름지고 살 안에 스며 있던 뼈가 하얗게 드러난다  음악을 남겨놓고 먼 곳을 다녀온 손이 주술을 끝낸 듯 푸른 연기에 싸여 있다    음악 속의 음악  인희는 스런을 만나 인연이 되고 사랑을 하게 된다. 피아노 조율사와 피아노 연주자 사이로 만나는 둘. 인희는 자신이 지금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 속의 음악 같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다른 음악(자신의 전생인 테레민)이 떠오르지만 인희는 그것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음악이 흘러나올 때마다 마치 하나의 음악이 다른 하나의 음악을 부르는 듯하다.인희와 스런의 사랑은 점점 깊어가지만 둘 사이를 음악(아낙사고라스)은 질투가 흐르듯 바라본다. 인희와 스런과 음악 셋 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삼각관계가 점점 음악의 분위기와 함께 형성되고 스런의 언니 애런만이 그 서글픈 느낌을 감지하게 되는데......   어느 날 애런(스런의 언니)은 우연히 인희와 함께 있던 중 인희에게서 떠오르던 알 수 없는 음악의 선율을 흥얼거린다. 그리고 인희는 그 음악이 러시아에서 작곡된 하나의 음악이란 걸 알게 되고 일과 함께 모스크바로 떠난다. 모스크바의 한 허름한 저택에서 기억 속에서만 맴돌던 실제 음악을 듣게 되는 인희. 전생의 조각을 하나씩 되찾아가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부터는 서글프게 스런을 대하게 된다. 이때부터 극은 과거(러시아)와 현재(서울)가 서서히 교차되다가 과거(러시아)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열정  전직 KGB 출신의 음악가인 아낙사고라스는 첩보 활동으로 동구 유럽에 가 있던 중 부인의 임종을 듣게 된다. 부인의 죽음에 모든 것에 회의를 느낀 그, 일을 그만두고 한 저택에 숨어들어 음악에만 전념한다. 그가 작곡한 피아노 소품들을 연주하는 제자인 피아니스트 소냐. 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소냐에 대한 열정을 감추고 있던 아낙사고라스는 서서히 소냐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소냐는 아낙사고라스를 사랑하지 않고 다만 그를 존경할 뿐이다.    광기  인희는 전생의 비밀을 스런에게 들려준다. 스런과 함께 과거에 자신이었던 음악을 듣는 인희, 그리고 이들 주변을 떠도는 듯한 음악이 된 아낙사고라스. 전혀 만져본 적도 없던 테레민을 연주하게 되는 스런. 그러나 아낙사고라스의 광기가 가진 무서운 사랑을 알고 있는 스런의 언니 애런은 음악의 영혼들로부터 이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 주술  황량한 모스크바 목조 가옥. 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아낙사고라스는 지친 듯 낡은 소파에 앉아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냐. 구름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새로운 음악을 작곡했소."그는 평상시처럼 피아노로 가지 않고 테레민 위에 손을 댄다.   "당신을 위해." 이윽고 아낙사고라스는 테레민의 음역 속으로 서서히 손을 집어넣는다. 늙은 손과 젊은 손이 시간의 질서를 휘저으며 흐른다  음악은 소냐의 몸으로 다가가 그녀의 몸 안에 공간을 만들기 시작한다 마치 아낙사고라스는 그 공간에 테마처럼 누워 있는 듯하다.  눈물을 흘리는 소냐. "왜 그러세요."  "우리가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음악을 향해 천천히 입을 연다.   "다음 세상에서 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거라."      연민  이 부분은 피코 델라 만돌라(1463~1494)의 문서,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의 한 구절을 빌려서 상상해보고자 한다.  아담아 우리는 너에게 정해진 자리나 독특한 겉모습이나 유별난 재주를 주지 않았다 너는 네 자리와 겉모습과 재주를 네가 소원하고 판단하는 대로 선택하여야 한다 너는 어떤 제한을 받지 않을뿐더러 너의 본성은 너의 뜻에 맡겨두었다 네 자신이 그것을 정해야 한다 나는 너를 세계의 중앙에 두나니 네 주변을 둘러볼 때 세계에 무엇이 있는가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를 하늘의 존재나 땅의 존재나 죽을 존재나 죽지 않을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너는 네 스스로 선택한 모습대로 너 자신을 만들어가는 조형자요 창조주가 되는 자유와 영예를 누릴 것이다 너는 네 자신을 비천하게 만들어 짐승이 될 수도 있고 네가 원한다면 더 고귀한 영적 존재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   "그 생에도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이 있을 테니. 내가 음악이 되어 너를 깨울 것이다."         *후생체계 : (이성만이 '조직'과 '체계'의 원리이며 주체이므로 현상계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지만 가상계는 사유할 수는 있되 우리가 인식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대상의 형식적 근거일 뿐이지 질료로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질료로서의 근거는 신의 몫이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은 후생 체계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체계의 가능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나는 관념론 시험 답안지에 썼지만 칸트가 말한 시간의 개념을 떠올려보자. 시간은 경험에 근거해서만 작용할 수 있다. 즉 내가 경험하지 않을 때 시간이라는 것은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 말은 시적이다. 왜냐면 스피노자의 유일 실체 개념이나 그것에서 운동과 이율배반(안토노미)을 본 헤겔의 칸트를 넘고자 했던 시간의 의지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간이 이성의 경험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끝까지 부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극은 그 지점에 대한 나의 이율배반이다.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 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구름의 조도照度         구멍가게는 매일 밤 마지막으로 양초를 판다 눈먼 안마사가 구석에서 면도날을 고르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주인은 유통 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까먹는다 그렇지만 면도날은 유통 기한이 없지요 지나치게 날이 센 알들은 위험한 법입니다     오리들이 죽은 시궁쥐들을 물고 하수구 구멍으로 들어간다 하수구에서 방 안의 날씨들이 눈병처럼 흘러나온다 이 동네를 마지막으로 돌아야겠군     용달차 뒤칸에서 키 작은 여인들이 생선을 뒤적거린다 생선을 좀 더 싱싱하게 보이려고 사내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남은 전구를 꺼내 갈아주면서 보았다     나무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으로 보아 곧 밤이 온다는 것을 목이 없는 마론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가 아까부터 멍하게 바라보는 하늘을 자신도 오늘 몇십 번은 올려다본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하늘에서 푸른 비린내가 흘러내리고 있는 지금, 저 아이는 한번 이곳을 떠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형의 얼굴은 어디로 간 것일까? 어쩌면 저 아이가 부엌칼로 웃고 있는 인형의 목을 잘라버렸는지도     사내가 도량을 향해 담뱃불을 툭 던진다 부엌에 알을 낳은 새들이 조금씩 알을 쪼아 먹는다     구름의 조도照度가 짙어지고 있다               드라이 아이스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문득 어머니의 필체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고향과 나 사이의 시간이 위독함을 12월의 창문으로부터 느낀다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 할 것 골목 끝 슈퍼마켓 냉장고에 고개를 넣고 냉동식품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만져버린 드라이아이스 한 조각, 결빙의 시간들이 피부에 타 붙는다 저렇게 차게 살다가 뜨거운 먼지로 사라지는 삶이라는 것이 끝내 부정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손끝에 닿는 그 짧은 순간에 내 적막한 열망보다 순도 높은 저 시간이 내 몸에 뿌리내렸던 시간들을 살아버렸기 때문일까 온몸의 열을 다 빼앗긴 것처럼 진저리친다 내 안의 야경夜景을 다 보여줘 버린 듯 수은의 눈빛으로 골목에서 나는 잠시 빛난다 나는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 순교 할 것이다 달 사이로 진흙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천천히 오늘도 하늘에 오르지 못한 공기들이 동상을 입은 채 집집마다 흘러들어 가고 있다 귀신처럼   * 고대 시인 침연의 시 한 구절.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 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로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백석의 시 중에서           아버지의 귀두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의 아침, 아버지가 혼자 공중에서 빙빙 도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손을 흔든다 아들아 인생이 왜 이러니 …… *     어느 날 아버지의 귀두가 내 것보다 작아졌다.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장난감 트럭을 들고 목욕탕에 가지 않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와 악어 벨트를 허리에 차고 밖에 나갈 수 없고 나는 더 이상 아버지의 속주머니를 뒤져 오락실에 갈 수도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30년 넘게 혼자 목욕탕에 가시고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복권의 숫자를 고민하며 혼자 씩 웃는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나와 같은 THIS를 산다   돗자리에 누워서 잠드신 아버지의 팬티 사이로 누름한 불알 두 쪽이 바닥에 흘러나온 것을 본다 자궁이 넓은 나무와 자고 돌아와 나는 누런 잎을 피웠다 잠든 내 옆으로 와 아버지가 귀뚜라미처럼 조용히 누웠다 나는 문득 자다가 일어나 삐져나온 아버지의 귀두가 저렇게 작았나 하는 생각에 움찔했다 귀두라는 것이 노려볼수록 자꾸 작아지는 것인가 귀두란 그런 게 아니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민항기의 대가리처럼 푸르르 가열될 텐데 아버지와 나는 귀두가 닮은 나무, 한쪽으로만 일어서고 한쪽으로만 쓰러져서 잠드는, 축 늘어진 아버지의 THIS를 잡고 웃는다 씨벌 아비야 우리는 슬픈 귀두인 게지 죽은 귀두를 건드리면 뭐하니? 그런 생각 끝에 나는 튼튼 우유를 하나 사 가지고 와 잠드신 아버지 옆에 살짝 놓아드렸다   양쪽으로 여십시오/or 반대편으로 여십시오/     *인디밴드 아마추어증폭기 노래 가사를 변용.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이 말을 타고 모든 음악의 출생지로 가볼 수는 없을까     오늘 밤은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잠든 말들을 깨워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술을 먹인다 구유를 당겨 물 안에 차가운 술을 부어준다 무시무시한 바람과 산맥이 있는 국경을 넘기 위해 나는 말의 잔등을 쓸어주며 시간의 체위體位를 바라본다 암환자들이 새벽에 병실을 빠져나와 수돗가에서 고개를 박은 채 엉덩이를 들고 물을 마시듯 갈증은, 이미지 하나 육체로 무시무시하게 넘어오는 거다   말들이 거품을 뱉어내며 고원을 넘는다 눈 속에 빨간 김이 피어오른다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취한 말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이 말들의 고삐를 놓치면 전속력으로 취해버릴 것을 알기에 나는 잠시 설원 위에 나의 말을 눕힌다 말들이 뱃살에 머리를 베고 (우리는 몇 가지 호흡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둥둥둥 북을 울리듯 고동치는 말의 염통! 말의 배 안에서 또 다른 개인들이 숨 쉬는 소리 들여오는 것이다 밤하늘, 동굴의 내벽에서 들려오는 바람의 연령 나를 조금씩 인용하고 있는 이 침묵은 바닥에 널브러진 말들의 독해처럼 나에게 있는 또 하나의 육체,이미지인 것이다 나는 말의 등에서 몇 개의 짐들을 떼어내준다   말들이 다시 눈 덮인 고비 사막을 넘기 시작한다 그중엔 터벅터벅 내가 아는 말들도 있고 터벅터벅 내가 모르는 말들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 밤엔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음악 속으로 날아가는 태어날 때부터 바퀴가 없는 비행기랄지 본능으로 초행을 떠난 內感 같은 거, 말이 비틀거리고 쓰러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분만을 시작하려는 것인지 의식을 향해 말은 제 깊은 성기를 꺼낸다 기미機微란 얼마나 육체의 슬픈 메아리던가   그 사랑은 인간에게 갇힌 세계였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중에서               기담奇談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통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흐를 수 있는 피가 있다             우리들의 변성기   ​ ​ ​ 혁명가들은 모두 여기서 기록으로 떠났다 기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곳은 당과(糖菓)로 기어가는 벌레들이 자라지 않는 곳이라 했다 ​ 안개꽃이 들어 올리는 새벽의 맨발 냄새를 기억하며 나는 사람들에게 기록이 있는 곳을 묻는다 기록이 사는 곳엔 몇 가지 혈청이 몰래 운반된다고 했다 ​ 사람들은 다투어서 짐을 싸고 기록으로 떠난다 기록이 어디인지 모르고 움직이는 기록이 있고 기록을 묻기 위해 모래시계 속 새벽으로 간다고 하는 자도 있다 ​ 기록에 관한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기록은 하등 세계의 수조이거나 옆길로 새버린 물고기, 침니를 가득 머금고 일시적으로 급류로 흘러버린 동물의 기름기, 진흙층을 파헤치는 입가의 촉수거나 패턴과 왜곡의 친화, 종잡을 수 없는 지혜의 변덕 그러고 나면 언젠가 다시 '장난감 자동차에 여행 가방을 넣고 식탁 밑으로 떠난*' 여행이 보인다는 것이다 ​ 기록으로 가면 몇 달 후 콧속이 붉은 아이를 업고 나타날 수도 있어 기록으로 가면 우린 은밀한 윤곽을 나누어 가지고 살 수도 있지 ​ 나의 기록은 고아들의 무덤이 있는 곳에 와 있다 그대가 이해할 수 없는 탈골, 밤마다 그곳으로 불어오는 식물원 기록은 흔들리고 살기에 참 좋은 무덤이다 ​ ​ ​ * 어니스 모쥬가니의 시 중에서. ​ ​ ​       연필의 간     연필 속에서 간이 흘러나온다   간 속의 노란 돌가루들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 돌가루   연필 속에서 탄광이 쏟아져 나온다 탄광을 말려서 간을 빚는 자, 시를 쓴다 해골이 물고 있는 꽃잎 혈액이 돌아오는 시간   연필은 잡념의 생식기 푸른 먼지 하나 허리를 흔들며 사라져가고 헐리고 있는 촛불 그 안에 번식 중인 빨간 간들 문어처럼 미궁을 많이 알지도 못해서 연필은 대가리를 디밀며 해저를 뒤집고 다닌다   연필을 두 쪽으로 쫙 갈라내어 간을 본다 이끼가 자라고 있는 해, 보도블록에 떨어진 혀들, 입속으로 퇴근하는 머리칼, 어항 속으로 들어가 웃는 쥐, 구름과 구름 사이 희미한 돌가루들, 아픈 배, 죽어서 일어나 강낭콩을 먹는 비둘기, 저녁을 빗방울 속으로 밀어 올리는 맥박들, 구슬,구슬 속을 흘러 다니는 허공   그건 간의 색인데 그믐을 그리는 건 간의 색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의 색을 전부 지우는 일이었다고   더 천해져야 한다 이것저것 간間을 보면서              당신의 눈 속엔 내 멀미가 산다          벽 틈으로 들어간 달팽이가 사흘이 지나도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벽에서 일어나는 붉은 비린내를  빛을 외로워한 그 달팽이가  안에서 혀를 깨물고 있을 것 같다고 여길 때  물기의 층을 거쳐 태어난 목젖이 자기 음악을 알아보고  집 안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을 때    옥상의 노란 정화조 탱크 속에  지친 새 한 마리 눈을 감고 떠 있을 때,  구슬처럼 행불이 된 연인을 찾아  투명한 뼈를 가진 벌레들을 가방에 모으며 여행할 때  남몰래 아주 긴 피로 별자리를 물들이고  너무나 많은 달걀 안의 수도를 알고 있지만  방에 귀만 넣어두고 자야 할 때    오래된 미라의 귓속에 가만히 내 귀를 대어보았을 때    내 귓속의 죽을 당신에게 다 흘려준다고 생각했을 때  오래 비운 집에 돌아와보니 집이 헐리고 있을 때  구멍 속에서 고운 가루가 된 달팽이를 발견하고  목으로 인어들이 우루룩 밀려올 때    유리에 금이 오른다  번지는 일로만 여러 번  당신의 손가락을 물고 잠들고 싶었는데    그대를 더 연하게 만드는 여행들         쇄골이 닮은 가계家係 -여섯개의 종         이제 부터 내가 쓸 소설小說은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 동시에 이야기의 끝을 지워가는 거야 아직은 만지지 마 지금은 구름이 지저분한 물을 흘리는 시간이니까 종鍾 속으로 들어간 구름은 물에서 실패한 자들이 육肉에서 떨고 있는 쪽으로, 종 밖으로 나온 구름은 흐르는 면에서 누운 선으로      구름이 지저분한 물을 흘리면 폴라로이드는 노을과 종에 물기를 많이 담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그곳을 각오하고 지나간다      멀리서 바라보면 기다리는 자들의 눈동자로 어두운 골목의 환충이 환하게 울렁이던 밤, 우리는 촛농을 향해 소리 질렀고 매일 밤 아무도 살지 않는 종 속으로 들어가 흔들린다      우리는 모두 그곳에서 서로의 일기를 대신 써주었어 잠은 몸속의 저수지들이 제 수위를 흔드는 것에 불과해 시간이 되면 우리는 그곳으로 내려가 가라앉힌 종을 꺼내 들고 어두운 비둘기처럼 절뚝거려야 해 우리는 모두 한 번씩은 그 방에서 돌아누우며 쇄골에 고인 물을 반대쪽으로 흘려주곤 했지      아버지가 입선하지 못한 그림 중 하나는 임신 중姙娠中이던 신의 배에서 들리던 종소리를 그렸던 일이다 한 골목과 한 고압선高壓線에 연결된 종이 당신의 몸을 건너가고 있다는 걸 알아 지금은 구름이 지저분한 물을 흘리는 시간이니까      어미가 여행을 시작하면 네 몸속에 불을 다 꺼놓고 돌아올 거야 넌 모를 거다 지평선 아래서 마른 물고기로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의 식탁은 소설小雪에 물들고 식탁이 젖는 동안 우리는 종이 위에 입술을 그리고 종소리를 꺼낸다         주저흔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 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 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김경주 시인의 시집  중에서        너무 오래된 이별     불 피운 흔적이 남아 있는 숲이 좋다 햇볕에 그을린 거미들 냄새가   부스러기가 많은 풀이 좋다 화석은 인정이 많아 텅 빈 시간에만 나타난다 그 속에 누군가 잠시 피운  불은 수척하다   네가 두고 간 운동화 속에 심은 벤자민이 좋다 눈을 뜨면 나는 커다란 항아리로 들어가 구르다가 언제나 언덕 앞에서 멈춘다   고요로 가득한, 그러나 텅 빈 내 어미語尾들이 좋다 벽지 속에 사는 기린의 목처럼    철봉에 희미하게 남은 손가락 자국이, 악력이 스르르 빠져나가던 침묵이 좋다 내가 어두운 운동장이라서 너는 엄지를 가만히 내 입속에 넣어주었다         비어들     거울 앞에서 입을 벌린다 입안은 저승이다   저승은 거울 속에 있다   입을 벌리고 우두커니 거울 앞에 서 있는 그는 잠시 저승을 엿본다   오직 그의 한 눈만이 입안의 저승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한 눈은 아직 이쪽에 있으므로 저승의 언어는 입안에 있다   입을 닫으면 저승은 닫힌다   지금 저승은 저곳의 세계가 아니라 이곳의 언어다   거울은 우리에게 저승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물성이다 우리의 눈은 거울 속 입으로 걸어가는 이승의 언어다   언어가 피해갈 수 없는 저승은 그 사람의 입안에 있다 침묵처럼           한밤의 형광펜          자음은 금방 고독해진다 노랑은 내 마음으로 지쳐가도 좋아 새가 죽으면 부리가 가장 먼저 파랗게 변해가는 것처럼, 물속의 자기 코를 들여다보면 오늘밤엔 물속에서도 코로 숨 쉰다는 해마처럼 잠들 수 있어 입술을 조금 지우고, 어린 시절 가족의 종아리 모양을 떠올려본다 새로운 단어를 발명했어 이 세상에서 가장 긴 선로를 놓는 철로공의 망치 소리들, 모음들을, 우리의 세계는 밑줄을 긋고 그 위를 산책하는 자들의 세계, 빈손으로 사로잡은 모기 몸 전체에 형광펜을 칠해주고 날려주듯이, 불화여! 가슴뼈여! 안부여! 캄캄하게 오시라 내 시는 비눗방울 속에 세 내어주기             햇볕에 살이 지나가네     나에겐 당신이 좋아하는 바다표범의 가죽이 있다 언젠가 나는 바다표범을 보러 갈 것이다 빙하 위에 앉아 앞발을 베고 누운 바다표범처럼 길고 느린 하품을 하러 갈 것이다 봉우리가 아닌 심해어들의 이름을 외우며 쓸쓸한 날 까만 살을 가진 너처럼 달은 물을 머금으면 더 희다 느리게 흘러가다 나는 새 떼에 번졌다 너를 기다리며 작은 빙산에 올라 날아온 갈매기를 입속에 넣어 재울 것이다 햇볕에 살이 지나갈 때까지     -김경주 시인의 시집 중에서                       꽃 피는 공중전화 ​ ​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 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1373    우리 詩의 문제점 댓글:  조회:4347  추천:0  2015-07-20
[ 2015년 07월 21일 09시 23분 ]     (미국 버클리주에서 산림화재로 인한 벌목계획제정을 반대하는 라체시위)     지금 우리 시 무엇이 문제인가   권혁웅(시인, 문학평론가)   어슷비슷한 시, 상투적인 시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춘문예 제도에서 보듯이 공식과 전형으로 만들어진 타락한 미의 형식, 키치에 가까운 시가 판을 치고 있다. 진정한 미학에서는 중심과 주변이 뒤집혀 있다. 안팎을 뒤집은 영역이 미의 영역이다. 미학에서 주류란 대개는 전복의 대상이고 아주 잠깐 동안은 전복의 결과다. 전위란 앞서 있는 게 아니라 밀려나 있는 것이다.    우리 시의 중심이 서정시에 있다는 것은 계량적인 진실이며, 우리 시의 주변이 서정시 일색이라는 것은 균질적인 진실이다. 안팎을 뒤섞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팎이 존재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미학의 비유적 실체는 소라고둥이다. 그것은 소용돌이처럼 혼란스럽지만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거칠게 튀어나가서는 덧없이 사라지는 거품이 늘 더 많은 법이다.    우리는 이 거품의 족보를 알지 못한다. 시에 실험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순간, 시는 실패와 좌절을 제 안에 아로새긴다. 현대성과 감상성을 통합하려 했던 박인환이 실패했고, 지적인 조작으로 해학을 실험했던 송욱이 좌절했다. 그러나 그 원심력을 통해서만 미학은 제 영역을 넓혀나간다. 시도의 방법은 시행착오일 수밖에 없다. 없는 중심에서 배회하지 말고 있는 힘껏 박차고 나가야 한다. 가장 높은 데서 시도한 번지점프가, 가장 먼 반탄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실험만이 중심으로 돌아온다.    실험에 성공한 시들이 새로운 서정을 만든다. 멀게는 기하학과 수학으로 욕망을 설명한 이상이 그랬고, 가깝게는 중얼거림과 중언부언으로 운율을 만든 김수영과 중성적인 문체에 개인의 발언을 싣고자 했던 김춘수가 그랬다.    그것은 완성된 시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비스듬히 횡단하는 일, 거기에서 새로운 미의 곡선이 그려진다. 그 선은 늘 모자라거나 넘치지만, 그 자리가 비너스를 낳은 조개껍질이 놓인 곳이다.    누가 횡단했는가? 가령 80년대에는 허물어진 가족으로 사회를 축약한 이성복이 있었고, 허물어진 몸과 언어를 들여다본 황지우가 있었고, 의식으로 무의식의 저 아래를 탐색한 박남철이 있었고, 격렬한 발언을 하는 소심한 화자를 내세운 장석주가 있었고, 공적인 언어를 극한까지 밀고 갔던 김남주와 백무산이 있었고, 시에 악보를 그려 넣은 박태일이 있었고, 서술적 상상의 지도를 그려 보인 김혜순이 있었고, 들끓는 자의식을 가장 단순한 명제로 요약했던 최승자가 있었고, 物과 物物과 헛것을 이야기한 최승호가 있었다. 그 다음 시기에는 정교한 언어 세공사인 송재학이 있었고, 대중적 감성을 파토스로 삼은 유하가 있었고, 일상의 해부학자인 김기택이 있었고, 物主의 서정을 적어간 기형도가 있었고, 시의 에스페란토어를 썼던 장정일이 있었다.    대가들의 횡단 역시 그치지 않았다. 장려한 정신의 인공 낙원을 건축한 조정권이 있었고, 날것으로 사물을 채집한 오규원이 있었고, 극서정의 영역을 선회한 황동규가 있었고, 한국인의 족보를 작성하려했던 고은이 있었고, 아득하고 막막한 그리움 저편을 호명한 김명이 있었고, 담시와 대설의 시인 김지하가 있었고, 바다 저편에서 시의 몸을 대신 보내어 살게 한 마종기가 있었다.    실험의 결과가 괴물이라는 것은, 실험 이후에나 이전에나 우리가 그 결과물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암시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비너스는 모두 전 시대의 추물이었다. 미적 성과에 우리가 동의하기 어려운 많은 작품들은, 사실 미래로 뻗은 우리 미의 촉수와 같은 것이다. 미래의 거울로서의 작품들은, 우리의 자화상을 일그러뜨린다. 어쩌면 그렇게 일그러진 모습이 우리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파격은 정격의 반대로만, 부정어로만 정의될 수 있다. 실험을 그렇게 잘라내고 절단하는 작업이다.    최근의 예를 보자. 박상순은 남성, 여성의 말을 버리고 중성어를 시에 실험했고, 이수명은 사물에서 인간화된 의미를 도려내고 사물들끼리의 인과적 관련을 드러냈으며, 함성호는 서정의 어법을 파기하고 관습화된 전문용어들로 이루어진 서정을 구현했고, 차창룡은 이것과 저것을 이것 아님과 저젓 아님의(교차 부정의) 대상들로 드러냈고, 김참은 상상적 풍경을 서사화했고, 함기석은 기호 내용을 박탈한 기호 표현들의 놀이를 조작했다. 이들의 작품들은 당대의 미적 기준에서는 무엇인가 부족하지만, 같은 말로 무엇인가 잉여적이다. 그 부족분과 잉여분이 이 작품들의 미적 효과다.    새로운 시도 앞에서 우리가 가지는 불평/불편함은 각질의 표면 아래서 꿈틀거리는, 새로운 미에 대한 기운과 통한다. 굳은살을 터뜨리고 나온 새 살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1372    추천하고싶은 詩論書 댓글:  조회:6150  추천:0  2015-07-20
               시론詩論, 시학詩學은 시를 이론적이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가끔 시를 읽고 싶어져서 시를 읽으려고 하면 보통 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시를 읽다가 머리를 싸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냥 시만이 있는 시집이 아니라 시를 해석하고 해설하는 책을 찾았는데 보통 시와 그 시만을 해석하는 책은 따로 없고 이렇게 시론이나 시학이라는 이름으로 시를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책들만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시의 이론과 함께 시 해설이 덧붙여있는 시론과 시학을 읽기로 하고 책을 고르다가 이 책을 골라서 읽게 되었다. 여러 시론, 시학 중에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익히 배워왔던 근대시보다는 시대적으로 비교적 현재와 가까운 현대시를 이론에 대한 예로 들면서 해설을 한 것을 읽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근대시보다는 현대시의 해석에 중점을 두고 있고 또 예로서 비교적 많은 수의 시를 책에 싣고 있다. 이 책을 다 읽는데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렸다. 이 책은 분량이 많기도 하지만(687P) 많은 수의 시(대략 200편 정도가 넘는)와 그 시의 해설을 한 번 읽고서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고 이해하려고 여러 번을 읽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의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등단한 시인이다. 강단에 있으면서 기존의 시학이 변화하고 변모하고 있는 현재의 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 책의 집필동기라고 밝히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구상한지 8년, 조금씩 써 내려간 지 5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읽음의 즐거움도 있었고 또 이 책을 읽음으로 시에 관한 이해력이 확실히 예전보다는 넓어진 것 같다고 느낀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시학의 기본적 토대에 관한 내용으로 주체(화자), 대상, 언술, 서정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시학의 여러 영역에 대한 탐색으로 거리, 이중화(반어와 역설), 비유, 비교(은유), 체계(제유와 환유), 좌표(상징과 알레고리), 역피라미드, 음악, 소리-뜻, 인용(인유와 패러디), 감각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3부는 보론적 성격의 장으로 환상, 추醜, 전위(아방가드르), 변화(최근 시의 수사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많은 각각의 개별적 내용을 여기에 다 정리할 수는 없겠고 2부에서의 시학의 주요 기법에 대한 것 몇 가지를 추려서 간단히 한 번 정리해볼까 한다.   어조의 기본 형식       ⓛ풍자/ A가 B를 비판하다, 우스꽝스럽게 하다 ②예찬/ A가 B를 칭찬하다(주체가 대상보다 열등하다) ③연민/ A가 B를 동정하다(주체가 대상보다 우월하다) ④반성/ A가 A를 생각하다 ⑤해학/ B가 B를 우스꽝스럽게 하다 역설(paradox)/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이중화, 이 이중화 장치가 수평적 언어에 구현(비교가능성) A가 B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칭찬하다(A+B, A≠B) 반어(irony)/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이중화, 이 이중화 장치가 수직적 언어에 구현(체계성) A가 겉으로는 B를 칭찬(비판)하면서 속으로는 비판(칭찬)하다(A/B, A≠B) (+ : 두 요소가 공존,  / : 두 요소가 배리,  ≠ : 두 요소가 상반됨) 은유(metaphor)/ 어떤 사물에다가 다른 사물에 속하는 이름을 전용하는 것(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 유사성, 수평적 이동 ex)내 마음은 호수(마음=호수, 마음과 호수는 청명함을 공통요소로 연결) 환유(metonomy)/ 은유와 비슷하게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만 둘 사이에 의미적인 공통부분이 없고 실용적이고 사회적 문맥에 근거하여 교환됨, 인접성, 수직적 이동 ex) 꽃다발을 받다 → 축하를 받다, 그는 펜을 꺽었다 → 글을 쓰지 않다, 그는 김소월을 읽고 있다 → 김소월이 지은 시 제유(synecdoche)/ 부분으로 전체를 전체로 부분을 종種을 유類로 유를 종으로 나타냄, 상위/하위 관계, 포괄성(종속성) ex) ‘오십 척의 배’대신 ‘오십 개의 닻’(전체대신 부분), ‘봄’대신 ‘미소짓는 해’(부분대신 전체), ‘암살자’대신 ‘살인자’(종대신 유), ‘인간’대신 ‘피조물’(유대신 종) 은유, 환유, 제유를 벤다이어그램으로 포함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상징(symbol)/ 비교의 차원에서 생성되어서 체계의 차원으로 올라선 것, 체계화된 은유,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여럿 대 하나이며 하나의 원관념이 여러 개의 보조관념을 거느리는 은유적 병렬의 역상逆像 ​ 알레고리(allegory)/ 체계의 차원에서 생성되어서 비교의 차원으로 내려온 것, 작품 바깥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의미가 작품에 개입되며 대개 교훈적 의미를 갖음, 원관념 대 보조관념이 하나 대 하나이며 표면의 의미가 이면의 의미와 상반되는 반어의 역상 마지막으로 은유, 환유, 제유, 상징, 알레고리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위 도표에서와 같이 은유-제유-환유의 삼각형, 상징-알레고리-환유의 삼각형, 은유-알레고리-제유의 삼각형, 제유-상징-환유의 삼각형, 4개의 삼각형이 만들어짐, 각 삼각형에서 환유는 나머지 둘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함.   그러면 위와 같은 수사학의 몇 가지 이론들의 예가 되는 2개의 시와 그 해설을 적어본다.       설파제를 먹어도 설사가 막히지 않는다 하루동안 겨우 막히다가 다시 뒤가 들먹들먹한다 꾸루룩거리는 배에는 푸른색도 흰색도 적(敵)이다   배가 모조리 설사를 하는 것은 머리가 설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성(性)도 윤리(倫理)도 약이 되지 않는 머리가 불을 토한다   여름이 끝난 벽(壁) 저쪽에 서 있는 낯선 얼굴 가을이 설사를 하려고 약을 먹는다 성과 윤리의 약을 먹는다 꽃을 거두어 들인다   문명(文明)의 하늘은 무엇인가로 채워지기를 원한다 나는 지금 규제(規制)로 시를 쓰고 있다 타의(他意)의 규제(規制) 아슬아슬한 설사다   언어(言語)가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숙제는 오래된다 이 숙제를 노상 방해하는 것이 성의 윤리와 윤리의 윤리다 중요한 것은   괴로움과 괴로움의 이행(履行)이다 우리의 행동(行動) 이것을 우리의 시로 옮겨놓으려는 생각은 단념하라 괴로운 설사   괴로운 설사가 끝나거든 입을 다물어라 누가 보았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일절 말하지 말아라 그것이 우리의 증명이다        ―김수영, (중략)   (P317~ P320)     ​     ​자작나무 숲에서     최초의 사랑이 있었다       장미의 벼락 속에서     바다와 사막을 지나     여섯 시에 온 여자     모래의 여자     너를 본 순간     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악마의 침     오, 행복한 날들       멀리 있는 죽음       하얀 거짓말       뜨겁고 바람 한 점 없는 밤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     파괴된 사나이 *소개된 16권의 책의 저자들: 맨 위로부터 밀란 쿤데라, 세르게이 예세닌, 스테판 츠바이크, 잉게보르그 바하만, 앙리 미쇼,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아베 고보, 이승훈, 준 비에브 브리작, 훌리오 코스타사르, 사무엘 베케트,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 폴 테로, 훌리오 라몬 리베이로, 사가구치 안고, 알프레드 베스터                                                                                                                 ―함기석,       “이것은 전면적인 패러디의 예이다. 시를 이루는 제목과 행이 모두 다른 저자의 책 제목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이어 붙였더니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모자이크화 같은 것이다. 인용만으로 전언을 완성했는데, 그 전언은 인용된 각 행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자작나무 숲에서 태초에 사랑이 싹텄다. 숲은 여성성이고 신비이며 시원이다. 그곳은 사랑의 대상이고, 해명되지 않는 사랑의 힘이며, 최초로 사랑이 발원한 바로 그곳이다. 장미의 벼락은 그 사랑의 만개를 뜻한다. 벼락 치듯 사랑이 꽃을 피웠다.그러나 그 사랑은 바다와 사막을 지나야 한다. 바다와 사막은 사랑의 아픔(바닷물처럼 쓰리게 울다)과 소멸(눈물이 사막처럼 말라버리다)을 대신하는 상징이다. 그곳을 지나 한 여자가 내게로 왔다. 밤과 낮의 경계, 빛과 어둠을 가르는 미명(未明)이거나 박명(薄明)의 시간에 그 여자는 모래의 여자, 곧 석녀(石女)다. 바다와 사막을 거쳤으니 그 여자가 푸석푸석한 몸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할 만하다. 여자 앞에 선 사나이의 말은 직접화법으로 바뀐다. “너를 본 순간/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식음을 전폐하게 만드는 힘 역시 사랑의 힘이다. 그런 탐닉을 악마의 침이라 부른다. 탐닉의 극한은 늘 악마적이다. 그녀와의 키스는 악마의 침처럼―타액이거나 바늘이었을테니―달콤했고 고통스러웠다. 여전한 사내의 감탄, “오, 행복한 날들”! 죽음은 그들에게 멀리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순간의 열락이 지난 후에 무섭도록 오래된 손님이 찾아온다. 순간의 영원성이, 바꾸어 말해 영원할 것 같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우리는 죽음의 저 아늑하고 무서운 품에 안겨 있음을 깨닫는다. 내가 내지른 기쁨의 감탄문들이 실은 “하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이 “뜨겁고 바람 한 점 없는 밤”, 불타오르는 열정이 있으되 그 격정을 옮길 수 없는 텅 빈 밤. “활짝 핀 벚꽃나무”는 그렇게 환하게 피어올랐다가 속절없이 우수수지고 만다. 물론 사나이도 그렇게 파괴된다. “(P507~P509)           이 책은 시론이지만 다른 많은 시론과 시학 서적들 중에서도 학술적 성격이 강한 편인 책 같다. 특히 책에는 많은 각주가 있는데, 그 각주들은 문예비평가들보다는 철학자들의 책(특히 들뢰즈가 많았음)에서 인용하고 참조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참 문예비평도 공부를 많이 해야 되는 거구나 느끼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책에 평점을 붙이기가 조금 그렇지만 나에게 도움을 준 측면에서 평점을 매겨보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다.      ========================================================================       정끝별의 짧은 시 산책, (2001, 이레) 《행복》은 쉰다섯 편의 짧은 시를 독특한 가창법으로 읽어주고 있는 아름다운 시 해설서이다. 그 자신 시인이기도 한 정끝별의 ‘짧은 시 산책’은 요설과 객설을 용납하지 않는 서정적 문체로 시의 묘미를 풍부하게 살려낸 한 편의 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까다로운 문학 이론의 논리를 과감하게 배제하고 삶의 체험과 직관으로 작품의 의미를 풀어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적 몽상의 세계로 길을 열어 준다는 데 있으며, 이미 잃었던 시의 진정한 매혹을 되찾아 준다는 데 있다. 그런 만큼 《행복》은 간결하고 쉬우면서 동시에 지극한 깊이를 지니고 있다.  우선 정끝별은 지식인의 근엄함과 권위적인 화법을 자제하고 정감과 유머가 넘치는 친근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의 언어들은 현학적이거나 관념적이지 않다. 구어체의 정겨움 속에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살아있는 음성으로 구현해낸다.  총각 냄새 물씬 풍기는 무밭 곁에  웃음소리 소란스런 배추밭  아낙들 머리에 쓴 흰 수건처럼 환한  달빛 웃음 밤새워 참느라고  배추 고갱이 노랗게 속이 밸 때  무들은 흙 속에서  수음하며 몸집을 불린다  신병 훈련소 같은 무밭  신참 이등병 일개 소대 출소 준비 끝  - 〈채마밭〉, 김영무  한여름밤의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事로군요. 무밭에서 총각 냄새를 맡고, 배추밭에서 아낙들 웃음소리를 듣는 시인의 감각이 압권이네요. 무청을 드러내 놓고 종횡대로 사열해 있는 무밭의 무들을 ‘출소 준비 끝낸’ 일개 소대의 신참 이등병들로 비유하는 것도 즐겁지 않습니까? 출소 준비를 끝마쳤으니 곧, 툭 불거진 푸른 심줄 같은 무 밑동을 내로란 듯 드러내 놓겠지요? 무밭 곁에 배추밭이 이웃해 있는 이유, 무 몸집이 그렇게 불어 있는 이유,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추밭 곁에 상추밭이, 오이나 가지밭 곁에 깻잎밭이 이웃해 있는 이유, 그게 다 섭리였군요! 궁합이었군요!  김영무의 〈채마밭〉 해설의 첫 구절 “한여름밤의 남녀상열지사로군요”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정끝별은 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나 정황을 설명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보는 자’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현재화시킨다. 이를 통해 시적 정황은 장면화되고 독자는 그 생생한 현장에 동참하게 된다. 예를 들어 조운의 〈상치쌈〉 해설에서 “입을 크게 벌리자니 눈도 크게 벌어지겠죠. 크게 벌어진 눈의 동자들이 울 너머로 쏠려 있군요”라든가, “그러니까 이 시는 해질 무렵 ‘건들’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의 ‘건들’ 풍경이로군요.”(〈건들장마〉, 박용래), “스스로는 물론 단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따뜻하게 지펴줄 수 있는 마음의 군불, 아니 시의 군불을 지피고 있군요”(〈序詩〉, 나희덕)와 같은 해설 방식을 통해 그는 시적 정황과 독자를 밀착시키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그의 ‘짧은 시 산책’에서 두드러지는 또 다른 화법은 ‘의문’과 ‘감탄’이다. “즐겁지 않습니까?” “드러내 놓겠지요?”와 같은 의문형은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반응과 동의를 구함으로써 독자와의 관계를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대화적인 것으로 유도해 간다. 그리고 여러 개의 물음 끝에 정끝별은 “무밭 곁에 배추밭이 이웃해 있는 이유, 무 몸집이 그렇게 불어 있는 이유, 이제야 알겠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는 ‘알겠습니까?’가 아니라 ‘알겠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시와 교감해 가는 과정을, 그 깨달음의 과정을 공공의 것으로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또 다른 해설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지속된다. “그렇군요! 힘이 약한 벌레는 뼈가 밖에 있고 살이 속에 있고, 사람을 비롯한 힘센 동물들은 뼈가 속에 있고 털과 살이 밖에 있었군요”(〈힘센 사랑〉, 정진규),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연히’ 죽은 것들은 먹지 않는군요.”(〈우연한 나의〉, 허수경)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그는 처음 시적 진실과 대면한 자의 입장을 취하거나 때로 “전 백로와 두루미와 왜가리를 구별하지 못합니다”(〈왜가리〉, 천양희)라고 자신의 부족을 겸손하게 드러내 놓기도 한다. 따라서 그가 “그게 다 섭리였군요! 궁합이었군요!”라고 말할 때의 감탄은 시에 대한 주관적 도취의 발현이 아니라 발견의 기쁨에 대한 표현이다. 그 기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독자와 공유적인 것이다. 시적 정황의 장면화, 의문과 감탄 외에 청유와 가정, 유머 등 다양한 어법 구사 또한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이끌어 가는 그의 해설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어법을 통해서 그는 시 너머로 의미를 확장해 가는 몽상의 힘을 보여준다.  사랑도 만질 수 있어야 사랑이다  아지랭이  아지랭이  아지랭이  길게 손을 내밀어  햇빛 속 가장 깊은 속살을  만지니  그 물컹거림으로  나는 할말을 다 했어라  〈7번국도 - 등명燈明이라는 곳〉, 이홍섭  7번국도 변에는 등명해수욕장도 있고 등명낙가사라는 큰 절집도 있습니다. 등명燈明! 참 예쁘죠? 등불로(처럼) 밝힌다! 참 깊기도 하지요? 시인은 등명을 사랑으로 밝혀내고 있군요. 만질 수 있어야 사랑이라니 사랑은 만지는 것이라는 말도 되겠군요. 그러니 시인은 물컹거리는 아지랑이의 속살까지 만져보는 것이겠죠. 아지랑이 그 피어오름이 안타깝고, 아지랑이 그 바장임이 서럽고, 아지랑이 그 농이 아픕니다. 나른한 봄날, 등명에서 만져본 아지랑이 속살이 바로 사랑의 속살이었겠죠? 허나, 만질 수 있으니 상할 수도 있는 거겠죠?  이홍섭의 시 〈7번국도 - 등명燈明이라는 곳〉에는 안타까움이나 설움, 아픔이라는 단어가 없다. 이런 사랑의 감정을 시인은 모두 ‘아지랑이’라는 사물성에 응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시의 담박한 아름다움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다시 아지랑이의 ‘바장임’이나 ‘농’으로 구체화하는 해설자의 혜안 또한 그에 견줄 만하다. 중요한 것은 해설의 마지막 부분에 “허나, 만질 수 있으니 상할 수도 있는 거겠죠?”가 남기는 의미와 여운의 깊이이다. 만질 수 있는 것을 통해 감각되어지는 기쁨과 충만함은 한편 순간적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자칫하면 상함이나 덧없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끝별은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지랑이의 속성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속성이기도 하다. 아지랑이의 ‘속살’을 만지고 있는 시적 화자의 정황을 그는 자기의 몽상 속에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아름다운 것, 시는 매혹적인 것, 혹은 시는 낭만적인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것에 빠져드는 일은 쉽지 않다. 시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이유는 시의 참맛을 느끼기도 전에 대부분의 독자들이 낭패감부터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상의 언어와 다를 바 없는 말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시는 언제나 해석을 요구하는 언어의 함축적 집합물로 느껴지곤 한다. 이것이 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는 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시가 따분한 일상의 재현이라면 우리는 굳이 시를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물의 비밀을 꿰뚫는 떨림의 언어, 깊은 내면으로부터 울려나오는 고뇌의 언어와 만나기 위해 우리의 감성은 섬세하고도 역동적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그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위로받으며 풍부해지고 넘쳐나며, 그리고 삶의 진실에 도달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끝별의 《행복》은 시와의 즐거운 만남을 주선해주는 정감의 시학이라 할 수 있다. ■  엄경희  1963년 서울 출생.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 현재 숭실대 및 이화여대 강사.  
1371    기침 댓글:  조회:4289  추천:0  2015-07-20
[ 2015년 07월 16일 10시 07분 ]      기침의 현상학      - 권혁웅(1967~ ) 할머니가 흉곽에서 오래된 기침 하나를 꺼낸다 물먹은 성냥처럼 까무룩 꺼지는 파찰음이다 질 낮은 담배와의 물물교환이다 이 기침의 연대는 석탄기다 부엌 한쪽에 쌓아두었다가 원천징수하듯 차곡차곡 꺼내어 쓴 그을음이다 할머니는 가만가만 아랫목으로 구들장으로 아궁이로 내려간다 구공탄 구멍마다 폐(廢), 적(寂), 요(寥) 같은 단어가 숨어 있다 (하략) 노인들은 자주 아프다. 기억력도 나빠진다. 한 작가가 얘기했듯 노인의 기억이란 “아무 데서나 드러눕는 개”다. 겁먹을 필요는 없다. 노경(老境)에는 거기 어울리는 삶이 있다. 늙음이 곧 병은 아니지만 병이 오래 머물다 간다. 흉곽에서 기침을 꺼내는 할머니는 오래된 흡연자다. 담배를 피운 지 오래되었으니 기침의 연대도 오래되고, 폐도 온통 까맣겠다. 할머니는 기침을 하며 고적한 나날들을 견딘다. 노경의 뒤안길에 펼쳐진 폐(廢), 적(寂), 요(寥)라는 둥지 속에서 죽음이 부화(孵化)를 기다린다. ================================================== 권혁웅 시모음   1967년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평론) 199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으로 등단 2000년 제6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 저서 2001년 시집   문학세계사 2005년  창비 현재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 편집 동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그해 여름 정말 돼지가 우물에 빠졌다 멱을 따기 위해 우리에서 끌어낸 중돈이었다 어설프게 쳐낸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돼지는 우아하게 몸을 날렸다 자진하는 슬픔을 아는 돼지였다 사람들이 놀라서 칼을 든 채 달려들었으나 꼬리가 몸을 들어올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일렁이는 물살을 위로하고 돼지는 천천히 가라앉았다    가을이 되어도 우물 속에는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그리고 돼지가 있었다 사람들은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는 슬픈 얼굴로 혀를 찼다 틀렸어. 저 퉁퉁 불은 얼굴 좀 봐 겨울이 가기 전에 사람들은 결국 입구를 돌과 흙으로 덮었다 삼겹살처럼 눈이 내리고 쌓이고 다시 내리면서 우물 있던 자리는 창백한 낯빛을 띠어갔다    칼들은 녹이 슬었고 식욕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어디에 우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봄이 되자 작고 노란 꽃들이 꿀꿀거리며 지천으로 피어났다 초록의 상(床)위에서, 지전을 먹은 듯 꽃들이 웃었다 숨어있던 우물이 선지 같은 냇물을 흘려보내는, 정말 봄이었다    지문     네가 만질 때마다 내 몸에선 회오리바람이 인다 온몸의 돌기들이 초여름 도움닫기 하는 담쟁이처럼 일제히 네게로 건너뛴다 내 손등에 돋은 엽맥(葉脈)은 구석구석을 훑는 네 손의 기억, 혹은 구불구불 흘러간 네 손의 사본이다 이 모래땅을 달구는 대류의 행로를 기록하느라 저 담쟁이에게서도 잎이 돋고 그늘이 번지고 또 잎이 지곤 하는 것이다   마징가 계보학    1. 마징가 Z    기운 센 천하장사가 우리 옆집에 살았다 밤만 되면 갈지자로 걸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철을 수집하는 사람이었지만 고철보다는 진로를 더 많이 모았다 아내가 밤마다 우리 집에 도망을 왔는데, 새벽이 되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돌아가곤 했다 그는 무쇠로 만든 사람, 지칠 줄 모르고 그릇과 프라이팬과 화장품을 창문으로 던졌다 계란 한 판이 금세 없어졌다    2. 그레이트 마징가    어느 날 천하장사가 흠씬 얻어맞았다 아내와 가재를 번갈아 두들겨 패는 소란을 참다못해 옆집 남자가 나섰던 것이다 오방떡을 만들어 파는 사내였는데, 오방떡 만드는 무쇠 틀로 천하장사의 얼굴에 타원형 무늬를 여럿 새겨 넣었다고 한다 오방떡 기계로 계란빵도 만든다 그가 옆집의 계란 사용법을 유감스러워 했음에 틀림이 없다    3. 짱가    위대한 그 이름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가 오후에 나가서 한밤에 돌아오는 동안, 그의 아내는 한밤에 나가서 오후에 돌아오더니 마침내 집을 나와 먼 산을 넘어 날아갔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겼다 그 일이 사내의 집에서가 아니라 먼 산 너머에서 생겼다는 게 문제였다 사내는 오방떡 장사를 때려치우고, 엄청난 기운으로, 여자를 찾아다녔다 계란으로 먼 산 치기였다    4. 그랜다이저    여자는 날아서 어디로 갔을까? 내가 아는 4대 명산은 낙산, 성북산, 개운산 그리고 미아리 고개, 그 너머가 외계였다 수많은 버스가 UFO 군단처럼 고개를 넘어왔다가 고개를 넘어갔다 사내에게 역마(驛馬)가 있었다면 여자에게는 도화( 桃花)가 있었다 말 타고 찾아간 계곡, 복숭아꽃 시냇물에 떠내려 오니… 그들이 거기서 세월과 계란을 잊은 채… 초록빛 자연과 푸른 하늘과…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   왕십리   새로 두 시에 산등성이를 건너온 비는 내 방 창을 두드린다 창문에 조팝나무 잎이 우표처럼 붙어 있었다 먼 데 있는 것들이 문득 소식을 전하는 때가 있다 지나쳐온 것들이 중국집 스티커나 세금 고지서처럼 문 앞에 부려져 있을 때 그걸 묵은 신문지와 함께 버릴 수 있나? 웃기고 있네. 나는 과금별납처럼 살았어 내 자리 어디선가 조금씩 내가 빠져나간 거지 세 시가 되니 비는 더 심해져서 파도치는 소리를 낸다 창문을 여니 먼 데 불빛이 어렵게 깜박인다 누군가 구조신호를 보내는 게지 구름 뒤에 둥글게 빛나는 달이 있듯이 저곳 어디에 왕십리가 있을 것이다 나는 외도가 지나쳤다,라고 목월은 말했지만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저 길 너머에 있었다 새로 세시에서 네 시로 지나가는 저 비처럼 나는 세상을 건너갈 수 없었다 왕십리, 십리가 멀다 하고 찾아갔던 곳 하지만 늘 십리는 더 가야 하던 곳 내게도 밤을 디디고 가야 할 곳이 있다 몰론 왕십리에 가기 전에, 왕십리도 못 가서 나는 발병이 날지도 모르지만    서울시 신림동 산77 성 김복례의 하루   1    부엌 지붕 새로 스며든 빗물이 판자를 휘어놓았다 식기들이 비스듬히 걸터앉아 아침햇살에 이 빠진 웃음을 웃는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구를 계산하는 그릇들도 이 집 식솔들이다   2    지나는 곳마다 고개턱이어서 길들도 한숨을 부려놓는 곳 그 길을 091021-2023527 김복례 할머니가 오른다 마을의 수도꼭지들이 할머니를 따라 쇳물을 쿨럭거린다 소리의 음계를 밟으며 할머니 길을 오르신다   3    이곳에 시멘트 숲이 얼기설기 솟았을 때 김복례 할머니가 왔다 고려 때도 고려장은 없었다는데 자식들은 끈 떨어진 구슬처럼 흩어졌다 아니 구슬이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저녁마다 할머니는 방바닥에 대고 걸레 잡은 손을 휘휘 젓는다 아무도 못 보게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4    산 아래는 지금 영구 임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포크레인은 술 취한 애비를 닮았다 마구 가산을 부수어 놓는다 레미콘이 임신한 여인네처럼 뒤뚱거리며 뒤를 따라온다 흙발로 여기저기 쿵쾅거리며 뛰어 다니는 트럭들....시끄러운 이웃이다   5    바람만 따라오던 넌출 가로등 돌아가고 건너편 산등성이 불빛들도 까무룩 조는 초여름 저녁, 김복례 할머니 형광등 값을 아끼려 일찍 자리에 든다 벌써 눕느냐고 칭얼대며 은초롱꽃들이 등을 켜들고 슬레이트 처마 아래를 들여다본다   6    야채나 생선차도 이곳엔 들르지 않는다 해서 이곳엔 기다림이 없다 그저 마른 방구들 풀썩이며 노는 먼지들뿐이다 그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하늘에 제일 가까운 곳에 세워진 빛의 고딕 성당 서울시 신림동 산 77번지, 거기 김복례 할머니가 산다       애마부인 약사(略史) 1대  고개를 좌우로 꼬며 말을 달리는 고난도 기술을 선보인 안소영(1982)에 관해선 이미 말한 바 있다 침대에 누운 그녀가 말 탄 꿈을 꾸는 것인지, 말을 모는 그녀가 침실 꿈을 꾸는 것인지를 중3이 다 말할 수야 없었지만, 동시상영관은 돌아온 외팔이와 안소영 때문에 후끈 달아올랐다   2대  오수비(1983)는 바다로 갔다 그녀는 젖은 몸으로, 몰려오는 파도를 다리 사이로 받으며, 파도보다 큰 소리를 지르곤 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靑馬)의 시구를 그때 배웠다 고1때 일이다   3대  김부선이 말죽거리 떡볶이 집에서 권상우를 유혹할 때(2004) 나는 기절할 뻔했다 나도 권씨지만 그녀를 피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씨름선수 장승화의 들배지기에 자지러지는 그녀(1985)를 본 고3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렇다   4대  이후의 애마부인(1990∼ )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더 이상 연소자가 아니었으니까, 도처에서 여자들이 말 타고 출몰했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다만 김호진(1990)처럼 ROTC 애마보이가 되고 싶기는 했다 그 후로는 나도 애마도 주마간산이었다   9대  진주희(1993)의 운명처럼 말이다 아, 어찌하여 애마의 도(道)는 일본으로 흘러갔는가? 애견부인(1990)은 또 뭐란 말인가? 드라큘라 애마(1994), 애마와 백수건달(1995), 애마와 변강쇠(1995)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끝없는 연애담과 지리멸렬 속으로 빠져들었다   외전(外傳)  애마는 파리에도 가고(1988) 집시도 되었지만(1990) 정작 애마부인을 가르친 정인엽은 지금 삼겹살집 주인이다 애마 아래 남편, 애마 위에 애마보이, 그 위에 나…… 우리는 그렇게 불판 위에서, 납작하게, 지글거렸다 어마 뜨거라, 소리 지르며 한 시절을 지나왔다     ---2------   밀실의 역사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안다는 말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로구나. (이곡 「소포기」)   1. 사막   방에 위도와 경도를 매겨, 지상과 일대일 축척을 실현 한 이모에 관해선 방금 말했다 외할머니가 부를 때마다,  이모는  고비 사막을 넘어  달아났다  대상도 낙타도 없 이……그곳을 건너가는 데 한 뼘이 걸렸다   2. 벼랑                    형은 여름 한낮이면  다락에 올라가 오수를 즐겼다  가 끔 벼락 치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면 디딤판 위에서  코피를 흘리며 코를 고는 형이 있었다  거기가 낙화암도  아닌데, 형은 삼천 번 정도는 몸을 날렸을 것이다   3. 전장   주인집 작은형은 평생을 그늘에서만 산 군주였다 형의  유일한 적수는 나였다  형은 기병과 포병과 보병과 전차 와 코끼리 부대를 앞세워 내게 쳐들어왔다 나는 자주 말 발굽에 밟히거나 코끼리와 수레바퀴에 깔려 신음했다   4. 탑   우리는 주인집 막내를 동장군(冬將軍)이라 불렀다 한밤 에 변소에 갔다가  구멍에 빠졌던 애다  한겨울이어서 그  애는 똥탑을 기어올라  방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 우리는  그 애를 피해다녔다  추위와 똥독을 이겨낸  불굴의 장수 였으므로    5. 식당   주인집 작은누나는 가출한 후에  도루코 면도날 위에서  위태롭게 청춘을 보냈다 한번은 면도칼을 씹다가 주먹에  맞아  입 안이 통째로 날아갔다 한다  그래서 삼양라면을  한 올씩 삼키며 두 달을 살았다 입이 좁은 문이었던 거다       입술 3 한 겹 풍경을 열고 들어가면 촘촘히 심어진 가로수들이 있었습니다 그가  지나간 쪽으로 나무들이 앞 다퉈 잎을 내곤 했습니다 웃음이거나 울음인 것들  을 매달고 나무는 지금 무성합니다 거기엔 분절도 단락도 없어서, 물관을 바  쁘게 오르내리는 홀소리들만 분주했습니다 나는 몇 번이고 그곳을 지나갔습  니다 그때마다 내 손끝은 생장점을 품은 듯 저려왔지만, 그것이 목측目測을  가로막는 목책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촘촘하던 이유마저는 몰랐습니다  현대시 3월호     지문 내가 모르는 일이 몇 가지 있으니 바위에 뱀 지나간 자리와 물 위에 배 지나간 자리와 하늘에 독수리가 지나간 자리 그리고 여자 위에 남자가 지나간 자리 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도무지 모르지, 손가락마다 소용돌이를 감추어두고 사는 일 손잡을 때마다 타인의 격정에 휘말리는 일 내 삶의 알리바이가 여기에 없다고 생각할 때마다 개들은 짖고 먼지는 손에 묻고 버스는 떠나고 비행기는 하늘에 실금을 그으며 날아간다   나는 개를 먹고 개처럼 짖고 개털은 날리고 나를 따라 먼지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다니고 내가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떠나가고 비행기는 활주로에 길고 긴 타이어자국을 남긴다   누웠다 일어난 자리에 흩어진 머리카락, 여기에 내가 아니면 네가 누워 있었을 것이다   내게는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 하고 부르면 내 안에 그늘을 드리우는 게 있다 느릿느릿 얼룩이 진다 눈물을 훔치듯 가지는 지상을 슬슬 쓸어 담고 있다 이런 건 아니었다, 느티가 흔드는 건 가지일 뿐 제 둥치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느티는 넓은 잎과 주름 많은 껍질을 가졌다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발음하면 내 안의 어린 것이 칭얼대며 걸어온다 바닥이 닿지 않는 쌀통이나 부엌 한쪽 벽에 쌓아둔 연탄처럼 느티의 안쪽은 어둡다 하지만 이런 것도 아니다, 느티는 밥을 먹지도 않고 온기를 쐬지도 않는다 할머니는 한 번도 동네 노인들과 어울리지 않으셨다 그저 현관 앞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하루종일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런 얘기도 아니다, 느티는 정자나무지만 할머니처럼 집안에 들어와 있지는 않으며 우리 집 가계(家系)는 계통수보다 복잡하다 느티 잎들은 지금도 고개를 젓는다 바람 부는 대로, 좌우로, 들썩이며, 부정의 힘으로 나는 왔다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여기에 느티나무 잎 넓은 그늘이 그득하다 (문학사상 5월) 오래 전 사람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파문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당신과 그 사람 사이에    어떤 간격을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면    어느 집 처마 아래 서보라    동그라미와 동그라미 사이에 촘촘히 꽂히는    저 부재에 주파수를 맞춰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오래된 라디오처럼 잡음이 많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파문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국수 넓은 마당 옆에 국수집이 있다고 내가 말했던가 우리 이모네 집이다 저녁이면 어머니는 나를 그리로 마실 보내곤 했다 우리는 국수보다 삼양라면이 좋았는데 이를테면 꼬불꼬불한 면발을 다 먹고 나서야 아버지는 상을 엎었던 것인데 국수 뽑는 기계는 쉴새없이 국수를 뽑았다 동어반복을 거기서 배웠다 목포는 항구고 흥남은 부두지만 국수는 국수다 국물을 우려내는 멸치처럼 나는 작았고 말랐고 부어 있었다 나는 저녁마다 국물 속을 헤엄쳐 다녔다 어느 날 아버지가 고춧가루를 뿌렸다 좋아요 형님, 다 신 안 와요 보증을 잘못 섰다고 한다 거길 떠난 후에 내가 먹은 국수는 어머니가 반죽해서 식칼로 썰어낸 손칼국수다 면발이 빼뚤빼뚤해서 이모네 국수처럼 가지런하지 않았다 내가 보증한다 그때 내가 좋아한 건 이틀에 한 번씩 오는 번데기 리어카와 솜틀집 문에 치여 죽은 병아리 그리고 전도관의 풍금소리, 결단코 국수는 아니었는데 그 후로도 눈이 내렸다 밀린 연탄재를 한 길에 내다버릴 수 있다고 어머니가 좋아하던 그 눈, 국수가 나올 때 그 위에 뿌리는 밀가루처럼 하얗고 퍽퍽한 그 눈, 우리는 면발처럼 줄줄이 넓은 마당에 나오곤 했던 것인데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진하게 우려낸 하늘은 무엇인가 번데기처럼 구수하고 병아리처럼 노랗고 풍금의 건반처럼 가지런한 이것은 무엇인가 (문예중앙 2003년 겨울호)  스파이더맨    1   거미인간에 관해 말하자 넓은 마당의 위아래, 전후좌우, 동서남북을 샅샅이 훑던 그의 거미손에는 걸리지 않는 게 없었다 그가 손바닥을 펴면 문짝, 신문지, 고장 난 석유난로, 콜라병 같은게 손에 와서 척척 붙었다 동그랗게 부풀어 오른 리어카를 끌고 그는 수도 없이 골목을 오르내렸다      2   넓은 마당은 방사형으로 가지를 친 수많은 길과 골목의 중심이다 거기서 동쪽 능선을 넘어가면 보문사가, 남쪽 고갯마루를 타넘으면 배성여상이, 서쪽 산정에 오르면 낙산아파트가 나온다 북쪽 길로 내려가면 삼선초등학교다 거기에 수많은 골목과 골목이 들러붙어 새끼를 쳤다   3   사실 내가 말하고 싶었떤 이는 인자仁子다 건너편 등성이에 사는 성신여중 학생이다 좁다란 시멘트 길을 걸어 올라가던 그 아이의 실루엣을 이쪽 건너편에서 볼 때마다, 나는 거미인간이 되고 싶었따 그를 따라 리어카를 따라 소녀의 집까지 가보고 싶었다 다족류多足類의 발하나를 거기 걸쳐두고 싶었다   4   거미인간은 넓은 마당 한구석에 모아온 것들을 쌓아두었다 그 아이를 고치처럼 둘둘 말아 종이뭉치와 고철더미와 나무토막 옆에 두었다 이십 년 동안 모아두었다 이십 년 동안 소녀는 나처럼 낡아갔을까 거기서 방문을 드나들고 폐지를 학교에 내고 난로를 쬐고 콜라를 마셨을까   5   모든 길은 넓은 마당으로 모이고 넓은 마당에서 갈라졌다 우리는 골목에서 태어나 넓은 마당으로 갔다 우리는 거기서 걸렸다 거미인간만이 보문사와 낙산을, 배성여상과 삼선초등학교를, 나와 안자 시이를 넘나들었따 그는 자유인이었고 독재자였다 그의 많은 재산 가운데 약간을 대출 받아 이렇게 쓴다   세상의 끝    동도극장을 아십니까?     만약 아신다면 당신은 저 오랜 독재자가 말년을 보낼 즈음에 삼선동과 동소문동 어디쯤에서 살았던 것이 틀림없군요   넓은 마당을 곧장 내려가면 삼선초등학교가 나오고 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경동고등학교가, 왼편으로 가면 한성여고가 나옵니다 삼거리는 어디나 연애담을 담고 있습니다 형들과 누나들이 거기서 만나 동도극장에 가곤 했답니다 학생주임이 몽둥이를 들고 그곳을 급습했지만, 아시다시피 필름은 하루에 다섯 번이나 돌아가고 극장 안은 아주 어둡습니다   내가 동도극장을 처음 본 건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두 번째 독재자의 취임기념우표를 사러 새벽길을 가는데, 머리가 떨어져나간 시체가 소복을 입은 채 으스스하게 서 있는 거였습니다 란 프로였죠 귀신은 우처국 앞까지 쫓아왔다가 날이 밝아서야 돌아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죠 얼굴이 없었는데 미녀인 건 어떻게 알았으며 소복을 입었는데 몸매는 또 어떻게 보았을까요?   나중에야 그게 세상 끝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운명이란 걸 알았습니다 어슴프레 서 있긴 한데 도무지 얼굴은 보이지 않는 이들 말이죠 동도극장이 꼭 그랬습니다 내가 철이 들 무렵 동도극장은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내가 연소자 관람불가를 넘어설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거지요 나는 지금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동도극장엔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세상의 끝까지 가보지 못했답니다    쑥대머리    제가 다니던 삼선교회엔 유난히 숙이 많았죠   은숙(恩淑)이, 애숙(愛淑)이, 양숙(良淑)이, 현숙(賢淑)이, 경숙(京淑)이, 남숙(南淑)이, 난숙(蘭淑)이, 미숙(美淑)이, 정숙(貞淑)이……    그야말로 쑥밭이었죠제일 믿음이 좋았던 애는 은숙이,   애숙이는 잠시 나를 사랑했고   양숙이와 현숙이는 정말로 현모양처가 되었죠   경숙이는 지금도 서울에 살지만, 남숙이는    먼데로 이사 갔답니다   난숙이는 청초했고 미숙이는 예뻤는데   지금도 제일 기억나는 애는 정숙이에요   어렸을 때 귤껍질 넣은 주전자 물을 뒤집어 썼지만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던 아이   그러던 어느 성탄절에 성극을 하다가   두건과 함께 가발이 홀랑 벗겨진   울지도 않고 끝까지 마리아 역할을 하고는   그 길로 교회를 떠난 아이, 지금도 어디선가   단정한 자세로 앉아   거지꼴을 한 동박박사들을 기다리는 거나 아닌지요        
1370    한석윤 동시인 = 동시화집 댓글:  조회:4908  추천:0  2015-07-20
한석윤선생님의 동시화집 《걀걀 웃음 겯는 아이》(그림 신순칠)가 일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되여 독자들과 대면했다. 이 책은 한석윤옹이 6년간 써신 동시중에서 선정하여 묶은것이다. 이 책에는 도합 60수의 동시가 들어있는데 행마다 련마다에서 작자가 많은 심혈을 들였음이 력력히 엿보인다. 이 책은 작자가 원래의 자아를 뛰여넘어 또 한차원 껑충 올라섰다는것, 비교적 성공작이라는 평판을 받게 된다. 특히 어린이들의 구미에 맞게 그리고 주변의 생소하지 않은 사물이나 현상을 잡고 해학적으로 그 흐름자체가 내물 같게끔 색채와 운률을 시맥에 부여한것은 일종 아무도 흉내낼수 없는 특이한 기법이라 아니 할수 없다. 이면에서 한석윤의 동시화집은 남다른 매력을 과시하고있다. 이외에도 그림이 곁들여진것도 앙증스럽고 애들 주목을 충분히 끌수 있도록이 안받침되여 글을 한층 빛나게 해주고있다. 두분의 시와 그림의 치밀한 합작은 이 책의 인기에 점수를 더해주고있다. 한석윤옹은 중국작가협회회원으로서 선후로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중국소년보사 사장 등을 력임하였으며 펴낸 시집으로는 “별과 꽃과 아이와”, “내가 만약 노벨상을 만든다면” 등 다수가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엽성도상, 중국소수민족문학상, 진달래문학상, 연변작가협회문학상, 한국방정환문학상 등이 있다. 한편 그는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를 운영해나가면서 청소년사업에 유조한 대량의 사업들을 활발히 펼쳐나가고있다. 조글로미디어 전춘식
1369    일본 천재시인 - 테라야마 슈우시 댓글:  조회:3902  추천:0  2015-07-18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1935-1983)의 첨예한 아방가르드 시 나의 이솝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1. 초상화 속에 그만 실수로 수염을 그려 넣어버렸으므로 할 수 없이 수염을 기르기로 했다.   문지기를 고용하게 되어 버렸으므로 문을 짜 달기로 했다.   일생은 모두가 뒤죽박죽이다 내가 들어갈 묘혈(墓穴) 파기가 끝나면 조금 당겨서라도 죽을 작정이다.   정부가 생기고 나서야 정사를 익히고 수영복을 사고나면 여름이 갑자기 다가온다.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다.   한데 때로는 슬퍼하고 있는데도 슬픈 일이 생기지 않고 불종을 쳤는데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여 개혁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 바지 멜빵만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는 것이다.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이다.       개가 되어 버렸다. 법정에서 들개사냥꾼이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개가 되어 버렸을까? 개가 되기 전에 당신은 나의 아는 사람 중의 누구였습니까? 크로스워드 퍼즐 광인 교환처(交換妻) 선원조합 말단회계원인 부친 언제나 계산자를 갖고 다니는 여동생의 약혼자 수의(獸醫)가 못되고 만 수음상습자 숙부 하지만 누구든 모두들 옛날 그대로 건재하다. 그러면 개가 되어버린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는 한 사람의 개 백정쯤 없어도 가득 찰 수 있지만 여분인 한 마리의 개가 없어도 동그랗게 구멍이 뚫리는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사러 갔다가 한 덩이 빵을 사서 돌아왔다.     4. 고양이……다모증(多母症)의 명상가 고양이……장화를 신지 않고는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동물 고양이……먹을 수 없는 포유류 고양이……잘 안 써지는 탐정소설가 고양이……베를리오즈 교향악을 듣는 것 같은 귀를 갖고           있다 고양이……재산 없는 쾌락주의자 고양이……유일한 정치적 가금(家禽)     5. 중년인 세일즈맨은 갑자기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마다가스칼語보다 부드럽고 셀벅로찌어語보다도 씩씩하고 꿀벌의 댄스 언어보다 음성적이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표기는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고 새들에게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새로운 언어다.   라고 세일즈맨은 그 언어로 말을 하고 나는 해석하여 감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중년인 세일즈맨은 가방을 든 채 벤치에서 죽고 친척도 없이 신분증명서만이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나는 그가 발견한 새로운 언어로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말을 걸어 봤으나 아이들은 웃으며 도망치고 일꾼들은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빵집에서는 빵도 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가 새로운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인지 새로운 언어가 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하여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다.     라는 새로운 언어가 통할 때까지 지나가는 그들 사물의 folklore 가라앉는 석양을 향해 나는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6. 불행이란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 언제나 나에게 바싹 붙어 있다.     7. 도포이송한 와우여 한도포이송 여와우 송도포이한 우여와 포송이한도 우와여   여우와 한 송이 포도를 종이에 쓰고 한 자씩 가위로 잘라 흐트렸다간 다시 아무렇게나 나열해 봅니다. 말하기 연습은 적적할 때의 놀이입니다.   *《일본현대시선》 도서출판(1984년 간행. 박현서 역)에서 발췌         일본 천재시인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1935-1983)의 첨예한 아방가르드 시, 『나의 이솝』을 소개하며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주말을 맞았다. 사방에서 단풍드는 소리, 간간히 빗소리에 섞인다. 오랜만에 서점에 들러 시집 몇 권을 샀다. 늦었지만 올해의 노벨상시인 토마스트란스트뢰메르의 와 W.H. 오든의 시집, 그리고 마야코프스키의 책도 샀다. 모두 밋밋하고 잘 와 닿지 않는다. 원작이 시원찮아서 그럴 리는 없고 역시 번역의 문제점일 것.  어쨌든 시로써 나에게 다가서지는 않는다. 한글번역본과 영문번역본이 함께 편집된 도서출판의 책에는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 내가 졸역(拙譯)했던  시 도 이미 번역돼 수록돼 있음을 알았다.   사온 책을 덮고 일본 시인,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1935-1983)의 시를 읽는다. 그의 전위적인 시는 번역시라기보다도 원어로 읽는 느낌에 가깝다. 이 괴짜배기 시인은 아방가르드의 진미를 적나라하게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자유혼, 인생관을 한 편의 시 속에 그토록 알뜰하게 쏟아 부었다. 내가 그의 시를 만난 것은 오랜 유랑에서 돌아와 문학에 다시 몰입하기 시작한 1980년 중반의 일이다. 혼자 경주로 3박4일 무전여행을 작정하고 떠났다가 중도에 경주남산을 포기하고 이틀 만에 돌아와 서울역 근처 헌책방에 처박혀 몇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 내 눈에 번쩍 들어온 한 권의 헌책. 그 책이 바로 이다. 이 책에는 22명의 일본 현대시인의 시가 소개돼 있으나 그 어떤 시인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다만 이 번역본이 나온 1984년 바로 전해인 1983년에 약관의 나이 48세로 요절한 테라야마 슈유시가 그처럼 나를 애타게 나를 기다리다가 떠나버린 것이다. 그것은 전혀 이 아니라 나에게는 안타까운 필연. 문학청년이던 고등학교 시절 좋은 시에 목마르던 때에 시인 조향(조섭제)을 만난 사건 이후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시를 번역한 박현서 시인(1931년 김해 출생. 시집 1958년 간행)에게도 깊은 경의를 표한다. 박 시인을 찾아내고 싶으나 아는 사람이 전무하다.  그는 테라야마 슈우시를 제대로 이해한 시인이자 번역자일 것이다.   김영찬//    [출처]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1935-1983)의 첨예한 아방가르드 시 |작성자 banyantree  
1368    되돌아오는 세월... 댓글:  조회:5469  추천:0  2015-07-18
[ 2015년 07월 13일 07시 34분 ]     (력사의 한 페이지... 천안문성루 보수작업, 항일전쟁승리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보수.) 되돌아오다 - 조승래(1958~ ) 바다를 강이 끌어당기고 강을 시냇물이 끌고 가고 시냇물을 빗줄기가 데려가고 빗줄기를 녹차가 우려내고 우려낸 향기를 한 사내가 받아 마신다 찰랑이는 찻잔 속 바다 찻잔 안에 물이 찰랑인다. 이 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물의 기원은 빗줄기에서 시냇물로, 시냇물에서 강물로, 강물에서 바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은 돌고 도는 긴 순환 끝에 찻잔으로 돌아온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순환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 물은 순환하며 세계를 비옥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세계가 순환할 때 우리는 날마다 변한다. 이것은 우리가 순환하는 자연과 우주의 일부라는 뜻이다.
1367    <아내> 시모음 댓글:  조회:4947  추천:0  2015-07-18
                아내의 얼굴 / 李 誠             아름다운 금잔화꽃밭을       무거운 수레가 깊은       자국을 남기며 지나갔다                           아내 / 윤수천        아내는 거울 앞에 앉을때마다 억울하다며 나를 돌아다본다 아무개 집안에 시집 와서  늘은 거라고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과  하얀 머리카락뿐이라고 한다   아내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모두가 올바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내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슬그머니 돌아앉아 신문을 뒤적인다   내 등에는  아내의 눈딱지가 껌처럼  달라붙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잠시 후면  아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딱 일어나  종종걸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환하도록 문지르고 닦아  윤을 반짝반짝 내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내에게 / 유용주      90밀리 못 하나가  무게 1톤을 감당한다고 하는데  75킬로그램 내 한 몸이 지탱하는  생의 하중은 얼마나 될까  얼마나 무겁게 이끌고 왔는지  하찮은 내 무게에 늘 삐그덕 삐그덕댔지  타이어가 뭉개지도록 가득 실은 모래와 자갈,  그 위에 시멘트를 얹고  길은 어둡고 날은 사납다  .........  오오 아내여  뒤를 미는 아내여                아내 / 공 광규 아내를 들어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부대처럼 가볍다.                무량사 한 채 / 공 광 규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 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아내의 구두 / 박정원      아내의 구두굽을 몰래 훔쳐본다 닳아 없어진 두께는 곧 아내가 움직였을 거리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만 기대었던 굽이 다른 한쪽 굽을 더 깊게 파이게 했다 덜 파인 쪽에 힘을 주면 굽의 높이가 같아질까 나를 받아주기 위해 제 몸만 넓혀갔지 헐렁헐렁한 건강 한 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구두 밑창을 갈면 왠지 낯설 것 같은 구두, 버리면 지나간 가난이 서리발처럼 일어설 것 같아 신발장에 슬며시 들여놓는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으며 눈물 흘렸을 때 군말없이 동행해주었던 구두 핼쑥해진 아내의 얼굴처럼 광택이 나지 않는 구두 아무렇게나 신어도 쑥쑥 들어가는 구두가 보약 한 번 먹이지 못한 아내 같다 키를 맞추겠다면서 높은 구두는 고르지도 않던 아내에게 숫처녀 같은 구두 한 켤레 사주고 싶다               잠모습 아내 / 천상병      어이없게 어이없게 깊게 짙게  영! 영! 여천사 같구나야!  시간 어이없게 이른 새벽!  8월 19일 2시 15분이니  모름지기 이러리라 짐작 되지만  목순옥 아내는  다만 혼자서 아주 형편없이 조그만  찻집 귀천을 경영하면서  다달이 이십만원 안팎의 순이익(純利益)올려서  충분히 우리 부부와 동거하고 있는  어머니(사실은 장모님)와 조카  스무살짜리 귀엽기 짝없는 목영진  애기 아가씨와  합계 네사람 생활, 보장해 주고  또 다달이 약 오만원 가량  다달이 저금하니  우리 네 가족 초소시민층(超小市民層)밖에 안돼도  그래도 말입니다!  나는 담배 - 그것도 내 목구멍에  제일 순수한 담배 골라 피울 수 있고요!  술은 춘천의료원 511호실에서  보낸 날수로 따져서 말해요!  1월 20일에서 1월 17일까지니  담배 더러 피우긴 했었지만  그러니 불법(不法)적으로  피운긴 했어도  간호원이나 기분 언짢고 그래서 지금 금연중이고  소설가인 이외수(李外秀)씨와 이름잊은 제수씨가 퇴원때  집에 와서  한달동안 지기들 집에서 머물러 달라고 부부끼리 간청했지만......  다 무시하고  어머니와 영진이가 있는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직귀(直歸)했습니다!  아내야 아내야 잠자는 아내야!  그렇잖니 그렇잖니.                이십대 마지막 아내 / 전남진     이십대 마지막 아내가 잠들어 있다  손을 뻗어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얼굴을 만진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가 따뜻하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는 아이를 갖고 있다  아이는 엄마의 마지막 이십대에 태어날 것이다  아내의 마지막 이십대는 분만의 고통에 바쳐질 것이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볼이 붉다  붉어서 황홀하다  나의 황홀한 비애에도 아내는 눈을 뜨지 않는다  아내의 마지막 이십대는 늦잠처럼 느리게 갈 것이지만  일요일처럼 빨리 가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잠든 얼굴에  햇살이 선을 긋는다  손을 뻗어 선의 골짜기를 쓸어내리면  지나간 연애가 만져질까  이십대 마지막 아내가 내 손을 걷어내고 돌아눕는다  내 이십대의 마지막에도  그 누군가에게서 돌아누웠던 것처럼  일요일 아침,  이십대 마지막 아내의 잠이 느리게 간다.                 아내의 가방 / 김륭 아내에겐 가방이 많다  시집올 때 가져온 악어가죽 핸드백이 새끼를 친다. 평범한 디자인의  손가방만 네 개에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크로스백과 토끼털 고급 토트  백 벨로체 다용도 보조가방 루이비통 복조리백이 있다.  여우꼬리가 장식으로 달린 김희선 숄더백은 지난달 카드로 긁었다.  쥐꼬리 월급에 목을 매고 사는 나는  언제나 성性에 차지 않는 아내의 가방 욕심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시뻘건 고무장갑을 끼고 매일 아침 찌-익, 여행용가방 지퍼를 열듯  방바닥에 눌러 붙은 내 배를 가르는 아내, 음매음매 눈으로 우는 소가  죽지갑을 꺼내고 회사근처 지하노래방 마이크와 맥주병을 찾아내고  아뿔싸! 미스 金 입술도장까지 꺼낸다.  할부금처럼 밀린 섹스에게 잽싸게 칫솔을 물리자  지글거리는 프라이팬, 신이 났다.  속까지 부실하면 안 된다고 우유 한잔에 토스트 한 조각 물려주는  아내, 넥타이 꽉 졸라매면 루이비통 스타일의 복조리백이 되는 얼굴  에 쪽쪽 뽀뽀도 해준다.  아침에 꺼낸 것들, 검은 비닐봉지나 장바구니로 담아올 수 없는 그것들  빳빳하고 싱싱하게 다시 채워오라고  날이 갈수록 배 불룩해지는 비닐가죽가방 하나  문밖으로 떠밀어놓는다.                아내의 재봉틀 / 김 신용     수의를 만들면서도 아내의 재봉틀은 토담 귀퉁이의 조그만 텃밭을 깁는다  죽은 사람이 입는 옷, 수의를 만들면서도  아내의 재봉틀은 푸성귀가 자라고  발갛게 익은 고추들이 널린 햇빛 넓은 마당을 깁는다  아내의 가내공장, 반지하방의 방 한 칸  방 한 가운데, 다른 가구들은 다 밀어내고  그 방의 주인처럼 앉아 있는 아내의 재봉틀,  양철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맨발의 빗소리 같은 경쾌함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자급자족할, 지상의 집 한 칸을 꿈꾸고 있다  지금, 토담 안의 마당에서는 하늘의 재봉틀인 구름이  비의 빛나는 바늘로 풀잎을 깁고,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을 깁고 있을 것이다  모든 생명들을 기운 자국 하나 없이 깁는 고요한 구름의 재봉틀,  그 천의무봉의 손이듯, 아내의 구름인 재봉틀은  지상의 마지막 옷, 수의를 지으면서도  완강한 생활의 가위로 시간의 자투리까지 재단해  가계(家計)의 끈질긴 성질을 깁는다                   아내 / 박제영     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요.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요. 언제까지 내가 당신을 돌봐줄 수는 없을 테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아내는 섭섭하면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나오더래요.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그랬대요. 저 여자 참 부럽다. 그랬더니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예요. 아주머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주머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거르고 아주머니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지요.   기운내요. 여보. 이럴 때 오히려 당당하게 보여야 해요.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                아내의 문신 / 박완호 1 아내의 몸 속엔 내가 지나온 길들이 들어 있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제 속에 감추고 있던 길들을 꺼내 한 번 들어가 보라며 내게 입구를 보여준다 함께 산 지 십 수 년 동안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길들, 어느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낯설지 않은 길들의 벌어진 아가리가 꼬리를 물고 달려든다 주춤거리는 내게 아내는 자꾸 그 위에 발을 얹으라며, 그 길들을 따라가면 내 그리움의 뿌리를 만질 수도 있을 거라며 자꾸 나를 몰아 세운다  2 여자는 몸 속에 지나온 날들의 내력을 숨기고 있다  사랑을 나눌 때 그녀의 몸에는  남자가 걸어온 길들이 문신처럼 새겨진다  아내의 몸 속 길들 위에는 기억나지 않는  내 삶의 이력이 적힌 문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 길들을 따라 걸으며 나는 문장들을 주워 읽는다  한 번도 들키지 않았으리라  여겼던 비밀들이 주워 담을 수 없는 고백처럼  수런거리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걸 본다  그녀는 언제 이 많은 문장들을 써 온 걸까  아내와 나누었던 그 많은 사랑의 순간들이 결국  내 속의 문장들을 그녀에게 옮겨 적는 작업이었다니  아무도 몰래 그녀가 내 은밀한 속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 몸에도 어느새 그녀의 상처가 새겨지고 있었다니                 잠자는 아내를 보며 / 박재삼      깨어 있을 때는  그리 일이 많던 아내가  잠에 골아 떨어지고 보면  세상천지는 내 몰라라  숨쉬는 소리만이  새록새록 들리는데,  이렇게 늘 가까이서  살을 대고 산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구나.  이 인연을 어찌하고  각각 이승을 뜨고  억울하게 땅 밑에 묻히는  숱한 세월을 생각하면  그 虛無를 어쩔거나.                아내와 다툰 날 밤 / 복효근     새로 얻은 전셋집 마당엔  편지 대신 들꽃씨가 자주 날아와 앉았지  봄 내내 우린  싸움닭처럼 다투었고 그런 날이면  마당귀 가득 달맞이꽃이 피었지  전세값이 삼백이나 더 오른 날 밤도  달은 뜨고 달맞이꽃은 피었지  하많은 날 수많은 꽃들이 피었다 져도  세상은 아직 그렇게 아름다워지지 않았으므로  밤이 되어  어둠이 세상을 온통 지워버려도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그 아픔으로  깨어있는 들꽃 같은 우리네 소망  그리고 아직은  가슴 가득 정정한 그리움도 있어  별이 어두울수록 빛나듯  달 없는 밤에도 꽃은 피는지  우리 긴긴 싸움의 나날  아내여, 귀 기울여봐  온갖 것 다 놓아버리고 싶은 밤이면  어둠 가득한 마당귀에  귀 기울여 들어봐  아아,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봐                   내 아내 / 서정주        나 바람 나지 말라고   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   삼천 사발의 냉숫물     내 남루(襤褸)와 피리 옆에서    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   항시 숨쉬는 그 숨결 소리     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아     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   내 숨은 그녀 빈 사발에 담을까                   여편네의 방에 와서 / 김수영   - 신귀거래(新歸去來) 1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이렇듯 소년처럼 되었다  흥분해도 소년  계산해도 소년  애무해도 소년  어린 놈 너야  네가 성을 내지 않게 해주마  네가 무어라 보채더라도  나는 너와 함께 성을 내지 않는 소년  바다의 물결 작년의 나무의 체취  그래 우리 이 성하(盛夏)에  온갖 나무의 추억과  물의 체취라도  다해서  어린 놈 너야  죽음이 오더라도  이제 성을 내지 않는 법을 배워주마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점점 어린애  나는 점점 어린애  태양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죽음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언덕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애정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사유 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간단(間斷)아래의 단 하나의 어린애  점(點)의 어린애  베개의 어린애  고민의 어린애  여편네의 방에 와서 기거를 같이해도  나는 점점 어린애  너를 더 사랑하고  오히려 너를 더 사랑하고  너는 내 눈을 알고  어린 놈도 내 눈을 안다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아내의 꽃 / 김경진   꽃들은 얼굴을 마주볼 때 아름답다  술패랭이꽃이 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내의 얼굴에 핀 기미꽃을 본다  햇볕의 직사포를 피하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에도 아랑곳없이  자꾸 얼굴에 번져가는 아내의 꽃,  사시사철 햇볕이 없을 수 없듯 피할 수 없이  아내의 얼굴엔 피어난 꽃이 늘어간다  아내는 몸 꼭대기에 꽃밭을 이고 다니는 것이다  기미꽃, 죽은깨꽃, 주름꽃  다양한 아내의 꽃밭에서 그래도 볼 위에  살짝 얹어진 웃음꽃이 가끔씩 위안으로 피어난다  술패랭이꽃들이 몸을 부비는 산책로를 걸으며  나는 아내의 손바닥에 글씨를 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항상 내 곁에 있다고                      내외 / 윤성학     결혼 전 내 여자와 산에 오른 적이 있다  조붓한 산길을 오붓이 오르다가  그녀가 나를 보채기 시작했는데  산길에서 만난 요의(尿意)는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가혹한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벗어나  숲 속으로 따라 들어왔다  어딘가 자신을 가릴 곳을 찾다가  적당한 바위틈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를 바위 뒤편에 세워둔 채  거기 있어 이리 오면 안돼  아니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안돼 딱 거기 서서 누가 오나 봐봐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서  그녀가 감추고 싶은 곳을 나는 들여다보고 싶고  그녀는 보여줄 수 없으면서도  아예 멀리 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그 거리, 1cm도 멀어지거나 가까워지지 않는  그 간극 바위를 사이에 두고  세상의 안팎이 시원하게 내통(內通)하기 적당한 거리                  그 여자 발 / 김영승     말간 소주  놋쇠 대야에 부어 놓고  그 여자 발 하얀 그 발  조심스레 씻겨 주며  내 한 잔씩 떠 마시면  아름답기에 갖는 번뇌  내 혀에 와 닿겠네.                    마누라와 마늘 / 임정일     장마가 오기 전  김치를 담아야 한다고  마누라는 마늘을 깐다  옹기종기 다닥다닥 야무지게 엮어  바람 좋은 뒷 베란다에 내어 걸더니  못난 서방 멱살이나 낚아채듯  후둑후둑 대차게 뽑아낸  마늘 대여섯 통  마누라 쭈욱 뻗은 팔자 다리 사이  불량만두 제조업체사장은  종적도 없이 한강에 투신을 하고  900억 국회 건물은 신축을 한다  한 접에 만오천 원하는 육종 마늘 값을 아끼려  경동시장을 다녀온 마누라의 알통은  마늘쪽보다 더 다글다글 하다  휘발유 냄새 가시지 않은 신문을 깔고 앉아  마누라가 마늘을 깐다  풋마늘 냄새 손톱 밑을 파고들어  첫 봉숭아 물들이기 전까지 아릿할 텐데  마늘냄새 풍기며 바가지 긁는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아내의 젖을 보다 / 이승하      나이 쉰이 되어 볼품없이 된  아내의 두 젖가슴이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모신 무덤 같다  유방암이란다  두 아이 모유로 키웠고  내가 아기인 양 빨기도 했던  아내의 젖가슴을 이제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나이 쉰이 다 되어 그대  관계를 도려내고  기억을 도려내고  그 숱한 인연을 도려내듯이  암이 찾아왔으니 암담하다  젖가슴 없이 살아야 할 세월의 길이를  생명자가 있어 잴 수가 있나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입덧할 때처럼  토하고 또 토하는 아내여  그대 몇 십 년 동안 내 앞에서  무덤 보이며 살아왔구나  두 자식에게 무덤 물리며 살아왔구나  항암 치료로 대머리가 되니  저 머리야말로 둥그런 무덤 같다  벌초할 필요가 없다  조부 무덤 앞 비석이  발기된 내 성기 닮았다                 아내의 봄비 / 김해화    순천 웃장 파장 무렵 봄비 내렸습니다.  우산 들고 싼거리 하러 간 아내 따라 갔는데  파장 바닥 한 바퀴 휘돌아  생선 오천원 조갯살 오천원  도사리 배추 천원  장짐 내게 들리고 뒤따라오던 아내  앞 서 가다보니 따라오지 않습니다  시장 벗어나 버스 정류장 지나쳐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비닐 조각 뒤집어 쓴 할머니  몇 걸음 지나쳐서 돌아보고 서 있던 아내  손짓해 나를 부릅니다  냉이 감자 한 바구니씩  이천 원에 떨이미 해가시오 아줌씨  할머니 전부 담아주세요  빗방울 맺힌 냉이가 너무 싱그러운데  봄비 값까지 이천 원이면 너무 싸네요  마다하는 할머니 손에 삼천원 꼭꼭 쥐어주는 아내  횡단보도 건너와 돌아보았더니  꾸부정한 허리로 할머니  아직도 아내를 바라보고 서있습니다  꽃 피겠습니다                 처 자 / 고형렬   주방 옆 화장실에서  아내가 아들을 목욕시킨다  엄마는 젖이 작아 하는 소리가  가만히 들린다  백열등 켜진 욕실에서 아내는  발가벗었을 것이다  물소리가 쏴아 하다 그치고  아내가 이런다 얘,너 엄마 젖 만져봐  만져도 돼? 그러엄. 그러고 조용하다  아들이 아내의 젖을 만지는 모양이다  곧장 웃음소리가 터진다  아파 아놈아!  그렇게 아프게 만지면 어떡해!  욕실에 들어가고 싶다  셋이 놀고 싶다  우리가 떠난 훗날에도  아이는 사랑을 기억하겠지                 나의 아내 /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 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잔을 끓여다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 미당의 시  **매릴린 옐름,                아내는 늘 돈이 모자라다 /전기철       아내는 나를 조금씩 바꾼다. 쇼핑몰을 다녀올 때마다  처음에는 장갑이나 양말을 사오더니  양복을 사오고 가발을 사오고  이제는 내 팔과 다리까지도 사온다. 그때마다  내 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지만 아내는 막무가내다.  당신, 이렇게 케케묵게 살 거예요, 하면  젊은 아내에게 기가 죽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만다.  얼마 전에는 술을 많이 마셔 눈이 흐릿하다고 했더니  쇼핑몰에 다녀온 아내가 눈을 바꿔 끼라고 한다.  까무러칠 듯 놀라며 어떻게 눈까지 바꾸려고 하느냐, 그렇지 않아도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린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들이 구식이라 그래요, 한다.  내 심장이나 성기까지도 바꾸고 싶어 하는  아내는 늘 돈이 모자라서 쩔쩔맨다.  열심히 운동을 하여 아직 젊다고 해도  아내는 나를 비웃으며 나무란다.  옆집 남자는 새 신랑이 되었어요. 당신은 나를 위해서 그것도 못 참아요, 한다.  그때마다 시무룩해진 아내가 안쓰러워 그냥 넘어가곤 하는데  아침 일찍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거울 속에서 내 자신이었을 흔적을 찾느라  얼굴을 아무리 뜯어보아도 내 모습이 없으니  밖에 나가면 검문에 걸릴까 두려워 일찍 귀가하곤 한다.                 처의 바가지 / 고형렬       서울서 한 20년 잘 살아내더니 여편네가  어느날 갑자기 아주 멀리 가고 싶다고 한다  길이 돌로 된 독일은 안돼도 방콕이나 인도쯤  석양이나 초원을 보고 싶다고 투정이다  길바닥에 앉아 변을 누어도 괜찮다는 곳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내버려둔다는 곳  그러나 여편네는 왜 자신이 이러는지를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할 수 없다 불평이다  남편이 싫어서도 아이들이 싫어서도 아닌데  왠지 낯선 세상을 보고 싶다니 왠일일까  여편네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사는 재미가 싹 사라져버린 것 아닐까                  아내의 브래지어 /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 일으켜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하자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옹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죤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 전윤호 짐을 싸는 데 익숙해진 그녀는  내가 없어도  쉽게 떠날 준비를 끝낸다  내 몫으로 남겨진 가구나 이불들은  너무 낡거나 무거워서  버리고 가도 괜찮은 것들이다  필요하다면 가볍게  그녀는 기르던 개도 이웃에 준다  함께 산 지난 오 년 동안 기른 머리를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싹둑 자른 그녀는  요즘 취한 내 옆에서 자지 않고  슬그머니 부엌으로 빠져나와  주소를 쓰지 않은 편지를 쓴다  송곳니가 빠진 날 무표정한 얼굴로  오래 살펴보면서  냉장고와 함께 밤을 새는 그녀는  낯설게 아름답다                    아내에게 / 김지하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였다  내가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아내의 등 / 하재영   어느 날부턴가 잠에서 깨면 아내는 등을 보이고 있다  내 바람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함께 이부자리 들어 신혼을 보낸 지 십년이 넘었어도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숨결에  으레 내 쪽을 향해 잠을 자던 아내  거웃도 자란 자식들 키우며  눈가 주름 잡히도록 눈물 흘리며 인생살이 터득해 가는데   며칠 전 내 어느 애인이랑 바람이 지난 길 따라  오래 묵은 은행나무 푸른 그늘 아래서  나뭇잎 흔들리게 책장을 넘겼는데  그 때 그 바람 아내가 눈치 챈 것 아닐까  아니면 오래 전 산 넘고 강 건너  꽃길 펴 놓았으니 오라는 전갈 받고  자동차 몰고 찾아가 외박하며 끌어안은  꽃향기와 바람소리와 별  그 불륜이 아내의 귀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  어느 날부턴가 잠에서 깨면  아내는 등을 보이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쪽으로 가고  나는 아내를 자꾸 쫓아가며  아내의 등에 붙어 있는 검은 점도 새롭게 발견하고  등 돌린 아내  슬며시 나를 향해 돌아눕게 하는데  돌아눕는 사이 늘어난 새치도 눈에 띠고  화장하지 않은 이마 주름도 살아온 길처럼 보여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아내를  아내의 등 뒤에서 넓은 아내를 본다                아내들 / 육봉수    직각으로 완강하던 어깨 반쯤 무너진 채  상경 투쟁 마치고 돌아와 열없이  두살배기 아들 어르고 있는 그이의 무릎 앞  관리비 고지서 모르는 척 들이민 날 밤엔  등 돌리고 누워 잠들기 십상입니다  일 년하고도 석 달을 넘긴 날들  눈앞의 돈 몇 푼보다는 노동자로서의 내  자존심 먼저라던 그 말에 꺼뻑죽어  노동자 아내의 자존심도 있긴 있지 그래  당신 멋있어 멋있어 박수치던 날들  속상해 억울해 뒤척뒤척  뒤척이기도 십상입니다  말해서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나  바람 닥칠 조짐일자 텅 빈 공장 휑하니  제 밥그릇 뚝딱 챙겨 발 빠르게 떠났다는  돈 되면 삼키고 돈 안 되면 뱉어내는  사장님 족속들의 밉살맞은 행태보다  돈 안 되는 일 부여잡고도 행복한 사람들  더욱 사랑하고 싶어진다 뚬벅하게 말문 닫고  어느 틈 드르렁 코 골고 있는 아이의 아버지와  무너진 어깨 다시 일으켜 세우려 곰곰이  아침 밥상 위에 올릴 고등어자반 뒤집을 생각으로  아슴아슴 잠들기도 십상인 그런 젊은  밤이기도 합니다 돌아눕긴 했지만……                 아내의 종종걸음 / 고증식       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아내의 생일 / 김두일     생일이라고 들뜬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어, 아내가 며칠 전에 벗어 장롱 속에 감춰둔 속옷을 꺼내 빨았다.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후크가 너덜 대는 브레이지어와 잔 구멍이 숭숭 뚫려 거미줄처럼 얇아진 팬티. 그토록 오래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도 아내가 저런 속옷을 입고 사는지 모르고 산  무딘 손이 비누를 벅벅 문질러댔다. 수돗물을 틀지 않았는데도 속옷이 젖 고. 시장에서 악착같이 값을 깎던 아내의 힘이 저기 숭숭 뚫린 구멍을 지나 나온 것 같아 늑골이 묵직했다   자꾸 고관절이 아프다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갔더니,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보던 의사는 골다공증이라며 구멍이 숭숭뚫린 아내의 뼈사진을 보여 주었다. 뼈에 뚫린 구멍들을 자세히 보니 사나운 이빨자국이 선명했다. 아들녀석이 한 입씩 베어문 흔적 옆에 승냥이보다 더 예리하게 뜯어낸 내 이빨자국이 무수하게 널려있었다. 깊은 밤에 마시고 버린 술병이 아내의 뼈속에서 파편처럼 박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아마도 아내는 수렵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모처럼 일찍 퇴근하는 날, 뼈에 좋다는 사골을 넉넉히 사고, 티비에서 광고해대던 속옷을 세트로 사들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는 바늘을 쥐고 앉아 너덜너덜한 속옷 구멍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속옷의 구멍이야 바늘로 깁지만 뼈에 난 구멍을 무엇으로 메우려는지. 한무더기 시간이 내 뼈속에서 휘파람을 불며 빠져나가는 오후. 뽀얗게 우러난 사골 국물 속에서 아내의 허벅지 뼈 한덩이를 건져올렸다.                        '보기에 좋았더라' / 최병무                  처음 만나던 날 발갛게 익은 당신의 볼과 단정한              모습이 어제처럼 선명한데, 아무래도 우리가              한바탕 꿈을 꾸었지 싶어. 그날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는 유난히 상냥했었지             지금 다시는 오르지 못할 山을 추억하는 일.             당신은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시절이 왔다고 한다             함께 산 날이 많아졌다!             아직도 나는 당신이 그리워.             늙어가는 우리가 아름다워.             살아있는 것들은 열매를 위하여 소멸을             준비하는 것, 뽐내기 위하여 꽃은              피지 않았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우리끼리 '보기에 좋았더라'                                   꿈 이야기, 아내에게 / 최병무                      - 이른 아침 나는 윤회의 꿈을 꾸었다                  영혼여행이 시작되는 설계가 이루어지면                과제를 실어나른다  지금 우리 그룹은                 역할을 새로 맡았다                 미리 배역을 정하고 집을 만든다                진화를 꿈꾸는 동안                선사시대에 살기도 했을 우리가                지금 밀접한 부부의 실험을 한다                동행하는 안내자이자 한때는 오누이였다가                아들과 딸이였다가 어머니였다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자리를                 바꾼다  윤회는 과학이다                존재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우리가                 지금 이 별에 머물고 있다                소꿉장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1366    이승훈 시모음 댓글:  조회:4616  추천:0  2015-07-18
  이것은 시가 아니다                                                                      이승훈      한양대 교수로 직장을 옮긴 1980년대 초 밤이면 김일성 이 자신의 집을 폭파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지붕 위엔 낯선 비행기가 떠 있다고 편지를 보낸 제자가 있었 다 춘천교육대학을 중퇴하고 결혼에 실패한 그는 대학 시 절 서울 집으로 간다며 철길을 계속 걸어간 적이 있지 어 느 날은 그의 시집을 영국에서 출판하게 되었으니 선생님                                                     이 평론을 쓰셔야 한다는 편지도 보냈다      그 무렵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연구실 문을 열고 웬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나이는 서른 정도 나를 보더니 대뜸 선생님이 불쌍해요 그가 한 말이다 잠바 차림에 무 언가 들고 있었다 그는 전라도 광주에서 시를 공부하는 청년으로 선생님 생각이 나서 도시락을 싸 왔다며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풀었다 그때 조교들이 들어와 그는 조교들과 함께 나갔지 1980년대 초엔 왜 이런 일들이 많 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이 시는 이승훈 시인의『이것은 시가 아니다』라는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이승훈 시인은 수업 시간에도 몇 번 언급이 됐었는데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다 이런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요. 저는 이런 시를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아주 낯설었습니다. 정말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또 생각해 보게 되네요. 시집 뒤쪽에 이 시에 대해서 쓴 글이 실려 있는데요.    이것은 시가 아니다. 그러나 시지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시로 대접받는다. 휴지통에 넣으면 휴지가 되고 편지로 보내면 편지가 되고 일기로 쓰면 일기가 되고 정신과 의사의 노트에 적으면 병력이 된다. 도대체 시는 어디 있는가? 내가 이런 제목을 달아 시지에 발표한 것은 도대체 당신들이 생각하는 시는 뭐요? 시는 과연 어디 있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정신병의 세계를 그대로 옮긴 것은 이젠 우리 시도 이런 세계를 제대로 수용하고 공부하면서 광기에 대한 새로운 사유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예술은 광기를 먹고 산다. 미치지 않은 시인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정신도 육체도 멀쩡한 시인들은 가짜다. 김소월, 이상, 김수영을 생각하자. 그러니까 광기의 이성에 대해 사유하고 이성의 광기에 대해 사유하자.   그 중 한 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시집에 실린 시들이나 글을 보면 이승훈 시인이 시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 읽어보신 분은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이승훈 시인 시모음 사랑 비로소 웃을 수 있고 한가롭게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비가 와도 비가 와도 비  를 맞을 수 있고 서점에 들려도 마음  이 가벼울 수 있고 책들이 한없이 맑  아지는 걸 볼 수 있게 된 건 투명한 책  들 앞에 두렵지 않게 된 건 모두 어제  네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말했기 때문  이야 네가 있는 곳! 따뜻한 곳! 그곳  으로 오라고!  ~~~~~~~~~~~~~~~~~~~~~~~~  사랑의 시작  피범벅 겨울이 가고  넌 커단 가방 하나 들고 나타났지  아니 커단 기차를 들고 나타났지  그 기차에 타라고 말했지  난 정신없이 기차를 타고 떠났다  지금도 떠난다  계속 떠난다  이 기차, 이 구름, 이 항아리 속에  내가 있으므로  이 방 속엔 내가 없다  이 학교에도 없다  이 거리에도 없다  그럼 어디로 간 거야?  아마 네가 들고 온 기차 속에 있겠지  이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네가 온 다음  난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야  네가 오다니?  다신 오지 않으리라 믿었지  너, 이 봄, 이 아련한 날들, 이 도취의 날들,  이 피안의 날들,  이제 네 속에 내가 있다  이제 내 밖은 온통 너다  꽃으로 뒤덮인 들판,  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은 날들,  모두가 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  내가 몰고 가는 쏘나타,  내가 들고 가는 가방,  내가 들리는 술집,  내가 시를 쓰는 이 볼펜,  이 백지,  지금 차 밖에 내리는 어둠,  왕십리의 불빛,  깊은 밤 의왕 터널을 지나 나타나던  수원의 불빛,  깊은 밤 찾아간 카페,  카페 유리창에 떨어지던 빗방울,  내가 걸치고 간 겨울 바바리,  모두가 너다  피투성이 황혼 다음에  문득 네가 오고  이제 내가 보는 것,  내가 만지는 것,  내가 듣는 것,  모두가 너다 난 사라지고  요란한 폭음 속에 폭음 속에  하얀 비행기 하나 떠 간다  넌 다리 없는 새라고 말했지만  ~~~~~~~~~~~~~~~~~~~~~~~~  난 글쓰는 사람  난 글쓰는 사람  불행이여 우린 실컨 싸웠다  난 위대한 작가가 아니야  난 위대한 시인도 아니야  난 글쓰는 사람  난 글을 사랑하는 사람  난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  언어여 우린 실컨 싸웠다  이제부턴 휴식이다  재를 재떨이에 털고  난 입에 담배를 물고  이 글을 쓴다  난 글쓰는 사람  난 언어가 있기 때문에  난 언어와 노는 사람  난 당신과 노는 사람  나의 병은 글쓰기 나의 병은  나의 건강 오늘도 글을 쓰고 지치고  언어여 당신에게 전화를 했지  내가 쓰는 글은  나의 애인, 나의 정부, 나의 천국  나의 지옥, 나의 숨결, 나의 가슴  나의 가슴의 흉터, 나의 섹스  서지 않는 섹스 오 내 사랑,  나의 항구, 나의 결핍, 나의 몸  이유는 없다  난 그냥 글쓰는 사람  난 그냥 걷는 사람  난 그냥 사랑하는 사람  매미가 울고 햇살이 내리고  나무가 크고 차들이 지나가듯이  그냥 글쓰는 사람  난 글쓰는 사람  내가 쓴 글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  이 글쓰기가 나를 낳고  나를 키우고 나를 병들게  하고 나를 나이 먹게 한다  오 맙소사!  시집 ; 너라는 햇빛  ~~~~~~~~~~~~~~~~~~  내 친구 개미  넌 카페가 무언지 알 거다 내가 자주 들르는 카페는  두 곳이다 하나는 인사동(천도교 회관 지나 고려원  옆)에 있고 하나는 내가 사는 서초동에 있다 인사동  (아아 아닌지 모른다 인사동이 아닐 거다 난 시를  쓰다 말고 의자에서 일어나 생각해본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승훈 씨가 편집한, 고려원에서 나온 책을  서가에서 뽑아 살펴본다 종로구 경운동 70 그래  경운동이로군) 카페에는 길을 향해 난 커단 유리창이  있고 유리창 앞 나무 의자에 앉으면 유리창 너머 길이  보이고 해가 지는 골목도 보이고 가을 저녁 낙엽이  지는 나무도 보인다 고려원에 들르는 날은 야간  강의가 있는 목요일 저녁이다 시간이 남으면 해질  무렵 그 카페에 앉아 저무는 길을 보고 지나가는  미인들도 보고 나처럼 못생긴 중년 남자들도 보고  책도 보고 담배도 피우고 서초동 카페는 목요일 야간  강의를 마치고 허전해서 들른다 넌 허전하다는 게  무언지 알 거다 작은 카페 벽엔 검은 거울이 있고  빠에 앉으면 거울 속에 내 얼굴이 흐리게 나타난다  흐린 흐린 가을밤 혼자 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공상도 한다 술에 취하면 거울 속에 흐린 얼굴이  또렷이 드러나고 난 갑자기 부끄러워 일어선다 이런  밤의 심정을 시로 쓴 적이 있지만 이 시를 읽은  제자는 너무 감상적이라고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  난 그의 말을 따랐다 이 시는  술 마시는 밤이 외롭더라  야간 강의를 마치고  동대문을 지날 때  동호대교를 지날 때  사는 게 외롭더라  너무 피곤하더라  아파트 앞 카페에  말없이 앉아  담배를 피우는 밤이 외롭더라  밤 열두시가 외롭더라  1년이 외롭고 10년이 외롭더라  의미가 없으면 없는 대로  만나고 사랑하고 괴로워하고  기뻐하고 후회하고  그렇게 나는 게 외롭더라  처럼 되어 있다 내가 생각해도 감상적이다 아아 난  이다지도 감상적인가? 어린애들도 아닌 대학교수가  이다지도 감상적이라니 쯧쯧 그러나 넌 감상이 무언지  알 거다 벽거울이 있는 카페에 앉아 늦은 밤 맥주를  마시는 이승훈 씨는 지친 모양이다 넌 지쳤다는 말이  무언지 알 거다 지친 다음에 지친 다음에 찾아오던  오한도 웃음도 알 거다 난 지금 보도블록 위에서  만난 너를 생각하며 이 시를 쓴다 넌 내 친구니까  ~~~~~~~~~~~~~~~~~~~~~  흐린 밤 볼펜으로  흐린 밤 볼펜으로  이제 무엇을 쓰랴  흐리게 흐리게 무엇을 쓰랴  무엇을 찾아  무엇을 찾아 쓰랴  서럽던 날들을 쓰랴  사라진 바다를  바다 위의 구름을 쓰랴  용서하랴 부서지랴  축복받은 날들은  모조리 아름답던 날들  이렇게 흐린 밤  목메이는 밤  무엇을 쓰랴  이 백지같은 외롬  마음껏 찢어지는 외롬  하염없는 날들만 하염없으니  영원히 저무는 병원 하나만  노적처럼 흔들리는 방에서  사랑했던 사람아  흐린 밤 볼펜으로  이제 무엇을 쓰랴  떠날 수 없고  머물 수 없으니  바위같은 가슴이나 울리면서  이제 무엇을 쓰랴  시집 ;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풍선기 1호  -신동문의 「풍선기 1호」를 모방하여  초원처럼 넓은 강의실에 선 채  나는 아침부터 기진맥진한다  하루 종일 수없이 백묵 가루를  날리고 몇 차례인가 그리움을  하늘로 띄웠으나 교수라는 나  는 끝내 외로웠고 지탱할 수  없이 푸르른 하늘 밑에서 당황  했다 그래도 나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너를 위하여 미열을  견디며 끝내 기다리던, 그러나  너라는 애초부터 알 수 없던  고향 대신에 머언 창 너머 지나  가는 솜덩이 같은 기차만을 지  킨다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  너를 만난 날  너를 만난 날은  날개 달린 날이다  현실이 사라지고  다른 현실이  태어난 날  그러니까 그날은  초현실의 날이다 훨훨  새가 날아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만신창이가 되어  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문득 가을이 오던 날  너를 만난 날은  필연의 날이다  머리에서 손이 빠져 나오고  다리에서 얼굴이 튀어나오던  허리에서 설탕이 쏟아지던  불안 비참 치욕 따위가  지루하고 맥이 없던 날들이  모조리 일어나 빛이 되던  아아 내 어깨 쭉지에  문득 날개가 돋던 날  너를 만난 날  시집 ; 너라는 환상 ; 세계사  ~~~~~~~~~~~~~~~~~~~~~~~~  쌀가게 앞에 서 있던 너  봄날 오후  쌀가게 앞에  서 있던 너  따신 해  이마에 받으며  서 있던 너  병든 네 옆에 얌전히  자고 있던 고양이  봄날 햇살 속에  말없이 서 있던  네가 보던 건  먹빛 슬픔  바람 속을 지나가던 열차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후리지아  오늘도 쌀가게 앞에 네가  있을 것만 같아  나는 고양이 한 마리 사러  시장으로 간다  후리지아는 너의 이름  후리지아 옆에 잠들던  고양이도 너의 이름  먹빛 슬픔 속에  오늘도 작은 마을  햇살 내리는 골목  어느 쌀가게 앞에  서 있을 것만 같은 너  ~~~~~~~~~~~~~~~~~~~~~~  난 당신의 아저씨  오늘부터 난 아저씨야  가벼운 가벼운 여름이야  아저씨는 지나가는 아저씨  웃는 아저씨  난 겨울 한강에 서 있던 아저씨가 아니야  난 고개를 숙이고 웃는 아저씨  작은 목로집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  아름다운 당신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난 당신 아저씨야  당신 애인이 아니라 당신 아저씨  이름 없는 아저씨  모자를 쓰고 마포 삼겹살집에 앉아  이룬 것도 잃은 것도 없는 황혼 아저씨  비 아저씨  빗물 고인 아스팔트나 바라보는 아저씨  난 당신 아저씨야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지 마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묻지 마  난 아저씨가 좋아  끄노 아저씨도 있지  프랑스에서 시를 쓰던  기인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아저씨  인생을 반납한 아저씨  난 당신 아저씨야  그동안의 먹구름도 천둥도 모조리 한강에  버고 온 아저씨!  ~~~~~~~~~~~~~~~~~~~~~  허나 밤이 좋다  허나 밤이 좋다  악몽만 있는 밤이  창백한 망치로 두드리는 밤이  나를 나에게서 분리하는 밤이  나는 좋다  그래도 나는 밤이 좋다  꿈 속에 떠 있는 밤  의식 없는 밤  나는 밤의 주인은 아니지만  밤의 주인은 떠난지 오래다  몇 번이나 돌아누우며  바람 소리만 들리는 밤  아무도 없는 밤  한번도 꿈꾸는 나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밤  과거만 있는 밤  코도 없는 밤  코만 있는 밤  지남철도 없는 밤  이 구부러진 밤이  나는 좋다 횔더린의 궁핍한  시대도 미래도 모조리 잠든 밤  불빛도 불빛도 죽은 밤  비행기도 없는 밤이  나는 좋다  누가 뭐래도 좋다  영혼 따위가 없는 밤  몽상 따위가 없는 밤  악몽만 있는 밤 한없이  식어가는 육체만 있는  이 밤이 나를 나에게서  분리하는 이 밤이  나는 좋다  너무 좋아서  이윽고 나는 밤을  꽉 깨물어 버린다  시집 ;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가을  하아얀 해안이 나타난다. 어떤 투명도 보다 투명하지  않다. 떠도는 투명에 이윽고 불이 당겨진다. 그 일대에  가을이 와 머문다. 늘어진 창자로 나는 눕는다. 헤매는  투명, 바람, 보이지 않는 꽃이 하나 시든다. (꺼질 줄 모  르며 타오르는 가을.)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또 가을이다  피는  불이 되고  불은  연기가 된다  이제  나는 연기다  나는  풀풀풀 날린다  시간이  딸꾹질하는 뇌에는  연기만 가득하다  또 가을이다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이곳에서의 삶  죽은 듯이 살았다  빛나는 것은 없었다  하염없이 살았다  땅에 침을 뱉었다  한번 더 뱉었다  머언 데로 한없이  가까운 데로 달려갔다  오오 죽음이 다 된 삶  나를 떠나게 하던 삶  내가 떠나던 삶  나를 위해 기도하던 삶  내가 기도한 삶  그토록 커다랗던 삶  그토록 커다랗게 나를 가둔 삶  내가 크게 크게 가두었던 삶  시방 여름 대지에서  만나면 외면해야 할  흐린 날들의삶  비린내 투성이 삶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던 삶  저 삶이 하루종일  연기만 나는 삶이  허나 영원히 사랑했던 삶이  나를 영원히 사랑했고  내가 영원히 사랑할 삶이  시방 이렇게 불탄다  삶은 삶 속에 나를 가두고  나는 내 속에 삶을 가둔다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저녁 기차  저녁 기차를 타고  눈발이 날리면  너와 함께  겨울 바다에  가고 싶어  언제나 생각 뿐이지  사는 게 지겹다고  말은 하지만 한번도  떠날 수 없었어  저녁 기차를 타고  떠날 수 없었어  오늘도 저녁  기차를 보면  그동안 살아온 게  치사해 더러워  지겨워 역겨워  거적을 쓰고  살아온 것만 같아  엄살이 아니야  오늘도 저녁  기차를 보며  손을 흔든다  저녁 기차는  들은 척도 않고  오늘도 칙칙퍽퍽  어디로 가는 걸까  오늘도 저녁 기차는  가느다란 아편 같다  시집 ; 너라는 환상 / 세계사  ~~~~~~~~~~~~~~~~~~~~~~~~  작은 방에 대한 회상  겨울 저녁이면 난 버스를 타고 당신의 방에 간다고  시를 쓴다 언제던가 그해 겨울 저녁에도 난 버스를  타고 당신의 방에 갔다고 시를 썼다 당신은 없고 빈  방에 모자를 걸어두고 왔다는 내용이다 그때만 해도  시적이었군! 당신 없는 방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밖에는 눈이 내리고 당신 혼자 사는 작은 방 벽에  모자를 걸어놓고 돌아왔다고  그해 겨울 어머니는 개포동 독신자 아파트(13평)에  혼자 사셨다 난 일요일이면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작은 방에 앉아 계셨다 어머니는 뒷산에  산책을 나가신 날도 있었다 난 어머니가 없는 빈 방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어머니가 읽다 둔 원불교 경전도  보고 혼자 돌아온 날도 많다 어머니는 지난해 겨울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밤에 난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겨울 저녁이면 당신의 방에 간다고 시를 쓴다 당신은  겨울 오후 작은 방에 누워 있었지 밖엔 바람이 불고  난 목에 마후라를 하고 눈 내린 골목을 돌아갔다 아아  옛날 춘천에서다 난 당신을 찾아갔다 어머니도 겨울  오후 작은 방에 누워 계셨지 일요일이면 차를 몰고 갔다  그러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오늘도  난 당신의 방에 간다고 시를 쓴다 물론 당신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모든 당신은 어머니다 춘천은 너무 멀다  개포동도 너무 멀다 아무튼 난 누군가를 따라 이 세상에  왔다 내가 노래한 작은 방은 모두가 어머니를 상징한다  내가 그동안 방에 대해 시를 쓴 건 어머니, 그리고  당신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렇다 모두  어머니 속으로 돌아가자! 어머니 속으로 돌아가자!  어머니 속으로 돌아가자! 난 시를 쓰다 말고 책상에  이마를 처박는다 오 언제나 겨울 저녁이  문제로다  시집 ; 나는 사랑한다 / 세계사  ~~~~~~~~~~~~~~~~~~~~~  너라는 햇빛  나는 네 속에 사라지고 싶었다 바람 부는 세상 너라는  꽃잎 속에 활활 불타고 싶었다 비 오는 세상 너라는  햇빛 속에 너라는 제비 속에 너라는 물결 속에 파묻히  고 싶었다 눈 내리는 세상 너라는 봄날 속에 너라는  안개 속에 너라는 거울 속에 잠들고 싶었다 천둥 치는  세상 너라는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 네가 피안이었으  므로  그러나 이제 너는 터미널 겨울저녁 여섯시 서초동에  켜지는 가로등 내가 너를 괴롭혔다 인연은 바람이다  이제 나 같은 인간은 안된다 나 같은 주정뱅이, 취생  몽사, 술 나그네, 황혼 나그네 책을 읽지만 억지로 억  지로 책장을 넘기지만 난 삶을 사랑한 적이 없다 오늘  도 떠돌다 가리라 그래도 생은 아름다웠으므로  ~~~~~~~~~~~~~~~~~~~  우리들의 밤  꿈이란 무엇이며  어둠이란 무엇이며  혁명이란 무엇인가  비 내리는 밤  비 내리는 밤이란 무엇인가  쓸쓸한 사람 곁에 누워 있는  비쩍 마른 나는 무엇이며  흘러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비 내리는 밤  문득 들리는 네 가슴의  시냇물 소리란 무엇인가  치욕이란 무엇이며  추위란 무엇이며  생활이란 무엇인가  어둠 속에 불을 켜고  잠이 안 와 돌아눕는  이 외롬이란 무엇이며  어둔 창을 열고  약을 먹는 나란 무엇인가  그런 게 모두 무엇인가  어둠 속에 잠시 타오르는  불빛 불빛 같은 것  그런 게  모두 무엇인가?  시집 ;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사는 기쁨  -없는 사람이 없는 물건과 이야기를 나누듯이  -타르디유  없는 사람이  없는 물건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이미지가 아니다  이건 시가 아니다  그런 밤이 있다  그런 새벽이 있다  그런 저녁이 있다  그가 시쓸 때  그가 목욕할 때  그가 술에 취해  앉아 있을 때  없는 사람이  없는 물건과  이야기를 나눈다  과연 그런가?  의심스럽다면  독자들도 연습삼아  없는 사람이  없는 물건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건 힘든 일이 아니지요  수동적인 상태로  기다리는 일이지요  사랑하는 남자의 몸을  조용히 기다리듯이  능동적인 상태로  기다리는 일이지요  그러니까 기다림 속엔  포기와 노력이 있지요  없는 사람과  없는 물건이  이 밤 속에  나타난다  사라진다  나타남과  사라짐은  결국 하나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는 노이로제가  되어 간다  시집 ; 길은 없어도 행복하다 / 세계사  ~~~~~~~~~~~~~~~~~~~~~~  도라지  요만한 여유가 고맙다 여유는 나를 버리는 일 오오 욕  심 욕심 고정관념을 버리고 담배를 피우면서도 담배  피운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러니까 망각이다 처음엔  말보로를 피우다가 도라지로 바꾼 건 인후염 탓이지  만 오늘 저녁 도라지도 있고 파아란 도라지꽃도 있고  갑자기 도라지꽃 생각이 난다 도라지 도라지 산도라  지 내가 피우는 당신 요만한 여유라도 생긴 건 모두가  당신 때문이고 저녁에 마시는 하이트 때문이다  ~~~~~~~~~~~~~~~~~~~~~  너를 만나고  너를 만나고 사랑이 난리라는 걸  배웠다  너한테 너한테 배웠다  사는 게 난리지만 그동안  너를 만나고  난리가 끝난 줄 알았지  그러나 아니야  네가 떠난 다음 또 난리가 나고  이 난리는  내가 만든 난리  겨울저녁에 시작된 난리가  봄이 오는 저녁에도 계속되고  난리는 난리는 불이 아니야  불이라면 끌 수도 있지만  난리는 사랑이야  사랑은 저주받은 사람들의 직업이야  겨울저녁 싯벌건 노을이야  밤새도록 부는 바람이야  너를 만나고 사랑이 난리라는 걸  배웠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 고역  이 업보 이 가난  하얀 닭이나 백 마리 기르면  난리가 끝날까?  이 난리가 지금도 계속되는 난리가  끝이 없네  천 마리 닭이나 기르면 끝나리  어젯밤에도 술만 마시고  돌아왔네  ~~~~~~~~~~~~~~~~~~  새로운 눈물  새로운 눈물은  깊은 밤에 왔다  산을 넘어 왔다  불안을 이긴 밤에  문득 찾아왔다  새로운 눈물은  어느날 그립다는 말 속에  불타며 왔다  눈에 덮인 산과 함께  불 꺼진 밤과 함께  갑자기 왔다  새로운 눈물 속에  너는 작은 역(驛)이었고  너는 작은 새였고  너는 작은 바다였다  작은 바다 속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  불안을 이긴 밤에  산너머 산너머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눈물은  나를 감싸고 가슴에  쾅쾅 못을 박았다  당신의 방 / 문학과지성사, 1986  ~~~~~~~~~~~~~~~~~~~~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이슬 풀잎 끝에 바람  풀잎 끝에 햇살 오오 풀잎 끝에  나 풀잎 끝에 당신 우린 모두  풀잎 끝에 있네 잠시 반짝이네  잠시 속에 해가 나고 바람 불고  이슬 사라지고 그러나 풀잎 끝  에 풀잎 끝에 한 세상이 빛나네  어느 세월에나 알리요?  시집 ; 인생 / 민음사  ~~~~~~~~~~~~~~~~~~  말의 사랑  그러나 말에 사무치고 말이 가는  곳에 사무치고 말의 헤맴에 사무  칩니다 말의 원한이 아니라 말의  사랑이 뼈에 사무칠 때 우린 깨  어납니다 말을 사랑하십시오 인  간이 아니라 말에 사무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  해가 지고 밤이 옵니다 말에 사  무쳐서 말을 여의고 사라진 말  속에 불을 켜십시오 아니 불이  당신을 켭니다 말에 사무칠 때  말은 사라지고 사무침만 남습니  다 사무치는 인생을 사십시오 사  무치는 사랑, 사무치는 슬픔, 사  무치는 리듬, 사무칠 때 깨어납  니다  시집 ; 인생 / 민음사  ~~~~~~~~~~~~~~~~~  학교  그는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학교에는 책상이  많았습니다  그는 책상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의자도  사랑했습니다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그가 의자에 앉자  그만 의자가 부서졌습니다  [이런 개새끼들]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학생들이 마악  웃었습니다  그는 공부할 게  없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하루종일 놀다가  그만 학교를  나왔습니다  [이젠 끝난 거야]  그리고 그는 웃었습니다  세계사시인선  ~~~~~~~~~~~~~~~~~~~~~~  日月  이 신발 너에게 주고  가리라  일월(日月)이여 이 옷도 너에게  주고  눈 내리면 눈도 주고  가리라  흐린 가을 저녁  찬비는 내리고  일월(日月)이여  있음은 무엇이고  없음은 무엇인가  언제나 벼락이 있고  멀쩡한 대낮에 비가 오네  그러므로 일월(日月)이여  좀 더 닦아야 하리  이 책상도 닦고  벽도 닦고 거울도 닦고  가으내 아픈  이 팔도 닦고  책 속의 글자들  오오 글자들도 닦아야 하리  가을 가고  겨울 오는 아침에  눈이 오네  ~~~~~~~~~~~~~~~~~~~~  너를 안으면  너를 안으면  어둠이 사라지고  바람불던 저녁도 사라지고  무슨 정신도 사라진다  너를 안으면  병든 거리도  소리없이 사라진다  너를 안으면  불안도 사라진다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마흔 개의  어둠이 사라지고  너의 얼굴에  나를 묻으면  마흔 개의  감옥도 사라지고  우울도 사라지고  만성 신경증에 시달리던  밤들도 사라진다  너의 가슴에  손을 대면  나의 손도 사라진다  이젠 네가 있으니까  이젠 네가 나이니까  너의 가슴에  텀벙 뛰어든다  그래서 이젠  너의 얼굴도  볼 수 없다  아름다운 A / 황금북. 2002  ~~~~~~~~~~~~~~~~~~~~~~  무수한 너  길을 가다가  문득 살펴보면  이 팔도  이 머리도  무수한 너로 덮인다  그렇다  내가  걷는 게 아니다  거리를 걸어가는 너  시장을 보러 가는 너  운전을 하는 너  친구들 속에서 더욱  외로워지는 너  해질 무렵 유리창에  물고기를 그리는 너  편지를 쓰는 너  기다리는 너  돌아눕는 너  그런 네가  나를 이룬다  나를 이루고  나를 부수고  다시 이루는  끝없이 돌아가는  무수한 너!  아름다운 A / 황금북. 2002  ~~~~~~~~~~~~~~~~~~~~  쏘파 위치에 대하여  난 쏘파 위치만 바꾸며 세월을 보낸다고  시를 썼다 이런 나를 두고 허혜정은 쏘파  의 배치에 집착하는 편집증은 기이한 것  이며 쏘파는 어떤 위치에 있어도 화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그것은 자아를 라  는 쏘파에 이르게 하려는, 끝없는 나라는  주체의 공간에 배치하려는 노력이며 결국  쏘파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은 틈새를 만  드는 일이며 채워넣는 일이며 세계의 틈을  열고 구멍을 메꿔넣는 일이라고 말한다  (허혜정, 「타이어 또는 말 아래의 공간」,  『현대시학』,1997.10) 과연 그렇도다 쏘파  를 옮기며 세월을 보내는 것은 틈새, 어디  에도 없는 나를 만드는 일이다 허혜정의  글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나도 이승훈의 시  를 분석한다 그의 시에서 위치 바꾸기를  강조하면 위치는 입장이고 시각이고 중  심이다 그는 끝없이 중심에서 벗어나기,  이탈을 꿈꾼다 그리고 입장은 서는 일이다  서야 한다 그의 몸도 추억도 페니스도 시  체처럼 시체처럼 서야 한다 시체를 잡아  먹으며 서야 하지만 또 위치는 정하기이며  그것은 흐름을 파괴하고 무를 파괴하고 이  흐름의 파괴, 고정이 의미를 낳는다면 그  가 쏘파 위치를 바꾸며 세월을 보내는 것  은 의미에서 벗어나려는 무의식을 상징하  고 거리엔 바람이 불고 겨울저녁 그는  시체처럼 고요히 고요히 고요히 움직인다  쏘파는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 있는 틈새  또다른 동굴이다 오오 동굴! 이 동굴을  들고 그러나 이 동굴에 대해선 말하지 맙  시다 그의 시에 대해서도 쏘파에 대해서도  글쎄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말한 건 수선  소 여인 갑자기 바바리 한쪽 팔 길이가  기인 것 같아 (아내 몰래) 들고 간 나를  보면서 이 추운 저녁 아파트 앞 지하상가  수선소 여인은 글쎄 신경이 너무 예민하다고  그냥 입으라고 돌려보냈지만  ~~~~~~~~~~~~~~~~~~~~~~~~  봄이 오던 날의 대화  여자:다시 태어난다면  무얼 하고 싶어?  남자: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게 죄야  여자:그러니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그땐 물새만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어  여자:그래 그런 화가  물새만 찾아다니는  남자:언제나 물새만 그리는  여자:밥은 누가 먹여 주고?  남자:그렇군 다시 태어나면  밥 걱정이나 없었으면  여자:한세상 물가에서  오리 뻐꾸기 귀뚜라미  남자:뻐꾸기는 물새가 아니야  여자:왜 아니지?  남자:어째서 뻐꾸기가 물새야?  여자:내가 물새라면  물새가 되는 거야  남자:그렇군 원칙은 없으니까  여자:다시 태어나면 정말  무얼 하고 싶어?  남자:시인은 괴로워  여자:편안한 시인도 있지  남자:그럼 시를 못 쓰지  여자:다시 태어나면  남자:언어는 골치가 아파  여자:과연 우린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남자:난 지은 죄가 너무 많아  여자:그건 나도 그래  남자:나무를 봐  여자:봄이 오려나 봐  남자:벌써 봄이 온다고?  여자와 남자 멍하니  창 밖을 본다  이승훈시선 ; 아름다운 A / 황금북  ~~~~~~~~~~~~~~~~~~~~  아름다운 계절  괴롭지만 신나던 계절  너를 만난 계절  꽃이 피던 계절  그러나 꽃이 지고  갑자기 슬픔이 찾아왔네  오늘 저녁 슬픔이 찾아왔네  어디가 아픈 모양이야  어디가 아픈 모양이야  괴롭지만 신나던 계절  너를 만난 계절  네가 웃던 계절  그러나 너의 미소가 사라지고  갑가지 슬픔이 찾아왔네  오늘 저녁 슬픔이 찾아왔네  살다 보면 슬플 수도 있지  살다 보면 슬플 수도 있지  그러나 네 목소리 들리지 않고  난 휴지조각 위에  시를 쓰네  이 흐린 저녁에  시를 쓰네  하얀 종이 위에 쓰는 게 아니야  난 지금 어둠이 내리는 저녁에  휴지조각 위에  그러니까 휴지가 된 마음 위에  감기에 시달리며  시를 쓰는 거야  너의 미소가 태어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시를 쓰는 거야  너를 위해  실의에 빠진 봄 너를 위해  이 시를 쓰는 거야  시집 ; 너라는 햇빛 / 세계사.2000  ~~~~~~~~~~~~~~~~~~~~  당신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엎드려 있고만 싶어라  고운 피 흘리는 마음  복사꽃 복사꽃은 피는데  어디로 가고만 싶어라  이 어두운 마음  밝아오는 해이고 싶어라  아무리 채찍이 갈겨도  그리움은 끝나지 않어라  당신 얼굴에 입맞추고 싶어라  하아얀 돌이고 싶어라  파아란 구름이고 싶어라  모조리 버리고 오늘  바쁘게 명동을 걸어가면  바람부는 왕십리를 걸어가면  고양이처럼 살고 싶어라  언제나 다른 나라에 계신  당신 고개 한번 끄덕이면  복사꽃 복사꽃은 지는데  이승훈시선 ; 아름다운 A / 황금북. 2002  ~~~~~~~~~~~~~~~~~~~~~~  네가 찾는 것  여름날 오후  헌 책방에서  네가 찾은 건  책이 아니다  땀을 흘리며  네가 찾는 건 너의  마음인지 모른다  여름날 오후  모자를 쓰고  먼지 속에서  네가 부지런히 찾는 건  시간인지 모른다  흘러간 시간  헌 잡지를 뒤지며  헌 잡지에 문득  코를 박는 건  너의 가슴을  박는 건지 모른다  길 모퉁이 허름한  책방에서 오늘도  헌 책을 뒤지는  너의 손과 가슴과  부르튼 입술은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뛰어내려  헌 책방으로 달려가  헌 책을 뒤지는  너의 얼굴은  문득 흐려진다  ~~~~~~~~~~~~~~~~  고 향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오늘도 문득 내려가면  너는 거기 있구나  옛날처럼 내 상처  다스리며 말없이 서 있구나  가을 해 부서지는 길거리에  사금파리 울음 감추고  너는 나를 맞는구나  술 마시고 보낸 밤들  훌훌 털고 10년 만에 문득  버스 타고 내려가면  너는 들국화처럼 피어 있구나  화만 나던 날들이었다고  너와 마주앉아 말하면  모든 화 말끔히 씻기며  눈내린 겨울 아침  마후라를 하고 찾아가던  골목에 너는 아직도 서 있구나  몸은 야위었지만  하얀 스웨터를 입고  커단 눈으로 웃으며  나를 맞는구나 나를 버리지 않는구나  「옛날에 너를 버린 건 나야」  나직히 말해도 너는 웃고만 있구나  가을 해 너무 고운 아스팔트에  말없이 서 있는 너  두 시간 버스를 타고  오늘도 문득 내려가면  네가 있을 것만 같아  옛날 골목 찾아가면  있는 건 너의 흔적 뿐  오오 고향에 있는 건  언제나 고향의 흔적 뿐  이승훈 시선 ; 환상이라는 이름의 역 / 미래사  ~~~~~~~~~~~~~~~~~~~~~~~~  격 언  난 시를  피로 쓰지 않는다  당신도 시를  피로 쓰지 않는다  우린 시를  피로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니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거야  그래도 좋아  그래도 좋아  우린 빈혈이니까  시집 ; 너라는 햇빛 / 세계사  ~~~~~~~~~~~~~~~~~~~~~~~~~~  인생은 언제나 속였다  인생은 언제나 그를 속였다 그가 다가가면 발로 차고  그가 도망가면 팔을 잡았다 그가 웃으면 울고 그가 울면  웃었다 그가 망하면 웃고 그가 팔을 쳐들면 웃고 그가  걸어가면 웃고 너를 안을 때뿐이다 인생이 그를 속이지  않은 건 너를 안을 때 해가 질 때 너의 눈을 볼 때  너와 차를 마실 때 그러나 너와 헤어지면 인생은 그를  속였다 추운 골목을 돌아가면 골목의 상점에서 담배를  사면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 인생은 속였다 밤이 오면  아파트 계단을 오르면 작은 방에서 잠을 이룰 수 없으면  밖에 바람이 불면 바람 속에 돌아누우면 잠이 안 와  문득 일어나면 새벽 두 시 캄캄한 무덤에 불을 켜면 무덤  속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 책 상 위 전기 스탠드를 켜면  위통이 찾아오면 다시 불을 끄면 캄캄한 무덤 속에 누워  있으면 책상 위의 냉수를 마시면 책상 위의 사과를 먹으면  아아 를 먹으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면 문득 머언  무적이 울면 새벽 연필을 깎으면 이마에 술기운이 남아  있으면 다시 잠이 안 오면 문득 무섭다는 느낌이 들면  턱을 고이면 떨리는 손으로 일기를 쓰면 돌덩어리  우울 황폐한 새벽 인생은 그를 속였다 인생은 언제나 그를  속였다 그를 속이고 그를 감시하는 이 인생이라는 놈!  ~~~~~~~~~~~~~~~  당신은 그동안  당신은 그동안  너무 무겁게 살았지  이젠 가볍게 살아야 해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해  사람을 사랑하는 건  순진하게 되는 것  아름답게 되는 것  향기롭게 되는 것  고통보다 환희  분노보다 용서  절망보다 희망  복잡한 건 단순하게  당신은 쉰이 넘었지만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해  실수도 많았지만  머리도 세었지만  당신 머리엔 새가 날아와  놀아야 해  봄이 한창일 때  꽃이 한창일 때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낸  당신은 그때를 잊어야 해  오늘은 화창한 날  오늘은 여름이 오는 날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여름이 오는 날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해  시간은 많지 않아  공부할 시간도  술 마실 시간도  좋은 사람과 만날 시간도  그러니까 순진하게  아름답게  아름답게  무엇보다 아름답게  살아야 해  시집 ; 너라는 햇빛 / 세계사  ~~~~~~~~~~~~~~~~~~~~~~  너  캄캄한 밤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너를 만  났을 때도 캄캄했다 캄캄한 밤에 너를 만났고 캄캄한  밤 허공에 글을 쓰며 살았다 오늘도 캄캄한 대낮 마당  에 글을 쓰며 산다 아마 돌들이 읽으리라  ~~~~~~~~~~~~~~~~~~~~~~~~~  너라는 역  어제 저녁 사랑에 도달한 나는 어제 저녁 너라는 역에  도달한 나다 너라는 역에 금잔화 불타는 작은 역에 금  잔화만 불타는 너의 몸에 너의 가슴에 너의 눈에 너의  코에  지금도 도달한다 사고가 극한에 네가 있다 너라는 몸  이 있다 덧없는 순간들이 진리다 이 덧없음 속에 활활  타는 금잔화 속에 포옹 속에 눈물 속에 죽음과 삶 속  에 저무는 가을  ~~~~~~~~~~~~~~~~~~  이 종이에  이 종이에  무얼 쓸까  이 하얀  이 창백한  이 물보라치는  얇은 종이에  너의 이름을 쓸까  가을의 뼈에 대해 쓸까  네가 찾아온 날의  환희에 대해 쓸까  지나가는 가느다란 바람에  날려 버릴까  푸른 건 가냘프다고 쓸까  이 하얀  이 부끄러운  이 죄많은  얇은 가슴에  가을은 스미건만  무슨 목적이 있느냐  오는 부는바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시간이 정지한  가을 햇살에  발을 담그면  발은 그대로  폭포가 되는  이 가을  하얀 종이에  슬픈 에세이를 쓸까  슬픈 독수리 하나  떠 있다고 쓸까  이 병든  이 하얀  이 펄럭이는 가슴에  정말 무얼 쓸까  제4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문학사상사  ~~~~~~~~~~~~~~~~~~~~  이승훈 시인 소개  1942 강원도 춘천 출생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현대시 동인  1962 에 시 외 2편이 추천되어 등단  1983 제29회 현대문학상 수상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저서명 부서명 총서명 출판사 출판년  시집 1969  시집 일지사 1976  시집 문학사상사 1981  시집 고려원 1983  시집 문학과지성사 1984  시집 영언문화사 1984  시집 [편] 청하 1985  시집 고려원 1987  시집 문학사상사 1987  시집 고려원 1987  시집 탑출판사 1987  시집 세계사 1989 
1365    <자본주의> 시모음 댓글:  조회:4527  추천:0  2015-07-18
  정세훈의 '자본주의' 외  + 자본주의 그래 돈 내면 되잖냐. 침 뱉고 싶을 때 침 뱉고, 오줌 깔기고 싶을 때 오줌 깔기고서. (정세훈·시인, 1955-) + 자본주의의 사연  성동구 금호 4가 282번지 네 가구가 사는 우편함 서울특별시의료보험조합 한국전기통신공사전화국장 신세계통신판매프라자장우빌딩 비씨카드주식회사 전화요금납부통지서 자동차세영수증 통합공과금 대한보증보험주식회사 중계유선방송공청료 호텔소피텔엠베서더 통합공과금독촉장 대우전자할부납입통지서 94토지등급정기조정결과통지서 이 시대에는 왜 사연은 없고 납부통지서만 날아오는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절실한 사연 아닌가 (함민복·시인, 1962-) + 자본주의·1     돈은 아름답다  진리와 도덕보다 부드럽다  그러나 눈과 귀도 없는 그것이  인간의 심장을 파먹고  뼈까지 발라먹는 세상이여  등이 굽은 자도  배불뚝이도 잡아먹고  인간은 온데 간데 없고  종말이 올 때까지  돈은 아름답다. (전홍준·시인, 1954-)  + 자본주의의 밤       이 밤 속에  그는 굴복한다  그는 굴종한다  그는 굴러간다  이 밤은 좋은 밤  이 밤 속에  그를 옮기며  그를 표현하며  그를 기록하며  이 밤이 마치  애인이라도 된다는 듯이  그는 몰두한다  그는 몰입한다  그는 몰락한다  오 빌어먹을  이 밤 속에  그가 배우는 건  허리를 졸라매는 법  요염한 웃음으로 덮인  이 밤 속에  가슴 타는 습기로 덮인  이 밤 속에  그는 먹는다  그는 폭음한다  그는 포식한다  이 밤은 좋은 밤  이 밤은  그를 포위하고  그를 포섭하고  그를 포옹하는  이 밤은  포악한 밤  폭력의 밤  폭로의 밤  폭언의 밤  그는 폭행 당한다  그는 포복한다  그는 포병인지 모른다  (이승훈·시인, 1942-) + 부르도자 부르조아                                                           반이 깎여 나간 산의 반쪽엔 키 작은 나무들만 남아 있었다. 부르도자가 남은 산의 반쪽을 뭉개려고 무쇠 턱을 들고 다가가고 돌과 흙더미를 옮기는 인부들도 보였다. 그때 푸른 잔디 아름다운 숲 속에선 평화롭게 골프 치는 사람들 그들은 골프공을 움직이는 힘으로도 거뜬하게 산을 옮기고 해안선을 움직여 지도를 바꿔 놓는다. 산골짜기 마을을 한꺼번에 인공 호수로 덮어 버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누군가의 작은 실수로 엄청난 초능력을 얻게 된 그들을. (최승호·시인, 1954-) + 바보 詩人  제 살 베어  제 뼈 깎아  詩를 쓰고  제 돈으로 책을 찍어  친절하게도  우표까지 붙여  보내주는 바보  경제라고는 모르는 바보  물질 만능  자본주의 시대에  경제원리도 모르는 바보  그 바보가  바로 詩人이라네.  (이문조·시인) + 아름다운 편견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자동차를 모는 사람보다 더 크다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지구와 함께 깨끗이 자전하며 자본주의를 넘어선 주인이고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석유를 동력원으로 지구를 착취하고 더럽히는 자본주의에 엎드린 노예라는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네 발 남의 힘으로 가는 사람 두 발 자기 힘으로 가는 사람 어느 누가 더 진화하고 위대한가? 이 위인은 안다 자전거가 넘어질 때 넘어지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꺾어야 바로 선다는 것을 넘어지는 반대쪽으로 운전대를 꺾으면 금방 넘어진다는 것을 작고 느린 길로 핸들을 돌려야 크고 빠른 도로에 패인 상처를 아물게 하고 건강하게 굴러가는 삶이라는 자전거를 타는 농부가 자동차를 모는 회장보다 더 크다는 나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때론 편견도 아름답다 (김정원·교사 시인, 1962-) + 밥과 자본주의 - 새 시대 주기도문  권력의 꼭대기에 앉아 계신 우리 자본님  가진 자의 힘을 악랄하게 하옵시매  지상에서 자본이 힘있는 것같이  개인의 삶에서도 막강해지이다  나날에 필요한 먹이사슬을 주옵시매  나보다 힘없는 자가 내 먹이사슬이 되고  내가 나보다 힘있는 자의 먹이사슬이 된 것같이  보다 강한 나라의 축재를 북돋으사  다만 정의나 평화에서 멀어지게 하소서  지배와 권력과 행복의 근본이 영원히 자본의 식민통치에 있사옵니다 (상향∼)  (고정희·시인, 1948-1991) + 밥과 자본주의 - 가진 자의 일곱 가지 복 그때에 예수께서 자본시장을 들러보시고  부자들을 향하여 말씀하셨다  자본을 독점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부자들의 저승에 있게 될 것이다  땅을 독점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땅 없는 하늘나라에 들지 않을 것이다  권력을 독차지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권력 없는 극락에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배불리 먹고 마시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고픈 식탁에서 멀리 있을 것이다  철없이 웃고 즐기고 떠드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저 세상에서 받을 위로를 이미 받았도다  아첨꾼 때문에 명예를 얻고 칭찬받은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그들의 선조들도 매국노를 그렇게 대하였다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는 행복하다  너 - 희 - 는 불 - 행 - 하 - 다  (고정희·시인, 1948-1991) + 자본주의 혈압이 뚝 떨어졌소  즉시 나는 병동 중병실로 옮겨졌소  고혈압에는 약이 있지만 저혈압에는 약도 없다고 하는  간병의 말에 나는 덜컥 겁이 나는 것이었소  제기랄 까딱하다가는 옥사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오  내가 죽으면 여보(엄살이 아니오)  내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전해 주오  자본주의를 저주하다 남주는 죽었다고  그놈과 싸우다 져서 당신 남편은 최후를 마쳤다고  여보 자본주의는 자유의 집단수용소라오  모든 것이 허용되지만 자본가들에게는  인간을 상품처럼 매매할 수 있는 자유  인간을 가축처럼 기계처럼 부려먹을 수 있는 자유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모가지를 삐틀어 그 인간을  공장 밖으로 추위와 굶주림 속으로 내몰 수 있는 자유까지 허용되지만  노동자에게는 굴욕의 세계를 짊어지고 굶어 죽을 자유 밖에 없다오  시장에서 매매되는 말하는 가축이기를 거부하고  기계처럼 혹사당하는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노동자들이  한 사람의 인간성으로 일어서기라도 할라치면  자본가들은 그들이 길러 놓은 경찰견을 풀어 노동자를 물어뜯게 하고  상비군을 무장시켜 노동자들을 대량 학살케 한다오  여보 자본주의 그것은 인간성의 공동묘지  역사가 뛰어넘어야 할 지옥이라오 아비규환이라오  노동자를 깔아뭉개고 마천루(魔天樓)로 솟아올라  천만근 만만근 무게로 찍어누르는 마(魔)의 산(山)이라오  무너져야 할 한시 바삐 무너뜨려야 할. (김남주·시인, 1946-1994) + 삶이 힘겨운 당신을 위한 기도  다이어트를 위해 한 끼의 식사를  애써 참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종일 폐휴지를 줍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땅을 밟고 살면서도  이불 대신 바람을 덮고  내일을 걱정하는 불면의 밤이 있습니다  가난이라는 삶의 한계 앞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힘겨운 삶이 있다면  차라리 눈을 감고, 사람이여!  나는 눈물의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밥상에도  자본주의는 이익을 배당하지 않았고  오늘 저녁 잠자리에도  민주주의는 평온의 휴식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법과 도덕은 무엇이며 종교는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자유의 신은 말이 없고  평등의 신은 눈을 감은 지 오래라면  사랑의 진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며  희망의 나무는 어느 땅에 심어야 합니까  어차피 끝을 알 수 없어도  사유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삶  내게 과분한 물질이 있다면, 사랑이여!  지친 자에게 한 줌의 햇살이 되게 하시고  목마른 자에게 한 모금의 샘물이 되게 하소서 (이채·시인)  
1364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댓글:  조회:4668  추천:0  2015-07-18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1) -시적 의미를 함축한다는 것  시는 일정한 거리에 오면 행갈이를 하고 신문은 행갈이 없이 계속 진행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다음은 행갈이의 보기.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무릎까지 시려오면  편지를 쓴다  부치지 못할 기인 사연을  이 시를 산문으로 표기하면 이렇다.  "손발이 시린 날은 일기를 쓴다.  그리고 무릎까지 시려오면 부치지 못할 기인 편지를 쓴다.  " 그러나 시인은 이렇게 표기하지 않고 왜 행을 갈아가며 표기했을까?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리듬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리듬이 함축하는 의미 때문이다.  " 손발이 시린 날은 / 일기를 쓴다"는 시행을 읽는 경우 무엇이 다른가?  전자의 경우 우리는 중간에서 쉬지 않고 비슷한 속도로 리듬 없이 계속 읽어 나간다.  예컨데 "손발이 / 시린 날은 / 일기를 / 쓴다"처럼 중간에서 쉬고  동시에 이런 휴지에 의해 우리는 "손발이"와 일기를"을 강조하게 된다.  이 두 부분, 특히 "손"과 "일"에 강세가 놓인다.  한편 이런 읽기는 산문과 다른 의미를 전달한다.  산문의 경우 의미는 "손발이 시린 날", 그러니까 추운 날은 일기을 쓴다는 사실,  곧 하나의 정보뿐이지만 시의 경우 "손발이 시린 날"은 독립적인 의미를 띠면서 다음 행과 연결된다.  따라서 이 시행은 단순히 부사구의 기능, 말하자면 "일기를 쓴다"는 중심 문장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2연의 "무릎까지 시려 오면"과 대립되고,  따라서 추위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시린 손발과 일기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렇지 않은가?  손발이 시린 시간에 어떻게 일기를 쓴다는 말인가?  물론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손발이 시리면 따뜻하게 녹여야지 무슨 일기인가?  그러므로 이런 표현은 아이러니이고 이런 표현이 시적 효과를 준다.  요컨대 행갈이 때문에 "시린 손발"은 추위에 대한 감각, 삶의 추위, 가난, 고독을 의미하고  "일기" 역시 자기 성찰, 자기 고백, 지기와의 만남 같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이런 의미는 가슴이 시린 밤이면 시를 찾아 나서고(3연), 등만 보이는 사람을  보이는 사람을 부르고(4연) 마침내 자신을 유월에도 녹지 않는 서리꽃으로 인식하는(5연) 전체 시와 관계된다.  중요한 것은 리듬 때문에 행갈이를 하고 이런 행갈이가 독특한 시적 의미를 함축한다는 것.  그렇다면 리듬rhythm이란 무엇인가?  리듬이란 흔히 율동 혹은 운율로 번역한다.  그러나 좀더 세분하면 첫째로 율동이라는 일반적 개념,  둘째로 운율이라는 문학적 개념,  셋째로 음의 강약을 나타내는 박자라는 음악적 개념,  나는 다른 책에서 리듬을 광의 율동 개념과 협의으의 운율 개념으로 나누어 살핀 바 있다.  율동이란 주기적인 반복 운동이고 운율이란 시의 경우 소리에 의한 주기적 반복 운동을 뜻한다.  따라서 광의의 개념인 율동은 시를 포함하여 일제의 우주현상, 자연현상, 생명현상에 두루 나타난다.  율동은 좀더 부연하면 상이한 요소들이 재현하는 주기적 반복 현상을 말한다.  우주의 경우 일출 / 일몰의 반복, 자연의 경우 바다는 썰물 / 밀물의 반복,  생명의 경우 인간의 호흡이 그렇다.  내쉼/ 들이쉼의 반복이 삶이고 이런 반복이 머추면 인간은 죽는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숨쉬기이고 숨쉬기는 호흡이 암시하듯이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일을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호흡은 숨결을 거느리고 그것은 숨쉬는, 호흡하는 속도나 높낮이를 뜻한다.  요컨대 호흡과 숨결은 생명의 본질이고 시, 음악, 회화의 리듬도 비스한 의미르 띤다.  시의 고향이 리듬이고 리듬이 숨결이라는 것은 이런 사정을 전제로 한다.  시의 경우 리듬은 크게 정형시와 자유시로 나누어 살필 필요가 있다.  정형시는 말 그대로 리듬이 일정한 형식을 소유하고, 자유시는 그런 형식에서 자유롭다.  정형시의 리듬은 율격meter과 각운rhyme이 대표적이고  자우시의 경우도 작운은 존재하고우리 시의 울격은 흔히 음수율, 음보율,로 나타난다  자유시의 리듬은 정형시의 울격이나 일상어의 억양를 변형시킨 경우와  리드의 단위로 이런 소리 요소를 포기하고 형태소,  낱말, 어귀, 이미지, 어절, 통사 및 그 형식의 반복에 의해 성취되는 경우가 있다.  말하자면 리듬의 단위를 소리에 두는 경우와 소리가 아닌 문법적 요소에 두는 경우이다.  전자를 전통적 리듬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현대적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에는 김소월, 박목월, 등이 후자에는 이상, 김수영 등이 포함되고,  나는 자유시의 리듬이 보여주는 이런 양상을 다른 책에서 살핀 바가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다른 문제들을 살피기로 한다  그리고 이런 리듬, 곧 형태소, 낱말, 어구, 어절, 이미지, 통사 형식의 반복에 대해서는 내가  에 이미 발표한 에서도 말한 바 있다.  물론 그때는 리듬이 아니라 시적 효과를 강조했지만 아무튼 반복이 문제이다.  글쓰기도 반복이고 히쓰기도 반복이고 사랑도 반복이고 식사도 반복이고 감기도 반복이고 우울도 반복이다.  반복이 삶이고 삶은 호흡이고 숨휘기이고 이 호흡과 숨결이 강조되면 리듬이 된다.  먼저 어절의 반복에 의한 리듬의 보기.  나는  쿠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만져보고 싶었고  모든 것을  느끼고 싶었고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_ 체게바라,(이산하 엮음)  어절의 반복이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의 반복을 말하고,  이 시의 경우 '모든 것을 /만져보고 싶었고' 라는 형식이 반복된다.  내용의 반복이 아니라 ' -고 싶었고'라는 형식이 반복된다.  이 시의 내용은 아르헨티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쿠바로 건너가 카스트로와의만남을 계기로 게릴라 혁명 투쟁에 임한 게바라의 쿠바에 대한  애정, 물론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반복되는경우도 있다. 다음은 문장의 내용이 반복되는 경우.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운동주,   시인은 동일한 문장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여덟 번 반복하고  한 행을 비운 다음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라는 문장으로 시를 완성한다.  완성인가?  다시 생각하면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라는 문장은 '슬플 것이다'가 아니기 때문에  침묵을 내포하는 진술 형식에 가깝고,  그러므로 앞에서 반복된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에 대한 아이러니의 효과가 강조된다.  물론 이런 형식은 리듬과 함께 8복이라는 내용을 전제로 한다.  이승훈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2)     -자유시에도 운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형시뿐만 아니라 자유시의 경우도 각운rhyme에 의해 시의 음악성이 강조된다.  각운은 흔히 낱말의 동일한 위치에서 동일한 소리가 반복되는 현상,  한국어의 낱말은 일반적으로 초성, 중성, 종성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각운은 초성이 반복되면 두운alliteration, 중성이 반복되면 요운internal rhyme,  종성이 반복되면 말운rhyme이 된다.  각운이란 말은 운율을 맞춘다는 의미와 머리, 허리, 다리에서 다리가 되는 운,  곧 말운이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각운은 광의로 두운, 요운, 말운을 포함하고 협의로는 말운에 해당한다.  물론 각운은 낱말과 낱말 사이에도 적용되고 시행과 시행 사이에도 적용된다.  다음은 낱말과 시행 양자에 걸쳐 두운이 나타나는 경우.  말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  마치 천리 만리나 가고도 싶은  맘이라고나 하려볼까  - 김소월   먼저 낱말의 경우 1행에는 "말리지 / 못할 / 만치 / 몸부림치며"에서 알 수 있듯이  네 낱말의 머리에 "ㅁ"이 반복되는 두운 현상이 나타난다.  "만치"를 독립된 낱말로 읽지 않는 경우 1행은 "못할 만치 / 몸부림치며"가 되고 이 때는 "못할 / 몸부림"의 두운 현상 "-만치 / -림치며"의 요운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가 하면 1행의 첫소리, 2행의 첫소리, 3행의 첫소리는 모두 ㅁ으로 시작되는 두운 효과를 준다.  문제는 말운이고, 정형시의 경우도 우리시에는 말운 현상은 없고 운 대신 형태소나 낱말이 반복된다.  윤동주의 대표작 가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은 무슨 사상의 깊이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음악성 때문이고,  그것도 두운과 요운 현상 때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중략)......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먼저 "하늘을 우러러"가 문제이다. "하늘을 우러러"란 무슨 뜻인가?  정확하게 표기하면 "하늘을 쳐다보며"이거나 "하늘을 공경하며"이다.  그러나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라고 표현한다.  "쳐다보며". "공경하며"가 아니라 "우러러"라고 표기한 것은 무엇보다 요운의 효과 때문이다.  "하늘을 / 우러러"의 경우 "-ㄹ-/ -ㄹ-"이 반복되므로써 요운 현상이 나타나고.  따라서 "하늘을 쳐다보며"나 "하늘을 공경하며"가 단순한 의미 전달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표기는 미적 효과를 목표로 하고 시가 예술일 수 있는 것은 이런 미적 책략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 점"도 문제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이라고 말하지는 않고 "  결코 부끄럼이 없기를" 혹은 "죽어도 부끄러움이 없기를" 이라고 말한다.  혹시 일부에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하는 식으로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서시"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말에는 시간을 알리는 경우나 점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아니면 "한 점"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것도 한 점 부끄러움이라니?  그렇다면 두 점 부끄러움도 있고 세 점 부끄러움도 있단 말인가?  이런 표기는 앞에 나온 "하늘"과 관계되는 바.  두 낱말 모두 첫 소리가 ㅎ으로 되어 있고 따라서 두운 효과가 있다.  요운 현상은 2행 "부끄럼이 없기를"에도 나타난다.  "-ㄲ-/-ㄱ-"의 반복이 그렇다. ㄲ과 ㄱ은 다르지만 이 시행이 경우 비슷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행이 아름다운 것 역시 "-밤-/-별-/-바람-"의 요운 현상 때문이다.  결국 윤동주의 는 사상이 아니라 소리 효과, 음악성,  그것도 섬세한 운의 효과가 감동을 주고 그의 시가 명시인 것은 이런 예술성 때문이다.  우리시에는 정형시든 자유시든 말운 현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각 시행의 끝이 비슷한 혹은 같은 소리로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말운은 아니지만 각 시행의 끝에 비슷한 혹은 같은 소리가 음으로써 미적 효과를 낳는 경우는 많다.  엄격하게 정의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각운rhyme은 각 시행의 끝소리가 같은 소리로 조직되는 것이고,  따라서 협의로는 말운을 뜻한다.  그러므로 두운 역시 각 시행의 첫 소리가 같은 소리로 조직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위에 인용한 두 편의 시 가운데 김소월의 시가 두운 현상에 적합하고  윤동주의 경우는 변형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요운 현상 역시 각 시행 중간에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경우이고  한 시행 속에 나오는 경우는 요운의 변형,  혹은 자음조화consonance나 모음조화assonance로 읽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말하자면 "팔리지 못할 만치 몸부림치며"는 자음조화,  "마치 천리 만리나"는 모음조화로 읽을 수 있다.  우리시의 경우 각 시행이 끝이 같은 소리가 오는 이른바 말운 현상은 없지만 비슷한 소리(?)가 오는 경우는 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뻔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듯 눈엔 듯 또 핏줄엔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말운의 정확한 보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시의 미적 효과는 각 시행의 끝에 비슷한 소리가 오기 때문이다.  1행, 3행, 7행은 "끝없는 / 뻔질한 / 끝없는"의 ㄴ소리가 반복되고  2행, 4행, 8행은 "-네 / -네"의 같은 모음이 반복되고  5행, 6행,은 "듯 / 곳"의 ㅅ소리가 반복된다.  그러나 이런 소리의 반복은 말운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의 경우 각 소리들은 각 낱말의 종성에 위치하는 소리가 아니라  낱말이거나 어미 활용에 속하고(끝없는, 흐르네,인 듯)  굳이 종성에 위치하는 소리를 찾자면 "곳"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같은 ㅅ소리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 소리는 운이 아니라  "곳"이라는 낱말의 반복이기 때문에 말운이 아니다.  여컨대 우리시의 경우 말운이 아니라 같은 어미나 낱말이 반복되고 이런 반복이 미적 효과를 준다.  이승훈/   알기 쉬운 현대시작법(3)  -상징과 이미지의 변주 1. 은유냐 상징이냐  직유가 발전하면 은유가 되고 은유는 서로 다른 범주에 있는 두 사물을  동일시하는 기법이라고 말한바 있다.  직유가 상사성을 토대로 두 사물을 비교한다면  은유는 비 상사성을 토대로 비유하고, 그런 점에서  전자에 비해 신비한 느낌을 준다. 말하자면 시적 호소력이 크다.  그러나 두 기법 모두 두 사물을 비교하고 비교되는 두 사물이 시에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예컨대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사랑 빈집에 갇혔네  ㅡㅡ기형도,(빈집)  같은 시행에서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는 직유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말하자면 ‘나는 장님처럼’은 직유이고 따라서 이런 형식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시행을 예컨대 ‘나 장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라고 쓴다면  은유가 되고, 직유의 형식에서 비교조사‘ㅡ처럼’을 생략하면 은유가 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이다. 그러나‘ 나는 장님처럼’이라는 말과  나는 장님’이라는 말은 두 사물을 비교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내용은 매우 다르다 전자가 문을 잠그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후자는 그런 설명보다 ‘나’와‘장님’의 동일시가 강조되고 따라서 이때  '나’는 ‘장님’이면서 ‘장님’이 아닌 이상한 특성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기형도는 장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만일 이렇게 쓴다면 그는 장님이고 장님이 아니다. 그리고 은유의 형식으로 시를 쓴다면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 아닌 다른 내용이 나오는게 좋다  한편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의 경우 ‘빈 집’의 이미지는 이 시행만 놓고 보면 무엇을 비유하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취의 tenor 와 매재 vehicle 의 관계가 시행에 드러나지 않고 취의가 생략된 형식이 된다. 직유나 은유 에서는 취의와 매재의 관계가 드러나지만  이런 이미지의 경우에는 취의가 생략되고 매재만 드러난다.  이런 이미지를 상징 이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상징은 은유가 발전한 형식이고 그 의미는 하나가 아니고 분명치 않고 모호하다.  간단히 도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직유] t : v = 1 : 1 (나는 장님처럼)  [은유] t : v = 1 : 1 (나는 장님)  [상징] t : v = ? : 1 (빈 집)  ‘빈집’ 은 무엇인가를 의미하지만 이 시행만 놓고 보면  그 내용,취의 하고자 하는 말을 알 수 없다. 그렇치 않은가?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라는 시행만 놓고 보면  이 ‘빈 집’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분명치 않고 다만 전체 시를 찬찬히 읽을때  그 의미가 드러난다.이‘빈 집’이 무엇을 상징한다는 것은  (상징象徵은 영어로 symbol이고 그리스어로 뜻하는 명사 symbolon 에서오고  이 명사는 짜 맞춘다는 뜻의 동사 symballein 과 관계가 있다.  좀더 자세한 것은 이승훈, 시작법, 탑 출판사,1988,201면 참고바람),  그러니까 다른 무엇과 짜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이 이미지가 어떤 관념을 지시한다는 것은 이 ‘빈 집’이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빈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가엾은 내 사랑’ 을 의인법으로 읽어  ‘가엾은 내 애인’이 갇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든 애인이든  ‘빈 집’에 갇혔다는 말은 이상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의 경우가 그렇다.  사랑이 어떻게 빈 집에 갇힐수 있는가?  요컨대 은유와 비교하면 상징은 비유되는 두 사물 가운데  취의가 생략되는 형식이고 또한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로 치환하면  [은유] 이미지 : 관념 = 1 : 1 (장님은 나)  [상징] 이미지 : 관념 = 1 : 다 (빈 집은 무엇?)  와 같다.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1 ; 다’ 라고할 때 다는 다라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모자란다는 뜻이고 말하자면 상징의 의미는 아무리 퍼내고 쏟아 붓고  계속 의미를 부여해도 모자란다는 뜻이고 그러므로 다多는 다이고 다가 아니다.  그런가하면 또한 다는 다da이다. 이 다는 디자인 dasein,현존재라는 의미의  디자인의 접두사이고 현재 존재하는 나, 지금 여기있는 나의 의미를 강조한다.  현 존재는 존재 sein 와 현da이 결합된 존재이고 그러므로 여기da가 중요하다.  여기는 어디인가? 프로이트는 18개월짜리 손자가 혼자 노는 것을 관찰하며  그 아이가 오/아를 반복 하는것에 주의한 바 있다.  엄마가 없는 빈 방에서 아이는 혼자 실패 놀이를 하고 실패가 멀리가면 ‘오’ ,  실패가 돌아오면‘아’ 라고 소리친다, ‘오’는fort(저기),‘아’는 da(여기)  라고 해석한 것은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쾌락 원칙을 넘어서”).  나는 나를 멀리 던지고 그 나는 다시 돌아온다. 나를 던질 때 나는 돌아온다.  무슨 말인가?그러나 나는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고 돌아온다.  요컨대 반복이 있을 뿐이고 이 반복,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칼은 날이 접혀서 펴지지 않으니 날을 노호하는 초조가 절벽에 끊어지려 한다’(이상,“침몰”).  나는 지금 시작법 (그것도 알기 쉬운?)에 대해 글을 쓰는지  1 ; 다’에 나오는 다에 대한 잡념에 시달리는지 잡념을 즐기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다ㅡ 콤플렉스가 아니면 다ㅡ 강박증 인가보다.  요컨대 현재는 없기 때문에 현 존재의 다da는 그런 無,  불교식으로는 空 을 지향한다. 그렇다면 이 무,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모두는 무엇이고 많다는 것은 무엇이고 다 da는 무엇인가?  지난밤에는 밤새도록 비가오고 어두운 새벽 빗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갑자기 무섭고 서럽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작은방, 지금 이글을 쓰는방,  옛날에 딸애가 공부하던 방으로 와서 전등을 켜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돌아가  다시 잠이 든 이런 행위는 무엇을 상징 하는가?  2.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다시 요약하면 상징은 하나의 낱말, 어구, 이미지가  복잡한 추상적 관념을 암시하지만 그 의미는 전체 시를 전제로 알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그 낱말이 나오는 시행에서는 생략된다는 것.  따라서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상징은 은유보다 고급이고  한편 은유보다 난해한 기법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기법이 나오고  이런 기법, 말하자면 상징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에서 상징을 강조한 것은 19세기 말 상징주의 시인들이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보들레르 이다. 그는‘교감’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자연은 하나의 신전神殿, 거기 살아 있는 기둥은  이따금 어렴풋한 말소리 내고  인간이 거기 상징의 숲을 지나면  숲은 정다운 눈으로 그를 지켜본다.  밤처럼 그리고 빛처럼 아득한  어둡고 그윽한 통합 속에  긴 메아리 멀리서 어울리듯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상통 한다.  ㅡ 보들레르,[교감](정기수역)  ‘교감’ correspodence 은 ‘만물 조웅’ 으로도 번역된다.  자연은 인간이 모르는 가운데 저희들끼리 무엇인가를 주고 받는다는뜻.  이 시에서 보들레르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이 주고받는 것들이다. 낭만주의자들의 경우  자연의 시인의 정서를 환기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치만 여기서는 ‘  신의 궁전’으로 노래된다. 신의 궁전 이기 때문에  자연은 이 세상을 초월하는 이상의 세계,  혹은 그런 세계로 갈 수 있는 수단이 되고 그런 점에서 자연은 신, 초월자, 절대자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상징의 숲’이 된다.  시인은 이런 숲의 목소리를 듣는자 이고, 그 목소리는 만물 조웅, 곧  '향기와 빛깔과 소리’가 서로 주고받는, 상통하는 것을 들을때 알 수 있다.  만물 조웅은 향기(후각), 빛깔(시각), 소리(청각), 가 서로 통합 하는 것  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감각의 교감이고, 교감의 세계가 된다.  물론, 현대시를 쓰는, 혹은 쓰고자하는 분들은  반드시 이런 상징의 미학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그  러나 최소한 상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역사적 문맥에 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요컨대 상징을 강조하는 시들은 이 시가 암시 하듯이  관념을 전제로 사물을 보는 게 아니라  감각에 의해 사물을 보고 그 감각이 환기하는 혹은 암시하는 여러 관념들을,  자신도 모르는 그런 관념들을 이미지로 전달해야 한다.  앞에서 인용한 기형도의 경우 ‘빈 집’은 상징적 이미지 이고 그는 살아가면서 ‘빈 집’ 을보고 혹은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그 체험의 내용을 시로 노래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는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ㅡ 기 형도,[빈 집]  그가 쓰는 것은 ‘사랑을 잃은 마음’이고  따라서 ‘빈 집’ 은 이런 마음을 상징 한다.  상징적 이미지는 시에서 반복되는 수도 있고 이 시처럼 변주되는 수도 있다.  이 시의 경우 ‘빈 집’ 은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는 나’,  그리고‘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로 변주된다. 한편 이런 마음,  그러니까 ‘빈 집’이 상징하는 것들은 ‘짧았던 밤들’, 창밖을 떠돌던 안개들’,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 ‘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로 변주된다.  이런 변주는 상징적 이미지가 보여주는 난해성을 극복하기 위한 시적 책략이고  따라서 상징을 강조하는 시인들은 하나의 상징적 이미지를 선택하면  그 이미지를 시에서 여러번 반복하거나 다양하게 변주 시켜야 된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한 시인이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혹은 상상력에 의해  창조한 이미지를 개인적인 상징 이라고 부른다.  상징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는바  첫째는 개인적 상징, 둘째는 인습적 상징, 셋째는 원형적 상징이다 (좀더 자세하 것은 이승훈, 시론, 고려원, 1979, ‘상징의 유형’, 206ㅡ211면 참고바람).  개인적 상징은 사물에 대한 시인의 개인적 감각을 중심으로 그 내면성 혹은 상상의 세계를 강조하고, 이때는 그 의미가 모호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구조에 의해  혹은 시 전체의 문맥에 의해의미를 암시해야 한다. 인습적 상징과  원형적 상징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다루기로 한다. 개인적 상징을 중심으로  특히 그 상징적 이미지를 변주 하면서  한편의 시를 완성하는 시들을 좀더 살피기로 하자.  결국 그것은 제 몸 치근대는 바람 때문일 거야 큰 송아지만한 사  냥개 절뚝절뚝 저녁 어스름 이끌고 날 찾아왔지 큰 채와 사랑채  이음새 헛간에서 주먹밥을 나누어 먹던 한철을 잊을 수 없네 헛간 고  요에 상처 아물고 주먹밥의 유순柔順에 길들여졌다 할지라도 어느 날  훌쩍 사냥개 사라지고 텅 빈 고요만 비에 젖어 슬펐네  ㅡ 강 현국,[가난한 시절4]  이 시에서 ‘사냥개’는 ‘가난한 시절’을 상징한다.  그러나 '사냥개‘ 라는 이미지에는 단순히 먹이를 사냥하는 동물 이라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공포, 사냥이 암시하는 야수성, 짐승이 짐승을 잡는  아이러니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강현국이 노래하는 가난은  단순히 배가 고프다는, 굶주린다는 의미가 아니고 또한 이 시에서 그는  사냥개가 ’절뚝절뚝 어스름 이끌고 나를 찾아 온다‘고 노래함으로써  그것이 병든 가난, 어스름이 표상하는 무력감을 동반하는 가난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는 현재 ’컹 컹 컹 밀려오는 저녁놀‘을 본다/듣는다.  그 가난은 밀려오며 무너진다. 말하자면 아직도 그를 지배하는 것은  옛날의 가난이다. 그는 지금도 저녁놀에서 사냥개 울음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석탄을 적재한 무개화차들이 굴러가는 철길 너머에 저탄장이 있다. 거대한 재의  무덤, 바람에 석탄 가루들이 일어난다. 그것은 흩어진다. 그것은 바람에 불려간다.  검은 바람, 펄럭이는 검은 작업복, 탄부들이 움직이고 있다  ㅡ최 승호[재]  이 시의 경우‘재’는 석탄 가루를 표상하고 그것이 재라는 점에서  죽음을 상징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불타고 나면 재가 된다.  그러나 이재, 죽음은 이 시에서 일어나고 흩어지고 불려간다.  물론 바람을 매개로 하지만 재의 이미지는 이런 변주에 으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낳고 개인적 상징의 한 개를 초월한다.  재라는 이미지가 이렇게 변주 됨 으로써 그 상징적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시에서 ‘재’는 죽음을 상징 하지만 그 죽음은 바람에 의해 일어나고  흩어지고 불려간다. 결국 재는 바람과 동일시된다.  바람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바람이 있다.  쾌락으로 가는  길목에 털이 있다. 궁창이 열리고  땅이 혼돈을 멈추었을때,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인간을  가장 나중에 완성 시킨건, 아무래도 털이다. 당신이 떠나고  세상에서 가장 싼값으로  인생을 구겨버리고 싶을 때, 낡은 침대나  주전자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털.  ㅡ 원 구식,[털]  이 시의 지배적 이미지는 ‘털’ 이지만 그 이미는 분명치 않고,  따라서 상징이 된다. 무엇을 상징 하는가? 이 ‘털’은 ‘쾌락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점에서 쾌락과 관계되고, 따라서 머리털이나 수염이 아니라  음모를 의미하고, 시인은‘당신이 떠난’ 방에서 낡은 침대와 주전자 옆에 떨어진 음모를 본다. 이 털은 육체에서 떨어진 것이므로 털로서의 기능이 없고,  따라서 죽음을 표상 하지만 이 시에서는 꼼지락거린다. 살아있다.  그리고 이 털은 대지의 풀에 비유된다. 말하자면 풀은 ‘땅의털’ 이다.  도대체 정사가 끝나고 ‘당신이 떠난 다음’ 낡은 침대에 떨어진 털을 보는 것도  이상하고 이 털이 살아 꼼지락거린다고 노래하는것도 이상하고 풀을 땅의 털이라고 노래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러나 모든 진리는 이렇게 이상한데 있고  이상한 것이 진리이다. 상식, 기준, 표준이 깨질때 진리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털은 육체를 보호한다는 의미가 있고, 머리털은 신체 정상에서 자란다는 점에서  정신적 힘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음모는 생식, 성행위를 돕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 털은 그런 의미를 벗어난다.  그러나 이 털은 죽은 것이 아니라 생명을 상징한다. 죽은털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는 모두 상징적 이미지의 변주를 통해 변주와 함께 변주를 먹고 태어난다.  3.인습적 상징을 이용하라  이상에서 나는 상징의 세 유형 가운데 이른바 개인적 상징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이른바 인습적 상징. 말 그대로 이런 상징은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내적 필연성(개인적 상징)이 아니라 오직 인습, 습관, 사회적 약속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런 상징은 일정한 역사적 사회적 특성을 소유한다. 말하자면 한 시대나 한 사회에서만 공유하는 상징이다. 예컨대 십자가는 기독교 정신을 상징하고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고 태극기는 조국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런 상징은  보편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인들의 진리이고, 비둘기는  구약의 문맥에서 평화이고, 태극기는 한국인들의(그것도 남한만의) 조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태극기를 보고 조국을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적 역사적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징은 인습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난해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기 때문에 알기는 쉽지만  한편 시적 깊이가 사라진다. 오늘 이 시대에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 한다고,  비둘기를 보면서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없고, 그런 생각은  과거의 인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치 않은가? 내가 사는 아파트 약방 앞 보도 블럭에는 언제나 비둘기들이 모여있다. 놀고있나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면  평화롭게 놀고있는 것이 아니라 모이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다.  너희들이나 우리나 모두 먹고 살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이런 비둘기들은  평화가 아니라 먹고 살기위한 고통, 싸움, 전쟁을 상징 한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유념할 것은 이런 인습적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 그 상징적 의미를  시의 문맥에 의해 변형 시키고 변주해서 새로운 의미를 보여 주라는 것.  다음은 비둘기라는 이미지를 인습적 의미로 사용하되 변주시킨 보기이다.  비둘기들이 걷고있는 이 고요한 지붕은  반짝거린다, 소나무 사이, 무덤 사이에서  여기 공정한 ‘정오’ 가 불로서 구성 한다  바다를,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바다를!  산들의 고요를 오래 관조하는  오 사색이 받는 보상이여!  ㅡ발레리,[해변의 묘지](민희식, 이재호 역)  시의 표제가 ‘해변의 묘지’ 로 되어있기 때문에‘이 고요한 지붕’은 ‘바다’를 비유한다. 그렇다면 ‘비둘기들’은 바다를 걷고 있는 비둘기로 읽을수 있지만  바다에는 비둘기가 아니라( 물론 조금 미친 비둘기들은 바다에 떠 있을수도 있다. 김기림의{바다와 나비}에는 조금 미친 나비가 바다에 떠있음) 갈매기가  많고 따라서 이 비둘기들은 바다위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들의 하얀 돛대’를  비유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행은 이중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는 지붕/ 비둘기가  바다/ 하얀 돛대를 비유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고요한 지붕을 비둘기가 걷고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 시행이 주는 시적 효과는 이런 이중 구조가 산출하고  그것은 고요한 지붕(바다)에 하얀 돛대가 비둘기처럼 평화롭게 떠있다는  독특한 의미를 낳는다. 물론 여기서 비둘기의 이미지는 평화라는 인습적 의미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비둘기는 비둘기 이면서 동시에 하얀 돛대이기 때문에  이중적 의미를 암시한다. 요컨대 비둘기의 평화는 하얀 돛대의 평화가 된다.  이 시의 전경은 소나무 사이, 무덤 사이에서 바다가 반짝이는 풍경이고 후경은  하얀 돛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습적 상징은 그 의미를 이렇게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그 보기.  쫒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려 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었을까요.  ㅡ 윤 동주.[십자가]  4. 원형적 상징  인습적 상징이 시대적 사회적 제약을 받고 그 의미가 사회적 인습에 의존 한다면  이와는 달리 이런 시대적 사회적 제약을 초월하고 상징(이미지)과 관념의 관계가 보편성을 띠는 것이 있다. 이른바 보편적 상징 혹은 원형적 상징 원형 archetype 은 으뜸가는 이미지, 원초적 이미지라는 뜻으로 시인들, 화가들이  수많은 이미지들을 생산 하지만 결국은 몇 가지 원형으로 환원 된다는 점에서  모든 이미지들의 바탕 이라고 부를 수 있다. 융에 의하면 이런 이미지는  사회와 역사를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적 무의식이 생산하고 그런 점에서  집단 무의식의 산물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미지(상징)는 개인 무의식  그것도 성적 욕망이 생산 하지만 그의 제자인 융에 의하면 집단 무의식이 생산하고 이런 보편적 상징은 옛날부터 현재까지 인류에게 무의식적으로 계승되는  이미지이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소유하는 인간적 꿈, 소망, 원망을 암시한다. 이런 소망은 지금도 계속된다. 예컨대 이 세계는 물, 불, 바람, 흙의 원형으로  되어 있다거나 자연은 계절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인간도 다시 태어난다는  재생 원형 등이 있고, 재생 원형은 결국 우리 인간들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죽고 싶지 않다는 것, 이른바 불사不死,영원에의 꿈을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지상의 삶을 초월해서 하늘, 천상의 세계에 닿고 싶은 소망도 있고,  이런 소망은 흔히 계단, 산, 나무, 탑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예컨대 이런 꿈은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 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 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ㅡ김 현승,[플라 타너스]  같은 시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시의 중심적 이미지는 ‘플라 타너스’ 이고  여기서 이 나무는 단순히 가로수를 의미 하는 게 아니라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는 시행이 암시하듯이 하늘과 닿은 나무, 이른바 초월을 상징하고, 이런 초월은 지상으로부터 벗어나 신의 세계에 닿고싶은 인간의 꿈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시의 후반에는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는 시행이  나오고, 이런 시행을 전제로 할때 인간의 꿈이 나무의 꿈이고 이꿈은  신의 세계에 닿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소망을 의미한다. 한편 인간 에게는 탄생,  창조, 재생에의 꿈이 있고, 이런 꿈은 계절적으로는 봄, 하루의 수준에서는  새벽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작은 열매를 맺고  불임의 살구나무는 시들어 갔다  소년들의 성기에는 까닭 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 까지 이민을 떠났다 우리는  ㅡ 이 성복,[1959년]  이 시의 경우‘봄’은 오지 않고, 그것도 여름이 되어도 오지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봄은 자연으로서의 봄이면서 동시에 이런 의미를 초월하고 따라서  관념으로서의 봄이고(‘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이런 봄이 암시하는 것은 새로운 삶, 신생, 창조, 계몽 등이다. 말하자면 죽음을 상징하는  겨울’과 대비되는 삶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런 삶, 새로운 삶의 창조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노래한다.  5.상징이냐 알레고리냐  상징과 알레고리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두 기법모두 이미지를 보여줄뿐  직접 진술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취의가 생략되고 매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징과 알레고리는 다르고, 이 차이가 중요하다. 알레고리allegory 는 흔히 우유㝢兪, 우화偶話, 로 번역되고allegory는 그리스어로  ‘다른것’을 뜻하는 allos 와 ‘말하다’를 뜻하는 agoreuein 이 결합된 말이다. 따라서 알레고리는 어떤말 혹은 이미지가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의미 한다는  뜻이고, 우화가 암시하듯이 이런 말하기는 상징과 다른 몇가지 특성을 보여준다.  첫째로 상징이 사물이나 이미지에서 출발해서 관념에 이른다면 알레고리는  거꾸로 관념에서 출발해서 이미지에 이르는 과정을 밟는다.  둘째로 상징의 경우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1 : 다 로 나타 난다면 알레고리의 경우엔 1 : 1 로 나타나며 시간적  계기성을 띠고 그런점에서 연속성을 띤다.  셋째로 상징의 의미는 모호 하지만 알레고리의 경우엔 분명하고 교훈적이고,  넷째로 알레고리는 이 교훈적인 것과 관계가 있지만 실화성을 띤다는 것이다  ( 좀더 자세한 것은 이승훈, 시작법, 탑 출판사.1988, 201-206면 참고바람).  다음은 알레고리에 의한시.  그는 들어왔다.  그는 앉았다.  그는 빨강 머리의 이 열병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성냥불이 켜지자  그는 떠났다.  ㅡ 아폴리네르,[시](오 증자 역)  ‘그’는 시를 의미하고, 따라서 이 시는 시스기에 대한 시이며, 시쓰기  혹은 시상이 전개되는 과정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노래한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른, 혹은 환각으로 나타난 시가 성냥불을 켜자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 다음과 같은 시도 알레고리의 기법에 의존한다.  태양신이라고 불리우던 루이14세는  그의 통치 말기에  종종 구멍 난 의자에 앉곤 했다  지독히 어둡던 어느 날 밤  태양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가 앉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ㅡ 프레베르,[일식](오 증자 역)  루이 14세를 풍자한 시로 일종의 교훈이 있고, 설화성도 있고,  이미지가 시간적으로 발전한다.   이승훈  
1363    앗, 징글스워라... 꿈에 보일래... 댓글:  조회:2332  추천:0  2015-07-17
      The wing         Condition for Ordinary_Settlement Oil on Resin, Wood /45 x 41 x 96 cm /2012               Condition for Ordinary_Colonization - detail Oil on Resin, Steel /45 x 52 x 103 cm /2013     The One (detail) oil on resin /50×50×78cm /2007     The Akward Age (Girl) oil on resin /24×17×82cm /2007           The Entangled Couple (detail) oil on resin /150×120×240cm /2007       Reflection       Islets of Aspergers Type IV, detail oil on resin /37×58×46cm /2009             Isometric_Female Oil on Resin /38 x 38 x 89 cm /2013       Isometric_Female - detail Oil on Resin /38 x 38 x 89 cm /2013           Perception - detail Oil on Resin /50 x 30 x 86 cm /2012     Isometric_Male oil on resin /47w x 61d x 95h cm /2013    
1362    姓氏의 비밀 댓글:  조회:5609  추천:0  2015-07-17
★ 조선 성씨 탄생의 비밀 ★    조선초만해도 성씨있는 양반은 10%뿐이 안되었는데 조선중기 양반계급이 족보를 가지게 되면서 부터 평민들도 각 씨족 별로 구전 해오던 자료에 의하여 족보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토착민들은 지역별 연결에 따라 동일 씨족으로 족보를 가지게 되었다.   집성촌을 이루지 못하고 생활한 유랑민이거나 원래 천민은 성씨없이 돌쇠,떡쇠, 개똥이, 삼돌이 등 이름으로만 불리웠는데 조선후기에는 양반들의 도움으로 성 하나 만은 가지게 되었고. 1909년 일제가 민적법 시행시 성씨가 없던 천민들에게 다시 원하는 성씨의 호적을 일제가 주었는데, 그 때 가장 인기 있던 성씨가 흔하면서도 유명한 "김, 이, 박 " 등 등이었다.  그래서 유명한 성이 더욱 흔해지게 된 것이다. 일제가 성이 없던 밑바닥 천민(노비)계층에게 이들에게 신청하는 대로 유명성씨의 호적을 준 것은 조선의 양반 성씨들이 씨족별로 단결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나온 것이고, 노비를 양민화시켜서 수탈의 대상을 늘이기 위한 식민통치정책의 일환이였다. 일례로 김좌진 장군댁 노비 100명도 안동 김씨 호적을 만들어 가졌다고 한다. 조선시대 양반집 법도는 엄격한 유교의 윤리로 교육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양반으로 행세하기는 행동거지가 참으로 어렵고 엄했다고 한다. 따라서 천민은 흉네 낼 수도, 낼 필요성도 느끼지 못는 사회였다. 현재 품성과 관계없이 성씨로 양반입네 떠드는 사람들은 양반집의 돌쇠이었거나, 그 마을 "개똥이"였을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닌지? 양반은 항상 따르는 권속들에 대한 책임감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 중압감을 느끼며 생활하였으며 자신의 행동이 가문과 직결되었기 때문에 오늘같은 막된 행동이나 막 말을 할 수가 없었으며 지역사회에서 한번 쌍놈의 가문으로 찍혀지면 자녀들의 출가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성씨가 그 사람의 품행을 구속했다고 한다. 법도와 예를 생명같이 여기고 살아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점에서 양반사회는 순기능 역활도 했다고 판단된다. 성씨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하여 아래의 자료를 첨부해 본다. 2000년에 조사한 우리 나라의 성씨별 인구가 통계청 홈페이지에 떴는데, 1985년 발표 당시보다 성씨의 숫자가 12 개 늘었다. 그 때는 274개였는데, 이번은 286개가 되었다. 우리 나라 10대 성씨의 순위는 변화가 없었다.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 강(姜) 조(趙) 윤(尹) 장(張) 임(林)... “김(金)” 씨는 우리 나라 인구의 21.6%인 992만 여 명으로 여전히 제일 많았다. “이(李)” 씨는 그보다 훨씬 적은 14.8%로 679만 여 명으로 조사되었다. “박(朴)” 씨는 또 그보다 훨씬 적은 8.5%로 389만 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잇는“최(崔),정(鄭)”씨는 4% 대이고, “강(姜), 조(趙), 윤(尹), 장(張)”씨는 2% 대, 그리고“임(林)”씨부터 21위“전(全)”씨까지 1%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성씨별 인구 수가 거의 일정한 차이를 유지하며 계속 나열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성씨는 1위부터 2, 3위의 분포가 비교적 고르게 나타나 특정 성씨로 지나치게 몰리는 경우가 없다는데.... 우리 나라의 경우만 1, 2위가 이상할 정도로 특별히 많아진 것은 1900년대 초에 처음 호적법이 시행될 때 “양반이 되고 싶은”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 기형적인 분포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게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일본이 메이지 유신 때에 “전 국민의 성씨 가지기” 정책을 시행하여 전 국민으로 하여금 성씨를 만들어 가지도록 하였는데, 이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각자 자기 집의 위치나 동네의 특징을 살린 성씨를 만들어서 가졌다고 한다. “田中, 中村, 松下...” 등 다양하게 창씨된 성씨의 숫자가 순식간에 8만 개나 되었는데.... 일본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특정 성씨가 지나치게 많은 경우는 없다고 하며... 또한 성씨만 가지고는 가문의 역사 같은 것은 이야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민족의 역사를 논할 때 성씨가 무언가 하는 것은 별로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당연히 성씨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착 같은 것이 거의 없다. 중국이나 한국과는 여기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뒤에 일본이 우리 나라, 즉 대한제국에 와서도 계급을 타파한다면서 “신분 표시가 없는 호적법”을 시행하였고, 여기에서도“전 국민의 성씨 가지기”운동을 전개하여 전 국민으로 하여금 성씨를 만들어 가지도록 하였는데, 결과는 일본과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국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돌쇠, 밤쇠, 삼월이, 오월이..” 들은 일본처럼 새로이 성씨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이들 대부분이 그 동네 지주나 양반들에게 부탁하여 그 “양반님”들의 성씨를 얻어 와서는 관청에 신고하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이 때에 김(金) 씨나 이(李) 씨가 갑자기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특정 성씨가 총 인구의 20%를 넘어 가는 경우는 없는데, “양반 대우를 받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았던” 우리 나라에서만 나타난, 대단히 특이한 현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여튼 우리나라는 결과적으로 “전 국민의 양반화”가 자연스러이 이루어졌고, 옛날 이야기에 그 많던 “방자, 향단이, 마당쇠, 구월이...”의 자손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슨 무슨 정승, 판서의 몇 대 손”이 되어 버렸고, 오로지 양반의 후손만이 존재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덕분에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양반이 많은 나라가 되었고, 또한 제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 불과 100 여 년 전만 해도 “성씨도 없는 쌍놈들”은 제사고 차례고 지낼 수가 없었는데, 요즈음은 집집마다 장손이면 모두 명절날 차례를 지낸다. 참고로 5000년 전부터 성씨를 사용해 온 중국의 경우를 보면 성씨별 인구 1, 2, 3위의 비율은 각각 7.4%, 7.2%, 6.8%로 되어 있어서, 특정 성씨로 몰리는 현상은 없다. 중국은 인구 0.1% 이상을 차지하는 성씨가 모두 129개로 나타났는데, 이 129개 성씨의 인구 합계는 중국 인구의 87%라고 한다. 이는 2006년 1월 10일 중국과학원에서 중국역사상 가장 정밀한 자료조사를 거쳐 발표했다는 “100대 성씨”에 근거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인구기준 성씨순위”가 1987년의 발표자료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표본조사한 기초자료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1987년 조사는 겨우 57만 명 정도를 표본조사하여 순위를 매긴 것이고, 이번 조사는 그 때에 비하여 500배도 넘는 약 3억 명을 표본 조사하여 순위를 매긴 것이기 때문에 그 정밀도가 엄청나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 10대 성씨는 “이(李), 왕(王), 장(張), 유(劉), 진(陳), 양(楊), 황(黃), 조(趙), 주(周), 오(吳)”로 판명되었다. 이 순위는 자동적으로 전세계의 10대 성씨가 되기도 한다. 이 중 “李”는 중국 인구의 7.4%인 9천 60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는데, 우리 나라의 679만여 명을 합치면 “李”씨는 1억 명을 넘어 가는 세계 유일의 성씨가 된다. 약 900년 전인 서기 1100년대에 북송(北宋)에서 발표한 『백가성(百家姓)』이란 책자가 최초의 성씨 조사 기록이었고, 명(明)나라의 『천가성(千家姓)』, 청(淸)나라의 『백가성(百家姓)』 등이 뒤를 이었으나 이 책들은 모두 성씨별 인구수를 기준으로 서열을 매긴 것은 아니었다. 900년 전 『백가성(百家姓)』에서의 성씨 순위는 “趙錢孫李周吳鄭王...”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인구수 순위가 아니었다. “조(趙)”는 북송을 건국한 황제의 성이었고, “전(錢)”은 당시 가장 힘이 강했던 오월국(吳越國)의 국왕 성씨였고, “정(鄭)”은 그 왕후의 성씨였으며, “이(李)”는 그 다음 강국인 “남당(南唐)”의 국왕 성씨였던 것인데... (중국의 1100년대는 송나라가 약간 힘이 강한 정도였고, 고만고만한 나라들로 나누어져서 도토리 키재기로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였다) 따라서 900년 전 『백가성(百家姓)』에서의 성씨 순위는 인구 순이 아니라 예우(?)를 받아야 할 성씨의 순위였고, 최근 중국 일부 신문에서 보도한 “900년만에 조(趙)가 1위에서 8위로 밀렸다”는 내용은 옛날 기록의 특징을 잘못 이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여튼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 나라 성씨의 순위를 기준으로 하여 중국 성씨 순위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金 : 21.59%, 한국 1위 (중국 64위) 한국 발음이 현재는 “김”이지만 옛날에는 “금”으로 읽었다는 주장도 있음. 현재 중국 배우 중에도 이 성씨를 가진 배우가 있는데 “금성무”라고 보도되고 있음 이 글자의 현대식 중국 표준발음은 “찐”임 李 : 14.78%, 한국 2위(중국 1위 7.4%) 한국, 중국 합하면 1억이 넘어 가는 전 세계 단 하나의 성씨임 중국, 북한에서는 “리”라고 하는데, 남한에서만 “이”라고 읽고 있음. 그런데, 남한 사람들도 영어로 쓸 때에는 대부분 “Lee(리)”라고 하는 버릇이 있음 박 : 8.47%, 한국 3위(중국 100위 내에서는 안 보임) 한자로 “朴”을 쓰기도 하지만, 원래 “바가지”란 뜻의 순우리말 토종 성씨임. “박혁거세”의 “박”은 “박만큼이나 커다란 알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붙은 말임 영어로 "Park" "Pak" 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으나 "Paak" 이라고 쓰는 것이 가장 무난함. 최(崔) : 4.72%, 한국 4위(중국 58위) 정(鄭) : 4.37%, 한국 5위(중국 21위) 강(姜) : 2.27%, 한국 6위(중국 50위) 조(趙) : 2.14%, 한국 7위(중국 8위) 윤(尹) : 2.06%, 한국 8위(중국 95위) 장(張) : 2.00%, 한국 9위(중국 3위) 임(林) : 1.66%, 한국 10위(중국 17위/일본에 정착한 일족이 있음) 오(吳) : 1.54%, 한국 11위(중국 10위) 한(韓) : 1.53%, 한국 12위(중국 26위) 신(申) : 1.52%, 한국 13위(고려태조가 하사한 성씨, 일본으로 넘어가 정착한 일족이 있음) 서(徐) : 1.51%, 한국 14위(중국 11위) 권(權) : 1.42%, 한국 15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 황(黃) : 1.40%, 한국 16위(중국 7위) 안(安) : 1.39%, 한국 17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 송(宋) : 1.38%, 한국 18위(중국 23위) 유(柳) : 1.31%, 한국 19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 일본에 정착한 일족이 있음 ) 홍(洪) : 1.13%, 한국 20위(중국 99위) 전(全) : 1.07%, 한국 21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고려 왕씨 유래설이 있음) 고(高) : 0.95%, 한국 22위(중국 19위) 문(文) : 0.93%, 한국 23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 손(孫) : 0.90%, 한국 24위(중국 12위) 양(梁) : 0.85%, 한국 25위(중국 20위) 배(裵) : 0.81%, 한국 26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 조(曺) : 0.79%, 한국 27위(중국 27위) 백(白) : 0.76%, 한국 28위(중국 79위) 허(許) : 0.65%, 한국 29위(중국 28위) 남(南) : 0.56%, 한국 30위(중국 100위 이내 없음/일본에 정착한 일족이 있음) 우리 나라 31위 이후의 성씨는 다음과 같음. 31-40 심(沈) 유(劉) 노(盧) 하(河) 전(田) 정(丁) 성(成) 곽(郭) 차(車) 유(兪) 41-50 구(具) 우(禹) 주(朱) 임(任) 나(羅) 신(辛) 민(閔) 진(陳) 지(池) 엄(嚴) 51-60 원(元) 채(蔡) 강(康) 천(千) 양(楊) 공(孔) 현(玄) 방(方) 변(卞) 함(咸) 61-70 노(魯) 염(廉) 여(呂) 추(秋) 변(邊) 도(都) 석(石) 신(愼) 소(蘇) 선(宣) 71-80 주(周) 설(薛) 방(房) 마(馬) 정(程) 길(吉) 위(魏) 연(延) 표(表) 명(明) 81-90 기(奇) 금(琴) 왕(王) 반(潘) 옥(玉) 육(陸) 진(秦) 인(印) 맹(孟) 제(諸) 91-100 탁(卓) 모(牟) 남궁(南宮) 여(余) 장(蔣) 어(魚) 유(庾) 국(鞠) 은(殷) 편(片) 101-110 용(龍) 강(疆) 구(丘) 예(芮) 봉(奉) 한(漢) 경(慶) 소(邵) 사(史) 석(昔) 111-120 부(夫) 황보(皇甫) 가(賈) 복(卜) 천(天) 목(睦) 태(太) 지(智) 형(邢) 피(皮) 121-130 계(桂) 전(錢) 감(甘) 음(陰) 두(杜) 진(晋) 동(董) 장(章) 온(溫) 송(松) 131-140 경(景) 제갈(諸葛) 사공(司空) 호(扈) 하(夏) 빈(賓) 선우(鮮于) 연(燕) 채(菜) 우(于) 141-150 범(范) 설(?) 양(樑) 갈(葛) 좌(左) 노(路) 반(班) 팽(彭) 승(承) 공(公) 151-160 간(簡) 상(尙) 기(箕) 국(國) 시(施) 서문(西門) 위(韋) 도(陶) 시(柴) 이(異) 161-170 호(胡) 채(采) 강(强) 진(眞) 빈(彬) 방(邦) 단(段) 서(西) 견(甄) 원(袁) 171-180 방(龐) 창(昌) 당(唐) 순(荀) 마(麻) 화(化) 구(邱) 모(毛) 이(伊) 양(襄) 181-190 종(鍾) 승(昇) 성(星) 독고(獨孤) 옹(邕) 빙(?) 장(莊) 추(鄒) 편(扁) 아(阿) 191-200 도(道) 평(平) 대(大) 풍(馮) 궁(弓) 강(剛) 연(連) 견(堅) 점(占) 흥(興) 201-210 섭(葉) 국(菊) 내(乃) 제(齊) 여(汝) 낭(浪) 봉(鳳) 해(海) 판(判) 초(楚) 211-220 필(弼) 궉(?) 근(斤) 사(舍) 매(梅) 동방(東方) 호(鎬) 두(頭) 미(米) 요(姚) 221-230 옹(雍) 야(夜) 묵(墨) 자(慈) 만(萬) 운(雲) 범(凡) 환(桓) 곡(曲) 탄(彈) 231-240 종(宗) 창(倉) 사(謝) 영(永) 포(包) 엽(葉) 수(水) 애(艾) 단(單) 부(傅) 241-250 순(淳) 순(舜) 돈(頓) 학(?) 비(丕) 영(榮) 개(介) 후(侯) 십(?) 뇌(雷) 251-260 난(欒) 춘(椿) 수(洙) 준(俊) 초(肖) 운(芸) 내(奈) 묘(苗) 담(譚) 장곡(長谷) 261-270 어금(魚金) 강전(岡田) 삼(森) 저(邸) 군(君) 초(初) 영(影) 교(橋) 순(順) 단(端) 271-280 후(后) 누(樓) 돈(敦) 소봉(小峰) 뇌(賴) 망절(網切) 원(苑) 즙(?) 증(增) 증(曾) 281 삼(杉) : 282 우(宇): 소(肖)예(乂) 빙(氷) 경(京) : (이상 총 286개 성씨) 이 중 최근에 새로 생긴 성씨 중에는 동사무소 직원이 잘못 기재하여 그리 된 것도 있고, 국제 결혼으로 우리 나라 국적을 취득한 동남아 또는 중국 사람들의 성씨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대 중국의 주요 성씨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李 : 중국 7.4%, 중국 1위(한국 2위) 당나라 황제 이세민(李世民)이 개국공신들에게 “李”를 하사했고, 나중에 후위(後魏)의 선비족(鮮卑族)에서도 “李”씨로 바꾸어 사용한 사람들이 많음. 중국인들은 영어로 표기할 때 "Li"를 주로 사용하며, 미국 "Lee"와의 관계는 불명확함 王 : 중국 7.2%, 중국 2위(한국 83위) 중국 전한(前漢)과 후한(後漢) 사이의 신(新)나라 때 황제 왕망(王莽)의 성씨임. 중국 사람이라 하면 “비단장사 왕서방”이라 할 정도로 중국에 왕 씨가 많았음 한국에서도 고려시대 왕족이 “왕건(王建)”의 왕씨였으나 고려 멸망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춤. 張 : 중국 6.8%, 중국 3위(한국 9위) 장삼이사(張三李四 : 중국인들은 대개 張씨네 셋째 아들 아니면 李씨네 넷째 아들이라는 뜻)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張씨가 많았음. 지금도 “장가계(張家界)”는 관광지로 유명함.“왕삼이사(王三李四)”란 말이 생기지 않은 것은 “왕이 셋이면..”으로 잘못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됨. 劉(유) : 중국 4위(한국 32위) 陳(진) : 중국 5위(한국 48위) 楊(양) : 중국 6위(한국 55위) 黃(황) : 중국 7위(한국 16위) 趙(조) : 중국 8위(한국 7위) 周(주) : 중국 9위(한국 71위) 吳(오) : 중국 10위(한국 11위) 徐(서) : 중국 11위(한국 14위) 孫(손) : 중국 12위(한국 24위) 朱(주) : 중국 13위(한국 43위) 馬(마) : 중국 14위(한국 74위) 胡(호) : 중국 15위(한국 161위) 郭(곽) : 중국 16위(한국 38위) 林(임) : 중국 17위(한국 10위) 何(하) : 중국 18위(한국에는 없음) 高(고) : 중국 19위(한국 22위) 梁(양) : 중국 20위(한국 25위) 鄭(정) : 중국 21위(한국 5위) 羅(나) : 중국 22위(한국 45위) 宋(송) : 중국 23위(한국 18위) 謝(사) : 중국 24위(한국 233위) 唐(당) : 중국 25위(한국 173위) 韓(한) : 중국 26위(한국 12위) 曹(조) : 중국 27위(한국 27위) / 한국에서는 “曺(조)”란 글자를 주로 사용함 許(허) : 중국 28위(한국 29위) 鄧(등) : 중국 29위(한국에는 없음) 蕭(소) : 중국 30위(한국에는 없음) 중국 31위부터 100위까지는 다음과 같음 31-40 馮(풍),曾(증),程(정),蔡(채),彭(팽),潘(반),袁(원),于(우),董(동),余(여), 41-50 蘇(소),?(협),?(여),魏(위),?(장),田(전),杜(두),丁(정),沈(심),姜(강) 51-60 范(범),江(강),傅(부),?(종),?(노),汪(왕),戴(대),崔(최),任(임),?(육) 61-70 廖(료),姚(요),方(방),金(금),邱(구),夏(하),?(담),?(위),?(가),?(추) 71-80 石(석),熊(웅),孟(맹),秦(진),?(염),薛(설),侯(후),雷(뢰),白(백),?(용) 81-90 段(단),?(학),孔(공),邵(소),史(사),毛(모),常(상),万(만),?(고),?(뢰) 91-100 武(무),康(강),?(하),?(엄),尹(윤),?(전),施(시),牛(우),洪(홍),?(공) 중국 측 발표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성씨는 5 6개 종족에 약 12000개의 성씨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고 한다. 13억 인구 전부를 조사 못해서 이런 추정치라는 것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신판 『중국성씨대사전(中國姓氏大辭典)』에는 무려 23000개의 성씨가 소개되어 있다. 우리는 중국, 한국, 일본의 성씨에 대한 역사나 인식들에 대하여 약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우선 중국의 성씨관... 중국은 예로부터 성(姓)과 씨(氏)는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원래 성(姓)이라 함은 모계제 사회의 흔적으로 “어머니의 출신지”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씨(氏)는 “출생한 뒤에 아버지와 함께 살던 곳”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중국인들이 모두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고 있는 “황제(黃帝)”의 경우 성(姓)은 “희(姬)”이고 씨(氏)는 “헌원(軒轅)”이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성격이 조금 바뀌어 황제(皇帝), 즉 천자(天子)가 내려 주는 것은 성(姓)이라 했고, 제후(諸侯) 또는 국왕(國王) 정도가 내려 주는 것은 씨(氏)라 했다. 언제나 성(姓)이 한 단계 위의 개념이었는데, 보통 성(姓)은 한 글자였고 씨(氏)는 두 글자가 많았다. 그리고 한(漢) 나라 때에 족보라는 것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천자가 각 제후나 공신들의 자제들에 대한 특별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때부터 천자가 만든 족보에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가 권력의 유무를 판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성씨는 남자들만의 혈통을 표시하는 것이 되어 버렸고 생물학적으로 특정한 Y염색체의 유전 상황을 표시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 어쨌든 중국의 성씨는 역사가 5000년이 되었고, 성씨는 문화의 전승과 남성 혈통의 흐름을 연구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같은 성씨이면 무조건적으로 친근감을 느끼는” 관습이 자연스러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혈연 관계는 인간생활에 활력을 넣어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한국의 성씨관... 원래 우리 나라의 토착민들은 성씨가 없었다고 한다. 계속적인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서 일부 고위 관리들에게서 성씨를 가진 자들이 간간이 나타났고, 삼국시대 말기 신라에서는 국력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왕족을 중심으로 성씨를 스스로 만들어서 가졌다. 그래서 왕족들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죽고 없는 먼 조상님들(혁거세, 알지 등등)에게도 소급해서 성씨를 만들어 붙이고 했다. 조선시대 말까지도 우리나라는 양반보다 쌍놈들이 더 많았고, 성씨를 갖고 있는 사람들 숫자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대한제국 시절 일본의 압력 덕분에 호적에 성씨란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올린 사람들도 많았지만,“만들어 올렸다”는 그 사실은 언제까지나 “가문의 비밀”로 숨겨 두어야 했다. 성씨의 유무와 관련한 성씨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우리 백성들은 양반제도가 비록 법적으로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어렵게 얻은 “양반의 성씨”만큼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1940년대에 일본이 “이제 조선과 일본은 명실상부한 한 나라”임을 강조하면서 일본식으로 창씨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하고, 앞으로 성씨로 인한 조선인, 일본인 간의 차별대우는 영원히 없어질 것이라 하였다. 성씨 자체를 “가문의 역사”로 생각하는 많은 우리 백성들은 당연히 반대하였고, 성씨의 역사가 불과 50년밖에 안 되어 성씨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도 없었던 일본 정부에서는 조선인들의 반대를 보고 “거참, 이상하다. 그깟 성씨 가지고 왜들 저러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성씨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일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성씨를 만들어 신고한 사람도 있었다. 소설가 춘원 이광수는 신청 첫날 아침에 맨 먼저 신고하였는데, 이광수가 만든 성씨는 “일본 천황 고향의 뒷산인 향구산(香久山)의 이름에서 따 왔다는” 향산(香山)이었다. 이광수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성씨란 건 별 것 아니야”라는 자기네들의 전통적 인식을 한국식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어쨌든, 지금의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자가 결혼 후에도 자신의 성씨를 그대로 유지하는” 나라가 되어 있다. 전 세계의 남자들이 한국인들에게 깜짝 놀라는 것이 두 가지라 하는데, 한 가지는 부인의 성씨 문제이고 또 한 가지는 “부인이 남편 통장을 관리”하는 것이라 한다. “자다가 벌떡 깨어 다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들이 보는 한국은 거의 구제불능성 선천적 여성천국이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성씨관... 일본은 우리 한반도의 영향을 받아 백제와 교류할 때부터 성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오랜 기간 동안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중국과의 교류도 크게 활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성씨의 위력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19세기말 미국이 군함을 밀고 들어오고, 일본 청년들이 세계일주도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패밀리 네임”이란 것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을 보니 자기네들의 직업을 가지고 만든 성씨도 있고, 자기네 마을의 특징을 살려서 만든 성씨도 있었다. 그래서 일본도 성씨란 걸 만들어서 쓰기로 하였다. 그런데, 일본의 학자들에게 물어 보니 동양 문화권에서는 성(姓)이라는 것도 있고 씨(氏)라는 것도 있는데.. 성(姓)이란 것은 황제가 직접 만들어서 나누어 주어야 하는 것이라 하였다. 백성이 한두 명도 아닌데 어느 세월에 만들어서 준단 말인가... 그냥 일본은 씨(氏)를 만들어서 쓰기로 하고 창씨(創氏)하는 업무는 각 사무라이들에게 그냥 맡기기로 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순식간에 수만 개의 씨(氏)가 만들어졌는데... 지금도 일본은 어떤 장부이든지 “성명(姓名)”이란 칸은 없고 어디든지 모두 “씨명(氏名)”이란 칸만 있다. 19세기 말 갑자기 시행된 창씨(創氏)였기 때문에 각자의 씨(氏)에 대한 커다란 자부심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청일 전쟁 승리 이후 조선에게도 성씨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호적법을 만들어 창씨(創氏)의 기회를 주었으나, 조선인들은 이상하게도 창씨(創氏)는 않고 기존 양반들의 성(姓)을 빌려 와서 관청에 신고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 글자 짜리인 성(姓)을 사용하는 사람은 중국 또는 조선인이고 두 글자 짜리 씨(氏)를 쓰는 사람은 일본인.... 어찌 되었든 간에 국적 구별이 쉬워서 좋기는 했다. 조선을 삼키고 난 뒤에 조선인들로부터 “같은 나라가 되었다고 해 놓고는 차별대우가 너무 심하다”는 등 불만사항이 많이 접수가 되었지만, 우선 이름에서부터 출신이 확연하게 표시가 나니 일본 정부로서도 별로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 그냥 대충 세월만 보냈다. 그러다가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고, 일본군들이 매일매일 죽어 나가고... 조선인들이라도 군인으로 뽑아서 내보내야겠는데 차별대우 해소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라고 매일 투덜대는 저 조선인들을 그냥 일본군으로 들여 보냈다가는 전투도 제대로 못해 보고 질 것 같고... 일본정부는 착잡해졌다. 누군가 묘안을 냈다. 일본식으로 창씨(創氏)할 기회를 한 번 더 줄 터이니 이 참에 일본식으로 제대로 창씨를 해라... 어차피 얼굴 생긴 것도 똑같고.. 조선 출신을 차별대우하고 싶어도 조선 출신이란 표시가 없으니 못할 것 아니냐... 그러나 그대신 조선 청년들 군대에 좀 가 줘야 되겠다.... 이렇게 하여 1940년대에 창씨(創氏)할 기회를 주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어떻게 그 동안 써 오던 성(姓)을 버리고 그보다 격이 낮은 씨(氏)를 쓸 수 있느냐”라는 것이었다. 일본인들로서는 얼른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었다. 이미 오래 전에 법적으로 양반이란 것도 없어졌고 문벌이란 것도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는데 허울만 남은 성(姓)을 가지고 왜 그리 집착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래도 차별대우 철폐란 것이 어차피 민간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문제이고 정책 차원에서 조선출신이라는 표시가 안 나게 해 주겠다는 것인데...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의 불만에 대해 잘 이해가 안 갔지만 그래도 강제 창씨를 계속 밀고 나갔다. (이 때 林, 柳, 南씨 일부는 일본에도 있는 성씨라 하여 새로 창씨를 하지 않았다고 함).... 그리고 조선인들을 일본군으로 받아 들여 전쟁을 계속 수행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선사람들만 일본군복을 입은 채로 애매하게 죽은 셈이 되어 버렸고 몇 년 후 일본은 전쟁에서 졌다. 1945년에 전쟁도 끝이 나고 살림살이도 일본 내부로 축소되었으니 일거리도 줄어들고 오히려 편해졌다. 일본인들도 이제 성씨를 사용한 지 거의 100년이 다 되어 간다. 100년 동안 의 짧은 역사가 일본인들에게 성씨에 대한 관념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아직까지는 성씨에 대한 뚜렷한 자부심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일본인은 성씨의 종류는 8만여 가지로 무지하게 많지만 성씨별 인구 수에 대해서는 아직은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나라 양반의 자손들이 볼 때에는 분명히 일본인은 "근본도 모르는 ''들"일 뿐이다.
1361    특이한 姓氏 댓글:  조회:5565  추천:0  2015-07-17
진짜 특이한 성씨 몇개          133위 사공(司空) 인구수:4,307  가구수:1,360   본관은 효령(孝令) 단본이다.  《효령사공씨세보(孝令司空氏世譜)》에 따르면 시조는 당나라 사람인 사공도(司空圖)로  897년 황소의 난을 피하여 신라로 왔다고 한다.  고려 충숙왕 때 판의사사로 효령군에 봉해진 사공중상(司空仲常)을 1세조로 하고 관향을 효령으로 삼았다. 1985년 인구통계 조사 상 3634명밖에 안되는 희소 성씨지만  재무부 장관, 고려대학교 교수 등을 지낸 사공일 박사 덕분에 어느정도 알려진 성씨이다.     216위 동방(東方) 인구수:220  가구수:70  본관수:2 청주(淸州),진주(晉州)     동방은 대한민국,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성으로 쓰인다. 한국의 성씨 중의 동방씨는 1930년 조사에서는 대부분 평안북도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한국의 동방씨는 중국 제남, 현대의 산둥성에서 계출된 성씨로,  한국에는 진주동방씨와 청주동방씨가 있다. 2000년 통계청의 전국인구조사에 따르면 청주동방씨는 39가구에 119명이고, 진주동방씨는 30가구에 98명에 불과하다.     274위 소봉(小峰)  인구수:18 가구수:4 小峰. 희귀 성씨로, 일본에 고미네(小峰)라는 성씨가 실존하나 연관성은 없다.  중국에 있는 샤오펑씨도 아래 언급하는 공주소봉씨와 같은 혈통이다. 소봉씨는 기원전 7년경에 활동했던 신라 출신 지충강(池忠江)의 40대손인 소봉현경을 중시조로 하고 있다.  고려 건국의 공을 세워 공주부원군에 봉해졌고 이후 본관은 공주로 정해졌다.  하지만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개국하면서 중앙정계에 모습을 감췄다는 언급 이후로 어떠한 행적도 추적할 수 없다. 본관은 공주이긴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서 본관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276위 망절(網切)  인구수:10 가구수:1 한국의 성씨 중 하나로 일본계 귀화 성씨. 본관은 도간(島間 しまま) 밖에 없다. 시조는 1971년 귀화한 망절일랑(網切一郞, 원래 이름의 읽기는 아미키리 이치로 あみきり イチロウ) 씨이다 망절일랑 씨가 귀화하게 된 데에는 복잡한 사연이 있다.  그는 1942년 경상남도 김해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일본인 경찰간부(경무과장)의 8대 독자였다.  광복이 되던 무렵 가택연금 중이던 부모가 강제송환 당할 때, 그는 마침 이웃에 놀러가 있었던 때라 부모와 떨어져 4살 때 혼자 한국에 남겨졌다.  일본식 이름인데다가 학창시절 한국어에 서툴러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그후 외할아버지 양모씨의 보살핌을 받았고 호적에는 외가의 성인 '양일랑'이란 이름으로 올랐다.             그 외 주변에서 보기 어려울듯한 희귀 성씨들     124위 음(陰) 5,936명 145위 좌(左) 3,130명 176위 화(化) 945명 186위 빙(冰) 726명 189위 편(扁) 633명 195위 궁(弓) 562명 203위 내(乃) 377명 206위 낭(浪) 341명 215위 매(梅) 222명 220위 요(姚) 198명 222위 야(夜) 180명 238위 애(艾) 123명 246위 개(介) 86명 249위 십(辻) 82명 258위 묘(苗) 61명 260위 장곡(長谷) 52명 261위 어금(魚金) 51명 262위 강전(岡田) 51명  
1360    명시인 - 주요한 댓글:  조회:4144  추천:1  2015-07-17
가신 누님 /주요한  강남 제비 오는 날  새 옷 입고 꽃 꽂고  처녀 색시 앞뒤 서서  우리 누님 뒷산에 갔네  가서 올 줄 알았더니  흙 덮고 금잔디 털어  병풍 속에 그린 닭이  울더라도 못 온다네  섬돌 우에 복사꽃이  피더라도 못 온다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가을 멧견 / 주요한  비 와서 강물은 벌겋고  무너진 산길이 석양에  그 벗은 다리를 쉬일 제  내 곤한 꿈도 쉬임이다.  조밭에 방울이 요란하고  어지러운 새떼는 들을 건너며  바람결에 소울음 멀리 들릴 제  내 마음은 가만히 눈감습니다.  솔밭에 송진냄새 그윽하고  우거져 익어가는 풀 숲에서  흙과 `가을'이 향기로울 때  내 감각은 물고기같이 입 벌립니다.  그러나 저녁이 몰래 와서  모든 요란을 그 옷자락에 쌀 때라야  나의 오관은 비밀을 뚫어보고  더 오묘한 소리를 알아냅니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가을은 아름답다 / 주요한  빗소리 그쳤다 잇는  가을은 아름답다.  빛 맑은 국화송이에  맺힌 이슬 빛나고  꿩 우는 소리에 해 저무는  가을은 아름답다.  곡식 익어 거두기에 바쁘고  은하수에 흰 돛대 한가할 때  절 아래 높은 나무에  까마귀 소리치고  피 묻은 단풍잎 바람에 날리는  가을은 아름답다.  물 없는 물레방아 돌지 않고  무너진 섬돌 틈에서  달 그리운 귀뚜라미 우지짖는  멀리 있는 님 생각 간절한  한 많은 철이여!  아름다운 가을이여!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그 봄을 바라 / 주요한  푸른 물 모래를 비추고 흰 돛대 섬을 감돌며,  들 건너 자줏빛 봄안개 설움 없이 울 적에,  서산에 꽃 꺾으러, 동산에 님 뵈오러  가고 오는 흰옷 반가운, 아아 그 땅을 바라,  그대와 함께 가 볼거나……  뜨거운 가을 해, 묏전에 솔나무길이 못 되고,  어린 아우 죽은 무덤에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적은 동리 타작마당, 잠자리가 노는 날,  꿈 같은 어린 시절 찾으러, 아아 그 산을 바라,  그대와 함께 가 볼거나……  아침에 저녁에 해묵은 느릅나무 가마귀 울고  담장에 가제 푸른 넝쿨, 다정한 비 뿌릴 제  섬돌빛 누런 꽃을 뜯어서 노래하던,  지붕 낮은 나의 고향집, 아아 그 봄을 바라,  그대와 함께 가 볼거나……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금속의 노래 / 주요한  여기는 옛날의 투르키의 미인 파는 장터  각색 금속이 색을 자랑하는 실험이올시다  먼저는 날카롬과 열렬을 자랑삼는 경금속  칼리와 소다 석유병 속에 갇혀 지내며  언제나 맑은 증류수에 춤출 날을 꿈꾸나니  여러분 참으로 생명도 끊는 사랑을 구하시거든  가성칼리의 뜨거운 키쓰를 마다 맙시오  다음에는 소복 입은 알루미늄 칼슘 마그네슘  연하고 겸손한 마음성이지만  마그네슘은 불에 사르면 별같이 빛나고  칼슘은 뜨거운 생석회가 됩니다.  그러나 알루미늄같이 온 세상 살림을 가볍게 하는  얌전하고 일 잘하는 색시는 또 없을 것입니다  또 그 다음에는 화려치 못한 아연 속된 철 취미가 높지 못한 동  그러나 천하에 많고 많은 부엌 며느리 같은  그네의 은공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올시다  신비한 푸른색 가진 백동 그와 한쌍인 붉은 코발트  가장 옷 잘차리기는 누런 치마의 카드뮴 등황색의 크롬  수은은 여승같이 세상을 버린 이  그러나 순홍과 주토의 붉은 빛이 수은계로 온 것은  잊지 못할 것의 하납니다  무거운 `연' 젊은 라듐이 천만 세기를 늙어서 된 `연'  예범 있고 깨끗한 `은' 참 말레디  한빛의 아름다움을 몸소 가르치는 은  교만한 금보다도 가면 쓴 백금보다도  은은 더 사랑스럽습니다  여보시오 여기는 투르키의 미인시장  각색 금속이 색을 자랑하는 실험실이올시다  봉사꽃, 세계서관, 1930  꽃 / 주요한  꽃이 핀다, 님의 웃음이  떨어지는 곳마다 꽃이 핀다.  그 꽃을 손으로 꺾었더니  꽃도 잎도 다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님의 웃음  마음 속 길이 간직했더니  그 속에 피어나 꽃이 되어  이 타는 속을 미칠 듯이.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꽃밭 / 주요한  나팔꽃이 피었네,  백일홍이 피었네,  봉사 나무예 맺은 씨가  까맣게 여물었네.  봉사씨 여물었어도  새벽엘랑 빗지 마라.  봉사 나무에 맺힌 이슬  치마 자락 다 즐쿤다.  봉사 나무에 거미줄이  빗은 머리 얽어 준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남국의 눈 / 주요한  푸른 나뭇잎에 나려 쌓이는  남국의 눈이 옵니다.  오늘밤을 못 다 가서 사라질 것을―  설운 꿈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을―  푸른 가지 우에 피는 흰 꽃은  설운 꿈 같은 남국의 눈입니다.  젊은 가슴에 당치도 않은  남국의 때아닌 흰눈입니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노래하고 싶다 / 주요한  맑은 물에 숨쉬는 고기같이,  푸른 하늘에 높이 뜬 종달새같이  순풍에 돛 달고 닫는 배같이  그렇게 노래하고 싶다.  그렇게 자유롭게.  흰 모래에 반짝이는 햇빛같이  언덕에 부딪히는 흰 물결같이  물결과 희롱하는 어린애같이  그렇게 노래하고 싶다.  그렇게 무심하게.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농부 / 주요한  비 개인 뒤에 농부는 논에 나갔다.  바람이 산봉우리로 나려와서  김 오르는 밭이랑과 논두렁으로  춤을 추며 지나갔다.  검은 물새가 논에서 논으로  놀리는 듯이 소리치면서 날아갔다.  기나긴 여름해가 말없이 쪼이는 것은  농부의 속을 헤아려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기다릴 줄 아는 우리 농부는  자랑하듯 긴 한숨을 들이마시고  시방은 무섭게도 푸르른 넓은 벌에  금빛 물결이 흐늑일 가을을 확실히 보았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누이야 / 주요한  누이야 나가 봐­라 나무 새에  어제 비에 앵도가 얼마나 익었나  익었거든 따다가  샘물에 씻어라.  광주리에 따다가  샘물에 씻어라.  광주리가 없거던  치마자락에  따 오너라  경신(庚申)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눈 / 주요한  인경이 운다. 장안 새벽에 인경이 운다.  안개에 싸인 아침은 저 높은 흰구름 우에서 남모르게 밝아오지마는 차디찬, 벗은 몸을 밤의 앞에 내어던지는 거리거리는 아편(阿片)의 꿈 속에서 허기적거릴 때, 밤을 새워 반짝이는 빨간 등불 아래 노는 계집의 푸른 피를 빠는 환락(歡樂)의 더운 입김도 식어져 갈, 장안의 거리를 동서(東西)로 흘러가는 장사(葬事) 나가는 노래의 가­는 여운(餘韻)이 바람 치는 긴 다리 밑으로 스러져갈 때, 기름 마른 등불이 힘 없고 긴 한숨 소리로 과거(過去)의 탄식(嘆息)을 겨워하면서 껌벅거릴 때, 꿈 속에서 꿈 속으로 웅웅하는 인경소리가 울리어간다. 새벽 고하는 인경이 울리어간다. 눈이 녹는다. 동대문(東大門) 높은 지붕 우에 눈이 녹는다. 청기왓장 냄새, 낡아가는, 단청(丹靑) 냄새, 멀리 가까이 일어나는 닭소리에 밤마다 뚝딱이는 도깨비떼들도 아름드리 기둥 사이로 스러졌건마는, 문(門) 아래로 기어드는 바람소리는 아직도 처창(悽愴)한 반향(反響)을 어둑신한 천정(天井)으로 보낼 때마다, 아아 무슨 설움으로 가슴 막힌 바람소리를, 들으라 저기 헐어져가는 돌담장에서, 해마다 뻗어나는 머루잎 아래서 바람이 슬프게 부는 피리소리를. 흩어지는 눈에 섞여서 슬픈 그 소리가 나의 마음 속에 부어 내린다. 아아 눈이 녹는다. 새파란 이끼 우에 떨어지는 눈이 녹는다.  까치가 운다, 장안 새벽에 까치가 운다. 삼각산(三角山) 나무수풀에 퍼붓는 눈에 길을 잃고서, 어제 저녁 지는 해 빨간 구름에 표해두었던 길을 잃고서, 눈 오는 장안 새벽을 까치가 울며 간다. 까치가 운다.  아, 인경이 운다, 은은히 일어나는 인경 소리에 눈이 쌓인다. 장안에 넓고 좁은 길이 눈에 메운다. 님을 못 뵈고 죽은 색시의 설움에 겨운 눈물이 눈이 되어 나린다. 먼저 해 봄바람에 지고 남은 흰 복사꽃이 죄 품은 선녀의 뜨거운 가슴에서 흘러 나린다. 안개에 싸인 아침은 저 높은 구름 우에서 남모르게 밝아오지마는, 바람조차 퍼붓는 눈은 장안거리를 가로막고 외로 메운다. 그침 없이 끝없이 쌓인다, 쌓인다, 쌓인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눈 오는 날 / 주요한  1 까맣게 덮누르어 퍼부어 나리는다  먼 거리 암암하고 행인조차 끊겼으니  장안이 빈들 같아야 가슴 활닥하고녀  2 저녁녘 된바람에 쌓인 눈 보라치네  밤 눈을 밟고 가니 빠각빠각 소리난다  두어라 예 듣던 소리로다 내 반기어 하노라  3 녹이다 남은 눈이 기와 끝에 엎드렸네  앓아서 누운 아이 창문으로 내다보며  꼬리 긴 강아지 같다고 혼자 좋아하더라  4 인왕뿌리 깔린 눈을 무심하게 보지 마소  작년 이맘때 그 속에서 보던걸세  아직껏 남아 있는 그들 역시 저 눈 볼 것을  5 눈 녹아 길이 지니 찬 날이 되려 좋다  털조끼 껴입고 아쉰 소리 하지 마라  불땔 것 없는 동포가 하나 둘만 아니다  6 오늘도 신문 보니 몽고라 시비리는  영하 칠십 도 춥던 중 첨이란다  집 없는 망명객들을 생각하며 사노라  7 불끄고 누워봐도 눈이 말똥말똥하네  밤 귀에 완연한 것 눈 나리는 소리로다  세상 한(恨) 도맡은 듯하여 잠 못 이루어 하노라  봉사꽃, 세계서관, 1930  눈결 / 주요한  삼림(森林) 같은 님의 눈이  나의 얼굴에 쏘일 때  나의 눈과 마주칠 때,  나의 가슴은 바람같이 떨립니다.  시냇물 같은 님의 눈결  나의 가슴 속을 흐를 때,  나의 붉은 뺨을 씻을 때,  나의 피는 물고기같이 헴칩니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늙은 농부의 한탄 / 주요한  팔자란 것이 있느냐고  아들놈은 그러지만  없다는 것 거짓말이  지난해 풍년 들어  곡식말 남았던 것  팔아서 호미 사니  호미 값이 더 비쌌네  안 팔고 겨울나면  비싼 값 받을 것을  누구는 모를까봐  핏집 볏집 노적가리  난 데 없는 불에 타니  불은 웬 불인가  이것이 팔자의 불  올해도 풍년일세  빚 갚고도 남은 것은  큰년의 혼수흥정  옥에 가서 삼 년이나  못 나오는 아들놈의  옷이라도 들여 볼까  침침칠야 잠든 밤에  된 소나기 웬일이냐  동이 터졌고나  산이 떠나가나 보다  구들에 물들었다  일어나라  사람 살려라  번갯불 번쩍 할 적마다  미친년 머리같이  흐트러진 양버들나무  한 길 넘는 모래에  곡식도, 집도, 세간도  큰년, 작은년  할미강아지, 검정소  다 묻히고 남은 것은  지붕하고 내하고라  먹을 것 망쳤으니  사람까지 잘 삼켰지  이 몸 혼자 살았으니  이것이 팔자의 목숨  황금 같은 벼를 베어  도조 주고 빚 물면  남을 것 무엇 있나  남을 것 없을 바엔  물 속에 잘 썩었지  살아서 굶을 바엔  물귀신 잘 되었지  서리 치고 눈 날린다  홑옷 입고 땅을 파니  손등 얼어터질란다  하루 종일 파고 파도  죽 끓일 것 모자라네  철로길 고쳐 놓면  누가 타고 댕길 건가  철로길 생긴 뒤로  못사는 놈 더 불었네  지은 죄가 있다 하면  농부된 것 밖에 없네  탕수물에 풍덩실  죽지 못한 죄 뿐일세  옥에 갇힌 아들놈  팔자 없다 떠들더니  네가 다시 세상 나와  팔자 잘 타거들랑  팔자 없는 세상을  만들고 살아 봐라  동해바다에도 해가 진다.  이놈에 두 눈에서  눈물이 솟으니  세상도 다 기울었나보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드을로 가사이다 / 주요한  드을로 가사이다―  등불많은 거리를 지나서  달빛만 있는 드을로.  장터에는 싸움이 벌어졌고  전등 불 밑에는 술과 노래가  밤의 거리의 보기 싫은 것을  모두 나타내는 때  드을로 가사이다―  조고만 다리를 지나서  바람부는 드을로.  풀로 덮인 길에 `여름밤'이  벗은 몸으로 맞아 주는 곳  수수잎의 속삭이는 소리 밖에  우리의 귀를 어즈러일 것 없는 곳  드을로 가사이다―  영혼과 영혼이 `땅'의 향기 우에  하나이 되는 드을로.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등대 / 주요한  등대에 불은 꺼졌다 살았다,  그대 마음은 더웠다 식었다.  등대는 배가 그리워 그러하는지,  그대는 내가 싫어서 그러하는지.  배는 그리워도 바위가 막히여  밤마다 타는 불 평생 탈 밖에.  싫다고 가는 님은, 가는 님은,  애초에 만나지나 않았던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마음의 꽃 / 주요한  정성들여 물 주어도  마르는 나무를……  바람 비 안 맞혀도  지는 꽃을……  꽃은 시들고  나무는 말랐으니  버리리까  그대여 서릿발 차고  바람 많으나  행여나  오는 봄  기다리리까  그대를 위하여  정성들인  한 포기 꽃……  마음의 꽃……  어리석은 꽃……  봉사꽃, 세계서관, 1930  목탁소리 / 주요한  -이 중 한 푼 주시오면  극락세계 가오리다-  얼음 녹아 탁수소리  가지 우에 꾀꼴 소리  봄날이 완연컨만  목탁소리 웬일인고  갔던 봄 왔건만은  오마던 님 왜 안 온고.  -이 중 한 푼 주시오면  극락세계 가오리다-  버들줄에 피릿소리  중치는 목탁소리  강남제비 왔건만은  님의 소식 왜 안온고.  을축동(乙丑冬)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물꽃 / 주요한  꽃은 잔다 맑은 물 밑에  꽃은 잔다 흰 모래 우에  꽃은 잔다 그 맑은 향내  그 고운 빛이 물에 잠겨서  바람이 와서 꽃을 깨웠다  물결이 뛰어서 꽃을 깨웠다  그러나 꽃은 깨지 않는다.  꿈 하나 없는 고운 잠에서  꽃은 잔다 때가 오도록  꽃은 잔다 기다리면서  운명이 정한 한낱소리가  꽃을 불러 깨울 때까지  봉사꽃, 세계서관, 1930  반딧불 / 주요한  호박꽃에 반딧불,  호박 넝쿨에도 반딧불,  옷 축이러 나갔더니  풀밭에도 반딧불.  불 꺼라 방등 꺼라.  반딧불이 구경하자.  파랗게 붙는 불은  반딧불이 불이다.  발갛게 타는 불은  내 맘 속에 불이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복사꽃이 피면 / 주요한  복사꽃이 피면  가슴 아프다.  속 생각 너무나  한없으므로.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봄비 / 주요한  봄비에 바람 치여 실같이 휘날린다  종일 두고 뿌리어도 그칠 줄 모르노네  묵은 밭 새 옷 입으리니 오실 대로 오시라  목마른 가지가지 단물이 오르도록  마음껏 뿌리소서 스미어 들으소서  말랐던 뿌리에서도 새싹 날까 합니다.  산에도 나리나니 들에도 뿌리나니  산과 들에 오시는 비 내 집에는 안 오시랴  아이야 새 밭 갈아라 꽃 심을까 하노라  개구리 잠깨어라 버들개지 너도 오라  나비도 꿀벌도 온갖 생물 다 나오라  단 봄비 조선에 오나니 마중하러 갈거나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부끄러움 / 주요한  뒷동산에 꽃 캐러  언니 따라 갔더니  솔가지에 걸리어  다홍치마 찢었습네  누가 행여 볼까 하여  지름길로 왔더니  오늘따라 새 베는 임이  지름길에 나왔습네  뽕밭 옆에 김 안 매고  새 베러 나왔습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불놀이 / 주요한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江)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사월(四月)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 밀어가는 사람소리는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보니, 물냄새, 모래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不足)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江)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버릴까, 이 설움 살라버릴까,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돌아오는가, 차라리 속시원히 오늘밤 이 물 속에…… 그러면 행여나 불쌍히 여겨줄 이나 있을까……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는 매화포, 펄떡 정신(精神)을 차리니 우구우구 떠드는 구경꾼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짖는 듯 아아 좀더 강렬(强烈)한 열정(熱情)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기는 연기(煙氣), 숨막히는 불꽃의 고통(苦痛)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사월(四月)달 따스한 바람이 강(江)을 넘으면, 청류벽(淸流碧), 모란봉 높은 언덕 우에 허어옇게 흐늑이는 사람떼, 바람이 와서 불 적마다 불빛에 물든 물결이 미친 웃음을 웃으니, 겁많은 물고기는 모래 밑에 들어박히고, 물결치는 뱃슭에는 졸음 오는 `이즘'의 형상(形象)이 오락가락―어른거리는 그림자 일어나는 웃음소리, 달아논 등불 밑에서 목청껏 길게 빼는 여린 기생의 노래, 뜻 밖에 정욕(情慾)을 이끄는 불구경도 이제는 겹고, 한잔 한잔 또 한잔 끝없는 술도 이제는 싫어, 지저분한 배밑창에 맥없이 누우며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없는 장고소리에 겨운 남자(男子)들은 때때로 불 이는 욕심(慾心)에 못 견디어 번뜩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어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깃 우에 조을 때, 뜻있는 듯이 찌걱거리는 배젓개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 차디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웃음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 적마다 슬프게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綾羅島)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大同江)을 저어오르라. 거기 너의 애인(愛人)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곧추 너의 뱃머리를 돌리라 물결 끝에서 일어나는 추운 바람도 무엇이리오 괴이(怪異)한 웃음소리도 무엇이리오, 사랑 잃은 청년(靑年)의 어두운 가슴속도 너에게야 무엇이리오,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오오 다만 네 확실(確實)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사랑 / 주요한  나는 사랑의 사도외다  사랑은 비 뒤의 무지개처럼  사람의 이상을 무한히 끌어올리는  가장 아름다운 목표외다  사랑은 마치 물고기를 번식케하며  기이한 풀과 바위를 감춰두며  크고 적은 배를 띄우는  깊이 모르는 바다와도 같사외다.  그처럼 넓고  그처럼 깊사외다.  그러나 사랑은 또  바위를 차고 모래를 깨물며  천길을 나려치는 폭포외다.  그 나가는 길에 거침이 없사외다.  사랑은 튀어 오르는 화산같이  잔인한 세상을 향하야  뜨거운 분노를 폭발케 하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의 통일  사랑은 무한히 참으며  사랑은 가장 용감하외다.  사랑은 평화를 위하야  땅 위에 싸움을 퍼치며  사랑은 의를 위하야 붉은 피로  역사를 물들였사외다.  나는 사랑의 사도외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싸우지 않으면 안되겠사외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피를 뿜지 않으면 안되겠사외다.  학대 받고 짓밟힌 인류가 있는 동안  사랑은 나를 명령합니다.  ××의 기빨을 앞세우라고―  짓밟힌 그만을 위함이 아니고  짓밟는 그까지 위함이 사랑의  위대함이외다  이 분노와 이 싸움은  그러므로 더욱 거룩하외다.  나는 이 세기를 향하야 싸움을 걸겠습니다.  싸우지 않는 사랑은 거짓이외다  미워하지 않는 사랑은 값없사외다.  노함이 없는 사랑은 헛되외다  나는 이 세기를 향하야  사랑의 돌격전을 걸겠습니다.  나는 사랑의 사도외다  오직 사랑함으로써  나는 바른 손에 칼을 잡았사외다.  오직 사랑함으로써  나는 왼손에 ××을 들었사외다.  나는 참으로  사랑의 사도외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삶 / 주요한  1  `삶'이란,  `행복'이란,  무엇?  아는 자는 누구?  그래도 알자면  애타고 설워……  그러나 봄빛이  나를 끄으니,  꿈 속에  잠기고저.  2  어둠과 밝음의  분별치 못할 새틈  봄잠을 설깨어  깨끗한 마음에  깨닫도다―  비고 또 빈 세상.  아, 그 설움의 위로여.  그러나 해 돋고  인간의 소리  귀를 울리면  분주한 마음  하염 없이  끝없는 길에  다시 서도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삶?죽음 / 주요한  `삶'은 지는 해, 피의 바다,  강하고 요란한 하늘이여.  `죽음'은 새벽, 흰 안개  깨끗한 호흡, 소복한 색채.  `삶'은 펄럭이는 촛불,  `죽음'은 빛나는 금강석,  `삶'은 설움의 희극,  `죽음'은 아름다운 비극,  끓는 물결 산을 삼키려 할 때  돛대에 부는 바람의 통곡―  소리 없이 부어 쌓이는 밤 눈에  가득한 웃음을 던지는 가벼운 달빛―  `삶'은 `죽음'에 이르는 비탈길,  `죽음'은 새로운 `삶'의 새벽,  아, 미묘히 섞어 짜는 `죽음'의 실로,  무거운 `삶'의 폭우에 성결한 광택을 이루리로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새벽꿈 / 주요한  나는 깨었다, 졸음은 흙 속에 스러지고  해는 없으되 낮같이 밝은 언덕가으로  나는 가비엽게 걸어간다, 흰 수풀  흰 나무 있는 데 길은 끊어지고  두터운 구름 그 끝에 일어난다  넓으나 넓은 언덕 우에 무거운 마음은  바깥 찬 기운과 슬치는 듯하여 더욱 무겁고  허둥거리는 발은 허공(虛空)을 차고 땅에 엎드리니  어디선가 이상(異常)한 앓는 소리 귀를 친다.  아아 이 언덕 저편 끝에 한 마리 누런 개 사슬에 끌려  힘없는 저항(抵抗)의 신음(呻吟)으로 털 뽑힌 모가지,  길게 느리우고 상(傷)한 발톱은 흙을 깬다.  아아 나의 눈은 어둡고 어깨는 떨려  더운 눈물은 가슴에서 끓어 오르며  밟고 섰는 땅은 흔들리고 기울어, 갑자기!  가슴 식는 두려움이 내 몸을 한없는 땅 밑으로 떨어뜨린다.  아아 나는 새벽에 잠깨었으나  나의 마음은 한때도 가라앉지 않지  막을 수 없는 어떤 사슬 쉴 새 없이  나의 가슴을 이끄는 듯하여  낮은 베개 우에 뜻 없는 눈물 쏟고 있었도다,  아침 햇빛, 나의 속 어두운 담벽에 비치는 날까지.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샘물이 혼자서 / 주요한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생의 찬미 / 주요한  1[其一]  비아, 비아, 비아, 병아리는 우물에  빠져 죽었다.  닭, 닭, 닭, 암탉은 우물을  싸고 돌았다.  눈빨간 삵이 나다니는 밤에도  이슬 찬 아침, 소리개 뜨는 낮에도  그 뒤에는 바람 부는 저녁이  자취 없이 기여들 때까지도  닭, 닭, 닭, 암탉은 우물을  싸고 돌았다.  밤이 가고 아침이 왔다―  물우에 뜬 것은 암탉의 시체,  닭의 등에 업은 것은 병아리의 시체  우물은 모른 체하고 푸른 하늘  거꾸로 비쳤다  닭, 닭, 닭 암탉의 우는 소리  다시 없었다  2[其二]  검은 진흙에서도 연꽃이 피네  니나니, 나니나  보이진 않아도 뿌리가 살았는 걸세  새는 노래하고 하늘은 맑다.  태양은 장천 웃고 있다  실개천 모여서 대동강 되네  니나니 나니나  한바다 향해서 모인 때문일세.  새는 노래하고 하늘은 맑다  태양은 장천 웃고 있다  두드리고 두드리면 바위도 갈라지네  니나니, 나니나,  그러나 그것은 직심이 있어야 하네.  새는 노래하고 하늘은 맑다  태양은 장천 웃고 있다  3[其三]  하루, 한 주일, 한 달이라도  너는 먹을 것 없이 견디겠느냐  ―그는 잠자코 ?그리하겠오?  홑옷 밖에 입을 것 없이라도  눈보라의 길을 걸을 수 있느냐  ―그는 잠자코 ?그리하겠오?  친구의 친척에게 버림을 받고  사랑하는 고향도 영원히 못 볼 것이다  ―그는 잠자코 ?그리하겠오?  고랑을 채우고 챗죽으로 때리고  나중에 갈 곳은 감옥의 쇠문이다  ―그는 잠자코 ?그리하겠오?  인제는 네 목숨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슨 까닭에 죽는지는 알릴 수 없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아기의 꿈 / 주요한  벌써 어디서 다듬이 소리가 들린다―  별이 아직 하나 밖에 아니 뵈는데.  달빛이 노니는 강물에 목욕하려  색시들이 강으로 간다.  바람이 간다―아기의 졸리는 머리 속으로.  수수밭에 속삭이는 소리를  아기는 알아듣고 웃는다.  아기는 곡조 모를 노래로 대답한다―  어머님이 아기 잠을 재우려 할 적에.  어머님의 사랑하는 아기는  이제 곧 잠 들겠습니다.  잠들어서 이불에 가만히 뉘인 뒤에  몰래 일어나 아기는 나가겠습니다.  나가서 저기 꿈같은 흰 들 길에서  그이를 만나 어머님 이얘기를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은 아기가 잘도 잔다하시고  대림질할 옷을 풀밭에 널어  아기의 웃는 얼굴에 입 맞추고 나가시겠지오.  그럴 적에 아기는 앞강을 날아 건너  그이 계신 곳에 가 보겠습니다.  가서 그이에게 어머님 이 얘기를 하겠습니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아침 처녀 / 주요한  새로운 햇빛이여, 금빛 바람을 일으켜, 일으켜,  나의 몸을 불어가라, 홧홧 달은 이마를, 뺨을, 두 귀를  나의 강한 애인에게 나의 `뜻'을 가져가면서.  이슬에 젖은 길이여, 빛나라, 빛나라, 나에 앞에  스스로 가진 힘을 의심 없이 깨닫기 위하여.  빛나라 잠깨기 시작한 거리거리여  불붙는 동편 하늘로 숨차게 걸어갈 때에.  아름다운 새벽이여 둘러싸라.  희고흰 새벽 안개여 더운 젖통을 씻으라  나의 깨끗한 살의 단 냄새가  모든 강한 애인의 가슴에 녹아 들기 위하여.  아, 땅이여, 붙들라, 나를,  너의 질긴 풀줄기로 나의 벗은 발을 매어  시원치 않은 이 몸을 너의 풀밭에 끌어 엎지르라.  이슬에 젖은 아침이여, 빛나라, 빛나라, 그때에  안타까운 나의 사랑을 뜨거운 그의 가슴에 비추기 위하여,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영혼 / 주요한  그렇게 완전하던 통일이  의지와 정이  아는 것과 바라는 것이  분명히 속일수 없이 하나이 되었던,  그의 개성이  다만 그 살의 흩어짐으로  아주 스러진다는 것이,  흔적도 없어졌다는 것이,  참일까.  그 영혼은―영혼이란 말을 쓸 수 있다면―  어리더라도 분명히 `그이'였었다.  아직도 피려는 꽃 봉오리라 하여도  누가 몰라 보았으랴.  더구나 그의 높은 희망, 겸손한 이상  생각의, 사랑의 파동이 적거나 크거나  큰 이 만큼, 적은 이 만큼 울리었었다.  물 한 방울도 있으면 없이할 수 없다는 것을,  사라진 줄 아는 `힘'도  반드시 우주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물질'보다도 `세력'보다도  더 확실한 더 힘있는  통일된 `의식'의 전부,  그 신기한 `개성'이  살이 식을 때에 더욱 굳세지고  더욱 맑아지던 그 `영혼'이  다만 어떠한 순간에  아주 스러졌다는 것이,  아니 있었던 것과 꼭 같이 된다는 것이  참일까, 참일까.  (1924년 12월 30일 누이동생이 죽음)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옛날의 거리 / 주요한  조고만 복잡 조그만 시름, 조고만 행복,  새벽 물장수 석양녘에 주정꾼  궂은날 땅에 기는 연기  객줏집 부엌에 물이 들어  오오, 거리여!  고르지 못한 팔다리로  처마 낮은 가갓집을 젖먹이듯 헤가리던  나의 거리여.  장마날, 나막신을 위하여 진땅을 예비하고  또 겨울, 얼어붙은 네 비탈에서  아이들의 얼음지치기, 할머니 한탄  세배 다니는 남녀의 차린 옷이  찬바람에 푸덕거릴 때  거리여  네 뺨이 아침 해에 불그레하였었다.  비 오고, 밟히고 바람 불어  울둑불둑 굳은 땅을  짐 실은 구루마가 털석거리고  먼눈 파는 아이가 돌뿌리에 넘어질 때  너는 참지 못하여 연해 웃었다.  달빛조차 얼어서 더 밝은 밤  밤엿장수 길게 외치는 소리,  희미한 방등 밑에 잦은 다듬이 방맹이가,  네 외로운 가슴에 얼마나 울렸을까.  또 봄이 와서 먼 산에 아지랑이가 노닐어도  꽃구경 가는 아낙네의 흰 신이 한가로워도  너는 먼지 이는 구석에 흐릿한 그림자를 지키노라고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너는 때로 한숨도 지으면서  이끼 덮인 수구로 빠져  굽은 소나무로 깎아 놓은 다리를 건너며  또, 새벽 민물에 나룻배를 건너  빨래소리도 못 들은 체하고  거리여, 너는  시냇물과 입맞추고  겸손하게 촌길과 손을 결렸었다  길고긴 여름밤에  부지런히 골목집을 찾아 들어가  수절하는 과부의 긴 한숨을 위로하고  속타는 며느리의 눈물을 마시었다.  너는 어느 때에 한번이나  싫다 하였나, 더럽다 하였나, 못 참을라 하였나  너를 둘러싼 꿈 속의 평화  대대로 전하는 게으름  너는 그를 불쌍하게 보았을지언정  나무라지는 않았다.  너는 놀랄 만한 참을성으로  그네가 그네의 행복을 찾도록  한결같이 기다렸었다.  그적에 나는 너의 몸가짐 눈짓을  너의 가슴에 따스함을  오오, 거리여  알았었다, 들었었다, 만졌었다.  그렇거늘 그렇거늘  오늘 너는 나를 몰라보고  나도 너와 초면이 되었다.  네 좌우에 있는 초라한 전들이  멀찍이 물러나서 곁눈질만 한다.  너는 네 우에서 아무런 비극이 생겨도  거리여, 거리여  너는 그렇게 변했다  너는 그렇게 변했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외로움 / 주요한  나는 옛날 성도(聖徒)의 걸음으로  외로움의 깊은 골에 홀로 나려가며  추억의 무거운 바다, 물 밑에 엎드려  나의 난 날과 모든 해를 이로 짓씹고,  지난날의 뜬생각 우에 재를 뿌리려 한다.  나는 내 몸을 누르는 각색(各色) 옷을 벗어 던지고  붉은 살로 얼음과 뜨거움을 능히 견디며  도올 줄 모르는 나의 상처를  찬바람과 날카론 빗으로 문질므로  나의 살에 참된 사랑을 맛보기를 원한다.  외로움은 뜨거움 없는 빛과 같다.  지금 이 기이한 굴 안에 광채가 가득하매  그 빛은 얼음같이 찬바람을 토한다,  나는 눈을 열 수 없고 물고기같이  외로움의 찬 빛을 호흡하며 부침(浮沈)한다.  아아 `사랑한다'는 모든 것  몇 천년 인류의 모든 겨레가 입으로 부르던  각색(各色) 가지의 `사랑'이란 말  그는 죽어 떨어진 꽃잎에 불과하다,  오직 이 광채 휘황한 슬픔과 아픔의 날에  죽는 듯이 빠르게 나의 핏줄기는 뛴다.  물소리가 멀리 들린다, 외로이,  여기 밤과 어둠이 없다,  그러나 그 빛이 차기 얼음 같고  그 밝음은 잔혹히 뚫어보는 눈동자 같으매  스스로 헤아리고 사모하는 마음은  이 외롬의 쓴 빛 아래 더욱 간절하니  나는 이를 악물고 감사의 눈물로, 여기서  신(神)에게 나의 발가벗은 기도를 드리리라.  아아 그러나 이상하다, 고요한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오는 듯이 마음 속 깊은 데서  병에 넘치는 물같이 벼랑에 떨어지는 꿈같이  형언할 수 없는 고감(苦感)과 쾌감(快感)을 가지고 온다.  나의 다문 입술은 때때로 떨리며  두 어깨는 어린아이와 같이 격노하였다.  이 같은 불안 속에 나는 소리를 들었노라.  `전에 슬픔의 바다에 잠기기 않은 자  또한 기쁨의 구름다리를 못 오르리라.  이미 있은 자, 시방 있는 자, 장차 있을 자,  너의 눈물을 네 환상 우에 쏟으라  거기서 너의 쓴 사랑을 찾으리로다'  폭풍우가 와서 나를 친다.  벗의 발자취 빈 공기를 통하여 가까이 온다.  색색의 그림자, 꿈, 혹은 나를 괴롭게  혹은 나를 즐겁게, 나의 귀와 눈과 살에 온다.  그러나 시방 나의 몸은 차고 또 더워  그 밖에 차기가 맑은 유리와 같고  그 안에 덥기가 풀무에 놀뛰는 화신(火神) 같다.  이리하여 기꺼운 침묵이 새벽처럼 와,  광채가 황홀한 기이한 굴속에  나는 맑게 개인 이지(理智)로 내 몸을  또 그 모든 지나간 날과 해를 잘 보며  후회도 없고 탄식도 없이 현황(眩惶)함도 다 가고,  소녀와 같이 순일(純一)한 애탐으로  제 몸과 그 모든 장래 올 날에 사랑을 붓는다.  이제 몸소 단련하는 외롬의 굴에 있으며,  언 바람과 칼 같은 광채에 붉은 상처를 내어주고  변함 없고 다만 하나인 불꽃의 `사랑'은  깜박임 없는 열정의 눈으로 영원히 지키도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우리집 / 주요한  우리집 동편 담 밑에는 돌창을 파고  서편 담은 곁집 담벼락으로 대신하였소.  그 담에 붙어 있는 닭이 홰를 가리운 듯이  비스듬히 뻗어난 살구나무, 첫여름에  막대기로 떨구는 선 살구의 신맛이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가지를 꺾어다 꽂았던 포풀라가  곧은 줄로 자라나서 네 해에는 제법,  높이 부는 겨울 바람에 노래를 칩니다.  나 많으시고 무서운 할아버님 안 계신 틈에  지붕에 오르기와 매흙 깐 마당 파기도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봄에는 호미 들고 메 캐러 들에 가며  가을엔 맵다란 김장무 날로 먹는 맛도  나의 좋아하는 것의 하나이었소.  해마다 추석이면 으레히 햇기장쌀에  밀길구미 길구어 노티를 지지더니  늙으신 할머님 지금은 누구를 위하여…….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이야기 / 주요한  고운 손에 새로운 `날'을 든 봄이  초록색 긴 치마를 입고 걸어옵니다.  눈­속에서 생겨난 토끼 새끼가 봄을 맞으러 산기슭에서 벌판으로 뛰어갑니다  아―봄이 옵니다. 햇빛에 반뜩이는 시냇물 우에, 주둥이 샛노란 병아리 빽빽 하는 소리를 따라, 산에도 들에도 한결같이 즐거운 노래를 퍼치는 봄이 올 적에  그리하고, 아름다운 새벽이 세계 우에 웃으면서 나타날 적에  네 바구니를 가진 네 처녀는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무도 들어가보지 못한 가시덤불의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꼭대기에는 더 없는 향기를 피우는 만첩꽃이 바다의 물결같이 가득히 핀 것이 보입니다  용감한 네 처녀는 돌 많고 엉키는 넉지 많은 산비탈을 얼마 못 올라가서  가시나무로 세운 담장을 만났습니다  첫째 처녀가 말했습니다  -이렇게 무서운 가시덤불로  나의 보드라운 살을 뜯지 않고는  이 산 우에 못 올라간다 하면  나는 싫소, 나는 올라가지 않겠소.  그까짓 꽃은 가지고 싶지 않소?하고  옆구리에 끼었던 바구니를 가시넝쿨에 던지니, 이상타, 별안간에  그의 몸은 세 처녀 앞에서 없어지고  아까 떠나온 산기슭 마른 흙 우에 홀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세 처녀는 그들의 흰 치마와 아름다운 뺨이 찢어지고 붉은 피에 물들기까지 애를 써서  더욱 더욱 우르르 가시담장을 넘어 올라갔습니다  얼마 더 안 가서 그들은 시꺼먼 물이 죽은 듯이 고인 넓은 못가에 다다랐습니다  그 못 속에서 아지 못할 손이  무서운 소리와 함께 손짓하여 부르는 것도 같고 저편 언덕에는 깊은 안개 속에  날샌 두 눈이 말없이 이편을 노려보는 듯도 합니다  어디선지 조고만 배가 젓는 이도 없는데 저절로 언덕에 와 닿았습니다. 둘째 처녀가 말합니다  -저 물은, 나의 깨끗한 살을 더럽힐 터이지,  저 되인 안개는 나의 숨을 막으려 한다  무엇하러 이런 데까지 찾아왔을꼬  아까 그 애와 함께 돌아갈 것을-  하고, 옆구리에 꼈던 바구니를 검은 물 우에 내어던지니  이상타, 별안간에, 그의 몸은 두 처녀 앞에서 없어지고 산기슭 마른  흙 우에 한 걸음 먼저 떨어진 그의 동무 곁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남은 두 처녀는 서슴지 않고  저절로 물 우에 떠가는 배를 잡아타고  안개와 내가 자욱한 언덕에 나렸습니다  두 바구니를 가진 두 처녀는 밤중 같은 어둠 속으로  길도 없는 산골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그것은 높고 높은 산꼭대기에  화려하게 핀 꽃들이 어둠을 뚫어, 그렇게 똑똑히  바라보이는 까닭이올습니다.  그러는 새에 안개도 벗어지고  두 바구니를 가진 두 처녀는  바라고 바라던 산꼭대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꽃은 간 데 없고, 다만 한층 더 높이  한층 더 험한 산이 그 앞에 솟아올랐습니다  겨우 뵐 만한 그 감감한 꼭대기에는  지금껏 보던 것보다도 더욱 훌륭한 꽃들이 수없이 피어서  바람 불 적마다 흐늑이는 것이 보입니다  그때에 어디선지 모를 곳으로부터 소리가 났습니다  -보아라 네 앞에 있는 끝 없는 싸움을-  그러나 셋째 처녀는 기를 써서 소리를 높여  -오오 다시 나를 속이지 말라  미련함으로 세운 너의 비석(碑石)이 다만 너를 웃어주리로다-  이렇게 괌치고, 옆구리에 꼈던 바구니로 앞에 막힌 산을 치니  이상타, 별안간에 그의 몸은 다른 처녀 앞에 없어지고  산 밑에 마른 흙 우에 그를 기다리는 두 동무 곁에 있었습니다  넷째 처녀는 슬픈 맘으로 동무의 스러진 편을 둘러보다가  다시 정신을 수습하여 한층 더 험하고 가파로운 산을,  아침에서 낮으로, 낮에서 저녁으로  빛과 어둠이 번갈아 차지하는 때를 더듬어  쉴 새 없이 고생과 외롬의 사이에  꿈으로 보는 산 우의 꽃을 향하여  그의 끊임 없는 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산 아래서는 마음 약한 세 처녀가  이제 저의 남은 한 동무가 마저 내려와서  전 같은 넷의 친한 사이를 지을 때를  날을 두고 달을 두고 기다립니다  봄이 지나가고 여름이 왔습니다  그 여름도 지나고 깨끗한 가을도 지나며  또 바람 찬 겨울까지 지나서  또 다시 노란 눈동자 가진 새 봄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다리는 동무는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자장가 / 주요한  뒤뜰에 우는 송아지  뜰 앞에 우는 비둘기  언니 등에 우리 아기  숨소리 곱게 잘 자지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전원송(田園頌) / 주요한  전원으로 오게, 전원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쁨을 가져오나니.  익은 열매와 붉은 잎사귀―  가을의 풍성은 지금이 한창일네.  아아, 도회의 핏줄 선 눈을 버리고  수그러진 어깨와 가쁜 호흡과  아우성치는 고독의 거리를 버리고  푸른 봉우리 솟아오른 전원으로 오게, 오게.  달이 서리 온 밭도랑을 희게 비추고  얼어붙은 강물과 다리와 어선 우에  눈은 나려서 녹고 또 꽃 필 적이  우리들의 깊이 또 고요히 묵상할 때일세.  전원으로 오게 건강의 전원으로  인공과 암흑과 시기와 잔혹의 도회  잠잘 줄 모르는 도회달과 별을 향하여  어리석은 반항을 하는 도회를 떠나오게.  노래는 드을에 가득히 산에 울려나고  향기와 빛깔은 산에서 드을로 퍼져간다  아름다운 봄! 양지에 보드랍게 풀린  흙덩이를 껴안고 입 맞추고 싶은 봄.  그러나 보라 도회는 피 빠는 박쥐가 깃들인 곳  흉한 강렬의 신 앞에 사람 사람이  피와 살과 자녀까지 바쳐야 하는  도회는 문명의 막다른 골, 무덤.  전원으로! 여기 끊임 없는 샘물이 솟네,  여기 영원한 새로움이 흘러나네,  더운 태양과 강건한 대지의  자라나는 여름의 전원으로!  아아, 그때에 새 예언자의 외치는 소리가  봉우리와 골짜기를 크게 울리리니  반역자가 인류의 유업을 차지하리니  위대한 리듬의 전원으로 오게, 오게.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조선 / 주요한  어떤 이는 무리진 달을 사랑하고  안개 끼인 봄밤을 즐기지마는―  어떤 이는 봄물에 드린 버들개지를  황혼의 그윽한 그림자를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을  소 소리 처량한 가을의 저녁을  떠나는 목선의 배따라기를  그 끊였다 잇는 곡조를 사랑하지마는  오, 조선의 자연이여 오직 나는  너의 위대한 여름을 껴안으련다.  논물에서 떠오르는 김도 뜨겁고  붉은 산에 쬐이는 햇빛은 더 붉어  솔나무 향기가 코를 찌르고  석양 맞은 황소의 큰 울음 할 제  아아, 너의 홍수와 소낙비와  기운찬 바람 뜨거운 바람 돌개바람  번갯불 우뢰소리 뭉게뭉게 오르는 구름  산과 골짜기 뻗어 나가는 산맥들과  또 시냇물과 다리와 나룻배와  기심꾼의 구슬땀과 노랫가락  그늘진 나무와 샘물과 폭포와  바위에 기는 덩굴과 우거진 수풀  보라, 저기 아침 해가 땅을 물들이니  벌판으로 가득한 곡식들의 행진곡  수수는 깃발 들고 벼는 발을 맞춰  물결처럼 군대처럼 열을 지어서  앞으로 앞으로 영원한 `희망'으로  조선사람의 가슴을 채워주는―  아, 여름은 나의 고향 나의 조국  그의 품은 나를 단련하는 풀무 불  해외에 떠다닐 때에 생각을 이끌어 가고  일에 지쳐 곤할 때에 새 기운을 돋우는  나의 집, 나의 어머니, 조선의 여름―  어떤 이는 봄과 달을 사랑하고  처량한 가을을 노래로 읊지마는  조선의 자연이여, 오직 나는  너의 위대한 여름을 껴안으련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지금에도 못 잊는 것은 / 주요한  지금에도 못 잊는 것은  안개 속에 돗 달고 가던 배.  바람도 없는 아침 물결에  소리도 없이 가 버린 배  배도 가고 세월도 갔건마는  안개 속 같은 어린 적 꿈은  옛날의 돗 달고 가던 배같이―  안개 속에 가고 오지 않는 배같이―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채석장 / 주요한  핑, 핑, 핑, 지구의 근육을 뚫으는 강철의 소리 여름날 뜨거운 빛이 뜨거운 바위에 부어 나릴 때 푸른 숲과 흰 들의 중간에서 인생의 합창소리는 일어난다.  -노래하자 태양아, 나무숲아, 흐르는 시내야 올라가자 선구자야  깨트려라 새 길을,  우리에게 주라, 위대한 힘을 막을 자 없는 힘을-  핑, 핑, 핑, 꾸준히 쉬지 않고, 거기 기울여라 너의 전부를,  바위를 깨무는 의지를 신념을, 강철의 심장을, 그날에 산은 평지가 되고 바다와 바다가 서로 통하리니  -노래하자 바람아, 소낙비야, 무성한 숲들아, 올라가자 선구자야  깨트려라 새 길을,  우리에게 주라, 위대한 힘을 막을 자 없는 힘을-  여름날 뜨거운 볕이 구릿빛의 근육을 태운다 흰 들, 붉은 흙, 푸른 산소리와 빛깔의 군악  여름이다 여름이다 그늘 깊은 산의 여름, 광활한 드을의 여름  생명은 한낱의 기구다, 닳아서 버리는 `정'과 같이 우주의 의지에 그 전체를 싸워 희생하는 행진곡이다.  그러나 얼마 없어 해결은 오리니, 화강석의 깊은 뚫리리니  -노래하자 우렁찬 시절아, 불타는 여름아 올라가자 선구자야  깨트려라 새 길을,  우리에게 주라, 위대한 힘을 막을 자 없는 힘을-  핑, 핑, 핑, 최후의 일격이다 준비는 다 되었다,  폭약은 장치되었다 불을 그어댈 사람은 나오라, 위대한 승리에 취할 사람은 나오라, 나오라, 나오라,  여름날 자연은 모두가 잠잠하게 불붙는 광경 잠잠한 것은 힘세다, 위대하다, 오, 잠잠한 합창의 소리  너는 듣느냐 그 소리를 `최후의 일격이다, 준비는 다 되었다'  -노래하자 태양아, 나무숲아, 흐르는 시내야 올라가자 선구자야  깨트려라 새 길을,  우리에게 주라, 위대한 힘을, 막을 자 없는 힘을-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페놀탈렌 / 주요한  뜨거운 페놀과 순결한 탈렌이  낳은 따님 페놀탈렌  핏빛의 붉은 사랑은 감추었건만……  남달리 열렬한 가성칼리를 그려  변함 없는 붉은 가슴 끓건만  방울방울 떨어지는 가성액에  파문을 지으며 가슴의 한 끝이 뛰건만  찬바람같이 휩싸는 희류산의 시기에  애처롭게 스러지는 그 붉음  아아 페놀탈렌에게는 산과 가성……  사람의 따님께는 사랑과 버림이……  봉사꽃, 세계서관, 1930  푸른 하늘 아래 / 주요한  푸른 하늘 아래  오늘 또 빛이 찼다,  오늘 또 더움이 있다,  오늘 또 새들이 높이 뜬다.  어떤 때는 외로운 지붕이 비에 젖었다.  또 언제는 가장 높은 가지 우에  저문 해를 느끼는 바람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금 새들은  잿빛과 누런빛의 보드라운 머리털을,  그 속에 숨긴 사랑을,  지혜롭게 흔들며  아무도 모르는 이상(異象)의 세계에  그들의 더운 가슴을 내어준다.  오, 이날 이 감춘 귓속말,  보이지 않는 활개침,  아름다운 누리에 그려 내는 여러 낱 굽은 줄,  또한 새여 더욱 너의 미끄러운 잔등이  나래 밑에 가늘고 붉은 다리가  나의 입술을 이끈다.  아, 밝은 날, 퍼지는 빛,  두텁고 가뿐 목숨 우에  춤추고 솟아오르는 곱다란 생물,  이날에 한갓 새 힘을 돋우어,  견딜 수 없이 움직여서,  그침 없이 노래하여서,  더, 더, 기쁜 소식의 때를  끝 날까지 두어 두려고, 간직하려고,  쓰다듬고 기르려고―  놀뛰고 춤추고 솟아오르는 곱다란 생물들이여.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풀밭 / 주요한  봄날 풀밭에 누워서  눈감고 조용히 들으면  어디선가 미묘한 음악이,  하나도 아니요 여럿이,  수천 수만의 숨소리가,  귀를 막아도 울려오는,  선녀의 합창하는 소리가,  사면으로 일어나서,  내 신경을 진동합니다.  그것은 무수한 생명이  검은 흙 속에서 때를 헤는  신비의 곡조입니다.  시방 그 조용한 속에 있는 `힘'을  나는 듣습니다 맡습니다 만집니다.  태양과 공기가 그 `힘'으로  내 영혼을 멱감깁니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하늘 / 주요한  구름 없이 맑은 하늘 우에  웃음 띤 아침해가 돋아 오른다.  바람과 찬비는 다 어디 갔나  저 하늘 볼 때마다 놀뛰는 가슴,  그 속에 숨겨둔 애타는 생각을  저 파란 하늘 우에 놓아주면은  금(金) 같은 소리 되어 님의 귀에,  불 같은 별이 되어 님의 속에,  나의 소원(所願)을 갖다주련만.  구름 없이 맑은 하늘 우에  웃음 띤 아침해가 돋아오른다.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해의 시절 / 주요한  말 없은 불길은 하늘을 태우며,  향기로운 밀꽃은 땅을 채웠다.  뜨거운 흙을 벗은 발로 밟으면서  드을의 감각 속에 나는 안긴다.  논물이 햇빛을 비추어 번득이면,  나려오는 그 빛과 뜨거움은 몸을 곤하게 한다.  때때로 느리게 부르는 노래도 귀에 즐거우며,  사람들은 서늘한 그늘을 찾아 무거운 발을 옮긴다.  불붙는 태양은 우리의 머리를 치장하고,  솟아오르는 샘물은 우리의 발을 씻는다.  모든 혈관은 더위에 불어 올라, 머리 수그린 드을꽃이여!  땀 흐르는 긴장에 헐떡이는 땅!  오, 해여, 무거운 바다를 녹이고,  모든 밝음의 자연을, 인생을  그침 없는 풀무 속에 집어 넣는 해의 시절이여!  오, 이러한 날에 나의 생명은 저기 끓도다.  저기 산 우에 걸어가리라―나무껍질에 흐르는,  향기 있는 송진냄새와, 햇빛에 피어난,  빛 독한 꽃의 길을 더운 벌겅 흙의 길을.  거기서 나는 쉬리라―쉬는 풀 밑에.  거기서 나는 쉬리라―수군거리는 나무 그늘.  아, 마치 즐거운 뜰에 있는 것같이  나는 취하였다―땀 배인 땅을, 동편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을,  떠다니는 구름을, 소낙비를, 넘치는 홍수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마음껏 껴안는다―흙에 묻힌 시절을 흙에서 피어난 이 시절을.  이삭 익어가는 벌판에서, 솟아오른 산꼭대기에서, 마음은 춤추며  마음은 꿈뀌인다.  곡식 냄새가 내 몸을 둘러싼다.  숨은 것 없이 하늘에 빛나는 드을!  어지러운 벌이떼, 눈부시는 흰 치마.  아 나는 천천히 걷는 네 좁은 길을,  나의 애인의 가슴인가 의심한다.  해여, 바람이여 지금 내 가슴에 넘쳐오라.  풀무 불에 제 튼튼한 팔을 두드리는 이상한 대장장이처럼,  사른 열정으로 나의 가슴을 달구리라.  해를 물어 간다는 용감한 붉은 개같이  지금 나는 이 연한 두 손을 그 불 속에 넣으리라.  위대한 계절이여, 나를 위하여 차리는 화려한 잔치에,  오직 하나인 내 불꽃의 `말'을 금으로 새기리라.  나는 네 푸르른 바람에 쉬는 것보다,  네 달금한 피곤을 맛보는 것보다,  다만 네 가슴에 더욱 뜨거운 침묵의 길을 불로 닦으리라.  오, 모든 사람의 여름이여,  질기고 질긴, 끊을 수 없는 사랑의 시절이여,  어떤 광채 많은 새벽에,  고대하는 나의 마음을 실어가려 하느냐―  길이 불에 싸인 너의 위대한 조국으로!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황혼의 노래 / 주요한  어머님이 허락하시면  아기는 황혼에 나가겠습니다  수수밭 사이에 뚫린 길로  오고 가는 손님의 흰옷이  언덕에서 그림같이 보일 적에  그이를 맞으러 나가겠습니다  어머님이 허락하시면  아기는 그이를 맞으러 나가겠습니다  그이가 참으로 오실 때는  황혼이 아기의 눈을 가리워서  색색의 오식을 다 가져간 뒤에야  그이의 참 모습을 잘 볼 수 있어요  어머님이 허락하시면  아기는 황혼에 나가겠습니다  저 언덕에서 기다리노라면  먼저 나의 모양을 알아보실 터이지요  그리고 아기는 혼자서 노래부르면  그이는 그 노랫소리를 잘 아실 터이지요  어머님이 허락하시면  아기는 그이를 맞으러 황혼에 나가겠습니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1359    김소월과 에이츠 댓글:  조회:4823  추천:0  2015-07-17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 시는 소월시의 -Esprit- 정수(精髓)로, 이별의 슬픔을 인종(忍從)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시적 자아로 하여 전통적 정한(情恨)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 정한의 세계는  , , , 으로 계승되어 면면히 흘러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그 맥을 같이한다. 4연 12행의 간결한 시 형식 속에는 한 여인의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체념과 극기(克己)의 정신이 함께 용해되어 승화된 지순한 사랑으로 나타난다 즉, 떠나는 임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다는 동양적인 체념과,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임이지만, 그를 위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는 절대적 사랑, 임의 '가시는 걸음 걸음'이 꽃을 '사뿐히 즈려 밟'을 때, 이별의 슬픔을 도리어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비애,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유교적 휴머니즘 그리고 그 아픔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인고(忍苦)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진달래꽃'이다. 이 '진달래꽃'은 단순히 '영변 약산'에 피어 있는 어느 꽃이 아니라, 헌신적인 사랑을 표상하기 위하여 선택된 시적 자아의 분신이다. 다시 말해,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상이요,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며, 끝까지 임에게 자신을 헌신하려는 정성과 순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본인의 시  에서도  산이 앓은 열병의  열꽃처럼  피어난 분홍빛 정념이라  표현했듯이 또한  붉고 아름다운 자기 희생적 사랑이며 전통적 소재로서, '한'과 '슬픈 사랑'의 매개물이다 떠나는 임을 위해 꽃을 뿌리는 행위가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까닭은 임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시적 자아의 사랑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꽃을 뿌리는 행위의 표면적 의미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산화공덕(散華功德)' ― 임이 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임의 앞날을 영화롭게 한다는 '축복'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임을 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한 만류의 뜻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그저 이별을 노래하는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존재론의 문제로도 확대해 볼 수 있다. 이별의 고통을  임에게도 전달하려는  모순된 내면의식의 표현인 것 이다  소월은 '진달래꽃'의 개화와 낙화를 사랑의 피어남과 떨어짐, 즉 만남과 이별이라는 원리로 설정함으로써 마침내 사랑의 본질을 깨달은 그는 더 나아가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생성과 소멸의 인생의 의미를 깊이 인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본인의  시 에서  산이 열병을 앓으며 긴 날을 기다려온 것은  딱 한번 꽃을 피우려는 절정의 몸떨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숱한 만남과 이별을  즉 피어남과  떨어짐을  겪어 왔지만  산은 아무런 기억도 하지 않고 절정의 한순간만을 위해 존재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버림받은 여인과 떠나는 남성 간에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이 초점을 이루는 설화적 모티프 를 원형(原型)으로 하고 있는 이 시는 여성 편향(女性偏向)의 '드리오리다'·'뿌리오리다'·'가시옵소서'·'흘리오리다' 등의 종지형을 의도적으로 각 연마다 사용함으로써 더욱 애절하고 간절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표면적 의미와는 달리  피맺힌 슬픔을 극복하려는  시적 자아의 몸부림이 느껴지는  반어적  역설적 표현이다  그러나 피학적(被虐的)이던 시적 자아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마지막 시행과, '걸음 걸음'·'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에서 나타나듯이 그저 눈물만 보이며 인종하는 나약한 여성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떠나는 남성이 밟고 가는 '진달래꽃' 한 송이 한 송이는 바로 여성 시적 자아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꽃을 밟을 때마다 자신이 가학자(加虐者)임을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것을 아는 시적 자아는 그러한 고도의 치밀한 시적 장치를 통해 떠나는 사랑을 붙잡아두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려는  순종의 전통적 여인상뒤에는  사랑의 독기를 품은 여인의 향기가 같이 있는것이다 이런 야누스적인  여인의 정감의 깊이를  함축하고 있는  고이 보내드리드리우리다,아름 따다 가실길에  뿌리우리다,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등의  시어를 통해 이별이라는 상황에  안타까운  대처가    의  적극적으로 이별을 거부하는 활달한  고려여인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볼 수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다  하지만  정한(情恨)의 정서는 단순 정서라기보다는 복합 정서에 가깝다고 볼 수있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상황이지만,그립고 슬픈 정서가 주정서지만  아름다웠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기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시의 정서적 흐름은  체념과 축복(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산화공덕)   그리고 희생(짓밟힌 꽃,즈려밟고등)을 거쳐  절제 극기 승화라는 고도의 정서로 흘러 마무리된다 비록 자기를 배반하고 떠나가는 사람일지라도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극기로 승화된 자기희생의 지순한 사랑의 모습이다 전통적이고 여성적이며 역설적 애상적인  소월의 과 현대적이고 남성적이며 역동적인 본인의 에서  공통점을 굳이 밝히고 마무리 하자면  꽃의 개화와 낙화를 사랑의 피어남과 떨어짐으로  만남과 이별이라는 우주적 원리로 설정하여 사랑의 본질을 깨달은  태어남과 죽음까지 확장하여  생성과 소멸이라는 인생의 의미를 깊이 인식한 것으로 생각할 수있게 한다   그리고  덧 붙여  영국의   월리엄 버틀러 에이츠의  과  김소월의  진달래꽃 정서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너무 흡사하여  말미에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꿈)                          월리엄 버틀러 에이츠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 놓인   하늘의 천이 있다면   밤과 낮의 어스름으로 물들인   파랗고  희부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에이츠가 금빛 은빛 화려한 "하늘의 천"을 못 주는 대신 자신의  소중한  꿈을  사랑하는 임에게 바치는 모습이 비록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함께 축복의 마음으로 진달래꽃을  아름따다 가시는 임 ,사랑하는 임 발아래 까는 모습이  서로 비슷해 보인다 이미지의 표절이니   소월이 진달래꽃 쓰기전에  이시를 읽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정말 중요한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것을 주고 싶어 한다는것 가장 낮은 자세,희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꿈이나마 그대 위해  깔아드리고 싶은 비단 한조각  소망하는 금요일   숙제가 많아  쫒기는 마음으로 두서 없이 글 올린다~~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1358    에이츠 시모음 댓글:  조회:3504  추천:0  2015-07-17
이니스프리 호수 섬  흰새들  죽음  오랜 침묵 후에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대 늙었을때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술노래  하늘의 융단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레다와 백조  쿠울호의 백조  둘째 트로이는 없다  유리 구슬  학생들 사이에서  내 딸을 위한 기도  1916년 부활절  육신과 영혼의 대화  비잔티움  벌벤산 아래  긴다리 소금쟁이  ~~~~~~~~~~~~~~~~~~~~~~~~~~~~~~~~~~~~~~~~~~~~~~~~~~~~~~~~~~  이니스프리 호수 섬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이니스프리로 갈거야,  조그마한 오두막을 거기에 지을거야, 진흙과 나뭇가지로.  콩을 아홉 이랑 심고, 꿀벌도 한 통 칠거야,  그리고 벌소리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거야.  나는 거기서 평화로울 거야, 왜냐면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장막을 뚫고 귀뚜리 우는 곳으로 천천히 오니까.  거기는 한 밤은 항상 빛나고, 정오는 자주빛을 불타고,  저녁은 홍방울새 소리 가득하니까.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왜냐면 항상 밤낮으로  호수물이 나지막이 찰싹이는 소리가 들리니까.  나는 차도 위나 회색 보도 위에 서 있는 동안에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  ~~~~~~~~~~~~~~~~~~~~~~~~~~~~~~~~~~~~~~~~~~~~~~~~~~~~~~~~  흰새들  애인이여, 나는 바다 물거품 위를 나는 흰 새가 되고 싶구려!  사라져 없어지는 유성의 불길엔 싫증이 나고,  하늘까에 나직이 걸린 황혼의 푸른 별의 불길은,  애인이여, 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우리의 마음에 일깨워 주었소.  이슬 맺힌 장미와 백합, 저 꿈과 같은 것들에게선 피로가 오오.  아 애인이여, 그것들, 사라지는 유성의 불길은 생각지 맙시다.  그리고 이슬질 무렵 나직이 걸려 머뭇거리는 푸른 별의 불길도,  왜냐하면, 나는 떠도는 물거품 위의 흰 새가 되었으면 하니, 그대와 나는!  나는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많은 요정의 나라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오.  그곳에선 분명 시간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슬픔도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곧 장미와 백합, 그리고 불길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것이오.  애인이여, 우리 다만 저 바다의 물거품 위를 떠도는 흰 새나 된다면 오죽 좋겠소.  ~~~~~~~~~~~~~~~~~~~~~~~~~~~~~~~~~~~~~~~~~~~~~~~~~~~~~~  죽음  두려움도 바램도  죽어가는 동물에 임종하지 않지만,  인간은 모든 걸 두려워하고 바라며  최후를 기다린다.  그는 여러 차례 죽었고  여러 차례 다시 일어났다.  큰 인간은 긍지를 가지고  살의(殺意) 품은 자들을 대하고  호흡 정치 따위엔  조소(嘲笑)를 던진다.  그는 죽음을 뼈 속까지 알고 있다 -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 것을.  ~~~~~~~~~~~~~~~~~~~~~~~~~~~~~~~~~~~~~~~~~~~~~~~~~~~  오랜 침묵 후에  오랜 침묵 후에 하는 말 -  다른 연인들 모두 멀어지거나 죽었고  무심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을 가렸으니  우리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이 마땅하리.  육체의 노쇠는 지혜, 젊었을 땐  우리 서로 사랑했으나 무지했어라.  ~~~~~~~~~~~~~~~~~~~~~~~~~~~~~~~~~~~~~~~~~~~~~~~~~~~~~~~~~~~  버드나무 정원에서  버드나무 정원에서 그녀와 나 만났었네.  눈처럼 흰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나뭇가지에 잎이 자라듯 사랑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난 젊고 어리석어 그녀의 말 들으려 하지 않았네.  강가 들판에서 그녀와 나 서 있었네.  기대인 내 어깨 위에 눈처럼 흰 손을 얹으며  그녀는 내게 일러주었지. 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수월히 여기라고.  그러나 젊고 어리석었던 나에겐  지금 눈물만 가득하네.  ~~~~~~~~~~~~~~~~~~~~~~~~~~~~~~~~~~~~~~~~~~~~~~~~~~~~~~~~~  그대 늙었을 때  그대 늙어 백발이 되어 졸음이 자꾸 오고  벽로 가에서 고개를 끄떡끄떡할 때, 이 책을 꺼내어,  천천히 읽으며 그대 눈이 옛날 지녔던  부드러운 눈동자와 그 깊은 그림자를 꿈꾸어라 ;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의 즐거운 우아의 순간을 사랑했으며,  또 그대의 미를 참사랑 혹은 거짓사랑으로 사랑했던가를,  그러나 오직 한 사람 그대의 편력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달아오르는 쇠살대 곁에 몸을 구부리고서,  좀 슬프게 중얼대어라, 어떻게 사랑이  산 위로 하늘 높이 도망치듯 달아나  그의 얼굴을 무수한 별들 사이에 감추었는가를.  ~~~~~~~~~~~~~~~~~~~~~~~~~~~~~~~~~~~~~~~~~~~~~~~~~~~~~~~~~~~~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내 머리 속에 불이 붙어  개암나무 숲으로 갔었지.  개암나무 한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딸기 하나를 낚싯줄에 매달았지.  흰 나방들이 날고 (아마 이 구절인 듯)  나방 같은 별들이 깜빡일 때  나는 시냇물에 딸기를 담그고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를 낚았지.  나는 그것을 마루 위에 놓아 두고  불을 피우러 갔었지.  그런데 마루 위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락거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지.  그것은 머리에 사과꽃을 단  어렴풋이 빛나는 소녀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며 달아나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  나 비록 골짜기와 언덕을  방황하며 이제 늙어 버렸지만  그녀가 간 곳을 찾아 내어  그녀의 입술에 입맞추고 손을 잡고서  얼룩진 긴 풀밭 속을 걸어 보리라.  그리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따보리라.  저 달의 은빛 사과를  저 해의 금빛 사과를...  ~~~~~~~~~~~~~~~~~~~~~~~~~~~~~~~~~~~~~~~~~~~~~~~~~~~~~  술노래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뿐.  술잔을 입에 대면서  내 그대를 쳐다보고 한숨짓는다.  ~~~~~~~~~~~~~~~~~~~~~~~~~~~~~~~~~~~~~~~~~~~~~~~~~~~~  하늘의 융단  만일 나에게 하늘의 융단이 있다면  금빛과 은빛으로 짠,  낮과 밤과 어스름의  푸르고 희미하고 어두운 천으로 짠.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가난한 나는 꿈밖에 없어  그대 발 밑에 꿈을 깔았습니다.  사뿐히 걸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잎이 많아도 뿌리는 하나입니다.  내 청춘의 거짓 많던 시절에는  태양 아래서 잎과 꽃을 흔들었건만  이제는 나도 진실 속에 시들어 갑니다.  ~~~~~~~~~~~~~~~~~~~~~~~~~~~~~~~~~~~~~~~~~~~~~~~~~~~~~~~~  레다와 백조  별안간의 강한 휘몰아침. 커다란 날개들이 아직  비틀거리는 소녀 위에서 퍼덕이고, 그녀의 허벅지는  검은 물갈퀴로 애무되고, 목은 그의 부리에 잡혀 있을 때,  그는 그녀의 무력한 가슴을 자기 가슴에 껴안는다.  어떻게 놀라고 모호한 그 손가락들이 밀어내겠는가  그녀의 느슨해지는 허벅지에서 깃털달린 영광을?  어떻게 그 하얀 물풀 속에 눕혀진 육체가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낯선 심장의 고동을?  허리의 떨림이 거기에 낳는다  파괴된 담, 불타는 지붕 그리고 탑과  아가멤논의 죽음을.  그렇게 잡혀서,  하늘의 그 야만적인 피에 지배되었을 때,  그녀는 그의 힘과 더불어 그의 지혜도 받았는가  그 무관심한 부리가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  쿠울호의 백조  나무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에 싸여 있고,  숲 속의 오솔길은 메말랐다,  시월의 황혼 아래 호수물은  잔잔한 하늘을 비춘다,  솔 사이로 넘치는 물 위에는  쉰아홉 마리의 백조가 있다.  열아홉 째 가을이 나에게 왔다  내가 처음 세기 시작한 이래.  나는 내가 잘 끝내기도 전에,  모두 갑자기 올라가  부서진 커다란 고리 모양으로 선회하며  요란한 날개소리로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빛나는 생물들을 보아왔고,  이제 내 마음을 쓰리다.  모든 것이 변했다, 내가, 황혼녘에,  이 호숫가에서 처음,  내 머리 위로 그들의 날개짓 소리 들으며  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던 이후로.  여전히 지치지 않고, 연인끼리,  그들은 사귈만한 찬물에서  노닥거리거나 하늘로 올라간다.  그들의 마음은 늙지 않았다.  정열과 정복심이, 그들이 어딜 가든,  여전히 그들에겐 있다.  지금 그들은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다,  시비롭고, 아름답게.  어떤 물풀 속에 그들은 세울까,  어떤 호숫가나 연못가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까 내가 어느날 잠깨어  그들이 날아가버린 것을 발견할 때?  ~~~~~~~~~~~~~~~~~~~~~~~~~~~~~~~~~~~~~~~~~~~~~~~~~~~~~~~~  둘째 트로이는 없다  왜 내가 그녀를 책망해야 하나 그녀가 내 생애를  고통으로 채운 것을, 또는 그녀가 최근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방법을 가르친 것을,  또는 작은 거리들을 큰 거리로 내던진 것을,  만일 그들이 욕망에 상응하는 용기를 가졌다면?  무엇이 그녀를 평화롭게 할 수 있었을까,  고상함이 불처럼 단순케 한 마음과,  이런 시대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종류인,  팽팽히 당겨진 활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만일 그녀가 높고 외롭고 매우 엄격했다면?  아니, 무엇을 그녀가 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오늘날의 그녀였다면?  또 하나의 트로이가 있었단 말인가 그녀가 불태워 버릴 ?  ~~~~~~~~~~~~~~~~~~~~~~~~~~~~~~~~~~~~~~~~~~~~~~~~~~~~~~~~~  유리 구슬  나는 들었다 병적으로 흥분한 여인들이 말하는 것을  자기들은 팔레트와 바이올린 활과,  항상 명랑한 시인들에 넌더리가 난다고,  왜냐면 모든 이들은 알거나 알아야 하기에  만일 근본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비행기와 비행선이 나와서,  빌리 왕처럼 폭탄을 떨어뜨려  도시가 납작하게 두드려 맞을 것이기에.  모두가 자신의 비극을 연출한다,  저기 햄릿이 활보하고, 리어가 있고,  저건 오필리아, 저건 코델리아,  그러나 그들은, 만일 마지막 장면이 되어,  커다란 무대 장막이 내려지려 하더라도,  극 중의 그들의 뚜렷한 역할이 가치가 있다면,  울느라고 대사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알고 있다 햄릿과 리어가 명랑하고,  명랑함이 두렵게 하는 모든 것을 변형시킨다는 것을.  모든이들이 목표했고, 발견했고 그리고 잃었다.  무대 소등. 머리 속으로 빛내며 들어오는 천국,  최대한도로 진행된 비극.  비록 햄릿이 천천히 거닐고 리어가 분노해도,  수십만 개의 무대 위에서  모든 무대 장막이 동시에 내려진다 해도,  그것은 한 인치도, 한 온스도 자랄 수 없다.  그들은 왔다, 그들 자신의 발로 걸어서, 배를 타고,  낙타를 타고, 말을 타고, 당나귀를 타고, 노새를 타고,  옛 문명들이 칼로 죽임을 당할 때.  그 후 그들과 그들의 지혜는 파괴되었다.  대리석을 청동처럼 다루었던,  바다 바람이 그 구석을 쓸어갈 때  올라가는 듯이 보이는 휘장을 만들었던,  칼리마커스의 수공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가냘픈 종려나무 줄기 같은 모양의  그의 긴 등갓은 단 하루만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세우는 자들은 명랑하다.  두 중국인이, 그들 뒤엔 또 한 사람이,  유리 구슬에 새겨져 있다,  그들 위로는 장수의 상징인,  다리 긴 새가 날아간다.  세번째 사람은, 분명히 하인인데,  악기를 가지고 간다.  돌의 모든 얼룩이,  우연히 생긴 틈이나 움푹한 곳이,  물줄기나 사태처럼 보인다,  아니면 아직도 눈내리는 높은 비탈처럼 보인다,  비록 분명히 오얏이나 벗나무인 가지가  그 중국인들이 올라가고 있는 곳의 중간 쯤에 있는 작은 집을 기분좋게 하지만,  그리고 나는 즐거이 상상한다, 그들이 거기에 앉아있는 것을,  거기에, 산과 하늘 위에,  그들이 바라보는 모든 비극적인 경치 위에.  한 사람이 구슬픈 곡조를 요청하자,  능숙한 손가락들이 연주하기 시작한다.  많은 주름 속의 그들의 눈, 그들의 눈,  그들의 오랜, 빛나는 눈은, 즐겁다.  ~~~~~~~~~~~~~~~~~~~~~~~~~~~~~~~~~~~~~~~~~~~~~~~~~~~~~~~  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질문하며 긴 교실을 걸어간다.  흰 두건을 쓴 친절한 노 수녀가 대답한다.  아이들은 배웁니다 셈하기와 노래하기,  독본과 역사를 공부하기,  재단하기와 재봉하기를, 모든 면에서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잘하기를--아이들의 눈이  순간적으로 놀라서 응시한다  육십세의 미소짓는 공직자를.  II  나는 꿈꾼다 꺼져가는 불 위에 웅크린  레다의 육체를, 그녀가 말한  어떤 어린 시절을 비극으로 변하게 한  거친 책망이나, 사소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었지, 그러자 우리의 두 본성은 섞이는 듯했다  젊은이 특유의 공감 때문에 한 구체로,  아니, 플라톤의 비유를 바꾸어 말하자면,  한 껍질 속의 노른자와 흰자로.  III  그리고 슬픔이나 분노의 그 발작을 생각하며  나는 거기 있는 이 아이 저 아이를 바라보고  궁금해한다 그녀도 그 나이에 저랬을까 하고--  왜냐면 백조의 딸들이라도 모든 물새들의 유산을  조금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뺨이나 머리에 저 색깔을 지녔었을까 하고,  그러자 내 마음은 미칠 듯했다.  그녀가 내 앞에 서 있다 실물과 같은 아이로.  IV  그녀의 현재의 영상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  십오세기의 손가락들이 그것을 만들었나  마치 바람을 마시고 고기 대신  한 접시의 그림자를 먹은 듯 뺨이 훌쭉하게?  그리고 나는 결코 레다의 종류는 아니지만  한 때 예쁜 깃털을 가졌었다--그것이면 충분하다,  미소짓는 모든 이에게 미소짓고, 보여주는 게 나으리라  편안한 종류의 늙은 허수아비가 있음을.  V  어떤 젊은 어머니가, 생식의 꿀이 드러내어,  회상이나 그 약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잠자고, 고함치고 고망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형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자신의 아들을, 만일 그녀가 그 머리 위에  육십이나 그 이상의 겨울을 얹은 그 형체를 보기만 한다면,  그의 출산의 고통이나 그를 세상에 내보낼 때의  불확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까?  VI  플라톤은 자연이 사물들의 희미한 모형 위에  떠도는 거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보다 견실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매질을 했다  왕 중 왕의 궁둥이 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금-허벅지의 피타고라스는  바이올린 활대나 줄을 손가락으로 연주했다  별이 노래하고 무심한 시신들이 들은 것을.  새를 쫒아버리는 낡은 막대기 위의 낡은 옷들일 뿐이다.  VII  수녀들가 어머니들은 상들을 숭배한다,  촛불들이 밝히는 것들은  어머니의 환상을 활기차게 하는 것들과 같지 않다,  그러나 대리석이나 청동의 평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것들도 가슴을 찢는다--오  정열, 경건, 아니면 애정이 알고  천상의 모든 영광을 상징하는 존재들이여--  오 인간의 일을 조롱하는 스스로 태어난 자여.  VIII  노동은 육체가 영혼을 즐겁게 하려고  상처입지 않는 곳에서 꽃피거나 춤춘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의 절망에서 생기지 않고,  흐린 눈의 지혜는 한밤의 기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 밤나무여, 크게-뿌리박은 꽃피우는 자여,  그대는 잎인가, 꽃인가, 아니면 줄기인가?  오 음악에 맞춰 흔들린 육체여, 오 반짝이는 시선이여,  어떻게 우리는 무용수와 춤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  내 딸을 위한 기도  폭풍우가 한 번 더 불고 있으나 이  요람 덮개와 이불 아래 반 쯤 덮혀  내 아이는 잠잔다. 그레고리의 숲과  헐벗은 동산 하나 외에는 장애물이 없다  거기에 대서양에서 생긴 바람이 머물 수 있다.  건초더미와 지붕을 납작하게 만드는 바람이,  한 시간 동안 나는 걸으며 기도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큰 어둠 때문에.  나느 한 시간을 걸으며 기도했다 이 어린 아이를 위해  그리고 바다바람이 탑 위에서, 다리의 아치 아래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물이 불은 냇물 위의 느름나무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흥분된 환상 속에서  미래의 세월이 도래했다고 상상했고,  바다의 살인적인 순진에서 나온 격노한 북소리에 맞추어 춤추었다.  선택받은 헬렌은 삶이 단조롭고 무료함을 발견했고  후에 한 멍청이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었다,  물보라에서 태어난 그 위대한 여왕은,  아버지가 없었기에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안짱다리 대장장이를 남편으로 골랐다.  멋진 여인이 그들의 고기와 함께  미치게 하는 샐러드를 먹는 것은 확실하다  그로 인하여 풍요의 뿔은 망쳐진다.  예절에 있어서는 그녀가 주로 배웠으면 한다,  마음은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아름답지 만은 않은 사람들이 수고해 얻는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아름다움 자체를 위해 바보짓을 한  많은 사람들을 매력이 현명하게 했다,  헤매고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생각한 많은 불쌍한 사람들은  즐거운 친절에서 자신의 눈길을 돌릴 수 없다.  그녀의 모든 생각이 홀방울새처럼 되도록  그녀가 꽃피는 숨은 나무가 되기를,  그 소리의 관대함을 나누어 주는 것 이외의  다른 일은 하지 않기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면 추격을 시작하지 않기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면 싸움을 시작하지 않기를.  오 그녀가 한 사랑스런 영속적인 장소에 뿌리박은  어떤 푸른 월계수처럼 살기를.  내 마음은, 내가 사랑했던 마음들 때문에,  내가 인정했던 종류의 아름다움 때문에,  조금밖에 번창하지 않고, 최근엔 메말라버렸다,  그러나 증오로 목 메이는 것이  모든 악운 중에서 최고라는 것을 안다.  마음에 증오가 없다면  바람의 습격과 공격이  홍방울새를 잎사귀로부터 떼어낼 수 없다.  지적인 증오가 가장 나쁘다,  그러니 그녀로 하여금 의견은 저주받은 것이라고 생각케하라.  풍요의 뿔의 입에서 태어난  가장 사랑스런 여인이,  그녀의 완고한 정신 때문에  그 뿔과 조용한 본성의 사람들이 이해하는  모든 선을 분노한 바람이 가득한 풀무와  맞바꾸는 것을 나는 보지 않았던가?  모든 증오가 여기에서 쫒겨나고,  영혼이 근본적인 순결을 회복하고  드디어 그것은 스스로 기쁘게 하고,  스스로 달래고, 스스로 위협한다는 것과,  그 자체의 감미로운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알게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그녀는, 비록 모든 얼굴들이 지푸리고  모든 바람부는 지역이 고함치거나  모든 풀무가 터져도, 여전히 행복하리라.  그녀의 신랑이 그녀에게 집을 가져오기를  그곳에선 모든 것이 익숙해져 있고, 의식적인 그런 집을,  왜냐면 거만과 증오는 대로에서  사고파는 물건들이니.  어떻게 단지 관습과 의식에서만  순진과 아름다움이 태어나는가?  의식은 풍요의 뿔의 이름이고,  관습은 널리 퍼지는 월계수의 이름이다.  ~~~~~~~~~~~~~~~~~~~~~~~~~~~~~~~~~~~~~~~~~~~~~~~~~~~~~~~~~~~~~  1916년 부활절  나는 잿빛 십팔세기의 집들 가운데서  계산대나 책상으로부터  활기찬 얼굴로 다가오는  그들을 낮이 끝날 때 만났다  나는 지나갔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예의바른 별 뜻없는 말을 하거나  잠시 머물러  별 뜻없는 말을 하거나 하곤,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과 내가 광대옷을 입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클럽의 난로에 둘러 앉아 있는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농담이나 조롱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고,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고.  그 여인의 낮들은 보내졌다  무지한 선의 가운데,  그녀의 밤들은 토론 가운데 보내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와질 때까지.  그녀가 젊고 아름다울 때,  말타고 사냥개를 쫓을 때,  어떤 목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보다 감미로왔는가?  이 남자는 학교를 경영했고  우리의 날개달린 말을 탔다,  이 사람은 그의 조력자이자 친구로  한창 본령을 발휘하고 있었다,  결국 명성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  그의 본성은 지극히 민감해 보였고,  그의 생각은 지극히 대담하고 감미로워 보였으므로.  이 사람은 내 생각에  술주정뱅이고, 허영심 강한 촌놈이었다.  그는 매우 심한 나쁜 짓을 했다  내 마음에 가까운 누군가에게,  그러나 나는 그를 노래 속에 넣어준다,  그도, 또한, 이 우연한 희극에서  자기 역할을 그만두었다,  그도, 또한, 자기 차례가 되어 변했다,  완전히 변형되었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 가지 목적만 가진 사람들은  매혹되어 돌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 있는 강물을 괴롭히기 위하여.  길에서 오는 말,  말탄 자, 구름에서 휘모는 구름으로  날아가는 새들,  순간순간 그들은 변한다,  냇물에 비친 구름 그림자는  순간순간 변한다,  말발굽이 물가에서 미끄러지고,  말은 그 속에서 텀벙거린다,  다리가 긴 붉은 뇌조들이 잠수하고,  암컷들은 수컷들을 부른다,  순간순간 그들은 살아가고.  그 돌은 이 모든 것 가운데 있다.  너무 오랜 희생은  마음을 돌로 만들 수 있다.  오 언제면 충분할까?  그건 하늘의 몫이다, 우리 몫은  마음대로 뛰놀던 사지에  마침내 잠이 닥쳐왔을 때,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부르듯이,  이름들이나 중얼거리는 것,  그것이 황혼이 아니고 무엇이오?  아니, 아니, 밤이 아니라 죽음이오.  그건 결국 필요없는 죽음이었나?  왜냐면 행해지고 말해진 모든 것에 대해  영국은 신의를 지킬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그들의 꿈을 안다, 충분하다  그들이 꿈꾸었고 죽었다는 것만 알면,  긜고 과도한 사랑이 그들이 죽을 때가지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면 어떻소?  나는 그것을 시로 쓴다--  맥도너와 맥브라이드  그리고 코놀리와 퍼스는  지금과 장래에  녹색 옷이 입어지는 곳 어디서나,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  육신과 영혼의 대화  영혼: 나는 굽이도는 옛 계단으로 부른다,  너의 마음을 모두 가파른 오르막에,  부서지고 무너지는 성벽에,  호흡없는 별빛 비친 공기에,  숨은 극을 표시하는 별에 집중하라고.  헤매는 모든 생각을  모든 생각이 다해버린 그 지역에 고정하라고.  누가 어둠과 영혼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육신: 내 무릎 위의 그 신성한 칼은  사토의 옛 칼로 여전히 예전과 같다,  여전히 날리 예리하고, 여전히 거울같고  긴 세월에 의해 얼룩지지 않았다.  그 꽃무니, 비단의 옛 장식은, 어떤  궁정여인의 옷에서 찢어내어져  그 나무칼집을 묶어 싸고 있는데,  해어졌으나 여전히 보호할 수 있고, 빛바랬으나 장식할 수 있다.  영혼: 왜 인간의 상상은  전성기를 한창 지나서  사랑과 전쟁을 상징하는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밤을 생각하라,  다만 상상이 대지를 경멸하고  지성이 그것이 이것 저것으로  또 다른 것으로 헤맴을 경멸하기만 한다면,  죽음과 탄생의 죄에서 구원할 수 있는 그 밤을.  육신: 몬타시기, 그의 가족의 셋째가, 그것을 만들었다  오백년 적에, 그 주변에는  어떤 자수인지 나는 모르는--진홍빛의--  꽃들이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밤을 상징하는 탑에 대한  낮의 상징으로 놓는다,  그리고 군인의 권리에 의한 것처럼  그 죄를 한 번 더 범할 특권을 요구한다.  영혼: 그 지역의 그러한 충만함은 넘쳐흘러  정신의 웅덩이에 떨어져  사람은 귀멀고 말못하고 눈이 먼다,  왜냐면 지성은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하기에  존재와 당위를, 주체와 대상을--  다시 말하여, 하늘로 올라가기에,  단지 죽은 자들만이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걸 생각할 때 내 혀는 돌이 된다.  II  육신: 산 사람은 눈멀어 자신의 배설물을 마신다.  도랑이 불결하면 어때?  내가 그 모든 것을 한 번 더 살면 어때?  자라는 노고를,  소년시절의 치욕을, 어른으로 바뀌는  소년시절의 슬픔을,  자신의 어색함을 직면하게 된  끝나지 않은 사람과 그의 고통을 참아내면 어때?  적들에게 둘러싸인 끝난 사람을 참아내면 어때?--  도대체 어떻게 그가  마침내 저 형상이 자신의 형상이라고 생각하도록  악의에 찬 눈들의 거울이  자신의 눈들 위에 던져준  저 더럽고 일그러진 형상을 피할 수 있는가?  명예가 그를 겨울의 강풍 속에서 발견할 때  도망이 무슨 소용있는가?  나는 이 모든 것을 다시 하는데 만족한다  그리고,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때리는  눈먼 사람의 시궁창의 개구리 알 속으로,  가장 비옥한 시궁창 속으로,  만일 사람이 자신의 영혼의 혈족이 아닌 오만한 여인에게  구애하면 그가 행하거나 겪어야만 하는 그 어리석음 속으로  던져지는 것이 삶이라 해도,  나는 또 다시 사는데 만족한다.  나는 행동이나 생각에 있어서의 모든 사건을  그 원천까지 추구하는 데, 운명을 헤아리는 데,  내 자신에게 그 운명을 허용하는 데 만족한다,  내가 이렇게 후회를 내버려서  매우 큰 감미로움이 가슴 속으로 흘러들 때  우리는 웃고 노래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의해 축복받았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축복받았다.  ~~~~~~~~~~~~~~~~~~~~~~~~~~~~~~~~~~~~~~~~~~~~~~~~~~~~~~~~~~~~~~~~  비잔티움  낮의 정화되지 않은 상들이 물러난다.  황제의 술취한 병사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밤의 메아리도, 밤-보행자의 노래도  대 성당의 큰 종이 울린 후에는 물러난다.  별빛이나 달빛 비친 둥근 지붕은 경멸한다  인간인 모든 것을,  다만 복잡하기만 한 모든 것을,  인간 혈관의 격노와 오욕을.  내 앞에 상이 떠다닌다, 인간인지 허깨비인지,  인간이라기 보다는 허깨비이고, 허깨비라기 보다는 상인.  왜냐면 미이라의 옷에 감긴 하계의 실꾸리가  구불구불한 길을 풀어 놓을 지도 모르니,  습기도 없고 호흡도 없는 입을  호흡없는 입들이 소환할지도 모르니,  나는 환영한다 그 초인을,  나는 그것을 삶-속의-죽음과 죽음-속의-삶이라 부른다.  기적이, 새나 황금 세공품이,  새나 수공품이라기 보다는 기적이,  별빛 비친 황금 가지에 얹혀서,  하계의 수탉처럼 울 수 있거나,  달빛에 격분하여 큰 소리로 경멸할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금속을 찬양하여  보통의 새나 꽃잎을  그리고 오욕과 피의 모든 복잡한 것들을.  한밤에 황제의 포도 위에는 날아다닌다  나무도 공급하지 않고, 부싯돌도 부치지 않고,  폭풍우도 방해하지 않는 불꽃들이, 불꽃에서 나온 불꽃들이,  거기로 피에서 나온 영혼들이 오고  격노의 모든 복잡한 것들이 떠난다,  춤 속으로  황홀한 고뇌 속으로  소매도 그을릴 수 없는 불꽃의 고통 속으로 죽어간다.  돌고래의 오욕과 피에 걸터앉아 영혼이  줄지어 온다. 용광로들이 홍수를 부순다,  황제의 황금 용광로들이!  무도장 바닥의 대리석들이  복잡한 것의 격렬한 격분을 부순다,  여전히 새로운 상들을 낳는  그 상들을,  그 돌고래에 찢긴, 그 큰 종의 괴롭힘을 받은 바다를.  ~~~~~~~~~~~~~~~~~~~~~~~~~~~~~~~~~~~~~~~~~~~~~~~~~~~~~~~~~~~~~~  벌벤산 아래  아틀라스의 마녀가 알고 있었고,  말했고, 닭들을 울게 했던  마레오틱 호수 주변에서  성자들이 말한 것을 걸고 맹세하라.  안색과 모습이 초인임을 증명하는  그 말탄 자들, 그 여인들을 걸고 맹세하라,  그 창백하고 얼굴 긴 동료  불멸의 그 태도를  그들의 완전한 정열이 성취했음을.  이제 그들은 겨울 새벽을 타고 간다  벌벤 산이 경치를 보여주는 곳에서.  여기 그들이 뜻하는 바의 요점이 있다.  II  여러 번 사람은 살고 죽는다  종족의 그것과 영혼의 그것인,  그의 두 영원 사이에서,  옛 아일랜드는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사람이 자기 침대에서 죽든  아니면 장총이 그를 죽게 하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짧은 이별은  사람이 두려워해야 하는 최악이다.  비록 무덤-파는 자들의 노고는 오래고,  그들의 삽이 날카롭고, 그들의 근육이 강하더라도,  그들은 다만 그들이 매장한 사람을  인간의 마음 속으로 다시 되밀어 넣을 뿐이다.  III  "우리 시대에 전쟁을 보내주소서, 오 주여!"라는  미첼의 기도를 들은 당신은  모든 말들이 말해지고,  한 사람이 미쳐서 싸울 때,  무언가가 오랫동안 멀었던 눈에서 떨어지는 것을 안다,  그는 자신의 편파적인 마음을 응시하고,  잠시 편안히 서서,  큰 소리로 웃는다, 그의 마음은 평온하다.  가장 현명한 사람조차도 긴장한다  어떤 종류의 격렬함으로  그가 운명을 완수하거나  자신의 일을 알거나, 짝을 고를 수 있기 전에는.  IV  시인과 조각가는, 일을 한다,  시류를 따르는 화가로 하여금  그의 위대한 선조들이 한 것을 피하도록 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영혼을 신에게로 가져가고,  그로 하여금 요람을 옳게 채우도록 한다.  도량법이 우리 이론을 일으켰다,  힘찬 이집트인이 생각한 형체들을,  보다 점잖은 피디어스가 만든 형체들을,  미켈란제로는 시스틴 성당 지붕에  증거를 남겼다,  거기선 단지 반쯤 잠깬 아담이  지구에 거니는 마담을 혼란케할 수 있다  그녀의 내장이 열받을 때까지,  은밀히 작용하는 마음 앞에 놓인  목적이 있다는 증거이다.  인류의 세속적 완성이다.  십오세기는 신이나 성자의 배경으로  영혼이 편안히 쉬고 있는 정원을  그림으로 그렸다,  거기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꽃과 풀과 구름없는 하늘이,  잠꾸러기들이 깨었으나 여전히 꿈꿀 때,  그리고 단지 침대와 침대틀만 거기 남아 있고,  그것이 사라졌으나  천국이 열렸다고 여전히 선언할 때,  존재하거나 보이는 형체들을 닮았다.  가이어들은 계속 회전한다,  보다 위대한 그 꿈이 사라졌을 때  칼버트와 윌슨, 블레이크와 클로드는,  신의 국민들을 위한 휴식을 준비했다,  팔머의 말로, 그러나 그 후  우리 생각에 혼돈이 일어났다.  V  아일랜드 시인들이여, 당신네의 일을 배우시오,  잔 만들어진 것은 무엇이든 노래하시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형체에서 나온 모든 것  지금 자라고 있는 종류의 것을 경멸하시오,  그들의 기억않는 가슴과 머리는  미천한 침대에서 미천하게 난 산물이오.  농부를 노래하시오, 그리고 그 다음엔  어렵게 말타는 시골 신사를,  수도승들의 성스러움을, 그리고 그 후엔  흑맥주 술꾼들의 요란한 웃음을 노래하시오,  일곱 영웅적인 세기 동안에  땅 속에 매장된  명랑한 귀족과 귀부인들을 노래하시오,  당신의 마음을 지난날에 던지시오  우리가 다가오는 시대에도 여전히  불굴의 아일랜드 인이 되도록.  VI  헐벗은 벌벤 산 정상 아래  드럼클리프 묘지에 예이츠가 누워 있다.  조상 한 분은 그곳의 목사였다  오래 전에, 교회가 가까이에 서 있다,  길 옆에 한 오래된 십자가.  대리석도, 전통적인 구절도 없다,  가까운 곳에서 채석된 석회암에  그의 명에 따라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져 있다,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삶에, 죽음에.  말탄 자여, 지나가거라!  ~~~~~~~~~~~~~~~~~~~~~~~~~~~~~~~~~~~~~~~~~~~~~~~~~~~~~~~~~  긴다리 소금쟁이  문명이 멸하지 않도록  큰 전투에 패하지 않도록  개를 조용하게 하고 나귀를  먼 기둥에 매어라.  우리 장군 시저는  지도가 펼쳐진 텐트 속에 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그의 눈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 움직인다.     드높은 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그 얼굴을 기억하도록  이 외로운 곳에서 움직여야 한다면  아주 상냥하게 움직여라.  사분의 일 여자에 사분의 삼 아이인 그네  아무도 자길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네의 발은 거리에서 익힌  땜장이의 걸음을 흉내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네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사춘기 소녀들이 마음속에  최초의 아담을 발견할 수 있도록  법황청 성당의 문을 닫고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마라.  성당 안에서 미켈란젤로는  비게 위에다 몸을 기댄다.  새앙쥐 움직이는 소리 정도로  그의 손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     
1357    좋은 시를 쓰는 王道 // 령혼을 노크해주는 글 댓글:  조회:4809  추천:0  2015-07-15
                  (연변조선족자치주 화룡시 광동촌 이용식 촌민 집) 천 편의 시를 베껴 쓰는 의미 (좋은 시 읽기, 쓰기...  여기까지 오는데 수많은 세월은 흘렀고... 또 흐르고...) --- 편집자 주. 이제 막 시를 쓰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읽어보십시오. 시를 쓰기 시작하여 몇 해가 지났으나 정지용, 이용악, 백석, 김관식, 김종삼, 구자운, 전봉건 시인들의 이름이 낯선 분들이라면 더욱 새겨서 읽어보십시오. 시는 단순한 넋두리나 혼자만의 도취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잘못 아는 이들도 읽어보십시오. 제대로 된 시, 올바른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 문제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과거의 낡은 버릇을 과감하게 팽개쳐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각오가 있으면 됩니다. 좋은 시들을 손으로 노트에 모두 필사해 보십시오. 평생 몸 바쳐 시를 쓰고야 말리라는 결심을 하고 있다면 두려워 마십시오 [좋은 시 읽기]의 시들 맨 아래의 1번 시인들부터 100번의 시인들까지는 5편씩의 대표작을 다른 데서 찾아서라도 노트에 쓰십시오. 그리고 101번부터 300번까지 시인들 작품은 3편씩 찾아서 쓰십시오. 그 이후부터는 그냥 [좋은 시 읽기]의 시들을 필사하십시오. 하루에 5편 내지 10편을 필사할 경우, 1년이면 그 훈련이 대충 끝나게 될 것입니다. 늦어도 2년이면 그 습작 훈련이 끝나게 될 것입니다. 이만한 노력 없이 올바른 시의 길을 찾는다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찾으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시를 손으로 필사해야 하느냐고 의심합니까? 그 필사하는 과정 안에 시의 비밀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필사하면서 집중하여 생각을 하면 그 시의 심상, 그 이미지를 쓰게 된 시인의 남모를 동기, 행을 바꾼 의도, 시 속의 소리 없이 숨쉬는 운율 등이 은근히 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읽고 지나쳐버리고 만다면 그 중요한 것들의 눈짓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시를 쓰는 방법도 자연 그렇게 터득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론적 습득보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그리고 순서를 좇아 쓰게 되면 아마 여러분은 우리나라 현대시의 역사를 스스로 깨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비평/에세이]의 글들을 맨 아랫것부터 차례로 출력하여 최근의 것까지 하루에 두 꼭지씩 정독을 해 보십시오. 1,200 편의 시를 필사한다고 칩시다. 시집 겨우 20 권에 지나지 않는 분량입니다. 하루에 5 편씩 필사한대도 240일이면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겁내지 마십시오. 아무런 대책 없이, 좋은 시, 제대로 된 시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자기 혼자만의 시 쓰기에 골몰하고 자아도취에 빠져 허송하는 세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필사를 하고 다 하고 나면 그 때 비로소 시의 참맛과 시의 바른 길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이 과정을 마친 분은 시 이외의 교양 서적을 섭렵하는 게 좋습니다. 문학, 철학, 신화, 미술, 음악, 역사 등 교양의 축적이 폭넓은 시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시작하십시오. 좋은 시 속에 좋은 시를 쓰는 왕도(王道)가 있습니다.    강 인 한/시인   ================================================= 영혼을 노크해주는 글이어야           선생님, 이번 회지에 주신 글 “선계에 같이 가십시다”를 보고 많이 울었거든요.  여러 번을 봐도 다른 글들과는 느낌이 다르던데요.  본성이 반응을 해서 그런 건가요?    글이라고 다 글이 아니에요.  글을 보면 쓴 사람의 파장이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수준에서 나온 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글은 본성(本性), 즉 “성”을 때려주는 글입니다.  두 번째는 영혼을 울려주는 글, 영혼을 노크해주는 글입니다.      그런 글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예요.  저는 글을 쓸 때 생각을 많이 안 합니다.  그냥 무심으로 있으면 퍼뜩 떠올라서 쓰는 데는 한 10분 정도 걸려요.      제가 파장으로 텔레파시 할 때도  누구를 만나면 어떤 질문을 해야지 하고 벼르고 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누가 “꼭 이런 질문을 해주십시오” 하고 부탁한 경우에는  잊어버릴까 봐 기억하고 있기는 한데  대개는 그냥 파장이 딱 맞으면 질문이 저절로 나와요.      그리고 그분들도 대답이 즉석에서 나오는 것이지  생각해서 답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랬을 때 본성으로 바로 울려주는 것입니다.      그 글도 그런 식으로 본성을 때려주는, 공감해서 울려주는 글이지요.  말하자면 그렇게 울림이 있어라 해서,  노크하고 싶어서 본성을 때려주고 싶어서 썼던 글이에요.  그 글에 실린 파장도 그렇고요.  울고 싶은 분들은 우십시오.          저는 그 글을 보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세요?  그런데 대충 들어서는 안 되고요.  수련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확실히 들어야 돼요.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들이 들 수 있을까 저도 고민입니다.  어떻게 본보기를 보이면 그런 마음이 들까요?          선계수련이 뭐 하는 거냐 하고 누가 질문을 던지면  한 마디로 어떻게 얘기를 해주면 될지요?    책을 한 번도 안 읽어본 사람같이 얘기를 하시네요.  저렇게 우문을 하시는데 현답을 해야 됩니까?      선계수련이란 무슨 수련이냐?  깨달음으로 가는 수련이라고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면 깨달음이란 뭐냐?  깨닫는다는 것은 “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안다는 것은 무엇이냐?  아는 것은 상단에서 하는 일입니다.  지혜의 소관은 상단인데,  그 알기까지의 과정은 하단에서부터 올라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앎이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은  하단에서부터 축적되어서 아는 것이어야 합니다.      과정은 우선 몸에 대해서 알고  다음에 마음에 대해서 알고  그 다음에 지혜의 눈이 열리는 깨달음입니다.     
1356    표절과 령혼 댓글:  조회:4776  추천:0  2015-07-15
[ 2015년 07월 16일 10시 07분 ]   표절 문제로 본 '맑은 영혼과 썩은 영혼' 강경호 시인(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겸 주간)        강인한 시인은 최근 펴낸 자신의 대표시 100선 시집인 '신들의 놀이터' 머리글에서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뼈와 살이 있고 피가 돌고, 바늘로 찌르면 아픔을 느낄 줄 알며 한 방울 더운 선혈이 솟는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와 사람'이 하나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시인의 말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시대이다.  강인한 시인의 말은 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모든 예술가,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오늘 우리 문단은 표절시비로 시끄럽다. 작가는 뒤로 숨고 출판사가 나서서 표절을 부인하고 방어하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작가가 마지못해 '표절한 것 같다'는 애매한 말로 변명했다. 표절 논쟁의 핵심은 자본과 문단 권력을 앞세운 대형 출판사의 폭력성과 상업성 보다도 작가의 순수하지 못한 영혼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문학의 기능은 주류 권력과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제일의 기능으로 삼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 자신의 영혼이 순결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문단의 거대 권력이며 자본에 종속되어 이윤추구만을 일삼는 출판사 뒤에 숨어 마치 정치인들처럼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눈치를 보다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모습을 드러낸 작가의 행태는 비겁했다.  작가는 맨 처음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를 기억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해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수많은 무명작가들이 지난한 현실을 극복하며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때로는 많은 유혹의 손짓에도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작가의 정신적 건전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를 쓴다.  작가적 양심의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은 비단 문학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두 달 동안 고생한 대가가 50여만 원 밖에 안 되는 연극인들도 있다. 아니 일년에 단 1점도 그림을 팔지 못하는 화가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기 위해 피눈물나는 삶을 살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업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참으로 호화로운 서재를 가지고 있는 표절작가가 부럽다. 어느 누구도 누릴 수 없는 대중적 권력과 지위가 표절이라는 작가적 양심을 져버린 것이라면, 그러나 나는 그가 꼬박꼬박 받는 어마어마한 인세와 호화로운 서재가 부럽지 않다. 강인한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 전체적인 맥락에서 표절시비에 휩싸인 문장이 차지하는 무게가 아무것이 아니라고 해도 작가의 양심의 문제는 경중을 따질 것이 못 된다. 순수한 영혼을 바탕으로 글을 쓸 때 비로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진정성이 확보되고, 독자들은 그런 작가의 정신을 흠모하게 된다. 다시 말해 맑은 영혼을 지닌 썩지 않은 정신을 독자들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작가의 작품을 열심히 읽은 독자들은 이번 표절시비 사태로 인해 작가에게 참으로 실망하게 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 작가가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는 절필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문단에는 표절뿐만 아니라 대필을 하는 작가들도 있다고 한다. 유명작가나 실력있는 시인들이 작품을 대필하여 출판을 하거나 신춘문예나 문예지에 당선된 예가 심심찮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인이 그러한 일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문단구조이다. 불의와 비리를 고발한 문학인을 매장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강인한 시인은 참으로 용기있는 사람이다. 이따금 표절이나 대필로 문단에 나와 활동하는 작가들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아무개가 아무개의 무슨 무슨 작품을 대필했다든가, 또는 표절했다는 것을 조목조목 따져 문단에 알리기로 유명한 사람이 강인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용기있는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피눈물나는 창작과정을 통해 창조해 낸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영혼이 맑고 순수한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낸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 사회는 자본의 폭력과 탐욕에 일그러졌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있는 까닭에 우리의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즉 세상이 썩어 문들어졌어도 그것의 썩지 않은 영혼이 있기에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리라.
(연합)// '아리랑'의 작가 조정래 소설가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신경숙 소설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신씨가 절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난 14일 공개된 '인터파크 북DB'와 인터뷰에서 "표절은 예술가가 목숨을 걸어놓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며 "용서가 안 되는 짓"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예술작품을 읽고 나면 '잘 썼네 나도 이렇게 쓰고 싶은데', 여기까지 용납되는 것이고 그걸 그대로 옮겨서 내 것으로 하면 표절"이라며 "자기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노력을 해서 그걸 넘어섰을 때 창작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래 조씨는 신씨를 "그 작가"라고 칭하면서 그가 4가지를 잘못했다고 꼽았다. 첫 번째 잘못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표절을 했다는 점, 두 번째는 발각이 됐으면 진정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는데 사과하지 않아 독자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세 번째는 (표절이) 한 번이 아니고 누리꾼들에 의해 밝혀진 게 대여섯 번일 정도로 상습범이 돼버렸다는 것"이라며 "네 번째는 왜 하필이면 그 나라의, 그 작가의, 그 작품이냐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씨가 모티프와 문장을 따왔다는 의혹을 받는 단편 '우국'을 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군국주의를 옹호한 극우 작가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씨는 "모든 예술가는 최선을 다하고, 그러고도 자기의 능력이 부치면 그만 물러가는 게 정도"라면서 "운동선수만 은퇴가 있는 게 아니라 예술가도 '아 도저히 능력이 안 되겠다' 그러면 깨끗이 돌아서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씨는 "표절은 자살행위이면서, 그의 작품이 새롭다고 믿고 그의 작품을 통해서 자기 인생의 여러 가지를 구하고 신뢰를 가지고 읽어준 독자들의 영혼을 죽이는 타살행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씨를 옹호하는 평론가의 발언도 알려져 문단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윤지관 문학평론가는 지난 14일 다산연구소가 매주 발행하는 '다산포럼'에 '문학에서 표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숙 사태를 보는 한 시각'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윤씨는 글에서 "이번 기회에 읽어본 '전설'과 '우국'은 생판 서로 다른 작품"이라며 "몇몇 문장에 그런(표절)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품 전체의 내용, 사고, 감수성, 문체 등 문학의 중심 요소들이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국'은 남자가 주도하고 '전설'은 여자가 중심인 점, '우국'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군국주의 국가 이념을 교육하지만 '전설'의 여자는 사회 요구와는 무관하게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점, '우국'에서 남자가 할복자살하는 반면 '전설'에서는 여자가 떠난 님을 기다리며 늙어간다는 점이 명백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이어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이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고 말했다며 "작품과 작가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전설'에서 신씨는 자신이 엘리엇이 말하는 '좋은 시인'임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윤씨의 발언은 평론가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문학의 미래' 토론회에서 정문순 문학평론가는 "윤씨는 2000년에 문학 권력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문학권력이 어디 있느냐며 옹호했던 보수적인 비평가"라며 "'전설'은 '우국'을 조금 베낀 것이 아니고 그 작가의 작가정신까지 그대로 가져온, 몸체를 다 빌려온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신씨와 문학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온 오길영 문학평론가도 윤씨를 비판하고 나섰다.   오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씨의 글을 따르면 앞으로 문학계나 학계에서 표절은 말할 수 없게 되며, 다른 사람의 글을 아무 출처 표시도 없이 갖다 써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윤씨의 말은 다른 사람의 글을 '변용'해서 예쁘게, 더 멋지게 만들면 다 용서가 된다는 뜻"이라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똑같다"고 꼬집었다.
1354    김억과 김소월 댓글:  조회:5547  추천:0  2015-07-14
안서 김억 선생님에게 (시인 김소월이 스승 김억에게 쓴 편지)   몇 해 만에 선생님의 수적(手跡)을 뵈오니 감개 무량하옵니다. 그 후에 보내 주신 책 『망우초(忘憂草)』는 근심을 잊어 버리란 망우초이옵니까? 잊어 버리라는 망우초이옵니까? 잊자하는 망우초이옵니까? 저의 생각 같아서는, 이 마음 둘 데 없어 잊자 하니 망우초라고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옵니다. 저 구성(龜城) 와서 명년이면 10년이올시다. 10년도 이럭저럭 짧은 세월이란 모양이외다. 산촌에 와서 10년 있는 동안에 산천은 별로 변함이 없이 뵈여도, 인사(人事)는 아주 글러진 듯하옵니다.   (…중략…)   요전 호(號) 에 이러한 절귀가 있어서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質[부운자체본무질] 生死去如亦如是[생사거여역여시]   라 하였아옵니다. 저 지금 이렇게 생각하옵니다. 초조하지 말자고, 초조하지 말자고,   (…중략…)   자고이래(自古以來)로 중추명월(仲秋明月)을 일컬어 왔읍니다. 오늘밤 창 밖에 달빛(月色) 옛소설에 어느 여자 다리(橋) 난간에 기대여 있어, 흐느껴 울며 또 죽음의 유혹에 박행한 신세를 소스라지게도 울던 그 달빛, 그 월색(月色), 월색이 백주(白晝)와 지지 않게 밝사옵니다. *이 편지는 1934년 번역작품집 [망우초]가 간행된 이후 김소월이 스승인 김억에게 전해진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素月[소월]의 追憶[추억]](김억) 중에 인용돼 있음.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발행된 1934년 번역시집 [망우초] 소월 문광부 복원초상(문화관광부에서 복원한 소월의 초상) [김소월 시선집](1955년 북한에서 출판된 소월시선집의 표지) [망우초](호화판 역시집, 1943.8.1, 김억의 역시집)     [출처] 안서 김억 선생님에게(시인 김소월이 스승 김억에게 쓴 편지)|작성자 독서캠페인  
1353    명시 모음 댓글:  조회:4777  추천:0  2015-07-13
(명시 클릭해 보기...)   강우식  어머니의 물감상자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고  은  눈길  머슴 대길이  문의 마을에 가서  자작나무숲으로 가서  화살   곽재구  계단  사평역에서  새벽 편지   기형도  가을무덤  엄마걱정  안개  식목제   김광규  상행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균  노신  설야  시인  와사등  추일서정   김광섭  변두리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  해바라기   김기림  바다와 나비  연륜   김남조  생명  설일  정념의 기   김남주  시인은 모름지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동환  국경의 밤  산넘어 남촌에는  북청 물장수   김명수  하급반교과서 김명인  겨울의 빛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수영  눈  사령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푸른 하늘을  폭포  풀   김억     봄은 간다   김영태  멀리 있는 무덤   김종길  성탄제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민간인   김준태  참깨를 털며   김지하  둥굴기 때문에  무화과  이 가문 날에 비구름  초파일 밤  타는 목마름으로  푸른 옷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분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현승  가을의 기도  눈물  아버지의 마음  흙 한 줌 이슬 한 방울   김혜순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나희덕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노천명  자화상  사슴   도종환  가을비  담쟁이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접시꽃 당신  흔들리면서 피는 꽃   문병란  직녀에게   박남수  아침 이미지   박두진  도봉  묘지송  어서 너는 오너라   박목월  나그네  나무  난   박봉우  휴전선  나비와 철조망   박양균  꽃   박용철  떠나가는 배   박재삼  수정가  울음이 타는 가을강  추억에서  흥부 부부상   박형준  장롱 이야기   백  석   고향  나와 나타샤화 흰 당나귀  수라  여승  팔원  흰 바람 벽이 있어             백석의 시어사전   복효근  춘향의 노래   서정주  견우의 노래  무등을 보며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추천사  춘향 유문   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송찬호  구두   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갈대  나목  나의 신발이  농무  목계 장터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너에게  봄은  산에 언덕에   신동집  오렌지   신석정  꽃덤불  슬픈 구도  어느 지류에 서서  임께서 부르시면   심훈     그 날이 오면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고추밭  너에게 묻는다  모닥불  연탄 한 장  우리가 눈발이라면   양성우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오규원  개봉동과 장미  프란츠 카프카   오세영  그릇1   오장환  고향 앞에서  여수   유치환  깃발   바위  일월   유하     생(生)   윤동주  간  길  또 다른 고향  서시  쉽게 씌어진 시  십자가  아우의 인상화  참회록   이병기  매화2   박연 폭포   이상     거울  운동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성부  벼   이승하  이 사진 앞에서   이시영  마음의 고향6 - 초설 -   이용악  그리움   낡은 집  다리 위에서  오랑캐꽃  전라도 가시내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이육사  교목   꽃  노정기  절정  청포도   이한직  낙타   이해인  살아 있는 날은   이형기  낙화  폭포   이호우  개화   임  화  우리 오빠와 화로  자고 새면   전봉건  피아노   정  양  참숯   정지용  삽사리  인동차  장수산1  향수   정한모  가을에  몰입   정호승  겨울 강에서  또 기다리는 편지  수선화에게  슬픔이 기쁨에게  폭풍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조지훈  마음의 태양  병에게  봉황수  승무   조태일  가거도   주요한  불놀이   천상병  귀천  나의 가난은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최두석  노래와 이야기  성에꽃   최승호  북어   한용운  나의 노래  님의 침묵  당신을 보았습니다  찬송  타고르의 시'Gardenisto'를 읽고   한하운  자화상  전라도 길  파랑새   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형수  해바라기의 비명   황동규  
1352    현대시 100년과 10대 시인 댓글:  조회:4422  추천:0  2015-07-12
현대시 100년 10대 시인  올해는 육당 최남선이 신시 ' 해에게서 소년에게 '(1908년)를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한국시인협회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국문과 교수 10명이 뽑은 '10대 시인과 대표작'을 (2007년말 기준)발표했다.   10대 시인(괄호 안의 대표작)은 김소월(진달래꽃), 한용운(님의 침묵), 서정주(동천), 정지용(유리창), 백석(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수영(풀), 김춘수(꽃을 위한 서시), 이상(오감도), 윤동주(또 다른 고향), 박목월(나그네)이다. 이 중 김소월과 한용운, 서정주는 만장일치로 뽑혔다. 선정 작업은 평론가들이 각자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하는 시인 10명과 시인별 대표작을 추천하고, 이들 후보군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10대 시인과 대표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존 작가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1351    윤동주와 일본 시인 // 시문학의 흐름 댓글:  조회:5354  추천:0  2015-07-12
윤동주에 푹 빠진 일본 시인 [서평] 우에노 미야코, 윤동주 시 일본어 완역 2015.07.01 17:19l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별 헤는 밤, 가운데서 - 僕はなぜだか切なくて このたくさんの星の光が降りそそぐ丘のうえに 自分の名前を書いてみて 土で覆ってしまいました - 星を数える夜 - ▲  우에노미야코 시인의 윤동주 시 일본어 완역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표지. ⓒ 콜삭사 관련사진보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사랑하고, 윤동주 시인의 삶과 사상을 흠모하는 일본의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68)씨가 이번에  윤동주 전작시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으로 일본 콜삭사(コ-ルサック社)에서 펴냈다.  그간 윤동주 시인의 단편적인 작품 번역과 논문이나 연구서 등은 일본에서 많이 나왔지만 문학성이 뛰어난 중견 시인이 완역집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라고 한 것은 '윤동주 시의 원작을 가장 잘 살린 번역'이라는 뜻이다. 25년 전 윤동주 완역본이 이부키 고우(伊吹鄕) 씨에 의해 나온 적이 있다. 그러나 이부키씨의 번역은 그간 의역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예로, 윤동주의 가운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부분에 대한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적이 있다.  문제의 부분을 보면 이부키 고우씨의 번역은 "生きとし生けるものをいとおしまねば(모든 살아있는 것을 가엾게 여기지 않으면)" 으로 돼 있고, 또 다른 번역으로 아이자와 카쿠씨는 "すべての死にゆくものを愛さねば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이라고 해놨다. 그런데 우에노 미야코씨의 번역본에서는 그보다 더 깊은 내용이 함축된 "すべて滅びゆくものを慈しまねば"[모든 죽어가는(단순한 죽음이 아닌 소멸해가는 것을 포함) 사랑해야지(같은 사랑이라도 자비심을 포함한 사랑)]으로 번역돼 있다.  "어른이 되면 윤동주 번역 시집을 내리라" 시의 번역은 원작을 누가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일본어 전공자인 나의 생각으로는 우에노 미야코씨의 번역은 '윤동주가 추구하는 시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번역'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죽어가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단순한 '껍데기의 소멸'인지 아니면 껍데기가 담고 있는 '본질'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는 매우 심오한 철학적인 문제인지라 낱말 선택도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시누(死ぬ, 죽다)라는 말을 쓸 것인지 호로비루(滅びる, 죽음을 포함한 멸하다)를 쓸 것인지는 윤동주의 시 세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번역을 아무나 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이번 윤동주 시집 완역이 갖는 의의가 큰 것이며 비로소 윤동주의 완벽한 완역이 나왔다고 일본 문학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커서 어른이 되면 한국어를 공부하여 윤동주 시인의 번역 시집을 낼 것이라고 중학생 시절부터 별러왔다. 그때 나는 이미 시를 쓰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중학생 때의 꿈을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룬 우에노 미야코 시인의 감격어린 일성이다.  우에노 시인의 이번 작업은 시인 자신이 윤동주 시에 매료돼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듯 시심(詩心)을 꿰뚫은 번역으로 일본 문학계는 그 수준 높은 번역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어에 조예가 깊기 때문에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이미 50여 년간 시를 써온 경험과 동시에 일제 침략의 역사를 그 누구보다도 통렬히 가슴 아파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윤동주의 영혼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번역" 이번에 윤동주 시인의 한글 시 117편을 완역한 우에노 시인은 "나에게 있어 한국어라는 외국어의 벽은 매우 높다, 그러나 사전을 곁에 놓고 씨름하면서 낱말 하나하나에 걸맞은 일본어를 찾아나가는 고행 끝에 어느 날 문득 눈앞의 안개가 걷히고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우에노 시인의 '문통(文通)'은 단순한 번역의 차원을 벗어나 시인 윤동주와의 깊은 사상적 교감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일반 연구자가 아닌 시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다본 윤동주의 시는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 원작이 갖고 있는 작품성을 낱말 하나에 이르기까지 잘 살려내고 있다. 일본의 대표 시인 중 하나인 이시카와 이츠코(石川逸子, 83)씨는 "이렇게 일본어로 번역된 시들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의 섬세한 마음과 영혼까지 느끼게 해주는 뛰어난 번역"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2월 16일, 윤동주 시인이 다니던 교토 동지사대학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시인들이 모여 윤동주 사후 70주기 추모회를 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를 낭송했다. 마침 그때는 겨울 끝자락이라 쌀쌀한 날씨였지만 교정에는 홍매화가 활짝 폈고 하늘도 푸르고 높았다. 마치 윤동주 시인이 그리던 푸른 하늘을 보는 듯 해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말을 남긴 우에노 시인의 한평생은 윤동주 시인이 노래하던 와의 조우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마지막 거닐었던 교토의 하늘 아래서, 교토의 시인 우에노 미야코가 번역한 윤동주의 시들이 앞으로 한일·일한의 국경을 뛰어 넘는 또 하나의 우정의 시작이자, 서로의 역사와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에노 미야코 "일본인들에게 윤동주 시인의 죽음을 알리겠다" ▲  우에노 미야코 시인 ⓒ 우에노 미야코 관련사진보기 다음은 우에노 미야코씨와의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 - 언제부터 시를 쓰게 됐고, 어떻게 시작 공부를 했나?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중학생 때이며 본격적인 시 공부는 고등학교 문예부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당시 24살로 요절한 다치하라 미치조우(立原道造, 1914~1939)의 시와 더불어 '사계파'로 불리는 작가들의 시와 소설 등을 읽으며 문학 수업을 받았다. 지금도 시 창작 시절의 마음 그대로를 간직하며 시 작업에 임하고 있다."  - 윤동주를 어떻게 만났고, 윤동주 시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23년 전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윤동주를 알게 됐다. 좋아하는 윤동주 시를 말하라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초기에는 윤동주의 기독교신앙과 굴절된 심상풍경(心象風景)을 잘 이해 못했다.  아마도 그의 서정적인 언어의 아름다움과 그 함축성에 이끌렸던 것 같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는 것은 윤동주의 젊고 순수한 언어 속에 담긴 뚜렷한 자아성향과 특히 산문시 다섯 편에서 볼 수 있는 이지적인 유머, 해학성이다. 언제 읽어도 매력적이다." - 시 몇 편도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완역을 결심하게 됐나? "117편을 번역하면서 내 스스로 한국어 공부에 큰 자극을 받았다. 번역을 계속하면 계속할수록 흥미를 느끼게 됐다. 다만 번역 자체는 여러 면에서 난관이 컸다. 그래도 끝까지 완역할 수 있었던 것은 윤동주를 존경하는 마음에서였으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시인'으로서 자연스러운 도전이었다." - 번역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내 자신이 기독교인도 아니고 시대나, 민족, 환경도 크게 다른 내가 어떻게 윤동주 시인의 가슴 깊숙이에 숨어있는 신앙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등을 일본어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 고민은 끝까지 나를 괴롭혔다. 이의 극복은 윤동주 시인에의 공감과 존경심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섣불리 '껍데기만 일본어로 된 시'의 형태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번역작업에 임했다."  - 윤동주 시 가운데 가장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시는? 그리고 그 까닭은? "'하나' 만 예로 들기는 어렵지만 가장 좋아하는 시는 이다. 한국어로 읽으나 일본어로 읽으나 가슴이 찡하면서 윤동주 시인에 대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명시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 속에 나오는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은 내 젊은 날의 애독시이기도 해서 더욱 공감이 간다. 마지막 연의 '자랑처럼 푸른 풀(이 무성할 거외다)'을 바라보는 심정은 지구촌에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생각을 승화시킨 것으로 생각한다. 요절한 윤동주 시인의 위대함에 그저 가슴이 떨릴 뿐이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은 누구? 1947 일본 도쿄 출생 1970년 후쿠오카현립 기타큐슈대학 영미(英美)학과 졸업 1973년 후쿠오카 시잡지 '아루메' 동인 1992~1994 오사카시 히라가타시교육위원회 조선어교실에서 한국어 수학 1998년 재일한국문인협회 외국인 정회원 1호 1999년 재일한국문인협회 상임간사  2015 일본현대시인협회 회원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일본어판 윤동주 완역 시집을 내면서 일본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 번역 시집을 낸 뒤 많은 일본인들로부터 윤동주라는 이름과 등을 읽은 일이 있다던가, 시집을 본 적이 있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들로부터 한결같은 이야기는 '윤동주 시인이 이렇게 많은 시를 썼으며 그에게 이런 천재성이 있었느냐?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번역시집 후기에도 썼지만 이 번역 시집을 통해 일본인들이 조선의 청년 윤동주 시인이 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죽어가야 했는가, 그리고 패전 뒤 70년 동안 일본은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지금 한일관계에 대해 일본은 상대를 매도할 뿐인 폭력적인 언어를 쓰고 있는데, 그런 것 보다는 윤동주 시인의 '시혼'(詩魂)을 통해 그가 호소하는 강렬한 언어의 힘이 한일 양국 사이에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시키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아직 별다른 계획은 없다. 시집을 읽은 사람들로 부터 '수고했다. 좋은 일을 했다'라는 인사를 받고 있는데 이참에 지친 심신을 쉬고 싶은 생각이다. 다만 윤동주를 추모하는 모임 등에는 꼭 참석하여 윤동주 시집의 완역자로서의 긍지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를 전하고 싶다." ============================================= 개화기부터 2000년대까지 문학의 흐름    1. 개화기   (1)개화가사 ①개념 : 전통 시가인 가사의 형식에 새로운 개화사상을 담은 가사 ②주제 : 애국, 개화사상, 현실비판 ③형식 : 4음보 연속체를 그대로 유지 ④의의 : 국민계몽의 효과를 높임 ⑤작품 : 이중원‘동심가’이필균의‘애국하는 노래’등   (2)창가 ①개념 : 찬송가 및 서양 음악에 계몽적인 가사를 붙여 놓은 것 ②주제 : 충군, 애국 ③형식 : 대체로 4・4조의 정형성을 띰 ④작품 :‘학도가’‘한양가’‘세계일주가’‘경부철도가’   (3)신체시 ①개념 : 문명 개화를 노래한 시 ②주제 : 계몽사상, 신문명에 대한 동경 ③형식 : 창가와 자유시의 중간 ④의의 : 전통시가양식과 근대시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 ⑤작품 :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2. 1920년대   (1)감상적 낭만주의 시 ①특징 : 3・1운동 실패 → 어둡고 현실 도피적인 시         허무, 병, 꿈, 눈물 등의 어두운 이미지를 닮음 ②주요 시인 : 주요한, 홍사용 등 ③동인지 : 백조, 폐허 등   (2)저항시 ①배경 : 낭만시에 대한 반성 ②주제 : 나라 잃은 슬픔 → 적극적인 저항 정신 ③작품 :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3)서사시 ①김동환 : 서사시집 ‘국경의 밤’ ②내용 : 일제강점기 우리민족의 애환   (4)시조 부흥 운동 ①의의 : 민족 고유의 언어와 사상을 지키고자 함 ②형식 : 고시조 → 현대시조 ③작가 : 최남선, 이은상, 이병기   (5)독자적인 시 ①한용운 ―주제 : 임을 상실한 슬픔을 기다림의 의졸 승화 ―의의 : 독특한 사상시 ―작품 : ‘임의침묵’‘나룻배와 행인’           ↓임 : 부처, 조국, 사랑하는 사람 …   ②김소월 ―형식적 특징 : 민요적 율격 계승(3, 5, 7…) ―내용상 특징 : 민족고유의 서정을 담아냄 ―의의 : 서정시의 기틀 마련 ―작품 :‘진달래꽃’‘먼 훗날’‘가는 길’   (6)경향시 ① 특징 : 민중의 혁명 의지를 고양시키고자 함 → 선동시로 빠져 문학성을 잃음 ② 주제 : 적극적인 정치 투쟁 의지 ③ 작품 : 임화 ‘우리 오빠와 화로’       3. 1930년대   (1)순수시 ① 배경 : 1920년대 시의 문학의 감상성과 이념성 거부 ② 특징 :          ― 예술적인 언어의 아름다움을 추구          ― 시의 음악성(리듬, 운율)을 중요시          ― 개인적이며 일상적인 정서를 세심하게 표현 ③ 작품 : 박용철, 김영랑 등 ④ 동인지 : ‘시문학’   (2)모더니즘 시 ① 배경 : 감상적 낭만주의 거부 → 현대적인 시의 면모 확립 ② 특징 : 시각적 심상을 많이 사용           감정 표현 억제하고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면 추구 ③ 작품 :          ― 김광균‘와사등’‘데생’          ― 이상‘거울’‘오감도’: 내면세계를 초현실주의              기법을 이용          ― 정지용의 시적 작품 : 서구시의 시각 표현방식 수용                       → 카톨릭주의 동양적세계 자연시쪽으로 전환   4. 1930년대 후반 ~ 1945년 (1)생명파 ① 배경 : 모더니즘 시와 목적시를 거부 ② 특징 : 인간과 생명의 탐구 주력 ③ 작품 :   ― 유치환‘생명의 서’'깃발’등 : 인간의 의지와 사유의                                               문제에 관심 집중  ― 서정주 '화사’‘자화상’등 : 주로 본능과 무의식을 탐구   (2)저항시 ① 윤동주 : ‘서시’ ‘십자가’ ‘쉽게 씌어진 시’ 등               부끄러움의 미학,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자기 성찰               을  보여줌 ② 이육사 : ‘광야’‘청포도’                 조국 독립에의 강한 의지   5. 광복 직후 (1)자연시 ① 특징 : 목적시 거부, 자연을 소재 인간의 염원과 가치를 담음 ② 의의 : 해방 후 서정시의 맥을 이어감 ③ 동인지 : 합동시집‘청록집’간행 → 청록파 ④ 작품 : 조지훈‘승무’박목월‘나그네’박두진‘해’등   6. 1950년대   (1)전쟁 체험의 시 ① 배경 : 6・25라는 비극적 체험이 바탕 ② 특징 : 전쟁시와 애국시가 주류를 이룸, 전쟁의 참담함 고발, 그             속에서도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몸부림을 나타냄 ③ 작품 : 유치환‘보병과 더불어’조지훈‘역사앞에서’   (2)모더니즘 시 ① 특징 : 1930년대 모더니즘의 체험 계승 발전 현대 도시문명을             비판적, 감각적 표현 ② 동인지 :‘후반기’(박인환, 김수영, 전봉건) ③ 작품 : 박인환‘목마와 숙녀’(전후의 허무감)   7. 1960년대 (4/19혁명)   (1)참여시 ① 배경 : 1960년대 정치적 격동기를 겪으며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시대 정신 형성 ② 시의 내용 : 부조리한 현실 비판・고발하는 현실 참여시 ③ 작품 : 김수영‘풀’‘거대한 뿌리’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김지하 '오적’등   8. 1970년대(독재정권 경제구축기)   (1)민중시 ① 배경 : 더 암담해진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생기면            서 참여시가 ‘민중’의 편에 서서 글을 씀으로‘민중시’            라는 이름을 얻음 ② 특징 : 정치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 소외된 민중의 삶을             시를 통해 그려냄 ③ 작품 : 김지하 '황토’신경림 '농무’고은 '만인보'     9. 1980년대 (자유화시기)   (1)참여시 1) 배경 : 통금해제, 군정권의 몰락과 올림픽유치등 서구 자유가              도입되면서 개성의 표출이 등장하며 이에 따른 국민의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사회에 참여한다 2) 특징 : 군사 정치의 몰락, 자유의 급속한 접목으로 인한 문화              예술가의 사회 참여가 대두된다. 3) 작품 : 박경리씨의 토지(소설)     10. 1990년대   (1)자유시 1) 배경 : 경제적 발전과 소득 향상에 따른 자아 발견 자유 참여  2) 특징 : 컴퓨터 보급이 사회와 가정에 보급되는 미디어시대 안착              인터넷 등장으로 인한 국민의 사회참여 활발과 개인 의사표현 시작 3) 작품 : 현존작가/작품 평가 못함     11. 2000년대             (1)자유시 서정시              1) 배경 : 자아발전의 성숙기 소득의 증가는 더 넓은 시야를 국민에게 주며                           시야를  넓혀 개인 지상 최고주의로 돌입한다. 명품을 보유하는등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 나간다              2) 특징 : 미디어 발전으로인한 개인 미디어시대 활동 개인홈피,블러그활용등                           과거의 집착보다는 미래를 더 중요시하는 미디어 세대 등장                           형과 틀이 무시되는 홀로문학등장 및 정착, 순수문학의 퇴보, 문인의                           양산 시대 도래              3) 작품 : 현존작가 평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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