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목침
뜨는 해와 함께
냉상모판 모뜨기에 나가셨다가
파릇한 봄향을 안고
구들목에 오르신 아버지
아침 진지상을 물리시고
잠간,
목침을 베고 누우십니다.
냉상모판 차거운 물에 잠그셧던
싸늘한 발목을 녹이십니다.
싸리나무 울바자 넘어
익어가는 옥수수 내음이
오롯이
문열린 방안에 찾아드는 한낮
아버지는
잠간,
목침을 베고 쪽잠에 드십니다.
간밤 내리는 폭우로
아버지는 날 샐녁까지
장인강홍수방지공사에서
언제를 쌓으셨답니다.
새노랗게 통통 여문 벼이삭을
입안에 넣고 깨물면서
씨엉씨엉 벼가을 하시던 아버지
해지는 저녁
집에 돌아오셔서
잠간,
목침을 베고 엽초를 태우십니다.
달이 밝은 저녁이라
오늘 밤은 논밭에 가셔서
묵꺽질을 하신다 하십니다.
하얀눈이 무릎을 치는 산판에서
금방,
누렁황소 몰고 귀가하신 아버지
잠간,
정지목에 목침을 베고 누우십니다.
삭풍에 우는 문풍지소리 들으시며
조용히 입속말로 중얼거리십니다.
- 큰 늠이 있는 장춘두 이렇게 춥나?
아버지가 목침을 베는 이유를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아버지한테는
목침이 최고로 편안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더더욱 몰랐습니다.
아버지가 목침을 세워서 베는 이유는
밀려든는 잠을 쫓기 위한것임을
그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아버지는 목침이 있어
잠간,
일에 지친 허리를 펼수 있었습니다
잠간,
고달픈 인생의 길목에서
숨을 돌릴수 있었습니다.
장미빛 꿈을 동그랗게 무르익히며
잠간,
당신의 삶을 충전하실수 있었습니다.
목수 아닌 목수가
대충 모서리를 죽여 만든
한낱 수수하고 평범했던
아버지의 각나무목침.
그 목침이 정말 보고싶습니다.
[2007년 7월 11일. 장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