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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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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백이 놀던 달은 어데 갔나?
2014년 02월 14일 22시 26분  조회:6501  추천:10  작성자: 넉두리

리태백이 놀던 달은 어데 갔나?

 
김희수

 
 


 


달아달아 밝은 달아
리태백이 놀던 달아
… …

 

둥근달을 볼 때마다 떠오르던 이 동요, 어릴 때에는 이 동요를 떠올리며 리태백이 술에 취해 읊던 달은 얼마나 밝았을가? 하고 생각하며 다시 달을 쳐보았다. 그때의 보름달은 그래도 리태백이 놀던 달 못지 않게 밝았다.
 
“참 달이 밝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했고 우리 아이들도 보름달을 쳐다보며 “야, 달이 참 밝다!”하고 감탄했다. 보고 또 보아도 밝기만 했다. 그래서 어른들은 마당에 술상을 차려놓고 한잔씩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고 아이들은 손전등이 필요없이 학교운동장에 나가 마음껏 뛰놀았다.
 
그렇게 밝던 달이 오늘은 왜서 밝아보이지 않을가? 리태백이 놀던 달은 어데 갔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놀던 달은 어데 갔지? 우리가 어릴 때 놀던 달은 어데 갔지?
 
한해중에 가장 밝은 달은 정월 대보름달과 팔월한가위 보름달이다. 그래서 한해에 두번씩 기다려지는 보름달이다. 그런데 오늘의 달은 예전의 달보다 밝아 보이지 않는다. 그 때는 자연빛만 있었던 시기여서 지금보다 달이 더 밝았을가? 그래서 “팔월추석 보름달이 밝다하지만 시골에서 더 밝을줄 몰랐습니다”라는 노래도 생겨났을가?
 
눈부신 연길시의 불빛 사이로 갑오년 정월 대보름달이 떠올랐지만 어쩐지 예전의 보름달보다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야경은 한층 밝아지고 더 아름다워 졌지만 달은 더 밝아보이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밝은 달은 달라진것이 없겠는데…
 
물론 천문학적인 각도에서 보면 시간에 따라 어떤 시간대에는 달이 더 밝아보이고 어떤 시간대에는 달이 덜 밝아보일수 있다. 또 지역에 따라 어떤 곳에서는 달이 더 밝아보일수 있고 어떤 곳에서는 달이 덜 밝아보일수 있다.
 
달이 타원궤도를 돌기때문에 같은 정월 대보름달이라고 해도 크기가 변한다고 한다.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가 35만3800킬로메터이고 가장 멀 때는 41만킬로메터가 된다. 가까울 때는 큰달이 뜨고 멀 때는 작은달이 뜨는데 그 차이는 14%정도나 된다. 또 지역에 따라 달이 뜨는 시간도 다르다.
 
천문학자들은 이번 갑오년 정월 대보름밤에 보는 달은 완전히 둥근 달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래서 예전보다 밝아보이지 않을가?
 
집집마다의 굴뚝에서 연기가 나던 세월에도  달은 지금보다 더 밝았다. 강물에 똥빨래를 하고 오줌을 누던 세월에도 강물은 지금보다 더 맑았다. 자동차가 지나면 먼지가 뽀얗게 일던 흙길 비포장도로밖에 없던 그 세월에도 공기는 지금보다 더 깨끗했다.
 
지금은 집집의 굴뚝과 석탄보일러굴뚝도 거의 없어졌지만 하늘은 더 뿌옇게 변했다. 강물에서 빨래하고 헤염치는 사람도 없어졌지만 강물은 더 더러워졌다. 자그마한 골목까지 멋지게 포장도로로 만들었지만 공기는 더 오염되였다. 스모그때문에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그래서 보름달도 밝아보이지 않는걸가?
 
보름달이 예전보다 밝아보이지 않는 주요한 원인은 대기오염에도 있겠지만 달을 사랑하는 마음이 현대인들에게서 점점 식어지고있기때문이 아닐가 생각된다. 현대인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무엇에 그리 쫓기는지 스마트폰화면은 들여다볼 시간이 있어도 하늘을 올려다 볼 겨를은 없다. 밤하늘에 초생달이 뜨는지 보름달이 뜨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기 마련이다.
 
정월 대보름에 한족들의 음식인 원소(元宵)를 먹는줄은 알아도 우리 민족의 음식인 오곡밥을 먹는줄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는 정월대보름날이 밸런타인데이와 겹쳐 명절분위가가 더 짙어졌지만 어쩐지 술좌석의 분위기만 더 흥성흥성해진것 같다. 커플끼리 산보하며 달구경하기가 둘도 없이 좋은 날이지만 달을 올려다보는 커플들은 많지 않다.
 
저 대보름달이 옛날을 그리며 외로워하고있다. 저 보름달을 보면 액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기 위해 달집을 불태우며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던 옛사람들이 떠오른다. 저 보름달을 보면 오곡밥에 버섯, 고사리, 고비, 도라지 등 9가지 나물을 먹고 한해동안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호두, 잣, 밤, 땅콩 등 부럼을 나이 수대로 깨물던 조상들이 떠오른다. 저 보름달을 보면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귀밝이술 마셔라”하며 아이들에게까지 한모금씩 권하고는 윷놀이를 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저 보름달을 보면 “더위팔기”, “동제(洞祭)”, “탑돌이” 등 우리 민족의 정월대보름 세시풍속과 풍성한 달맞이 민속놀이행사가 떠오른다.
 
정월 대보름의 밤하늘에 홀로 외롭게 떠있는 저 달을 보면 함께 놀아주며 위로해주고싶다.
 
우리의 뿌리를 되돌아보아야 오늘의 마음을 다잡고 밝은 미래를 맞을수 있다. 아무리 바쁜 일상이라도 가끔씩 밤하늘을 보자. 둥근달이 떠있는 하늘이 아니라도 좋다. 조각달이 떠있는 하늘이라도 좋고 반달이 떠있는 하늘이라도 좋다. 밤하늘을 올려다노라면 달을 사랑하게 될것이고 달을 사랑하면 자연을 사랑하게 되여 환경보호에 힘쓸것이다. 따라서 환경이 아름다워지면 달도 밝아질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보름달도 리태백이 놀던 그 달처럼 휘영청 밝은 모습으로 떠오를것이라고 믿는다.
 
(2014년 2월 14일 갑오년 정월 대보름날 밤에 술을 마시고 브르하통하강변에서 달을 올려다보다가 돌아와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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