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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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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열쇠
2014년 04월 04일 12시 24분  조회:5626  추천:8  작성자: 넉두리

수도열쇠


 
김희수




 
 
얼마전에 사무실에서 한담을 하던중에 생수얘기가 나와서 저마다 한두마디씩 하다가 화제가 수도물로 이어지면서 누구의 입에선가 “수도열쇠”란 말이 나왔다.
“수도열쇠가 뭐예요?”
아직 30대에 들어서기전인 후배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40대에 들어선 후배도 수도열쇠란게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공공수도물이 있고 집집마다 수도열쇠가 있었다는 사실을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른다. 녀자들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어먹었고 남자들은 멜대를 어깨에 메고 물을 길어먹던 세월이 있었다는것을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른다. 그러니 수도열쇠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알 턱이 있겠는가?
 
그 시기 산골에서는 샘물을 퍼다 마셨고 시골에서는 우물을 길어먹거나 펌프물을 잣아올려 마셨으며 도시에서는 공공수도물을 길어먹었다. 수도물을 길어먹던 시절이 고달프기는 했지만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30여년을 살았던 고향 룡정에도 마을마다 공공수도물이 있었다. 물을 긷는 도구로는 주로 오지물동이, 바게쯔(원추형의 물통)와 바께쯔보다 용적이 배가 되는 원통형 물통이 있었다. 우리 집은 공공수도물과 거리가 좀 멀어서 물을 길어다가 물독에 채우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기때문에 멜대에 물통 두 개를 달고 다니며 물을 길어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물지게를 메고 물을 길으러 나섰다.
 
출근전 아침시간이거나 퇴근후의 저녁시간이면 공공수도물가에는 물을 길으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서야 했다. 사람이 줄을 서는것이 아니라 물통이 줄을 선다.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르고 낡은 정도도 서로 다른 물통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은 정말로 가관이였다. 그렇게 물통들을 줄 세워놓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들은 담배쌈지를 꺼내들고 담배쉼을 하고 녀자들은 시시껄렁 잡담을 하며 깔깔 웃어댄다. 그러는 사이에 어떤 사람은 남몰래 자신의 물통을 남의 물통앞에 놓고 새치기를 하는 일도 있었다.
 
수도물을 길으러 갈 때 잊지 말고 꼭 휴대해야 하는것이 바로 수도열쇠다. 이 수도열쇠는 어느 집의것이나 모양과 규격이 똑 같았고 어느 공공수도물이나 다 틀어서 물이 나오게 할수 있었다. 수도열쇠는 전체가 쇠로 만들어졌고 한뼘이 될만한 손잡이가 있다. 손잡이굵기는 치솔손잡이부분만큼 했고 손잡이우쪽은 기윽자모양으로 굽혀졌으며 손가락길이만큼 굽혀져있는 부분에 구멍이 뚫려져있었다. 그 구멍을 공공수도물의 웃쪽 옆부분에 쇠저가락 비슷하게 생긴것이 들여다보이는 부분에 꽂아넣고 손잡이를 슬쩍 틀면 수도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공공수도물 역시 어느 마을의것이나 똑 같았다. 지금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도물과 비슷했지만 수도관이 가정용수도관보다 더 굵었고 수도꼭지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 키만큼 한 수도관우에 “철갑옷”을 입혀놓고 우에는 “철갑모”를 씌워놓았는데 “철갑옷”속의 수도관과 이어진 수도관이 “철갑모”의 약간 아래부분쯤으로 한자쯤 나왔고 그 나와있는 수도관끝이 지금의 수도물처럼 아래로 향하도록 굽혀져있었지만 굽혀진 끝부분은 수도꼭지가 아니라 그냥 수도관과 이어진 부분이였다. 수도물뒤에는 하수도뚜껑처럼 덮어놓은 네모난 콘크리트뚜껑이 있었는데 그 두껑을 열면 우물 비슷한 내부가 보였다. 맨 밑에는 땅밑 수도관과 수도물의 수도관을 이어놓은 부분이 로출되여있었다. 일반적으로 수도물이 고장났을 때가 아니면 이 수도물뚜껑은 열지 않지만 마을의 장난꾸러기들이 수도열쇠를 가지고오지 않았을 경우에 여럿의 힘으로 수도물뚜껑을 열고 땅밑에 장치한 수도물여닫기와 이어진 쇠줄을 당겨서 수도물이 나오게 했다. 그렇게 수도물이 나오면 콸콸 흐르는 수도물에 입을 대고 마시기도 하고 여름이면 머리를 감기도 했다.
 
그런데 공공수도물을 길어먹던 일이 이제는 옛말이 되였다. 집집마다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공공수도물이 사라진지도 수십년이 되였고 수도열쇠도 자취를 감추어버린지 오래다. 갓 집에 상수도가 들어올 때만 해도 편안히 집에 앉아서 수도물을 받아먹게 됐다고 기뻐했는데 어느때부터인가 수도물을 직접 마시지 못하게 되였다. 도시의 수도물이 비록 시골의 샘물이나 우물물에 비할수는 없었지만 바가지에 받아서 꿀꺽꿀꺽 마시면 목구멍에서 배속까지 시원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도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되여 돈주고 물을 사먹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물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에는 물을 돈주고 사먹는 시대가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사먹는 물은 안전한가?
 
국가질감독검험검역총국 공식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우리 나라 22개 성, 자치구, 직할시의 211개 기업에서 생산한 220종의 통포장 음용수(饮用水)와 병포장 음용수 제품을 추출하여 검사한 결과 6개회사 브랜드의 음용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브롬산염(溴酸盐)이란 발암물질이 함유되여있는것이 발견되였다. 그외 12개생수회사의 브랜드에서 유리유효염소(游离氯), 대장균(大肠杆菌) 등이 불합격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총인구의 20%에 해당되는 2억 8천만명의 주민은 불안전한 음용수를 사용하고있어 음용수수질개선이 시급한것으로 나타났다.
 
돈주고 사먹는 물이 예전에 마시던 공짜물만 못하다니? 돈 주고 사먹는 생수보다 수도열쇠 하나면 공짜수도물을 마음놓고 안전하게 먹을수 있던 그때 그 시절의 물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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