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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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의 밤>> 제2부(27)
2015년 02월 04일 10시 06분  조회:2960  추천:0  작성자: 김송죽
 

                        27

 

 

 

    

   

    위삼포는 정신이 다시맑아지자 마치 알을 품은 암탉모양으로 애지중지 보존해 온 류자들의 수를 점검했다. 지금 산채에 남아있는것이 자기까지 포함해서 101명밖에 되지 않으니 원유의 1/3도 채안되였다. 나는 어찌하여 이 지경이 되었느냐 생각하면  그저 한숨밖에 나가지 않았다. 불효막심한 아들녀석이 돌아서지 않으면 그가 데리고 나간 200명류자는 다 잃어버리고만다. 오인은 50여명을 끌고나가서 여섯배로 만들었건만 자식은..... 본래는 기뻐해야 할 일이였건만 이꼴이 되고말았다. 위삼포는 이번에 오인이 대굳게 나오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서늘했다.

   《세상에 이 위삼포를 감히 질책하며 훈계하는 녀석이 있다니! 아, 내 신세가 어이하여 이지경이 되였는가!  사변이 잃어나지 않았다면 이런일이 생기지도 않았을것을.》

    하면서 세월을 원망해보기도 했다.

    위삼포는 자기가 불민해서 미런한 짓을 한것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민호의 형이 산채를 찾아와 항일에 나서게 든장질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가 야 이놈아 네놈이 이 늙은것의 복장이 터지게 만들었구나 하고 민수를 죽어라고 저주하고있는데 경위를 서고있는 류자가 달려들어와 보고했다.

   《맏두령님! 위아가씨하고 소부인께서 돌아옵니다.》

    위삼포는 진정했다.   

   《여기 내 앞으로 오게하거라.》

    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두 녀인이 중앙산채에 들어서는데 향란이는 입에 밤을 문 꼴이고 며느리는 기분이 잔뜩 상한 꼴이였다.

   《모양들이 왜 이래?》

    위삼포가 물으니 향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랍을 봤어요. 과연 속상하는 일이얘요. 오랍은 정말 귀순했어요. 상받고 부귀영화를 누린다하잖았어요. 정말그래요. 지어... 》      그녀는 딴녀자하고 산다는 소리까지 하려다가 제 올케를 힐끗보고는 그만 입을 단아버린다. 소춘매는 끝내 울음을 텃치고말았다.      며느리의 가엽은 꼴을 보니 위삼포는 화가 더나서 곁에 없어서 듣지도 못하는 욕을 아들에게 했다.

   《쓸개빠진 자식 제 애비를 속혀가면서 그따위로 살아간단말이냐? 무도막지한 놈 같으니라구 원!》

    성질이 화약같은 그는 자기가 당장가서 아들의 멱살을 쥐여 올것 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발연대로하고있는 그 모양은 흡사 선불맞은 호랑이와도 같았다. 맏두령이 너무 격분하여 리지를 잃을것 같아 사량팔주는 제발참아달라고 그를 진정시켰다.

    위삼포는 여러날을 두문불출했다. 이것이 그한테는 아마 살아생전에 겪어보는 제일 준엄한 시련이 될 것이다.  

    부부간의 정과 사랑이 남에게 빌려주는 놀음감이 아니였다. 소춘매는 시누이와 함께 태평진에 가서 제 남편이 다른 녀자와 속살을 섞고있음을 확인하고 돌아와서부터는 그에 대한 정도 미련도 싹 다 떨어지고말았다. 위삼포는 며느리의 쑥대강같이 허트러진 머리꼴을 볼때마다 기분이 상하면서 가슴에서 화가 그냥 일군했다. 마른나무에 당긴 세찬 불이 채 타지 않고 스러질리 만무였다.

   《안되겠다. 내하구 같이 가서 네 오래비를 덜미잡아오자.》

    위삼포는 어느날 딸을 보고 말했다.

    향란이가 거절할리없다..

    위삼포는 어느날 끝내 딸과 함께 호위류자 다섯을 골라서 데리고 산채를 나와 태평진으로 향했다.

    하늘을 덮고있던 비구름이 벗겨져서 좋은 날씨였다. 일행 일곱은 두 녀인이 전번에 왔을 때와 같은모양으로 오후에 태평진에 당도했다. 한데 지금은 북대문에 보초가 둘이 아니라 네댓됐다. 그들이 드나드는 사람을 깐깐스레 조사하는것을 보니 경계가 전만 썩  삼엄해졌음이 분명했다. 그래도 어쨌든 들어가야 할 그들이였다.

    보초서는 자들은 이켠의 말탄 일곱사람을 서라해놓고 총을 꼬나든채 어디서 오느냐고 캐물었다. 향란이가 선듯이 일을 열어 우리는 염왕산에서 오는데 오빠를 만나려한다고 했다.   

   《아, 그런가요! 그런걸 우린 또.....》

    보초 하나가 사나운 몰골이던것이 대뜸 양같이 순해지면서 친절을 부리기까지 했다.

   《잠간만 기다려주시오, 잠간만. 내 얼씨덩....》

    그 보초가 책임자같은데 웬 일인지 그들을 성안에다 선듯이 들여놓지 않고 이러면서 어디론가 달려갔다.

    다른자들은 호기심을 갖고 이켠을 지켜봤다.

    위삼포는 달려간 자가 아들에게 자기가 왔음을 알리는줄로 알았다. 그래 말잔등에서 내리지 않고 불편한대로 기다리고있노라니 아느새지나서 과연 10여명이 급급히왔다. 입은 옷을 보니 그들은 자위단도 아니고 류자도 아니였다. 위용강도 보이지 않았다.

    향란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만 갈마들었다.  

   《아니, 보자는 오랍은 안오구 저것들이 와서는 뭘 하자구?》

    그자들은 모두 검정바지에 팔짜른 흰적삼을 입고 있었다. 기중 나이많은 50대의 한 자가 맥고모를 썻는데 긴 끈을 어깨에 걸어 멘 커다란 목갑권총이 한쪽 옆구리에서 거들거리고 있었다.

    나이 많은 자가 위삼포앞으로 곧추 다가오더니 맥고모를 벗어 손에 쥐고 허리를 굽혀 인사차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로인장께서 아마 위대장님의 부친이겠죠? 찾아오셔서 몹시 반갑습니다. 원로에 로고가 많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아들이 나오지 않아 화가 나는데다 나으리라 부르지는 않고 방자하게 자기를 이웃로인대하듯 하니 속이 꼴리기 시작한 위삼포는 그자를 곱지 않게 보면서 내뱉었다.

   《넌 대체 어떤놈이냐?》

   《예? 저, 저는 여기 유지회 회장이웨다.》

   《네가 유지회 회장이라, 건 또 무슨 벼슬인데?》

    위삼포가 흥미를 가지면서 내뱉듯이 건성으로 물어보고있는 이런 가벼운 어조에는 비꼬는 뉴앙스가 다분했다. 기실 그는 몰라서 물어보는것이 아니였다. 일본관동군은 올 3월초 만주국의 집정제를 군주제로 고치고 아이신줴러 부의를 황제로 올려놓아 그를 세습군주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국호도 만주제국이라 고치고 년호를 강덕(康德)이라 달았으니 부의를 또한 강덕황제라 부르게도 된것이다. 이 철두철미한 괴뢰정권이 웃꼭대기로부터 발끗까지 저의 통치기구를 개선했는데 본래있던 청향위원회(淸鄕委員會)를 6월에 유지회(維持會)로 이름을 바꾸었던것이다. 이 치안조직의 통수는 바로 일본관동군사령관이였다.

     태평진의 유지회역시 주둔군과 배합하여 진내에 잠복해있는 비밀적인 반일조직이나 반일사상을 갖고있는 사람을 색출하여 적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적이 그들을 고문하고 학살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기에 주민들은 거의가 겉으로는 유지회를 옹호하는 것 같아보지만 속으로는 무서워하면서 몹시 증오했다.    

    그런자들이 지금 나와서 위삼포일행을 영접했던것이다.

    위삼포는 처음부터 그들을 똥개만도 못여기고 있었다.

   《나는 너희들을 보자구 온게 아니다. 그러니 어서 용강이를 나오라구 해라.》

   《로인장! 아, 저 나으리님! 아드님이야 이제 곧 대면하시게 되지요. 우선 숨을 돌리면서 로독부터 풀어야하잖습니까. 자, 자, 갑시다. 멀잖습니다. 저깁니다.》

    그는 위삼포일행을 북대문에서 가까운 길동켠의 한 청기와벽돌집으로 안내했다. 앞벽의 문가에 <태평진유지회>라 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 유지회건물의 왼편에 있는 집이 자위단실이였는데 그 자위단실 뒤켠 널다란 운동장에서는 얼추계산해도 500명이 실히 될 자위대원들이 한창 오후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지금 태평진에 있는 일본수비대는 병력이 모두해야 300여명밖에 안되였는데 병영은 남쪽켠에 있었다.

    유지회의 왕회장은 보초가 달려와 위삼포가 왔다고 알리니 즉시 오도야마에게 이 일을 보고하면서 전번에 두 녀인이 와서 위용강에게 취한 거동을 보아 이번에 그의 아버지가 온 목적 역시 아들을 끌어내자는 심사가 아니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도야마는 왕회장에게 먼저 그의 래의를 알아내라고 지시했다. 위삼포가 온 목적이 과연 그렇다면 수단을 가리지 말고 그를 돌려세우라는거다.

    유지회의 왕회장은 이전부터 소문듣고 알아온 토비두목을 직접대하고 보니 오금이 떨려났지만 자기뒤에는 강대한 일본군이 있는지라 기운을 내여서 임무를 완성하느라 부산떨었다. 그는 수하 사람들에게 닭을 잡고 물고기를 사다가 얼른 음식상을 준비하라 해놓고나서 자기는 시종 손님들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손수 차물을 따라준다 담뱃불을 붙여준다 성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향란이는 속으로 저게 어쨌다구 벼락친절을 보이는거냐 덩치값못하고 개처럼 알찐거리네 하면서 랭소했다.

    참대를 결어서 만든 등의자에 펀안히 앉은 위삼포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껐다. 아들을 생각했다. 애비가 왔건만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있으니 그지없이 괘씸했다. 그는 몸자세를 고쳐 앉고는 눈을 지긋이 내리깔면서 속으로 윽별렸다.    

   《쓸개빠진 놈! 귀순이 뭐냐, 귀순이! 애비낯에 똥칠을 하다니 원! 보기만 하면 육장을 낼테다!》

   《오랍은 대체 무슨짓을 하고있어요. 량심이 있나요 없나요?》

    향란이는 오빠를 만나면 첫마디부터 꾸짖어놓으리라 별렀다.

    누구하나 왕회장의 친절을 친절같이 받아주지 않았다. 하여 객실은 무거운 침묵속에서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왕회장이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가 위삼포의 태도가 하도 엄하고 쌀쌀하니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왕회장님, 손님음식상이 다 되었습니가.》

    한자가 와서 알리였다.

   《저....자, 갑시다. 시장하실텐데.》

    위삼포는 들었는 둥 말았는 둥  아무응대도 없다.

   《왜 그래요. 곤해하시는 분을 좀 작작 건드려요.》

    향란이는 그를 향해 막설하고나서 다섯류자보고 너희들이 먼저가서 먹거라 하면서 한마디 일깨워줬다.

   《구복만 달래고 판산은 적게들 해요.》

    그들이 나가자 손가락에 커다란 금반지를 낀 사나이가 하나 나타나 객실에다 발을 들여놓더니 문가를 한발도 떠나지 않았다. 그자의 몸에 권총이 있는것을 발견하자 향란이는 손이 무언중 뽐창이 꽃혀있는 머리로 올라갔다.

    유지회의 왕회장은 위삼포가 차려주는 음식도 먹을 념을 하지 않고 죽은듯이 함구무언이니 갑갑함을 못이겨 끝내 입을 열어 이쪽을 건드렸다.

   《저.... 한가지 물어봅시다. 위나리께서 모처럼 여기까지 왕림하신 목적이 뭣인지요?》

    위삼포는 고개를 천천히 들고 그를 쏘아봤다.

   《사사를 캐서 노여우리라 봅니다만 이건 내가 먼저알아야겠습니다. 아드님께서야 만주제국을 위해 봉공하려고 출발한것이니 천만지당하지요. 로인님, 그렇지 않습니까.》

   《봉공이라? 지당하다? 량심팔고 개로 되는것도?》

   《무슨말씀을 그렇게....》

   《이놈, 언감생심 나하구 그걸따지고 물어? 돼먹지 못한 놈!》

    위삼포는 어금이를 깨물더니 불시에 손바닥을 쫙 펴 그의 따귀를 철썩 갈리였다.

    미처피할 사이도 없었다. 왕회장은 얼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팽이처럼 팽그르 돌더니 그만 넉장거리로 나가 넘어졌다.

    문가에 섰던 자가 왕회장이 죽는 줄로 알고 어느결에 권총을 뽑아 위삼포에게 갈겼다.

    향란이는 뽐창을 뿌려 그자를 꼭끄라뜨리곤 총을 맞은 아버지를 급히 안았다. 이러는 사이 왕회장이 뛸쳐일어나 엎드러지고 곱드러지면서 밖으로 내뺐다.

    밥을 먹던 류자들이 총소리나니 상을 엎어지르면서 밖으로 달려나왔다. 위삼포는 가슴을 맞았으나 아직 숨은 넘어가지 않았다. 류자하나가 그를 둘쳐업자 모두 그를 호위하면서 말이 있는데로 달려갔다.

    한편 왕회장이 황황겁겁 달려가 알려서 훈련하고있던 자위대원들이 신속히 무기를 잡고 쓸어왔다.

    이켠은 자칫하면 포위에 들번했다. 향란은 길을 인도하면서 제무리를 지휘했다.   

   《압련자말고 상탁!》(주)

    이때 위용강이 마침 저택에 있었는데 보초가 달려들어오며 정황이 있다고 알려서 나와 보니 수백명 자위대원이 총을 들고 이켠으로 오고있는지라 즉각 류자들을 일으켜 대적태세를 취했다.

    류자 하나가 사람을 업은 외 다른사람들은 그를 호위해 말을 방패로 삼아 총구를 대방에 겨누면서 뒤로 급히 밀려오고 있었다.

    향란이가 높이웨쳤다.

   《오랍, 아버지 뎃어!》(주)

    과연 업혀오는 사람이 아버지가 옳은지라 위용강은 갑자기 미쳐난 사람모양으로 길길이 뛰였다.

   《어찌된 일이냐, 어찌된 일?》

   《저놈들하고 물어봐요.》

   《답새기라!》

    일곱이 담장안에 들어서자 이켠에서 총을 갈겨대기시작했다.       길을 메우면서 죄여들던 자위대원들은 은페물을 미처찾지 못해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물러가지는 않았다. 그들은 동쪽구역을 차지하고 이켠을 향해 어설픈 맛불질을 해댔다. 하지만 자위대원은  불질잘하는 류자들의 손에 사망자만 늘어갔다. 과연 참중했다.

    오도야마는 처음에는 반일군이 쳐들어오는줄로 알고 놀랬다. 그러다가 그런게 아니라 자위대와 입성한 토비간에 마찰이 일어난것임을 알고 한시름놓으면서 비상소집령을 내려 자기의 수비대를 출동시켰다. 그는 누가 총질을 멈추지 않으면 누구를 답새기리라 선포했다. 량켠다 그가 개입해서야 불질을 멈추었다.

   《제편끼리 싸우다니!》

    오도야마는 부레가 끓어 펄 펄 뛰였다. 그는 길에 널려진 숱한 시체를 한번다시 보고는 쓸쓸히 웃으면서 대체 어떻게 된건가고 알아보았다.

    목숨을 잃지 않은 왕회장은 그의 앞에 달려와 일이 되어진 경과를 사실대로 고해바쳤다. 그는 일본말을 괜찮게 했던거다.

   《내가 아들을 찾아온 그 령감을 접대했지요. 그런데 령감쟁이 차려주는 음식도 먹지 않고 밸만 쓰더란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두마디안짝에 귀뺨을 때립데다. 난 형편없이 넘어갔지요. 그걸보고  호위가 총을 놔서 령감을.... 》

   《그래서 저모양이 됐다는거냐? 건데 자위대는 왜 출동했냐?》

   《그, 그건 저.... 내, 내가 알렸더니....》

   《이 밥통같은 녀석! 일은 네녀석이 그르쳤구나!》

    대노한 오도야마는 군도를 쫙 뽑더니 단칼에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그깟거 하나 없어져서야 아까울것 없지만 토비무장을 잃른다면 아까운것이였다.

    치명상을 입은 위삼포는 혼미상태에서 깨나지 못하고 입에 피를 억문채 숨을 거두고말았다. 여직 잔병한번 알아본적이 없는 그는 체질이 좋아 아직은 얼마든 더 살수있는 사람이였다. 아들을 찾아오지 않았언들 이렇게 죽지 않았을것이다.

    아버지가 제 때문에 죽음을 당했다는것을 알게 된 위용강은 이제와서야 자기는 과연 불효자식이였음을 절실히 뉘우치면서 후회하기 시작했다.

    한편 오빠를 원망하면서 아버지의 횡사를 통탄해 하는 향란의 애절한 울음은 귀순을 잘한일로 여겨온 류자들을 깨우치면서 그들도 두령의 죽음에 대해서 몹시 슬퍼하게 만들었다.      

   《참 아니됐어. 이건 응당 생기지 말아야했을 불행이야. 나는 황군을 대표해서 돌아가신 이의 안식을 비는바이요.》

    오도야마가 위삼포의 조난에 이같이 애도를 표시했다.

   《쳇, 닭이 죽으니 여우가 눈물흘리는게지.》

    향란의 뇌임이였다.

    오도야마는 위삼포의 장례를 어떻게 치르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관심이 특별했다. 그는 위용강을 보고 장비일절을 관동군에서 책임질테니 장의를 굉장하게 하라면서 유체는 어떻게 하나 염왕산으로 들여가라했다. 위용강은 그럴것이라했다. 그런것을 향란이가 아니 오랍은 정신나가지 않았는가 하면서 견결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녀는 오도야마가 이 기회에 염왕산 산채의 실태를 료해하자고 그런다는것을 눈치챘던 것이다.

   《오랍 정신차려요. 저 사라자(털보)가 왜 저런 말을 할가? 사라자는 부처님이 아니야. 저자의 말대로 하면 우리 산채로는 선두자(정탐군)가 묻어들어갈게 아니요.》

    들어보니 녀동생의 말이 옳은지라 위용강은 과연 정신차리고 다시 제주장을 세웠다.

   《참 그렇지! 우리 류자들은 액사한 유해를 자리옮기는 법이 없다. 그러니 나는 부친님의 시신을 여기에다 묻으련다. 내 맘에 드는 산이나 고르게 해달라.》

    통역관을 통해서 이 말을 들어본 오도야마는 하는 수 없이 그러면 그렇게 하라했다.

   《좋아,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난 자네가 충실하리라 믿네!》      털보는 입을 뻐개며 웃기까지 했다. 염왕산 산채의 실정을 탐지못한다해서 해를 볼건 없었다. 피장파장이다. 오도야마는 위삼포가 여기에 묻히면 아들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도 태평진을 떠나지 않으리라 여겼던것이다.

    이리하여 위삼포는 염왕산에 들어가지 않고 먼저 태평진에 묻히게 되었다. 그의 묘가 있는 곳은 태평진에서 서북쪽으로 거리가 약 7리가량 떨어진 한 자그마한 야산기슭이였다. 위용강은 시기를 보아 장차 아버지의 시신을 염왕산에 이장할 생각이였다.

    향란이는 아버지의 장례가 끝나자바람으로 함께왔던 류자 5명을 데리고 염왕산으로 돌아갔다.  

   《화모자(총)는 안써도 청자(칼)는 쓸거야. 침룡(베개)은 같이 베도 동상이몽. 한조자(수건) 수병자(비누) 같이써도 해태자(창녀)는 선두자(특무)요. 제발 내말들어줘요, 오랍.》

    이것은 떠날 때 오빠한테 가만히 부탁한 말이다.

    위용강은 그것을 명심해 들었다.

    한편 주혜란은 이번사건이 있은후부터는 위용강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그의 일거일동을 감시했다. 위용강이 오늘와서까지도 그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녀의 은근한 감시를 벗어나 다른일을 하기도 어려웠다. 주혜란은 그야말로 그의 몸을 칭칭 감고있는 한 마리의 독사와도 같았다. 위용강은 이제와서야 자기는 처음부터 그 독사에게 자기의 령혼을 빼앗기였음을 깨닫게 되였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것이 문제였다. 길을 잘못걸었으니 돌아서야 하는데 자칫잘못했다가는 자기를 감고있는 간휼한 독사년에게 물려 볼장은 다 보고마는 것이다.

    어찌알랴, 인간만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 모든 것이 전전(轉轉)하고 무상하여 인생의 길흉화복을 예측키 어려우니 하루의 안녕도 24시간을 다 지내봐야 알게 아닌가!

    

    어느덧 여름절기도 다가고 있었다. 여지껏 토비사나이 하나를 금장이 금불리듯이 제마음대로 갖고 놀아온 주혜란은 오도야마로부터 이제 가을철을 잡으면 곧 시작될 일본군의 토벌작전을 잘하기 위해 위용강의 사상실태를 진일보장악하고 그를 반일군토벌에 앞장나서게끔 사상준비를 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직도 교묘하게 위장해서 자기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여기는 주혜란은 위용강의 감정을 온당하게 지배하려들었다.

  《여보세요. 얼빠진 사람깥이 뭘 그렇게 생각하고있나뇨. 오늘밤은 만져주지 않을래요?》

   그녀는 실한오리 없는 알몸으로 누워서 사나이를 불렀다.

   위용강은 눈이 툭 불거지도록 그녀를 여겨보았다. 저승간 아버지가 다시 부활하여 이 세상에 돌아온다면 자기는 죽을때 까지 매일매일 그의 앞에 무릎꿇고 엎디여 머리를 조아려가면서 사죄하리라 맘먹고있던참이다. 계집이 방정맞게 그런 생각을 뭉그러뜨리니 위용강은 불쾌했던것이다.

    주혜란은 눈을 할끗빨았다. 사내의 정서변화를 직감한 그녀는 속을 옹쳐 물면서 애교를 떨었다.    

   《아이참, 왜 날 그렇게 봐요. 저 불량한 눈 좀 보지. 그러지 말고 어서와요. 놀아보자요.》

   《어, 허허. 그, 그래. 놀아보지. 흐흐흐....》

    위용강은 녀인의 나른한 육체가 안겨지자 남근이 딴딴하게 일어서면서 못견디게 요동쳐 서둘러 옷을 벗어 던지고는 달려들었다. 다른때와는 다르게 지압도 안마도 키스도 없이 그것을 말둑박듯 쿡 찔러 넎었다.

   《아이 아파라! 오늘은 왜 이 지랄이여?》

    녀인은 사내의 거칠고 조포한 행동에 반항하려했지만 그가 타고 올라 기운껏 내리누르는지라 어쩔 수 없었다.

    주헤란은 미친 놈 방아짷듯 헐씨근대며 굴러대던 사나이가 뺄것을 다 빼고 늘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어때요. 황군덕에 극락을 이만큼봤으면 이젠 보답해야죠.》       《뭘 어떻게 보답하라는건가?》

   《내달부터 토벌이 시작돼요. 함께 출전해야죠.》

   《출전하라, 나더러 반일군잡이를 하라는건가?》

   《그렇지요. 이제 오도야마사령이 부를거얘요. 그렇다는걸 알고 미리 사상준비를 해야죠. 안그런가요?》

   《쳇!.... 》

   《체가 뭐얘요, 말안들으면야 좋은일없지. 개를 뭣에 쓰자구 기르겠나요.》

   《이년이!?》

    녀인의 외람된 실수에 불똥이 튄 위용강은 불현간 사나운 개모양으로 성깔을 부리였다. 주혜란은 이전만큼 만만히 보고 말을 제멋대로 던지였다. 이것은 그야말로 만회할 수 없는 큰 실수였다. 몹시 격노한 위용강은 일어나는 그녀를 주먹으로 갈겨 쓰려눕혔다. 그리고는 옷을 주섬주섬 주어 입으면서 주절댔다.

   《이제보니 이게 다 네녀의 탓이였다, 불여호같은 쌍년!》

    버스럭대는 소리나기에 돌아다 보니 주혜란이 머리맡벽에 걸려있는 칼집에서 칼을 빼고 있었다. 위용강은 잽싸게 달려들어 그녀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냈다.

   《네년이 날 어쩔려구, 흥! 내 오늘밤 너를 잠재워줄테다!》

    녀인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발작적으로 몸을 떨었다. 오도야마의 총애를 받아오던 마타하리는 자기의 말일이 닥왔음을 직감하고 절망한것이다.

    위용강은 그녀를 다시한번 주먹으로 때려눕혀놓고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게 수건으로 아갈잡이를 시켰다. 그리고는 포승줄을 찾아 옴짝달싹못하게 팔과 다리를 묶은 후 술궤에서 배갈 한병을 끄집어냈다. 이때야 녀인은 비로서 정신이 들었다. 한들 어쩐단말인가. 여지껏 잠자고있던 토비의 야성이 발작한 위용강은 손에다 칼을 쥐고 온몸을 떨어대고있는 녀인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아무래도 네년의 심통이 어떻게 생겨먹었는갈 봐야겠다. 아무리봐도 네년은 인간이 아니고 요귀다.》

    그는 칼로 녀인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는 심장을 뜯어냈다.

    그는 뜯어낸 심장을 안주하여 술 한병을 다 마시였다.

    문밖보초를 서던 류자가 그제야 어떤 감촉이 들던지 들어왔다.

   《보거라, 내가 저년을 수습했다. 저년은 사람아니구 요귀야. 난 머저리돼서 여적지 요귀한테 홀려 놀았다.》

   《요귀면야 처치를 잘했지!》

   《안되겠다! 가자, 가! 여기를 떠나야한다!》

   《형님, 지금말인가요?》

   《그렇지, 지금 당장! 네가 형제들을 깨워라, 마인(집합)!》

    이때는 야밤삼경이였다.

    가마를 마스면서 훈련된 류자들이라서 동작이 빨랐다. 하건만 이네들의 이러한 비밀적이고도 돌연적인 행동이 오도야마가 느려놓은 그믈을 쉽사리 찢어버리기는 어려웠다. 오도야마는 충돌이 발생한 후 위용강이 반란을 일으켜 도망칠것을 대비해 백배의 감시를 해왔던것이다.

   《제길할거 밝았네! 물이 새나갔나?》(주)

    출발하자고 보니 저애가 나타났다. 가까운 자위단에서 그들의 동향이 이상함을 미연에 알아채고는 북문을 지켰던것이다. 위용강은 이미 내친 결심이니 거둘수는 없었다.

   《구도관자!》(주)

    갑작스레 터지는 총소리가 밤의 고요를 깨뜨렸고 온 태평진이 잠을 깨기시작했다.

    류자들은 봉쇄선을 뚫고나가야했다. 총소리 콩볶듯하는 속에서 말들이 울부짖으면서 절명했다. 이쪽은 대가를 치르고서야 성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위ㅡ》

    위용강은 사격권을 벗어나서야 고삐를 채여 말을 세웠다.

    몸을 돌려 뒤쪽을 보았다.

    말들이 앙칼지게 울부짖었다.

    그의 뒤를 바싹따르던 말들이 달음질을 멈추고 있었다.

    위용강은 입으로 달아오른 열기를 확 내뿜고나서 높은 목청으로 불렀다.

   《곽락준이!》

    대답이 없다.

   《곽락준이 어디에 있는가?》

    의연히 대답이 없다가 저 뒤에서 누군가 알려주었다.

   《곽락준이 넘어갔소!》(주)

   《뭐라, 네가 똑똑히 보기나한거냐?》

   《보잖았으면 내가 말할가.》

    곽락준은 염왕산을 나오면서 기마련을 새로편성할 때 선발될 1련의 련장이다.

   《경지강!》

    그도 대답이 없다. 다시불러도 역시.

   《왜 대답이 없는가, 경지강도 넘어졌는가?》

   《그랬소.》

    어디선가 신음에 가까운 석쉼한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니 2련의 련장도 죽은것이다.

    패장들을 찾기시작했다.

   《마승구있는가?》

   《어째그러오. 나 여기있소.》

   《됐어, 넘어가지 않았으니!》

    위용강이 대오를 점검해보니 류자가 54명이나 없어졌다.

   《제길할거!》

    상망이 참중했다. 어쩌면 잃어버린 류자가 신통히 민호가 데리고 나간 류자수와 같을가! 남은 그것으로 력량을 몇배 장성시켰건만 자기는 되려 그만큼 잃어버렸으니 대체 무슨꼴인가. 위용강은 망연자실했다. 염왕산이 생겨 가마를 마스면서 잃은 유자를 다 합쳐도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을것이다. 아버지를 잃고 류자를 잃고 신망을 잃고...위용강은 회오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산채에 이르고 보니 해가 바지랑대만큼 올라왔다.

    기쁨이 잠겨야 할 산채가 외려 싸늘한 두려움이 안개처럼 덮히였다.  일본군이 가만있을리 만무하다. 태평진을 뛸쳐나왔으니 다행이긴하지만 잃어버린 54명의 류자중에 부상당하고 죽지 않아 포로된 자는 없겠는가. 우환을 꼬리에 달았으니 산채를 자연히 불안하게 만들어놓은것이다.

    목첩에 닥다들린 시급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서 사량팔주는 반둬더의 장악하에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에는 향란이도 참석했다.

    반둬더가 말했다.

   《여기에 남아있은 백 열여섯에다 백 마흔 여섯을 합하니 이제는 모두해봤자 이백 예순 둘뿐일세. 적은 노려보다가 쳐들어오자구 할것이요.》

    수이샹이 말결을 달았다.

   《우리는 대처해야지! 결판을 내야지!》

    이에 처음부터 위용강을 내보내는데 대해 그리 썩 달라과 하지 않았던 양즈방은 산채를 지켜서라도 결사적으로 싸워야겠소만 일패도지(一敗塗地)를 예상케 하는 지금의 처지에서 어떻게 하면 류자들의 사기를 돋구겠느냐했다.

    사실 형편이 그렇긴해도 투항하거나 귀순하려고 마음먹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오랜 의논 끝에 오로지 방어를 가강히 하면서 안병부동(安兵不動)하는것만이 유일한 생로라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게 되었다. 그것이 과연 명지한 방법일가?

    향란이가 일어나서 한마디했다.

   《전 과연 리해안되네요. 모두 이런 형편에 처해갖고도 왜서 오군자의 지원을 받아볼 생각들은 안합니까? 소식만 전하면 달려와 구원해줄텐데.》

    양즈방이 머리를 저었다.

   《오인이 이제는 우리하구는 척진것 같은데 힘을 써줄가?》

    다른 두령들도 그같은 견해였다. 지어는 제 손으로 지은 죄과면 제가 받아야지 나가 싸우는 사람까지 괴롭힐거야 뭔가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향란이는 오인이 우리와 척을 졌다고는 생각말라 그는 오빠가 귀순하니 불만을 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를 남으로 보는데 어찌면 남이 되는가 그까지 아예 버릴셈인가 그도 그렇고 그가 데리고 나간 류자들도 다 우리 사람이 아닌가 그러니 소식만 전하면 달려올것이다 달려와 함께 싸울것이다 하고 말했다. 하여 의논이 다시 진지하게 벌어졌는데 모두들 향란의 말이 맞다 오인에게 지금 염왕산이 당하고있는 처지를 알린다면 그는 방법을 댈것이라는 것으로 인식이 통일되였다.

    한데 그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는단말인가?

    향란이는 그 임무는 자기가 맡겠다고 자진해나섰다.

    어느날 향란은 과연 말 한필을 타고 민호를 만나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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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련자말고 상탁ㅡ말을 타지말고 행동에 배합하라.

     *  데다ㅡ총에 맞다.

     *  물이 새나가다ㅡ비밀이 새여나가다.

     *  구도관자ㅡ함께 모여서 출격.

     *  넘어가다ㅡ총에 맞아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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