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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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투우(리성비)
2009년 11월 18일 11시 43분  조회:1991  추천:44  작성자: 김철호
투우

리성비


돌창같은 태고의 뿔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붉은천 앞에 당당하다
붉은천은 붉은천의 규칙이 따로 있고
검은소는 검은소의 규칙이 따로 있다
먼 옛날부터 이어온 서반아민속놀이
검은소와 붉은소의 판가리
맨 주먹과 쇠창의 판가리
검은소는 죽으면서도 규칙을 어기지 않고
붉은천은 조소와 욕설속에서 살아남는다
해마다 수많은 검은소들이
세계패권을 쟁탈하는 권투선수처럼
함성의 투우장에 몰려와서
그 자랑스러운 뿔을 휘젔건만
개선장군이 되여 돌아간자는 한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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