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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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명의 특색은 박소하고 실질적이다
2010년 04월 16일 20시 52분  조회:4391  추천:25  작성자: 김정룡




중국문명의 특색은 박소하고 실질적이다.

 

 

 당대 유명한 철학자인 당군의(唐君毅) 선생은 중국문명의 특색에 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 중화민족의 생명은 원래 소박하며 실질적이며 화려하지 않다. 그러므로 희랍민족이 처음부터 아름답고 화려하고 처량하고 요염한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고, 또 유태민족이 계속 나라를 잃고 유랑하면서 “푸르디 푸른 하늘, 끝도 끝도 없는 들판, 바람에 휩쓸리는 풀밭 위에 소양떼가 보이는” 그러한 땅 위에서 구세주와 천국의 내림(來臨)을 기다리는 것과도 다르고, 또 토착민을 정복하고 인도문화를 창조한 아리안민족이  백성의 질고를 알지 못하고 신들에게 기도하는 일을 중시했던 것과도 다르다. 고대중화민족의 생명은 대저 먼저 물과 흙을 다스리고 산과 못을 갈라내어 지상의 노동자로서 또 대지의 아들로서 자기를 먼저 인식하였다. 그런 후에 종족을 모으고 나라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전설 중의 복희, 선농, 황제(黃帝) 등과 같은 성왕들은 민생일용의 기물을 발명한 사람들일 뿐이다. ‘哲’이란 한 글자는 성왕이 사회정치의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먼저 쓰였고 그래서 철왕의 이름이 있게 되었다. 이 중국철학의 지혜는 중국의 고대인들이 ‘군체생활의 존재’에 대한 책임부담 하에서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삼가는 정감 속에서 하나 둘씩 생기하여 점차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철학사상은 희랍철학사상이 식민지의 실제 사회정치(노예계급)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지 않는 철인들이 우러러 보고 굽어보는 기운이 가볍고 영묘하여 다자다채한 것과도 다르고, 또 인도의 베다경이나 우파니샤드의 사상이 원래 제사를 주도하는 승려들이 눈을 감고 명상하는 그윽하고 깊은 현원(玄遠)한 경지에서 생겨나 여몽여취한 것과도 다르고, 또한 유태민족사상이 그 민족의 선지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반성하고 저주하며 오는 것을 희구하고 근심하는 생각의 굴림 속에서 생겨나 여원여모(如怨如慕)한 것과도 다르다. 그러나 이 중화민족의 철학지혜는 이 민족의 사회정치문화가 총체적으로 같이 움직여 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산물이라 가히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니, 그 생각의 미치는 바는 항상 그 행동의 미치는 범위내에서 한발자욱 한발자욱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소박하며 실질적이며 화려하지 않는 생명으로부터 점차적으로 탄생한 것이며 “해와 달의 빛남이 매일 매일 계속되는 것과 서로 빛나 비치는 철학지혜인 것이다. 

 

 츠우 자이 박사는 “중국의 철학은 물론 예술이나 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실제적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매우 단순·소박하여 인간진실의 정곡을 꿰뚫는다. 이것이야말로 중국적이다. 다시말해서 중국문명의 특유한 성격이다.”고 지적했다.

 중국인의 인식 속에 상제라는 개념은 있지만 유태인의 여호와처럼 질투하고 분노하고 나만 섬기라고 공갈하고 협박하는 신이 아니라 그저 그냥 아득한 존재일 뿐이며, 중국인은 메시아나 구세주에 나의 운명을 거는 종교사상이 없다.

 공자는 “귀신을 경하되 멀리하라(敬鬼神, 而遠之).”고 했다. 뜻인즉 이 인간세상의 너머에 신이 아득히 존재한다고 믿지 말고 현실에 안주하라는 것이다. 중국인은 공자의 말씀을 잘 들어서인지 하여튼 현실성이 강하고 실리주의를 따진다.

 중국인은 ‘신’이란 믿으면 있는 것이고 믿지 않으면 없는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중국인은 미신을 많이 믿으면서도 각종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액막이로 토방법을 많이 사용하지만 “남들이 그렇게 하니 따라 할 뿐이지 누가 효과가 있고 없고를 아느냐!”고 말한다.

 아무튼 중국인은 신, 천국, 내세, 구세주 등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이 ‘나만 믿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이다.

 막스·베버가 <<프로탄스테드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생겨나고 발전한 것은 신의 소망에 따라 미래에 투자하는 프로탄스테드의 윤리에 의한 것이고,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유교의 현실주의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즉 중국인은 이 세상 너머에 대한 동경이 없이 돈이 있으면 주색에 탕진해버리다 보니 미래에 대한 투자의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막스·베버의 이 논리에 대해 많은 찬반논란이 있었다. 필자는 막스·베버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으면서도 중국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를 한두 마디로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중국문명의 특징을 포괄적으로 다뤄야 만이 정확한 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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