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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학은 친일매국노?
역사는 바야흐로 동서이념과 사상대결로 한 시대를 휩쓸었던 20세기를 넘어 다문화시대인 21세기에 접어들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및 기나긴 냉전시대에는 내편 아니면 네편 이렇게 두 부류의 인간만 있을 뿐 다양한 목소리를 주장하는 제삼의 인물은 존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인간 무리는 적아간의 대립상태만 존재했었다.
전쟁이란 가해자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있기 마련이고 아울러 피해자는 냉전 및 탈냉전시대에도 세세대대로 피해의식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인간세상의 현실이다.
18세기까지 세계경제총생산량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 만큼 덩치에 오천년의 문명고국에다 세상의 중심국이라 자부해오던 중국이 서방의 군사와 문화 앞에서 속절없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4억 인구가 큰 충격에 빠졌으며 낙후하면 얻어맞는다는 ‘진리’를 터득하고 자강의 길을 모색하는 방향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국의 문제는 사방세계로부터 받은 피해보다 역사적으로 중국문화를 수혈 받아 개화해온 별 볼꼴 없던 바다 건너 왜인한테 당한 피해에 충격이 더 컸고 일본이란 그림자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었다. 모택동이 미국을 우습게보면서도 일본을 두려워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냉전시대에 친서방자들보다 친일분자 청산에 더 열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한반도 상황을 보면 역사적으로 중원조정과 조공책봉의 외교에 별 의의가 없지만 한반도로부터 숱한 문물을 수입하여 눈이 떠진 쪽발이한테 36년이란 세월동안 받은 치욕은 잊지 못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 감정이 이성을 초월하여 일본이 어떻게 명치유신 전부터 서방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의 발판을 마련했고 명치유신 이후 어떻게 서방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역사에 관심이 없고 무작정 일본하면 쪽발이를 떠올리고 치욕만 떠올리고 친일이냐? 반일이냐는 데 신경을 도사려왔던 것이다.
과거 식민지시대에는 분명히 친일과 반일 두 진영이 확실했다. 그것이 생계형의 친일(한국에서 주장하는 논리)이든 기득권 지키기 반일이든 오늘날 이 문제의 해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의 논의의 초점은 현시대에 있어서의 친일행위를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가는 것이다. 국가정보를 팔아먹는 행위는 분명히 친일매국에 속하고 아울러 이런 상황은 국가 정보당국에서 판단하고 사법부에 넘겨 형사처분을 받는다. 이런 극단 상황 외에 한국의 상황을 보면 하다못해 일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배울 것은 겸허하게 과감히 배우자는 목소리를 내도 친일로 몰린다. 물론 한국 지성인 중 반일만 주장하지 말고 學日, 知日, 用日, 克日의 길을 걸어야만 일본을 이기(勝日)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논리는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김문학의 친일매국을 주장하는 김문학 반대파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맥락이다.
김문학이 일본우익세력의 뒷돈을 받고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썼다는 것이고 또 조선족과 모국 한국 및 나고 자란 중국을 일본에 팔았다는 것이다.
김문학이 일본우익세력의 뒷돈을 받고 일본을 찬양하는 글을 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한 억측에 의해 아무렇게나 떠들어대고 또 소문이 입을 타 마치 정설인 것처럼 분위기가 돌아가고 있다.
과거 김문학현상이 들끓고 있을 때 연변지성인 중에 김문학을 지지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그를 김문학한테서 엔을 받고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에는 필자가 <내가 만나본 김문학>시리즈를 쓰니 또 “김정룡이 김문학한테서 일본우익세력으로부터 받은 엔 부스러기를 받았다.”고 떠들고 있다. 참 한심하다. 속담에 제 속을 짚어 남을 말한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속을 뒤집어 보이는 꼴밖에 더 무엇이 있겠는가?
글이란 누가 쓰라 해 쓰거나 어떤 공리주의 목적을 갖고 쓰면 간상배 행위로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글이란 저자가 자신의 소신을 갖고 쓰는 것이지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정치시대엔 그런 일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런 미친 짓을 할 인간이 있는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인기를 위해 글을 쓴다? 웃기는 얘기다. 과거 한 때 조선족 관련 10여 개의 사이트나 카페에서 열점화제 15편 중 항상 나의 글이 반 정도 차지했고 클릭수도 제일 높았다. 인기가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지 말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김문학 선생이 일본을 많이 연구한 결과 일본이 근대화과정에서 중국과 한반도를 많이 앞섰고 아울러 중국과 한반도에서 일본을 모델로 많은 것을 배우고 옮겨다 사용해왔다는 것을 여러 편의 글에서 지적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본이 없으면 노신의 백화문도 있을 수 없다.” 그만큼 노신은 일본어영향이 컸다는 의미이다. 또 여러 모로 노신의 재일행적을 추적하여 노신연구를 하고 있는데 중국학자들은 그의 이런 연구에 매우 흥미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쓰다보면 독자들한테 일본을 찬양하고 중국과 한반도를 비하하는 듯한 모습의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斷章取義’의 행위이다.
백양이 그의《추한 중국인》에서 중국인의 정신지주로 되어온 전통문화 유교를 “장독구더기”라 비판했고, 노신은 유교를 사람을 잡아먹는 문화라 신랄하게 비판했다. 만약 ‘斷章取義’해서 말하자면 백양과 노신은 수천 년의 전통문화를 부정하는 매국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했을 당시 김원웅 국회의원이 KBS심야토론에서 “안중근은 우리 입장에서 말하자면 의거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테러리스트이다.”고 했다. 이 말을 ‘斷章取義’하면 곧 안중근은 테러리스트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이 무슨 세월이라고 어느 얼빠진 인간(문인)이 생각 없이 그 어떤 눈앞의 공리목적으로 민족과 국가를 팔아먹는 행위를 한단 말인가?
김문학 반대파들은 그를 매국노라 하는데 도대체 그가 어느 나라 무슨 국가를 팔아먹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홍용암 선생의 주장에 의하면 김문학은 <개조론>과 <한국인이여, 상놈이 되라.>를 쓴 것이 우리조선족공동체와 모국 한국을 일본에 팔았다는 것인데 참 세상에 이런 논리도 있구나!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한심해 논의를 더 전개하지 않겠다. 또 김문학 반대론자들은 그의 <반문화지향적인 중국인>이 중국을 일본에 팔아먹은 매국행위의 증거로 제시하는데 그렇다면 일본과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중국대사관에서 김문학을 가만 둘리가 없다. 본국정부에 제보하여 김문학이 중국 땅을 밟는 순간 연행하여 죄를 물을 것이 아닌가?
이번 달 8월 한 달 간 김문학 선생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여러 권의 책 출판 계약을 맺었다. 19일 북경에 도착하였고 중국인민대학과 북경대학 모모한 분들이 환영만찬회에 참석하였다. 20일 7권의 책 출간계약을 맺었다. 중국과 한국에서 그의 친일매국행위를 몰라서 환영하고 책을 내줄까? 두 나라가 모두 눈이 멀어도 한참 먼 모양이다. 중국인민대학은 그를 교수로 초빙할 의향이 있다고 표명했다.
학술은 학술이고 정치는 정치이다. 정교일치시대는 지나갔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교일치와 정학일치의 몽둥이를 빌어 누구를 때려죽여 보자는 속셈은 비현실적이 아닌가!
필자가 이 시리즈를 쓰는 것 또한 개인적인 편견을 갖고 김문학을 평가하는 부분, 심지어 옳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다각도의 토론과 비평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한 토론이 아니고 인격모독과 인신공격으로 나온다면 토론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왕산 작가를 말했는데 네티즌들이 왕산 작가에 대해 한마디 언급 없이 엉뚱하게 댓글을 단다면 토론이 될 수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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