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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본 김문학
김문학 선생은 8월 4일부터 8일까지 4박5일간 방한하여 새로 발굴한 조선총독부 對外秘 자료《조선인의 사상과 성격(1927년 3월 일본어문판 출간)》을 한글로 번역하여 한국지식여행출판사에서 한일합방 100주년을 즈음하여 출판하기로 계약했고, 또 한국당대 최대 석학으로 꼽히는 이어령 선생과 한중일 비교문화에 관련한 신작을 출간하기로 하였다.
필자는 그간 그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두 번 만나 장시간의 진지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중일 삼국에서 알아주고 조선족사회에서 글이나 읽는다는 사람치고 김문학을 모르는 자가 없을 만큼 유명하고 기재, 괴재, 귀재, 친일파, 매국분자 등 온갖 수식어가 많지만 그는 자그마한 체격을 가진 사나이며 나의 보통친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다. 나의 눈을 매우 놀라게 하였다. 저 자그마한 체격에서 어떻게 그 무궁무진한 에너지와 엄청난 파워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지금까지 50여 권의 저작을 펼쳐냈고 현재도 동시에 여러 가지 장편의 글을 구상하고 부지런히 써내고 있는 노력가이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는 동력은 지칠 줄 모르는 탐구력이다. 어디에 유용한 책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뛰어간다. 이번 빡빡한 방한일정 중에도 청계천 고서시장에 가서 세월의 때가 흠뻑 묻은 여러 권의 책을 구입했고 한국출판사에서 기증한 서적을 포함해 100권 정도의 책을 일본에 갖고 간다. 매월 책 구매비용이 6만 엔 정도라 한다. 더욱 놀란 것은 일본에 9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등박문, 안중근, 유길준 등 세인의 주목을 받는 인사들의 친필유묵도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다.
이번 방한 후 일본에 갔다가 서둘러 중국 북경에 100년 전 한중일·근대재발견을 책 출간 계약 건으로 간다.
이렇게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탐구로 부지런히 한중일 세 나라에 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그가 일부 비평서에서 과격한 태도와 예리한 필법을 구사하여 그를 오만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가질 수 있으나 내가 만나본 김문학 선생은 그런 구석이 조금도 없었다. 또 사람이 유명해지면 건방을 떨 법도 하지만 그는 티를 낼 줄 모르고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는 아주 겸손한 학자이다. 그래서 무명인 필자와 유명학자 김문학의 만남이 아니라 서로 격이 없이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었다.
우리 둘의 대화는 한 곬으로 흐르는 데가 많아 기분이 좋았다. 100년 전 미국선교사 아서·스미스(중국명 湯恩薄)의《중국인의 성격(일문판 제목은 지나인의 기질)》이란 책을 비롯해 서로 읽은 책들이 유사한 것들이 많고 공감하는 부분도 굉장히 많았다. 더욱이 김문학 선생은 한중일 비교문화에 관심이 깊고 나는 한중일 역사문화에 관심을 갖다보니 오랜 친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김문학 선생도 일본어전공이다. 앞서《羅生門》수업에서 받은 계시라는 글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이미 1980년대 일본교수들한테서 좋은 수업을 많이 받았다. 당시 모든 인간은 계급적 낙인이 찍혀 있다는 계급관점으로만 인식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에만 매달려 있던 우리가 일본교수한테서 “일본인은 척박하고 메마른 자연환경에 의해 국민성이 생겨났고 일본의 강들의 흐름이 낙차가 크고 물의 흐름이 급한데서 인간의 성격이 급하다. 거꾸로 중국인은 황하와 장강의 유유한 흐름처럼 인간의 성격도 느긋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인간의 민족성은 계급적 낙인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이론인데 필자는 그때부터 역사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교수의 회의 후 연설은 중국영도들의 기존의 套話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적으로 하는 데 큰 매력을 느꼈으며 여러모로 우리는 마치 외국에 가서 유학한 것처럼 기존의 고질적이고 중국적인 문화와 문혁 틀에서 벗어나 한발 앞선 교육을 많이 받았다. 이 부분에 관련해 우리 둘은 서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었고 좋은 추억도 많이 가질 수가 있었다.
중국고사에 “人怕出名, 猪怕肥”이란 말이 있듯이 김문학 선생은 욕도 많이 먹었고 심지어 그에 대한 테러목소리마저 나왔다. 그래서 혹자는 그에게 “당신을 죽이자는 반대파에게 왜 당신은 한마디 대꾸나 변명을 하지 않느냐?” 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와 관련해 김문학 선생이 나에게 한 말이 이렇다. “나는 누구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로지 나의 관점으로 글을 쓸 뿐이다. 그들이 나의 글을 어떻게 해독하고 공격하는가는 것은 그들의 자유이다. 할 일이 많고 많아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데 언제 그런 하찮은 일에 신경을 쓰겠는가! 과거도 그랬고 앞으로도 나는 나의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다.”
한 인간이 세간의 풍문에 휘말리고 포화처럼 공격의 화살을 맞으면서 일절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한다는 것은 말이 쉬운 것이지 현실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변의 한 문인은 남의 공격을 받고 대응하지 않는 사람을 성인군자에 비유했다. 지나친 표현이 되겠으나 이런 의미에 따라 해석하면 김문학 선생은 성인군자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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