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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名詩 공화국
1낙엽 / 구르몽
시몬, 나뭇잎들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2사월 / 엘리엇(미국-영국)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싸 감고, 마른 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3무지개 / 워즈워드 (영국)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마찬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4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 푸쉬킨(러시아)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 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실은 언제나 설운 것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가나 지난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5배 / 지센
저 배 바다를 산보하고 난 여기 파도 흉용한 육지를 항해한다. 내 파이프 자욱이 연기를 뿜으면 나직한 뱃고동, 남 저음 목청.
배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 나의 적재 단위는 ‘인생’이란 중량.
6바닷가에 / 타고르(인도)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은 그림처럼 고요하고, 물결은 쉴 새 없이 넘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질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바다로 떠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헤엄칠 줄도 모르고, 고기잡이 할 줄도 모릅니다. 어른들은 진주 캐고 상인들은 배 타고 오가지만,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질 뿐입니다. 그들은 보물에도 욕심이 없고, 고기잡이 할 줄도 모른답니다.
바다는 깔깔대며 부숴지고, 바위는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죽음을 지닌 파도도 자장가 부르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바위는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하늘은 폭풍 일고, 물위에 배는 엎어지며 죽음이 배 위에 있지만,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터입니다.
7동방의 등촉 / 타고르(인도)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 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당으로 나의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8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갈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이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9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푸쉬킨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아직, 아마도 그럴겁니다, 나의 영혼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무엇으로도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말없이, 희망도 없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괴로와하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되게, 그토록 부드럽게, 다른 이들에 의해 사랑받도록 신이 당신에게 부여하신대로.
10추수하는 아가씨 / 워어워스
보게나, 저 밭에서 홀로 곡식 거두며 제 흥에 겨워 노래 부르는 저 외로운 하일랜드 아가씨를. 잠시 여기 서 있거나 조용히 지나가게나. 홀로 이삭 자르고 다발 묶으며 애잔한 노래 부르는 아가씨. 오, 들어 보게나, 깊고 깊은 골짜기에 넘쳐 흐르는 저 노랫소리.
아라비아 사막, 어떤 그늘진 쉼터에서 지친 나그네 무리에게 잘 오셨다 노래 부른 나이팅게일 새가 이보다 더 고운 노래 불렀을까? 아주 아주 멀리 헤브리디즈 섬들이 모여 있는 곳 그 바다의 적막을 깨치는 봄날 뻐꾹새 노래가 이 목소리마냥 가슴 죄게 했을까?
이 아가씨 노래에 담긴 이야기 들려 줄 이 있을까? 아마도 오래 전 먼 곳의 슬픈 이야기, 옛날 옛날의 싸움 이야기를 이 서러운 곡조가 담고 있을까? 아니면 오늘날의 사연이 깃들인 좀더 소박한 노래, 지금까지 있어 온, 앞으로도 있을 일상의 슬픔, 여윔, 괴로움에 대한 노래일까?
담긴 이야기야 어떻든 아가씨는 노래 불렀지, 끝이 없을 듯 오래 오래. 그 여자가 일하며 노래 부르며 허리 굽혀 낫을 쓰는 것을 보았지. 귀 기울였지, 꼼짝 않고 서서. 내가 언덕에 오를 때, 이미 들리지 않은 지 오래건만 그 노래 마음에 들리고 있었지.
11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푸쉬킨(러시아)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아직, 아마도 그럴겁니다, 나의 영혼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무엇으로도 당신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말없이, 희망도 없이,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질투로 괴로와하며.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되게, 그토록 부드럽게, 다른 이들에 의해 사랑받도록 신이 당신에게 부여하신대로.
12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 프로스트 (미국)
이게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겠다.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고 내가 여기 멈춰서 있는 걸 그는 모를 것이다.
내 조랑말은 농가 하나 안 보이는 곳에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이렇게 멈춰서 있는 걸 이상히 여길 것이다.
무슨 착오라도 일으킨 게 아니냐는 듯 내 작은 말은 목방울을 흔들어 본다. 방울 소리 외에는 조용한 바람과 솜처럼 부드럽게 내리는 눈송이 뿐.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다.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을 더 가야 한다.
13뻐꾸기에 부쳐 / W.워즈워스
오, 유쾌한 새 손[客]이여! 예 듣고 지금 또 들으니 내 마음 기쁘다. 오, 뻐꾸기여! 내 너를 '새'라 부르랴, 헤매는 '소리'라 부르랴?
풀밭에 누워서 거푸 우는 네 소릴 듣는다. 멀고도 가까운 듯 이 산 저 산 옮아가는구나.
골짜기에겐 한갓 햇빛과 꽃 얘기로 들릴 테지만 너는 내게 실어다 준다. 꿈 많은 시절의 얘기를.
정말이지 잘 왔구나 봄의 귀염둥이여! 상기도 너는 내게 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하나의 목소리요, 수수께끼
학교 시절에 귀 기울였던 바로 그 소리, 숲 속과 나무와 하늘을 몇 번이고 바라보게 했던 바로 그 울음소리.
너를 찾으려 숲 속과 풀밭을 얼마나 헤매었던가. 너는 여전히 내가 그리는 소망이요 사랑이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들판에 누워 네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일라치면 황금빛 옛 시절이 돌아온다.
오, 축복받은 새여! 우리가 발 디딘 이 땅이 다시 꿈 같은 선경(仙境)처럼 보이는구나, 네게 어울리는 집인 양!
14안개 속에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 숲이며 돌은 저마다 외로움에 잠기고 나무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나의 인생이 아직 밝던 시절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는 안개가 내리어 보이는 사람 하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모든 것에서 사람을 떼어 놓는 그 어둠을 조금도 모르고 사는 사람은 참으로 현명하다 할 수는 없다
안개 속을 헤매면 이상하여라!
인생이란 고독한 것 사람들은 서로 모르고 산다 모두가 혼자다
15채 사랑도 다 못하고서 / 라슬 감자토비치 (러시아)
너는, 꿈도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꿈이야 조만간 잊혀지게 마련이고,
옛날 얘기야 내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너는 사랑의 빛, 그 살아 있는 양심,
아물지 않는 상처요,
아픔이자, 연민이며, 슬픔이라......
기대의 가물거림도, 대담한 소망의 열정도 아니다
열정이야 조만간 이뤄지게 마련이고,
기대는 쉬 부서지는 법!
두 가지 소망을 나는 지녔었네, 이상하긴 하겠지만;
언젠간 너를 보리라 소망했었지.
한 번 보고 나니-또 다시 보고픈 소망이 생겨났네
그렇게 나는 소망과 소망들 속에서 높이 떠올라 버렸네!
너는 노래가 아니지, 나는 노래가 잔잔하길 바라네. 내가 술을 마실 때 너의 말로도 취하지 않는 것은 네 말의 샘물이 그토록 신선하고 용솟음치는 까닭이지 그런데 너는 도대체 누군가? 나는 모른다. 답할 수없어
정의는 없고, 그리고 그 위. 자연의 법칙은 우리에게 진정 불공평해;
너를 만나지도 못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너를 채 다 사랑도 못하고서
내가 죽어야 하는지?
16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윌리암 예이츠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들이 윙윙대는 숲속에 나 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鋪道)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s 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r'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e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
17너는 날렵하고 청순하여 / 게오르게 (독일 시)
너는 날렵하고 청순하여 불꽃같고
너는 상냥하고 밝아서 아침 같고
너는 고고한 나무의 꽃가지 같고
너는 조용히 솟는 샘물 같다,
양지바른 들판으로 나를 따르고
저녁놀 진 안개에 나를 잠기게 하며
어둠속에 내 앞을 비추어주는
너는 차가운 바람, 나는 뜨거운 입김
너는 내 소원이고 내 추억이니
숨결마다 나는 너를 호흡하며
숨을 들이 쉴- 때 마다 너를 들이마시며
나는 네게 입맞춤 한다,
너는 고고한 나무의 꽃가지
너는 조용히 솟는 깨끗한 샘물
너는 날렵하고 청순한 불꽃
너는 상냥하고 맑은 아침,
18그대는 울고 / 바이런
그대 우는 걸 나는 보았네 반짝이는 눈물방울이 그 푸른 눈에 맺히는 것을 제비꽃에 앉았다 떨어지는 맑은 이슬방울처럼 그대 방긋이 웃는 걸 나는 보았네 푸른 구슬의 반짝임도 그대 곁에선 빛을 읽고 말 것을 그대의 반짝이는 눈동자 그 속에 담긴 생생한 빛 따를 바 없어라
구름이 저 먼 태양으로부터 깊고 풍요로운 노을을 받을 때 다가오는 저녁 그림자 그 아름다운 빛을 하늘에서 씻어 낼 수 없듯이 그대의 미소는 우울한 이내 마음에 맑고 깨끗한 기쁨을 주고 그 태양 같은 빛은 타오르는 불꽃같이 내 가슴 속에 찬연히 빛나네
19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 윌리엄 워즈워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하다. 밤낮으로 우리는 벌고 쓰는 데 우리의 힘을 탕진해 버린다. 우리 것인 자연에서 보는 것이 거의 없다. 모두가 마음마저 내버렸으니, 천박한 편익이다!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내는 바다 쉴 새 없이 울부짖으려 하지만 지금은 잠든 꽃처럼 움츠러든 바람 이들과 모든 것에 조화를 잃어버린 우리 무엇에도 감동받지 못하니, 신이시여! 차라리 낡은 신앙으로 길러진 이교도이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 즐거운 초원에 서서 제 마음의 쓸쓸함을 달래줄 광경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프로테우스를 보거나 늙은 트라이턴이 소라고둥 부는 것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사랑하는 사람 가까이 / 괴테
희미한 햇빛 바다에서 비쳐올 때
나 그대 생각하노라
달빛 환히 샘물에 번질 때
나 그대 생각하노라
저 멀리 길가에 뽀오얀 먼지일 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어두운 밤 오솔길에 나그네 몸 떨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물결높아 파도소리 아득해질때
나 그대 소리 듣노라
고요한 숲 속 침묵의 경계를 거닐며
나 귀를 기울이노라
나 그대 곁에 있노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대 내 가가이 있으니
해 저물면 별아
날 위해 곧 반짝여라
오오 그대 여기 있다면
21첫사랑 / 수언 지에우(Ngô Xuân Diệu) -베트남명시
나는 첫사랑밖에 없다 너에게 주었다. 편지 한 통과 함께 너는 받지 않았고, 내 사랑은 사라졌다 주어버린 사랑은 결코 되돌릴 수 없으니.
편지는 삶의 몽상처럼 얄팍하고 사랑은 모든 이별처럼 슬프다 편지를 주머니에 깊숙이 감추고 수 백 번을 고쳐 쓴 다음에야 전한다.
부끄러운 마음이 어리석은 편지를 따라 너에게 다가가 돌아올 줄 모른다 너는 젊은 마음을 찢어버렸고 그날 구름은 계곡을 덮었다
운 좋게도 내 마음은 아직 젊으니 봄의 피는 꽃을 맺지 못했다 비 오는 정원에 아직도 새가 지저귀니 사랑도, 봉선화도, 석류도 필요 없다
그러나 꽃과 나비를 사랑할 때도 수 천 번이나 꿈을 꾸는 듯 하였고 두 눈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두 손은 감히 붙들지도 못했다
나는 아직도 어릴 때의 장난같이 생각되는데 언제 사랑이 깨졌단 말인가! 눈은 말랐지만 수천의 눈물방울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첫 번째 꽃은 정백한 향을 담고 초봄은 깨끗하고 단조롭고 초향(初香)은 쇠처럼 단단히 새겨졌다 대보름 안개는 온 세상을 희미하게 한다.
사랑의 편지가 잘못 흘러갔으니 우울하고 아침 해도 빛을 잃고 나는 오직 첫사랑밖에 없었고 너에게 주었다. 나는 사라졌다.
22말해야 한다 / 수언 지에우(Ngô Xuân Diệu)
애끓도록 사랑해요, 그런데도 모자란단 말입니까? 당신은 욕심이 너무 많아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요 안다, 네가 사랑한다고 말한 것을 그런데 왜 지난 얘기를 되새기는 건가요?
애끓도록 사랑하지만 여전히 충분치가 않구나 네가 사랑한다면서 마음속에만 두고 말하지 않으면 사랑은 없는 것이며 잘난 외모도 단지 돌과 같은 것이다. 나는 완전하고 무한함을 원한다 너는 아니? 내가 너를 찾았다는 것을 오늘의 사실은 내일까지 이르지 못하니 어찌 사랑이 헌것이 있겠나?
애끓도록 사랑하지만 여전히 충분치가 않구나 사랑한다고 말해야 해, 백 번 천 번이라도 영원히 봄밤을 지키도록 뜨거워야 해 사랑의 정원에 나비를 놓아줘야지
너는 말하고 또 말하고, 말해야 해 눈으로, 눈썹으로 사랑의 몸짓으로, 수줍은 자태로 의지하는 몸짓으로, 웃음으로, 손을 잡음으로
침묵으로, 내가 알 수 있는 것으로. 그러나 겨울처럼 차갑게 하지 말고 속 타는 이에게 무정하게 굴지 말며 잠자는 호수처럼 조용히 있지 마라
애끓도록 사랑하지만 여전히 충분치가 않구나
23황학루 / 최호
길손은 이미 황학을 타고 가버리고
허허로이 빈 터엔 황학루만 남았구려
황학은 한번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건만(않는데)
유유히 흰 구름은(만) 긴 세월에 걸쳤세라
맑은 강심에 한양길 가로수 역력히 비쳐있고
긴 사연 앵무주엔 잡초들만 무심쿠나
어느덧 해 저물어 고향 땅 더욱 묘연하니
물안개 자욱한 강상의 나그네 수심 깊어 하노라
24月下獨酌 달 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 이백(701~762)
1.
花間一壺酒 꽃나무 사이에서 한 병의 술을
獨酌無相親 홀로 따르네 아무도 없이.
擧杯邀明月 잔 들고 밝은 달을 맞으니
對影成三人 그림자와 나와 달이 셋이 되었네.
月旣不解飮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影徒隨我身 그림자는 나를 따르기만 하네.
暫伴月將影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 함께 있으니
行樂須及春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내가 노래하면 달은 거닐고
我舞影零亂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따라 춤추네.
醒時同交歡 함께 즐거이 술을 마시고
醉後各分散 취하면 각자 헤어지는 거.
永結無情遊 무정한 교유를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 다음엔 저 은하에서 우리 만나세.
2.
天若不愛酒 하늘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酒星不在天 주성이 하늘에 있지 않을 거고,
地若不愛酒 땅이 술을 사랑치 않았다면
地應無酒泉 땅에 주천이 없었을 거야.
天地旣愛酒 하늘과 땅도 술을 사랑했으니
愛酒不愧天 내가 술 사랑하는 건 부끄러울 게 없지.
已聞淸比聖 옛말에, 청주는 성인과 같고
復道濁如賢 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하였네.
賢聖旣已飮 현인과 성인을 이미 들이켰으니
何必求神仙 굳이 신선을 찾을 거 없지.
三杯通大道 석 잔이면 대도에 통할 수 있고
一斗合自然 한 말이면 자연과 하나되는 거라.
但得酒中趣 술 마시는 즐거움 홀로 지닐 뿐
勿爲醒者傳 깨어 있는 자들에게 전할 거 없네.
3.
三月咸陽城 춘삼월 함양성은
千花晝如錦 온갖 꽃이 비단을 펴 놓은 듯.
誰能春獨愁 뉘라서 봄날 수심 떨칠 수 있으랴
對此徑須飮 이럴 땐 술을 마시는게 최고지.
窮通與修短 곤궁함 영달함과 수명의 장단은
造化夙所稟 태어날때 이미 다 정해진 거야.
一樽齊死生 한 통 술에 삶과 죽음 같아보이니
萬事固難審 세상 일 구절구절 알 거 뭐 있나.
醉後失天地 취하면 세상천지 다 잊어버리고
兀然就孤枕 홀로 베개 베고 잠이나 자는 거.
不知有吾身 내 몸이 있음도 알지 못하니
此樂最爲甚 이게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야.
4.
窮愁千萬端 천갈래 만갈래 이는 수심에
美酒三百杯 술 삼백잔을 마셔볼거나.
愁多酒雖少 수심은 많고 술은 적지만
酒傾愁不來 마신 뒤엔 수심이 사라졌다네.
所以知酒聖 아, 이래서 옛날 주성이
酒감心自開 얼근히 취하면 마음이 트였었구나.
辭粟臥首陽 백이는 수양 골짝에서 살다 죽었고
屢空飢顔回 청렴하단 안회는 늘 배가 고팠지.
當代不樂飮 당대에 술이나 즐길 일이지
虛名安用哉 이름 그것 부질없이 남겨 무엇해.
蟹오卽金液 게 조개 안주는 신선약이고
糟丘是蓬萊 술 지게미 언덕은 곧 봉래산이라.
且須飮美酒 좋은 술 실컷 퍼 마시고서
乘月醉高臺 달밤에 누대에서 취해 볼거나.
25여인숙 / 잘랄루딘 루미 (페르시아)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저녁)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26나르키소스는 말한다 / 폴 발레리(프랑스) - 나르키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하여
오 형제들이여! 슬픈 백합들이여, 나는 아름다움에 번민한다 너희들의 나체 속에서 나를 갈망했기에. 하여 너희들을 향해, 요정, 요정이여, 오 샘의 요정이여, 나는 부질없는 눈물을 순수한 침묵에 바치러 온다.
크나큰 고요가 내게 귀기울이고, 거기에서 나는 희망을 듣는다. 샘물 솟는 소리 바뀌어 나에게 저녁을 이야기하고, 성스런 어둠 속 은빛 풀 자라나는 소리 들려오며, 못 믿을 달은 조용해 진 샘의 깊숙한 속까지 제 거울을 치켜든다.
그리고 나는 이 갈대밭 속에 기꺼이 몸을 던지고, 오 청옥이여, 내 서글픈 아름다움으로 번민한다! 나는 이제 마법의 물밖에는 사랑할 수가 없나니, 거기서 웃음도 옛날의 장미꽃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네 숙명의 순수한 광채는 얼마나 한스러운가, 그리고 부드럽게 내게 안긴 샘물이여, 필멸의 푸르름 속에서 내 눈은 젖은 꽃들의 화관을 쓴 나의 영상을 길어울렸어라!
아! 영상은 덧없고 눈물은 영원하도다! 푸른 숲과 우애로운 팔들 저 너머, 모호한 시간의 부드러운 미광이 있어, 남아 있는 햇빛으로 나를 벌거숭이 약혼자로 만든다 서글픈 물이 나를 유인하는 창백한 장소에서...... 환락의 악마여, 바람직하게 얼어붙었구나!
여기 물 속에 달과 이슬의 내 육체가 있나니, 오 내 눈과 마주 대한 순종하는 형태여! 여기 몸짓도 순수한 내 은빛 두 팔!..... 찬탄할 금빛 속에서 내 느린 두 손은 잎새들이 얽어맨 이 수인(囚人)을 부르다가 지치고, 나는 숨겨진 신들의 이름을 메아리들에게 외치노라!
잘 있거라, 고요히 닫힌 물결 위로 사라진 그림자여, 나르키소스...... 이 이름마저도 그윽한 가슴에는 부드러운 향기로다. 이 텅빈 무덤 위 망혼들에게 조문의 장미 꽃잎을 하나씩 떨어뜨려라.
내 입술이여, 장미꽃 되어, 사랑하는 망령을 차분히 달래줄 입맞춤 하나씩 흩날리게 하라, 가까이서 멀리서, 밤이 낮은 소리로, 그림자와 선잠 가득한 꽃받침에게 도란거리나니. 허나 달은 기름한 도금양들과 노닥거리도다.
이 도금양 아래에서, 나는 너를 경배한다, 고독 때문에 쓸쓸히 피어, 잠자는 숲속의 거울에 제 모습 비춰보는 오 무상한 육신이여. 난 너의 정겨운 현전(現前)에서 풀려날 길 없는데, 거짓말쟁이 시간은 이끼 위 사지에겐 부드럽고 어둑한 환희로 깊은 바람을 부풀린다.
잘 있거라, 나르키소스여...... 죽어라! 이제 황혼이다. 내 가슴의 숨결에 내 형태는 물결치고, 덮어 가려진 창공을 가로질러, 울며 가는 가축들의 아쉬움을 목동의 피리가 조율한다. 하지만 별이 불 밝히는 독한 추위의 수면에서, 완만한 안개 무덤이 생기기 전에, 숙명적인 물의 정적을 깨뜨리는 이 입맞춤을 받으라! 희망만으로 이 수정을 망가뜨리기에 족하리라. 잔물살이 나를 몰아내는 숨결로 나를 호리니, 내 입김이여 가냘픈 피리를 생동케 하라, 가벼이 피리 부는 이도 내겐 너그러우리라!......
사라져라, 혼란된 신들이여! 그리고 너, 겸손한 고독의 피리여, 달에게 쏟아주라, 우리의 다양한 은빛 눈물을.
27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 네루타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 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흔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 새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책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다가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를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페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나한 자가 먹다 남긴 빵 조각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유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 내어 읽으리라.
28가을 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독일시)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극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 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넣어 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서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29이방인 / 샤를 보를레르 시(프랑스)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
말해보라,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여
너의 아버지인가, 아니면 형제자매인가?
나에게는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다
그러면 너의 친구인가?
지금 너는 뜻조차 알 수 없는 낱말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너의 조국인가?
그것이 어느 위도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이란 말인가?
아, 만일 불멸의 여신이라면
나는 그를 사랑할 수 있으련만
그렇다면 돈이란 말인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것
마치 네가 신을 미워한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세상에서도 귀한 에트랑제여!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한다......
저 부지런히 흘러가는 구름을 사랑한다
....보라, 다시 보라..... 저 불가사의한 뭉게구름을.
30취하라 / 샤를 보들레르(프랑스)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로
굽히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일한 과제이다 쉬지 않고 취해야 한다
무엇으로냐고
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향에 따라
하여간 취하라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으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라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甄? 당신이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쉬지 않고 취하라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31내 사랑 너를 위해 / 자크 프레베르 (프랑스)
나는 새 시장으로 갔네 거기서 새를 샀네 내 사랑 너를 위해
나는 꽃 시장으로 갔네 거기서 꽃을 샀네 내 사랑 너를 위해
나는 고철 시장으로 갔네 거기서 사슬을 샀네 육중한 사슬을 내 사랑 너를 위해
그리고는 노예 시장으로 갔네 거기서 너를 찾았네 그러나 너는 없었네 내 사랑
32가 을 / 기욤 아폴리네르
안개속을 간다 다리가 구부정한 농부와 그의 소가 조용히, 가난하고 부끄러운 오막집들을 감취주는 가을 안개속을
그리고 저쪽으로 가면서 그 농부는 노래한다 반지와 상처입은 마음을 말해주는 사랑과 부정의 노래를
오! 가을 가을이 여름을 죽였다 안개속을 지나간다 재빛 실루에뜨가 둘
33가을의 노래 / 베를렌
가을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단조로운 우울로 내 마음 쓰라려.
종 소리 울리면 숨막히고, 창백히 옛날을 추억하며 눈물짓노라.
그리하여 나는 간다. 모진 바람이 날 휘몰아치는 대로 이리저리 마치 낙엽처럼.
34이리 오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피리가 / 빅토르 위고
이리오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피리가 목장에서 한숨 쉽니다.-- 가장 평화로운 노래는 목동의 노래.
바람은 떡갈나무 밑에서, 물의 어두운 거울에 잔물결을 일게 합니다.-- 가장 즐거운 노래는 새들의 노래.
어떤 걱정에도 괴로워해선 안됩니다. 우리 사랑합시다! 사랑합시다 언제까지나!-- 가장 매혹적인 노래는 사랑의 노래.
35감 각 / 아르튀르 랭보
여름의 파아란 저녁때면 나는 오솔길을 가리라. 보리에 찔리며, 잔풀을 짓밟으며: 몽상가 나는 그 시원함을 발에서 느끼리. 바람에 내 맨 머리를 멱 감기리.
나는 말하지 않으리, 아무것도 생각지 않으리라: 그러나 무한한 사랑이 내 영혼 속에 솟아 오르리라, 그리고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머얼리, 보헤미안처럼. 자연속을, - 마치 여자와함께 가듯 행복히.
36인생 예찬(찬가) / 롱펠로우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아라. 인생은 한갓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어니 만물의 외양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영혼에 대해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요,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나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 향한 장송곡을 치고 있으니.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라.
37잊혀진 여인 / 로랑생 (1885~ 1956 佛 화가)
권태로운 여자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슬픔에 젖은 여인입니다
슬픔에 젖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입니다
불행을 겪고 있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병을 앓는 여인입니다
병을 앓는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버림 받은 여인입니다
버림 받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쫒겨난 여인입니다
쫒겨난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죽은 여인입니다.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입니다
38春望 봄날 고국 산천을 바라보며 / 두보
國破山河在, 고국은 엉망이어도 산천만은 의구하니
城春草木深. 온누리에 봄이 되어 초목이 무성하다
感時花濺淚, 시국이 어려우니 꽃을 봐도 눈물 나고
恨別鳥驚心. 생이별 한스러워 새소리에도 가슴 저려
烽火連三月, 전란(戰亂)에 휩싸인지 어언 석달째라
家書抵萬金. 고향 편지 한 통에 만금은 족히 되리
白頭搔更短, 흰머리는 긁을수록 자꾸만 빠져버려
渾欲不勝簪. 이제는 비녀조차 꽂기가 어렵구료
39악양루에 올라 / 두보
昔聞洞庭水 옛날에 동정호의 (절경을) 말로만 듣다가
今上岳陽樓 오늘에야 악양루에 오르는구나
吳楚東南坼 오나라와 초나라가 동쪽과 남쪽으로 갈라졌고
乾坤日夜浮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동정호에) 떠 있구나
親朋無一字 친한 벗이 한 자 글월도 없으니
老去有孤舟 늘어가는 몸에 (의지할 곳이란) 외로운 배 한 척 뿐이로다
戎馬關山北 (아직도) 고향에선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니
憑軒涕泗流 난간에 기대어서 눈물을 흘리노라
40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도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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