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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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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000권 읽기 8
2015년 02월 09일 13시 43분  조회:2220  추천:0  작성자: 죽림

 

71□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이승하, 세계사시인선 13, 세계사, 1991

  어떤 큰 주제에 집착하여 시를 그리로 몰고 가다보면 표현들이 그 주제 속으로 빨려들어 빛을 잃는다. 그리고 낱낱의 시도 그러한 관성에 파묻힌다. 마치 빛이 중력에 휘어지는 것처럼. 그 시대의 거대한 명제를 분석하기 위하여 시들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에 낱낱의 시들이 생기를 잃었다.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신의 체험을 끌어들여도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것이 실감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욕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거대한 바위를 쪼는데 시는 그렇게 유용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을 알 때에 시는 대단한 무기가 된다. 한자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무기의 날을 무디게 할 뿐이다.★★☆☆☆[4336. 11. 8.]

 

72□외계인□황동규, 문학과지성시인선 196, 문학과지성사, 1997

  나이가 들면서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은 인간의 삶을 반추하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행 모티브는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세계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딛고 있는 세계가 버려야 할 그 무엇으로 규정된다면 새로 도달한 세계 역시 별 볼 일 없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긴장을 하면서 상호 교섭할 때 여행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쪽을 버리고 저쪽을 얻으려 한다면 양쪽을 다 잃는 것이 삶의 속성이다. 게다가 여행 모티브는 시 속에 반드시 서사의 구조를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당연히 시의 긴장을 해이하게 하고 늘어진 긴장 속에서 인생의 깨달음은 전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가 지닌 양식의 긴장과 아름다움은 살아나기 어렵다. 수천 년 시 형식의 역사가 이제 와서 버림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버림받아야 할 양식이 시라면 그런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극서정시라는 새 호칭으로 이 무의미한 형식을 합리화시키려는 궤변들은 시인의 주변에 진정한 동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인의 진정한 벗은 시인의 시에서 나이의 주름살을 없애라고 충고해주는 자이지 주름살이 아름답다고 얘기해주는 자가 아니다. 나이 들어서 받는 칭찬은 대부분 아첨이 아니면 궤변이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아첨과 궤변을 일삼는 자들은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4336. 11. 9.]

 

73□국어선생은 달팽이□함기석, 세계사시인선 86, 세계사, 1998

  언어 감각이 아주 탁월하다. 그리고 그러한 탁월함이 자의식을 분해하는 데 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따금 자신의 밖으로 나온 시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맥이 빠진다. 따라서 이 시인의 시가 지향하는 바는 자신의 의식이고 자신의 의식을 낳은 가족사이다. 그 가족사가 독특한 상상력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장광설인 것이 문제이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말들이 동원되고, 이것은 자신의 상상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나온 타협안이다. 과연 독자들이 이것을 알아줄까 의심스러워서 중간중간에 설명을 해주고 마는 것이다. 특히 시집의 중간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이런 설명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이 상상력의 독특함을 많이 깎아먹는다. 좀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필요가 있겠다. 불필요한 말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상상력에 확신을 갖는다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이후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보인 적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이 시인의 발상은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자신의 의식을 파 헤쳐보는 작업은 일정한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시집 한 권 분량이면 상상력이 바닥이 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만약 이 시집이 공들인 것이라면 이 시인은 한 동안 시를 쓰지 못할 것이다. 내부에 집착한 시인이 밖으로 나오면서 긴장을 잃지 않으려면 새로 탄생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이 힘겨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장르를 전환하게 된다. 소설이나 희곡으로.★★★☆☆[4336. 11. 10.]

 

74□대머리와의 사랑□성미정, 세계사시인선 71, 세계사, 1997

  무엇보다도 이 시인은 상징에 대해 아주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상징을 통해서 이야기해야 할 것도 상징으로 담을 수 있는 것의 한계까지도 아주 잘 이해한다. 그런 점에서 아무나 도달하지 못할 한 경지에 이른 셈이다. 그러나 지금 사용하는 상징은 시의 상징 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인과관계와 논리로 상징의 틀을 만들고 풀어가고 있으나, 그렇게 한 방법으로만 사용하면 시가 딱딱하고 메마르게 된다는 것을 잘 알 필요가 있다. 상징은 이미지만이 아니라 정서로 만드는 상징도 있고 비유로 만드는 상징도 있으며 분위기로 만드는 상징도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상징의 방법을 확산시켜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의 세계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이 시집의 특징인데, 상징은 자신의 내면만이 아니라 자신 밖의 세계를 드러내는 데도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 방법론을 확고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4336. 11. 10.]

 

75□뉴욕 드라큘라□이상호, 세계사시인선 67, 세계사, 1996

  병원이라는 소재는 한 번 쯤 집중하여 다뤄볼 만한 소재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고통스런 기억이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통의 가닥을 한 올 한 올 풀어낸다면 인간의 생과 사가 지닌 어떤 의미심장한 상징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의미심장한 상징의 세계까지 가 닿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시가 소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재가 주는 영역 바깥까지 생각을 확산시키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있다. 안락사 연작의 경우도 안락사와 관련된 사람들의 상황만을 묘사하면 그저 개인 상징으로 머물고 만다. 안락사라고 하는 사회 현상의 저층과 그것이 한 개인의 삶과 무의식에 어떻게 연계되어 있으며 그것이 한 개인과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파고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자리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안락사라는 한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개개인의 심정을 노래했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의미로 환산되지 못하고 만 것이다. 중요한 체험이지만 이것이 명작이 되기 위해서는 인식의 방법과 깊이를 한 번 더 점검해야 할 듯하다.★★☆☆☆[4336. 11. 10.]

 

76□누이□유안진, 세계사시인선 68, 세계사, 1997

  나이가 든다는 건 경계할 일이다. 나이는 추억 속에 사람의 사고를 붙들어놓기 때문이다. 특히 시에서 추억에 붙잡혀있으면 현실이 증발된다. 현실이 증발된 시는 영원성을 갖지만, 그 대가 또한 만만치 않아서 관념성을 띠거나 한 개인의 넋두리로 변하기가 쉽다. 이 시집 역시 이러한 관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연륜이 갖는 묘한 무게 때문에 나름대로 읽는 맛을 갖고 있다. 특히 시에서 우러나는 운율은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는 볼 수 없는 예스러운 맛이 있다.★★☆☆☆[4336. 11. 10.]

 

77□우주배꼽□고진하, 세계사시인선 69, 세계사, 1997

  한 편 한 편의 완결성을 위해 들인 공은 살 만하다. 그러나 그런 공들을 모아놓았을 때 전체가 담고 있는 내용물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시들이 한 곳을 향해 초점을 모으지 못하고 이리저리 흩어지고 있다. 모여있는 시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어떤 의미의 성을 쌓아야 하는데, 낱낱의 벽돌로 남아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벽돌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집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무엇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 화두가 될 단계이다. 그런 고민 이전에 해야 할 일은 한자표기가 시에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이다.★★☆☆☆[4336. 11. 10.]

 

78□날다람쥐가 찾는 달빛□유진택, 문학과지성시인선 228, 문학과지성사, 1999

  시집을 낸다고 하면 나름대로 시를 쓰는 기교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에 굳이 어려운 방법을 피하지 않는다. 많은 시들이 현란한 기교 때문에 빈 쭉정이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그런 가운데 아주 단순한 기교를 쓰는 시들이 돋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시집은 보여준다. 사물에 내 생각을 빗대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오래 묵은 방법이다. 그 낡은 방법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방법을 뒷받침하는 내용까지도 극히 단순해서 어떤 부분은 위태롭기까지 하다.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은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얕아서 아슬아슬하다. 깊이와 넓이 모두 확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4336. 11. 10.]

 

79□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박남준, 문학동네시집 41, 문학동네, 2000

  계륵이란 말이 있다.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한 닭갈비를 이르는 말이다. 이 시집에도 지독한 닭갈비가 있다. 의미가 그것이다. 이 시집에 실려있는 분위기는 아주 독특하다. 꿈 없는 자의 몽롱한 내면 스케치인데, 그런 시에서는 의미를 정확하게 찾아내면 그 스케치가 오히려 망가진다.

  시의 언어는 적막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말들이 의미를 정확히 밝혀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시집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안개 속의 희뿌연 풍경을 그리는 데는 선명한 선이 분위기를 망친다. 바로 의미가 그런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미도 버릴 수도 없을 만큼 뚜렷하다. 어느 쪽인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에 와있다.

  시의 정서는 우리 시에서 한 번쯤 도달해야 할 그런 곳에 닿아있다. 특히 자연물에서 인간의 고독을 읽고 그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 점이 다른 시집과 이 시집을 구별짓는 뚜렷한 요인이다.★★☆☆☆[4336. 11. 10.]

 

80□세상의 모든 저녁□유하, 민음의 시 56, 민음사, 1993

  보통 시인들의 경우 어떤 이미지에서 발상을 얻고는 그것을 시로 완성한다. 그런데 이 시인은 평상시에 눈 여겨 봐두었던 이미지들을 시를 쓸 때 모조리 끌어다 붙인다. 이미지들은 소용돌이치며 시속으로 빨려 들어가 시의 한 부속품이 되고 그 자리에서 반짝반짝 빛을 낸다. 결국 마음속의 이야기를 정한 다음에 그 주변에 있는 이미지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여타 다른 시인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고, 이 시인의 특징이다. 이런 힘이야말로 정말 시의 참맛이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서 그 반대쪽인 화이트홀 바깥에 시의 꽃 한 가지를 툭 던져놓는 것이다. 이것은 웬만큼 노력해 가지고는 얻기 힘든 것이며, 자신의 사고와 정서를 늘 칼끝처럼 날 세워 놓지 않으면 또 안 되는 일이다. 아마도 이 부분을 다른 시인들이 따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편히 살다가 이미지가 나타나면 그때 가서 시를 만드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다.★★★★☆[4336.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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