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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혁명
2015년 03월 21일 22시 47분  조회:3900  추천:0  작성자: 죽림
파리 문화탐방에서는 오르세 미술관에서의 19세기 미술에 이어 20세기 미술사에 있어서 혁명이라고까지 일컬어지며 이 시기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은 물론 20세기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초현실주의 운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초현실주의 운동이 지향하던 세계와 그들이 가져다 준 변화는 무엇인가, 왜 우리는 지금에 와서 다시 초현실주의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재가치 평가를 하는가, 또한 이 운동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 자리가 될 것이다.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의 혼돈시대에 태어나 그 당시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의 정신세계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다 준 이 운동은 40년대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망명한 작가들이 미국 땅에서 주요 미술운동의 선두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진다. 대부분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사라짐을 목격하며(에른스트 1976년, 미로 1983년, 마쏭 1987년 사망) 그리고 추상표현주의, 미니말리즘, 개념주의미술 등의 탄생을 지켜보며 우리는 더 이상 심리적인 것에서나 몽상의 세계 또는 자동기술법에서의 어떤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80년대 예술활동을 하나의 개념이나 태도, 가장 단순한 형태에 국한하여 버리는 경향은 그 위력을 잃었다. 대신 형상의 복합성, 쟝르의 혼합, 법칙에 구애받지 않고 선보이는 즉흥적인 표현 등이 각광을 받으며 초현실주의의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위시한 작품들이 다시 출현하게 된다. 

초현실주의 운동의 걸작품을 총망라한 30년이래 최대 규모 
전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낸 베르네르 스피스의 기획으로 성황리에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그의 1997년 직위 임명직후 기획안이 작성되어 그 후임자 장 자크 에야공에 의해 실현된 수년간에 걸친 땀과 노력의 산실이다. 스피스는 르 몽드 기자 필립 다졍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 기획에 얽힌 이야기와 그의 초현실주의 운동과의 인연을 이렇게 밝힌다. 
≪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가 에른스트의 75세 생일을 기념하는 기사를 의뢰하였었죠. 저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생일과 이런 신문기사에 대해 아무런 흥미가 없음을 시사하였지만 호기심에서 저와의 인터뷰를 승락하였고 우리는 곧 친구가 되었지요.≫ 막스 에른스트의 전문가이면서 미술사학자인 스피스는 그의 이번 전시 기획이 사실 1966년 에른스트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30년이래 처음으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60여명의 작가와 600여점 이상의 작품) 퐁피두 센터에서 기획한, 20세기 미술사에 있어서 가장 왕성하고 활발한 창작이 이루어진 시기의 걸작들을 망라한 역사적인 이번 전시관람에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의 발길을 기대한다. 

≪ 초현실주의 혁명 ≫ 
1917년 아폴리네르가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쓴 ≪ 초현실(Surreel) ≫ 이란 말에서 영감을 얻어 붙여진 초현실주의 운동은 앙드레 브르통의 ≪ 초현실주의 선언(Le Manifeste du surrealisme) ≫ (1924년 10월)의 발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이 선언을 바탕으로 새로운 운동의 기초를 마련한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르넬가 15번지에 ≪ 초현실주의 연구 사무소 ≫를 개설하고 ≪ 초현실주의 혁명(La Revolution surrealiste) ≫ 이라는 전문 잡지까지 창간하게 된다. 이로써 다다이스트들의 반항과 허무주의에서 꿈과 무의식과 경이로움의 세계를 추구하며 프로이드와 로트레아몽의 이론을 바탕으로 초현실주의는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가게 된다.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름 
반면 이에 앞서 1919년은 초현실주의 운동에 있어 중요한 연도인데 다다운동이 한창이던 이 해는 초현실주의 운동의 배태기이기도 했고 브르통과 수포가 ≪ 자기장(Les Champs Magnetiques )≫ 이라는 자동기술법으로 저술한 책을 출판하여 큰 변화를 예고하던 해였다. 
다다이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초현실주의자들도 전쟁에 혐오를 느끼며 이를 저주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눈에는 전통적 도덕관념이 이미 파멸되었을 뿐 아니라 미술과 문학과 과학, 철학, 정치 등 모든 것이 새로운 기반아래 구성되어야 하는 것으로 비쳤다. 이 인류학적 프로젝트는 특히, ≪ 초현실주의 혁명 ≫, ≪ 혁명을 위한 초현실주의 ≫, 그리고 ≪ Documents ≫ 이나 ≪ Minotaure ≫ 같은 잡지들을 통해서 그 틀을 갖추어 나간다. 
초현실주의는 특히 프로이드의 작품이나 꿈과 무의식의 분석을 추구하는 해석학적 원칙을 체계화한다. 억제됨 없이 자유롭게 표현된 무의식의 세계는 이로써 세상의 명확성에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광기, 유년기, 미래에 대한 투시력, 불가사의한 경이감 등 방대한 주제들을 탐구함으로써 ≪ 미지의 심연으로 깊이 들어가 좀 더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자 ≫ 하는 것이 초현실주의자들이 추구하는 목표였다. 

새로운 기반하에 사회를 재구성한다는 목표 
이번 전시의 연대기별 배치에서 엿보이듯 예술계와 사회에 반대기를 들고 일어난 다다운동의 영향은 민감하게 나타난다. 다다는 시와 회화의 새로운 정의를 가능하게 하는 잠복기의 구실을 하는 듯하다. 이어서 앙드레 부르통과 필립 수포의 ≪ Les Champs magnetiques ≫ 은 주관적 예술, 개인예술이라는 차원을 초월하는 시적형태를 소개한다. 반면 막스 에른스트와 앙드레 마쏭은 새로운 테크닉을 이용하여 그들의 이런 예술운동에 있어서의 정당성을 보여주는데 주력하는데 곧 우리는 시각적으로 초현실주의를 구분해주는 두 가지 기술의 탄생을 지켜보게 되는데 자동기술법과 콜라쥬가 그것이다. 
1921년 제작된 막스 에른스트의 ≪ 셀레브의 코끼리 ≫는 이 주의를 지향하는 최초의 작품으로 간주되는데 코끼리의 형상을 하고 커다란 철제 가마솥을 연상시키는, 반은 동물이고 반은 기계의 모습을 한 거구의 짐승이 그려져 있는 이 그림은 매우 낮게 자리잡은 수평선이나 하늘 위를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을 보면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 회화에의 영향을 목격하기도 한다. 
이외에 에른스트의 ≪ 오이디프스 렉스 ≫의 화살이 관통된 호두(1924), 같은 해에 그려진 미로의 ≪ 나의 금발여인의 미소 ≫, ≪ 아를르켕의 카니발 ≫(1924-25) 등은 초현실주의 운동 초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초현실주의 최초의 작품인 ≪ 셀레브의 코끼리 ≫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모든 역사적 초상 형태를 거부하고 전시대의 미술과 스타일에서 눈에 띠게 변화된 의식적인 단절을 시도하면서 아방가르드적 입장을 취하는가 하면 이들이 부인하던 가지각색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등 우리를 놀라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이는 세부사항에 충실하는 경향과 실물같이 착각을 일으키는 그림 그리고 또한 인간이나 동물의 표본이 되는 형태를 무시한 생물학적 형상의 야만적 표현의 경우가 그 예일 것이다. 
초현실주의 특히 회화의 경우 그 방대함과 주제의 다양함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스러움을 야기하고 갈피를 못 잡게 하는데 충분하다. 모든 것이 충격적인 방향으로 제시되고 어떤 형상이나 주제들이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제시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물음을 던지게 하나 이는 해답 없는 수수께끼일 뿐이다. 즉, 인과관계 법칙에 따라 형성된 세상을 보는 시각에 ≪ 극소수의 현실 ≫을 추구하는 원칙을 대조시키며 우리를 끊임없는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런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오늘날 그들의 특이성과 기이함을 잃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들의 가설들이 우리의 인지력이나 논의력, 추론하는 방식에 공헌하여 그만큼 익숙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설치, 비데오클립, 영화, 광고, 여러 인터락티브 분야들도 초현실주의 작가들에 의해 해석되고 쓰여진 이마주나 거기에 부여된 의미들의 폭 넓은 전파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초현실주의 운동은 의식의 혁명임은 물론 삶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운동이었음에 틀림없다. 
최초로 자동동작을 이용하여 그린 마쏭의 데생과 1926, 27년에 시도된 모래그림, 1942-43 의 신화로 가득 채워진 피빛의 주름진 부풀어 오른 살점 같은 육중한 그림들, 또는 새로운 땅의 발견에 경이로움을 표현한 그림 (Antille, Paysage iroquois) 등 최고의 걸작품 6점과 미로 최고의 전성기로 간주되고 있는 1925-1927의 작품들, 탕기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 모음 ≪ Je suis venu comme j'avais promis ≫, ≪ Adieu ≫(1926), 또한 야밤의 사냥꾼의 이마주, 공포, 욕망의 충족 등을 표현한 마그리트, 초현실주의를 이야기하며 빠뜨릴 수 없는 달리의 대표작 ≪ 욕망의 수수께끼(L'Enigme du desir) ≫와 ≪위대한 수음자(Le Grand Masturbateur) ≫ 등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다. 
[가나보부르화랑] 



"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 
초현실주의 명사, 남성형, 정신의 순수한 무의식적 자동성을 지칭하며, 이를 통하여 구두로나 저술 혹은 다른 방법으로 사고의 실제적 기능을 표현하고자 함. 이성에 의한 제어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미학적이거나 도덕적 편견으로부터 벗어난 사고의 표현. 
백과사전, 철학 초현실주의는 이제까지 등한시되었던 일종의 연합을 이루는 형태들이 더욱 상위의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꿈의 전능성, 사고의 무상성에 대한 믿음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는 다른 모든 정신적 메커니즘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삶의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이들을 대신하려고 한다. 
아마도 진정한 삶에 가장 근접하는 것은 어린 시절일 것이다.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난 후, 인간은 누구나 갖는 통행허가증 이외에는, 오로지 몇 장의 특별 우대권만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요행에 의존하지 않고서 자기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초현실주의 덕분에 이러한 행운이 다시 찾아오는 듯 싶다. 이는 마치 우리가 구원이나 상실을 찾아 헤매는 것과 같다 하겠다. 어두운 그늘아래서 우리는 소중한 공포를 실감하게 되는데, 다행히 그것은 연옥의 상태에 불과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공포의 전율에 떨면서 신비론자들이 위험한 풍경이라고 부르는 것을 건넌다. 나는 지나가는 도중에 나를 노려보고 있는 괴물들을 깨워놓게 된다. 그들은 아직 나에 대해서 악의를 보이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내가 그들로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여기서 살아남을 희망이 있는 듯 하다. 수포와 내가 예전에 그렇게 만날까 두려워했던 여인의 머리를 한 코끼리와 나는 사자들이 있는가 하면, 또 나에게 아직도 적잖은 공포심을 유발하는 용해되는 물고기도 자리하고 있다. 
일조의 연합된 것으로부터 갑작스러움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쓰일 수 있다. 피카소와 브라크의 종이붙이기 작업은 가장 세련된 문체의 문학적 작품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의도되지 않은 조각들, 예를 들면 신문에서 잘라낸 기사의 제목이나 혹은 제목의 조각들을 결합함으로써 획득해 낼 수 있는 것도 시라고 부를 수 있다. -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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