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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
윤동주
시들은 잎새 속에서
고 빠알간 살을 드러내 놓고,
고추는 방년芳年된 아가씬양
땍볕에 자꾸 익어 간다.
할머니는 바구니를 들고
밭머리에서 어정거리고
손가락 너어는 아이는
할머니 뒤만 따른다.
1938년 10월 26일
유태희 행복도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표 | 윤동주음악회 총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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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 윤동주를 떠올리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생각난다. 윤동주와 어린 왕자,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윤동주는 어린 왕자처럼 지혜롭고 순결했다. 어린 왕자가 우편 배낭을 싣고 마지막 비행을 한 것처럼 윤동주는 아름다운 시편들을 우리에게 남겨놓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윤동주의 시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가슴 깊이 파고드는 강력한 힘과 울림을 가졌다. 영혼의 외침이 들려서일까. ‘서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사느라 애쓰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근본으로 돌아가 삶을 재정비하게 된다. 내가 오랫동안 윤동주를 가슴에 두고 살았던 이유일 것이다.
작곡자 안효은을 만난 것은 운명이었다. 그가 작곡한 악보를 본 순간 파드닥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그랬다. 윤동주는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야 했다. 행복한 마음으로 음악회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윤동주음악회를 기획해오는 동안 단 하루도 고단함을 느끼지 못했다. 윤동주가 매일같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속삭여줬기 때문이다.
헌 짚신짝 끄을고
나 여기 왜 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 땅에
남쪽 하늘 저 밑에
따뜻한 내 고향
내 어머니 계신 곳
<윤동주의 동시 ‘고향집’ 전문>
윤동주 생가 복원 건물. 중국의 이른바 문화혁명 때 윤동주의 명동 집이 헐린 뒤로 옛 모습을 살려내어 그 집을 복원하려 했으나, 집채가 뒤집히는 실수를 남겼다. '윤동주 시 깊이 읽기'(권오만 지음 | 소명출판 펴냄) 중. |
윤동주의 생가와 묘지는 비록 만주 용정에 있지만, 정작 시인 자신은 그곳을 고향으로 여긴 적이 없다. ‘헌 짚신짝 끌고 두만강을 건너 쓸쓸한 북간도로 이주한’ 조선인의 후예 윤동주에게 언제나 고향은 ‘따뜻한 남쪽’, 바로 한반도다.
우리는 윤동주의 동시(童詩) ‘고향집’을 낭송하며 음악회에 대한 열정이 더욱 뜨겁게 용솟음치는 것을 경험했다. 중국 정부는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으로 국한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 도시 세종이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윤동주를 현양하는데 앞장서자는 세종포스트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고 있어 다행스럽다.
음악회 ‘세종에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의 지휘는 군산시향 백정현 상임 지휘자가 맡는다. 그는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 각각의 학사와 석사과정을 모두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생 중 최고 학생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그라츠 국립음대 대학원장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첫 무대는 김소월의 ‘초혼(招魂)’으로 정했다. 윤동주의 혼을 불러내는 의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비록 윤동주의 시는 아니지만, 우리 음악회의 타이틀 ‘세종에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윤동주’를 전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역시 안효은의 곡이다.
이어 ‘서시’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별 헤는 밤’ ‘흐르는 거리’를 바리톤과 소프라노가 체임버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들려줄 예정이다. ‘조개껍질’ ‘고추밭’ ‘기왓장내외’ ‘편지’ ‘햇빛바람’ ‘오줌싸게 지도’ ‘참새’ 같은 동시들은 어린이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춘다. 연극적 요소를 위해 무용가, 연극배우, 성우 등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음악회에 앞서 세종포스트가 민족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시민 인문학 아카데미를 무료로 마련하고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많은 시민이 아카데미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아카데미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은 이메일(yibido@hanmail.net)로 이름과 연락받을 휴대전화를 보내면 된다.
아카데미는 8월 16일부터 9월 13일까지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숭원 서울여대 국문학과 교수, 권오만 전 서울시립대 교수 등 국내 저명한 윤동주 연구가들이 강사로 출연한다. 마지막 주에는 세계적 뮤지션인 ZINO PARK(지노 박)의 미니콘서트도 준비했다.
윤동주를 ‘한글 도시’ 세종의 시인으로 새로이 받들고, 더 나아가 문화 아이콘으로 육성해 나가자는 세종포스트의 취지에 공감하며, 시민들의 많은 응원과 참여를 당부드린다.
/유태희
======================오도되여 나도는 윤동주 시 "고추밭"
。윤동주 - 고추밭。 ☆헌 짚신짝 끄을고★ ★ 나 여기 왜 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 쓸쓸한 이 땅에☆ ☆남쪽 하늘 저 밑에★ ★ 따뜻한 내 고향☆ ☆내 어머니 계신 곳★ ★ 그리운 고향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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