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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법(詩法)/아치볼드 매클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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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아치볼드 매클리시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구형의 사과처럼 무언(無言)이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낡은 훈장처럼 조용해야 한다 이끼 자란 창턱의 소맷자락에 붙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들의 비약처럼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마치 달이 어둠에 얽힌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놓아주듯이 겨울 잎사귀에 가린 달처럼 기억을 한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또오를 때처럼 시는 비둥해야 하며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 슬픔의 모든 역사를 표현함에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엔 기운 풀과 바다 위의 등대불들 시는 의미해선 안되며 존재해야 한다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 1892. 5. 7, 미국 일리노이 글랜코-1982. 4. 20, 보스턴. 미국의 시인·극작가·교사·공무원. 그의 유명한 서정시들은 대개 개인적인 성향에 머물고 있지만, 많은 작품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예일대학에서 공부했고, 보스턴에서 3년간 변호사로 일한 뒤, 1923년 완숙한 시작법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고국을 떠난 몇 년 사이에 펴낸 〈행복한 결혼 The Happy Marriage〉(1924)·〈흙으로 빚은 항아리 The Pot of Earth〉(1925)·〈달빛에 비친 거리 Streets in the Moon〉(1926)·〈A. 매클리시의 햄릿 The Hamlet of A. MacLeish〉(1928) 등의 시집에서는 에즈라 파운드와 T. S. 엘리엇의 영향이 보인다. 선집에 자주 수록되는 시 〈시작법 Ars Poetica〉(1926)을 쓴 것도 이 시기이다. 1928년 미국에 돌아온 뒤, 〈신대륙 New Found Land〉(1930)을 출판했는데, 여기에는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인 소박한 서정적 웅변이 돋보이며, 대표시로 꼽히는 〈그대, 앤드루 마블 You, Andrew Marvell〉도 여기에 실려 있다. 매클리시는 1930년대에 들어와 파시즘의 위협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멕시코 정복과 착취를 주제로 한 〈정복자 Conquistador〉(1932)는 그가 쓴 최초의 대중시이다. 이밖에도 시집 〈록펠러 씨의 도시를 위한 프레스코 벽화 Frescoes for Mr. Rockefeller's City〉(1933)·〈대중연설 Public Speech〉(1936)·〈아메리카는 약속이었다 America Was Promises〉(1939)에 많은 시들이 수록되었다. 라디오 운문극으로는 〈도시의 몰락 The Fall of the City〉(1937)·〈공습 Air Raid〉(1938)·〈위대한 미국의 7월 4일 행진 The Great American Fourth of July Parade〉(1975) 등이 있다. 의회도서관장(1939~44)과 국무차관(1944~45)을 지냈고 정부기관에서 여러 직책을 거친 후 1949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보일스턴 교수가 되어 1962년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1952년 〈시선집 1917~1952 Collected Poems:1917~1952〉를 내놓았고 1976년에는 〈New and Collected Poems:1917~1976〉을 발표했다. 성서의 욥 이야기를 토대로 한 극시 〈제이 비 J. B.〉는 1958년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되었다. 이밖에 수필집 〈땅의 기수들 Riders on the Earth〉(197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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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Poetica 詩 作法 Archibald MacLeish 아치볼드 매클리시
A poem should be palpable and mute 손에 만져지면서도 말이 없어야 한다 As a globed fruit. 둥글둥글한 과일처럼
Dumb 묵묵해야 한다 As old medallions to the thumb. 엄지손가락에 닿는 오래된 메달처럼.
Silent as the sleeve – worn stone 소매에 닳아버린 돌처럼 조용해야한다 Of casemant ledges where the moss has grown 이끼 자라난 창턱의
A poem should be wordless 말이 없어야 한다 As the flight of birds. 새들이 날아가듯 .
A poem should be motionless in time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하나 As the moon climbs, 달이 떠으르 듯,
Leaving, as the moon releases 달이 얽힌 나무 가지로부터 Twig by twig the night-entangled trees, 가지 하나하나를 풀어 놓듯,
Leaving, as the moon behind the winter leaves, 겨울 잎새 뒤에 있는 달이 Memory by memory the mind— 마음에서 기억 하나하나 풀어놓듯,
A poem should be motionless in time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As the moon climbs. 달이 떠오르듯.
A poem should be equal to: 시는 동등해야한다: Not true. 사실이 아니다. (시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걸 맞는다는 뜻) For all the history of grief 비통한 역사에서는 An empty doorway and a maple leaf. 빈 문간과 하나의 단풍 잎(이어야 한다)
For love 사랑에는 The leaning grasses and two lights above the sea— 누워있는 풀잎과 바다위의 두 개의 불빛
A poem should not mean 시는 의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But be. 존재해야 한다. (시는 이미지를 통해 의경을 나타내야 한다는 뜻)
<노트>
아치볼드 매클리시 Archibald MacLeash (1892~1982)미국 시인
위의 詩는 로마 시인 호러스가 詩作法에 쓴 ‘Ars Poetica’를 읽고, 나름대로 해석하여 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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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5월 7일
제 9대 의회 도서관장, 아치볼드 매클리시 출생
여러분은 미국의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의회 도서관에 소장된 각종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의회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방대합니다. 이 자료를 통해 역사의 각 시점과 인물에 대해 배울 수 있고,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서 초고 등의 자료를 실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우리가 볼 수 있게 된 데 대해 감사해야 할 사람 중에는 아치볼드 매클리시가 있습니다.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1892년 5월 7일 일리노이의 글렌코(Glencoe)에서 태어났습니다. 시인, 극작가, 변호사, 공직자,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아치볼드는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의회 도서관장으로 일했습니다.
매클리시는 의회 도서관장으로 일하는 동안 도서관을 재편하고 ‘독자들이 도서관의 자료를 더욱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매클리시는 독립선언서 같은 중요한 자료를 녹스 요새(Fort Knox)로 보내어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의 전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 도서관을 미군 정보 부대에 24시간 개방하기도 했습니다.
매클리시는 다른 중요한 업적도 남겼습니다.
매클리시는 젊어서 3년 간 변호사 생활을 한 뒤, 가족과 함께 파리로 가서 시를 써서 시집을 여러 권 냈습니다. 미국에 돌아와서는, 스페인의 멕시코 정복에 관한 장편 서사시 <정복자 Conquistador>를 썼습니다. 이 작품으로 매클리시는 1933년에 시 부문 퓰리처 상을 수상했습니다. (퓰리처 상은 시인과 작가, 또 음악 및 언론에 공로가 큰 사람에게 매년 상을 수여합니다.) 의회 도서관장 임기가 끝난 후에는 국무부 부장관이 되었습니다. 1950년대에는 시를 더 쓰고 성서의 욥 이야기를 토대로 극시인 <제이 비: 극시 JB: A Play in Verse>도 썼습니다. 이 극시로 매클리시는 1959년 희곡 부문 퓰리처 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치볼드 매클리시를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르네상스 인이라 부를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 여러분도 르네상스 인일지도 모르죠?
여러분의 관심사와 재능은 무엇인가요?
시법(詩法)
【시】- 아치볼드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
시는 둥근 과일처럼
만져지고 묵묵해야 한다.
엄지에 닿는 낡은 메달처럼
소리 없고
이끼 자라난 소매에 닳은
창시렁의 돌처럼 조용해야 한다.
시는 새들의 비약처럼
말이 없어야 한다.
시는 달이 떠오르듯이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달이 밤에 얽힌 나무로부터
가지를 하나하나 풀어 놓듯이
겨울 잎새 뒤에 있는 달이
마음에서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 놓듯이
시는 달이 떠오르듯이
시간 속에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시는 사실이 아니라
동등해야 한다.
슬픔의 모든 내력으로는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를
사랑의 경우
기울어진 풀잎과 바다 위에 뜬 두 불빛을-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존재해야 한다.
【개관】
▶작자 : 아치볼드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서정적. 주지적
▶어조 : 시의 당위를 강조하는 설득적 목소리
▶심상 : 비유적. 상징적
▶제재 : 시(詩)
▶주제 : 의미(意味)에 앞서는 시의 존재성(存在性)
▶발표 : 1926년
【구성】
▶제1연∼4연 : 시의 묵묵함
▶제5연∼8연 : 시의 정물감
▶제9연∼12연 : 상징을 통해 드러나는 시의 존재
【시어 풀이】
<묵묵(默默)> : 말이 없음. 잠잠함
<시렁> : 물건을 얹기 위해 건너지른 두 개의 장나무
<비약(飛躍)> : 높이 뛰어오름
<내력(來歷)> : 어떤 사물이 지나온 유래
<시는 둥근 과일처럼 / 만져지고 묵묵해야 한다.> : 시를 둥근 과일에 비유하고 있다. 둥근 과일은 그 자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우리가 그것을 만질 때 어떤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시는 사실이 아니라 / 동등해야 한다.> : 시는 어떤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 그 자체이다.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를.> : 슬픔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온갖 슬픔의 사연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텅 빈 문간에 단풍잎 하나면 된다는 뜻이다. 즉 인적이 끊어진 어느 슬픈 집안의 쓸쓸한 분위기를 '객관적 상관물'로 제시해 주면 된다.
<기울어진 풀잎과 바다 위에 뜬 두 불빛> :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사랑을 과학적·일상적 어법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시에서는 이처럼 설명의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 시에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풀잎과 바다 위의 두 불빛을 아무런 설명 없이 그저 객관적으로 제시해 주면 그만이다.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 존재해야 한다.> : 시란 어떤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생명과 자기 충족적인 미를 지녀야 한다는 뜻으로 매클리시 시론을 압축시켜 제시한 구절이다.
【감상】
이 시는 제목이 환기시키듯 시로 쓴 '시론(詩論)'이라고 할 수 있다. '시론'에 대해서는 여러 시 이론가와 평론가들이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시인들도 시로써 시론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시로써 시론을 쓸 경우에는 추상적인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이미지를 통해서 구상화시켜 독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시의 이론을 한결 실감나게 이해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시는 바로 이러한 효과가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갖가지 비유를 통해 시의 본질을 말하고 있는 이 시의 핵심은, 시란 직접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감각적으로 체험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며, 또한 시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생명과 자기 충족적인 미(美)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의 제일 마지막 구절인 '시는 의미할 것이 아니라 존재해야 한다.'란 대목은, 바로 이러한 시인의 시론을 압축적으로 제시한 명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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