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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시초 화가 - 죠르지오 데 키리코
2015년 03월 29일 13시 40분  조회:2270  추천:0  작성자: 죽림
 

 

 

 

 






죠르지오 데 키리코는 실제로 초현실주의 선언보다 먼저 등장한 화가니 초현실주의 선언과 함께 새로 생겨난 화가들과 같이 묶어 버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명백하게 초현실주의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매우 사실적인(사실적인 것이 눈에 보여지는 형태를 똑같이 묘사한 ''사진같은 그림''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형상들이 화면에 가득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흔히 초현실주의 화가의 대표로 알고 있는 ''달리''의 사실감과는 거리가 있다. 달리의 그림에는 그야말로 우리의 꿈 속에 등장하는 괴이한 상상들이 가득 차 있지만, 데 키리코의 그림은 너무 있을 법한 풍경이다. 꿈이라고 해도 좋고 아니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둘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놀랍게도 동일하다는 생각이 된다. 

데 키리코는 원래 공학도였다고 한다. 그림 또한 앙리 루소의 조금 어설픈 테크닉의 작품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그의 이력을 보아 데 키리코가 의도한 효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의 그림은 항상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이는 오후 시간 나른하면서 무엇인가 사건이 터지기 직전의 오묘한적막감을 느끼게 해 준다. 

데 키리코는 동시대에 유행하던 큐비즘이나 미래파와는 전혀 색다른 그림을 그렸던 화가였다. 그는 카를로 카라와 함께 형이상학파라는 화파를 만들었다. 그의 그림은 언뜻보기에는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장면들로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되면 어딘지 모르게 신비스럽고, 한편으론 불길한 느낌마저 든다. 

비평가들은 ''가장 사실적인 묘사기법을 사용해서 부조화를 창조할 때 우리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이하고 오묘한 경험을 하게된다.'' 라는 평가를 하였다. 

영화에서 연쇄 살인이 터지기 전의 오후에...유난스럽게 스산하고, 적적한 거리를 보여주는 것처럼. 이 비유를 확인이나 해 줄 듯 "데 키리코"의 [<거리의 신비와 멜랑꼴리> 1914]라는 작품속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르네상스식의 건축물과 그 사이로 난 길 위로 보이는 두 사람의 그림자이다. 왼쪽에 밝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 르네상스식 건축물, 원근법이 쓰여져 있긴 한데, 뒤로 갈수록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현실적인 원근법이 쓰여졌다고 하기 어렵다. 문이 열린 마차와 아치형태의 열주, 그리고 이 무섭고 한산한 건물의 어둠 속에서 혼자 굴렁쇠를 굴리는 소녀. 굴렁쇠를 굴리며 달려가는 소녀의 앞에 수상한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몸은 어둠에 싸인 건물에 가려졌기 때문에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또는 선량한 시민인지, 어린이 살인범인지 분간할 길이 없다. 만약 내가 굴렁쇠 소녀 옆에 있었다면 그 쪽으로는 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이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조화인 것이다. 늘 보는 평범한 것이 부조화로 인해 달라 보일 때 우리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고 하였다. 우리가 현실속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이긴 하나, 과장된 원근법을 사용하여 왠지 낯선 느낌을 준다. 길위에는 한 소녀가 굴렁쇠를 굴리면서 뛰어가고 있다. 그녀가 뛰어가는 방향을 시선으로 ?다보면, 오른쪽 건물 뒤로 정체모를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 그림은 여러가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건물 뒤에 서 있는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는 소녀를 기다리는 걸까? 트레일러는 왜 문이 열려 있을까? 저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엇을 실으려고 하는걸까? 사람들은 왜 그림자로 표현되었을까? 이런 저런 질문을 떠올리면서 그림을 보다보면 왠지 불길하고 으시시한 느낌이 든다다. 마치 꿈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데 키리코는 매우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들을 그렸지만,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우리가 완벽하게 알아볼 수 있는 지극히 현세적이고 일상적인 것이다. 즉, 등장하는 사물 그 자체가 우리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노래> 1914]에는 아폴로상의 머리, 외과의사의 수술용 장갑, 공,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 르네상스식의 건축물... 각각 보았을때는 별 특별할 것도 없는 사물들이지만, 그들의 기묘한 조합이 그들을 낯설고 환상적이게 한다. 또한 사물의 비정상적인 크기는 사물 자체의 친숙성을 오히려 낯설다. 담에 걸려있는 아폴로상과 장갑은 건물과 비교할 때 비정상적으로 크게 그려져 있는데 이들이 왜 한 장면속에 묘사되어 있는지도 알수 없다. 

데 키리코의 이런 그림들은 상징주의자 로트레아몽의 싯구를 떠오르게 한다. "수술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기이한 아름다움..." 데 키리코의 사물들도 이런 종류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낯익은 대상이라도 그것이 놓여있는 본래의 일상적인 맥락에서 벗어나 뜻하지 않은 장소에 놓여 있을 경우, 우리는 매우 낯설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기법을 초현실주의자들이 매우 좋아했었는데, 전문용어로는 전치 혹은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고 한다.

데키리코의 그림에는 르네상스 고전주의를 연상시키는 대상이 항상 등장한다. 이태리는 과거 로마제국의 영광을 누렸던 나라일 뿐아니라, 15~16세기 르네상스라는 문화의 황금기를 구가한 후, 17세기가지 유럽 문명의 중심지로서 지위를 누렸던 나라였다. 그러나 18세기이후 불란서에 문화 선진국의 지위를 빼앗긴 이후 현대에는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유럽내에서 후진적인 위치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현대의 이태리인들은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와 과거의 찬란함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데 키리코의 그림에서도 그러한 이태리인들의 정조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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