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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 동서양의 력사를 바꾼 권총
2015년 04월 04일 20시 30분  조회:7686  추천:0  작성자: 죽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7발의 총성이 울렸습니다.

첫 3발은 기차에서 내린 백발의 노신사에게 모두 명중했고, 나머지 4발은 주위의 수행원들을 맞추었습니다.

총알을 모두 발사한 청년은 태극기를 흔들며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쳤고,

 처음 총탄을 맞은 백발의 노신사는 곧 사망에 이릅니다.

을사늑약의 원수이자 일본 제국주의의 수괴였던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의 총탄을 맞고 숨을 거두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얼빈역에서의 저격 모습과 영화 '도마 안중근'에서의 저격 직후의 장면

 

이 의거는 한중 양국의 항일무장투쟁에 불을 지피게 되었는데,

쑨원, 장제스 같은 당대 중국의 지도자들도 안중근 의사의 업적을 찬양하고 기릴 정도였습니다.

‘5억 중화인도 해내지 못한 일을 단 한사람의 조선 청년이 해냈다.’는 원세개의 말처럼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역사를 바꿀 만한 사건이었는데요.

그 거사를 수행하기 위해 안중근 의사가 사용했던 M1900형 브라우닝 권총은

아시아의 역사뿐만 아니라 유럽의 역사를 바꾸는 데에도 일조한 바가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실제 사용했던 브라우닝 M1900 권총

 

안중근 의사의 의거 5년 후, 동유럽에서 ‘사라예보의 총성’이라 불리는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은 쇠약해진 왕권을 회복하기 위해 ‘범게르만주의’를 내세우며

동유럽에 대한 영향권을 확대하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총독의 초청을 받아 사열식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하필 그 날이 1389년 오스만투르크가 세르비아 왕국을 정복하던 날이었기 때문에 현지인들을 더 격분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황태자 부부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 일원이었던 가브리엘로 프린치프라는 청년에게 암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프린치프가 썼던 총이 안중근 의사가 의거에 사용했던 브라우닝 권총과 같은 모델이었습니다.

민족의 자주 독립을 위해 거대한 세력과 맞섰던 두 남자는 공교롭게도 같은 권총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비록 사라예보 사건이 약 1000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인류 참극으로 번지긴 했지만,

역사를 바꾸었다는 점에서 하얼빈 의거와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가브리엘로 프린치프

 

이 브라우닝 권총은 천재 총기 제작자 존 모세 브라우닝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디자인은 세계 각지의 유명 총기 회사들에게 퍼져나갔는데,

벨기에의 FN사에게도 특허가 매도되어 M1900 브라우닝의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되었습니다.

20세기 첫 해에 출시된 이 권총은 이후 ‘자동권총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까지는 미국 콜트사의 6연발 리볼버 권총이 주도했지만,

이 브라우닝 권총의 슬라이드 작동식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용될 만큼 획기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또 크기가 작아지면서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휴대할 수 있는 ‘포켓권총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도 브라우닝 권총의 작은 크기 덕분에 거사 당일 총을 외투 안주머니에 숨기고 역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영화 '도마 안중근'의 의거 장면

 

하지만 그 작은 크기 때문에 안중근 의사가 준비했던 덤덤탄(dumdum bullet)의 위력은 볼 수 없었습니다.

실탄에 홈을 길게 파서 탄이 더 쉽게 파열되게 만든 이 덤덤탄은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에 현대 국가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사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 검찰에게 ‘금이 그어진 탄을 샀다.’고 진술했지만,

거사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그의 손칼로 직접 덤덤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 ‘도마 안중근’에서는 총탄에 십자로 파여진 홈을 보고 의아해하는 동료에게

‘하느님께서 함께할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안중근 의사가 발사한 탄환

 

그럼 마지막으로 안중근 의사가 사용했던 권총이 영화와 뮤지컬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한 번 알아볼까요?

아쉽게도 브라우닝 M1900 모델을 영화와 뮤지컬,

심지어는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렸던 안중근 의사 특별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908년에 생산 중단된 이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조품이라도 만들었으면..’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같은 계열의 브라우닝 하이파워 모델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제작자 분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도마 안중근'에서 3정의 권총을 건네는 최재형.

실제로는 브라우닝 권총 2정과 리볼버 1정을 주었지만, 영화에서는 3정 모두 슬라이드식 자동권총을 건네고 있다.

 

 

 

영화 '도마 안중근'의 거사 장면. M1900 이후 후속모델인 브라우닝 하이파워 모델이다.

 

 

 

뮤지컬 '영웅'의 정성화 배우.

 

삼엄한 경계 속에서 누군가를 암살할 때, 3발 이상 발사하여 명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합니다.

더 발사하기 전에 이미 제압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3발을 명중한 뒤,

그가 이토였는지 확실하지 않았으므로 주변 일본인에게 4발을 더 발사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7발 중 단 한 발도 명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총을 양 손으로 파지하지 않고 한 손 파지에 의지한 채, 7발을 속사로 모두 명중시킨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능력입니다.

어려서부터 사격에 남달랐다는 김구 선생의 회고가 있긴 하지만,

피나는 노력과 연습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꽃다운 젊음과 바꿀 단 한 번의 거사를 위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다루었을 브라우닝 권총.

이 총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도 안중근 의사의 혼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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