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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의 네 가지 유형 —오세영 시집 표4의 글
다음은 최근에 출간한 오세영 시집 『바람의 아들들』표4의 글입니다. 깊이 새겨 음미해 볼 내용입니다. 특히 신기(新奇)와 효빈(效顰)의 유행에 민감한 요즘의 신진들에게는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지표가 될 만한 내용입니다.
산문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시 쓰기에도 네 가지 유형이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 쉬운 내용을 쉽게 쓴 시. 둘째 쉬운 내용을 어렵게 쓴 시. 셋째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쓴 시. 넷째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쓴 시.
첫째는 산문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직 유치한 단계이다. 둘째는 능력 부족이거나 남을 속이려는 자의 작품이다. 셋째는 자기도 모르는 것을 쓴 것이니 의욕은 과하나 머리가 아둔한 경우이다. 넷째는 시에 대해 나름으로 달관한 경지에 든 시인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이여, 어떤 시가 훌륭한 시인지 분명치 않은가? __ 오세영
과연 그렇습니다. 나는 시인과 독자의 관계를, 꼭 들어맞는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교사와 학생으로 비유해 보고 싶습니다. 다음은 내 37년 간의 고등학교 교직생활을 통하여 얻은 깨달음입니다. 교사인 내가 확실하고 분명히 아는 단원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매우 쉽고 즐겁게 가르쳐 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사인 내가 어렵게 깨친 단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학생들에게도 어렵게 가르쳐 주고 만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만 경우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 속에 들어있는 중요한 가치나 내용 혹은 정서가 어떻게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야 할 것인지를 우리 시인들은 그와 같이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의 문장 하나하나 그 자체가 무슨 말인지 그것을 쓴 시인 자신조차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예 시가 아닙니다. 그렇게 외계(外界)의 언어로 쓰는 것이 그 시인의 필연일 수밖에 없다면, 그는 시인이 아니라 가엾은 정신분열자이거나 아마도 초월적인 존재 즉 주술사일 것입니다. 그는 제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평소와 달리 신기(神氣)에 접해서 자기 입으로 내뱉은 바를 본인 스스로도 왜 그렇게 말했는지 도저히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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