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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있는 월남어(베트남어)
2015년 05월 30일 16시 56분  조회:5664  추천:0  작성자: 죽림
[한겨레]---
'안녕하세요 여러분'이라는 베트남어는
어떻게 비속어로 둔갑해 버렸을까…
올리고 내리고 굴리고 꺾고 깔고 평평하게,
6가지 성조는 음악의 날개


▣ 

'꼬 꼬 꼬이 꼰 꼬 꼬 꼬 꼬 안 꼬.'

베트남어 문장을 한글 발음으로 표기해봤다. 무슨 뜻일까? '목을 움츠리고 열심히 풀을 뜯어먹고 있는 학을 아가씨가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꼬'라는 발음만 일곱 번 등장하는 이 문장이 어떻게 그런 뜻을 가질 수 있나? 베트남어는 성조가 6개나 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발음인데 성조를 올리고, 내리고, 굴리고, 꺾고, 깔고, 평평하게 하는 것에 따라 뜻이 모두 달라진다.

60%가 한자어… 문자는 포르투갈인이 들여와

베트남어의 6성조는 음악에 버금간다. 음계 없는 음악은 상상할 수 없듯이, 성조 없는 베트남어는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요 고무줄 없는 팬티다. '지에우 나이 또이 쎄~'(오늘 오후 나는 ~할 것이다)라는 어구는 '쾌지나칭칭나네'의 음계와 거의 유사하다. 만약 '쾌지나칭칭나네'라는 음계를 제대로 타지 않는다면, 어구의 뜻은 6의 4제곱배로 달라진다.

베트남어 단어의 60%는 한자어다. 한자를 읽는 독음법이 우리와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그 단어들이 6성조의 날개를 달고 있기에 반가운 소통의 기대만큼 '불통'의 배반감도 크다는 것이다. 베트남어처럼 성조가 있는 언어들은 독학이 불가능하다. 성조를 글로 표현하는 게 가능하지 않고, 눈으로 이해하는 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현지에서 귀와 입으로 익힐 도리밖에 없다. 성조가 어그러지면 오해는 기본이요 상대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게 태반이다.

모국과 고향에서 익힌 발음 체계는 외국어의 발음 체계 앞에서도 참으로 완강하다. 자·모음 구성이 완전히 다른 외국어인데도 자꾸 자신만의 발음 체계로 동화시키려 한다. 내가 베트남어 어학원을 다니던 시절, 일본 친구의 발음 때문에 수업이 잠시 중단된 적이 있었다. 웃음보가 터진 선생님께서 수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씬짜오 깍반'(안녕하세요 여러분)을 일본 친구가 '씬짜오 깍꾸반'으로 목소리를 깔고 발음했기 때문이다. '깍'을 발음할 때 위로 올렸어야 하는데, 목소리를 깔면서 뜻이 '에로 버전'이 돼버렸다. '깍꾸'는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문장의 뜻은 '네 거시기가 안녕한지'를 묻는 말이 됐다.

이렇게 높낮이 파고에 민감한 베트남어를 처음으로 문자화한 사람은 누구일까? 유감스럽게도 베트남인이 아니라 푸른 눈의 외국인이다. 16세기 중엽 선교를 목적으로 베트남에 들어온 포르투갈 신부 패사로는 베트남어를 소리나는 대로 알파벳으로 표기했다. 그의 표기가 오늘날 베트남 문자의 기원이 됐다.

그 이후 알파벳화한 베트남 문자는 한자, '쯔놈'(이두식 문자)과 함께 사용됐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알파벳 발음은 프랑스식을 따르게 됐다. 현재의 문자가 '국어'의 지위에 오르고 보편화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초 항불 독립투쟁이 활발히 전개되면서부터다. 문자의 시작은 비록 외국인에 의한 것이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지금의 문자를 자신들의 언어를 연주할 수 있는 훌륭한 음표라 여긴다.

말장난의 해학으로 꿈틀대는 저잣거리

성조를 음악의 날개로 달고 있는 언어답게, 베트남어는 시문학이나 노래에서 더욱더 그 날갯짓을 더한다. 그리고 저잣거리에서는 말장난의 해학으로 꿈틀댄다. '이우 티 이우, 옴 티 옴'이란 말은 '사랑하면 허약해지고, 껴안으면 쇠약해진다'라는 뜻인데, 번역으로는 성조의 맛을 살릴 수 없어 이방인은 본래의 제맛을 느끼기 어렵다. 본래의 맛을 느끼려면 모국어에 대한 자긍심만큼 타국어에 대한 탐구심도 깊어야 한다. 여섯 갈래의 물결과도 같은 베트남어의 강물에 한 번쯤 손과 발을 담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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