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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쓰는 궤도 / 시와 상징 / 靑馬
2015년 10월 08일 18시 40분  조회:3946  추천:0  작성자: 죽림
  •  
  • 1. 사물을 깊이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른다. 지식이나 관찬이 아닌 지혜(지식+경험)의 눈으로 보고 통찰하는 직관력이 필요하다. 2.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 가치에 대한 ‘의미부여’가 있을 때 소재를 붙잡아야 한다. 단순한 회상이나 추억, 

     
  • 채택된 답변답변
    사랑 등 퇴행적인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3. 머릿속에 떠로은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미지+이미지= 이미저리 -> 주제(가치와 정신) 확정. 4. 이미지와 이미지를 연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정서의 구조화가

     
  • 답변
    필요하다. 추상적 관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정서를 쳬계화 하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1차적 정서를 2차적 정서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쓴다. 이것을 ‘정서적 객관화’ ‘감수성의 통일’ 등으로 부른다.

     
  • 답변
    5. 현대시는 ‘노래의 단절에서 비평의 체계’로 넘어와 있다는 파스의 말을 상기하라. ‘-네’ ‘-오리다’ ‘-구나’ 등의 봉적적 리듬을 탈피하다. 연과 행을 구분을 무시하고 산물 형태로 시도해 보는 것.

     
  • 답변
    6. 초월적이고 달관적인 시는 깊이는 있어도 새로움이 약화되기 쉬우니 프로 근성을 버리고 아마추어의 패기와 도전적인 시의 정신을 붙잡아라. 이는 ‘시 쓰기’를 익히기 위한 방법이며, 늙은 시가 아니라 젊은 시를 쓰는 방법이다.

     
  • 답변
    7. 단편적인 작품보다는 항상 길게 쓰는 습관을 길러라. 8. 지금까지의 전통적 상정이나 기법이 아닌 개인 상징이 나오지 않으면 신인의 자격이 없다.

     
  • 답변
    9. 좋은시 (언어+정신+리듬=3합의 정신)보다는 서툴고 거친 문제시(현대의 삶)에 먼저 눈을 돌려라. 10. 현대시는 낭송을 하거나 읽기 위한 시가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도록 만드는 시이니 엉뚱한 제목(진술적 제목), 엉뚱한 발상, 내용 시상 필요.
    ================================================

    시와 상징.

    /김영천 


    3)암시성 
    상징의 특성으로 일체성, 복합성에 이어서 암시성을 들 수가 
    있습니다. 상징언어는 보조관념으로 표현되어 원관념을 암시 
    함으로써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일체화합니다. 

    이 원섭님의 <秘密(비밀)>을 읽어보겠습니다. 

    머언 어느 나라로 가자 
    例(예)를 들자면 모로코나 에치오피아 같은 곳, 
    나의 형제나 친구가 아무도 없는, 
    될 수 있으면 專制(전제)하는 王이 있고 
    봄 가을이면 人肉市場(인육시장)이 장엄히 벌어지는 
    그러한 나라에 가 
    나는 한 마리 奴隸(노예)가 되자. 
    이 거추장한 옷일랑 벗어 동댕이치고 
    개모양 陳列(진열)되어 
    商人(상인)들이 내 값을 흥정하게 내버려두자. 
    나는 나를 時價(시가)대로 판 다음 
    어느 主人(주인)을 개처럼 섬기자. 
    가실 뉘 없는 한 조각 丹心(단심)! 
    피 튀는 채찍도 은혜로 받자 
    어느날 나는 죽자. 나의 筋力(근력)을 
    하나도 남김없이 主人에게 바친 다음 
    늙어빠진 개모양 고요히 눈을 감자. 
    그리하여 아무의 기억에도 남지 말자. 
    永遠(영원)히 내 이름 숨긴채로 

    노창선 교수의 해설을 옮겨봅니다. 
    "이 시에서 우린 시적 화자의 매우 비밀스러운 내면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비밀스러운 마음 그 자체가 이 시를 통하여 
    시인이 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아님을 곧 알게 된다. ' 
    머언 나라'라든지 '거추장스러운 옷일랑 벗어 동댕이치고', 
    '형제나 친구나 아무도 없는'곳이라는 등의 시어는 시적화자 
    의 현실이탈 의욕을 통하여 초월적 의지를 암시한다고 본다" 

    즉 현실을 벗어나려는 화자의 마음이 암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학과 구속, 어떤 이념에 대한 순응이나 굴종을 
    의식하는 시어들로 되어있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상징이란 존재 양식이 본래적으로 원관념이 숨고 
    보조관념만 제시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감춤(concealment)과 
    드러냄(revealation)의 양면성을 필연적으로 지닌다는 것이지요. 
    바꾸어 말하면 상징에서는 침묵과 담화가 함께 작용해서 2중의 
    의의를 가져 옵니다. 

    신동집님의 <오렌지>를 읽어보겠습니다.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는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며 
    오렌지 찹잘한 속살을 깔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에 있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에 있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가죽엔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오 누구인지 아직 잘은 몰라도. 

    상징은 감춤의 성질만도 아니고 드러냄의 성질 만도 아닙니다. 
    이 작품은 상징의 양면성 자체를 테마로 한 것을 보입니다. 오렌지 
    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감추어진 작가의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화자는 <마음만 낸다면>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도>있고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수도>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이미 
    오렌지으로 껍질을 벗겨 그 속살을 깔려고 손을 대면 그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라고 두려워 합니다. 여기에서 오렌지는 무엇일까 
    요?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작가의 설명이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김준오 같은 분은 인간의 지적 욕구로 보고 있습니다. 인간의 지적 
    욕구는 모든 사물의 내면을 다 들추어 내어 밝히려고 하지만 그 결과 
    는 사물에 대한 흥미도 가치감도 다 소멸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화자는 이 지적 욕구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오렌지를 새로 만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연인으로 정할 수도 있겠지요. 사람은 적당히 모를 때 존경하다가도 
    너무 친해져 단점까지 다 알게 되면 그 동안 마음 속에 품었던 흠모의 
    정이 산산히 부서지고 말 수도 있어 두렵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이 이 오렌지의 상징성은 무엇일까? 무엇을 암시하였을까? 
    궁리하여 보십시오. 
    그 것이 우리에게 다가온 삶을 뜻하는 것인지, 또는 알지못할 미래에 
    대한 상징은 아닌 것인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 

    약속대로 이런 것 있다고만 알고 
    마지막으로 긴장성을 살펴보겠습니다. 

    4)긴장성 
    여러분들이 위의 시를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파악 
    하기위해서 무척 긴장하셨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상징의 감춤과 드러냄, 복합성, 암시성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정신적 긴장감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를 한 편 소개해보겠습니다. 

    김명수님의 <月蝕(월식)>을 읽겠습니다. 

    달 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국 성큼 
    성큼 
    남겨 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 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상징의 언어가 긴장의 언어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시의 언어가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문맥과 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위의 시에서 달은 어둠에 대한 빛의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삶 
    의 애환과 고통의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잠들어 빈 듯 
    한 마을과 다시는 짖지 않는 외로운 개와 말이 없어진 누님의 
    이미지는 무언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상시키면서 이 시의 
    내용의 중요한 암시적 모티프가 되고 있습니다. 비밀스런 분 
    위기를 배경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내의 정체와 누님의 관계 
    는 어떤 사건을 암시할 뿐이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습 
    니다. 제목으로 보아서는 무슨 역사적 상황 아닌가 하면서도 
    극히 개인적인 사건으로 압축되어버립니다. 

    2.상징의 유형 
    이 과목은 제목만 소개하는 것으로 끝내겠습니다. 
    1)개인상징 
    2)집단상징 
    3)원형상징 
    참고로 노드롭 프라이란 학자는 묵시적, 악마적, 로만스적, 
    사실적, 상위모방적으로 다섯 개로 분류하였습니다. 



    이형기님의 <그해 겨울의 눈>입니다. 

    그해 겨울의 눈은 
    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렸다 

    희부옇게 한밤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디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 

    눈송이는 바다에 녹지 않았다 
    녹기전에 또 다른 송이가 떨어졌다 
    사라짐과 나타남 
    나타남과 사라짐이 함께 돌아가는 
    무성영화 시대의 환상의 필름 

    덧없는 목숨을 
    혼신의 힘으로 확인하는 드라마 
    클라이맥스밖에 없는 화면들이 
    관객없는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린 
    그해 겨울의 눈 
    그것은 꽃보다도 화려한 낭비였다 

    (참고로 제가 올리는 시들은 띄여쓰기나 부호 등, 책에 
    나온대로 옮기니 맞춤법과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유안진님의 <가을>을 읽어볼까요?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이가람님의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을 읽어보겠습니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모래알 같은 이름 하나 불러 본다. 
    기어이 끊어 낼 수 없는 죄의 탯줄을 
    깊은 땅에 묻고 돌아선 날의 
    막막한 벌판 끝에 열리는 밤 
    내가 일천 번도 더 입 맞춘 별이 있었음을 
    이 지상의 사람들은 모르리라 
    날마다 잃었다가 되찾은 눈동자 
    먼 부재(不在)의 저 편에서 오는 빛이기에 
    끝내 아무도 볼 수 없으리라 
    어디서 이 투명한 이슬은 오는가 
    얼굴을 가리우는 차가운 입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하나 불러본다. 

    마지막으로 김후란님의 <강물소리>를 읽어보겠습니다. 

    산이 산을 
    에워싸고 
    비켜 가라네 강보고 

    지난 가을 
    끝내 불질러 버렸던 상처에 
    기나긴 겨울 
    참회하는 침묵뿐이더니 

    저 강 
    뫼뿌리에 잠든 언어 
    다 깨워 놓고 

    깊은 산 
    가슴에 
    강물소리 절로 
    차오르네 

     

     
     


    ▲  일러스트=이정학 기자
     
     
     
    신달자/시인

    연초 갑오년을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청마(靑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듯했다. 설이 지나고 입춘, 우수까지 지난 지금도 청마에 대한 얘기가 그치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청말띠 아기를 가지려는 여성이 몇 있다. 다 좋은 일이다. 불임을 임신으로, 실직을 취업으로, 미혼은 결혼으로, 지지부진한 사업은 급성장으로, 환자는 회복으로 바뀌는 기적을 갑오년 청말띠 해에 걸어 보는 일 나쁘지 않다.

    어쩌면 바람직한 기대감이 살짝 기분을 상승시키는 일로서 권장할 만하다. 청말띠는 경기회복에도 청신호가 켜진다는 마음으로 모두들 두 손을 모으고 올해에는 진심으로 소망이 이뤄지기를 뼛속 기운을 다해서 빌어 보는 것이다.

    땅을 울리는 역동적 기운과 진취적인 기운이 우리에게, 아니 내 안으로 깊이 들어오는 긍정의 꽃향기가 피어나는 것은 진정으로 바람직하다. 바라면 이뤄진다는 법칙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며칠 전에도 몇몇 후배들과 만나 차를 마시는 시간에 청마가 과연 있느냐로 한 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다. 사실은, 있다고 해도 되고 없다고 해도 괜찮은 일이다. 다 마음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옛날 같으면 청말띠라면 여자아이는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임신부들의 마음을 태웠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소리없이 흘러 지금은 오히려 그런 훨훨 나는 딸을 낳고 싶어 안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12지에 맞는 말띠이지만 청말은 실제로는 없다는 쪽으로 자꾸만 흘러간다.

    나는 ‘청노루’를 생각했다. 박목월의 시에 나타나는 그 환상적이고도 아름다운 청노루, 그리고 자하산, 그리고 청운사 청밀밭…. 그것도 실제로는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박목월 시인이 있다면 있는 것이다.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 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이 기막힌 상상력의 현실화는 우리에게 청노루며 자하산이며 청운사가 왜 없다고 생각하겠는가. 박목월 시인의 초기 시에 해당하는 이 ‘청노루’는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과 비밀스러운 언약을 준비하게 한다. 때론 외로울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는 이 시를 가만히 외워 본다. 모든 군살을 빼고 행간마저 깊고 넓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이 간결한 시는 따뜻한 어머니의 손길처럼 마음을 녹인다. 그리고 멀리멀리 보이지 않는 세계에까지 마음이 가 닿으려는 의지를 북돋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시는, 예술은 우리들 마음속에 청노루가 있다고 믿음을 갖게 하는 내적 힘을 촉발하는 게 아닌가. 실지로 우리나라에는 순전히 검은빛으로 빛나는 두 필의 말이 있다고 들었다. 너무 검어 윤이 자르르 흐르는 이 두 필의 말은 값도 어마어마하지만 그 관리도 어렵다고 했다. 그 검은빛 말을 보노라면 이상하게도 푸른빛이 감돈다는 것이다. 검은빛 속에 어른거리는 도도한 푸른빛! 나는 알고 있다. 저녁 무렵 어둠이 밀려오는 순간 나는 본다. 어둠의 속살은 푸른빛이라는 것을, 어둠 속에는 유려하고 깊이 있는 아름다운 청색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본다. 그 어둠 속의 깊은 속살의, 푸른빛의 힘으로 어둠은 세상을 감싸고 새벽 여명의 또 다른 눈부심을 탄생시킨다는 것을 안다.

    검은 말을 두고 ‘짙푸른 말’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말갈기를 드높게 날리며 달리는 검은 말의 속도 속에 비쳐나는 맑고 유려한 푸른빛을 보는 사람은 안다. 

    해가 지고 밀려오는 어둠의 날개 속에서도 주변은 푸른 생명 빛이 감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어떤 고통, 어떤 실망 앞에 있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청마를 타고 달린다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의 지금의 고통은 청마처럼 달려갈 자신감으로 빛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무거운 현실을 안고 결코 쓰러지지 않고 그 무게를 지고 나르는 의지를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우리도 저벅저벅 그렇게 안고 왔던 것이다.

    ‘어느 가시덤풀 쑥굴헝에 뇌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玉)돌 같이 호젓이 무쳤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서정주 시인의 ‘무등을 보며’의 한 대목이다. 초기 시에 나타나는 ‘싸늘한 바위에 푸른 숨결 불어 넣기’와 같은 이미지로 이 옥돌의 색깔이야말로 싸늘한 바위 속 푸른 숨결의 생명 빛 아니겠는가. 이 생명 빛 옥돌을 품고 청마로 가볍게 날아 볼 일 아닌가.

    마음에 있으면 이미 날개를 펼 일이다. 두 팔을 벌리자, 그리고 날아오르자. 번민을 거두고 날아오르자. 훨훨 날자 손끝, 발끝에 힘을 주자.

    눈을 감고 생각해 보자. 옥돌을 안고 청마 타고 나는, 그래서 광야를 달리듯 희망의 갈기를 날리며 달려 보는 2014년의 그림을 그리자. 그렇지 않은가. 마음을 이끄는 시, 마음을 부풀리는 그림,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이 있다는 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청노루를, 청마를, 그리고 옥돌 같은 의지를 품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청마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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