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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1960년대 이후 시: 김용택 - 섬진강 1
2015년 12월 24일 23시 48분  조회:4107  추천:0  작성자: 죽림

섬진강 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하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걸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64』
(조선일보 연재, 2008) 
(『섬진강』. 창작과비평사. 1985)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방의 3면이 서가로...

 

 시인의 집을 떠나 섬진강을 따라 걷는 길가에는 여기저기에 김용택 시인의 시를 새긴 시비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 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잎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나무>

                                                                                      

 

 

 

                                                       섬진강

                                                                                 가문 섬진강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고
                                                                         개울물들이 끊이지 않고 흐른다 
                                                                        해저물면 저문대로 강을 보라
                                                                                  쌀밥같은 토끼풀꽃 
                                                                                  숯불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들에 어둠을 밝히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곱게 달아준다

 

                                                           흘러 흐르다 목이 메이며는 
                                                           영산강 물줄기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 감도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바라보라
                                              섬진강 물이 몇사람 달려들어 
                                               퍼낸다고 메마를 강물이냐
                            지리산을 도는 저문강에 얼굴씻고 일어서서 
                                             환하게 웃다가 물어보면
                          노을띤 무등산이 맞다고 고개 끄덕인다.

 

                                    저문 섬진강 따라가며 보라 
                                    몇사람 몇사람 퍼간다고
                             섬진강물이 메마를 강물인가를 
                          퍼간다고 말라버릴 강인가를
                                           아~~~ 섬진강

 

 

김용택 시비

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 배일길 90-43(뒤웅박 고을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김용택(金龍澤, 1948년 8월 26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했다.
그 이듬해에 교사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 기간 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교직 기간 동안 종종 가르치는 아이들의 시를 모아 펴내기도 하였으며,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했다.

 

 

 

 
 
 

 

                              김용택 시모음

 

 

 

 

 

섬진강 1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띈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사람들은 왜 모를까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콩, 너는 죽었다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참 좋은 당신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사 랑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별 하나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는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 내시어요

나는 힘 없지만

내 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차고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가끔

하늘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께요

 

 

 

 

들 국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누이야 날이 저문다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뭄을 따라가며
소리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배가 고파
--바람 때문이야
--바람이 없는데?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아마 선명한 무명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뭄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

 

 

 

 

 

 

 

집 

 

외딴집,
외딴집이라고
왼손으로 쓰고
바른손으로 고쳤다


뒤뚱거리며 가는 가는 어깨를 가뒀다


불 하나 끄고
불 하나 달았다


가물가물 눈이 내렸다

 

 

 

 

슬픔 

 

 

딴 곳
집이 없었다
짧은 겨울날이
침침했다
어디 울 곳이
없었다

 

 

 

 

 

                                      김용택 시인은 진메마을에서 나고자랐고, 늘 임실의 섬진강을 노래했다.

                                       그가 시를 쓰고 섬진강을 굽어 보았던 서가 관란헌

 

 

 

 

 

 

 

 

 

 

 

 

 

 

 

 

 

 

진뫼마을의 모정인 장산루(長山樓),

모정 앞에는 모양은 소박하지만 내용은 가슴 뭉클한 "사랑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김도수님의 어머니 사랑비,

 

사랑비

 

월곡양반·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

 

 

 


 

일곱 자식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부모님께 바치는 '사랑비'

 

이 사랑비는 진뫼마을에 또 하나의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출처]실] 진뫼마을_김용택 시인의 고향집이 있는 곳|작성자 엽토51

 

 [전북 임진메마을의 또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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